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이 아니라 ‘우리‘를 계발하기, 그리고 ‘새로운 자기‘ 계발의 시도와 실패 사이에 그것이 이뤄진다. 352

과거만이 소비될 뿐 낭만과 환상 속에 박제된, 현재가 조명되지 않는 세대는 잊힌 ‘과거의 세대‘일 것이다....2010년대의 대중매체는 아련한 노스탤지어로 자욱하다. 응답하라시리즈, 건축학개론, 국제시장, 무한도전, 토토가 등은 한창 과거를 회상 중이다. ‘추억‘, ‘복고‘, ‘향수‘는 대중문화의 주요 키워드로 ㄴㅐ내 활용되어 왔다. 그리고 추억의 회상 주기는 점점 당겨지고 있다. 심지어 20대들도 몇 년 밖에 지나지 않은 10대 시기에 향수를 느낀다....현실이 너무도 팍팍하니 지금보다는 많은 면에서 꽤 살 만했던 것 같은 과거를 자꾸만 소환하고 싶어진다. ..”현실은 ‘미생‘인데 복고에서 위안을 찾는다.” 39

볕뉘 0. 회상만이 아니라 이젠 환상이다. 환상에서 위안을 찾는다. 환상의 주기도 점점 빨라진다.

최악의 학교도 최선의 회사보다 낫다라고 하는 체제 이탈자들 – 직장이라는 체제를 이탈한 19900년대 학번에 속한 개인들 -의 말에서 ‘최악의 학교‘와 ‘최선의 회사‘ 둘 사이 가장 큰 차이점을 ‘자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236

기업도 파생하는 결과로서 이윤에 대한 기여도와 임금이 항상 같지 않으므로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임금노동이 ‘노예노동의 또다른 형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 이 정도 일을 ㅎㅐ서 이만큼 받는다‘고 일반 사람들이 먼저 인식하고 들어가는 생각을 뛰어넘어 보기로 ㅎㅐㅆ다. 노동력 값이 아니라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알고 그 필요만큼 벌면 된다는 것으로 242

회사를 그만두고 제2의 삶을 살겠다는 선택은 그야말로 철저히 현실적인 문제이며, 돈을 버는 방식과 소비하는 규모, 가정을 꾸리고 파트너십을 조정하는 등의 총체적 삶의 변화를 수반하는, 그리고 때로는 한계 짓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산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설명하기도 힘든 일이 된다. 273

경ㅈㅔ적 기반이 있는 – 고소득 전문 직종에 종사했던 – ㅊㅏㅁ여자들보다는 물적 토대와 ‘상관없이‘ 살아온, 돈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온 참여자들이 주로 협동조합이나 귀촌 등 협력적 자아를 필요로 하는 경로로 흘러간다는 점이었다./ 풍족한 경제적 여유가 없었기에, 오히려 소유와 소비가 아닌 관계와 비소비적 방식의 풍요의 경험치를 더 쌓을 수 있던 것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277

평소 제3섹터 같은 데에서 봉사활동 해오던 분들은 그나마 문턱을 낮춰 갈 수 있는데, 성공중심주의, 경쟁지상주의였던 분들은 멘붕이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ㅇㅏ닌 거 같은데, 다른 데에서는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계속 이걸 하면서..283

전혀 다른 문화와 지식, 소통 방식이 통용되는 공간으로의 이동에서 그는 삶이 초기화디고 이제까지 공들여 쌓아온 자신의 존재가 무시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는 재사회화의 초기 과정에서 수반되는 ‘허물어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의 세계와 거의 정반대의 세계로 넘어오면서 그는 규칙과 문화, 지식, 소통 방식 등에서 전혀 새로운 감각을 익혀야 했다. 295

허탈감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자본의 외부는 없다‘라는 말, 이 문장처럼 현재의 노동과 삶의 상당 부분은 이미 자본주의 구조에 포박된 형태다. 때문에 완벽한 ‘새로운 대안‘으로의 변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참여자들의 ‘다른 삶과 노동‘이동으로의 ‘거듭나기 과정‘은 단시간의 완전하고 깨끗한 단절에 기반을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 안에서 ‘타협‘일 수밖에 없는 한 시점에서, ‘현재‘는 삶에 대한 ㅎㅐ석력과 일종의 ‘상태‘로 구성된다. 과거와의 단절과 새로운 삶의 ㅅㅣ작은 노동사회와 탈노동사회, 희망과 불안 ㅅㅏ이에 겹쳐져 있다. 이 과정은 그 중간의 장벽과 한계, 상실과 재구성, 감정적 기복을 반복하며 이뤄질 ‘사이‘의 시간을 포함한다. 301

덜 소비하고 싶기에 덜 쓰게 되기도 했고, 덜 벌기 때문에도 소비를 줄여야 했다. 그 선후 관계가 명확하진 않지만, 이는 확실히 그녀의 삶을 다르게 이끌었다. 자본주의 화폐경제에서의 자립 측면에서도 의의를 갖지만, 소비를 통해서가 ㅇㅏ닌 생산과 창작으로 더욱 풍족해지는 정신적, 관계적 삶을 영위할 수 있다. 305

이 대화들을 통해 절대적 노동의 양이나 강도가 아닌 자신에게 그 일이 갖는 의미나 태도가 결정적으로 노동의 성격을 특징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ㅈㅜ체성을 발휘하는 일이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며, 가치, 의미가 있는 사회적 노동을 앞으로 ㅈㅏ신이 바라는 노동의 모습으로 꼽는다. 330

세넷의 ‘협동적 자아‘ – 흥미롭고 도한 희망적인 사실은 세넷은 협력을, 배우고 익힐 수 잇는 기술이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바깥‘을 생각하고, 또하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능력을 통해 길러진다. 협력이란 모든 것을 일원화하는 통합에 기초하지 않는다. 마치 다양한 악기와 소리들로 이뤄진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듯, 대화는 자아를 깨뜨리는 듣기를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340

볕뉘 1. 과로사회,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라는 4권의 책을 보면서, 이 책을 접했다. 성공회대 학부, 연세대 조한혜정교수 지도하에 대학원 석사를 하면서 끊임없이 품고 연구한 주제라고 한다. (비혼 8, 기혼 3) 11명의 심층인터뷰 결과를 분석하여 실었다. 일, 노동, 삶에 관한 다른 개념과 문법, 또 다른 삶의 결들을 모으고 나눠야 할 것 같다. 더 자주, 더 깊이, 더 멀리... ...

볕뉘 2. 다른 삶의 결들을 만드는 이들에게 존중을 표한다. 살아보고 싶은 삶이란 어쩌면 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멀리, 먼 곳만 응시하려해서 볼 수 없는 것인지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도...삶들을 애써 보지 않으려고 하는지도....얼마든지 멋지게 사는 것인지도. ...본받을 삶들이 아니라고 애써 폄훼하는 것인지도...다른 환경, 다른 입장, 다른...시공간을 보살펴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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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

너무 멀리 있어 이름을 알 수 없는 별처럼(교실에서)
딱딱하고 캄캄한 하늘이/술병에 부딪혀 깨지며 쏟아졌다
별은 없었다/그녀도 없었다/이글거리는 나의 눈동자 속으로/유리조각이 산산이 쏟아져내렸다.(거인족)
쇠창살에 밤하늘 별들이 비친다/구름 사이로 나를 내려다보는 어머니/부드러운 빛의 슬픈 손가락이 내 입술을 어루만진다.(유괴)
하늘에 사는 물고기/아가미 열릴 때마다/별 떨어집니다,떨어지는 것은/날카롭습니다
한 여자 맞습니다/흰 목덜미가 길고 붉게/잘렸습니다.
목에 베인 그 여자, 아가미 얻었습니다/부레 가득히 공기를 채워/밤하늘 위로 떠오릅니다
또 한 사람 맞습니다/별에 맞아 죽습니다. (별은 물고기)


볕뉘 1. 그녀의 모두 시는 ‘모두 사라졌다‘로 시작한다. 그녀에게 별이 무척 멀리있는 것이거나, 희미하게 비치는 것이거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있다고 한다면, 손목을 자르거나 목을 잘라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별은 물고기이고 별에 맞아 죽어야 아가미를 얻고, 아가미가 열릴 때에서야 별이 유리조각처럼 산산히 내 안으로 쏟아져내리는 것이다. 그래서야 얻는 무엇이다.

(2). 시간

시간의 부드러운 염산 방울이/똑, 똑, 떨어져내렸다(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그것이 만들어낸/이전 시들과/이번 시 사이의 고요한 거리
그 위로/시간이 눈처럼 자꾸 내렸다/아무것도 하얗게 덮지 않고 흩어져버렸다(이전 시들과 이번 시들 사이의 고요한 거리)
스물아홉 살의 아침이었다 우지끈 부서지는/소리, 잠이 오지 않았다 충혈된 입에서 벌어진 눈에서/시간이 질질 흘렀다(야간노동자)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긴손가락의 시)

볕뉘 2. 그 황폐함을 그래도 살리는 것은 시간이다. 눈처럼 자꾸내리는 시간이거나 부드러운 염산 방물처럼 무쇠가된 사람을 녹이기도 한다. 무엇인가 조금씩 드러내는 시간들. 시간의 실루엣은 어제를 품어 안기를 바란다. 어느 즐거운 저녁, 미래는 과거라 불리고, 그때 우리는 돌아서서 자신의 ‘청춘‘(2부)을 본다.

3. 교실(안), 정육점 (안), 쇠창살 (안), 도시, 딱딱하고 캄캄한 하늘, 캄캄한 터널, 자본주의

4. (바깥) 풍경 - 벌레, 악어, 눈, 나무, 달팽이 대장, 마더구즈, 밀주, 포도송이

(5). 어제 – 오늘 혼자 부르는 노래는 지겹다/그러므로 나는 오늘을 명명한다, 베껴 쓰기의 시간이 돌아왔다고/플라톤을 베낀다 마르크스를 베낀다 국가와 혁명을 베낀다/무엇을 할 것인가를 베낀다

6. 일곱 개의 단어 (사전) - 봄, 슬픔, 자본주의, 문학, 시인의 독백, 혁명, 시

(7). 페인트
봄이 왔다 – 사내가 초록 페인트 통을 엎지른다/나는 붉은색이 없다/손목을 잘라야겠다.
차들이 과속으로 달리는 도로 속으로 들어가니까/노란색 페인트통을 들고/자신이 지나갈 건널목을 멋대로 그리면서(무신론자)

볕뉘 3. 그녀의 시에서는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이 많다. 연무도시나 도시로 형상화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밖을 보는 바깥 풍경은 잔혹하기만 하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베버의 쇠창살이거나 루쉰의 쇠감옥이거나 프랜시스 베이컨의 풍경처럼 도축한 정육과 살점, 피가 흥건한다. 뒤통수를 너무 맞아 납작해진 악어가 되거나, 끊임없이 화기에 녹아내리는 눈이거나, 누이에 어 여기도 벌레가 있네 하는 벌레가 된다. 밥풀나무이거나 친구들은 몽글몽글 햇빛에 구워진 빵처럼 말라가는 모습을 봐야하는 달팽이 대장이거나 목을 따이면서 죽어가는 노동자의 눈동자를 봐야 하는 거위가 지천이다.

볕뉘 4. 슬픔에 못이기는 그녀가 겨우 ‘라고 쓴다‘의 괄호 안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마음 끝에 맺힌 물방울들이 모인 저 첨탑끝에 매달린 포도송이를 보며, 저 떨어져내린 포도송이를 보며 라고 쓴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잊지 않겠다라고 쓴다. 보라빛 젖은 안개로 쓴다. ‘ 시인의 일곱 개의 단어 사전 속엔, 자본주의와 슬픔과 문학과 시와 시인의 독백과 혁명, 그리고 봄이 있다. 어느 하나 허투르지 않는 사전의 일곱 개의 단어가 있다. 손목을 잘라내어서 꽃을 피워야 하고, 성큼성큼 지나갈 건널목을 그려야 할 페인트 통이 있다.

나는 하나의 밀알로 썩어
세상의 모든 바람이 취기로 몰려오는
한 방울의 향기
아득한 밀주

아무런 후일담도 준비하지 않는

볕뉘 5. 한달여 시의 집과 함께 했다. 이제서야 겨우 사전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만두님의 좋은 시인으로 거듭나기 바란다는 당부도 봤다. 어제를, 복기를 뼈아프게 하는 자만이 미래를 품을 자유를 갖는다는 말과 많은 진통과 아픔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어설픈 시 읽기에서도 조금 빠져나가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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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실감 – 여러 다양한 견해들 중 무엇은 절대적으로 옳고 무엇은 절대적으로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견해든 젠더에 과한 사항은 적어도 한 면은 적확히 파악하고 있고, 적어도 어떤 일정한 사람들의 생활 실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6

정규 고용의 비율이 줄고 비정규고용의 비율이 늘어난 배경에는 젊은이들 자신의 선택보다는, 특히 청년층 비정규고용화를 통해 중장년 남성의 정규고용을 지키고자 하는 산업계의 의향이 은폐되어 있음을 많은 논자들이 지적한다. 37

총체적으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우위는 유지되면서, 그러한 남성지배체제의 혜택을 누리는 입장으로부터 배제되는 남성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38

오늘날의 기업사회는 재정의된 ‘남자다움‘을 성취한 일부 여성을 ‘명예 남성‘으로 그 중심에 끌어들이는 한편, 그런 ‘남자다움‘을 성취하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 곧 대부분의 여성과 점점 더 많은 남성을 주변화하면서 여전히 ‘진짜 남자‘에 의한 ‘진짜 남자가 아닌 자‘의 지배를 유지해간다고 이해할 수 있다. 39

청년 남성의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 ㄱㅖ속되고 학교에서 ‘거처‘를 찾지 못한 남자의 다수가 졸업 후에도 ‘거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더 현저해진다면, 앞으로 일본에서도 소년 비행 엄벌화의 흐름과 성과주의의 격화를 배경으로 하여 배제하는 풍조가 더욱 강렬해질지도 모른다. 41 책임을 개인 일방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사회경제적 문맥에 더욱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41

남자의 문제를 대할 때 중요한 것은 남자 내의 다양성을 두루 살피는 것이다. 물어야 할 것은 “남자는 문제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어떤 남자가 문제인가”일 것이다. 서술한 남자 ‘문제‘의 근거로 거론되는 ‘증거‘의 대부분은 어느 것이나 남녀 간의 ‘평균적인 차‘를 나타내고 있는 데 불과하다. 남자에도 다양한 남자가 있고 여자에도 다양한 여자가 있다. 43

현대 ㅅㅏ회에서 차별과 배제는 젠더에 의해 구조화되고 있다. 따라서 차별과 배제의 문제를 젠더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여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자의 문제도 주목하고, 그에 대해 논의하거나 그로부터 뭔가 새로운 대처를 ㅅㅣ작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44

볕뉘.

0. 가족 - 밖에선/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집에만 가져가면/꽃들이/화분이/ /다 죽었다. - 진은영

1. 제목에 끌려 보게 된다. 저자는 남성의 젠더 형성 2001, 남자다움의 사회학 2006 흔들리는 샐러리맨 생활 2011 3권의 남성학 저서와 편저를 썼다. 젠더 리버럴파에 가깝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부각되는 ‘남자문제‘를 유럽, 호주, 미국, 일본 등등 가로로 질러가기도 하고, 일국의 시간적인 연대기를 감안 종적으로 살피기도 하다. 남성이나, 여성 개인의 이분법의 함유라는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 맥락을 갖고 있으며, 그 맥락에 의해 판별할 때 더 적확히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2. 좀더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틀로 참조가 될 만한 책으로 보인다. 당장은 저자의 남성학 저서를 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급변의 사회에서 함께 그 근저를 파헤쳐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지금 이 사회. 감각적인 논의가 아니라 합리적인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것 가운데 다양한 이론화 역시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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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초록 페인트 통을 엎지른다
나는 붉은색이 없다

손목을 잘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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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그래도 싫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 그 일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그 일이 놓인 조건, 일이 포함하는 다양한 활동, 그 안에서 맺게 되는 관계를 아우르며 총체적으로 일을 바라보아야 한다. 일이 놓인 조건에 만족하는 것과 일 자체에 만족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 둘은 늘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언제나 조건과 상태를 전제한다. 65

새롭게 일을 정의하려면 일 속에서 맺는 관계망 역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일이란 본질적으로 관계 안에 놓여 있다. 골방에 ㅊㅓ박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며 아무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을 우리는 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일은 언제나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작업이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누군가에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며, 누군가로부터 노동의 ㄷㅐ가로 돈을 받는다. 일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하게 일할 수 없다./행복하게 일하려면 ‘행복한 일‘의 정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255

1.

많은 사람이 입버릇처럼 ‘일하기 싫다‘고 말하지만 싫은 것은 대개 일 자체라기보다 일이 놓인 조건이다. 그저 싫다. 괴롭다 토로하는 대신 정확히 어떤 부분이 싫은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무엇이든 하나씩 지금과는 ‘다르게‘ 해보아야 비로소 실마리가 드러난다. 49

절절한 연애가 결혼이라는 일상이 되는 순간 무수히 많은 결이 생겨나듯이, 일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친구를 말리기도 한다. 51

번역가 정영목의 선택이 자신의 호불호와 현실 사이의 냉정한 타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관성‘이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믿는다. 그 관성이 “번역할 책을 제가 고를 수 있는 위치”로 그를 데려다주었고, 그 일을 더 좋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54

나 역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 오래 방황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택했던 전략은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피하는 것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대안 중에 절대적으로 싫은 것을 피해가며 살아왔다. 그렇게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이 무엇인지 조금씩 뚜렷해졌다. 그리고 그 조합이 하나의 변치 않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만큼 좋아하는 일 또한 달라질 수 있다. 58, 59

좋아하는 일도 당장 하고 싶은 일, 1년만 하고 싶은 일, 10년동안 하고 싶은 일이 다르다. 게다가 그것들은 때로 상충한다. 인생에 딱 하루가 남았을 때 하고 싶은 것과 10년이 남았을 때 하고 싶은 것이 같을까? 10년을 내다보며 하고 싶은 일보다 마지막 하루 동안 하고 싶을 일에 무조건 더 열정을 쏟아야 할까? 아니면 10년의 꿈을 위해 오늘 당장 하고 싶은 일을 다 유보하며 살아야 할까? 상충하는 여러 욕구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그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고민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64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그래도 싫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 그 일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그 일이 놓인 조건, 일이 포함하는 다양한 활동, 그 안에서 맺게 되는 관계를 아우르며 총체적으로 일을 바라보아야 한다. 일이 놓인 조건에 만족하는 것과 일 자체에 만족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 둘은 늘 서로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언제나 조건과 상태를 전제한다. 65

고정된 일터에서 ‘해방‘되는 것이 기쁜 소식이기만 할 리는 없다. 불안정성을 그 대가로 받아들여 얻은 능동적 자유가 어떤 사람에게는 골치 아픈 숙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 68

지나친 자기애에 빠져 있다면 적절한 가면을 쓸 수 없다. 관계 맺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려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일과 환경을 바라볼 때만 우리는 기꺼이 가면을 쓸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쓸데없이 상처를 받지도 주지도 않으며, 사회적 관계 안에서 적절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더 많은 종류의 가면을 쓸 수 있어야 그 주체는 ‘사회적‘인 주체일 것이다. 77

가면 쓰기의 과정에서 건강함을 잃지 않으려면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대본을 써내려갈 수 있을 때만 우리는 가면을 쓰고서도 소외나 자기연민의 덫에 빠지지 않는다. 그래야 비로소 그 모든 가면이 ‘나‘가 된다. 일이 벌어지는 자리는 다양한 주체의 대본들이 교차하는 장인 동시에 공동의 연극이 공연되는 무대다. 76

2.

일을 돈벌이의 결로 환원해버리는 것이 합당하지 못하듯이 일에 존재하는 돈벌이의 결을 무시하는 것도 똑같이 현실을 부인하는 태도다. 활동가의 일에는 ‘사회적 의미‘라는 결이 가장 위에 놓이겠지만 그 아래에 돈벌이의 ㄱㅕㄹ, 즐거움의 결 등도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돈벌이가 전부라는 중독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돈벌이의 무게를 부인하지 않아야 얼마큼의 돈벌이를 감당하며 살아갈지 냉정히 판단할 수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88

3만엔 비지니스 – 한 달에 이틀이상 일하지 말 것. 경쟁을 유발하지 않는 착한사업일 것. 94

자신의 일상을 돈벌이 경제 밖에서도 그럭저럭 꾸릴 수 있다고 믿을 때, 그것도 꽤 즐겁고 행복하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세계에 대한 우리의 공포는 사라진다. 공포만 사라져도 일은 훨씬 ㄷㅓ 수월해질 것이다. 어느 날 일자리를 갑자기 빼앗기고 돈벌이 경제 밖으로 밀려난다고 해도 삶 전체가 당장 나락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 오늘의 고된 일을 좀 더 견딜 만하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의 다양한 결들이 좀 더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일이 지닌 돈벌이의 결조차 한층 부드러워질 것이다. 99

한 인간의 ‘열심의 총량‘을 마냥 늘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갖고 있는 열심 용량 대부분을 밥벌이에, 그것도 그다지 원치 않는 밥벌이에 쏟아넣을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재미있는 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 때문에 개미에게도 베짱이에게도 세상이 재미없고 사회도 이 모양 이 꼴은 아닌가 147

교육과정의 목표는 ‘좋은 일자리‘이고, 얼마나 많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가 일자리의 질을 판가름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감사받고 인정받느냐는 중요한 ㄱㅣ준이 아니며, 그런 감사와 인정을 측량할 기준조차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감사와 인정이며, 그것은 늘 화폐로서 명징하게 수량화된다. 216

등가교환의 시대(하류지향)-현대의 샐러리맨 아버지는 노골적으로 언짢은 얼굴을 가지고 돌아옴으로서 가족을 위한 노고와 희생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사냥꾼이 사냥한 짐승을 들고 오듯, 농부가 곡식과 채소를 지고 오듯/가족 전원이 ‘우리 집에서 ㄱㅏ장 많이 불쾌하고, 가장 많은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둘러싸고 패권 경쟁에 열중하게 된다. 217

세넷은 자율이 “타인에 대해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불투명한 평등”이라고 말한다. 상대의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름을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해할 수 있어야 받아들이는 관계는 평등한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해해주는 자와 이해받아야 ㅎㅏ는 자의 위계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227

어떤 사람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면 기업의 평가 시스템으로 점수 매겨지는 ‘능력‘때문일 수는 없다. 대체 불가능성은 능력의 양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질적 차이에서 나온다. 그런 대체 불가능성이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그 차이를 발견해주는 조직이, 즉 사람‘들‘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우리가 언제나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소모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일을 규정할 때 각 존재가 만들어내는 질적 차이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230

이러한 변화는 ‘우리‘만의 측정 기준, 그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좀 다른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36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생계를 유지하면 좋겠다. 249


볕뉘

0. 책방의 책꽂이를 살펴보다 손에 집어든 책이다. 참고문헌이 많이 겹쳤고, 막 읽은 과로사회처럼 좀더 예민하게 살펴볼 부분은 있을까? 저자의 이력도 독특해서 다시 보았다. 주인장의 페북활동 안내도 있기도 했다.

1. 자신의 꿈과 좋아하는 일은 무척 알기가 힘들다. 그래서 함부로 좋아하는 일과 꿈을 혀끝에서 쉽게 놀리면 안 된다. 가장 긴 노동시간이 24시간 회전 시장을 만들어내고, 그 숱한 교육의 배출구는 여전히 세븐일레븐 7to11의 불꺼지지 않는 일터이다.

2. 저자의 고민의 결이 다양하다. 그래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일과 꿈의 개념을 흔든다. 흔들고, 빠져서 새 이가 나왔으면 좋겠다. 여전히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이다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삶들로 그 간극들을 메워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야 조금 더 나은 텍스트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막 사유와 활동의 출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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