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화이트 데이를 맞아 딸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했습니다. 아이는 사탕꽃다발을 원했기에, 화원에 들렀지만 사탕꽃다발을 찾지 못하고 나오던 중 흥미로운 식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파리지옥.

어렸을 때 벌레를 잡는 식물로 책으로만 접했던 파리지옥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아이도 좋아할 것 같아 주저하지 않고 바로 가져왔습니다. 예상대로 아이가 파리지옥을 보자마자 격하게 반가워하며, 바로 집에 있는 「벌레잡이 희귀식물 백과」를 꺼내서 좋아했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선물로 잘 구입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른 한 편으로, 촉수를 건들이면 잎을 다무는 파리지옥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트리피드의 날」이 떠올리게 됩니다. 걷는 식물 트리피드가 인류의 재난을 틈타 새로운 지구의 지배자가 된다는 다소 우울한 내용의 SF 소설을 떠올린 것은 파리지옥의 움직임 때문이겠지요. 먹기 위해 키우던 식물이 유성에 의해 대다수 인간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인간을 사냥한다는 설정도 놀라웠지만.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서로 다른 대처가 생생했던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식물이면서도 움직이는 트리피드는 영화 「워킹 데드」 속 좀비처럼 움직이면서도 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은 영화 「쥬라기 공원」속 벨로시랩터를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이번에 구입한 파리지옥은 트리피드처럼 걸어다니지는 않기에 해를 끼치지는 않겠지요...

화이트데이와 파리지옥의 조합은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받는 아이가 만족하면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을 했던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건강한 한 주 보내시고, 아내에게 준 화이트데이 꽃다발 사진을 마지막으로 짧은 페이퍼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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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에서 갑자기 친구가 된 나폴레옹과 프랑스인들에 대해 총사령부와 보리스가 보인 태도의 변화는, 로스토프와 그가 떠나온 군대 내에서는 아직 이루어질 겨를이 없는 것이었다. 일반 군대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보나파르트와 프랑스인들에게 증오와 경멸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을 품고 있었다.(p223) <전쟁과 평화 2> 中


 1809년이 되자 세계의 두 통치자라 불리던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르의 친교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건강, 질병, 노동, 휴식이라는 본질적 관심, 그리고 사상, 학문, 시, 음악, 사랑, 우정, 증오, 욕망이라는 관심을 지닌 사람들의 실제 생활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의 정치적 접근과 반목, 그 밖의 온갖 개혁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p244) <전쟁과 평화 2> 中


 <전쟁과 평화 2 war and Peace 2>에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과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는 대립에서 화해하며 1812년 러시아 원정 이전 잠시나마 평화로운 시기를 그린다. 정치적인 이유로 이루어진 화해는 처음에는 낯설게 받아들여지지만, 그것이 익숙해지면서 다시 일상의 주제가 사람들의 마음을 덮게 된다. 


 <전쟁과 평화 2>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주인공 피예르가 프리메이슨(Freemason)에 가입하고, 프리메이슨의 사상에 빠져드는 대목이다. 인도주의/박애주의를 지향하는 친목단체라지만, 음모가들에게 어둠의 세력으로 지목받고 있는 프리메이슨. 이와 함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과 연관성으로 알려진 일루미나티(바이에른 광명회 Illuminatenorden Bayern)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일루미나티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프리메이슨에 대한 정보가 있어 이를 옮겨본다.


[사진] 프리메이슨(출처 : https://www.britannica.com/topic/order-of-Freemasons)

 

 프리메이슨 Freemason : 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시민주의적(世界市民主義的)/인도주의적 우애(友愛) 단체. '로지(작은 집)'라는 집회를 단위로 구성되어 있던 중세의 석공(石工 : 메이슨) 길드를 모체로 한다. 1717년 런던에서 몇 개의 로지가 대(大)로지를 형성한 것이 그 시초이다. 그 후, 18세기 중엽 전영국에서 유럽 각국과 미국까지 퍼졌는데, 그것은 이미 석공들만의 조직이 아니라, 지식인/중산층을 많이 포함하였으며, 계몽주의 사조에 호응하여 세계시민주의적인 의식과 함께 자유주의/개인주의/합리주의의 입장을 취하였고, 종교적으로는 관용을 중시하였다. 그 때문에 특히 가톨릭교회와 가톨릭을 옹호하는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게 되어 비밀결사적인 단체가 되었다. 프랑스 혁명이나 19세기 여러 정치적 사건과 연루되기도 했지만 역할이 과장되어 전하는 경향이 있다. 20세기에는 정치와 연관성이 거의 없어졌고, 국가 또는 지역 단위의 대로지밑에 몇 개의 로지를 두는 식의 조직으로 회원 상호간의 우호와 정신함양 및 타인에 대한 자선/박애사업을 촉진하는 세계동포주의적/인도주의적인 단체가 되었다. <두산세계대백과사전> 中


 일루미나티에 대해서는 인터넷상의 정보밖에 찾을 수 없었지만, 작품 속의 내용을 통해 기독교인들에게 탄압을 받던 프리메이슨 회원들 사이에도 일루미나티는 위험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루미나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살펴보도록 하고, 이번 페이퍼에서는 톨스토이 사상과 프리메이슨 사상에 대해 한정하여 비교해보자.


 이 연설에서 일루미나티의 위험한 사상을 발견한 대부분의 형제들은 피예르에게 놀랄 만큼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갖가지 당파가 형성되고, 일루미나티(각주 : Bavarian Illuminati, 바이에른 광명회라고도 부른다. 1776년 독일에서 결성된 급진적 비밀결사로, 절대왕정을 전복시키고 자유와 평등사상을 바탕으로 유토피아를 꿈꾸었다)에 빠져 있다고 비난하며 피예르를 공격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다.(p276) <전쟁과 평화 2> 中


 <전쟁과 평화 2>에서는 피예르 또는 늙은 프리메이슨 회원의 입을 통해 프리메이슨의 사상이 많은 부분에 걸쳐 소개되고 있는데, 톨스토이(Lev Nicolayevich Tolstoy, 1828 ~ 1910)의 사상을 담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2> 안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몇몇 대목이 있어 이를 옮겨본다.


1. 내면에 존재하는 신(神)


 "당신은 하느님을 모릅니다.. 선생, 그렇기 때문에 몹시 불행합니다. 당신은 하느님을 모르지만, 하느님은 여기, 내 안에, 나의 말 속에, 또 당신 안에, 아니 당신이 지금 한 그 불경한 말 속에 계십니다." 엄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프리메이슨이 말했다.(p119) <전쟁과 평화 2> 中


 성서의 전설에 의하면, 노동을 하지 않는 것 - 무위 - 은 타락하기 전 최초의 인류에게는 행복의 조건이었다고 한다. 무위를 좋아하는 마음은 타락한 인간 속에 그대로 남았지만, 신의 저주가 끊임없이 인간에게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스스로 빵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이유 때문에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는 편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내면의 목소리는 무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우리에게 속삭인다.(p377) <전쟁과 평화 2> 中


 우리가 나의 시작이라 인식하는 이 정신적인 '어떤 것'이야말로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인들이 신이라 이름했던 것이다. 나의 내부에서만 신을 인식할 수 있다. 내부에서 이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어디에서도 신을 발견할 수 없으리라. 자기 내부에서 신을 발견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p100) <인생이란 무엇인가 2> 中


 프리메이슨의 어느 회원은 신(神)이 자신의 내면과 말 안에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는데, 이러한 회원의 말과 자신의 내부에서 신을 발견해야 한다는 톨스토이의 말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2. 형제애(兄弟愛)


 "혼자서는 누구도 진리에 도달할 수 없으며, 만인이 협력해 하나하나 돌을 쌓아올리면서 인류의 아버지 아담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백만의 세대를 거쳐야 비로소 위대한 하느님이 사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신전이 지어지는 것입니다.(p118) <전쟁과 평화 2> 中

 

 피예르는 어렸을 때 고해하면서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공포와 경건함을 느꼈고, 생활의 조건에서 보면 아무 인연이 없지만, 인류의 형제애라는 점에서는 지극히 친숙한 사람과 대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예르는 숨막히는 격렬한 심장의 고동을 트끼면서, 리토르(프리메이슨에 가입하려는 자를 준비시키는 형제를 이렇게 불렀다)쪽으로 다가갔다.(p129) <전쟁과 평화 2> 中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세상 사람들에게 모든 사람의 가슴에 동일한 영적 본원이 깃들어 있다는 것, 그들이 모두 형제자매임을 가르치고, 그로써 그들을 하나로 결합하고 즐거운 공동체로 이끈다.(p123) <인생이란 무엇인가 2> 中


 <전쟁과 평화 2>에서는 프리메이슨의 형제애가 소개된다. 인류가 모두 형제이며, 진리에 이르기 위해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는 프리메이슨 회원과 피예르의 말과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형제자매임을 강조하는 톨스토이 말에서 초기 기독교 공통체의 분위기를 발견하게 된다.


3. 세상의 악(惡)


 당신도 잘 아시는 인류의 적은 인류의 적은 프로이센군을 공격하는 중입니다. 프로이센군은 삼 년 동안 겨우 세 번밖에 우리를 속이지 않았던 성실한 동맹군이죠 우리는 그들을 감싸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인류의 적은 우리의 풀륭한 제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무례하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프로이센군에 덤벼들어, 모처럼 시작된 열병식을 끝낼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분쇄하고 포츠담 궁전을 점거해버렸습니다.(p159) <전쟁과 평화 2> 中


 <전쟁과 평화 2>에서는 나폴레옹은 세게를 위협하는 악(evil)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작품 속에서 나폴레옹에 대한 묘사가 러시아 외교관에 이루어진 것임을 생각해본다면, 러시아 독자가 아닌 이들은 이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독자들에게도 '나폴레옹=인류의 적(敵)'이라는 공식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2> 에서 폭력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이 보완해 줄 것이다.


 불행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폭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잘못된 공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폭력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한 착각은 그들의 누군가를 기만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아니다.(p232)... 폭력으로 사람들을 선량한 삶으로 이끌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폭력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사악한 삶의 본보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p233) <인생이란 무엇인가 2> 中


 4. 톨스토이의 정치철학


 이처럼 <전쟁과 평화 2>에서 묘사된 프리메이스 사상과 <인생이란 무엇인가 2>의 톨스토이 사상 속에서 우리는 내면에 존재하는 신, 형제애, 세상의 악에 대한 공통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를 근거로 톨스토이가 프리메이슨이다' 라고 말하기에는 무리함이 있지만, 적어도 프리메이슨 회원의 입에서 나온 사상이 톨스토이 사상과 관련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리메이슨 회원 피예르의 입을 통해 톨스토이 사상의 지향점이 '형제애에 기반한 보편적인 정부 수립'을 향하고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지 않을까.


 피예르는 프리메이슨의 세 가지 사명 중 도덕적 삶의 모범이 되라는 사명을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일곱 가지 미덕 중 온후와 죽음에 대한 사랑, 이 두 가지가 자기 안에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대신 그는 다른 사명, 즉 자신이 인류의 교화를 실행하고 있으며, 또다른 미덕인 인류에 대한 사랑과 특히 관용을 가지고 있다고 자위했다.(p169) <전쟁과 평화 2> 中


 한마디로, 온 세계를 지배하는 보편적인 정치 형태를 수립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은 시민적 연대를 파괴하는 일 없이 온 세계에 보급되어야 하고, 그때 모든 정치는 종전대로 계속 운영되고 우리 기사단의 위대한 목적, 즉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방해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목적이야말로 기독교의 가르침입니다.(p275) <전쟁과 평화 2> 中


 물론, 톨스토이에게 <전쟁과 평화>가 인생 최후의 작품도 아니고, 이후에도 <안나 카레니나>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썼기에 이러한 결론은 완성된 결론이 아니고, 하나의 가정에 불과할 것이겠지만,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들 안에서 이후 작가의 사상이 어떻게 움직여갔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작품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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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3-15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프리메이슨에 가입해서 활동한 증거는 없다고 알려졌지만, 그래도 톨스토이가 프리메이슨을 묘사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라고 생각해요. ^^

겨울호랑이 2020-03-15 19: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은 알고 있었지만, 고전 속에서 이들 조직의 이름을 접하니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전쟁과 평화>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당대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고전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상류층의 급진주의자들은 택시 운전사들이 모두 파시스트라고 말한다.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택시 운전사들은 이데올로기 문제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이 노동조합의 가두 행진을 싫어하는 건 정치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시위대가 교통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극우파가 시위를 한다 해도 택시 운전사들의 비난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좌파든 우파든 오로지 강력한 정부가 들어서기만을 바란다. 자가 운전자들을 모두 총살시키고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적절한 통행 금지를 실시할 정부를 말이다.(p36)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中


 움베르트 에코(Umberto Eco, 1932 ~ 2016)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는 조금은 엉뚱한 상황에 놓였을 때, 기발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에서 교수형 생중계를 보는 방법', '몰타 기사단의 기사가 되는 방법' 등은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특이한 상황이라 하겠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의 특징과 저자다운 기발한 해결방법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그중에서도 '서부 영화의 인디언 역을 연기하는 방법'은 70년대 서부 영화의 클리셰(cliche) 안에서 우리의 동의와 웃음을 함께 끌어내는 글이라 생각된다. 그 중 일부를 살펴보자.


 4. 역마차를 공격할 때는 적이 쏘는 총의 사정거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언제나 가까이에서 마차를 따라가야 한다.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아예 마차와 나란히 달려도 된다... 10. 만일 백인이 코요테 울음소리를 내거든, 맞히기 쉬운 표적이 되도록 즉시 고개를 쳐들어야 한다... 12. 모든 인원이 한꺼번에 공격에 가담하지 말고, 일부는 그냥 구경만 하고 있다가 적의 공격을 받고 쓰러지는 동료들이 생기면 그들을 대신해서 들어가라.(p231)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中


  '서부 영화의 인디언 역을 연기하는 방법'이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서부 영화가 가진 선(善) - 악(惡)구도와 뻔한 결말에 대한 저자의 비틀기 때문이 아닐까. 블라지미르 야꼬블레비치 쁘로쁘(1895 ~ 1970)은 <희극성과 웃음>에서 웃음이 생겨나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희극성과 이 희극성으로 야기되는 웃음이 생겨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웃고 있는 사람이 당연하고 도덕적이며 바른 것에 대한 어떤 개념들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웃고 있는 이가 도덕적 요구라는 관점이나 그저 건전한 한 인간의 천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당연하고 옳은 것으로 이해되는 완전히 무의식적인 어떤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데 이 조건이 있는 것이다... 웃음의 발생을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사람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본능적 의무감과 모순되고 이에 일치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 관찰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관찰되는 몇몇 단점들이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 두 시초들 사이의 모순은 희극성의 생성과 희극성으로 유발되는 웃음을 위한 본질적 조건이다.(p251) <희극성과 웃음> 中


 '백인 vs 인디언' 구도, 해피 엔딩이라는 정해진 결말, 이들을 둘러싼 상영시간이라는 제한 조건 아래서 의례적으로 일어난 사건의 반복과 서부영화의 부조리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모순에서 오는 희극성 이외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에는 다른 방식의 웃음도 담겨있다. 예를 들면, 조세회피처( tax haven)로 유명한 카이만 제도(Cayman Islands)에 대한 저자의 글을 통해 우리는 암울한 현실에서도 웃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쓴웃음이라는 다른 종류의 웃음이긴 하지만.


 카이만 제도는 "오프 쇼어 뱅킹(Offshore banking)"의 천국이다. 다시 말하면 일체의 조세 규제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본을 옮겨 오는 나라이다. 뇌물을 공여하고 공공의 부를 가로채는 현대판 해적들, '더러운 손 작전'으로 떼돈을 모은 뒷거래꾼들, 무기 상인들 등 오늘날의 도덕이 근절해야 할 악한으로 지목하고 있는 자들이 이곳으로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재판 관련 기사에서 매일같이 접하고 있다. 그러나 2~3백 년 후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세월은 약이고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하게 될 것이다.(p51)... 2백년 후 섬의 관광청에서는 우리 시대의 추잡한 자들을 소재로 한 공연을 기획하게 되리라는 생각도 해보았다.(p52)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中


 아마도, 2020년 3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뒤숭숭한 요즘에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이 다른 모든 소제목의 글보다 더 눈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글을 통해 우리는 글의 제목과는 달리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뉴욕의 전위적인 극장에 자주 출입하는 것을 삼가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원권 배우들은 음성학적인 이유로 침을 많이 튀긴다. 실험적인 연극을 공연하는 작은 극장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관객들 모두가 배우들이 튀기는 침의 사정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의원들은 마피아와 일체 관계를 맺지 말아야 한다. 마피아와 관계를 맺었다가는 대부의 손에 입맞추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p216)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中


 기업의 구조 조정에 따른 실업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해고당하면 온종일 손톱을 씹으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르데냐 섬의 양치기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 납치범들은 대개 여러 사람을 납치하는 동안 똑같은 복면을 쓰기 때문이다.(p217)... 전염병과 기근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종종 침을 삼키는데, 그것을 삼가야 할 것이다. 주위의 불결한 공기와 접촉했던 침이 소화기에 들어가면 병에 감염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p219)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中


 침을 삼키는 것마저도 전염병에 감염될 염려가 있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전염병은 피할 수없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은 웃음이라는 것을 <희극성과 웃음>의 저자는 구비문학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모든 웃음이 멈추고 금지되는 반면 삶의 세계로 들어가면서는 웃음을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 죽음의 세계에서 웃음의 금지를 보았다면 삶의 세계에서는 웃음의 성약(成約), 즉 웃음의 강요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더 확장시킬 수 있다. 웃음이 삶과 함께 하는 능력뿐 아니라 그러한 삶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p329) <희극성과 웃음> 中


 <희극성과 웃음>의 내용을 읽으며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지금, 웃음을 통해 우리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본다. 다만, 그 웃음은 억지로 만들어낸 억지웃음이 아닌, 오래 계속될 수 있는 부드러운 미소였으면 한다... 


 웃음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다.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은 미소이다.(p259) <희극성과 웃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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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자연책'이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을 아무리 크게 만든다 해도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세계의 아주 작은 일부도 한 권에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디서 끝나게 될까? 별자리부터 지구의 핵에 이르기까지 배워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그동안  지나칠 때마다 궁금했던 동식물, 나무, 풀, 곤충, 강수량,육지, 수역 등을 이번 자연책 작업을 통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p8) <자연해부도감> 中

 

  줄리아 로스먼(Julia Rothman)의 <자연해부도감 Nature Anatomy>은 저자의 말처럼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해와 달, 별부터 시작해서 지구 기후, 우리 주변의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자연(自然 nature)이라 부르는 거의 모든 것들의 이야기가 편한 그림과 함께 담겨있다는 점이 책의 장점이다. 소재의 다양성 측면에서 <자연해부도감>은 빌 브라이슨(Bill Bryson, 1952 ~ )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을 떠올리게 하지만, 드로잉(drawing) 중심의 책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비해 다루는 내용도 매우 제한적이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주는 책으로, 이는 저자의 말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나는 뉴욕 도심부인 브루클린의 파크슬로프에 살고 있는데, 우리 집은 프로스펙트 파크 입구에서 가까운 몇 안 되는 건물들 가운데 하나다. 잠깐 바람 쐬는 걸 두고 '자연 산책'라 부르는 것이 지나칠 호들갑일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잠시나마 초록의 자연에 에워싸이는 시간은 내게 더없이 소중하다.(p6) <자연해부도감> 中 


 <자연해부도감>은 저자의 말처럼 산책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의 깊이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생각되지만, 저자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자연해부도감>의 자연이 저자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도시에서 야생(野生)을 아름다운 세계로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1943 ~ )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통해 밖에서 바라본 시골이 이상향이 아닌 현실임을 말하듯, 저자가 그린 자연도 추상적인 것이 아니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로 <자연해부도감>을 읽으면서 자연에 대한 느낌을 받기보다, 책의 그림에만 눈이 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자연에서의 현실이란 것을 잘 몰랐던 젊은 시절, 몰래 눈여겨둔 별장지가 있었습니다. 높은 지대에서 바라본 전망은 아름다운 아즈미노에서도 각별했습니다. 그곳에 집을 짓고 살면 구름 위에서 생활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집필 의욕이 솟구쳐 생각대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집필 의욕이 솟구쳐 생각대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기대에 사로잡혔습니다... 만약 당신이 땅값이 싸다는 점에 눈이 멀어 곧바로 사기로 결정하고 말았다면 이는 중대한 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시 땅값과 비교하면 분명하면 분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쌉니다.  하지만 현지 시세를 감안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입니다.(p33)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中


 그런 면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 ~ 1862)의 <야생화 일기 Thoreau's Wildflowers>에는 자연 안에서 함께 숨쉬며 자연을 바라본 이의 시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자연안에서 삶을 발견하고, 저자와 함께 식물을 발견하는 체험을 할 수 있기에 책의 깊이가 한층 깊어진다는 생각을 해본다.


 1853년 6월 10일


 우리가 거닐었던 이 멋진 야생 지역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옛 칼라일 길은 양쪽에 야생사과나무 초원과 접해 있다. 사과 나무들은 대부분 어쩌다 씨앗이 날라왔거나 사과즙 찌꺼기를 버린 데서 움이 트는 등 우연히 터를 잡고 제멋대로 자라며, 자작나무와 소나무에 가려져 있다. 이 드넓은 과수원의 사과나무들은 열매를 제법 생산하지만 야생에서 삼림수로 자란다. 이곳은 가울에 산책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다.(p187) <소로의 야생화 일기> 中


 <자연해부도감>과 <소로의 야생화 일기>는 같은 자연을 그렸지만, 전자가 관념적인 자연을 표현했다면, 후자는 현실적인 자연을 표현했기에, 깊이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주제는 조금 달라지지만, 관념적인 자연과 현실의 자연을 대조하자면, 우리나라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와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을 그린 진경산수화가 관념적인 남종문인화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기준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현실(現實)이 공허한 이념(理念 ideology)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이니까...  


 진경산수화란 우리나라 산천을 소재로 그린 산수화로 특히 조선 후기(18~19세기)에 유행한 실경산수화를 가리킨다. 실경을 화폭에 담는 경향은 18세기에 와서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이미 고려 이래 오랜 전통을 갖고 계속되어 왔다... 진경 眞景이란 원래 문인화적 개념이다. 대상의 겉모습만을 묘사한 형사 形似의 그림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신사 神似의 그림을 진경이라 한 것이다. 진경산수화는 화보나 다른 그림을 모방한 그림이 아니고 우리나라 산하를 직접 답사하고 화폭에 담은 살아있는 그림[活畵]이다.(p102) <Korean Art Book 회화2> 中



[그림] 정선의 금강전도(金剛全圖)[출처 : 위키백과]


 다만, 진경시대의 배경에는 명(明)나라 멸망으로 인해 중화(中華)의 적통을 우리가 이었다는 사대(事大)사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쉽게 느끼면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문화적으로 우리보다 열등한 여진족이 무력으로 중국을 차지했다 해도 중화의 계승자가 될 수 없는데, 하물며 그 야만 풍속인 변발호목(辮髮胡服)을 한민족(漢民族)에게 강요하여 중화문화 전체를 야만적으로 변질시켜 놓았으니 중국에서는 이미 중화문화 전통이 단절되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니 중화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주자성리학의 적통(嫡統)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조산만이 중화문화를 계승할 자격을 갖추었으므로 이제 조선이 중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p22)... 이로 말미암아 조선이 곧 중화라는 조선중화주의가 조선사회 전반에 점차 팽배해 가기 시작하였다. 이제 조선이 곧 중화라는 주장을 떳떳하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조선 고유문화를 꽃피워내는 데 조금이라도 주저할 리가 있었겠는가.(p23) <진경시대 1>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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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초등학교 개학도 3주 가량 연기되고, 여기에 온 가족이 함께 다니던 피트니스 클럽도 당분간 폐쇄되어 딸아이는 집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네요..

학교선생님인 엄마도 덩달아 강제방학(?)을 맞이해서 같이 집에 갇혀 있다보니, 두 사람 모두 많이 갑갑한 듯 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대안으로 ‘실내 사방치기‘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마루에 그리면 안 지워지니 먼저 투명 테이프로 테투리를 긋고 그 위에 매직으로 만든 사방치기판.

덕분에 아이는 집에서도 몸놀이를 하면서 조금은 갑갑함을 줄여봅니다. 퇴근 후 저 역시 그 놀이에 동참하면서 아이와의 거리를 한 걸음 좁혀봅니다.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요즈음 가족과 함께 얼굴을 맞대면서 가족의 화목을 다진다면, 이것이 코로나 19가 준 작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웃분들 모두 건강하게 보내세요!^^:)

ps. 저희 집은 1층이라 가능하지만, 2층 이상에서는 층간 소음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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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2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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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5 2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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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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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0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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