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400. 위험한 독서의 해 (앤디 밀러)
제목과 표지가 달랐다면 이 매력적인 책을 더 일찍 만났을지도 모른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의미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며 책을 사는 것으로 독서를 대신하던 어느날, 앤디 밀러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독서 클럽의 회원치고는 과한 경력을 가진 독서가) 고전 50권을 읽어내기로 결심한다. 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고 틈틈히 하루 50여쪽 (고전의 50여쪽은 다빈치 코드의 50쪽과는 다르다)을 읽어나가며 헤매고, 분노하고, 감탄한다. 그의 자유분방하지만 솔직한 반응과 해석은 내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고전 50권을 읽은 후, 그의 인생은 개선되었는가? 그는 여전히 앤디 밀러다. 하지만 결코 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
인문 독서로 인기몰이를 하는 자기계발서는 책읽기로 '인생이 달라진다'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앤디 밀러가 집중한 것은 책장을 넘기면서 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그 안에 깔려있는 사회, 역사, 경제의 굴레와 싸우는 인간을 만나는 경험이다. 의외로 폼 재지 않고, 예리한 관점을 쿨싴한 어조로 전달하는 저자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책에 실린 그의 사진은 좀...) 그의 50권 목록 중 내가 읽은 것은 5권. 마침 요즘 내가 하고있는 '떡썰기 프로젝트' 400권(편)읽기에서 "채 다 읽지 않고" 발췌해 훑어 읽었던 두 권을 양심상 목록에서 뺐다;;;; 그 기록은 기록일 뿐, 앤디 밀러 처럼 나도 쓰는(자랑하는) 것 보다 읽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책을 사는 것과 읽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을 습득하는 것의 차이를 되새긴다. 새로운 결심이랄까, 나 역시 책장에 묵혀둔 고전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목침보다 두꺼운 War and Peace 영문판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