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400. 역사저널 그날 3

10월 26일이 지니는 여러 의미를 곱씹는다. 2015년 10월 26일은 국정 역사 교과서 TF 의 존재를 둘러싸고 여러 사람들이 언쟁을 벌인 날이다. 승정원 일기의 어려운 초서와 달리 따로 번역할 필요도 없이 후대를 위해 자세한 뉴스와 사진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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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400. 유자약전 (이제하)

문학과 미술, 음악까지 두루 섭렵한 예술가 였다는 이제하의 소설. 화가인 화자 '나'가 1년 동안 함께 생활했던 여자 화가 유자에 대한 기억과 환상을 펼친다. 이제하가 1950-1960년대 미술조류와 예술론을 툭툭 던지며 어지러운 그림 조각을 만든다. 아무리 그래도, 많이 투박하고 촌스럽다. 읽기 힘들어서 겨우 꾸역꾸역 책장을 넘겼다. 유자가 그려내는 여성 예술가 모습도 촌스럽고, 뜬금없이 끊어지는 마지막 장면도 영 어색하다. 여성비하 표현이 너무 거칠고 많아서 (심지어 여주인공 이름은 이혼후에 전남편 성을 따라 개명한 꼴이다) 이게 어떤 비유려니 하고 읽으려 해도 뒤이어 나오는 건 '아빠' 타령에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천경자 화백의 뒤늦은 부고 뉴스를 읽은 후라 그런지 이 소설은 더더욱 아쉬운 기분이 든다. 왜 이 소설이 '명단편'에 속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얼마전 SNS에서 현명한 여성 논란을 일으킨 바로 그 노작가 이름이 뒤늦게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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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400. 순박한 마음 (플로베르)

대작가 플로베르는 매정한 전개와 숨 막히는 묘사 말고, 이런 동화같은 어느 촌부의 연대기도 쓸 수 있다, 고 보여주는 단편이다. 마담 보바리와는 아주 다른 이 여인은 계속 잃고 이별하며 살아가다 엉뚱하게 앵무새에게 마음을 쏟는다. 그리고 아낌 없이 주는 어린왕자 동상 처럼, 마지막 숨을 내 쉴 때 그녀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을 본 독자는 마음 한 켠이 쓰라린 느낌이 든다.


364/400. 성 쥘리앙 전(傳) (플로베르)

옛 이야기 같은 순박한 마음과는 또 다른 이야기 형식, 이번엔 위인전이다. 하지만 인물을 깊이 탐색하는 대신, 전형적인 영웅 전래 동화를 내놓았다. 예언과 저주를 피하려 애쓰는 주인공은 환상과 쾌락 속에서 운명의 덫에 걸린다. 그리고 그 죄 값을 치루는 방법으로 고행을 하는데, 마지막엔 종교의 힘으로 또 다른 의미의 쾌락, 혹은 엑스타시.

 

365/400. 에로디아스 (플로베르)

영웅전으로 종교 성인의 인생을 읽었는데, 이번엔 성경 이야기를 따로 떼어내 악인을 주인공 자리에 놓고 현대 소설의 스타일로 풀어낸다. 종교 이야기 틀을 벗겨내니 세례자 요한도 그저 감옥에 갖힌 기인일 뿐이고 에로디아스는 새남편의 정치권력에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도덕적 약점을 공격하는 요한을 제거하려 노력하는 전략가이다. 기존의 이야기를 새로운 틀로 펼쳐내는 것도 작가의 힘이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 여운과 감상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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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400. 포대령 (천승세)

왕년에, 를 입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초라한 현실 대신 과거의 빛났던 시절을 붙잡고 산다. 그런데 주인공 김달봉은 '포대령'이라는 별명대로 대포를 앞세워 활약하던 전쟁을 붙잡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전후 개발 붐이 일어나 계속해서 대포소리를 내는 금호동, 포대령은 장난감 별을 붙인 모자를 쓰고 환상 속의 전쟁을 지휘한다. 그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은 그의 환상에 공포, 그리고 연민을 느낀다. 포대령이 놓지 못하는 것은 전쟁터의 훈장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일 수도 있다. 연극같이 벌어지는 포대령의 이야기가 슬프고 과장되어 어색하기도 하다.

 

361/400. 무너진 극장 (박태순)

1960년 4월 25일, 임화수 소유의 평화극장에서 벌어지는 장면. 419 혁명의 종지부를 찍던 바로 그 밤의 극장 안 풍경을 젊은이의 눈으로 그려냈다. 역사적 의식을 부르짖는 대신 이렇게 혼란스러운 심경과 행적을, 다른 곳도 아닌 '극장' 무대 위에 올려 놓았다.

 

일상적 현실이 갑자기 역사적 현실로 표변되어 역사로부터 돌연한 호출과 호명을 받게 되는 상황.... 그리하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대번에 껴안게 하는 '역사체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역사적 사건의 공유화와 사유화를 통해서 과연 '4.19의 성격'은 어떻게 규명되고 있었던지, 기성세대가 설명해주는 방식과 내가 실제로 겪었던 관찰이 서로 어긋나기도 했다. (박태순, 한국일보 칼럼, 재인용, 195)

 

 

362/400. 웃음소리 (최인훈)

영자의 전성시대, 가 떠오르는 60년대 호스티스가 주인공이다. 마담에게 돈을 받아든 그녀는 자살을 하기 위해 온천 근방의 산을 찾지만 이미 그곳은 어느 커플이 차지하고 있다. 그 다정한 커플에서 자신과 돈을 뺏고 사라진 그 남자를 떠올리는 주인공. 자신과 커플녀를 환상 속의 웃음소리로 연결시키고 마지막 (어느 정도 예상 된) 반전으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소설. 이 단편선은 6.25 전쟁 이후, 건설공사의 폭음, 4.19 혁명, 숨 가쁘게 달려가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여준다.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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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400.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왔다 (서지원)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고 차별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갑자기 공룡이 우리 반에 왔을 때, 적대적으로 (사연이 있었지만) 대하고 따돌리는 아이들, 공룡 마을과 통로가 생기는 것에 반대해서 아파트 단지에 담을 쌓는 어른들. 다르지만 배려하고 이해해야 해요, 라는 선생님의 말이 공허하다. 이야기 중간중간 살아가며 잊지 말아야할 원칙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고는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 피부색다른 사람들, 경제적 약자들, 그리고 숱한 이유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공룡' 이라는 틀로 보여주니 저 차이들이 더 커다랗게 다가온다. 초록색 공룡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우리 사회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 더 쉬워진다는 걸까? '다른' 이를 너무 대놓고 공룡, 으로 정해놓은 건 무리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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