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觀이 생긴다는 일. 뚫어볼 수 있는 힘이 미약하게 나마 생기는 일. 현실이라는 괴물의 지극히 작은 단면을 비추어 볼 능력이 생긴다는 일. 작은 등대하나 만들어지는 일. 그것을 무기로 싸우는 허접한 일. 그것이 모든 것이라는 욕심. 자부심을 빙자한 선무당. 하지만 선무당이 필요한 이유. 그것도 많이많이 필요한 이유는. 조그만 그 욕심이 스스러진다면, 조금만 그 빛이 다른 빛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그래도 어쩌면 현실이라는 괴물을 비추는 두개의 관점이 생긴다는 일. 그런면에서 스스로 자만하지 않는다면, 덧셈을 사랑하는 합리주의자라면, 다른 관점의 생성을 반기는 일. 가진자의 자만이 아니라 가진자의 조심스런 연결망이 생기는 일. 바라보는 일이 크냐 적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범하고 소심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이 얼마나 섞일 수 있는 지극히 작은 일. 늘 다른 관이 궁금한 일.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조금만이라도 다른 시선이 있다면 사물이 굴곡을 더 잘 볼 수 있으므로, 느낄 수 있으므로, 만질 수 있으므로, 음미할 수 있으므로. 관觀이 생긴다는 일. 관은 두엄같아서 엇갈려 삭힐 수도 있고. 싸우고 나를 전부인 듯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한 나-너를 위한 조그만 출발점. 관의 목마름, 관에 대한 갈증. 갈망. 달라지는 시선의 일상. 그 누적의 상승을 향한 바램.
뱀발. 관觀을 생각에 넣고 놀다보니, 그 눈길이 녀석들 뛰어다니는 가슴에도 몸에 발에도 있는 듯 싶다. 쿵쾅쿵쾅 섞이다보면 뒤짚어진 놈도 년도 보이는 세상이 다르다 싶다. 그제서야 저 까만밤의 색이 조금은 밝아지는 것은 아닌가 조금은 더 현실을 예민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안대에 가린 세상은 점점 어두워지고 눈을 가리는 사람은 늘어나고, 그나마 가슴의 눈, 몸의 눈, 발의 눈은 퇴화하여 꼬리뼈처럼 흔적만 남은 것은 아닐까? 두근두근 쿵쾅쿵쾅 눈들이 활짝활짝 마음의 꽃을 피우듯 피울 수는 없는 것일까? 몽매한 눈가리개는 벗을 수 없는 것일까? 그 감옥의 독방에 햇살 한점 스며들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