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해러웨이

빛낱말: 공의존관계, 실매듭으로서 삶, 상황적 지식, 겸손한 목격자, 사이보그, 질병과 죽음

[ ] 믹소트리카 파라독사(Mixotricha paradoxa) 흰개미의 장 속에 서식하며 상호의존적인 다섯 종류의 박테리아가 공생하는 생물체로서, 흰개미가 먹은 나무 조각을 소화시켜 흰개미에게 영양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중요한 것은 숙주라 불리는 믹소트리카 파라독사와 여기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들이 서로 독립해서는 살지 못하는 공의존관계라는 사실이다. 95

[ ] 해러웨이는 자신의 ‘가르치는 일‘을 ‘실뜨기의 놀이 경험의 구현‘으로 설명한다. 생활 속에서,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연속적으로 맞물려지는 매듭들 속에 연루되는 경험이다...새로운 시간과 교차하는 만남에 계속 귀 기울이고 그들과 엮이며 생산하는 한, 그들과 함께 있는 한 106

[ ] 서양과학의 전반이 남성적 원칙에 기초하고 있음을 비판한다. 서구 인본주의 즉 이성중심주의는 정신과 육체를 이분화해 이성과 정신을 ‘남성적 원칙‘의 기초로, 감성과 육체를 ‘여성적 원칙‘의 기초로 삼았고 후자를 비이성적인 것, 문화활동에 저해가 되는 것으로 금기시해왔다. 107

[ 1 ] 상황적 지식: 서구 과학의 이런 남성중심주의를 ˝죽은 백인 유럽 남성들 dead white european males˝이라는 표현으로 풍자하고..이것이 ‘객관적 지식‘의 전제가 되었다로 폭로한다. ‘상황적 지식‘이라는 개념은 모든 사람(그룹)의 비전이 그 사람(그룹)의 시시각각 변하는 정체성에 의해서 구성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연의 실재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이며, 좋은 과학과 나쁜 과학은 구별할 수 있고,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의 물질적 분석과 이를 둘러싼 문화적 분석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한다. 108

[ 2 ] 겸손한 목격자: 상황적 지식이란, 겸손한 목격자의 지식이다. ‘목격‘이란 보는 것이고, 증언하는 것이며, 서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보고 기술한 바를 해명하는 것이며, 자신이 보고 기술한 바에 심적으로 상처받는 것이기 때문이다...목격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야 하는 존재들이고, 틀리기 쉬우며, 무의식적인, 부정적인 욕구들과 두려움들로 가득 찬 사람들이다.......겸손한 목격자는 상황적 지식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겸손한 목격자는 자신의 영향력, 권력 한계를 인식한다....이때 겸손은 자기 소모적인 낮춤이나 무능력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다. 겸손은 오히려 하나의 특정한 재주인데, 그것은 자신이 처한 위치와 목격 상황이 그 자체로 어떤 유산이자 복합적 구성물임을 인정하면서 이러한 위치성을 주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109

[ ] 여성주의의 지향이 소위 ‘정상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하는 데 머무르는 한, 여성주의적 성찰은 가부장제의 반담론에 불과하게 된다. 111

[3 ] 사이보그: 사이보그는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이 비자연적 인공인지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사이보그는 동물과 기계의 합동적 혈연관계를 주장하고 본질적 정체성을 부인한다...111.. 정말 ‘여성‘으로 자연스럽게 묶일 그러한 본질과 범주가 존재하는가?..젠더, 인종, 계급같은 단일한 정체성은 가부장제, 모순된 사회 현실들이라는 끔찍한 역사적 경험에 의해 우리에게 강요된 성취다.....사이보그에게 묶임이 있다면 이주노동자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 아웃사이더라는 사실일 것이다...페미니스트들은 인간중심주의를 무너뜨리려 노력하고 이 붕괴를 포용해야 한다. 사이보그를 페미니즘의 중요한 성찰로 가져갈 때, 가부장제가 뿌리리박은 불평들을 무너뜨릴 수 있고, 이질적인 것들의 연결과 접합이라는 자산을 얻을 수 있다.....112,113

[ ] 새로운 생산: 이원론의 설화를 전복하고 시작되는 새로운 신화는 이제 타락 이전 순수의 시절을 다루지 않는다. 이것은 ‘새로운 생산‘을 여는 신화다...생성과 소멸로, 다신 생산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를 지향한다...사이보고는 부활을 원하지 않고, 총체성보다는 우리의 경계를 구성하고 다시 해체하는 친밀한 경험 속에서 재생을 희망한다...사이보그의 말은 이교도의 말이자, 이질적이고 다양한 각기 다른 언어로, 복수적으로 복합적으로 다중적으로 말하는 말들이다. 113

[4 ] 질병은 관계다.: 우리가 직면한 사실은 인간은 역사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며, 우리가 병들고 노쇠하는 존재, 생명의 한계를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죽음의 긍정이 절대적인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찬미한다는 의미에서의 긍정이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죽어야 할 운명이 아니라며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렇다.˝...고장은 임무를 성취하기 위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유대관계를 드러낸다....질병의 위협은 건강의 주요 구성요소들 중 하나다. 115 질병을 관계 맺음으로 이해했을 때, 면역체계는 몸속에서 중요한 세포 체계 간의 의사소통 공간으로 작동한다. 세포 간에도 서로를 인식하고 관계 맺는 소통이 이루어진다. 질병은 관계의 문제이고, 관계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맺어지느냐에 따라 서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117 질병과 싸운다라는 표현 자체의 정치 은유가 문제다.

볕뉘

0. 묵혀 두고 읽지 못한 책인데, 다시 눈에 들어온다. 다른 인물을 모두 읽거나 파고 있는분들이기도 한데, 이 분이 생소해서 펼쳐보았다. 출판 번역된 책은 네 다섯권 정도..그 책들을 살핀 것이다.

1. 건강이 생의 주요한 척도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죽지 않으려고 한다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죽음과 질병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만이 예외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사회와 닮고, 각박한 세상의 복제품임을 증명해내고 있다. 질병에는 죽음을 스며들어 있다. 그런면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해내고 정상만을 탐하는 사회에 다른 시야와 시선을 가질 수 없다. 죽음과 체념을 통해 그 관계들을 다시 생각해내는 지혜를 통해 삶은 더 성숙해질 수 있다. 나도 병들고 나도 죽기 때문이다. 그 모든 관계들은 삶의 그물에서 출렁이고 서로 매듭으로 맺어지며 살아가야 한다. 서로의 마음과 몸의 시선과 시야 속에 녹아들어야 더 자유롭고 넓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 질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부족하였는데 이렇게 상기시켜주니 다행이다 싶다. 거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만남들의 출발점을 공유할 수 없음이 늘 안타까웠다.

3. 강박처럼 총체성에 잡혀 있었던 것은 아닌가?이원론과 이분법을 녹아내리게 하는 방편으로 좀더 깊은 읽기를 해보아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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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초반 이후 신도시의 아파트에 안착한 30대 여성들 상당수는 어려서부터 남녀평등의 이념을 교육받아온 터라 결혼 전까지만 해도 가부장제의 습속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하지만 결혼 후 상황은 바뀐다. ‘남편의 경제적 역할‘과 ‘아내의 정서적 역할‘이라는 핵가족의 기능적 분업화에 적응해야만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46

[ ] 외환위기 이후의 아파트: 1970년대 이후 10년주기로 첫 번째 세대는 근로소득을 능가하는 자본 이득의 중요성에 눈을 떴고, 두 번째 세대는 전세 제도를 지렛대 삼아 아파트 한 채를 더 보유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며, 세 번째 세대는 수도권 일대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자신들에게는 앞 세대와 같은 자산의 증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시달렸다....흥미로운 것은 이 중산층 아버지들 중 어느 누구도 아파트가 고도성장을 통해 축적된 사회적 부를 시세 차익아라는 형태로 그 소유자들에게 배분하는 사회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들은 이 시스템의 근간인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청약 제도의 설계 의도에 대해 굳이 알려 들지 않았으며, 연간 10퍼센트를 넘나들던 특정 시기의 경제 성장률이 사실상 복지 제도를 대신했던 이 시스템의 에너지원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 52

[ ] 청년기의 정치적 경험에 방점을 찍는 세대론이란, 10년 주기로 펼쳐진 ‘정치적 격변, 경제적 호황,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라는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성공적으로 중산층에 진입한 집단 중 일부가 자신의 정치적 발언권을 특권화하며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만들어낸 자기 정체성의 판타지였던 것은 아닐까? 58 ˝아파트와 전자 칩,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버린 그 세계에서 청춘의 자아는 ˝지나치게 얄팍˝해 ˝셀로판지 같지만 셀로판지가 아닌˝ ˝셀로판지가 되기엔 너무 두껍고 또 인간이 되기엔 너무 얇은 뭔가˝로 존재하며 아무런 희망도 없이 게임의 규칙을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것이다. 59 나는 인간인 동시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곡선의 평면이다. 화려한 풍경 속에 창백한 백지로 남는, 고선으로 이루어진 어떤 하얀 평면...닳고 닳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셀로판지와 아무것도 그릴 게 없어 휑하게 남겨진 백지라는 은유의 유사성. 김승옥과 달리 김사과 주인공은 가족의 로망스 자체가 시효가 끝난 시점에서 ‘납작한 반투명 주체‘라고 할 수 있다. 60

[ ] 제3막은 그 무대에서 ‘정치‘가 ‘저성장‘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고안해내지 못하고 중산층이 욕망의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아파트가 여전히 주인 행세를 계속한다면 세상은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65

[ ] 실제로 저금리를 앞세운 은행의 영업 방침, 금융 자본의 지원 사격을 받는 건설사의 사업 전략, 그리고 경제적 불확실성에 노출된 중산층의 재테크 전략, 이 삼각관계의 역동적인 흐름 안에 바로 ˝그녀의 프리미엄˝ 광고전략이 자리잡고 있었다. 93

[ ] 참여정부 집권 직전 시중의 유동 자금은 이미 400조 원 규모였던 데다가, 집권 이후 가계대출로 시중에 풀린 돈만 200조 원이었고, 국토균형발전정책으로 인해 시중에 풀린 토지보상비의 규모도 2003년부터 2006년가지 70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97

[ ]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정치 개혁의 열망이 자본 소득의 욕망에 패배했음을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확실히 두 번째 자각이었다. 대통령 덕분에 2002년에는 ‘중산층 소비자‘에서 ‘참여하는 시민‘으로 깨어났고, 집권 후반기에는 또다시 ‘참여하는 시민‘에서 ‘자산 투자자‘로 깨어났다. 103

[ ] 1977년부터 자리 잡은 분양가 상한제는 선분양제와 짝을 이루고 있었다. 이 두 제도 덕분에 정부는 주택 공급시장의 통제력을 거머쥘 수 있었고, 공급자는 상품을 만들기도 전에 금융비용을 들이지 않고 구매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구매자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109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부도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의 요구로 분양가 상한제가 폐기되었지만...선분양제는 고스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아파트는 이전보다 더 기묘한 상품이 되었다. 이전까지는 정부가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조율하는 박리다매의 공동구매 상품이었던 반면, 이제는 공급자가 직접 나서서 주도하는 시세와 동일한 가격의 선 입금 예약 상품으로 둔갑했던 것이다. 110 한국만의 독특한 민간 임대 제도인 전세제도는 호황기에는 부동산 시장의 최전방 공격수인 다주택 보유자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미드 필더‘로 대활약을 펼쳤다. 일종의 ‘사금융‘이나 다름없던 이 제도는 불황이 닥치자 재빨리 후방으로 되돌아가 ‘최종 수비수‘로 전환한 뒤 가격 하락세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그러니 이런 표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파트 시장의 진정한 ‘리베로‘라고 말이다. 112...그들의 유일한 자산인 아파트 한 채가 담보물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기 전까지는 희망을 버리려고 하지 않으리라.......아파트 하락세와 자영업자의 위기...자녀 세대는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한 채는 그래도 물려받을 수 있으리나는 기대가 빚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13 1960년대 후반부터 외환 위기가 발생한 1990년대 후반까지 약 30년의 시간대가 오히려 비정상적인 시기였던 것이 아닐까? 115

[ ] 정치학자 전인권은 ˝한 아이가 다른 형태의 아버지, 여러 명의 아버지를 체험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로 나가는 여러 개의 창문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세상을 보는 눈도 여러 개 가지게 되니 그만큼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농경사회에서 성장한 변방의 청년들 대부분은 여러 개의 창문을 갖지 못했다. 그들에게 ˝세상으로 나가는 창문은 아버지 하나뿐이었다.˝ 141

[ ]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 산업은 강남의 재건축과 강북의 뉴타운 개발을 거치면서 점차 금융 산업과 밀월관계를 맺었다. 이전의 고도성장기에는 정부, 건설업, 중산층이 삼각편대를 구성해 수도권의 창공을 마음껏 활강했던 반면, 이제는 금융업, 건설업, 중산층이 삼위일체의 신성동맹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167

[ ] 마린시티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함께 용인에서 시작된 포스트-강남의 흐름이 2000년대 초반에 주상복합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를 거점으로 삼아 강남으로 입성했다가 다음 행선지를 저울질하기 위해 잠시 송도의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뒤 결국에는 경부선 고속철을 타고 내려와 해운대에 똬리를 튼 것 같은 모양새였다. 170

[ ] 이전의 10년이라는 시간차는 이제 5년 정도로 좁혀졌고, 그 시간차의 발현 양태도 지방 중상류층이 한발 늦게 수도권 부동산에 투자하는 식이 아니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의 꺼져가는 불씨를 이어받아 군불로 되살리는 식으로 바뀌었다. 174 역세권을 기본으로 하되, 자량보다는 보행자의 이동이 자유로운 곳, 기존의 상권이 등락 없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곳, 토박이들의 텃세가 심하지 않는 곳, 개발 호재 없이도 상권의 확장이 가능해 보이는 곳 등등. 176 1970년 1971년에 백만명 넘게 태어난 2차 베이비붐의 정점을 찍었던 이들은 저성장과 저금리 사이에 낀 채로 비정규직 노동의 증가와 아파트 가격의 폭등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중산층 진입이 요원한 일이었다. 따라서 이들이 아이를 하나만 낳거나 아예 부모가 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매우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186 인구 감소의 쓰나미가 닥치는 시점은 이들이 50대에 진입하는 시점 2021년은 아닐까?..그 행선지는 2022년 대통령 선거를 향해 돌진할 것이다... 이 때는 50대가 845만 명, 60대 이상이 1,298만 명이 된다. 결국 대선의 승패는 50대 이상의 유권자에 의해 판가름 날 공산이 매우 높다. 187

[ ] ˝팔자가 갈라지는 대목까지는 운수 놀음이지만 갈라진 다음부터는 현실 놀음˝이라는 점이다. 193

[ ] 나는 사회를 사회로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기회를 얻지 못했으며, ‘사회‘를 ‘사회‘답게 만드는 집단적 경험조차 제대로 공유해본 적이 없다고 할 수 있다. 194

[ ] 신세대: 로봇 프라모델의 조립 과정을 통해 대상과 밀착된 관계를 맺고 거기에 기대어 자아의 확장과 심미안의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그것은 독특한 이중구속의 구렁텅이로 그 소유자를 밀어넣고 자아의 변형을 강제하기도 했다. 207이런 태도는 결국 ‘단일한 자아‘에 대한 포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도덕적 판단과 미적 판단의 주체가 반드시 동일한 ‘나‘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각각의 차원에 최적화된 형태로 사안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자아를 쪼갰던 것이다. 208 일본 에니메이션은 이 세대의 소년들에게 프로트타입 형태의 문화적 인터페이스를 인스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212 신세대 일부는 처음에는 ‘자아의 분열‘로, 그 다음에는 ‘메타 자아의 구성‘으로 두 번에 걸친 이중구속의 상황을 돌파한 소년들이었다. 당연히 이런 경험을 해본 영민한 소년일수록 자기만의 패턴을 체계화하는 데 익숙했고, 자기만의 쾌락을 추출하는 데도 능수능란했다. 213 프라모델이 그들의 자아를 쪼갰다면, 워크맨은 그들의 감각을 쪼갰다. 워크맨은 감각의 재조직화를 통해 당시 청소년이었던 신세대의 문화적 인터페이스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215 헤비메탈 자체가 이 시기의 중고등학생들이 간단한 패턴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해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실험실이었던 셈이다 217 될 수 있으면 남들이 듣지 않는 희귀한 음악을 찾아들으려고 한다. 219 연습생 트레이닝 시스템을 눈여겨볼 만했다. 그것은 일종의 실험실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청춘‘을 말소한 뒤 소년기와 성년기를 바로 이어 붙여 새로운 타입의 인간형을 양산하려는 시도가 거듭되는 실험실 말이다...그들은 제각각의 데이터베이스와 패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아돌의 생산 시스템을 운영, 관리하고 있었다는 것. 240 내가 상상한 이 세계가 청춘의 테마파크라고 생각했다. 장기 경기 침체의 덫에 걸린 신세대가 호황의 기억을 소환해 복고와 추억, 자기 위안을 상품 형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테마파크 말이다. 막장극과 버라이어티 쇼와 오디션 프로그램이 판치는 텔레비전 화면의 가상계에 손바닥만 한 빈자리라도 있다면 별 어려움 없이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43

[ ] 집으로 향하던 ‘사다리‘가 사라진 이후 큐브는 기존의 거주용 방과 집의 기능을 외부화한 방, 즉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이 이원화된 방향으로 계속 증식했다.....284.. 서울의 입장에서 보자면 임대료는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호르몬 주사제나 다름없었다. 만약 다른 지방 도시였다면 큐브 일부는 빠르게 슬럼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독 대학교가 많은 서울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 같은 산업예비군들이 큐브에 거주하면서 도시의 노화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격랑에 맞서는 인간 방파제라고 할까? 285

볕뉘

0. 이 책을 읽다가 [빚으로 지은 집]이라는 2008년 리먼사태이후의 미국상황을 추적한 책이 떠올랐다. 있는 사람, 부자동네가 아니라 변두리의 삶과 관계가 급속히 망가지는 모습이 기억난다. 말미 가계부채 탕감이란 정책이 오히려 유효하고, 경착륙이 아니라 연착륙이 가능하다 말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인상깊게 보았는데 이렇게 다시 만났다.

1. 이 책 역시 시도가 엿보인다. 소설의 인용과 소설 작법을 활용하였고, 귀에 쏙쏙 박히기도 한다. 다소 산만한 감은 없지 않지만....

2. 진보란 무엇일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삶을 걸지 않는 이상, 삶이라는 기간의 진보를 한묶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쌓인 보수와 핑계의 무덤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게 했다.

3. 경제란 살림살이를 전면에 세우면서 정치관계를 파헤쳐야 한다. 그런면에서 박해천교수의 진화된 탐색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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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마차는 울며 간다

[ ] 과메기 - 푸른 바다 물빛 털며 돌아가는 생이다. /지느러미 흔들고 흔들리며/삶을 부린 저 바다/노대바람 뚫고 명주바람 건너온/아비처럼 어미처럼 돌아가는 길이다/서글픈 속내일랑 뒷산에 묻고/그리운 사랑일랑 가슴에 묻고/시누대에 눈을 꿴 몸뚱이들/덕장마다 환원의 문장을 쓰고 있다/화르르 비늘 돋는 구룡포/차디찬 겨울 빛나는 율동/샛바람이 읽고 있다

[ ] 구름의 손목 - 등나무넝쿨 터널처럼 이어진 식당이었어/사람들이 꽃을 굽고 있었지/손을 뻗어 잘 익은 꽃 한 점 집으려는데/어머나, 시커먼 구름이 내려와 두 팔을 확 잡는 거야/뭉글뭉글한 구름에도 손목이 있더라구/시멘트 위로 끌려가는 내 어깨는/강판에 갈리는 햇감자 같았어

[ ] 11월의 저녁 식사 - 뱃공장 언덕 조광상회 검둥이 눈매 깊은 국/끄무리한 먼 산 지느러미 조림/덕장 시누대 비늘 볶음/수평선 총총 오징어배 집어등 무침/제일 먼저 불 켠 제일교회 첨탑 위 벌건 십자가 구이//그러고도 빌어먹을,/그리움 한잔

[ ] 오해를 풀다 - 너를 닥나무로 알고 베겠다/가늘고 길게 자란 오후에다/터억 무쇠솥 걸고/백피 될 때까지 삶고 또 삶겠다/까칠한 말이 끓어/입안 가득 백태가 끼면/초경처럼 붉은 꽃무릇 닥풀 삼아/풋대질 하겠다/네가 으엉으엉 말문 열면/나도 어응어응 대답하겠다/말과 말이 부둥켜안은 부벽/투명한 화해 한 장/허리 세우는 소리 듣겠다.

[ ] 돌림노래 - 니끼미 시발 지랄났다꼬 내가 수그리나 시발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야마가 확 돌아뿌네 시발 타고 싶어 탔나 목구녕이 포도청이라 자존심 확 구기뿔고 시발 선금 땡겨 오줄없는 짓 안 했나 시발 문디 지랄 같은 기 마 화딱 디비 엎어 뿔고 에이 시벌컥벌컥벌컥컥 컥 // 아지매요, 도루묵 없능교/감자 삐지 옇고 벌겋게 해다 주소 퍼뜩// 니끼미 시발 지랄났다꼬 내가 수그리나/사람 나고 돈 났지 시발 돈 나고 사람 났나//

2. 우아함의 기술

[ ] 우아함은 세상과 편하게 지내는 것이다. 삶이 그대의 바지에 포도주를 쏟을지라도! 14 21세기의 삶은 급하고 서투르고 불만스럽기 일쑤이다. 우리가 서로를 그리고 우리 자신을 대하는 방식 때문이다. 16 우아함은 그 자체로 야단법석을 떨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미묘하게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본질적으로 우아함은 침착하고 편안한 사람으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로 행복이 전이되는 것이다. 19 마치 떠다니듯 움직이고, 모난 데라고는 보이지 않고, 온통 하늘거리며 부드러운 것이, 마치 나지막이 떨리는 우주의 진동에 조율되어 있는 듯한 사람 말이다 19 우아함은 외모나 세련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전적으로 연민과 용기의 문제다. 23 매끄러움에 대한 감탄이 우리 뇌의 쾌락중추에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24 ‘밝은 얼굴로‘ 주변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너그럽게 굴라고, 그들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충고했다. 25 우아함은 변형작용을 한다. 평범한 순간을 특별한 어떤 것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우아함은 우리가 편안하고 침착하고 용기 있는 인생을 만나도록 도와준다. 264

[ ]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은 몇 분 동안 예기치 않은 기쁨을 선사한다. 그런 유대감은 규모가 클수록 더 큰 기쁨을 안겨준다. 실수해선 안 되는 바쁜 일터에서....조화롭고 효율적인 그들의 움직임은 일종의 춤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자체에 숨겨진 안무를 볼 수 있다. 150 우아함의 핵심에는 편안함이 있다. 그것은 중력에 저항하고, 행동을 매끄럽게 하고, 마찰을 줄인다 세상에 당신의 선물을 풀어놓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동적인 실천이다......당신 자신도 편안하게 해주어라. 깐깐하게 굴지 마라...다른 사람들이 베푸는 친절을 다 받아들여라. ...다른 사람에게 우아해질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 382 우아함은 내면적 강인함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연약함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즉 그것은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의 인간성을, 마찬가지로 부족하고 연약한 인간성을 지닌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과 관련된다. 그것은 조금이나마 우리 자신을 드러내는 문제이고, 몸과 정신을 결합하는 문제이다. 376

[ ]사회적 우아함은 신체적 우아함과 마찬가지로 노력을 요한다. 사람들과 지내는 것은 여타의기술들처럼 하나의 기술이자 훈련이다. 다시 말해 요리나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 일이 매끄럽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지 알수록, 우아해지기를 원하고 우아해지는 연습을 많이 할수록 더 잘 그리고 더 확실하게 그렇게 될 것이다. 92 카리테스 charites, 로마인들은 이들을 그라티아이 gratiae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움과 풍요 그리고 기쁨의 화신들을 불렀는데, 여기서 영어의 grace 즉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매력, 쾌활함, 기쁨을 선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이 젊은 세 여신이 하는 일은 단 하나, 삶의 즐거움을 고양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것. 15


볕뉘.

0. 한 편은 무용비평가의 글이다. 또 한 편은 10년만에 시집을 낸 구룡포로 간다의 권선희시인의 시의집이다. 우아함을 평하기에는 그리 순조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밖으로 난 길이 아니라 안으로 뻗어있는 길이라 여기고 짚어보았다. 감정을 표출하라고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를 말하지 않는다. 몸짓과 맘짓은 이것에서 자유롭지 않다.

1. 꽃마차는 울며 간다를 읽다 콕콕 배이는 말. 그 말에 걸려 언어에 가까운 다른 시집에 손길이 덜 갔다. 마음이 뻥 뚫린다. 때로는 언어가 아니라 말이 이 역할을 단단히 한다 싶다.

2. 그리움 한잔 마시고 싶은 가을. 11월. 단풍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든다. 툭...꼭지 떨어지는 소리도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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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더전과 퓨리오숙의 탄생: 한국 여성들의 생존 문제다. 한국 여성의 노동 조건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경제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극심해진 여성 혐오 문화는 한국 사회의 강간 문화를 강화시키고 있다. 경제, 정치, 문화는 분리되지 않은 채로 여성의 삶의 조건을 형성하면서 생존을 위협한다. 105

[ ] 미국 대중 문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 2012, 겨울왕국 2013, 말레피센트 2014, 헝거게임 시리즈 2013-2015, 주토피아 2016, 모아나 2016에서 새로운 여성의 재혀늬 만개 105

[ ]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주인공인 퓨리오사.....갓숙이자 퓨리오숙인 그는 말한다. ˝여자들 웃음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가야, 그게 사는 맛이지˝ 107

[ ] 가모장과 문명남에 대한 열광은 일면 ‘이성애 섹슈얼리티에 기반한 대중문화의 열풍‘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초과하는 것이 있다. 남성과 공존해야 하는 여성의 ‘생존 문제‘다. 2015년 한 언론에서 조사한 것처럼 ‘여혐혐‘을 추동하는 가장 큰 힘은 공포/두려움이었다. 그리고 그 공포는 범죄 공포, 결혼 공포 그리고 시선 공포의 세 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09

[ 1] ‘느낀다‘라는 전쟁: 느낀다라는 것 자체가 정치이자 일종의 전쟁인 것이다. 126 낡은 습관의 해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 습관의 폐기는 새로운 습관의 창조와 결부되어야 한다. 습관은 우리가 기대고 있는 하나의 체제이며, 삶을 조직하고 유지하는 체제는 어느 공동체에나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습관의 해체는 무가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지향이다. 체제의 구성과 유지를 둘러싼 적대의 형성을 정치라고 본다면, 그런 의미에서의 정치는 욕망 및 정동과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다. ....같은 사건을 두고서 ‘여성 혐오 살인사건‘ 혹은 ‘묻지마 살인사건‘이라는 각기 다른 평을 하면서 각자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이 사회가 구성원을 길들여온 습관의 문제와 관련된다. 그런데 ‘페미니즘 리부트‘가 이 습관의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장을 구성해내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 정동이 이데올로기적 매트릭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거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 논의될 수 있는 사례다.....여기서 베르그송의 ‘지속‘ 개념에 다시 주목해보자. 습관의 변용은, 인터넷이라는 버추얼에 흐르고 있던 순수기억으로서의 ‘페미니스트 버추얼(잠재성)‘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새로운 페미니스트 주체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친 트위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페미니즘 학습과 의식화의 경험은 잠재적인 것으로 부유하고 있던 과거 논쟁의 기억이 특정한 계기들에 의해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 그런 일련의 지속 안에서 축적된 것이다. 127

[ 2] 미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대통령 선출로 이어졌던 미국에서, 8년 후 소수자 혐오와 신자유주의적 천박함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 트럼프가 승리했다. 이런 현실로 미뤄본다면, 마모루가 야심차게 분석하고 있는 ‘정동의 힘‘은 일견 순진해 보인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등장했던 ‘핑크 코끼리‘가 표상하는 것처럼, 부대낌, 정동, 오염은 어떤 의미에서도 당위적으로 ‘선‘만으로 정향되지 않는다. 마모루가 자신의 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모멸과 혐오, 불행의 감각 등은 향후 좀더 폭넓게 탐색되어야 할 것이다. 133

[3 ] 여성 혐오에 기반한 남성들 간의 ‘평등‘이라는 도착적인 상상력, 마녀사냥이라는 여성 젠더에 대한 대대적인 거세 작업, 이를 바탕으로 했던 여성들의 ‘가정주부화‘ 과정. 이는 새롭게 등장한 정치경제 체제인 자본주의가 지금까지의 습관이었던 가부장제라는 강력한 지배 체제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이에 복무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가부장제적 자본주의 혹은 자본주의적 가부장제라 할 수 있는 가부장체제가 등장했다. 이는 곧 자본주의의 시초 축적 과정이기도 했다. 마르크스가 규명했던 자본주의 시초 축적은 젠더 중립적이지 않은 과정이었던 셈이다. 137

[ 4] 신자유주의란 모든 것을 사유화하여 공유지를 박탈하고, 그렇게 공동체와 그 내부의 사회적 관계를 박살내서 강도 높은 노동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각자도생, 무한경쟁, 먹고사니즘의 등장은 이런 공유지 박탈의 원인이자 결과인 것이다. 1980-90년대에 새로운 영토로 등장해 사이버 공유지로 상상되었던 인터넷에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점증한 것 역시 바로 이 시기였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떨어진 섬이 되어버리는 단절의 공간. 이는 사이버 인클로저라 할 만하며, 이것이 강력한 타자화의 동학인 혐오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이런 흐름이 감정의 인클로저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금 목도할 수 있는 ‘온라인 지옥‘은 바로 이런 인클로저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137

볕뉘

0. 간헐적인 독서다. 사실은 의도가 있는 오독을 하고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운동‘이란 말로 대신한다.

1. 아이엠에프의 파고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치경제의 흐름 속에 가장 약자인 여성들의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세세한 결들을 잡아내는 것이 놀랍다. 여러 이론들의 결합도 그러하다.

2. 권력의 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힘을 부리는 자의 언어가 아니라,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표현한다는 것. 이것이 운동이나 활동의 결이 살려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을 가지고 될 때만 표현이 가능하니 말이다.

3. 풀처럼 바람의 결을 느끼고 말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가슴과 마음을 울리는 새로운 말들로 하나하나 모두 새로이 무장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힘이 되는 모든 것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4. 오늘도 여전히 페미니즘 리부트의 단어를 오독한다. 오독해내야 한다. 늘 가진 자의 언어만 쓰는 세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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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장소의 혼과 장소감, 양자를 모두 훼손하는 사회적 정신적 과정들이 존재하며, 이것들이 지배하는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빈곤해진다고 변함없이 믿고 있다. 5 지리적 능력:이란 특정 장소에 존재하는 개인이며, 동시에 광범위한 환경적 사회적 힘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우리가 삶의 직접성을 깨닫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장소는 우리가 외부 세계를 내다보는 거점이기도 하다.7
[ ] 1. 장소의 경험과 개념의 범위를 보여 주기 위하여 공간과 장소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 2. 장소 경험의 다양한 구성 요소와 강도를 탐구하였고,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고 경험하는 장소간에는 깊은 심리학적 연계가 있다는 주장 3. 장소의 정체성과 사람들이 장소에 대해 가지는 정체성의 본질에 대한 분석 4. 장소감과 장소에 대한 애착이 장소와 경관 만들기 속에서 드러나는 방식을 기술하는 것. 12 현상학은 직접 경험으로 이루어진 생활 세계의 현상을 출발점으로 하여, 주의 깊은 관찰과 기술이라는 엄밀한 방식으로 이러한 현상들을 밝히려는 철학 전통이다. 13


[ ] 장소와 지리학의 현상학적인 기초: 장소에 관한 지식은 지식을 연계하는 데 불가결한 고리가 된다....하이데거는 장소는 인간 실존이 외부와 맺는 유대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자유와 실재성의 깊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인간을 위치시킨다. 25 공식적인 지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고 드러내며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 속에 있는 질서와 의미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위한 거울이라고 했다. 31 지리란 무엇보다도 의미로 가득찬 세계를 심오하고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며 인간 실존의 기초 그 자체와 같은 것...지리학은 그의 실존을 실현하기 위한 한가지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32 메를로 퐁티, 세계는 지식보다 우선하는 것이며, 지식이란 항상 이 세계에 대한 언급이다. 모든 과학적 도식화는 이 세계와 관련된 추상적인 기호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마치 우리가 지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에서 배우기 전에, 시골에서 숲이나 들판, 강에서 미리 배우는 것과 같다. 33 장소가 정말로 인간이 세계에 존재하는 데 근본적인 속성이라면, 또 개인이나 집단에게 있어 안정과 정체성의 원천이라면, 의미 있는 장소를 경험하고 창조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35


[ ] 공간과 장소: 무의식적이고 실용적인 경험 공간, 개별적인 인간들이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지각 공간, 건축물 같은 ‘인공 공간‘, 추상적인 기하학적 공간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중에서 ‘실존‘ 또는 ‘생활‘ 공간이 특히 중요하다. 40 한 사회가 공간에 대하여 무관심한 듯이 보이는 때에도 무의식적인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41 지각공간 ˝우리는 감각만으로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공간 속에 우리의 인성을 투영하며, 공간에 감성의 끈으로 묶여 있다. 즉, 공간은 단순히 지각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인간의 삶이 이루어지는 곳이다.....‘대지로부터 생성된 공간‘이기도 하다....그것은 우리가 지표면의 물질적 친밀감에서 느끼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이며, 뿌리내림이기도 하고, 지리적 실체를 위한 일종의 토대이다. 44 기억 속의 장소와 현재 중요한 장소 둘다 본질적으로 보다 넓은 지각 공간의 구조 속에서 의미와 의도가 집중된 곳이다.....일상 세계는 문화의 세계이다. 시초부터, 생활 세계가 우리에게 의미의 우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해석해야만 하는 의미의 틀이며, 오직 생활 세계 속에서의 우리의 행위를 통해서만 구성되는 의미의 상호관계들로 이루어진 틀이다. 47 실존공간, 인간은 자신의 의도를 지구 위에 새긴다. 48 이 실존 공간은 정교한 생각이나 사전 계획이 필요하지 않은 무의식적인 것이지만, 다양한 공간 요소들이 지닌 의미들로 완벽하게 구성된 맥락 속에서 경험되고 창조된다. 50 실존공간은 문화적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다른 문화의 공간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52 지리적 공간은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고, 사람들에 의해서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다델은 지리적 공간이란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떤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성립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55 거주와 구축하기, 땅과 하늘, 그리고 신과 언젠가는 죽어야만 하는 인간의 융합이 완성되면, 지리적 공간은 본질적으로 신성해진다. 따라서 이 지리적 공간을 무의식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설계하고 건축하는, 문자가 없고 토속적인 문화의 공간과 동일시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신성하고 신화적인 지리를 마주하게 되는데, 세속적 지리와 반대되는, 사실상 유일한 진짜의 지리이다. 57 건축물에 대한 경험의 강도나 깊이가 똑같을 수 없다. 동시에 우리가 이런 경험들을 빈약한 것으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은 여전히 그것들이 사람들의 의도, 희망, 두려움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58 계획공간은 직접 경험이나 상상력 있는 경험이 아니라 지도상의 질서나 토지 이용의 효율성과 관련된다. 65 인지 공간은 동질적인 공간이며 어느 곳에서나 어떤 방향에서나 같은 값을 갖는다. 67 잔느 허쉬는 공간을 선험적, 실용적, 사회적, 물리적, 수학적 공간으로 분류한다...슐츠는 실용 공간은 인간을 자연적, 생물적 환경과 결합시키며, 지각 공간은 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에 필수적이며, 실존 공간은 인간을 사회적, 문화적 전체에 소속되게 하며, 인지 공간은 인간이 공간에 대해 사고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논리 공간은...다른 공간들을 묘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준다고 한다. 70


[ ] 장소의 본질: 장소의 혼은 그 경관 속에 있다....한꺼번에 프랑스인을 절멸시키고 그 나라에 타타르인들을 살게 하더라도, 호기심, 착한 생활에 대한 연민, 열정적인 개인주의는 여전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장소안에 항상 있는 특성이다. 80 새로운 곳에서 처음 며칠을 시간이 젊다. 말하자면, 넓다랗고 거침없는 흐름이다....그리고 나서 ‘그 곳에 익숙해지게 되면‘ 점점 그 곳이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85 고향에 대한 애착은 주로 개인이 그 곳의 물리적 환경과 맺는 관게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맺는 상호 작용과 관련이 있다. 85 장소는 경험적으로 쉽게 분리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장소는 ‘공적‘이다. 장소는 상징과 의미를 공유하면서 경험을 함께 하고 관련을 맺음으로써 창조되고 알려지기 때문이다. 88 공식적인 공공 장소가 거대하고 기념비적일수록, 시민들의 사적 환경은 점점 더 왜소해지고, 시민들은 공식적인 환경에 점점 더 주눅들게 되는 경향이 있다. 90 카뮈 ˝수 백만 개의 눈이 이 경관을 전망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겐 그 경관이 하늘이 보여준 최초의 미소였다. 그것은 내 마음을 경관의 가장 심오한 의미속으로 데려갔다.˝ 이는 문자 그대로 장소애, 즉 강렬하게 개인적이고 심오하게 의미 있는 장소와의 만남이다. 93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뿌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신이 일부를 이루는 환경을 통해서 도덕적, 지적, 정신적 삶 전체를 영위해야만 한다. 94 장소는 자체의 특성과 그것이 당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 때문에 장소에 대한 진정한 책임과 존경이 존재한다. 실제로 어떤 장소에 대한 전적인 관심, 사람이 할 수 있는 어느 것 못지 않은 심오한 관심이 거기에 있다. 소중히 한다는 것은 실제로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95 집은 단순히 어쩌다 우연히 살게 된 가옥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에든 있는 것이거나 교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의미의 중심인 것이다. 97우리의 장소 경험, 특히 집에 대한 경험은 변증법적인 것이다. 즉,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정착하고 싶은 욕구가 균형을 이룬다. 102 장소에는 우리의 의도, 태도, 목적과 경험이 모두 집중되어 있다...개인은 자신의 장소와 별개가 아니다. 그가 바로 장소이다. 104


[ ] 장소의 정체성: 정체성은 정태적이거나 변화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태도의 변동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정체성은 단일하고 획일적인 것이 아니고 여러가지 요소와 형태를 가진다. 109 장소의 의미는 인간의 의도와 경험을 속성으로 한다. 의미는 변화할 수 있으며,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질 수 있다. 그리고 의미는 복합성, 모호성, 명확성 등 자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113 물리적 환경, 인간 활동, 의미는 장소 정체성의 원재료이며, 그것들간의 변증법적 연계는 장소 정체성을 구조화하는 기본적인 관계다. 114 지표면의 다양한 장소들은 다양한 생명의 표출, 다양한 진동, 다양한 화학적 증발, 다양한 별들이 가진 다양한 자력을 가지고 있다. 장소의 정신은 위대하게도 실재하는 것이다. 115 내부에서 어떤 곳을 경험한다는 것은, 당신이 장소에 둘러싸여 그 일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외부의 구분은 단순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이원성으로, 우리의 생활 공간 경험에 기초가 되며 장소의 본질을 제공한다. 116 문턱이란 내부와 외부의 경계일 뿐 아니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말해준다....외부와 내부는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여서 언제 둘의 위치가 역전되고 대립하는 입장으로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다. 117 시인, 화가, 음악가는 이 세계를 발견해 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안에서 태어난 것처럼 보인다. 123 보울딩은 이미지를 경험 태도 기억이나, 직접적 감각의 산물인 심리적 그림으로 정의했다. 129 화가들은 똑 같은 풍경을 그렸지만, 네 개의 그림은 완전히 달랐다. 그 예술가들의 개성이 다르듯이 서로 달랐다.˝ 마찬가지로 장소의 정체성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의도 개성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131 모든 욕구는 가장 먼저 사물과 사람을 주체 자신의 활동에 결합시키려 하는 것이다. 곧, 외부 세계를 이미 구축된 정신 구조로 ‘동화‘시키고, 그 다음에 이 구조를 미묘한 변화에 대한 함수로 재조정하는 것, 즉 외부 사물에 정신 구조를 ‘적응‘시키는 것이다. 그는 자아나 사물에 대한 지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와 사물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지식으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135


[ ] 장소감과 참된 장소 만들기 : 장소의 지속에 대한 감성은 사람들이 현실감을 가지는데 필수적이다. 145 인간의 참된 삶이란...외부에 있는 것들을 주조하고 지배하는 독립된 힘이다. 곧 자기 주위의 모든 것을 음식이나 도구로 변환시키는 동화의 힘이다. 그리고 그것은....결코 판단 원칙으로서의 자율성을 내버리지 않는다. 거짓된 삶은 외부의 무게에 짓눌려서 그것들을 동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주조되어 버리는 삶이다. 146 진정한 장소감이란 무엇보다도 내부에 있다는 느낌이며, 개인으로서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의 장소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다. 이 소속감은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으로, 집이나 고향, 혹은 지역이나 국가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150 의식적인 장소감이란 ˝장소가 동물적인 생존 수준을 넘어서는 어떤 것으로서, 기쁨, 놀람, 경이로움, 공포 등을 전달해 줄 수 있으며, 그런 의사 소통에 식견을 가지고 경청하는 능력은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151 무의식적인 장소감은 주로 전통적인 문제에 대한 전통적인 해법을 이용해서 풀어가는 무의식적인 설계 절차를 통해 표출된다. 그러므로 무의식적인 장소감은 한 문화의 물리적, 사회적, 미학적, 정신적 필요를 전체적으로 반영하는 장소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고, 그 장소 안에서 그러한 모든 요소들은 서로 잘 적응하고 있다. 153 유럽에서 진정하게 만들어진 경관과 장소는 본질적으로 과거 수공업 문화의 유물이다. 156 진정성의 획득...그 차이는 당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과, 복제 그림을 얻어서 액자에 넣는 것과 같다. 157 장소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오랜 시간에 걸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통해 형성되어야만 한다. 그들의 애정으로 장소에 스케일과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장소가 보존되어야 한다. 173


[ ] 장소의 상실: 무장소성 : 다양한 경관과 의미 있는 장소가 결핍된, 일종의 무장소의 지리가 나타날 가능성을 나타낸다. 또한 우리가 현재 무장소성의 힘에 지배당하고 있으며 장소감을 상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77 무장소성이라는 것을 후기 산업 세계 어는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단순화시키고, 더 나은 계획과 설계를 통해 이 무장소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쉽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중요한 것은 무장소성이 일종의 태도이며, 이러한 태도가 점점 지배적인 현상이 됨에 따라 깊이 있는 장소감을 가지거나 장소를 진정하게 창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179 비진정성이 진정성보다 하위 차원이 아니라 다른 차원일 뿐이라는 점이다. 180 이 비진정성의 세계에서는 예외적인 것이 항상 평균적인 것으로 평가절하돼 버린다. 180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인간적 관계라는 입장에 서서, 다시 말해서 자신의 운명, 욕구, 행복의 편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냉정하고 탐색적인 사고의 촉수로 문제들을 비인간적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세상의 모든 차이들이 생겨난다....냉정하고 탐색적인 사고는 분명히 바로 그 초연함과 편협함 때문에 진정치 못하다...181 기술때문에 우리는 눈앞의 분주함, 사물에 대한 집착, 근시안적인 목표의 성취에만 매달리게 된다. 필연적으로 공공의 세계를 조작하는 기술자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광범위한 사적인 구조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181 집을 짓는다거나 새로운 땅에 정착한다는 것은 아주 근본적인 일로서, 세계를 다시 세우는 것과 맞먹는다....주택이란 ˝거주를 위한 기계‘라고 말한 르 코르뷔제의 견해를 받아들여서 엘리아데는 ˝당신은 자전거나, 냉장고, 자동차를 바꾸듯이 당신이 거주하는 기계를 자주 바꿀 수 있다....이러한 집의 상호교환 가능성은 집의 중요성이 감소함으로써 가능해졌으며, 동시에 집의 의미 축소를 촉진하다. 185 그들이 마주치는 어떤 것도 그들을 과거나 미래로 데려가지 않으며, 그 자체를 넘어서는 생각을 이끌어 내는 것도 없다. 어떤 의향이나 관계도 가지지 않는다. 어떤 것에도 역사나 약속이 없다. 모든 것이 그냥 혼자 서 있으며, 장면이 자꾸 바뀌는 쇼처럼 번갈아 오고갈 뿐이고, 구경꾼은 그 자리에 그냥 남는다. 193 만족할만한 효율성 달성이 목표가 디는 한, 장소는 효율성에 침해되어 사실상 아주 부수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생활과 가치보다 추상적, 경제적, 공공적 이익을 강조하는 접근의 편협성은 심각한 비진정성이다.....모든 과학적인 질문이 해답을 찾게 되더라도, 인간의 삶의 문제는 고스란히 손대지 못한 채 남는다. 196 매스컴 대중문화, 대기업, 중앙권력, 경제체제는 기술중심적 가치관과 연결되기 때문에 가시적 경험적으로 유사한 경관을 창조할 때나 현존하는 장소를 파괴할 때에 이것들이 서로 연계하고, 결합하며, 보완하는 중핵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이런 것들이 경관을 변화시키는 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미 있고 다양한 장소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데는 거의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 옛 길은 도시에서 출발해 다른 도시로 이끌어 준다. 새 길은 어디에서나 출발하지만,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198 관광은 동질화하는 힘이며 그 결과는 관광을 유발시킨 국지적, 지역적 경관의 파괴이다. 그리고 틀에 박힌 관광 건축물과 인공 경관, 가짜 장소로 대체되는 것이다. 203 단골이란 금박글씨나 간판때문이 아니라, ....상인들이 소비자의 백치 같은 행위보다, 자신의 진실과 근면을 더 신뢰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고, 또 얼마나 행복하고 현명해지겠는가 205 디즈니화의 추구는 현재의 우리 자신을, 우리의 행동이나, 사고, 상상력을 울타리에 가둔다. 이런 활동이 지배적이 되었으며, 공공영역이나 사적 영역 양쪽 모두를 지배하는 방식이 되었다. 216 미래적이고 혁신적인 것, 혹은 시대를 의식적으로 앞서가는 경관을 창조하는 것은, 기술의 표준화 원리에 기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는 진정으로 ‘국제적‘이면서 무장소적인 것이 된다. 미래화는 주목할만한 무장소의 형식이다. 221 서브토피아는 쇼핑 센터를 지나 네 번째 집에서 오른쪽으로 꺾은 다음, 다시 세 번째 집에서...왼쪽으로.... 223 장소감과 장소에 대한 애착은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감정이 없는 것이 경제적인 미덕이다...237


[ ] 오늘날의 경관경험: 과거의 장소가 좋았고 오늘날의 무장소는 나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장소들을 옛날식으로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 관념은 너무나 단순하다. 경관은 삶의 미학적 배경만은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 태도와 활동을 표현하며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태도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한, 경관 역시 크게 변화할 수 없다. 250 낯선 길을 여행할 때,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 새 집을 살 때, 그리고 그냥 주위를 둘러볼 때도, 경관의 모습과 특징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우연한 관심이 절정 경험으로 완전히 변할 수도 있다. 251 절정 경험으로서 장소애는 우리에게 환희나 엑스타시, 공포나 절망, 주변 환경과의 일체감, 성취감 등의 느낌을 준다. 252...구소가 알프스의 경치는 정신을 고양시킨다고 주장하기 전에는, 여행가들은 무시무시한 이 산을 보지 않으려고 마차에 차양을 치곤했다....인공적이든 자연적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시각과 주목이 차별적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경관은 새로운 신념, 미학, 기술 경제의 독특한 산물이자 표현이다. 253 농부가 볼 때 바위와 산들은 보기 흉하다. 경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산업화 시대의 인간은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어디에서나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모든 경험적 관계들이 의미 없어졌다는 것을 함축한다....앙리 르페브르는 경쟁적 자본주의가 도래하기 전인 19세기에는 빈곤과 억압의 한가운데서도 스타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작은 물건에도 의미를 부여한 숙련 노동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54 성찰의 경관은 공공경관이다. 공공의 소비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미에서 이다. ..이 때 공공은 사실 일종의 환영인지도 모른다. ..공공의 경관은 사람들을 고양시키거나 침체시키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람들을 도전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무도 쉽게 수용된다. 또한 그것은 매우 유쾌하고 편안하다. 그것은 적절한 기능을 하다.. 이런 경관은 헌신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심오한 가치관과 도덕적 이상이 결여된 경관이다. 258 부조리한 경관: 카뮈는 아무 것도 가능하지 않고 모든 것이 이미 주어져 있다는 제한된 우주관을 받아들인다면, 그 우주로부터 힘을 끌어올 수 있고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각자가 현재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려는 욕구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는 선호나 선택, 가치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 수용의 삶을 위한 토대이다. 259 부조리한 경관은 다른 상품들처럼 가공되고 처리되고 장식될 수 있지만, 유머가 없고 지독하게 심각한 상품이다. 262 도시마다에 어느 정도 친숙감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무장소적인 가게와 서비스 체인, 건축물 덕분에 현대 생활의 특징인 고도의 이동성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일성은 상이한 환경들을 접하는 우리들의 경험에 연속성을 부여해준다. 272 현대 사회의 경관은 합리성이란 신화, 이상적인 과거와 이상적인 미래라는 신화, 진보와 관용이라는 신화, 개인의 자유와 물질적 만족이라는 신화, 겨울에는 스위스처럼 여름에는 지중해처럼 이라는 신화, 북미 개척자들의 통나무집 신화를 표현하고 있다. 279 오늘날의 경관에 주입되어 있는 신화의 주요 특징은 단순함이다. 신화는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을 보지 못하게 함으로서, 인간의 행동을 본질적으로 단순하게 하고, 모든 변증법을 제거시켜 버린다. 신화는 깊이가 없고, 완전히 열려진 세게이며, 자명한 것에만 빠져 있으며, 더없이 즐거운 명증성을 내세우기 때문에, 모순없는 세상을 만들어 낸다....신화에는 역사가 없다....소요하기만 하면 된다...신화는 모든 이질성을 동일성으로 환원시킨다. 281 현대 경관에 대한 경험이 모두 아무 가치가 없고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경관에 주목할 때 항상 험악한 냉소나 체념적인 기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현대 환경에도 즐겁고 매력적인 것이 많이 있다. 많은 건물과 개발이 극적이고 흥미롭다. ...일상성은 관료주의적 소비 사회의 함정일 수도 있지만, 편안함과 안전을 뜻하기도 한다...오늘날의 경관이 최근의 현상이기 때문에, 그 특징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든가 편리성과 효율성이 반드시 부조리와 무장소를 야기한다거나, 혹은 현대 경관에서는 매우 의미 깊은 장소들이 생겨날 전망이 없다고 믿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284

볕뉘.

0. 술은 좋은 술과 나쁜 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술과 더 좋은 술이 있을 뿐이다.란 글귀를 보았다. 장소, 획일화되고 단순화된 부조리한 경관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로 인한 우리의 일상이 부담없이 유지되는 것이기도 하다. 좋다 나쁘다로 문제를 치환시키면 나쁜 것을 좋게 만들면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그저 부조리로 인식하게 되면, 미래를 쥐어짜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보다 낫게하는 것에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선악이 아니다. 좋고 더 좋고의 문제다. 그래야 문제가 조금, 쓸데없이 지금을 미래에 덜 저당잡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1. 70년대초에 출판된 저자의 책은 철학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상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독특한 통찰을 불러 일으킨다. 부버, 루이스 멈퍼드, 기술에 대한 이해 등등 관심있는 사항들이 섞여있어 온전히 읽기 좋았다. 책날개에 있는 다른 책들도 관심이 가게 된다. 장소, 시간, 공간, 그리고 삶에 유효한 사유를 부드럽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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