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하루키 소설을 읽은게 언제였더라? 


지금의 큰아이 나이도 되기 전, 도서관에서 시험이나 과제물 준비를 하는 대신 소설책을 읽다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시절이었다. (그 땐 도서관에서 작은 서랍에 든 도서카드들을 일일이 찾아서 대출 신청을 했더랬다. 그런거 알아요? 젊은 양반들?) 상경한 과 친구의 자취방에 몇몇이 모여서 짜장면을 시켜먹고 나만 집에 가는 게 억울했던 시절이었다. 학보의 글은 난해하고 전공서적 문장에선 군내가 났다. 데모나 파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엔 삼청동에 있는 프랑스 문화원에서 하루 종일 자막 없는 프랑스 영화를 봤다. 노르웨이는 너무 멀었지만 나도 어떤 '상실'을 안다고 생각했다. 


수십 년이 흘러 얼마전에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었다. 그의 소설작법 책 <설가의 일>을 읽고 나서 그의 노동관(?)이랄까, 소설 쓰기에 대한 생각에 '일부' 공감했기 때문이다. 


1인칭 시점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그 편협한 소재의 이야기/경험 전달이 너무나 어색하고 징그럽다. 하루키에게 입이나 몸으로만 이용되는 인물들이 측은할 지경이다. 이들은 (대개 여성인데) 용도가 다하면 사라지거나 죽어버린다. 방황하는 "천재" 젊은이 역시 소재로 쓰이고 죽거나 떠난다. 왜이리 소설가나 인물들은 ㅅㅅ 에 집착하고 늘어놓을까, 이십대 초반엔 입과 성기만 뜨거운걸까. 그렇지 않을텐데. 20대 초반의 아이들은 떠벌이고 성행위를 강박적으로 한다. 그러고 그 다음 쪽에선 주인공/화자가 시침 뚝 떼고 덤덤하게 헷세를 읽고 토마스 만을 읽고 조금 눈물을 흘린다. (청소도 빨래도 한다) 


무엇보다 삼십대 후반 남자의 인생 다 알겠다는 감상주의로 이 모든 걸 깔끔한 척 포장하는 게 더 미웠다. 차라리 다시 읽지 말걸. 오십 넘어 이 책을 다시 읽는 내 눈이 이렇게 다른 것을 읽을줄은 몰랐다. 그냥 그렇게 내 젊은날의 독서 목록에 남겨 둘걸 그랬지. 


무엇보다 중학생 여자 아이의 '발칙한 거짓말'사건 부분이 제일 읽기 힘들었다. 아무리 사악하게 거짓말을 해서 상대 레이코를 공격했다지만 결국 30살 성인 여자가 십대 여자 아이를 성적으로 착취한 이야기다. 아이가 유혹했으니 어른은 억울하게 당했다고 말하는 셈이다. 아이에게 모든 비난이 가야하는 이유는 상대가 성인 남성이 아니고,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성이라서이다. 하지만, 중학생이라고!!!! 이 남자 작가야. 결국 이 여성은 그녀 나름대로의 '성적 치유 의식'을 주인공과 벌인다. 이걸 원했던 걸까, 하루키상은. 


나이든 여성 독자에겐 징그러운 이 과거의 소설이 작가(장강명)에겐 특별한 책이기도 하다는 걸 단발님 포스팅으로 알았다. 성행위가 성장이나 속죄 등의 통과의례로 사용된다는 점에선 이 책이 클래식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하아.... 아부지 장례치르고 와서 하는 딸의 '온 몸으로 하는 대화'라는 것이 그 '클래식함'에 어떤 것을 더하는지 나는, 이해 할 수 없다. 


아, 두 번째는 아니 읽었어야 좋았을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이다. 우린 너무 자주 만나는군요. 이제 그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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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10-22 0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번…
ㅋㅋㅋ

유부만두 2023-10-22 07:02   좋아요 1 | URL
ㅎㅎㅎ

페넬로페 2023-10-22 1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단어,
하루키보다
프랑스 문화원과 영화, 삼청동
공감백배이고 과거로 이동할 수 있었어요.

유부만두 2023-10-22 19:08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저와 동년배이시군요. 오늘같이 날 좋은 가을날엔 더 옛날 생각이 나네요.

서곡 2023-10-22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 하루키 원작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읽으며 이 분은 참 여전하시구나...했었답니다 그리고 나서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다가 그냥 덮었지요 ㅋ 마지막에 쓰신 것처럼 ˝이제 그만 만나요˝의 심정으로요 ㅎ 잘 읽었습니다 내일부터 새로운 한 주 잘 시작하시길요!

유부만두 2023-10-23 07:43   좋아요 1 | URL
전 ‘여자 없는 남자들‘은 읽을 수 있었는데 영화는 끝까지 못 보고 그만 두었어요. 기사단장도 참 힘들었죠. 이걸 어쩌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일인칭 단수‘는 채 열 쪽도 못 읽었어요. 이번 신간은 두껍지만 여러 곳은 공감할 수도 있었어요. 노작가의 시간에 대한 회고 등... 하지만 이젠 그만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이미 그 한계는 지났을겁니다.
서곡님께서도 멋진 가을의 월요일 보내세요. ^^

새파랑 2023-10-23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 소설을 자주 만나고 싶은데 ㅋㅋ 생각해보니 노르웨이 숲 재독한지도 오래된거 같아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

안그래도 최근에 위에 있는 버젼 말고 다른 출판사의 책을 구매했거든요 ㅋㅋ

기사단장 죽이기는 저도 좀 그랬습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23-10-23 15:43   좋아요 1 | URL
예전에 좋았던 기억보다 아쉽던 점이 신작에서 다시 보여서 그랬나봐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익숙한 것과 새로운 걸 다 원하기도 하는 마음이라 ....

책읽는나무 2023-10-24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 읽고 내 젊은 날에 내 눈은 띠용~ 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책은 좋다는데 오로지 그 부분밖에 기억이 나질 않아 다시 읽어볼까? 생각했었는데 음....그럼 저도 그냥 접는게 낫겠군요.
실은 1Q84 시리즈도 중간에 읽다 중단했어요. 저걸 완독해야 하는 게 숙제인데 왜 하루키의 소설은 죄다 왜 그 부분만? 떠오르는지?ㅋㅋ
그래서 신작 소설을 어찌해야하나? 고민 중입니다. 참고 읽어야 하나 싶구요.
그래도 젊은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추억의 작가라 내칠 수 없는 작가이기도 하구요.^^

유부만두 2023-10-24 09:42   좋아요 2 | URL
젊은 날의 독서는 젊은 날의 추억 속에 곱게 두는 것이 나았어요. 제 경우엔요.
전 1Q84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역시 멀티플 세계를 그리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서요. 하지만 소설을 꼭 완독해야 할 필욘 없지 않나요, 학교 숙제도 아닌데. ㅎㅎㅎ
(변명 중)
 

집안 꼬라지가 엉망이라 정리와 청소를 맘먹고 하려고... 일단 정리 책을 찾아 읽었다. 


정리 정돈 청소 등의 검색어로 찾는데 <아무튼, 정리>가 있더라고요? 전자책으로 다운 받아 읽는데 살림법에 대한 실제 '비법'이 아니라 아무튼 시리즈가 그러하듯 키워드 '정리'에서 시작해서 여러 의미의 '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경험과 함께 펼쳐지고 어떤 신념으로까지 뻗어간다. 그리고 책 표지에 나온 단어 '정리'가 넓고도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리 이즈 에브리띵.


첫 대목에서 저자가 ADHD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 기억력도 나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 여성이라 살림과 청소에 자신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와 정리 여왕으로부터 오늘의 집정리 에너지를 나눠 받으려던 의도는 꺾이지만 왠걸, 저자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데이터 전문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저자는(아, 나랑 다른 사람. 나는 컴퓨터나 기계에 대해선 공포와 비슷한 무지를 갖고 있다) 해외 거주(10살 이후 남아공-영국-미국)에서 겪은 경험을 정리라는 키워드로 분류하며 정리와 분류가 얼마나 인생에 필요하며 효율성을 높이는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효율성에 치중하다보면 나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도 잊지 않는다. 정리 작업은 유독성 제초제에서도 보이지만 사회 집단 안에서 '다른 모습의 사람'을 향해 칼을 겨누기도 한다. 또한 과거를 잘 기억해 되살릴 때 정리가 필요하다. (제노바의 뇌과학 책 인용이 반갑다) 


정리는 끝이 없고 의미를 잃기 쉽다. 하지만 내 작은 공간을 (조금이라도) 정리하기, 사이버 상의 호더 행위를 줄이기, 유독한 도구의 과한 정리로 일관성에 매몰되지 않기 등으로 우주의 엔트로피 증가라는 큰 흐름에 맞서며 내 주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 멋집니다. 예스, 정리. 아무튼, 정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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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20 11: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렇게 야무진 책을 쓸 수 있을까? 난 <아무튼 만두> 책 쓰고 싶은데...

은오 2023-10-20 11:12   좋아요 1 | URL
만두님께 김치만두를 더 좋아하시는지 고기만두를 더 좋아하시는지 여쭤보고싶군요..
전 김치만두요
만두님이 고기만두를 더 좋아하신다면.. 약간 실망할듯..ㅠ

유부만두 2023-10-20 11:16   좋아요 5 | URL
은오님, 전 모든 만두파에요.
만두의 세계에선 그 급을 나누지 않아요. 모든걸 포용하죠, 만두는.
심지어 만두피가 없어도 뭉친듯 흩어진듯 만두소는 만두ism을 나타내요.

제가 6년차 채식을 하면서도 만두에서만은 .... 가리질 못하고 있어요. ㅜ ㅜ
어젠 애호박 버섯 만두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반은 굽고 반은 쪘어요.

아 만두 얘기 괜히 했네요. 나 정말 정리하고 그러려고 했는데.

우끼 2023-10-20 11:23   좋아요 1 | URL
채식만두로는 안되나요! 흑흑

유부만두 2023-10-20 12:25   좋아요 1 | URL
한살림 채식 만두는 맛이 좀 아쉽거든요. 채식 만두는 만들어 먹지만 귀찮기도 해서 만두는 주로 사먹어요. 그런데 채식은 옵션이 거의 없어요.
수원의 연밀에서 애호박 만두는 (거의) 채식입니다. 아주 맛있어요!!!!

건수하 2023-10-20 13:46   좋아요 3 | URL
와 만두를 만들어드시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우끼 2023-10-24 15:41   좋아요 1 | URL
gmo걱정에서 어차피 만두가 벗어날수없다면 비비고 채식만두도 추천해요 맛은 훌륭합니다 !!.. 거기말고도 요새 대기업에서 채식만두를 잘만들더라구요
Gmo는 공장식 축산이 계속 이어지는 한 지속될거라는 말도 있어서요 ㅠㅠ gmo개발은 동물을 먹이려 개발된 것이기도 해서…. 그리고 동물을 먹는 한 gmo영향은 피할 수 없구요

유부만두 2023-10-20 20:09   좋아요 3 | URL
gmo는 피하기 어려워요. 특히 콩 두부류는 생협 등을 이용해도 완전히 거를 수 없다고 하던데요. 그저 최선(?)을 다해 내 먹거리가 어디서 오는지 살필 수 밖에요.

얄라알라 2023-10-22 10:38   좋아요 1 | URL
어머나!! 유부만두님, 차기작 혹은 데뷔작이 <만두>...
제 최애 음식이 만두입니다!!! 유부만두님의 만두ism교에 입당합니다

유부만두 2023-10-22 19:12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님, 웰컴 웰컴!!1

다락방 2023-10-20 1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정리 못하는 제가 이 책을 읽으면 정리를 잘 하게 될 수 있나요? 저는 그것이 궁금합니다..

유부만두 2023-10-20 11:21   좋아요 1 | URL
저도 정리 좀 해보려고 이 책 읽었는데요, 실은 정리라는 게 단순한 책장정리나 냉장고 정리 그 이상을 의미한다더라고요. 조금이라도 꼭 정리 분류하래요.
그런데 완벽 정리란 건 없으니까 죄책감 갖지 말자!고 희망도 줍니다.

잠자냥 2023-10-20 12:02   좋아요 0 | URL
락방아/ 안 될걸....

다락방 2023-10-20 12:11   좋아요 1 | URL
샀눈데??

잠자냥 2023-10-20 12:1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정리가 안 되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읽고 팔고 사! ㅋㅋㅋㅋㅋ 미쳐

유부만두 2023-10-20 12:31   좋아요 0 | URL
흠흠... 전자책으로 산 저는 좀 낫지요?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전자 ‘쓰레기‘의 어마어마한 부피/크기를 묘사해줍니다. 물론 기계치인 저는 이해 못함)

잠자냥 2023-10-20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리 작업은 유독성 제초제에서도 보이지만 사회 집단 안에서 ‘다른 모습의 사람‘을 향해 칼을 겨누기도 한다.˝ 이 문장 인상 깊네요... 으음.

제가 청소 열라 할때 집사2한테 좀 미안해서 집사2 없을 때 해버립니다.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20 12:26   좋아요 1 | URL
청소하는데 왜 미안해요????? 우리집에 오실래요?
하지만 책장 보면서 화 내기 없기.
다락방님 올리시는 사진보다 더한 꼬라지거등요. ㅎㅎㅎㅎ

하이드 2023-10-2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이 책 별로였는데, 왜 별로였는지 까먹었어요. 하지만, 정리는 중요하죠. 저의 제2 생활 목표. 제1목표는 수면

다락방 2023-10-20 17:55   좋아요 0 | URL
샀는데..... 하아-

유부만두 2023-10-20 18:41   좋아요 1 | URL
ㅎㅎ 이 책이 정리를 정리한 방식이 별로였을 수도 있겠네요. ^^

하이드 2023-10-20 18:49   좋아요 0 | URL
제가 싫어도 다 읽고 싫어하려고 책 읽다가 덮는 경우 거의 없는데, 이 책은 덮었어요. ㅎㅎ 뭐라고 써놓긴 했는데,못 찾겠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10-22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안에는 왜 꼬라지가 잘 붙을까요 ㅋㅋㅋ언제부터 정돈된 거주지에 살았겠어 우리가 그냥 누울 자리만 있음 된 거 아닐까요 ㅋㅋㅋ 오늘의 집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는 인테리어 집자랑 사진이 우리 에너지를 정리정돈과 청소에 과도하게 빼앗아 가게 만드는게 아닐까!!!!(이상 정리 하기 싫은 사람의 넋두리였습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23-10-22 19:11   좋아요 1 | URL
아니, 인테리어 집자랑 같은 유해한 사진을 왜 보십니까!

꼬라지 정리에 에너지가 많이 드네요. 가을이라 겨울 옷 꺼내고 여름 반팔 정리하는 데 아 힘들어요. 뭔 옷이 이리 많아?! 무슨 피팅모델도 아니고! (저도 넋두리입니다)ㅋㅋ

얄라알라 2023-10-22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호박 만두, 어렸을 때 너무 좋아했어요. 거기에 새우는넣어봤어도 버섯 생각은 못했는데 유부만두님께서 제 창의력을 일깨워주십니다! 만두ism에 급 끌리는 얄! ㅋ

유부만두 2023-10-23 07:44   좋아요 0 | URL
버섯도 식감이랑 향 때문에 만두소로 넣으면 꽤 맛있어요. ^^

얄라알라 2023-10-23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저 오늘 점심 메뉴, 만두 맛집에서 해결합니다! 궁금하시죠?^^ ㅎㅎ

유부만두 2023-10-24 09:42   좋아요 0 | URL
궁금한데요?! 맛 있게 드셨어요?

얄라알라 2023-10-24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네, 쌀국수와 만두 같이 파는 곳이예요^^ 덕분에 만두 생각 잘 해결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읽었다. 이야기가 순서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그래서인지 한 인물이라도 성격이나 상황이 매우 달라져 있기도 한데다 이름이 한글자 씩이라 누가 누구더라, 헷갈리기도 했다. 


다른 서재 친구분 리뷰에서 짚으신대로 무거운 주제가 한둘도 아니고 여러 개가 담겨있어 뻑뻑한 소설이다. 인물들의 대사나 상황 묘사보다는 직접적인 저자의 '설명'이 많아서 (작가는 "길고 혼란스러운 소설"(저자의 말, 337쪽)이 오독될까 걱정이었나) 내가 소설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간섭을 받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책은 328쪽이 아닌 700쪽쯤이 되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좀 느슨해도 좋았을걸. 


제약회사와 사이비 종교의 갈등 속에는 닮은 점이 보인다. 사욕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이용한다는 점, 가까운 약자에게 폭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고 피해자는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서 죽음으로 내몰린다는 점, 사회의 편견과 이분법에 결연히 맞설 수 있다는 점, 그러려면 돈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 남자 사람은 자아가 비대해서 모든 결과를 자신의 남성 몸으로 연결한다는 점, 그래서 좀 웃기다는 점, 정답지처럼 바른편 인물들은 밍밍하다는 점, 그래봤자 인간은 답이 없으니 다른 생명체의 인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 (정세랑 작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과하다. 


이 책이 사회 고발이 아니라 SF로 현실의 틀이나 공식을 흔든다는 것을 후반부에 가서야 알았다. 그 "빛나는 아우라"가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314쪽 맨 아래줄 문장에서 그렇게나 요약을 해버리니 음... 좀... 머.... 내가 알아서 읽을 수도 있었어요, 라는 맘 마저 들었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신체의 감각과 기능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그 어떤 환희와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체 안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128) 


하지만 그 고립과 고통을 공유하려는 따뜻한 제스쳐? 같은 소설이다. 그 두 사람, 사랑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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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19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글쓰기27일차!

유부만두 2023-10-19 10:16   좋아요 2 | URL
매일 매일 뭔가 하기가 정말 힘드네요. 그런데 잠자냥님은 하루에도 특급 뻬빠랑 리뷰 멀티플로 생산하시죠. 존경해요. 그리고 나 잠자냥님 좋아하는 거 같아요. (누군가 질투로 파르르 떨겠지만)

잠자냥 2023-10-19 10:19   좋아요 2 | URL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왜요 그 친구가 주소 들고 만두 님 집 찾아가고 싶다던데요. 근데 이렇게 사랑이 깊어질 줄 모르고 폐기했다고...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19 10:25   좋아요 1 | URL
흥칫핏. 그 아가님 맘엔 오로지 잠자냥 뿐이거든요.

단발머리 2023-10-19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빛나는 아우라... 그 부분이 참 좋았고. 테드 창도 생각나고 칼 세이건 소설도 생각나고 그랬는데 스포 될까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년쯤 지나서 써보려고요. 그런류 좋아하는 사람.
매일글쓰기27일차 화이팅!!

유부만두 2023-10-20 09:2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그런류‘ 좋아한다고요. 그런데 맘의 준비가 안 됐는데 훅 들어오고 설명 요점정리 후다닥 해버리니까 놀랐고요. ^^
오늘으 28일차입니다. 지금 읽는 책 마저 읽고 간단하게 감상 올릴게요. 100일이 긴 시간이군요.

보물선 2023-10-20 0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가?‘ 그랬음요ㅋㅋ

유부만두 2023-10-20 09:26   좋아요 1 | URL
보물선님 리뷰보고 엄청 공감했어요.

보물선 2023-10-20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같은 책을 연달아 읽고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이런걸 소울메이트라고 하나요? 음하하!!!

유부만두 2023-10-20 09:49   좋아요 1 | URL
그쵸! 쉬운 말론 찌찌뽕. ^^

유부만두 2023-10-20 09:51   좋아요 1 | URL
그런데 그 두 신간들에 대한 기대가 커서 실망했을지도 몰라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초연하게 책을 만나야겠어요.
 

이야기의 중심에는 제약사 소유주의 딸 '경'과 테러리스트/광신자 집단의 남자 '태'가 있다. 테러 이후 십수 년이 지나 경과 태가 가해자와 피해자/인질로 만난다. 경은 태를 인격적으로 성적으로 유린하며 집요하게 테러/폭발 사건의 경위를 묻는다.  


<고통에 대하여>에는 고통을 지우는 약품을 탐내는 사람들과 고통을 신앙의 증거와 은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나온다. 진통제를 개발하고 이익을 내는 제약회사는 그 신도들에게, 그리고 독자에게도 탐욕적이며 가학적으로 그려진다. (여기서 이해가 안되는게 제약사가 사장/연구소장 아들에게 신약 검사를 한다고요?) 그런데 신비로운 초강력 뉴진통제에 고통 유발제가 들어있고, 종교집단에서 이를 몰래 (강제)오용하다 참사가 벌어진다. 회사와 종교집단 양측 모두에서 진통제 남용으로 인명사고가 벌어진다. 


인간사의 다양한 징그러운 요소들이 나오는데 (그만큼 익숙한 전개이지만) 경의 말투나 태도가 중반부까지 읽은 지금 꽤나 거북하다. 태를 성폭행 하는 이유가 뭔가? 고통의 반대일 쾌락을 나름 고통스럽게 그려내는 걸까. 아니면 경의 오빠가 깨친 진리대로 No body, No pain을 설파하는 걸까. 결국 정보라 작가는 <저주토끼>에서처럼 육체성, 우리의 몸에 와 닿아 있는 문제를 다루는 걸지도 모른다. (잠깐만요, 나 머리 아픈 거 같아) 


알라딘 책소개 글에도 나오는 마약류 진통제 펜타닐이 떠올랐다. 마침 나의 주말 이틀을 고스란히 잡아먹어버린 넷플릭스 시리즈가 마약류 진통제를 '윤리의식 없이' 팔아제낀 제약 재벌가의 천벌 받는 이야기다. <어셔가의 몰락>. 제목처럼 내용도 에드거 앨런 포우의 시 Raven과 여러 단편들의 조합으로 만들었다.



8부로 구성된 시리즈는 "제약회사의 탐욕으로 판매되는 진통제는 중독 위험이 있고 부작용이 있는데도 비밀로 했기에 많은 피해자가 나왔다. 그 책임을 져라!"고 외친다. 그런데 정작 영상에 나오는건 헐벗고 취한 흥청망청 남녀들과 돈자랑+피칠갑+칼부림. 고어한 장면도 많고 동물 학대 장면도 과하다. (애묘인 친구분들은 피하십쇼) 첫화부터 아우슈비츠 가스챔버 생각이 나버리고 인권은 커녕 인명도 소중하게 생각 안하고 그저 자극의 최극단으로 치닫는다. 


자, 여러분 아찔한가요? 이런게 마약성 진통제라고. 그래서 으스스해야 할 어셔가 언니가 짠! 출현할 때 클라이막스임에도 나는 멍하니 덤덤하게 과자를 먹으면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통증이나 잔혹한 장면이나 자극에 점점 익숙해 지는 것이다. 나 원래 섬세한 사람입니다만. 그래서 이 시리즈를 재밌게 봤다고, 추천까지는 못하겠다. 아무리 약물 남용과 모랄 해저드에 대한 통렬한 경고가 제작의도였다 하더라도 눈앞엔 18금의 얄팍한 네러티브였으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1840년대에 포우가 발표한 단편들이 사실, 뭐 아주 우아한 글들은 아니었잖아요? 잔인하고 섬찟한 이야기에 깔끔한 추리나 해석이 매력적이죠. 그의 "이야기"의 재미를 즐기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아니, 그럴 시간에 나는 포우의 원작을 찾아 다시 읽었다. 더 레이븐,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붉은 죽음의 가면극, 구덩이와 추, 배반의 심장, 황금 벌레, 아몬티아도 술통, 모르그가의 살인 등이 소재로 활용되는데 극중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애너벨 리와 레노어), 아 얘는 곧 죽겠네,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벽에 넣고 발라버리는 악당 꼭 나오고. 


흥미롭게도 제약재벌의 우두머리인 어셔가의 쌍둥이 남매는 어머니의 직장 상사 (이름이 롱펠로우!!!) 성착취로 태어난 사생아들이다. 그리고 제약회사(회사 이름이 포르투나토) 직원이면서도 어머니는 고통이 구원이며 신의 은총이라 믿으며 치료를 거부하다 죽는다. 이러니 아이들에게 고통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드라마 시리즈도 다시 읽은 포우 소설들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포우 소설들이 그냥 그런 얄팍한 네러티브는 아니더라고요. 허무랭랑한 유령 이야기로 보이는 소설에서 양심의 가책이랄까 죄의식이 '약물'의 힘을 얻어 아주 생생하고 펄펄하게 터져나와 인물들과 독자를 압도한다. 그러하다. 포우가 170년 전에 만든 이야기는 제대로 약빨고 만든 것이다. 주인공들이 지레 겁먹고 도피하고 무시하고 죽여버린 '그것'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여기엔 드는 '약'도 따로 없다. 얌전히 읽어드려야지 머.


그리하야, 나는 금요일에서 일요일 밤으로 점프해버림. 이야기처럼 강렬한 시간순삭 방책이 더 있을까. 실은 오늘도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설 조금 읽다가 포우 단편 하나 읽고 오고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정작가가 조금 밀리는 기분. 


포우 작품의 재해석 혹은 2차 팬 창작으론 이번 시리즈 말고도 몇년 전에 본 영화 <더 레이븐>이 있다. 무려 마이클 코널리 소설로 만든 작품. 그 영화에서 '진자'의 구체적 모습이 너무나 강렬했는데 이번 넷플릭스 시리즈도 그 기계 장치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더해서 몇 년 전에 읽은 소설 Poe Shadow도 있다. 


10월이다. 아무리 강렬하다 해도 이야기보다 지금의 현실이 더 무섭다. 벌써 일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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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18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셔가의 몰락>은 저도 그냥 한 번 틀어서 3회까지인가 보다가 아.... 도저히 지루하고 재미없고 무섭지도 않고.... 기타 등등 더는 흥미 유발도 안 되기에 그냥 껐습니다. ㅋㅋㅋㅋ 저도 만두님처럼 뭐야 펜타닐 이야기냐 했다능 ㅋㅋㅋ

어셔가의 그 집안 애들... 저렇게 돈이 많은데 고작 생각하고 실행한다는 게 저것 뿐인가 싶더라고요.... 으음. 그리고 너무 웃긴 게 어셔가 그 집안 아버지란 작자 무슨 인종별로 여자를 수집했나봐요? 자식들 인종이 참... 다채롭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18 16:35   좋아요 1 | URL
그쵸? 후반에도 제약회사 훈계 장면이 반복 됩니다. 어셔가 애들 수준은 … 참 그렇고요. 어셔가 변호사 역의 배우가 루크 스카이워커라 깜짝 놀랐어요. 인종마다 골고루… 씨를 뿌리고 “양육비 부담한” 어셔라는 캐릭터는 젊을 때랑 나중이랑 너무 달라서 .. 그냥 시리즈가 얼마나 포우를 잘 읽었나 알아봅시다 맘으로 봤어요. 포우 소설 재밌습니다.

잠자냥 2023-10-18 16: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그 집 막내인가요? 야 이눔아... 그 돈으로 고작 생각한다는 게 성산업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비는 약팔고 아들은 성산업하고.. 아 현대 세계의 축약판이군요!

유부만두 2023-10-18 16:50   좋아요 1 | URL
그래서 멍청한 걔가 제일 먼저 죽잖아요.

잠자냥 2023-10-18 16:57   좋아요 1 | URL
그 장면도 웃기지 않았어요? 난데없이 데이지 뷰캐넌 등장 ㅋㅋㅋㅋㅋㅋㅋㅋ
밥 먹다 진짜 뿜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0-18 17:05   좋아요 1 | URL
닮게 잘 했드만요. ㅋㅋ 걔들이 “가장 무도회” 다녀온 후라 그래요. 근데 20년대 = 개츠비라니 넘나 쉬운 코드. 남매가 십대에도 (아무리 엄마 장례날이래도) 한침대 쓰더니 무도회 커플룩이라니 전체적으로 어른 페리테일 같다 싶었어요.

hnine 2023-10-18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셔가의 몰락은 어릴 때 TV명화극장 뭐 이런데서 흑백 영화로 보았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그런데 그 무서움이 매력인듯 몇년 전에 책으로 다시 한번 읽었어요 ^^

유부만두님, 정말 독서량이 굉장하시다는 생각을 오늘도 (오늘‘도‘) 하고 갑니다.

유부만두 2023-10-19 07:32   좋아요 1 | URL
포스팅에 올린 책들은 이번에 완독한 게 아니고요;;;;;
여러 판본에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함께 올렸어요. ^^
정보라 작가 신간은 이틀에 걸쳐서 읽었고요. 두껍지 않아서 부담이 덜 했습니다.

꼬마요정 2023-10-19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정말 무섭습니다.ㅠㅠㅠㅠ

넷플릭스에 <어셔 가의 몰락> 올라왔길래 주말에 볼까 했는데, 안 볼래요. 그냥 포우의 소설을 다시 읽겠습니다. 저의 첫 포우의 소설은 <검은 고양이>였는데, 충격이었어요.

약물 하니까, <고통에 관하여>도 그렇고 <유괴의 날>도 생각나네요. 학자적 호기심인지, 돈욕심인지 몰라도 어린 아이를 상대로 실험하는 건 진짜 나쁜 짓이잖아요ㅠㅠ

유부만두 2023-10-20 09:29   좋아요 1 | URL
네. 벌써 일년이에요. 대형 안전 사고가 이렇게 빨리 시간 속으로 흘러가는 게 무섭고 또 슬픕니다.

어셔가 몰락 시리즈물은 소설로 만나시는 게 더 ‘안전한‘ 공포감을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폭력 약물 등등이 절제없이 쏟아져서 과합니다.;;; 특히 고양이 다치는 장면이 잔인하게 나와요. 피하세요.

유괴의 날, 도 그런 무서운 이야기인가보군요. 학자적 호기심이건 뭐건 생명체를 다루는 일에 윤리보다 앞설 수 없다고 생각해요. 포우 이야기도 그냥 백몇십 년 전의 ‘이야기‘로 보는 게 맘이 편하더라고요.
 

윤세호 기자의 책은 LG트윈스 암흑기의 마지막 해 2012년부터 10년을 돌아본다. 현직이라서인지 갈등의 시기를 말하면서도 심한 비난은 아낀다. 새로운 내용이나 숨은 이야기보다는 팀의 시간들을 순한 맛으로 돌아보는 글이다. 


2012년의 트윈스는 주력 타자와 포수의 fa 이적, 그리고 에이스 투수의 불법 도박으로 인한 이탈 등으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후 1년만에 팀이 2위까지 오르는 반전을 만들었다. 이후 반복되는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와 이적으로 팀 성적이 오르내림을 되풀이 하다가, 드디어 저변 확대를 통하여 팀이 안정되고 신인과 베테랑이 조화되는 과정도 실려있다. 이 모든 과정이 쌓여가며 무려 29년만에 정규리그 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하게 되었다.


1994년의 우승을 잇는 두번째 우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직관할 수 있을까. 유광점퍼는 샀으니 티켓팅에 전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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