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그림도 없는 마을



심어놓은 마음씨 모종하랴
심어놓은 마음새싹 키우랴

돋아난 마음싹 보살피랴
피어난 마음꽃 나눠주랴

울고난 마음눈물 닦아주랴
바래진 마음자욱 새기느랴

웃자란 마음정원 손질하랴
깜깜한 생각광맥 캐느랴

챙기느라 즐기느라 자진 걸음
다듬느라 살피느라 휘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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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보다 어렵다. 색을 만드는 것도 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결을 따라가는 것도 말이다. 색감과 기본을 익히거나 시행착오가 많아야 좁힐 수 있을 듯. 시간도. 다시 몇 번 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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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치의 구원

 

 

저수지 보가 움쭐한다. 몇 년전 평야 지근거리에 있는 저수지 보가 터졌다. 민원이라든가 아우성이라든가 할 만큼 다 이야기를 했는데도 곪아 터졌다. 갈라진 틈으로 물은 터져나와 도로를 휩쓸고, 운동장을 향해, 낮은 주택을 향해 가장 낮은 곳으로 거침없이 흘러갔다.

 

염치의 보가 금이 갔다. 몇 년전 숨도쉬지 못할 것 같은 불일치의 보가 터졌다. 낮거나 비우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내동댕이 칠 기세를 많이많이 모으고 있다. 틈이 점점 벌어지면 그 틈으로 부릴 것들을 휩쓸고, 비우지 못하는 것들을 거침없이 먹고 잡을 것이다.

 

억장이 무너졌다. 몇 달전 숨도 참지못할 것 같은 부릴줄 만 아는 것들에게 도를 넘어섰다. 부끄러워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렸다. 틈새는 봉합되지 않으며 넘은 도는 모든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쓸어버릴 조짐이다. 넘쳐버린 것들은 막혀버린 것들을 거리낌없이 무너뜨릴 것이다. 비워진 것들은 스쳐지나갈 것이다. 비울 것들을 밀어내면서 갈 것이다.

 

관성이 있는 것들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제 무게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한번씩 무너진 다음에서야 느끼게 될 것이다. 무게를 감당하려면 할수록 그 무게로 주변의 감당하고픈 존재들과 짐짝으로 우르르 몰려다닐 것이다. 틈은 점점 벌어져 감당하려는 것들을 휩쓸고, 감당하는 것들을 거리낌없이 밀어붙일 것이다.

 

경계는 없다. 모멸찰 것이다. 삶의 마당뿐만 아니라 제 가슴과 마음의 속을 박박 긁어댈 것이다. 내 안의 불일치라는 광맥을 따라 모멸과 관성과 억장은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다. 내 밖의 불일치라는 심장 소리를 따라 걸어야 할 것이다. 뛰어야 할 것이다. 안으로 안으로 스며들 것을 예비하여야 할 것이다. 마음의 정원, 고이게 하는 모든 문턱을 미리 없애야 할 것이다. 이방인과 낯선 여행의 발자국과 숨소리로만 자신을 비워나가야 할 것이다. 비움과 환대의 그릇만이 쓸려간 뒤의 것들을 끌어담을 수 있을 것이다. 숨쉬는 모든 것들을 새롭게 뿌리내리게 할 것이다.

 

 

볕뉘.

 

1. 사회적 조짐이라는 것이 있을까. 퇴행의 끝에 밀려나온 것들의 반격이라는 것이 있을까. 며칠 전 사회적 공명이라는 표현을 써보았다. 하지만 울림이라는 것이 울음소리 뒤에 차갑게 오는 것이 공명이라면, 느낌이라는 것도 흐느낌 속에서 구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예민하고 과도해진다. 하지만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성별을 묻지 않고 이런 것이 서슴없이 도둑처럼 왔으면 좋겠다. 그동안 지키던 것을 모조리 앗아가더라도 말이다.  더듬이를 올려본다. 더듬이가 잘리더라도, 나의 관행과 관성과 모멸이 나를 울그락불그락거리게 만들더라도 그 더듬이의 아픔이 가슴 속 깊이 더 스며들게 하고싶다. 불일치를 기꺼워하면 할수록 그 파고와 밀려오는 사회적 밀물의 진동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 사회적 감수성이 예민하고 예리한 자들로 또 다른 지층이 생겼으면 좋겠다. 무디고 투박하고 거친 것들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

 

2. 말씨는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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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부는바람 - 시각과 청각이 없는 장애로 태어난 한 소녀와 가족의 다큐멘터리. 감독평처럼 언어과잉과 소통부재의 세상. 그 속에 마음이 어떻게 닿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레나도 같이 읽고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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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목욕탕 - 시집 세 권을 골라 간다.

달력 뒷장을 오려 못에 꾹 눌러 싸인펜으로 쓴 시나 글귀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세 출판사 모두 시집 까다롭게 감수하는데네요˝하신다.

돌아오는 길 ˝문태준 안도현 도종환 세 분 모두 생각많으신 분들이죠˝라고 ˝잘 보시겠다˝ 한다.

발. 생각의 격차가 많이 섞였으면 한다. 삶의 처지가 달라도, 작은 모임 성원들 사이도 ㆍㆍㆍ선물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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