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군주가 된 사람 가운데 허물이 없는 사람이 아주 적었으니 짐은 아침저녁으로 두려워하는데 잘못을 방지하고 욕망을 막아버리려 하는 것은 거의 덕으로 다른 사람을 교화하는 의로움일 것이다. 예컨대 당 태종은 다른 사람이 간(諫)하고 상소(上疏)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실수한 것을 직접 꾸짖는다하여도 일찍이 부끄러워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만약에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간언(言)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신하된 사람이 끝내 명성과 절개로 끝맺음을 하지 않는다면 불의에 빠질 것이니, 대개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것이 얇다면 얻는 복록 역시 적을 것이니 이는 경계할 만하다." - P35

왕이 머리를 조아리며 간절하게 간하니 황제가 말하였다.
"내가 장차 서쪽으로 옮기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 산과 강의 험준함에 근거하여 용병(兵, 쓸데없는군사)을 제거하고자 함이니 주·한(漢)의 옛 일을 좋아서 천하를 편안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왕이 또 말하였다. "덕을 쌓는데 있는 것이지 험한 것에 있지 아니합니다."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나가자 황제는 좌우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말하였다. "진왕의 말은 진실로 훌륭하지만 그러나 백년이 넘지 않아서 천하 백성들의 힘은 다할 것이다."

바라건대 지금부터 무릇 결재하고 제정하였던 일, 우대(優待)하고휼(恤)하였던 은혜 가운데 신충(宸, 천자의 마음)에서 들어난 것으로 간책簡策)에 쓸 만한 것과 아울러 재신(宰臣)과 참지정사에게 위임하여 매월 돌아가면서 초록)을 관장하게 한 것을 사관(史官)이 찬집하는데 대비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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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트만이 말한 대로 개인법칙ㅡ곧 상론하게 되는 바와 같이 이는 논의의 문맥에 따라 개체법칙으로 읽어야 할 때도 있다―은 짐멜 철학의 핵심 개념이다. 개인법칙이 짐멜 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는 정언명령이 칸트철학에서, 그리고 힘에의 의지와 초인이 니체 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치 및 의미와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짐멜이 보기에 개인법칙은 근대 이후 인간 정신과 개인적 삶과 행위를 규정짓는 원리이자 법칙이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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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 베를린 연대기 발터 벤야민 선집 3
발터 벤야민 지음, 윤미애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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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나간 과거를 개인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우연의 소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필연적인 것으로 통찰함으로써 감정을 다스리려 애쎴다. 이러한 통찰의 결과로 이 책의 회상 작업에서는 경험의 깊이가 아니라 연속적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사적 면모들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만약 시골의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이라면 수백 년 동안 지속된 자연감정에 따르는 어떤 형식에 담아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의 대도시 유년시절의 이미지들은 아마 미래의 역사적 경험을 미리 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_ 발터 벤야민,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 서문 中, p35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의 유년시절 회상기.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의 독일어 번역을 했던 저자였기에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 안에서 프루스트의 시간을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유년기에 대한 회상 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고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는 기억 주체의 의도적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프루스트와 마찬가지로 벤야민은 회상에서 주체의 의식적 노력을 배제함으로써 의식과 회상을 분리시킨다. 즉 자아는 더 이상 회상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마치 카메라 렌즈에 의해 촬영되는 이미지 전부가 의식적 지각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_ 발터 벤야민,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 해제 中, p12


 그렇지만 동시에 프루스트의 시간과 벤야민의 시간은 같지 않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화자라는 개인의 경험이라면,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의 화자는 집단적, 역사적 화자다. 프루스트의 화자는 예술가다. 아우라(Aura)를 지닌 자신만이 갖는 독특한 정형성을 갖는 경험이 마들렌의 과자를 통해 시간을 거슬러 눈 앞에 의식적으로 드러난다. 


 벤야민에 의한 기억의 감광판에 어떤 이미지가 찍히는가의 여부는 거기에 필요한 '조명'에 달려 있다. 순간적으로 조명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관습의 지배를 받는 일상적 자아를 벗어나는 순간이자 보다 깊은 곳에 위치한 심층적 자아가 충격을 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때 체험 내용을 시간 속에서 배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구심점으로서의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_ 발터 벤야민,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 해제 中, p13


 반면, 벤야민의 유년시절은 기술복제 시대에 해석된 시간이다. 일회적이고 지속적인 개인의 경험 대신 일시적이고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된 시간.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과 <베를린 연대기>의 서로 다른 기억과 중첩된 기억의 사실성은 이미 벤야민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의 전통적 권위가 흔들리는 대신 그 안에서 발견하는 역사성이 발견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유리 창문에서 발견한 유물론적인 문구의 의미는 과거의 벤야민이 발견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어린 시절의 작은 사건에 의미를 부여한 현재의 벤야민이 발견한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의미가 앞으로의 그의 미학(美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런 면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고전시기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예술작품이라면,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는 기술복제 시대 시대정신이 표현된 정치물이라고 해석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나중에 나는 티어가르텐의 새로운 구석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또 다른 곳들도 계속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내게 이처럼 새로운 장소들을 알려준 것은 어느 소녀도, 어떤 다른 체험도, 어떤 책도 아니다. 30년 뒤 지리에 밝은 한 베를린의 농부가 오랫동안 함께 베를린을 떠났다 돌아온 나를 데리고 나섰다(p38)... 나는 유리창문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알아챘다. "노동은 시민의 명예이고, 축복은 수고의 대가이다." _ 발터 벤야민,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 p39


 유년시절 회상에서 "은폐가 필연적"이라고 한 벤야민 자신의 말처럼, 일견 사적이고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는 회상 뒤에 집단적 역사에 대한 성찰이 은폐되어 있다. 비록 베를린 유년시절에 대한 벤야민의 글에는 집단적 삶에 영향을 미쳤던 역사적 사건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벤야민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경험이 마주치는 차원이다. _ 발터 벤야민,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해제 中, p23



벤야민의 회상에서 순간들은 하나의 이미지 혹은 소리의 형태로 떠오른다. 이미지로 떠오르는 회상의 메커니즘은 종종 사진의 비유로 설명된다. 사진의 비유에서 보듯이 유년기 회상은 서사적 연속성을 구성하지 않는 불연속적 순간들의 단편적 이미지들로 이루어진다. - P11

유년에 대한 추억은 단지 잠자고 있을 뿐 아니라 자라는 아이처럼 성장한다. 망각된 유년시절은 그 유년의 체험과 연관성을 지닌 삶의 순간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망각된 것은 지난 모든 삶의 무게로 무거워진다. 이처럼 벤야민의 기억 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인 망각이 기억과 대립관계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잠재적 기억이라는 점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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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걷다보면 여학생들 평균 키가 170cm, 남학생들 평균 키가 180cm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 키가 많이 커졌음을 느낀다. 반면 환경과 공부 등의 원인으로 키가 작은 이들의 스트레스 또한 만만하지 않다. 특히 부모 입장에서는.

사람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다르기에 기다리다보면 크겠지 하면서도 친구들과 목 하나 차이나는 아이를 보면 살짝 걱정되기도 하나보다. 특히 아내는. 그래서 우연히 눈에 띈 책이 이 책이다.

˝성장 클리닉을 가기 전 이 책을 꼭 먼저 읽으세요. 성장 클리닉을 방문하기 전 아이와 먼저 대화를 해보세요. 내 아이를 잘 파악하는 것이 키성장의 시작입니다.˝

책에 있는 윗 글이 책의 모든 것을 잘 드러낸다. 책에는 부모들이 제기할만한 여러 문제점이 제시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 답과 함께 다소 원론적인 방법론을 알려준다. 근본적인 처방은 아무래도 클리닉을 통해 이루어질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솔루션 제시보다는 성장 클리닉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서 또는 오리엔테이션 라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책의 쓰임새는 클리닉 이전 만족할만한 상담을 위한 배경 안내겠지만, 그럼에도 키 작은 아이를 둔 부모에게 희망을 준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일면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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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28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키작은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하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작은딸이 초등학교 시절 항상 첫줄에 앉았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산만하다는 미술치료 선생의 말만 듣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된다는 약을 처방받고 있었답니다. 이 약 때문인지 아이가 잘 먹질 못했어요. 미술치료 선생님과 면담을 가진 후, 별 도움되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이 학원을 끊었지요. 약 처방도 당연히 필요없어 졌지요. 이후 아이가 식사를 잘 했습니다. 폭풍 성장했지요. 중학생 때 엄마보다 더 키가 컸어요. 어릴 적엔 자유롭게 놀고 상상하며 자라는 것이 정답인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24-01-28 13:15   좋아요 1 | URL
저와 아내 모두 키가 작은 편은 아닌데, 아이 키가 평균 정도 되니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아내가 은근히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골고루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 놀면 알아서 크겠지 하는 생각이 나태한 것은 아닌가 싶은 반성 아닌 반성을 하는 듯 하구요. 호시우행님 말씀처럼 아이들마다 저마다 자신들만의 때가 있겠지요. 공연한 부모의 조바심이 걱정 아닌 걱정을 키우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호시우행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4-01-28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전자의 힘이 세긴 하지만 요즘 영양좋은 음식이 많고 경제적 사정이 나아져 아이들의 키가 커졌어요.
저희 어머니는 전쟁 전후로 못 먹어서 키가 크지 못했다고 하시더군요. 다행히 저는 키가 큰 편에 속해 학교 다닐 때 뒤에 앉곤 했지요. 한 번은 좀 앞쪽에 앉고 싶어서 키를 줄여 섰더니 중간쯤 앉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던지... 그때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키 순서대로 줄을 서게 하여 자리를 배정했어요. 그땐 키가 큰 게 싫더라고요. 이제 제 키는 보통 키가 되어 버렸어요. 워낙 키 큰 사람들이 많아져서 말이죠. 제 딸이 저보다 더 큽니다.ㅋㅋ

겨울호랑이 2024-01-28 13:22   좋아요 1 | URL
저도 키가 작은 편은 아닌데 고등학생 아이들이라도 지나가면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시대가 좋아져 그렇겠지요. 키에 대한 고민은 절대 수치가 아니라 상대 수치에서 오는 것 같아요. 평균보다 작으면 안 된다는...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안심하거나 걱정하기보다 아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가에 대해 더 고민해야하는데 잠시 중요한 것을 놏쳤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에 신경쓰다보면 아이는 엄마보다 심지어는 아빠보다 커질 수도 있겠지요. ㅋ 페크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불확실한 증시부양 효과와 달리, ‘윤석열식 낙수효과 이론‘에 따른 세수 부족은 심화될 전망이다.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와 금투세 폐지로 줄어들 세수는 연평균 약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주주 요건 완화로 인한 영향까지 감안한다면 세수 감소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없다.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 부족 문제를겪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결코 적지 않은 손실이다. - P15

 타이완 정치는 운신의 폭이 점점줄어들었다. 지은주 교수는 이번 선거의쟁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2024년의 쟁점도 반중 정서가 핵심으로 보인다. 다만2016년과 다른 건 중국의 태도 변화다. 2016년 중국이 타이완에 우호적이었다면 지금은 실제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위기감이 포함된 반중 정서가 지금 타이완사회에 자리하고 있다." - P27

"실제 유권자들에게 중국 문제는 생각보다크지 않다. 오히려 취업과 임금, 주거 같은 국내 이슈가 더 크다. 양안 갈등과 미.중 대립 구도로 바라보면 타이완 내부의고민과 갈등을 빠트리게 된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북한 이슈로만 한국의 정치를 해석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 P27

 "미국을 믿지 못하지만 중국은 더더욱 믿을 수 없는 곤경 앞에서 타이완의선택은 국익의 손상이 생길 수 있는 외교적 자율성을 포기하더라도 친미 노선을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 위기를 계기로 타이완의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 ‘이념적 근본주의‘가 힘을 얻게 되었다.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반중 정서를 활용하여 정권을 획득하는 전략만이 남았다."  - P31

시 주석이 집권한 지난 10년간 계속된 현상이다. 타이완을 향한 중국의 압박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약화시키고 독립 성향인 민진당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2019년 홍콩에 대한 시주석의 무자비한 탄압 이후 통일을 지지하는 타이완인은 줄어들었고 친중 정치인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시진핑 주석주의 정책 실패를 확인한 선거였던 셈이다. - P32

김정은 위원장이 전쟁을 결심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의 결심과 무관하게군사적 긴장 고조로 언제든지 우발적 충돌은 일어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 " 한다는 대목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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