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계의 물리학

[ ] 관계의 우주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사귄다는 것은 다른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일이고, 친하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닮아가는 일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에 스며드는 일이다. 어떤 물리적 관계는 우아하게 도약해서 관계의 화학으로 나아간다. 24

[ ] 사람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도 가장 잘 찾아가지 않는 곳, 그곳에 천국을 숨겨놓았을 거다. 그곳은 마음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천국과의 거리는 영이다. 35

[ ] 관계는 수제품이다. 수공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지는 것, 그것이 관계를 대하는 안목이다...내가 아는 관계에는 공짜도 일시불도 없다. 오늘의 관계는 오늘의 성실을 요구한다. 44

[ ] 거리를 두지 않고 거리를 준다는 것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서로에게 마음의 곡률반경과 자유로운 선택의 권한을 늘려준다는 것은 사랑의 본질을 이해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거리를 주면 관계의 너비와 둘레가 확장된다. 당신이 원하는 만큼 생동하는 자유의 거리를 내준다. 당신의 원심력이 커질수록 나의 구심력도 커진다. 그리움의 힘은 믿음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50

[ ] 우리는 동사의 시대에 태어났는데 어느새 명사의 시대가 삶을 접수해버렸다. 하지만 이것은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부가 배움을 잃고, 만남이 사귐을 잃고, 노동이 땀을 잃고, 삶이 쓸모를 잃어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발효의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54

[ ] 자기 자신과 사귀는 법을 모르고 사는 어른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어떤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고 어떤 감정을 보살펴야 할지 몰라 온갖 감정을 다 끌어안고 살거나, 모든 감정을 내보내버리고 감정 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감정에 끌려다니며 사는 사람도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감정, 건강, 관계, 돈, 섹스, 배움, 영성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 물론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감정을 밑절미로 서로 영향을 미친다....감정은 애완견의 산책과 같다. 내가 어디로 갈지는 애완견이 아니라 목줄을 쥔 내가 정하는 것이다. 202, 203

[ ] 나와 놀아주는 일에 익숙해야 한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책 보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말하고, 혼자 사랑하고, 혼자 떠나는 일들을. 너무나 오랫동안 여럿이 하는 일에 길들여졌다. 이제는 혼자서도 나를 잘 돌봐야 한다. 잘하는 방법을 배워서 능숙해질때까지 혹독하게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외로원도 덜 외롭다. 아름답지 않아도 당당할 수 있다. 237

2.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34

[ ] 가정과 학교의 보호 속에서 제대로 된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자신이 실패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하지만 세상은 당신과 그런 방식으로 관계 맺으려 하지 않는다....당신이 제대로 된 선택으로 시작하지 못할 것임을. 따라서 다른 길과 다른 가능성을 마음에 품은 채 느슨하게 출발해야 한다....세상은 한 번도 당신에게 단 한 가지만을 골라 그것에만 매진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83, 84

[ ] 세상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존재가 태어나고 어쩔 수 없이 자기만의 시간을 고스란히 지내야만 한다. 그것은 가르쳐준다고, 알려준다고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세상을 살아가며 얻게 된 소중한 경험과 이해는 오래 산 존재들과 함께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세상은 이 세상이 처음인 싱싱한 존재들이 장악한다. 90

[ ] 우리가 세계에 던져졌다고 할 때, 그 세계는 지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나 자신에게 던져졌다. 당신은 당신에게, 나는 나에게, 그래서 그것은 신비한 일이다. 왜 나는 당신이 아니라 나에게 던져졌고, 당신은 내가 아니라 당신에게 던져졌는가? 93

[ ] 자아의 내면세계에서 시간은 우리의 상식처럼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사람은 자기만의 시간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현재에 살지만 다른 이는 과거에 살고, 또 다른 이는 미래에 산다. 99

[ ]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자신의 삶을 순례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아보게 된다. 현실과 일상의 고통을 인내하며 자기 안에 숨겨진 내면의 빛을 키워나가는 사람들. 그들이 현실을 걷는 건 한 발 한 발이 오체투지의 눈부신 절정이다. 112

[ ] 운명이라거나 의무라거나 책임이라거나, 그런 것들은 생각처럼 무겁거나 슬픈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128

[ ] 통증은 자아와 신체가 관계 맺고 있는 방식이고, 동시에 자아와 신체는 통증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나는 통증을 통해 비로소 내 신체의 내면을 보고, 신체는 통증을 통해 내면을 보는 나를 본다...내가 타자과 관계 맺는 방식도 넓은 의미에서의 통증인 것이다. 나와 나의 신체가 그러하듯, 나와 타인도 통증을 통해 관계를 맺고 통증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는 통증을 통해 비로소 신체의 껍질 안쪽으로 펼쳐진 타인의 내면을 보고, 타인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보는 나를 본다. 136,137 ‘이야기‘는 통증의 다른 이름이다. 139

[ ] A의 여집합: A가 진리이고 보편이면 전체이기 위해 A가 아닌 것들에 대한 제거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본격적인 폭력이 가해진다. 폭력은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회유, 유인, 강제, 억압. 이 와중에 A의 감정 상태는 흥미롭다. 분노와 연민, 우월감과 초조함. 이것은 스스로 진리 집단이 된 존재가 진리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느끼기에 적합한 감정 상태이다. 156

[ ] 자본주의는 곁과 일상의 춤과 노래, 말과 대화, 사유와 지식을 빼앗아 가고 소비자로 지위만 갖게 만든다. 160-161 네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는 입을 다물고 소비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 우리는 결국 놀지도 관계도 맺지도 못하고 생각할 줄도 모르는 다만 소비해야 하는 존재로 밀려나 버렸다. 163

[ ] 당신이 충분히 나이 들었다는 것은, 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넘기고, 노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의 부조리와 대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고, 이별하고, 삶의 누추함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당신이 이제야 비로소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남겨온 보석 같은 고전들을 읽을 준비가 끝났음을 뜻한다. 181

[ ] 허망함은 존재론적이고 본질적이다. 꿈은 매일 우리를 가르친다. 아무것도 없음을. 실체도, 기반도, 남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삶이라는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이곳과는 다른 곳에서 꿈은 또 다시 이어진다. 203

[ ] 나는 무엇인가: 내 앞에 펼쳐진 빛으로서의 세계가 곧 나 자신이라는 진실. 이 심오한 진리를 표현하기 위해 서구철학은 이를 ‘현상‘이라 부르고, 고대 인도에서는 이를 ‘마야‘라고 부르며, 불교에서는 이를 ‘색‘이라고 말한다. 240

볕뉘

1. ‘관계‘에 관한 책들을 살펴본다. 처세가 아닌 좀더 깊이 들여다보는 글들이면 좋겠는데 하다가 미덥지 못해 속는 셈치고 보자구 해본다. 보통씨와 비고츠키의 관계관련 책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도착한 두권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판단이나 사족은 당분간 미뤄보기로 한다.

2. 마저 읽다. 저자들의 사유가 책 보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낮은 별점을 준다. 관계의 물리학보다는 화학이나 생태학이었으면 더 좋겠다 싶다. 날씨나 중력, 우주에 대한 비유 역시 예상하는 수준이었음이 아쉽다. 채사장의 사유 역시 특별히 튀는 것도 없이 평이한 수준, 사유했던 비유도 겹쳤다. 여집합이나 팔라우에 대한 시도 써볼까 했지만.....그렇게 당연한 이야기들이 회자되면 좋겠다. 멀리 잔잔하게 시간에 굴곡을 갖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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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 산문시

[ ] 개- 방 안에는 우리 둘 - 개와 나. 밖에는 사나운 폭풍이 무섭게 울부짖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 지금 이 순간, 개도 나도 똑 같은 감정에 젖어 있다는 것을, 우리 둘 사이에는 어떠한 간격도 없다는 것을....우리 둘은 조금도 다른 것이 없다. 똑같이 전율에 떠는 불꽃이... 그렇다! 지금 시선을 교한하고 있는 것은 동물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다....서로 응시하고 있는 것은 동일한 두 쌍의 눈. 동물과 인간, 이 두 쌍의 어느 눈에도 동일한 생명이 서로를 의지하며 겁먹은 듯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 1 ] 거지 - 용서하시오, 형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려...그리고 그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습니다, 형제여 하고 그는 속삭였다.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깨달았다. - 나도 이 형제에게서 적선을 받았다는 것을.

[ 2 ] 참새 - 어미새는 새끼를 구하기 위해 돌진한 거다. ...그러나 그 조그만 몸뚱이는 온통 공표에 떨고 있었고...드디어 어미새는 실신하고 말았다.....나는 생각했다 -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더 강하다고, 바로 그 사랑에 의해서만 삶은 유지되고 영위되어 나가는 것이다.

[ ] 검은 인부와 흰 손의 사나이 - 2년전 그 녀석이 드디어 오늘 교수형을 받는다는 거야. 포고문이 내렸어. 역시 폭동을 일으킨 게로군?..흐음....그런 그렇고, 이봐 그 녀석의 목을 맬 밧줄 조각을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없을까...그게 있으면 굉장한 행운이 굴러 들어온다는 거야!

[ ] 부호 로스차일드가 그 거대한 수입 중 수만금을 할애하여 육영, 의료, 양로 등의 사업에 희사한 것을 남들이 칭찬할 때 - 나도 칭찬하고 감동한다...그러나 칭찬하고 감동하면서도 나는 가난에 쪼들리는 어느 한 시골 농부의 가정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시골 부부는 사고무친의 고아가된 조카딸을 황폐한 자기 오막살이에 떠맡기로 했다....소금 없는 수프르 먹으면 돼잖아....로스차일드도 이 시골 농부를 따르려면 까마득한 것이다!

[ ] 신문기자 - 밖에 누가 매를 맞고 있군. 죄인인가 살인잔가?...그럼 도둑인가? 그럼 회계산가? 철도 종업원? 군납업자? 러시아 문예 보호자 변호사? 온건주의 편집자? 사회 봉사가?...어쨌든 가서 도와주도록 하세!.....아 신문기자가 맞고 있군 그래....신문기자? 그럼 우선 차나 마시고 보지 72

[ 3 ] 스핑크스 - 농부여, 나의 형제여, 어김없는 러시아의 형제여! 너는 언제부터 스핑크스가 되었던가....너의 오이디푸스는 어디 있느냐? 아아! 전 러시아의 스핑크스여! 농군 모자를 쓴다고 러시아의 오이디푸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슬라브주의자들)

[ 4 ] 자연 - 나는 어떻게 하면 벼룩의 다리 근육을 더 튼튼히 할 수 없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거다. 자신의 적으로부터 좀더 수월하게 목숨을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 세상의 창조물은 모두가 내 자식들이야.하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똑같이 그들의 시중을 들어주고....또 똑같이 그들을 멸망시킬 뿐이지...나는 선도 악도 몰라. 이성이라는 것도 나하고는 인연이 멀고..게다가 그 정의라는 건 또 뭔가? 나는 너희들에게 생명을 주었어...나는 그걸 거둬들여 다른 생명체에게 주는 거야, 지렁이에게 주든 인간에게 주던.....94

[ ] 나는 가련히 여기노라....- 나는 가련히 여기노라, 살인자와 그 희생자를, 추악함과 아름다움을, 압제자와 학대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이 기련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가련함 때문에 살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가련함에 더하여 겹쳐드는 이 우수....내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기는 있다 - 나는 돌을 부러워한다, 돌을! 102

[ 5 ] 쌍둥이 - 차라리 이 거울 앞에서 욕설을 퍼붓게나.....어차피 자네에겐 마찬가질 테니까......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이쪽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니 말이네. 104

[ ] 둥지도 없이 - 드디어 새는 날개를 접었다....그러고는 외마디 소리를 길게 끌며 바다 위에 떨어졌다...파도는 새를 삼키고...여전히 무의미하게 철썩이며 앞으로 내닫는다. 나는 어디다 몸을 둘 것인가? 나도 바다에 떨어질 때가 온 것 아닐까 108

[ 6 ] 사랑에의 길 - 모든 감정은 사랑으로, 정열로 이끌어질 수 있다. 증오도, 연민도, 냉담도, 존경도, 우정도, 공포도 - 그리고 멸시까지도. 그렇다, 감정이란 감정은 모두.....단 하나 감사만을 빼놓고. 감사는 - 부채. 사람은 누구나 부채를 갚는다....그러나 사랑은 - 돈이 아니다. 116

[ ] 소박 - 소박이여! 소박이여! 사람들은 너를 가리켜 성스럽다고 한다. 그러나 성스럽다는 것은 - 이미 인간 세상의 일이 아니다. 겸손 - 이것이라면 좋다. 겸손은 오만을 짓눌러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명심하라. 바로 그 승리의 감정 속에는 벌써 오만이 깃들여 있다는 것을. 118

볕뉘

0. 아카데미 미학모임 텍스트를 챙겨보고 있다. 말년에 쓴 산문시들이라고 한다. 보들레르의 영향으로 썼다고 하는데 80여편 가운데 30여편을 추수린 것이다.

1. 그는 이 산문시를 한꺼번에 읽지 않기를 권한다. 조금씩 천천히 읽어볼 것을 주문한다. 그러며 어느 한 편, 한 구절이 마음에 걸릴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을 읽은 지도 한참을 지났다. 러시아의 일상이 선명히도 잡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거기에 이 산문시를 읽으면서 그의 마음 깊이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술잔]이란 시에서 그가 얼마나 문장을 갈고 다듬는지...결국 황금세공사 같이 갈고 닦고 만들지만 결국 독을 마실 잔을 만들고 있다......어쩌면 산문보다 쉬이 읽힌다. 그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가져오기 위해 수 많은 삶들이나 인상을 관찰하고 다시 보고 쓰기를 반복한 듯싶다. 거기에 그이 세상을 보는 눈까지 말이다.....

2. 그는 소박이나 겸손, 감사를 모든 열정이나 감정보다 높은 반열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그것은 삶에서 실현하기 쉽지 않은 경지이다. 오히려 그 감정이 닿지 못하는 감사를 사랑과 같이, 어미참새의 새끼를 향한 갈급함처럼....그 반열에 올려놓는다. 그의 시에는 사랑에의 길이 곳곳에 스며있다. 윤동주의 거지. 나는 가련히 여기노라는 백석을... 자연이란 시는 벼룩의 근육을 걱정하는데 이는 루쉰을 생각나게 한다.

3.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는 늘 [쌍둥이]를 닮았다. 서로 똑같이 싸운다. 지금 스러져가는 벼룩의 근육을 키워주지도 않고, 정의와 이성을 외친다. 그저 사멸해가는 사고무친의 조카딸을 거두는 것은 스러져가는 시골부부일 뿐이다. 이렇게 쳇바퀴를 돌며 선거는 돌고 돈다. 정당이 해주는 역할이 그저그러할 뿐인데 때가 되면 잊는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드새다. 그러는 사이 벼룩들은 간도 쓸개도 다 빠져버렸다. 자기만이 오이디푸스라고 주장한다.

4. 겸손이 오만을 짓누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승리의 감정 속에는 오만이 깃들여 있다는 그 말을. 제도와 국가와 정당이 뭘 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하는 지도 모른다. 가련히 여긴다는 말. 정말 가련하다. 희망은 희망이란 말에 있지 않다. 행위에 있다는 말. 스스로 바꿀 수 없다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 오로지 움직이는 것에 조금 깃들여있다는 말. 투르게네프의 사랑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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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길 고, 괴롭습니다.

[ ] 사랑에 빠진 자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전과 달라진 자다. 당신이 눈앞에 보이면 언제라도 ‘변질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려 세포 하나하나가 준비하고 있는 자, 존재의 근육이 유연해진 사람이다. 사랑이 침입했을 때 즉시, 온몸에 당신이 전이되어 ‘타자로 감염된 존재‘가 되는 사람. 그래서 사랑에 빠진 자는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기 쉽다. 29

[ ] 그녀의 마음 상태는 충분히 전해졌지만, 고통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안개 가득한 도로처럼 윤곽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녀의 도로에 어떤 문제가 산적해 있는 걸까, 궁금하고 안타까웠다. 아마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에 봉착해 있는 것이리라 짐작했다. 무거운 고민거리도 밖으로 꺼내고 나면 하찮고 통속적인 사정으로 보일 염려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더 초라해 보이고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72

[ ] 무엇이든 말로 바꾸어놓았을 때 그것은 온전한 것이 되었다. 여기서 온전함이란 그것이 나를 다치게 할 힘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갈라진 조각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아마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고통에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76 정말 나를 힘들게 하던 게 결국엔 내 몸에 배어, 내게 영향을 끼치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 같아. 나를 지불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들, 결국 그게 귀한 거야. 76

[ ] 마음이 변해서 사랑이 죽는 게 아니야. 돌보지 않아서 사랑은 죽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돌보지 않으면 죽어. 특히 더 많이 사랑받는 자들은 모르지.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어. 그러나 끝난 사랑은 누군가 돌보지 않은 결과야. 가꾸지 않으면 집 안에서 자라나는 모든 것은 죽는단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사랑은 깨지기 쉬운 원료로 되어 있어. 93 인생은 어떤 면에서 공평하지. 신이 가혹하게 굴면 굴수록, 영리하고 지독한 인간은 재주를 부리거든, 놀라울 만큼 빛나는 재주. 94 때론 청승이 우리를 돌본다. 96

[ ] 우리는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아무도 우리를 돌봐주지 않으니까. 힘을 내야 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믿으면서, 고쳐 생각하면서 계속, 나아가야 한다. 화날 땐 화를 내면서 131 내 인생의 목표 중에 하나는 진실로 랍비처럼 문답할 줄 아는 자가 되는 것, 내 내면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다가오는 침입자에 맞서서 훌륭한 문지기가 되는 것, 최소한 ‘왜 그런 걸 묻죠?‘라고 재깍 되물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139 당신이 계속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완전히 구속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사세요. 그런 삶이 위기 상황에서 완충제 역할을 해줄 겁니다. ‘이게 나다. 나는 가치있는 인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위기도 그다지 힘겹지 않을 겁니다. 189


볕뉘

0. 조용한 카페가 하나 생겨 책을 여러 권 챙겨갔다. 다른 책들은 조금 펼쳐질 뿐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이 책만이 오로지 읽힌다.

1. 윤여일의 여행의 사고 하나 편에 프리다칼로 집이 나온다. 그리고 트로츠키가 그 집에 피신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그는 암살당한다. 그녀의 그림과 이야기는 풍성하다. 어디서 어떻게 가든지 이렇게 만나니 말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몇 구절을 챙겨본다. 그러고보니 자신에 대한 배려의 감수성을 말하는 북디자이너의 글http://www.dchr.or.kr/gnuboard4/bbs/board.php?bo_table=media_c&wr_id=165&page=0&sca=&sfl=&stx=&sst=&sod=&spt=0&page=0을 읽었다. 낡고 시든 것은 없다며 어느 것이든 때에 따라 묵묵히 할 일을 해낸다고 말이다.

2. 예전 같으면 밑줄이 긋지 않을 랍비의 질문과 답변처럼이라는 구절에 금빛 색연필을 데었다. 신의 말씀과 해석을 그대로 남겨놓는 그들의 유산이 너무도 소중해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레비나스에 빚진 것이 외려 방법. 블로흐의 책들이 맴돌아 읽다나니 그의 거침없는 신에 대한 사랑의 편린들이 반짝여 주섬주섬 그 빛을 따라가본다.

3. 박연준시인은 베니스 푸디카에서 실연의 실패란 말을...그리고 여기서도 그렇게 쓰고 있다. 어쩌면 끊임없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매듭을 짓지 못해 끊임없이 어디론가 향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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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는 사물이나 관념 혹은 개인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관계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10

[ ] 나는 자연과 인간을 궁극적으로 묶어주는 게 바로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10 일군의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연에서 인간을 떨어뜨려놓는 경향이 있다.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만지는 손보다 관조하는 눈을, 활동적이기보다 사색적이기를, 자연과 인간의 연관보다는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는 소위 자연 그 자체를 강조한다. 그들은 인간이 자연과 좀 더 근본적인 교감을 이룰 것을 촉구하지만,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며, 일과 노동을 통해 자연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고 그 가치를 인정해온 사람들을 폄하한다. 11

[ ] 이 책은 경계를 흐리고, 불순을 강조하며, 역설적으로 그렇게 흐려지고 더럽혀진 경계들을 따라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12

[ ] 우리는 자연의 엄청난 힘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거의 없다. 기계는 우리 일의 대부분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육체노동의 가치는 폄하되고 있다. 우리의 일과 자연의 일 사이에 존재했던 유대는 점차 약화됐고, 우리는 더 이상 어떤 노동과 에너지가 들어가는지를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17

[ ] 강은, 그리고 자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과 세상을 완전하게 이어주는 것은 바로 노동이고, 이러한 연결은 절대로 끊어질 수 없다. 24


1.

[ ] 강의 수력학이 그려낸 에너지의 지형도는 동시에 인간 노동의 지형도이기도 했다. 29 강을 한 번 이해하고 나면, 강이 가능한 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균일하게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강은 강물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반응하면서 스스로를 보정하고 적응해나간다. 이런 면에서 강은 역사적이다. 강 그 자체가 강이 지닌 과거사의 산물인 것이다...˝에너지 활용의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하학을 따라 강의 물길이 형성되는데, 이는 강물이 변동한 정도의 평균과 극단의 총합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 33

[ ] 강의 뱃길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것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임을 알고 있었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식들은 노동만큼이나 강을 오르내릴 때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37 우리는 에너지와 힘, 자연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을 언어 속에서 융합시키고 있다. 38 음식의 교환은 어떤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의미했다. 컬럼비아 강의 거대한 시장과 같은 댈즈에서도, 물고기가 차지하는 교환의 영역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55

[ ] 키플링에게 통조림 공장이란 기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사이의 근본적인 공간적 분리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공장 안에는 분주함, 인간다움, 죽으, 기계, 일상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공장 밖에는 고독함, 자연스러움, 생명, 유기적인 것, 자유가 있엇다. 키플링은 통조림 공장의 안팎이 공간적으로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분리된다고 주장했다. 기계화는 근대의 상징이었던 반면, 자연은 원시적 과거를 의미했다. 72 증기기관과 같은 기계가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을 비판하고자 했던 키플링도 증기로 움직이는 기선에 몸을 실었다. 그는 클래커머스 강이라는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만든 부화장 근처의 자연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직접 연어를 잡았지만, 그 연어들은 사람들이 설치해둔 금속 컨테이너 근처에서 잡혔다는 점에서 통조림 공장으로 갈 운명을 지닌 물고기들만큼이나 이미 새로운 산업 질서에 묶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74 에머슨은 키플링이 기계로부터 도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산업혁명을 ˝자연으로 향하는 기차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에머슨식으로 표현하자면 대지나 물을 일하게 하는 것은,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자연에 이르는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었다. 76

[ ] 인종만이 컬럼비아 강의 공간을 새롭게 조직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적나라하게 강의 공간을 재조직했던 것이 인종이라는 요소였을 뿐, 강은 젠더와 계급에 따라서도 더욱 세분화됐다. 83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유 자우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자원을 과도하게 개발하고 오용하는 경향을 피할 수 없음을 뜻한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하딘의 공유지 모델이 만들어진 발명품임을 안다...역사적으로 보면 실제로 공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름의 규칙과 제한 사항을 설정해왔다. 85

[ ]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연어와 사람들의 색깔, 이동, 섬광이었다. 이러한 경험과 느낌 들은 너무나 생생하고 원초적이었기 때문에, 그저 덧없는 일로 치부하며 간단하게 잊어버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88 연어가 죽어가는 과정은 그 당시에 경쟁 중이던 무수한 사회적 가치들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연어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이해하는 것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회적 투쟁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91 자망 어부는 어업이 가지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자망 어부들이 결성한 컬럼비아 강 어부보호조합이 대표적인데, 남아있는 장부에는 모임 시간과 지불 기한, 다른 조합을 맞이하는 일에 대해 적혀있고...노동 계급의 일원으로 통조림 제조업자들과 그 추종자들을 경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91 노동자이자 농부로서 자망 어부들은 그들이 노동을 통해 알게 된 자연 속에 그들의 정체성을 뿌리박는 방식을 택했다. 93

[ ] 사람들이 자연과 맺는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어업 역시도 생물학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93 자망 어부들은 시장 경제에 맞서 ‘도덕 경제‘에 호소했다. 95 하지만 이들이 법집행이나 입법활동은 사실상 무효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망 어부들을 연방 정부가 개입한 적은 없었고, 주 정부도 초기에는 규제를 시도했지만 대체로 효과가 없었다. 주 정부들의 관할 구역이 충돌했을 뿐 아니라 법을 제대로 집행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97

2.

[ ] 부화장에 대한 연구들은 연어의 생애주기에 대한 지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수행되었고, 그 손익 계산법도 전형적이었다....이런 결론에 이르게 한 모든 사고 단계는 논리적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결국 터무니없고 정신나간 결과와 마주하게 됐다. 다른 여러 종류의 광기와 마찬가지로, 내부에서만 보면 이러한 결정은 상당히 이성적으로 보였다. 하나의 결정은 그 이전에 이루어진 결정에 의해 상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인 양 따라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연쇄 작용은 일종의 환경적 광기와 격렬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됐다. 99

[ ] 당시 미국인이 그려낸 유토피아는 고압 전선이 일렁이는 곳으로, 이는 루이스 멈퍼드의 작품들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멈퍼드는 평범한 에너지 유토피아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이언트 파워를 하나의 사회 이론으로 만들었고, 만약 사람들이 에너지의 원천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아마도 사회 전체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석탄과 석유에 의존하는 초기의 에머슨주의에 반대했고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를 신기술의 전형으로 보았다. 112-113

3.

[ ] 강 개발 계획은 곧 권력의 행사에 관한 것이고, 근대 국가에서의 실제 권력은 지루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구현하는 대리인들은 대체로 답답하고 지루한 사람들이었고, 그 계획 과정 역시 지루했다. 이 계획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항상 지난하고 답답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민주 사회에서의 지루함은 관료와 기업들을 위해 작동한다. 마치 냄새가 스컹크의 생존을 위해 작동하듯이, 지루함은 위험을 피하게 해준다...이런 맥락에서 근대 세계는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날조되면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133자연은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이제 자연을 우리의 존재가 함께 뒤얽힌 장소라고 여길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우리는 마치 우리가 변화시킨 자연 그 자체가, 우리 자신이 태어난 자연 질서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던 것이다.˝ 139

[ ] 댐을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없었다. 기계는 새로운 양식의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미 ˝기계들보다 훌륭하지˝ 않다면, 사람들의 삶은 기계와 같은 수준으로 축소될 수도 있었다. ˝멍청하고, 명령에 복종하고, 비참하고, 순간적인 반사와 수동적이고 임의적 반응의 부산물˝로 점철된 기계와 같은 삶 말이다....멈퍼드의 지적은 교화적이고 유익하기는 했다. 하지만 자기모순적이고 애매하기도 했다. 만일 지역 개발가들의 계획이 문화적 기반에 의존해야 하고, 듀이가 주창한 바와 같이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통해 창조되어야 한다면, 지역 계획은 최소한 한 세대는 연기되어야 했다...과거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결국 지역 계획과 개발이 관료주의적이고 엘리트적일 수밖에 없다면...140-141

4.

[ ] 한 세기가 지나가면서 우리가 부분적으로 창조한 강은 우리 눈앞에서 변화해나갔고, 이 과정에서 소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라는 우리의 가정과 믿음은 조롱받았다. 강은 변화햇고, 우리 자신의 과학과 사회, 우리가 지닌 정의와 가치에 대한 관념들이 얼마나 불충분했는지를 명확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컬럼비아 강은 우리가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북서부 지역의 심장부를 흘러가고 있다. 이 강은 분절화된 우리 사회가 지닌 수많은 분열의 경계를 따라 흘러가고 있다. 컬럼비아 강과 화해하지 위해서는 우리는 전체로서 강을 이해애햐 한다. 즉 이 강이 자연기계임을 그리고 이 강이 우리의 사회적 분열을 반영할 뿐 아니라 이러한 분열과 갈등이 작동하는 장소임을 이해해야 한다. 225

볕뉘

0. 책방에서 표지와 뒷글이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다. 루이스멈퍼드 이야기가 중간중간 많이 나온다.

1. 어제는 그림을 그리다가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테두리가 선으로 구획지어지면 자연스럽지 않다고, 면으로 채색해서 어울리게 해야한다고 했다. 인식은 하지만 무의식 가운데 담겨진 습관은 고쳐지질 않았다. 그렇게 주변의 색을 섞고 경계를 흐릿하게 한 뒤에서 인물들은 나무와 숲과 어울어진 듯했다.

2. 책마무리를 지으니, 미국에서 백여개가 넘는 학교가 이 책을 강의에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되새겨진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고, 그 노력들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전체를 보려는 노력. 우리의 이야기는 늘 범위가 작으며 지향이 뚜렸하다. 맥락을 넓히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샘솟아야 한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저자가 말한대로 이분법의 사고에 갇혀있는 것이 큰 장애이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맥락을 갖는 이야기들이 제시될 때 우리는 그제서야 조금 넓은 시선을 갖게되는 것인줄도 모르겠다.

3. 통일이냐 평화냐...이런 문제 역시 지나친 낙관만이 아니라 여러 결들을 세세히 보려는 노력 역시 좀더 넓고 장기적인 안목과 그 속에 보다나은 혜안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역사와 자국의 이익에 잠겨있는 거대한 괴물들은 ....그 몫을 하려고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고.....순탄하지 않겠지. 여름이다. 벌써. 아니 여전히 계절은 빨리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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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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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꽃을 피워요 하얀꽃. ^벗^꽃을 피우세요 하얀꽃. 하얀벚꽃을 피웠어요. 하얀꽃. 하이얀 마음을 피워요. 하얀꽃. 마음을 피우세요. 맑간 봄. 봄을 쥐세요. 봄을 피우세요.

볕뉘.

0.김수영의 꽃을 웅얼거려본다. 김수영을 사랑의변주곡 뒤의 꽃잎을 세어본다. 셈 해본다. 호오하고 꽃에 바람을 불어본다.

1. 볕에 둔 벚꽃가지에 꽃이 피다. 피어오르는 중이다. 하염없이 꽃을 바라본다. 곁에 피는 꽃봉오리를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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