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과 그 애틋한 마음은 잘 알겠다.

일본이 천황의 이름으로 끔찍한 일을 무수히 저질렀다고 해도, 나치와 소비에트 정권이 저지른 일들에 비할 바는아니다. 일본은 종교나 계급 때문에 수백만의 자국민을 죽이지는 않았다. 일본이 중국과 동남아에서 벌인 잔혹함이나 전쟁 포로에 대한 끔찍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레닌그라드 침공 때나 바르샤바 항거를 진압할 때 보인 독일의 행위와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도조가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와 같은 성자는 아니지만(도조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군국주의자였다) 나치 전범인 헤르만 괴링 같은 악인도 아니었다. 도조는 광적인 신념에 사로잡혀 일본의 국가기관을 탈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의 의무라고 생각한 일을 성실히 수행한 군인이었고 관료주의 사회의 경쟁에서 동료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총리의 자리까지 올랐을 뿐이다.

국가사회주의와 천황 숭배와 인종 차별주의가 뒤섞인 위험한 사상의세례를 받고 자란 이 젊은이들은 그런 상황에서 동아시아 특유의 정치적 수법을 동원했다. 집권 정부를 당혹시켜 확실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국가주의와 인종 혐오를 극적으로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일본보다는 중국과 한국에서 두드러지지만, 전쟁 전 일본에서는 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당시 벌어졌던 일의 원인을 찾다보면 궁극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중국 대륙에서의 모험주의와 제국주의적 야심, 소련에 대한 두려움, 나치에 대한 동경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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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2-14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이 준 돈을 받고 책을 쓴 건가요?

저자는 1930년대, 일본 군부와 일부 모
험주의자들이 일본 국가를 병영국가,
군국주의 국가로 만들어간 과정을 모르
고 있던가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가 보
네요.

관동군 참모장이었던 도조 히데키가
광적인 신념을 가지고 중일전쟁 당시
차하얼 병단을 이끌고 현상 유지하라
는 본국의 훈령을 무시하고 확전에 나
선 역사적 사실은 아예 모르겠죠.

소련에 대한 두려움은 할힌골 전투에
서 주코프가 이끄는 소련군 기갑부대
에게 호되게 당한 아름다운 추억 때문
이겠죠.

자료의 취사 선택으로 사실과 다른
저작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
여주는 실례 같습니다.

유부만두 2023-02-14 23:15   좋아요 1 | URL
미국인 저자는 오랜 일본 거주 경험이 있고 일본에서 대학 교수도 했어요. 서문에 자신의 아버지가 태평양 전쟁에 나갔던 일도 언급하며 “바깥” 시선임을 이야기 하지만 일본 역사와 문화를 개괄하며 일본의 침략 전쟁을 이런 식으로 써놓았어요. 책 제목도 애매해서 “과거의 굴레”에 잡혀있는 일본을 안타까워 하는 느낌이에요. 피해자들이 나온 엄연한 역사적 전쟁을 이렇게 퉁치다니 놀라울 뿐이에요.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라는 책 홍보글에 낚여서 시작했는데, 글쎄요,… 책의 핵심은 저자의 전공인 경제 부분이라 그 부분을 읽으면 책에 대해 할 이야기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Jackson belonged to the generation of women whose angst Betty Friedan unforgettably chron-icled in The Feminine Mystique: women born during or just after World War I, who were raising their families in the 1940s and 1950s. Like the housewives who felt a "strange stirring" of dissatisfaction as they went about their chores, Jackson, too, fought to carve out a creative life amid a bustling family." (introduction, 3)


"잭슨은 베티 프리단이 <여성성의 신화>에 잊지못할 기록으로 남긴 불안을 가진 여성들의 세대에 속했다. 1차대전 중 혹은 직후에 태어난 이 여성들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가족을 부양했다.  집안일을 하면서 불만스러운 "이상한 동요"를 느낀 주부들처럼 잭슨 역시 부산한 가정 속에서 창작을 하는  삶을 개척하기 위해 분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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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1-1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박한 번역은 유부만두가 한 것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1-19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유부만두 2023-01-26 16:35   좋아요 0 | URL
^^

단발머리 2023-01-19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셜리 잭슨 책 너무 근사해보이네요. 투박하다고 하시는데 번역도 근사하고요!!

유부만두 2023-01-26 16:35   좋아요 1 | URL
책 근사하긴 한데요... 소설 내용과 저자 인생+심리를 한 덩어리로 다루고 있어서 좀 버겁습니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한국어 번역판 저자 머리말' 두째 쪽에서 머뭇, 하게 되었다. 


9쪽, 마지막 문단 셋째 줄 


"이 책이 나온 이래 가장 최신의 흥미로운 페미니즘 이론은 신물질주의 페미니즘(new materialist feminism)이다. [...] 스테이시 알라이모와 수잔 헤크만은 그들이 편집한 책 <물질적 페미니즘 Material Feminisms>의 서문에서 페미니즘은 물질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른 책에서 '신유물론적 페미니즘'이라는 표현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 '신물질주의'라고 번역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추가: 읽다보니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3장에는 '유물론'이라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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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1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바 없어요. 하지만 그냥 저 영어단어 머티리얼을 그냥 단어 그대로 직역한게 아닌가싶은데요. ㅎㅎ

유부만두 2023-01-12 22:16   좋아요 0 | URL
이상해서요;;; 이미 신유물론적 페미니즘으로 쓰는 용어를 왜 굳이 다르게 번역했을까요?

건수하 2023-01-13 08:46   좋아요 0 | URL
저도 바람돌이님 처럼 생각... 번역자에 따라 의견이 좀 갈리는 걸까요?

scott 2023-01-12 2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물질주의 페미니즘(new materialist feminism)은 질 들뢰즈가 처음 제시 했고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이 용어를 최근에서야 쓰고 있습니다

유부만두 2023-01-12 23:25   좋아요 1 | URL
우리말 번역에서 “신유물론적 페미니즘” 대신 “신물질주의 페미니즘”은 처음 봐서요.

책읽는나무 2023-01-12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전 신물질주의도 페미니즘 분류 용어 중 하나인 줄 알고 그냥 읽었어요.😅

scott 2023-01-12 23:02   좋아요 0 | URL
👍👍👍

책읽는나무 2023-01-12 23:21   좋아요 1 | URL
전 몰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던?? 긁적긁적!!!

단발머리 2023-01-13 1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답글 달고 싶네요. 그러나............... (아는 게 없어서리) 고구마 삶으러 갑니다.

유부만두 2023-01-13 11:33   좋아요 1 | URL
아는 게 없어서 저도 고구마 먹다가 질문 글 올렸어요.
 














다른 쪽에서는 뭔가 기묘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무라시게는 그것이 '미사'라 불리는, 남만종을 믿는 이들의 법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타미 성읍에도 남만종 신자가 있어, 그들은 선교사가 없는 아리오카성에서도 의지할 곳을 찾아 어렴풋이 주워들은 미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선교사와의 친분을 맺었던 다카야마 다료는 그들에게 믿음직한 기둥이었다. (169)



마리지천은 일광보살이다. 빛은 누구도 잡을 수 없고 무엇으로도 상처 입힐 수 없다. 때문에 무사는 육신이 일광처럼 상처 입지 않기를 바라며 마리지천을 숭배한다. 무라시게는 문득 철포가 없었다면 다료는 남만종에 귀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남만에서 넘어온 철포로부터 몸을 지키려면 남만신의 가호가 좋다...... 그런 소박한 믿음은 무라시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222) 



"불탄 것은 남만종 예배소, 주위는 공터라 불이 퍼지지는 않고 저절로 꺼졌지만 남만종 신도 한 명이 십자가인가 하는 것을 가지러 불길 속에 들어가 그대로 타 죽었습니다."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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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판 사냥터지기 레메즈는 충청도 사투리를 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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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2-12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구수하네요. 너무 구수해서 집중이 안 되네요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3 14:08   좋아요 1 | URL
민음사 남자랑 펭귄 남자랑 다른 사람인거라고요. ㅋㅋㅋ

공쟝쟝 2022-12-12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얽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리와보슈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3 14:09   좋아요 0 | URL
불렀슈?

Falstaff 2022-12-12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를 제패한 충청도 사투리..... 아녀유?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3 14:09   좋아요 1 | URL
그쵸. 요즘 많이 보이는 백 아저씨 떠올라서 .... 힘들었어요. ㅋㅋㅋ

persona 2022-12-12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톰 소여도 그랬던 거 같어유…

유부만두 2022-12-13 14:10   좋아요 1 | URL
아이고. 전 문학동네 세계문학 번역에 사투리 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정말 충청도가 세계를 재패했나봐요.

책읽는나무 2022-12-12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펭귄판 믿기지 않네유~ㅋㅋㅋ
아니...근데 펭귄판 표지 부인 등은 좀 야하다!!

유부만두 2022-12-13 14:10   좋아요 1 | URL
다들 벗은 등으로 어필하고 있더라고요.

공쟝쟝 2022-12-12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댓글 다 충청도 사투리을 하시네유 ㅋㅋㅋㅋㅋㅋ 아부지이이이이 도오오오올 굴러가아아아유우우우우우

유부만두 2022-12-13 14:10   좋아요 1 | URL
근데 그 돌이 두 개 유우우우

반유행열반인 2022-12-12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펭귄판으로다 읽었구만유 이 사투리보다도 사드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에서 지기미-구만유 하는 게 더 웃겼어서 내성이 생겨 이 책은 무난하고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3 14:11   좋아요 1 | URL
그 장광설 부분에서 사투리라니!!!! 정말 대단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