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명이라는 숫자가 피부에 와닿지않을 수 있다. 체감하기 쉽도록 한 국가의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면 이들의 자녀(2세대) 수는 총 36명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2세대가 낳아 기르는 손자녀(3세대)는 다시 13명까지 쪼그라든다. 단 두 세대(약 60년) 만에 공동체가 소멸하는 수준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 P14

한국에서 인구문제, 특히 청년세대가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는 이제 상수다. 단순히 ‘인구 감소 공포‘를넘어, 이 문제가 수도권 과밀·집중화,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휴직이 어려운 노동환경, 경제적 불평등, 청년의 불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0명 밑으로 떨어진 2018년(0.98명) 이후, 출산율 하락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결합한 결과라고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 P15

집권 기간에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고 일갈하는 것은가혹할 수 있다. 현재 출산율은 과거 삶의영향을 받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집권 3년 차 정부만의 문제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합계출산율을진지하게 고민한 시점이 다소 늦었고, 대책 마련 과정에서 청년·젠더 정책을 등한시한 점은 현 정부와 정치권의 패착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 P19

"부부가 맞벌이하면서 자신만의 힘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은 현재 상황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경제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더 문제다.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 P21

 "오히려 물어야 할 질문은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한국 정치를 휘저을 수 있는지‘ 그 자체다.
한국 정당과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하지못하고, 상대를 요령 있게 비난하는 걸 기사화하기 좋아하는 언론들이 한동훈 위원장에게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우리는 정치인 한동훈을 아직 잘 모른다."
돌이켜보면, 정치 경험이 없으면서한국 정치를 휘저은 정치인이 한 명 더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 P24

지방에 땅이 있는데도 못 쓴 데는 이유가 있다. 남은 땅이 개발 자체가 금지된 환경평가 1·2등급지인 경우, 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규모가 큰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하지만 ‘쓸 만한땅이 없어서가 아니라 쓰고 싶어 하지 않아서‘도 이유다. 도시 외곽인 그린벨트 지역에 산업단지를 세워도 기업이 입주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벨트 해제 계획의 가장 큰 불확실성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 P27

2월15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따르면, 최근 중국공산당은 (서방의 시각에선) 매우 급진적 대안을 내놓았다. 시장에 맡겨온 주택공급 능력의 상당 부분을 국가(공산당)가 되찾아오겠다는 것. 정책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발업체들이 추진하는 데 난항을 겪고있는 건설사업을 국가가 매입하는 방법.다른 하나는, 국가가 직접 저소득층 및중산층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다. - P32

이 같은 일정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회담 전후 북한에 이보다 훨씬 중요한 협상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활이 걸린북·중 협상이 잡혀 있었던 것이다. 북일접촉을 그 전후에 배치해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 것이다. - P45

의사들은 여전히 이 땅의 최고 엘리트들이다. 민중과의 불화도 여전하다. 지금도 갈등이 폭발 중이다. 따지고 보면 복잡한 문제여서 의사들만 싸잡아 비난할일도 아니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같지도않다. 다만 이런 상념이 드는 것이다. 엘리트인 채로 민중의 마음을 얻기가 이렇게 어렵다고. 다만 이런 소망도 드는 것이다. 스스로 민중이 되어 함께한 이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고. - P53

11월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이 전국적 의제로 주목받으면서, 2024년은 미국에서 그동안 대학자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고등교육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첫해로 기록될전망이다. 미국 언론도 이 문제를 10대주요 과제에 포함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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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우리 계획은 민간 부문으로부터 장기증권을 매입한 후, 같은 액수의 자금으로 시중은행 계좌에 지급준비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민간 자산을 매입할 때 흔히 듣게 되는 ‘돈을 찍어낸다’는 비난과 달리, 이 방법은 전체 통화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우리가 통화 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인데, 이런 종류의 의사결정이 국채 금리와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국채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다른 분야, 예를 들어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기업 채권의 수익률도 하락하리라고 봤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유로 지역은 통합된 재정 및 금융 정책의(때로는 정치적 의지마저) 부재로 인해 무너진 금융 시스템의 자본 구조를 미국과 같은 정도로 재편하지 못한 탓에 이어지는 위기에 계속해서 약점과 취약성을 드러낸 것은 물론, 대출 여력도 훨씬 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해둔 중앙은행도 실행 단계에서는 목표를 ‘유연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그들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한, 고용이나 경제 성장 등 복수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운용한다는 뜻이다. 고용을 비롯한 다른 목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어떤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로에 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를 깨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 목표를 선언하고, 무엇보다 그것을 꾸준히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플레이션 목표가 신뢰를 얻으면 사람들은 식품이나 에너지 가격에 일시적인 등락이 있더라도 그것을 장기 기대치에 반영하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임금과 물가를 형성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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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일기 발터 벤야민 선집 14
발터 벤야민 지음, 김남시 옮김 / 길(도서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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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 하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얼마나 자주 회의가 개최되어야 하는지 관찰해 본다면 이는 정말 맞는 말이다. 무언가 준비되고 예상된 대로 일어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 뒤죽박죽인 삶에 대한 이 진부한 표현이 여기선 모든 경우마다 어김없이 집약적으로 들어맞기 때문에 러시아적 숙명론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공동체 내에 서서히 문명적인 계산이 관철된다면 무엇보다 이는 개인들의 삶을 더 뒤죽박죽으로 만들 것이다. _ 발터 벤야민, <모스크바 일기>, p80


 발터 벤야민 (Walter Bendix Schonflies Benjamin, 1892~1940)의 <모스크바 일기>는 혁명의 혼란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소련을 바라보는 독일 지식인의 시선이 잘 드러난다. 그렇지만,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많은 이들의 기대와 적극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어지러움 속에서 벤야민 자신 또한 겪어야 하는 좌절들이 본문의 여러 곳에서 잘 드러난다.


 문학가이자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던 당 간부들, 어떻게 해서든 이들과 벤야민 자신에게도 생산적 관계를 맺어보려 했지만 결국 성과 없이 끝나버리고 만 시도들이 이 글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독일문학과 정신사를 다루는 러시아 잡지의 특파원으로 그런 관계를 만들어 보려던 시도는 좌절한다. 그와 더불어 이 글에는 독일공산당 가입 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_ 발터 벤야민, <모스크바 일기>, p7, 게르숍 숄렘 서문 中


  모스크바에서 그가 직면한 여러 한계 상황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연인 아샤 라치스(Asja Lacis, 1891~1979)에 대한 열렬한 감정 덕분이었다. 비록 그러한 감정의 결과가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벤야민과 라치스를 보며 여러 형태의 사랑과 우정을 떠올리게 된다. 니체와 살로메,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 루소와 바랑 부인, 쇼팽과 조르주 상드, 차이코프스키와 폰 메크 부인 등등. 이들의 관계는 결코 묶을 수는 없다. 사랑과 우정, 사랑 내에서도 서로 다른 깊이를 가졌던 이들 안에서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내게 모스크바는 이제 하나의 요새다. 내 건강에 좋다고는 하지만 세차게 나를 엄습하는 혹독한 기후, 언어에의 무지, 라이히의 존재, 아샤의 매우 제한된 삶의 방식들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성벽이며 더 뚫고 나아가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게 한다. 치명적인 크리스마스의 멜랑콜리를 피해 보고자 하는 이 여행의 부수적 목적을 내가 얼마만큼이나 달성할 수 있을지 아직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내가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은 아샤에게 나에 대한 애착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_ 발터 벤야민, <모스크바 일기>, p91


 의심할 바 없이 이 일기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벤야민과 라치스 사이의 엄청나게 문제가 많던 관계이다(p9)... 그러나 이 일기는 벤야민이 사랑했던 이 여인의 지적인 면에 대해서는 어떤 이해나 통찰도 주지 않는다. 체류가 끝날 때까지 거의 좌절된 구애의 이야기로 채워진 이 일기는 그야말로 절망적 절절함으로 가득차 있다. _ 발터 벤야민, <모스크바 일기>, p10, 게르숍 숄렘 서문 中


 발터 벤야민의 내적, 외적 갈등이 담긴 <모스크바 일기>는 우리에게 인간 발터 벤야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역사철학이 선형적인 진보사관과는 다른 역사를 기억의 대상으로 보는 독창성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애정과 갈등을 둘러싼 개인적 삶의 곡선은 사회주의 건설을 둘러싼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사회, 정치, 문화적 사건들의 좌표 속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를 벤야민의 섬세한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도시 모스크바의 인상학이 메우고 있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벤야민은 혁명의 구호 속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과 위험, 고통을 이미 혁명이 한창 건설 중일 때부터 감지하였는데, 이는 관념적 이상에 근거한 모든 종류의 맹목적인 역사 진보를 거부하는 그의 역사철학적 입장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_ 발터 벤야민, <모스크바 일기>, p20, 옮긴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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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을 하는 길은 상과 벌을 분명히 하는 데 있습니다. 병법에서 말하기를 ‘벌주는 것이 시행되지 않으면 비유하자면 교만한 아들과 같아서 쓸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황하가 터지는 것은 역시 음양(陰陽)과 재려(災, 재앙)가 가져 오는 것인데 재상께서 만약에 음양을 조화롭게 할 수가 있다면 재려는 그칠 것이고 국가는 태평에 이를 것이니 황하가 터지지 않을 것을 신 역시 보증하겠습니다.

신은 어리석으나 유주성(幽州城)을 얻지 아니하면 적은 없어질 수 없습니다. 오늘날의 급한 임무는 첫째로 군수(郡守)를 잘 선택하는 것이고, 둘째로 향병(鄕兵)을 모집하는 것이며, 셋째로 추속(芻粟)을 쌓아 놓는 것이고, 넷째로 장수(將帥)를 고치[바꾸]는 것이고, 다섯 번째로는 상벌(賞罰)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대략 대강(大綱)을 진술하였는데 만약에 시행할 수 있다면 마땅히 상세히 갖추어 조목조목 상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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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공공병원들은 진료기능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의사를 못 구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공공병원을 꺼리는 면도있지만 기본적으로 ‘지방‘에서 허리를 담당하는 ‘2차 병원‘이 직면한 문제다. 지방중소병원들은 의사 채용이 정말로 어려워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 병원은마취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세 달 동안수술실을 닫았다. 명색이 종합병원이고지역응급의료기관인데 맹장수술조차 못했다. - P12

한국 보건의료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두 가지를 다 꼽을 것이다. 의사 수 늘리기가 절반, 의료 이용량 줄이기가 나머지 절반이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단연 입원 병상수와 의사 방문 건수가 많은 나라이다. 총의료비 증가도 가파르다. 2000년 25조원 수준이던 의료비가 연평균 약 10%씩 늘어나 2022년 209조원으로 불어났다. 이 추세대로 고령화가 본격화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 P13

일단 전공의 시절이라 그렇기도 하고.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포함해, 부모의 조력, 개인의 노력, 시간 등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하지않나. 기대하는 보상의 수준도 높아졌을것이다. 그렇게 의대에 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 같은 인기과에 가기 위해 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의대 내부에 경쟁압력이 지금도 심한데 이대로 2000명이늘어나면 학생들은 더욱 극심한 압박에 내몰리게 된다.  - P16

그런데 선폭이 3나노미터 이하로 좁아지면서 선폭을 줄이는 데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미세화가 극단에 치달으며 오히려 불량률이 올라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기업들은 연산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증대시킬 또 다른 방법을 연구했는데,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사이 통신 속도를 올리는 등 동일한 반도체라도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다. - P30

이는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총수요 확장에 기초한 이른바 고압경제 전략, 그리고 보육 투자 확대 등으로 노동 공급을늘리고자 하는 바이든 정부의 현대적 공급 측 경제학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경제호황과 완전고용은 실행을 통한 학습이나 기업의 신기술 투자를 촉진하여 노동생산성 상승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총수요와 직결되는 통화정책이나 임금상승만이 아니라, 넓게 보면 공급 측을 촉진하는 노력도인플레이션의 미래에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결국 수요와 공급 모두의 변화와 그 상호작용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랜딩‘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 P35

김일성 주석이사용한 국토 완정은 힘에 의해 통일을 이루겠다는 공격적인 언어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용한 영토 완정은 국제법적 원칙에 해당하며,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에 사용하는
‘영토 평정‘은 또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김 위원장이 말했던 단어는 유사시 남한을 군사적으로 점령하겠다는 위협적인뜻이다. 하지만 맥락 속에서 살펴보면 다른 의미가 있다. 그의 메시지는 밖으로 협박을 하고, 안으로 허리띠를 조이라는 의미다. - P40

케이팝에 세계관이 사라진 자리에직관적이고 심플한 콘셉트와 실재를 바탕으로 한 서사가 남았다. 이러한 흐름이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최근 수년 사이 케이팝계에서 부쩍비중을 높인 쉽고 편한 팝에 대한 니즈 덕분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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