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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실험

[ ] 카프카와 죄의식의 생산: 사회보험은 노동운동으로부터 태어났다. 진보의 빛나는 정신은 따라서 사회보험 안에 거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이 제도는 관료들의 어두운 둥지일 뿐이다.(카프카) 268 [성]의 연락비서인 뷔르겔은 말한다. ˝우리는 시간, 시간 그 자체와 노동 시간 사이에 어떤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이런 구별들은 우리에게 낯선 것입니다.˝/˝K는 행정과 삶이 이 정도로 겹쳐지는 것을 결코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었다. 너무 겹쳐져서 사람들은 때때로 행정이 삶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느낄 정도였다.˝ 268 [소송]에서, 고발은 절대로 명확히 진술되지 않는다. 실업은 네 잘못이야라고 암시하려고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업이라는 잘못은 모호하고 불확정적이고 부정확한 윤곽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고발은 점차 어떤 것에 대해 죄를 지었다는, 잘못을 했다는 의심과 느낌을 정착시킨다. 269 삶에 있어 실제적 석방은 단지 이론적으로만 존재한다. 표면적 석방은 사람들이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군대로, 군대에서 공장으로, 하나의 감금에서 다른 감금으로, 하나의 유죄에서 다른 유죄로 옮겨가는 규율 사회들에 속한다. 그리고 각각의 옮김은 판단/평가에 의해 표시된다. 사람들은 하나의 석방 - 너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너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다 등-에서 다른 서류-너는 군인이다. 너는 노동자이다. 너는 은퇴자이다 등-를 심리하는 다른 소송으로 옮겨간다. 무한한 석방유예는 반대로 결백과 유죄의 추정에 동시에 무한히 속하는 상황으로 유지한다. 271 소송의 첫 번째 단계의 무한한 연장은 끝이 없는 추적조사를 포함한다. 피고소인의 시간표와 추적조사의 시간표는 서로를 따른다. 272

[ ] 카프카, 예술, 작품, 예술가 그리고 공중: 카프카는 그의 마지막 단편소설(1924) [여가수 조제피네, 또는 쥐들의 인민]에서 마르셀 뒤샹과 원거리 대화를 시작한다. 274 쥐들의 종족은 음악에 재능이 없고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매일 매일 걱정에 사로잡힌 쥐들은 ˝음악처럼 자신들의 삶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 다다를 수 없을 것이다.˝ 조제피네는 인민 안에 음악에 대한 사랑을 유발할 줄 아는 유일한 자이다. 275 하지만 하찮은 막노동꾼들도 휘파람소리를 힘들이지 않고 내지만 조제피네는 그 소리도 간신히 내는 정도이다. 276

[ ] 호두를 깨는 것은 정말로 전혀 예술이 아니다. 아무도 공중을 즐겁게 하기 위해 그의 눈앞에서 호두를 깨기 위해 관객을 소집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런데도 그것을 한다면, 그리고 그의 목적에 도달한다면, 그렇다면 호두를 깨는 것만이 관건이 아니다. 아니면, 실제로 그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그것을 너무 잘할 줄 알다 보니 그것이 예술이었다는 것을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을, 그리고 이 새로운 호두 깨기가 그것의 진짜 속성을 폭로하기 위해 출현해야만 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예술가가 우리들 대부분보다는 호두를 약간 덜 잘 깬다면, 생산된 효과는 아마도 더 클 수가 있기 때문이다. 277

[ ] 뒤샹에게서처럼 레디메이드는 ˝실재˝를 생각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정신의 기술이다. 왜냐하면, 이 이상한 휘파람 불기를 경험한 두에 쥐들은 이렇게 확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에게서는 전혀 감탄하지 않는 것을 그녀에게서 감탄한다.˝ 바로 보통이고 평범한 활동 안에, 모든 사람이 할 줄 아는 것 안에 낯선 자, 이방인, 친숙하지 않은 자가 거주한다. 278 조제피네의 예술은 아름답지 않고 비범하지 않고 숭고하지 않은 기술들을 통해 일상의 평범함의 시공간을 중지하면서 예술이 말, 취향, 의견, 평가로 고정되기 전에 아동기의 순수함을 향해, 아동기의 전언어적이고 전인식적인 세계를 향해 열린다. 278 비 기교와 재료의 빈약함은 공중에 대한 전통의, 저자의, 작품의 권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민주적˝ 기술들이다. 279 모든 교란은 환영이다. 바깥으로부터 온 모든 것은 노래의 순수함을 해친다. 그리고 ˝군중을 깨우는 데˝ 기여한다.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통인 활동들의 가장 작은 것 안에서 ˝비가시적인 것˝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279 그녀는 일종의 보장된 소득을 요구한다.조제피네에 따르면 노래가 초래하는 피로가 자신의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한 노동의 피로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쥐들은 그녀가 말하게 내버려두고 무시한다. 282, 283

[ ] 조제피네가 그녀의 노래가 야기하는 피로의 ˝인정˝을 위해 여러 형태로 투쟁할 때 바로 그 대립 자체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예술의 지위와 노동의 지위라는 두 개의 지위 모두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것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이고 미적인 새로운 체계의 발명을 초래할 것이다.....화자가 보기에 ‘조제피네는 쇠퇴와 잊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권위적으로 주권을 가진˝ 인민은...˝자신의 길을 계속 간다.˝..만약 우리가 우리의 해석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미적 실천들과 이 새로운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조건들을 통합하는 것에 대한 인민/계급의 거부가 우선은 인민/계급의 쇠퇴를, 다음에는 인민/계급의 소멸을 이끌어낸다고 확언할 수 있을 것이다. 284

볕뉘.

0. 말미 부록이다. 오히려 이 부분부터 거꾸로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올해 초 벗에게 받은 카프카 책이 떠오른다. 단편집은 살펴보지 못한 것 같은데 호기심이 생긴다.

1. 저자는 시간이 회색톤으로 균질화되는 것을 되살핀다. 그에 앞서 대부분의 삶이 저당잡혀있다는 것을 문제삼는다. 빚.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정해놓는 일상. 무섭도록 획일화된 진한 회색빛. 그 나날이다. 시간은 차곡차곡 쌓이지도, 또 다른 씨앗을 만들어내는 모태가 되지 않는다. 기다리거나, 여물거나, 꽃잎이 벌어지는 시간을 달리보지 않는다. 텅 빈 시간. 멍 한 시간들.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시간만을 환산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사회의 기준에는 약한자나 기울어지거나 아픈 자나 아플 자는 그 성원이 될 수 없다.

2. 희귀한 조제피네. 그녀를 위해 말을 만들어내고, 삶의 시간을 찾아내고, 무색하기만 한 행정에 그라비티를 해야할 지경일 것이다. 하물며 정치는 행정의 뒷짐을 진 채, 새로운 것이라면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바보임을 명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라는 사실. 하나 하나 아둔을 풀어헤치고 다시 맞추어나가야 할 것이다.

3. 심정적인 것들이 다시 확연해지거나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 위태로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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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 기자에게 묻다. 제일 필요한 게 뭔가요. 팩트! 아뇨. 이것. 통증이 있는 곳으로 몸을 늘리는 기술*. 시를 보라고 하죠. 팩트는 이것에 맞춰 넣는 거죠. 다들 기자보고 말문이 막혔다. 이야기는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통증을 눌러보고 그리로 ‘몸‘ 을 늘리자. 지는 꽃 핀다.고. 꽃그늘 피어넘친다고. 그제서야 글에 피맛이 도는 거라구.

볕뉘

기자는 넘치고 기사는 없어. 지금 여기저기 . 세상 저기여기. 기사다운 글을 짓는 이 없어. 세상을 꿈쩍하게 하는게 기사지. 세상 끔찍한 것만 넘쳐.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장 먼 길을 가려는** 이가 보이질 않아.

*신영배 ** 신영복

부르지 않았는데도

살다
떠다밀지 않았는데도
통증이 있는 곳으로 몸이 늘어난다
견딜수 있는 만큼
밤이나 낮

혹은 봄
붉은
살다
통증이 가라앉은 곳도 늘려본다
바람이나 노을

만큼,

-꽃, 살다 신영배, 《물속의 피아노》에서

시모임 ‘다시‘ 에서 이 시로 반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듯하다. 김춘수, 김수영, 숱한 시인들이 있어 이 시가 있는거라고... 시를 보다 그만 숨을 멈추었다. 하나 둘 셋 정적이 흘렀다. 나누다보니 외우다시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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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일자리/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디지털 vs 인간)

1.

[ ] 합의를 구축하고 준비하기/사람들을 준비시키기/정부를 준비시키기/보편 소득/노동력을 준비시키기/우리 자신을 준비시키기/뒤돌아보기와 내다보기 로봇과 일자리 제4장

2.

[ ] 미래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언제나 열린 상태이기에, 우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고 그런 선택은 언제나 뒤집어지고 바뀔 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기술이 아닌 인간인지도 모른다....분명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걱정하기보다는 우리가 개인으로서, 그리고 집단으로서 어떤 일이 벌어지길 원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데 반드시 논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신 우리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희망과 두려움을 토대로 삼으면 된다. 19

[ ]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때 컴퓨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답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질문을 찾을 때는 아무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답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질문을 찾을 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질문이 무엇인가?‘다. ..부드러운 인간의 마음과 딱딱한 디지컬 뇌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함의 습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327 인간에게는 손이 두 개 있고 그 손을 써야만 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손을 움직여야 머리도 돌아간다.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현실 감각을 잃지 않도록 손을 쓸 일을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 328

[ ]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 (2)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3) (1,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두 번째 원칙의 경우 사회가 함께 합의해서 인간의 명령에 순위를 매겨야 한다. 무슨 사고가 나거나 인간이 다치거나 죽으면 누가 책임지는가? 운영자인가, 감독관인가, 소유자인가, 프로그래머인가, 설계자인가? 제조업자인가? 기계는 언젠가는 의식을 지니게 될 것이고, 그러면 기계가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인간이 책임을 져야만 한다.335/ 아시모프의 후기 작품에서 착안한 제0원칙을 더해야 할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기계는 더 장기적인 사회의 이익이나 더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의 이익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위 3원칙을 수정해달라고 인간에게 청원할 수 있다. 336

[ ] 우리가 미래에 맞닥뜨리게 될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닌 문화에서 비롯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정서적인 욕구와 감정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저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에 맞추느라 애먹을 것이다. 관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정서적 욕구와 감정이 인간에게 남은 전부다. 337 우리가 인간 고유의 특징인 열정, 호기심, 연민, 용서, 결함, 부끄러움, 의심, 유머, 희망 등을 대안을 찾는 데 쏟는다면 내가 보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의식이 깨어 있으며 우리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충분한 증거가 된다.338 기계도 언젠가는 정서와 감정을 흉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실리콘 세이렌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그런 기계의 정서와 감정은 모두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사고하고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일을 기계에게 맡기도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339

[ ] 마사 레인 폭스는 ˝사물의 심장부에 인터넷을 집어넣으면 더 흥미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내 생각은 다른다. 사물의 심장부에 넣어야 할 것은 인터넷이 아닌 인간의 마음이다. 340

볕뉘

0. 두 책 모두 AI로 일자리를 모두 잃을 것이라는 극단을 경계한다. 오히려 인문, 역사, 사회 문화, 정치적인 그 관계에 둘러싸인 것들을 살펴보고, 그 완충의 결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수 있음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작은 책방에서 북큐레이팅을 잘 해놓아 구입하게 되었다.

1. 어쩌면 기술 만능이라는 자만을 되살펴보는 기회가 지금인지도 모르겠다. 아시모프의 제2원칙, 기계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도 아직 이 사회는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성찰력이란 이렇게 부재하다 싶다. 유행과 패션에만 민감한 종의 본질을 맘껏 보여주듯이 말이다.

2. 로봇과 일자리란 책에서 보편소득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는 좌파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파의 해답 역시 그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 일자리가 사라진다에 시선의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어떤 삶을 원하는가가 더 깊이 더 넓게 이야기될수록 세상은 좀더 곁으로 인간답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기술을 방목해버렸는지 모른다. 우리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도 새삼스럽게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4. 그 맹목적인 순진함을 버릴 때가 왔다.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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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0.

[ ] 세상에는 위를 보는 사람이 있고, 아래를 보는 사람이 있다. 나보다 더 가진 사람들을 선망하여 무엇이든 밟고 올라가려는 이가 있고, 내 삶을 지탱하는 것이 어쩌면 많은 이들의 노동과 희생 위에 이뤄진 것이 아닐까 끝없이 고민하는 이가 있다. - 겉표지에서

[ 1 ] 오로지 자신의 취약함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을 때 또렷하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시작하기 전전글

[ 2 ] 산악인들은 케이블카를 타고서는 제대로 산을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순식간에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 또 순식간에 내려오는데 그런 식으로는 산의 면면을 확인할 수도 없을뿐더러 산마다의 고유한 감흥을 발전시킬 경험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세 산에 대한 인상도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9

[ ] 이런 숫자들은 우리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9

[ ] ˝클로즈업은 통계의 대척점˝이라고 존 버거는 사진에 관한 중요한 에세이에서 말한다. 9

[ ] 통계와 클로즈업이(그리고 그렇게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활동이) 건축으로치면 설계와 감리 같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10

[ ]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꿈꿔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맛있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동물의 살점으로서의 고기 역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11


볕뉘.

0. 삶의 조건은 끊임없이 추락과 동시에 상승한다. 시이소오의 맞은 편의 삶은 늘 들뜬다. 추락은 없을 듯 고요하다. 저자의 책을 도나 해러웨이의 유사저작으로 생각하다. 인간의 조건의 저자임을 반추해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 험로와 기억이 고스란히 클로즈업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저작이다.

1. 시작하기 전에 멈추었다. 시작하기 전의 글을 읽다가 이내 멈추어 서 버렸다. (0.1) 취약함을 온전히 인식할 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 앞과 미래만 보려는 노력이 난무하는 시대. 어쩌면 평범한 중류층의 건장한 가장의 시선은 스러지거나 사라지는 것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지금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며, 나중이란 시선에 늘 팽개처진 채. 하루하루를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 삶인 줄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은 자꾸만 늘어나는 황량해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겠다 싶다. 거꾸로 박박 기어가는 일.

2.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낼 지 의문이다. 아니 두렵다. 책장을 넘기기가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또렷하게 분별해내는 일이라면, 보고 싶은대로 보려는 시대에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을 느끼려면 읽어야 한다.

3. 지금 여기 스러져가는 것들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아니 함께 따스해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마음을 잠시 내려 놓고 가고 싶다. 아프더라도...상처를 입더라도.....숫자에만 민감해 건망인 시대에 말이다. 아픔을 짚어넣어 가슴에 새기는 것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낳는지, 삼키게 하는 우울이 우리를 덮을지라도....

4. 가 보아야 하는 길은 아닐까...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한 걸음도 아니 반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꾸 세상 위를 보는 사람들만 생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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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텍스트주의 - 호지슨에 의하면, 서구문명 비판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인식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모든 저작은 문제의 현상에 대한 이해를 기본적으로 좌우하는, 저자의 기존 신념들의 산물이라는 것이다....호지슨과 사이드, 두 사람 모두에게 담론으로서의 서구 문명은 서유럽이 나머지 인류에 대해 문화적,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뿌리깊은 관념에 입각한 것이다..이러한 본질은 그 문명들이 생산한 위대한 경전들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는 ‘텍스트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한다....우리는 서구의 역사를 자유와 이성의 이야기로 이해하게 되고, 동방의 역사를 전제주의와 문화적 정체의 이야기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17

[ ] 지역사회들과 이슬람교의 기본적 이상의 상호 작용은 무수히 많은 사회적.문화적 혼합체들을 만들어냈는데, 그들은 모두 명백히 이슬람적이면서 동시에 분명히 중국적이거나 아프리카적 혹은 투르크적이었다.....이슬람 문명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 등의 이분법적 개념들이 관념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는, 변하지 않는 문명의 본질론적 이야기로서의 세게사라는 주류의 개념을 뒤엎는다. 19

[ 1 ] 메르카르토 도법을 ‘인종차별적인 투영법‘이라고 불렀다. 비록 유럽의 면적은 아시아의 두 반도들, 즉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면적과 대략 비슷하지만 유럽은 대륙이라고 불리고 인도는 아대륙, 동남아시아는 그것에도 못 미치는 지위를 갖고 있다...게다가 아프리카의 크기는 메르카토르 투영법으로 더욱 현저하게 축소 되었다. 20

[ ] 고대 그리스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에 이르는 상승곡선이 직선으로 이어지는 듯한 묘사는 착시 현상이라고 본다. 또한 그는 역사 시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 동안 유럽은 아시아의 중심지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미미한 변방이었다고 본다. 24

2.

[ ] 세계사로서 이슬람사: [이슬람의 모험]

[ 1 ] 이 책은 ˝인류를 형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다른 나라들을 배제하고 한 나라만이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어리석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울먼의 인용문과 함께 시작한다. 462

[ ] 그는 근대에 있어서 인류의 도덕적 일체성에 대한 그의 믿음을 설파하고, 이슬람의 종교적 유산이 근대의 인간 존재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묻고 있다. 그는 여러 가지 대답을 제공한다. 그 중 하나는 근대 세계에서 모든 도덕적 유산이 흔들리게 됨에 따라 우리(서구를 포함하여) 모두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464

[ ] 일정 정도의 객관성을 가지려면 그것은 부단한 방법론적 자기 인식과 학자 자신의 ‘위대한 전통‘과 이슬람 전통 사이의 ㄱ니장을 받아들이는 노력에 의해 가능할 뿐이다. 468/ 세계사라고 불릴 가치가 있는 세계사 저작이라면 그것은 실제로 반구적 규모에서 상호의존적인 지역간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469/ 호지슨에게 전 세계에서의 문화적인 혹은 그 밖의 기술과 발견의 지속적인 습득은 모든 곳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의 변화를 누적적으로 이끌어냈다는 매우 기본적인 개념이었다. 469

[ ] 농경시대와 기술주의: 호지슨은 전근대의 문명들은 궁극적으로 토지세를 거두어내는 능력에 기반하고 있었고 그 밖의 부의 원천은 확연하게 부차적인 기능을 했다고 본다. 471/서구의 대변동을 반구 전체의 도시문명의 역사 속에 위치지움으로써 서구의 대변동이 그 이전에 있었던 모든 것과 연관됨을 기정사실화 한다. ....그리스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한 줄기의 선은 착시현상이며, 대단히 선택적인 역사적 상상의 산물이다. 473/문화적 활동에서 중요하고 창의적인 부분들은 농경사회의 도시 엘리트의 문제들에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주의적인 세계의 기술화되지 않은 엘리트의 문제에 맞추어지게 되었다.˝ 제3세계, 아민의 저발전 개념과 유사 474/호지슨은 서구식 발전이 서구 외에서 일어난다는 가능성에 대해 전혀 환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근대와 농경시대를 구분짓는 것은...˝계산적인 기술적 특화의 상태이며, 그 안에서는 여러 가지의 전문성이 사회 주요 부문들에서의 기대의 패턴을 결정할 만큼 충분히 큰 규모로 상호의존적이다.˝ 475/ 여섯 단계는 초창기(692년까지), 칼리프국의 융성기(945년까지), 국제적인 문명(1238년까지), 몽골 집권기 (1303년까지), 화약제국의 시기(1800년까지)와 근대다. 이슬람사의 시대구분은 표준적인 왕조별 연대표의 틀과는 현격한 대조를 보인다. 이 시대구분은 왕조의 구분을 넘어서 연속성을 강조하며 문명 진화의 주요 단계들에 맞춰져 있다. 485

볕뉘.

0. 아침 책장에 걸린 책이 눈길이 가 가져다 읽다. 서유럽중심주의와 자국 중심주의이 맥락을 다르게 확장하는 역사서와 근대 300-500년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듯싶다. 그만큼 흥미있게 챙겨볼 책들이 기웃기웃거리고 있다 싶다.

1.(1.1) 세계지도를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서툴게 들여다본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거꾸로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쭉쭉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직선들의 횡포는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세계시민이 아니라 그 날 벌어 그 날 써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들은 지금 여기도 신경쓰기에 벅차다. 그럴수록 여행지로서 나라들은 관광객들에게 역사의 시선을 주지 못한다.

2. (2.1) 세계시민으로 사고하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그렇게 하는 순간, 어김없이 죽어가는 무수한 인류의 죽음과 아픔의 목도해야 하고, 그것을 일상으로 가져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자본주의는 놀라울 정도로 세계를 동시에 살며 사고하지만, 아픔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의 시선과 마음에서 갇혀있다.

3. 저자는 47세로 유명을 달리했고, 저서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1960년대 이전의 논문들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아래 책들의 세계사의 관점을 바꿔주기 훨씬 전 사유의 결과물이다. 관심들이 다양해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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