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한 가지 데이터만 추적해야 한다면, 이익을 추적하라. 그 회사에 이익이 있다면 말이다. 이 책에서 보겠지만, 나는 이익이 조만간 주식투자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오늘, 내일, 다음 주에 주가를 자꾸 들여다보아도 정신만 산란해질 뿐이다. _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p28/510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진 피터 린치(Peter Lynch, 1946 ~ ) 그리고 그보다 조금은 덜 알려져있지만 웨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 1930 ~ )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 ~ 1976). 시장을 분석하는 기술적 분석 대신 기업을 분석한다는 면에서 이들을 가치투자자로 분류하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피터 린치는 주당 이익(EPS)을 기초로 PER(Price Earning Ratio)과 성장률을 기초로 투자 적정 기업을 판단하지만,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익으로 판단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성장을 한다는 낙관적 기대 대신 지금 당장 기업이 청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 금액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는 회사. 그런 회사가 벤저민에게는 우량회사다.


 

 그레이엄은 평균 이익과 이익 추세는 증권분석에서 미래 이익을 예측하기 위한 투기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익 성장이 가속화되는 기업은 아직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레이엄은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임박했을 때 오히려 이익곡선은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_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1>, p328/530


 이러한 이들의 관점 차이는 고성장주를 보는 관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High Risk, High Return. 고성장주는 성공한다면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지만, 대신 높은 위험을 갖는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 린치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투자금 이상의 손실은 보지 않지만, 성공적인 종목 1개가 가져다 주는 수익은 무제한적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위험 최소화가 그의 주된 투자 전략이 된다.


 고성장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군으로서, 연 20~25% 성장하는 작고 적극적인 신생기업이다. 현명하게 선택하면 고성장주는 10~40루타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 200루타가 되는 예도 있다. 포트폴리오 규모가 작을 때는 고성장주 한두 개만 성공해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_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p199/510


  반면, 그레이엄은 포트폴리오 구성 대신 개별 기업에 보다 집중한다. 개별 기업에서  숨겨진 자산가치로 인해 장부가액(BV) 이상의 시장가치(FV)를 발견할 수 있고, 이러한 숨겨진 가치가 미처 주식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기업들만 골라서 투자한다면 주식투자는 성공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주'란,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과거에도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장래에도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가리킨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지만 않다면, 이런 종목은 당연히 매력적이다. 문제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다. 성장주는 오래전부터 PER이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최근에도 여전히 높다. 그러므로 성장주에는 투기 요소가 많아서, 일반인이 단순하게 투자할 만한 대상이 절대 아니다. _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1>, p114/530


 내가 사용한 기법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 차익거래 Arbitrages: 기업 개편, 합병 등의 계획에 따라 교환 예정인 증권들 중에서 한 종목을 매수하는 동시에 다른 종목을 매도하는 거래. 2) 청산Liquidation: 기업이 자산을 매각하여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지급 예정인 주식을 매수. 위 두 가지 거래는 (1) 추정 수익률이 연 20% 이상이면서, (2) 성공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판단될 때 실행한다. _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1>, p326/530


  이들이 서로 다른 투자철학을 갖게 된 배경은 그들이 주로 활동했던 시대적 배경과 그들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처한 각자 다른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고민한 결과 피터 린치는 IS(Income statement) 중심의 동태적 기업분석을. 벤저민 그레이엄은 BS(Balance Sheet) 중심의 정태걱 기업분석을 했을 것이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투자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유념해야할 점은 투자의 대가들이 썼던 과거의 전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닌,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를 잠시 생각해본다...


PS.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워렌 버핏은 주식투자가보다는 훌륭한 사업가라는 생각한다. 투자기업에 대규모 지분을 가지고 투자기업에 사외이사로 출석하여 배당 등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과 소수 지분 투자자는 분명 결이 다를 것이다. 워렌 버핏은 경영자로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였는데, 그의 평전인 <스노볼>은 1998년 전세계를 강타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사태의 뒷정리를 묵묵하게 해낸 워렌 버핏의 경영자로서의 면을 잘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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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04 0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깔끔한 비교분석입니다.ㅎㅎ

겨울호랑이 2023-08-04 09: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디지털 디스커넥트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로버트 맥체스니 지음, 전규찬 옮김 / 삼천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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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점 상업주의 뉴스 미디어와 정치적 민주주의 저널리즘, 이 두 가지 요구 조건을 절충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_ 로버트 W.맥체스니, <디지털 디스커넥트> , p157


 로버트 맥체스니 (Robert W. McChesney, 1952 ~ )는 <디지털 디스커넥트 Digital Disconnect: How Capitalism Is Turning The Internet Against Democracy>을 통해 인터넷(Internet)의 출현이 뉴스 미디어 시장의 두 측면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중 어느 편에 힘을 실어 줄 것인가에 대해 분석한다.


 자본주의는 무엇보다 불평등과 독점, 지나친 상업주의, 불황을 조장하며, 이 모든 것들은 정치적인 민주주의를 좀먹는다. 특히 불평등과 독점, 지나친 상업주의는 대중의 탈정치화를 부추긴다. 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결국 정치과정으로부터 소외되기 십상이다. 인터넷의 출현이 자본주의 경제가 불러온 이런 반민주적인 요인들을 누그러뜨릴지 따져 보아야 한다. _ 로버트 W.맥체스니, <디지털 디스커넥트> , p61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우리는 이들을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을 통해 혼합해서 사용하지만,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와 정치 체제인 민주주의는 사실 배타적인 측면이 강하다. 시장경제의 발달로 인해 독점(獨占), 과점(寡占)화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구심력(求心力)으로 작동한다면, 정치권력의 분권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체제는 원심력(遠心力)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지향점이 다른 두 체제를 유지하는 힘에 인터넷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자본주의 이전에 (민주주의는) 늘 이런 식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민주주의란 재산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힘을 부여하는 체제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불평등한 재산 소유는 민주주의 운명에 반하는 적수로 간주되었다. 뒷날 민주주의가 미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출현했을 때, 사실 부유한 자산 소유자들이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투쟁을 이끈 경우는 드물었다. _ 로버트 W.맥체스니, <디지털 디스커넥트> , p106


 저자는 본문을 통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투명한 정보의 공유를 통한 민주주의의 수단으로서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공공재로서 투명한 정보 대신 지적재산권으로 사유화된 콘텐츠와 소수 대자본에 의해 점유된 플랫폼 등은 기존 저널리즘의 한계를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것이 저자의 현실진단이다. 


 광대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 기존의 아날로그 시대의 불평등이 디지털 시대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로 21세기가 열렸지만,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 꺼지듯 우리의 기대도 사라져 버렸다. 예전에는 같은 공중파 뉴스를 통해 같은 정보에 대한 다른 해석이 주요 쟁점이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원천에서 취득한 정보의 사실성이 주요 쟁점이 되버렸다는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과거보다 퇴보한 듯하다. 디지털 자본주의가 디지털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불균형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 것인가. 책이 던진 물음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디지털 혁명의 엄청난 약속들은 인터넷의 발전을 자본주의가 전유해 버리면서 상당 부분 상쇄되어 버렸다. 인터넷이 지닌 개방성과 기업 수익성이라는 폐쇄적인 시스템 사이의 상당한 모순에 관해, 힘을 가진 자본은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항상 승리를 거두었다. 그 자체의 명료한 논리를 갖춘 인터넷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민주적인 잠재성과 상당 부분 대치되는 자본 축적의 과정에 종속되어 버렸다. _ 로버트 W.맥체스니, <디지털 디스커넥트> , p176

집중화는 디지털의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수익률이 너무 낮고 새로이 이용자를 추가시키는 한계비용이 제로인 탓에, 수익은 오직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인터넷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한때 다양성과 선택권 그리고 경쟁의 대리자로 간주되던 게 어느덧 독점의 엔진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 P332

디지털 기술은, 한 사회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과 자본주의 아래에서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사이의 격차라는 문제를 최종적으로 한 번 더 부각시킬 수 있다. 인터넷은 궁극적인 공공재이며 폭넓은 사회 발전에 더없이 적합하다. 희소성을 없애 버릴 뿐 아니라 민주주의 쪽으로 상당한 경향성을 갖고 있다. 인터넷은 또한 그 이상의 것이다. 그렇지만 실재하는 자본주의에서, 이처럼 예상 가능한 혜택 가운데 널리 전파될 뿐 아니라 제대로 실현될 수 잇는 것은 거의 없다. 기업 시스템은 기술을 자신의 목적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만 제한하고자 할 것이다. - P393

오늘날 저작권은 그 자체가 엄청나게 큰 시장으로 변모했다. 저작권은 어느덧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어 버렸다. 문화에 대한 기업들의 독점권을 보장해 주며, 미디어 복합기업들에게 더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는 장치로 전락했다. 요컨대 저작권은 우리들의 공통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사유화를 조장하는 주된 정책으로 전락했다. - P147

정부 규제의 핵심은 한마디로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게 되어 버렸다. 이게 바로 새로운 공익 개념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탈규제란 사실상 "가장 규모가 큰 기업들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한 재규제"에 다름 아니다. - P192

경제에서 군사비 지출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진 것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시장에 그 어떤 제품도 내놓지 않으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제공하는 게 바로 이 군사비이다. 군사비 지출은 생산의 분명한 자극제이자 불황의 해독제가 된다. 특히 예산의 더 많은 부분이 점차 아웃소싱되면서, 군비 지출은 군수 관련 계약을 얻어 낸 기업들에게는 예기치 않은 횡재가 된다. 아울러 군비 지출은 미국 내 고급 기술 연구개발 지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왔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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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구멍가게를 그릴 땐 오래되어 낡고 소소해서 볼품없어 보이는 가게가 지닌 은근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며 뚝심 있게 살아온 주인의 삶이 궁금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며 그 구멍가게들이 더 이상 대물림되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부디 구멍가게를 지키고 있는 어르신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었다.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 기록할 수 있다면, 내 그림 속에라도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_ 이미경,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p6


 예전 시골학교 관사 옆으로 나 있는 작은 길은 동네 구멍가게로 나가는 후문이었다. 커다란 은행나무를 지나 약 30m 정도 걸어나가면 나오는 작은 가게.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시골가게 할머니는 항상 푸근하고 좋은 미소로 반겨주시곤 했었다. 초등학교 전교생의 수가 300명에 달할 때는 학교 준비물도, 간식도 이 곳에서 모두 해결했지만 이제는 전교생의 수가 그 때의 1/10 수준으로 떨어지고 준비물도 학교에서 제공하며, 인근에 편의점이 생기면서 점차 가게보다는 떡이나 은행을 파는 것으로 운영하셨던 할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정 부분을 모아 초등학교 장학금으로 전달해주셨던 그 어른의 모습을 뵌 지도 벌써 5년 전의 일이 되었다.







 물건은 많이 없지만, 가끔 다니는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작은 공간과 꽃으로 아름다웠던 시골가게는 동네 어른들의 사랑방이기도 했다. 시골학교를 떠나고 다시 도시로 들어오면서 시골가게와 같은 동네가게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반갑게도 손자와 함께 지내는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동네슈퍼를 볼 수 있었다. 작은 가게지만 편의점에는 없고, 대형마트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구입해야 하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숨겨진 보물창고와 같은 곳. 이제  이 곳도 늘어가는 편의점의 파도와 코로나 19가 가져온 위기를 넘지 못하고 지난 주 문을 닫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던 즈음 알바를 시작해 수많은 일을 전전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은 마스크가 숨통을 막은 것처럼 힘들어했다. 일자리는 희박하거나 불안했고, 더럽거나 위험했다. 부유한 누군가는 마스크도 좋은 걸 쓰고 거리두기로 인해 자기만의 시공간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겠지만, 근배와 같은 도시 빈민에게 코로나 시대는 전시체제와 다름없었다. 생존에 대해 고민해야 했고 감염되고 나면 부상병처럼 후송되어 재기가 불가능한 꼴이 되었다. _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p236/370


 이제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동네슈퍼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연결이 점차 끊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얼굴을 보고 거래를 하고, 안부를 묻거나 세상 이야기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에서, '1+1'과 같은 다양항 혜택과 첨단 유행하는 상품이 갖춰졌고, 자주 바뀌는 점원과 인간관계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편의점이 시골가게나 동네슈퍼를 밀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_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p280/310


 이러한 흐름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면서 '사랑방'과 같은 가게 분위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무인 편의점'이 등장해서 그나마 학생들이 편하게 일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빠른 변화가 다소 답답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의 노동과 그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가 아닐까...


 슈퍼마켓 부문에서도 온라인 주문과 배송이 인기를 얻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한창일 때 거의 모든 사람이 집에 있어야 하자 급격히 성장했다. 소비자 선호의 변화가 계속될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일단 고객이 문 앞까지 식료품이 배달되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이 변화는 꽤 오래갈 것이다. 이는 슈퍼마켓 매장의 전반적인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매장 뒤편에서 이루어지는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지고, 고객이 쇼핑하는 통로 공간이나 제품 진열은 점차 축소될 것이다. 결국 배송이든 픽업이든 순식간에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창고 개념의 슈퍼마켓 매장이 출현하고, 이곳에는 고객이 키오스크나 모바일 기기로 주문하기 전에 진열된 제품을 볼 수 있는 작은 공간만 있을 것이다. _ 마틴 포드, <로봇의 지배>, p89/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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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25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안타까운 광경이지요,ㅠㅠ

겨울호랑이 2023-06-25 22:10   좋아요 1 | URL
사람과 옛 추억이 변화의 흐름 속에 쓸려가는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3-07-01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립네요. 저렁 아름다운 구멍가게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

겨울호랑이 2023-07-01 18:05   좋아요 1 | URL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도 함께 했던 시대도 모두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성 니콜라오 또한 생전에 행한 무수한 선행이 알려졌고, 그 이야기들은 온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성 니콜라오는 살아 있는 동안에 많은 도움을 준 어린이와 선원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12세기 초부터 프랑스와 벨기에 지방에서는 성 니콜라오 축일 전날인 12월 5일에 수도자들이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생겼다. 당시 사람들은 성 니콜라오가 굴뚝을 타고 내려와 양말이나 신발에 선물을 놓고 간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유럽의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성 니콜라오의 라틴어 이름은 '상투스 니콜라우스(Sanctus Nicolaus)'인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신터 클레스(Sinter Claes)'라 불렀다. 그리고 산타클로스의 붉은색 옷은 성인의 축일(12월 6일)에 선물을 나눠 주던 주교들이 입던 붉은색 주교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_ 황중선, <굴뚝으로 들어간 니콜라오> , p200


 이번 주에 읽은 책 <굴뚝으로 들어간 니콜라오>는 가난한 이들을 성(聖) 니콜라오스(Saint Nicholas of Myra, 270 ~ 343)에 대한 이야기다. 부자로 많은 유산을 받았지만, 그 유산을 모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한 성인의 삶과 함께 오늘날 크리스마스의 산타 할아버지의 기원으로 연의에게 인상깊게 다가온 것 같구나. 이제는 5학년이 되어 산타 할아버지를 믿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아끼지 않고 나누는 성인의 삶이 우리에게 많은 모범이 되고 우리가 그런 삶을 본받도록 하자. 끝. 이렇게 하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으니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볼까. 연의는 의적(의로운 도적)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지?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고 재물을 빼앗아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도와주는 의적들의 이야기. 서양에는 로빈 후드. 우리 나라에는 홍길동 등이 대표적인 의적들이야. 니콜라오 성인과 의적들은 모두 가난한 이들을 도와 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어. 니콜라오 성인은 자신의 것을 나누는 반면, 의적들은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 나누지. 좋은 행동(선행)을 위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는다면 그것을 의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의가 이 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어.


 한 가지 더. 책에서 처럼 산타클로스의 기원이 성 니콜라우스인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빨간 옷을 입은 하얀 턱수염의 뚱뚱한 할아버지의 모습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 코카콜라(Coca Cola) 때문이야. 시원한 음료인 코카콜라를 사람들이 겨울에도 찾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미지.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 자료로 보면 좋을 것 같아. 어쩌면,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만큼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 익숙한 문화들 중 많은 부분이 기업들의 광고와도 관련있다는 점을 가볍게 생각해보도록 하자. 이와 비슷한 것으로 발렌타인 데이(Valentine Day), 빼빼로 데이가 있어.


출처 :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 코카-콜라가 만들었다고? https://www.coca-cola.co.kr/stories/since-1886/funfact-santa-claus?utm_source=google&utm_medium=GDN



 이제 날이 많이 더워졌구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여름철 우리 모두 건강하게 보내자!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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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 잊지마. 채록아. 내가 기억을 잃어도 넌 계속 나아가고 멈추지 않을 거라고 가슴 깊이 기억할게.... 다시... 이런 말을 해줄 수 없게... 난 곧 다 잊겠지만. 그래도 넌 잊지마. " _ HUN, 지민, <나빌레라 커튼 콜>, p174


 커튼콜(curtain call). 오페라, 발레, 연극, 뮤지컬 등에서 가수, 발레 댄서, 배우, 지휘자, 연출가가 무대에 나타나 관객에게 인사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 위키백과)


 <나빌레라 커튼 콜>에서는 제목 그대로 <나빌레라>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그 후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방황하던 청소년이었던 채록이는 발레단은 맡고, 예전의 자신처럼 방황하는 후배 지슬이를 이끌어 주면서,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을 보답해준다. 연의가 독후감에서 <나빌레라 커튼 콜>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아빠는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해. 바로 할아버지가 걸린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대해서야.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뇌 질환으로 흔히 기억력을 점차 잃는 것으로 연의도 알고 있을거야. 그런데, 단순히 덕출 할아버지는 기억력을 잃기만 한 것일까? 


 웬디 미첼이라는 작가가 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에서 작가는 치매에 걸린 환자이기도 해. 마치 <나빌레라>에서 덕출 할아버지가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수첩에 빼곡히 메모를 기록했던 것처럼, 웬디 미첼 작가도 글을 썼단다. 차이가 있다면, 덕출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거부하고 치매를 이겨내기 위해 발레를 했다면, 미첼 작가는 치매에 걸린 삶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글을 썼다는 점이야. 우리는 작가의 글을 통해서 덕출 할아버지가 발레를 배우면서 마주했던 어려움에 대해 더 알 수 있게 돼.


 사람들은 치매라고 하면 바로 기억력과 연관시킨다. 반면 치매가 기억력과 상관없는 감각이나 감정, 의사소통 같은 것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내부와 외부 환경을 그에 맞게 바꿔야 하며, 그렇게 그것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_ 웬디 미첼,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p14/262


 <나빌레라>에서 할아버지는 필사적으로 메모를 하면서 기억을 하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메모를 한 것일까? 아빠는 기억이 나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가져다 주는 슬픔, 실망 등의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할아버지가 메모를 한 것은 아니었을까도 생각하게 되었어. 비록 이 부분은 크게 강조되지는 않지만 말이야. 


 <나빌레라 커튼 콜>에서는 항상 멍하게 앉아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주로 그려지지? 그리고, 그 곁에서 알아듣지 못하시는 듯 하는 할아버지 곁에서 속삭이듯 말하는 채록이의 모습이 언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할아버지가 알아들으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렇지만, 아래 글을 읽어보면 채록이는 아주 잘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단다. 


 의사소통은 온갖 형태로 이루어진다. 간혹 환자가 치매 때문에 언어 능력이 많이 쇠퇴하고 심지어 아예 말을 못하게 되면 환자에게 말하기를 중단하거나 방문을 중단하고 식탁에 환자를 부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선택이다. 그들은 비언어적 표현을 전혀 생각도 못하지만, 우리는 평생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면서 그것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 흘끗 오가는 시선에는 천 마디의 의미가 담겨 있고, 힘든 하루를 보낸 그들의 목소리에는 염려가 담겨 있다. _ 웬디 미첼,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p102/262


 거의 모든 기억을 잃고 마음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할아버지. 그렇지만,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는 할아버지도 실은 모든 것을 들으시고, 함께 기쁨과 슬픔 등을 나누며 가끔 표현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 이 모든 것을 주위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것. 덕출 할아버지가 걸린 치매라는 병에 대해 조금 알고 책을 읽는다면, 이야기가 더 연의 가슴에 깊게 와 닿을 것 같아.


 채록아... 이렇게 어쩌다 네가 떠오르는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마음이 한가득 벅차오른다. 힘없고 떨리는 손으로 언제 기억이 다시 어두워질지 몰라 길게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는구나.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보이겠지만 그 나아감에 용기를 잃지 말기를... 그리 믿고 한걸음 내디딜 수 있다면 우린 분명 어제보다 꿈에 닿아가고 있구나... _ HUN, 지민, <나빌레라 커튼 콜>, p340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치매에 걸린 덕출 할아버지의 무표정이 할아버지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말하지 못하는 동물과 식물도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반드시 말로만 서로의 생각과 감정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연의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아빠는 생각해. 


 이제 5월도 다 지나가고 6월이 시작되는구나. 벌써 일년의 절반이 다 지나갔어. 이번 한 주도 건강하고 즐겁게 잘 지내보자. 사랑하는 아빠가.


 나는 매일 이렇게 치매와 영원한 추격전을 벌이지만, 내가 지는 날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날은 치매의 실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겁을 먹는 대신 오래전에 헤어져서 많이 그리웠던 사람의 방문을 받는 축복을 받았다. 아버지는 입고 있는 옷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고, 나 역시 화창한 오후에 식은 찻잔을 들고서 만족스러웠다. 찻잔을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올렸을 때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_ 웬디 미첼,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p52/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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