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시작하려면 지금 여기 있는 인간과는 특정한 분리가 필요하다

1. 합주행위

젠ㄷㅓ가 욕망하는 게 뭘까? 이렇게 말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의 존재를 구성하는 사회적 규범이 우리의 개별 인간됨에서 비롯되지 않은 욕망을 수반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조금은 덜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11

사람은 그의 인종, 그 인종에 대한 이해 가능성, 그 사람의 형태, 그 형태에 대한 인식 가능성, 그의 성별, 그 성별에 대한 지각적 검증, 그가 속한 민족, 그 민족에 대한 범주적 이해에 따라 다르게 생각된다. 12

인식가능성은 지배적 사회 규범에 따라 인정을 받은 결과로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면, 인식 가능성에 못 미친다는 것에도 장점은 있다. 정말 내 선택이 혐오할 만한 것이고 나에게는 특정한 일단의 규범 안에서 인정을 받겠다는 욕망이 없다면, 내가 생존한다는 의미는 인정을 부여하는 이런 규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에 달려 있게 된다. 13

내가 행위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내 행위의 조건은 부분적으로 내 존재의 조건이기도 하다. 나의 행위가 내게 행해진 행위에 달려 있다면, 아니 그보다도 규범이 내게 작동한 방식에 달려 있다면 내가 ‘나‘로서 지속될 가능성은 내게 행해진 것과 밀접히 관련될 수 있는 나의 존재에 달려 있다./그런 패러독스만이 행위 주체성이 가능해지는 조건이라는 뜻일 뿐이다. 13

인간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시작하려면 지금 여기 있는 인간과는 특정한 분리가 필요하다/여기가 바로 비평이 등장하는 지점이다. 이때 비평은 다른 삶의 양식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 삶이 규제받는 관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14

결혼이 친족 관계를 결정하게 되면 결혼 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친족 유대를 세우려는 시도는 거의 불법적이거나 존속 불가능한 것이 되고, 그래서 친족 범주 자체가 가족으로 붕괴된다. 결혼 유대가 섹슈얼리티와 친족을 조직하는 독점적 방식으로 존재하는 한, 성적 소수자 사회 속에서 가능한 친족을 만드는 지속적 사회 유대는 인정받지도 못하고 존속하지도 못한다는 위협을 받을 것이다. 17

실제로 ㄱㅐ개인들은 어떤 신체, 어떤 젠더를 가지고 유지할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사회적 지원 제도에 의존한다. 그래서 자기결정은, 행위 주체의 활동을 지원해주고 또 가능케 해주는 사회 세계의 맥락에 놓일 때만 가능한 개념이 된다./자기 힘으로 젠더를 주장하는 행위를 가능하게 ㅎㅏ고 또 지원해주는 사회 규범이 존재하는 한에서만 우리는 ‘자기만의‘ 젠더의 의미를 결정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다. 19
인식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 삶은 살만한 삶이 아니듯, 인식 범주에서 살아낼 수 없는 규제가 생기는 삶도 수용할 대안은 못 된다/입장의 차이, 욕망의 차이는 윤ㄹㅣ적 반사 작용이 되어 보편화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21

젠ㄷㅓ를 역사적 범주로 이해한다는 것은, 몸을 문화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라고 여겨지는 젠더가 계속 수정될 수 있게 열려 있으며 (인터섹스 운동이 분명히 밝혔듯) ‘신체anatomy’와 ‘성‘은 문화적 틀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23

인종이나 민족적 차이가 일차적인 것이 아니듯 성차도 더 이상 일차적인 것이 아니며, 그것이 표명된 인종적이거나 민족적인 틀 바깥에서 성차를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은 옳다. 24

인간적 삶human life – 인간적이 그저 삶만 수식하는 게 아니라 삶은 인간을 인간적이지 않아면서 살아 있는 것과 연결한다./자신이 아닌 것과 맺는 관계가 살아 있는 인간 존재를 구성하므로, 인간은 그런 것들을 확립하려는 노력 속에서 인간의 경계를 넘게 된다/삶의 가능성은 인간적인 것을 초월해 살아있는 존재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런 역설은 살 만한 삶의 문제와 인간적 삶의 위상을 분리할 것을 요구한다. 27

인간 범주가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며 또 광범위한 소수자들을 배제해야만 작동된다는 말은, 그런 범주에서 배제된 자들이 그 범주에 대해, 그 범주에서 말하는 ㅂㅏ로 그 지점에서 ‘인간‘ 범주에 ㄷㅐ한 새로운 표명을 시작할 것임을 의미한다. 29

정신분석학-성행위를 나누는 부모가 이성애 관계도 아니고 재생산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새로운 심리적 지형이 필요할 것이다./남성 여성의 이분 구조가 아닌 상황은 유아가 등장하는 사회 심리적 유형, 친족 층위의 변화, 인간이 ㅌㅐ어나고 양육되는 사회적 조건을 다시 숙고해볼 것을 요구하면서, 사회 분석과 심리 분석이 만나는 장소를 열어낼 뿐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분석의 새 영역을 열어낼 것이다. 30

나라는 존재가 언제나 내가 만든 적 없는 규범으로 구성된다면, 나는 이런 구성이 일어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 정동affect과 욕망을 연출하고 구성하는 것은 규범이 나만의 가장 고유한 속성이라고 느껴지는 쪽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이다. 31

젠더라는 것이 내 것이 되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섹슈얼리티 또한 어떤 특정한 ‘나‘의 박탈을 포함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게 나의 정치적 주장에 종지부를 찍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단지 누군가 이런 주장을 할 때, 그 사람은 그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는 뜻일 뿐이다. 33

2.

젠ㄷㅓ ㅎㅓ물기는 14년 전의 책 젠더 트러블과 달라졌다. 첫째, 나에서 우리로 존재의 인식론이 확대되었고, 둘째, 이론적 정교함에서 현실적 정치성으로 선회해 사회적 소수자에 ㄷㅐ한 ‘정치윤리적 성찰‘을 전개했으며, 마지막으로 다문화 ㅅㅣ대에 ㅊㅏ이를 수용하는 올바른 방식으로서 ‘문화번역‘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391

젠더 허물기는 여성이면서 사회적 소수자로, 또 성적 소수자로 살아가는 현실의 사회, 문화, 역사, 지역적 관계 속에서 소통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정체성을 논의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 번역이라는 현실적 ㅅㅏㄹㅁ의 정치성이 주창되는 지점이다. 392

제도권 철학이나 규범적 젠터라는 안정된 제도나 확정된 의미가 기존의 고정된 규제에서 자유로울 때 새로운 해석과 의미가 열릴 수 있다. 정통 철학, 규범적 젠더만을 고집하는 것은 억압과 폭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반면, 그로부터의 자유와 타자성과의 소통은 비억압적이고 비폭력적인 미래로 향할 가능성을 연다. 393

문화 번역은 보편성 개념에서 배제된 것으로부터 역사적이고 우연적인 자기 정의를 발견하는 언어도단이나 수행 모순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서로 경쟁하는 열린 보편성으로 재소환되어 자기 안의 ㅇㅠ령인 타자를 포함할 가능성, 반토대주의적인 의미에서의 ‘구성적 외부‘가 될 잠재성으로 제시된다. 394

‘비평성‘이란 사유 실험, 에포케, 의지 행위를 통해 도달할 수는 없지만 토대 자체의 열개와 파열을 거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397

볕뉘

0. 세벽 세시 - ..잠들어 있는 새들을/꿈의 얼룩고양이가 덮친다/늙은 세일즈맨은 잠옷차림에 서류를 들고/축축하거 거대한 버섯들 사이로 갈팡질팡 걸어다닌다....네시의 기차가 오기 전에/쓰레기들이 은빛 레일 밖으로 치워진다. 진은영

1. 이른 잠, 한밤 중에 일어나 네시가 오기 전 잠을 청하지만 뒤척인다. 막 읽기를 끝낸 연유는 아닌 것 같다. 주디스버틀러의 ‘수행성‘, ‘정체성은 없다‘라는 말이 맴돌면서도 정확히 박히지를 않았는데, 이 책의 요지로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하지만 급하게 읽으려하지 않는다. 열어둔 책들 사이로 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마음의 잔상에 남아 더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 몇 권의 책들을 열어두었다. 가벼운 책부터, 주제가 있는 책들, 이렇게 철학가이자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책들. 심히 무겁고 버겁다. 그래서 가벼운 책들이 많이 필요하다. 잡지같은 책들을 곁에 열어둔다. 좀더 딱딱하고 힘겨운 책들을 읽기 위함이다. 많이 왔다. 보들레를도 읽어야 한다. 저기 한켠에 미뤄둔 파리의 우울에 말을 건네는 이가 있어 몇 꼭지를 읽어두었다. 랭보, 장 주네. 무거운가 가벼운가...아무래도 무거운 한 달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그렇지 가벼운 봄. 봄이 곁에 있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새벽은 하루의 시작일까 하루의 끝일까? 나는 조에게 물었다. 해가 지고 해가 뜨는 사이. 그건 어디에 속하느냐고. 조가 팔짱을 끼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뭐긴 뭐야. 어제와 오늘이 겹치는 시간이지. 그래서 그 시간에 책이 술이 가장 맛있는 거야. (윤성희 ‘모서리‘에서)

2.

해가 뜨면 아침이고 해가 지면 밤이다. 그 가운데는 새벽이다. (오한기 ‘홍학이된사나이‘에서)



볕뉘.

0.

어쩌다 보니 사랑하게 되었어. 그 긴긴 시간. 그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들을 마음에 긋기 시작했어.
어쩌다 보니 색을 칠하게 됐어. 막막한 시간. 그 기다림도 여무는 시간들에 색깔을 입히기로 말야.
하얗게 하얗게 지난 밤 칠흑같은 졸음이 밀려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양으로.
까맣게 까맣게 온다 던 님은 오질 않고 어둑어둑. 더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까망으로.
푸르게 푸르게 내린 밤 설레임이 차곡차곡 쌓여와 이젠 분홍마저 내리는 새벽은 파아랑으로.
어쩌다보니 사랑하게 되었어. 어제와 오늘이 겹쳐 서성거림도 서걱거림도 남아날 것 같아.
어쩌다보니 낮은 잊어야 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사이 다 새벽이야. 새벽이야.
낮은 잊어. 푸르딩딩한 새벽이야.

1.

책 속의 새벽에 걸려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작가들의 괄호를 치는 상상력이란 때론 울타리를 넘어서 좋다. 그 말씨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한낮이 ㄷㅏ 새벽이라니..........묵혀보니 맞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채색‘ - 한지 위에 보름달을 백여일이 지나 다시 그려본다. 노랑에 하양을 섞어 몇차례 올리고 말리고, 그위 파랑ㆍ노랑ㆍ파랑ㆍ연두ㆍ주황을 올려본다. 사이사이 말림. 미리 봄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온보냉 – 이상하다는 것은 순수하다는 것과 통하고 종종 순수한 애들은 이상한 애들과 친했다....하긴 안겨 있는데 하나도 안 따뜻해지는 것도 이상하지. 보온병 말이다. ...나는 보온병만 보면 왕따 생각이 나는걸까? 속은 화끈거리는데 그걸 나눌 누군가가 없다면 틀림없이 따돌림을 받는 거다. 내가 학교 ㄷㅏ닐 땐 병을 깨서 자기 팔뚝을 긋는 애들은 못된 놈들도 안 건드렸다. 말하자면 이상한 놈이 못된 놈들보다 쎘다.

오줌의 색 – 아픈 사람을 빨리 알아보는 건 아픈 사람, 호되게 아파본 사람이다...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위로도 잘한다는 생각...방금 누고 온 오줌과 색이 똑같은 샛노란 링거액들은 대롱대롱 흔들리고 통증과 피로의 색이 저렇듯 누렇겠지 싶은데..

호모 텔레비우스 – 허리는 굽고, 목은 앞으로 쏠린 채/우리는 눈만 피곤하다/눈만 까맣게 남은/새우젓 속의 새우눈처럼

자기공명조영술 – 결과의 자리에 가서 보면 모든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올챙이는 개구리가, 애벌레는 나비가, 씨앗은 나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의심범이 아니라 확신범이 되고 싶다.......담당의가 미간을 좁히며 숨 들이마시세요 청진할 때 두개의 허파가 조영되는 식으로 어두컴컴한 화면 속에서 숨을 잔뜩 들이마신 허파가 나비 표본처럼 고정되어 있다. 나무 같기도 하고 희미한 잎맥 같기도 한 바탕에.

평균적인 삶 – 김부장은 사직을 제안받았다...예측보다 현실이 빠르다고 느낄 때야말로 떠날 때다....순순히 자리를 물리고 빠져나와 회사를 건너다본다. 남의 사람이 된 애인의 고친 화장처럼 짠하고 착잡하기만 하다. 세상은 봄날이고 꽃은 시절을 다투고 날리는 바람의 끝을 짐작할 수는 없으나 거래는 끝났는데 자꾸 뒤돌아보는 사람처럼 삶이란 원래부터 누군가에게 증강현실이었던 것이다.

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 십자가가 저렇게 많은데, 우리에게 없는 것은 기도가 아닌가. 입술을 적시는 메마름과 통점에서 아프게 피어나는 탄식들. 일테면 심연에 가라앉아 느끼는 목마름....우리는 아플 때 더 분명하게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아프게 구부러지는 기도처럼, 빛이 휜다. 

부끄러움을 찾아서 2 -생각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을 뿐인데 결국은 생각이 없어지는 방식으로,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왔다. 지지도 못하고 매달린 목련의 부황 자국 같은 얼굴.....죽음은 너무나 당연해서 생략 가능한 문장 같지만 생략된 것을 더듬을 때마다 가슴이 눌린다.

씽크홀 – 퇴근길에 그대로 가라앉아버린 사람들도 있고 이 골목을 소금쟁이처럼 지나간 사람도 있다...이 수수께끼 같은 삶을 무슨 댓가를 지불하며 건너고 있는 건지 가야할 길은 멀고 남은 시간이 없다고 생각될 때의 목마름,

생활이라는 생각 – 꿈이 현실이 되려면 상상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절망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 참으로 이기지 못할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이다. 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럭저럭 살아가면서 우리는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고, 망명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뭘 해야 한다면.......술도 안 마셨는데 해장국이 필요한 아침처럼 다들...참으로 모자란 것은 생활이다.

에고이스트 –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연인은 없다...하지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으며.....우리를 쓰러뜨린 것은 우리 ㅈㅏ신이 아니었는가. 누구든 다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자. 다만 우리는 조금씩 비껴 서 있고 부분적으로만 연루되어 있으며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여행자 – 헤어지는 사람이 실은 더 연애를 갈구하듯 죽으려는 사람이 가장 살고 싶은 사람이다.

심문 – 권고사직을 제안받고 그는 소진된 복서처럼 무엇이든 그러안고 싶었다.....누군가 지금 그에게 가벼운 안부라도 묻는다면 바늘로 된 비를 맞듯 그는 땅에 붙들리게 될 것이다. 화산재를 잔뜩 뒤집어쓴 얼굴로.

덩어리 – 나는 모닥불 앞에 앉은 사람처럼 여전히 더 큰 그림자를 뒤로 멘 채 붉은빛을 얼굴 가득 받고 서 있다...나는 따듯하게 얼어붙어 있다.

코뿔소 – 노안이 왔나보다.....문제는 많은데 답이 하나인지 문제는 하난데 답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 질문이 뭐였는지 답이 안 나오는 삶이다. 여전히 우리는 돌아올 만큼만 떠나고 떠나온 만큼만 굽어보지만 불행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안부처럼 여전히 삶은 노골적으로 상스럽지만....피차 빤하고 짠하기만 하는 삶, 미친 여자가 꽃으로 자기를 꾸미는 것이 나에게는 어떤 암시처럼 보인다. 코뿔소는 시력이 나쁘다.

천국의 아이들 2 – 자기가 제일 아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모인 곳이 지옥일 테지....하긴 아픈 사람만 봐도 같이 아픈 곳이 천국일 테지.

다단계 – 그러므로 물 한잔을 건네는 것은 목말라본 사람들의 덕성이며 삶이란 서로 권하고 축이고 또 이렇게 밥 한끼 얻어먹고 다음을 기약하는 일이지만  떠안기는 것이 천국이든 안전이든 자동차든 무엇을 팔든 실패는 하나의 기술이다. 실패한 사람의 손도 뿌리친다면 하느님은 누구의 손을 붙잡겠는가.

고통의 역사 – 백일홍 백일 동안 핀다고 누가 그랬나. 백일홍은 백일 동안 지는 꽃이다. 꽃은 떨어져내려 천천히 색이 시들고 그 곁에서 매미가 악을 쓰고 우는 백일은 얼마나 긴가. 어혈이 빠지지도 전에 다시 어혈을 입는 백일은 얼마나 더딘가....견디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견딤에 대해....세월은 더 흘릴 눈물도 없는 ㅅㅏ람들을 울려서 눈물을 짜내다. ㅅㅏ람이, 역기를 들어 올리는 사람의 얼굴로 간신히.

무임승차 - 아메바적인...더 단순하게 구조화되는 것이 진화의 내용이다. 그것이 우리의 이번 생이고 우리의 다음번 생이다. 그리고 살아남는다는 것....최선을 ㄷㅏ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해선 안된다. 왜 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에 승복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의심해야 할 것은 미래가 아니다. 의심스러운 것은 기억이다.....우리는 막 생겨나려 한다.


볕뉘. 시집을 다시 손에 들다. 낡은 현수막의 글귀처럼 몇몇 문장만 기억에 박혀 있었다. 그은 밑줄을 다시 다듬어본다. 다듬다보니 밑줄의 가장자리나 저기 불쑥 떨어진 것도 곁들여야 했다. 그러니 밑줄은 제대로 그어진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에 밑줄이 아니라 마음이 긋고싶은 사선을 따라 (2B연필이) 움직인 것이었다. 시끌벅적한 신입생 환영회 자리. 이름을 말하자 그녀는 김현승시인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동기이던 한 친구는 네 이름만 들으면 은은하고 따듯하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이름이 긋고 가는 사선의 흔적을 따라 마음이 자랐다. 이렇게 동명이인을 보면 낯설고 친근하다. 아니 친근하고 낯설다. 그렇지만 뭔가 배회하는 마음의 언저리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마지막 제4부를 남겨두고 있다. 밑줄을 ㄷㅏ듬다가 ㅇㅣ렇게 남겨둔다. 남기고 싶은 중요한 시는 아직 이 흔적에는 없다. 보태고 싶은 마음도 ㅇㅏ직 깊은 구멍이다.남겨두어야 할 것이 아직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방황을 하다가 다시 서재일상으로 돌아옵니다. 따로 방을 꾸릴까하다 번거롭게 하기도 하고, 티내는 것 같기도 하여, 지난흔적들은 한 켠으로 몰아두고 이렇게 시작하렵니다.


2. 소통 - 소통에 대해 마음에 새겨보았습니다. 이해를 구하거나 기대거나 찾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매듭에 이르렀습니다. 소통은 애초에 없는 것이다. 니클라스 루만이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을 반복하면 말했다지만, 그것 역시 어렵지 않나 합니다. 책들을 보고 이해하고, 이 저자는 통한다고 여기지만, 어김없이 그 책을 보는 이들은 다른 시선을 찾아냅니다. 알고 있다. 느낀다는 것 역시 불안한 우연과 마주침과 가까운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방황을 하다가 임시로 걸어둔 방편이 ‘소통은 없다‘ 입니다. 혹시 만의 하나 삶의 태도가 우연을 만들지는 모르겠습니다. 부부지간이든 아주 가까운 벗들. 모임의 시공간이 겹치는 이들 .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들. 눈치를 채셨겠지만 이 역시 운이 좋은 마주침과 만남일 뿐입니다. 그래요. 삶의 태도가 배경처럼 잔잔하게 깔린다면 좀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사상가들을 만나 잔잔하게 일상을 뒤적거려보고, 간이 배이도록 해보는 일들 속에 우리는 책이 단순한 앎의 방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나가기도 합니다. 소통은 더욱 외로워지는 일들이 아닌가 합니다. 내 안의 숱한 만남을 확장시키는 일이기도 하고, 그 만남이 작게 꽃피울 수 있다면.....너에게 얻고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서야한다는 삶의 태도가 아주 작은 지지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너를 알 수 없습니다. 너의 삶의 태도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마주침이 소통이 아니듯, 요동치는 당신의 삶의 시선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적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겠지요. 또 다른 한 켠의 지지대. 소통이 없다라고 할 때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선물이 우르르 쏟아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의 태도가 공명처럼 번진다면 말입니다. 그래요. 그렇게 또 다르게 ‘우연의 숲‘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전보다는 다르게 당신의 삶의 방편을 기웃거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끝에 걸리다

이파리하나/어쩌지 못해/바람도 없이/ 거미줄에 바르르 떤다
맞딱뜨리고 싶지 않아/먼 발치 발소리에/이슬처럼 파르르 떤다
낚시바늘에/몸부림치다/아가미 살점 하나 떨어뜨린채/첨벙 살아가는 것들도 있다
미워미워/갈라져 살아도/미처 다 나오지 못한/신물같은 사랑이 남다

피고날리는 것들은/비바람처럼 피며날리는 것들은/ 미련도 없이/마른 눈물처럼 날리다
한방울씩/쓰디쓰게/달디달게/꿀 꺽 꿀 꺽 떨어진다

4. 날이 추워집니다. 마음들 덜 상하도록 건강 살피소서........ 여울은 가고 마당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