358/400. 역사저널 그날 2

이번 권의 주인공은 세조와 연산대군. 세조의 계유정난이 벌어진 상황과 신하들의 이야기가 감성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흥미있게 정리되어있다. 연산군의 기행도 왕권강화나 폐비 윤씨의 복수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날 속으로 들어가서 더 생생하게 역사를 다루면서도, 사건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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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400. 불신시대 (박경리)

소년병의 죽음, 남편의 폭사, 아들의 사고와 어이없는 의료사, 그리고 이어지는 주위 인간들의 탐욕과 몰염치. 그래도 진영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리라. 박경리 작가의 개인사와 겹치는 것을 해설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비슷한 시기의 박완서 작가의 글보다 더 처절한 느낌이다.

 

355/400. 명암 (오영수)

인간의 정과 소박함을 그린다...고 해설에서 황석영 작가가 썼지만, 군 감옥의 수감원들 이야기가 그저 '정스럽게'만 읽힐 수는 없다. 범죄가 배고픔과 항명 외에 강간과 폭력, 살인에 이르면 '개인적으로다가' 나쁜 사람이 아닌가. (~적으로다가, 는 일자무식인 감방장의 말버릇이다) 그런데 밝게 희화하니 매우 불편하다. 마침 윤일병 사건의 가해자가 군 감옥에 가서도 반성없이 가학적으로 굴었다는 뉴스를 읽어서 그런가보다. 소설이려니 하고 잘보려고 해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356/400. 쇼리 킴 (송병수)

미군 부대의 심부름꾼으로 얻어먹으며 양색시를 하는 딸링 누나와 움막살이를 하는 소년의 이야기. 서울의 거지 부대에서 앵벌이를 하다 도망치고 고아원에서 배를 곯다가 미군 부대 옆으로 흘러왔지만 라디오에서 나오는 동요를 따라부른다. 하지만 그런 동심도 사치인 시절. 불쌍하고 속상하다.

 

357/400. 수난이대 (하근찬)

교과서에 실려서 익숙한 이 단편은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에 걸친 비극을 보여준다. 보통의 사람이었던 아버지는 일제 치하 강제징용 당해 광산에서 일하던 중, 팔을 잃고, 동란에서 귀향하는 아들은 다리를 잃었다.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처참한 심경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들에게 묵묵히 살아가는 거다, 라고 말해주는 아버지. 그래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뒷날에야 흥청망청했던 그 미군 병사들도 제 나라에서는 가난한 젊은이들이며 우리네와 정도는 달랐지만 제각기 전쟁의 상흔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도 짐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는 양민 학살이나 무차별 포격 따위의 일도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다는 걸 베트남 전장에 가서 알게 됐다. 미군들이 베트남 사람들을 '구욱'이라고 얕잡아 불렀는데, 나는 옆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그저 그러려니 했었다. 나중에야 '구욱'이라는 말이 원래 6.25 전쟁 때 쓰인 '한구욱'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황석영 작가 해설, 115)

 

그렇기는 하여도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그저 순박하게 참아가며 마음 다잡고 착하게만 산다고 나아지거나 바로 될 일은 아니다. 수난을 당하면서 분노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한'의 그 무엇으로 삭이고 살아간다면 세상이 어찌 변할 것인가. 그야말로 그러한 삶은 수모의 세월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곧 낯선 근대의 새로운 파도가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혁명과 독재의 물결을 헤치고 넘어서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대적 자아를 자신의 내면에 확립해나가야 했다. 개인을 둘러싼 사회 정치적 상황을 똑바로 인식한다는 것은 결코 문학적인 것에서 멀어지는 일이 아닌 것이다. (황석영 작가 해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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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400. 역사저널 그날 1

 

토크 쇼 형식으로 역사 속의 의미 있는 하루를 다룬다. 조선 건국 이전,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으로 시작하는 1권은 의외로 잘 정리되어 있는 대화가 생생하게 역사속 그 날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하루하루도 역사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사극 속의 고집스러운 대감들이 살아나와 염치없이 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모양새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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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10-20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책이 적지 않은데 티비에서 재밌게봐서 그런가 또 땡겨요ㅠㅠ

유부만두 2015-10-20 20:30   좋아요 0 | URL
재밌고 구성도 좋아요. 벌써 4권까지 나왔어요. ㅎㅎ 전 한 권씩 야금야금 다 샀어요...
 

352/400.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자신을 규정짓던 영어를 벗고 새로운 사랑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작가. 그 결심과 노력이 아름답다. 하지만 역자가 후기에 썼듯이 우리말로 읽은 나도 '소박한 문장'에 적잖이 놀랐다. 줌파 라히리가 화려한 문장이나 설정을 자랑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이번 책은 그녀의 팬이 아닌 보통의 독자인 나에겐 너무나 '작은' 느낌이 든다. 예쁜 책, 아름다운 노력,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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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400. 숙제주식회사 (후루타 다루히)


초등학생들이 모여 돈을받고 숙제를 대신해주는 회사를 차린다. 이 장난스러운 위법행동은 금세 발각되 회사는 문을 닫는다. 하지만 6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학교와 사회 안의 부조리, 폭력, 불평등을 보고 스스로 고민하며 해결법을 찾으려 애쓴다. 선생님은 도와주시는대신 믿고 지켜본다. 기본은 `인간을 귀히 여기는 것`, 야만에서 멀어지기. 60년대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인데도 지금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일본의 군국주의 만행을 언급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미래'라는 말은 불안한 느낌이면서도, 어딘가 가슴 설레게하는 눈부신 느낌도 주었다. 이 말에 이끌려 아키코는 도시 탐험에 합세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빛나는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녹색 연잎이 떠 있던 연못이 시커먼 물 웅덩이가 되어버리는 미래도 있다. (110)

 

"가장 야만스러운 건 전쟁이지. 일본 군대는 중국에서 집을 불태우고 마을 사람들을 죽였어. 갓난아기까지 죽였지. 모든 군대가 이런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야말로 '사람의 도리에 반하는 짓'을 한 것만은 틀림없어. " (135)

 

  하지만 취직해도 해고 같은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시부로는 과연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해고 당하는 쪽이 아니라 해고하는 쪽이 되기 위해서 공부, 또 공부하는 거구나.'

  시부로는 왠지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가 있을 것 같았다.

  '저금이라면 관둘거야. 돈은 지금 써도 좋으니까.'

  시부로는 종이를 떼어 마구 구겨서 휴지통에 내던졌다.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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