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어스름. 밖이 많이 밝아진다. 마땅히 갈 식당도 없고 무얼해서 먹나. 남은 재료. 그 된장을 아직도 처치를 못했으니 어떻게 한다. 담궈둔 현미를 안쳐야 하고, 마무리 짓지 못한 음식물쓰레기도 처치해야 한다.


0. 배추 - 남은 네쪽. 국물용 팩. 막된장을 넣어 끓인다. 도토리묵을 샀는 줄 알았는데 메밀묵이다. 한모가 400g이니 많다싶다. 절반만 툭 썰고, 야채 송송. 간은 간장, 참기름, 올리고당, 식초 조금, 고추가루 약간해서 조물조물 무친다. 음 짜군. 끓는 물 조금 붓고 시식. 괜찮다. 그렇게 포만감있는 한끼.


1. 커피 - 미뤄둔 개수대. 끓는 물을 붓고, 음식물쓰레기통에도 확인처리. 이것저것 윤이나게 박박. 나머지 음식물도 마무리겸 쑥 비운다. 손잡이가 삐끗해서 참사가 일어날 뻔했지만 그래도 순탄하게 수습했다. 그래 이럴 땐 커피가 최고지. 다이소에서 산 세트를 확인 겸 사용한 뒤 마지막 남은 필터 확인. 오오 생각보다 성능이 좋다. 킨타마니 아라비카 커피 향이 좋다.


2. 재독 - 출근 길. 문득 <<시간과 타자>>라는 책이 생각 나서 책꽂이를 훑는다. 어 이상해. 어디 있지. 여기 있어야 하는 데. 어쩌지. 스캔을 하다보니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읽었던 내용들이 다 지워진 것 같다. 뭘까. 도대체 읽었던가 싶다. 그래. 맞아. 책들은 이렇게 몇 번을 지우는 것이지. 그렇게 지워진 이력에 살아 남아 올라오는 것들이 진짜야. 막 땅을 고룬 것이라고. 이렇게 안위를 해 본다. 그러다 몇 권의 책들을 더 짚어든다.







어쩌면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저녁하늘이 올라오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새들도 꽃들도 겨울을 참으며 점점 더 일찍 해를 마중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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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01-0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관점의 차이! 저녁 하늘이 올라오고 있다라니요. 멋집니다
 

‘가을 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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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탁‘

의탁의 의탁.
의탁×의탁×의탁.
의탁의 의탁의 의탁.

의탁×의탁°°×의탁°°°×의탁°°°°.

남의 편에게 정치를 묻고
안의 해에게 집안의 일들을 묻고.
놀러갈 곳을 묻고

용한 병원을 묻고 용한 점집을 묻고 용한 목사/스님/신부도 묻고.

어떻게 해야하냐고 선배에게 묻고
어떻게 해나가야 하냐고 먼지날리는 책에게 묻고
어떻게 하냐는 컬럼 쪽지에 기대고 왈왈거리는 것에 기대고

달라지고 달라가고 달이 져도.
그 자리 그 자리 그 자리.
변할 줄 모르는 자리.

그 자리에 고여있는 건 뭘까.
그 자리를 흘러나오는 건 무얼까.

볕뉘.

문학소녀였고 퀴즈를 좋아하는 칠순의 식당사장님은 오늘도 여전하실 것이다.

믿을 뻔 했고 믿었고 믿고 싶었는데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기대지도 믿지도 말아야 하지 않을까. 흘러다니는 구할이 이런 것들이라면 퍼나른 것의 구할이 그렇다면 말하는 사람들의 구할이 남의 생각에 기댄다면 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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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속‘

죄는 지은 네가 사죄를 해. 엄한 하느님 끌어들이지 말고. 빚내서 짓는 교회는 대체 뭐야. 하느님은 네 안에 있다°는 말. 이리 해달라 기도하지 마라. 지은 죄는 당사자에게 빌라. 신은 바쁘다.

볕뉘. 다시 보기로 한다. 신을 팔고 다니거나 자신의 죄를 감해달라 굽신거리는 자들을. ㆍㆍㆍ ㆍㆍㆍ인간 예수는 그러지 않았다.

° 레프 톨스토이,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박홍규역
° 이문영 Moonyoung Lee, 《톨스토이와 평화》, 모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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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



눈에 들어갔나 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어.
눈을 비비게 돼.

눈물이 나.


마음에 들어가나 봐.
마음을 제대로 닫을 수 없어.
마음을 비비게 돼.

눈물이 나.


꿈에 들어오나 봐.
꿈을 멈출 수 없어.
꿈이 보여.

여기저기. 저기여기.



눈물이 와.

발. 사마에게/ 빚어낸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잔 술. 잔잔한 이야기들. 하루를 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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