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같은 직접정치와 광장정치가 가능했던 것은 우리가 사이버 네트워킹을 통해서 획득한 정보와 소통 방법이 축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촛불혁명’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혁명으로 이미 전환이 완료되어서 새로운 사회가 시작되었다기보다는 한국사회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해결이 필요한 근본적 문제나 제약들을 실질적으로 건드리고 변화시키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시민사회의 역량이 거의 파편화되면서 현실 권력과 대등한 역량과 동력이 없으니 엘리트 구조와 네트워크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봅니다.
촛불이 진짜 대전환의 계기가 되려면 이번 대선에서는 쟁점에 대한 대안 경쟁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대선의 어젠다는 이미 선명해요. 자산 불평등과 부동산 문제, 기후위기, 신(新)산업과 일자리 문제, 그에 수반하는 노동권 문제, 기본소득 논의까지 해봄직한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촛불항쟁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거나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던 문제들이 최근 5년 동안 드러났습니다. 기후변화 문제가 대표적이고, 글로벌 경제의 변화 등이 그렇죠.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도 촛불혁명의 진행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촛불혁명이 수행적 과정이라면 문제의식이 5년 전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권력이 한국의 분단 상황을 시민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쓰는 데 대한 저항감, 그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 위기에 대한 분노. 이게 우리 사회만이 갖고 있는 분단체제적 특성인데, 박근혜정부 말기에 ‘이러다가 정말 전쟁이 날 수도 있겠다’ 하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촛불로 분출된 측면이 있고요.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는 국제정세의 변화와 함께 부지불식간에 진행되었고,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는 일본과 미국 중심 밸류체인에만 머물지 않고 동시에 중국과의 네트워크를 심화하고 있었어요. 이러한 변화도 촛불정신의 한 축이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공정은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완벽한 공정이란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는 거예요. 소위 MZ세대가 갖는 좌절감을 극복하는 담론으로서 공정을 제시하는 건 이해하지만, 분배의 파이가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공정 자체를 국정운영의 방법론으로 구체화시키면 분명히 벽에 부딪히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좌절감은 더 큰 분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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