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는 '심층방어'의 개념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심층방어의 예로는 다중방호를 들 수 있습니다. 다중방호란 여러 겹의 방호벽을 설치하여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내 원전은 핵연료 펠릿, 피복관, 원자로 용기, 원자로건물 등의 방호벽을 갖추고 있지요. 아울러 심층방어와 관련하여 원전은 다중성, 다양성, 독립성의 기본적인 설계 특성을 가지고 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_ 어근선,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 p147


 에너지 그리드를 서로 쉽게 적용시킬 수 있는 유럽과 달리 전력망이 고립된 우리나라는 무탄소 에너지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함께 하는 에너지믹스 추진을 고민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양 날개로 하되,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한 전력 인프라 개선 및 청정발전 신기술 개발 병행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엄격한 안전성 평가를 전제로 가동원전 계속운전, 대형 원전 신규 건설 및 소형모듈언자로(SMR) 개발하고 건설하는 것을 모두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_ 어근선,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 p184


 어근선의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은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과 미래 에너지로서의 원자력을 말하는 책이다.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장치와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과 현재 보유중인 기술수준, 안보적인 측면 등 여러 각도에서 바라봤을 때 원자력은 미래 에너지원이라는 것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해외 원자력 운영 현황 등 세계적인 흐름을 알기 쉽게 소개한 점은 교양과학서로서 책이 가진 장점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가볍게 지나가는 설명 안에는 문제에 담긴 심각성의 정도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대중 교양서로서의 한계점도 분명 함께 자리한다. 


 설계 시 당연히 고려해야 할 규모의 쓰나미를 무시하여 촉발된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외부건물이 두께가 얇아 내부에서 발생한 수소 폭발을 감당하지 못하고 훼손되었고요.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바다로 대량 유출되어 큰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반면 TMI-2 원전 사고는 기기 고장 후 계측 미흡 등으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내부에서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려 원자로가 훼손되었습니다. 그러나 두께 1미터에 달하는 격납건물은 훼손되지 않아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환경으로 누출되지 않았습니다. _ 어근선,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 p84


 본문에서 저자는 원자력 발전소의 여러 사고에 대해 언급한다. 그중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에 대한 설명을 통해 원전사고가 원자력 발전소의 고유문제가 아닌 실행과정에서의 불가피성 - 정책의 오류 또는 자연재해 -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원래 원자력발전소는 큰 문제가 없는데, 재난상황을 고려치 못한 현실이 사고원인이었다는 저자의 설명은 처음에는 그럴듯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의문을 갖게한다.  그렇지만, 모든 정책 결정의 문제가 결국 유한자원이라는 제약조건 하에서 BCA(Benefit- Cost Analysis)의 결과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과연 자연에 의한 위험을 원전의 위험과 분리할 수 있을 것인가. 발생확률이 낮더라도 그 결과가 치명적이라면, 이에 대한 고려가 설계단계부터 반영되었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또한, 오염수 문제는 '하나의 과제' 수준이 아닌 오늘날 우리에게 간접적인 '방사능 피폭'과도 같은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정리하자면, 일본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일본 정부의 표현으로는 '상정하지 못한') 대형 지진에 의한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해 원전의 냉각기기들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가 피해를 입어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p94)... 도쿄 전력 자료에 근거하면 2호기에서 누출되는 고농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2011년 4월 18일 당시 330경 베크렐이라고 했고요.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해양과 지하수에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고 정화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입니다. _ 어근선,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 p98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대량의 방사성 폐기물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 처분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에는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와는 달리,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는 대량의 오염수도 나왔다. 그 정화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염수를 정화한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염수의 처리에는 필터나 방사성 물질의 흡착체 등을 사용한다. 오염수 중의 방사성 물질은 그들에게 옮겨갈 뿐이다. 오염수는 핵연료에서 녹아 나온 방사성 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그 처리가 진행되면 필터나 흡착제에 방사성 물질이 고농도로 축적된다. 그러한 매우 높은 방사능을 가진 폐기물을 어떻게 처분하느냐 하는 것도 이제부터의 큰 과제이다. _뉴턴코리아 편집부, <원자력 발전과 방사능> , p94


 2022년 7월 일본정부가 발생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현실화된 우리에게 접하면서 이것을 일본정부의 부도덕함이나 일본원전 발전소의 불안정한 위치에서 발생한 위험과 원자력 발전의 고유한 위험의 구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과연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것인가.   


[관련기사] 일본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최종 결정. https://www.greenpeace.org/korea/report/23304/fukushima_wasted_international_law/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포화가 임박했으나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정책/제도적 준비에 아쉬움이 있는 것 같네요. 국내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월성원전부터 시작하여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오게 된 것은 사용후핵연료 안전한 관리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_ 어근선,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 p162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회적인 사건이라면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보다 장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다.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다루는데 저자는 본문에서 1978년 고리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부족했던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사실,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적절한 처리를 하고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시에,  원자력 발전이 가진 장기적이고 세계적인 위험요소이기도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의 입장은 어떠한가.


 핀란드는 1983년부터 부지 선정에 착수하여 2001년에 올킬로오토 부지를 최정 선정하였습니다. 현재 지하 450m 암반에 위치하는 심지층 최종처분장 건설 완료 단계이며, 2025년 경에 운영 개시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스웨덴의 경우는 1992년 부지 선정에 착수하여 2009년 포스마크 부지를 최종 선정하였고요, 현재 건설허가 심사 단계라고 하네요. _ 어근선,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 p162


 우리나라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방폐물 관리법 제6조에 따라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 계획입니다. 제1차 기본계획은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수립하여 2016년 7월 의결하였습니다. _ 어근선,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 p164


  준비부족을 비판하면서도 저자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그 전에 안전을 담보하는 운영프로그램과 파이로 처리기술(Pyro-processing)과 같은 기술분야에서의 혁신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핵(核)의 안전성과 비확산성을 동시에 담기위한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시간이 요구되고, 이러는 사이에도 방사성 폐기물은 꾸준히 생겨나 포화상태에 가까워진다는 점 등을 생각한다면 방사성 위험을 쉽게 생각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사용후핵연료가 정말로 위험하고 후손들에 항구적인 멍에가 될까요? 만일 그렇다면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 확보에 대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관한 저의 생각은 원자력 안전 전문기관의 객관적이고 철저한 심사 및 검사 하에 사용자가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노화 관리 프로그램 등을 갖추면 미국의 원자력규제기간인 NRC가 발표했듯이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하는 방사성 폐기물은 습식 및 건식 저장으로 안전하게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_ 어근선, <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 p161


 만약 파이로 처리기술이 성공하여,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 처리하면 폐기물 발생량이 약 1/20로 감소하며 사용후핵연료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라늄 및 초우라늄원소를 회수하여 고속로에서 연료로 재활용하고, 파이로 공정에서 발생하는 핵분열생성물만을 처분하면 된다. 그러면, 처분면적은 1/60~1/100 축소 가능하고, 고준위폐기물의 방사능 독성도 감소기간을 1/1,000으로 단축가능하다. 즉, 악티늄 핵종들을 회수하여 고속로에서 연소시킴으로써 처분대상 고준위 폐기물의 독성이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감소하는 기간을 30만 년에서 약 300년으로 단축 가능하다. _ 박정균, <원자력과 방사성폐기물> , p260/308


 만약, 성공적인 관리 프로그램과 폐기물 처리 기술이 우리가 그리던 시나리오대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사성 폐기물 뿐 아니라 수명을 다한 원자력 발전소 처리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위험은 절감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0으로 수렴할 뿐,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세대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결정하는 시점에 정작 그들의 의사는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세대간 전가 비용과 위험이 높은 원자력을 미래 기술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문제는 위험성을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지질학적으로 안전한 곳에 위치시키고 현재의 공학적 최고 기술과 방법으로 건설된 지하처분장으로부터 허용 가능치를 넘는 방사성핵종이 빠져나올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매우 쉽다. 그렇지만 그러한 가능성은 존재한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분명한 것은,  그 대답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위험과 혜택간의 균형에 대해 그리고 다른 것과 상대적으로 비교되어 느껴지는 위험성의 크기에 대한 어떤 합의 같은 것에 결국 달려 있다. 이러한 정책의 문제 외에도 세대간 형평성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이는 '이 세대의 우리가 값싼 전력의 혜택을 누리고 있고 그로 인해 다가올 세대에게 위험과 재앙을 만들어 준다'는 간단한 사실로 귀결된다. 이삼십년 동안 폐기물 처분을 연기한다고 결정하게되면, 우리는 심각한 위험뿐 아니라 난처한 기술적 문제까지도 후세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다. _ 콘라드 크루우스코프, <방사성폐기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 p223 


 원자력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성과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원자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어느 정도 이유가 있는 설명이다. 대체에너지로 언급되는 태양력, 풍력, 수력 등은 발전 장소, 저장 등의 이유로 완전한 대안이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산업용 발전이 아닌 가정용 발전 등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대체는 대기업 중심의 에너지 산업을 해체하고 小國寡民(소국과민)이라는 보다 생태적인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중소 수력 발전은 개별 발전 시설의 발전량은 많지 않지만, 설치할 수 있는 장소가 많기 때문에 발전 가능한 자원량으로는 상당한 양이 된다. 일본 환경성의 '재생 가능 에너지 잠재력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중소 수력 발전의 자원량은 하천 부분에서 1,650만 KW, 농업 용수로에서 32만 KW에 이른다. 표준적인 원자력 발전소의 10기가 넘는 발전 능력이 여러 곳에 감추어져 있는 셈이다. _뉴턴코리아 편집부, <전력과 미래의 에너지> , p94


 새로운 녹색 에너지는 중앙 집중식이 아닌 분산 방식을 요구한다. 태양은 모든 곳에서 빛나고 바람은 모든 곳에서 분다. 즉 건물 옥상이나 지형을 따라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 발전소를 설치하면 어디에서나 수확할 수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에서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은 비유적으로든 문자 그대로든 "파워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과 같다(p55)...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수확 기술의 비용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의 민주화는 전기 협동조합의 조기 채택과 더불어 화석연료 분야의 인력을 붕괴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발전 및 전기 유틸리티 산업을 뒤흔들며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고 있다. 전 세계의 거대 전력/전기 유틸리티 회사 중 다수가 화석연료 산업에서 빠르게 분리되어 수백만의 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녹색 에너지를 관리하는 한편 고객을 위한 에너지 서비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있다. _ 제러미 리프킨, <글로벌 그린 뉴딜> , p57/226


 이에 대해, 원자력 발전의 저렴한 발전단가를 이유로 대체에너지의 경제성 없음을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대해서는 현재 원자력 발전단가에 포함되지 앟는 방사성폐기물 산정 비용, 원자력 발전소 폐쇄 비용도 함께 고려한다면 쉽게 원자력발전을 경제성있는 생산방식이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비용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어 발전단가에 직접 넣기 어렵다면, 현재까지 산정가능한 금액이라도 충당금 항목으로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고리1호기가 2017년 6월 영구 정지함에 따라 5년 정도 냉각기간과 단반감기 핵종들이 소멸하기를 기다린다. 이후 원자로 해체 준비를 완료하면, 사용후핵연료를 인출하여 다른 부지에 격리 저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만 있을 뿐, 원전해체 시 이를 보관할 중앙저장시설 등의 대안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제 202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원전해체 사업에 돌입할 시점이 된다. 격납용기, 열전달계통 등 발전소 장비는 전부 꺼내 폐기하거나 제염작업을 해야 한다. 각종 펌프류, 터빈 등 장비들을 모두 제거하게 되면, 본격적인 원전 구조물 해체 철거를 하게 된다. 발생할 폐기물량도 엄청난데, 약 6,000톤 규모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기간도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투자금액도 약 1조 원 수준이 소요될 것이다. _ 박정균, <원자력과 방사성폐기물> , p259/308


 이와 함께 아래 기사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국내 보유 원자력 기술의 활용의 길이 쉽지 않음도 보여준다. 방사성 폐기물까지 완전히 처리할 수 있는 완벽한 계획과 기술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친환경 기술로 인정치 않겠다는 유럽의회의 결정은 향후 변경될 수 있겠으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관련기사] 까다로운 조건 붙은 유럽 '친환경 원전'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86030_35744.html


 에너지 안보와 관련한 원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상황에 대한 대비도 좋지만, 동북아에 평화가 정착되어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대체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하다면 원전에의 지나친 의존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에게 알려진 원자력 발전의 이면에는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음도 함께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원자력으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더불어 검토해 볼 것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제안한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이다. 한국-북한-중국-몽골 4국 합작 재생에너지건설 프로젝트로, 4국이 합자해 드넓은 몽골사막에 거대한 태양광, 풍력 발전시설을 하고, 생산한 전기를 4국이 나누어 쓰는 안이다. 문제는 송전선이 북한을 통과해야 하고, 먼 거리를 전송하느라 전력 손실이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정치적 해결만 가능하다면 한국에게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_ 박정균, <원자력과 방사성폐기물> , p278/308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국경제재건계획(네이산 보고 Nathan Report)'는 당시의 여건을 고려해서 교통에서는 철도 중심, 에너지 발전에서는 수력 중심의 정책을 조언했다. 한국경제발전은 이같은 경로를 따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매우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것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는 '현재 시점의 최적화'가 반드시 미래의 최적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점은 현재 우리의 원자력 발전에 있어서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다소 앞뒤 없었지만, 원자력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페이퍼를 이 정도로 갈무리한다...


 한국이 장래 최대한의 외화를 유지하여야 할 장기적 필요성에 비추어보아 화력발전보다도 경비의 이점이 없어질 한계까지 수력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발전의 요구에 대비하면 하류(河流)의 특징으로 인하여 전적으로 수력에 의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고정 설비 건설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의 수력 발전과 최소한의 화력 발전을 도모하는 데 일반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 _ 조영준 외, <한국 경제의 재건을 위한 진단과 처방 : 네이산보고(1954)의 재발견> , p433


 도로 복구 계획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남한에 상당한 인구를 가진 도시 중심지의 수가 얼마 안 되고, 극히 단거리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로 수송에 의하는 것보다 철도나 수로로 수송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여서는 안 된다. 극소의 도시 지역은 철도나 수로의 편익이 없다. 이러한 경우에도 도로 교통량은 그리 크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기후에 있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서구 표준에 달하는 도로망의 발전과 유지는 현재 또는 장래에 예견되는 교통량에 비추어 그리 정당화되지 않는다. _ 조영준 외, <한국 경제의 재건을 위한 진단과 처방 : 네이산보고(1954)의 재발견>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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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울호랑이님-미래에너지~를 읽고]이런 저런 생각들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22-08-23 06:32 
    원자력을 전공했다.90년에 안면도사태가 있었다. 90년 11월 부터 93년 3월까지 안면도 핵폐기물처분장 반대가 있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길을 막고 무언가 불태우는 화면도 뉴스에 나왔던 거 같다. 94년에는 굴업도에 처분장을 지으려다가 무산되었다. 지반이 위치가 좋지 않다고 주민이 아홉명이라고 처분장을 만든다니 말이 되냐는 반대여론에 선배 언니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 입지는 아니지만, 기술로 보강할 수 있어. 돈이
 
 
거리의화가 2022-09-08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2관왕 축하드려요^^
늘 현재 중요한 문제를 끌고 와 제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9-08 11:48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합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

mini74 2022-09-08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님 2관왕 !당선 축하드려요.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2-09-08 11:49   좋아요 1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작년 추석 즈음에 미니님 글을 읽고 이상 시 논문을 봤던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난 듯합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

서니데이 2022-09-0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거듭 감사드립니다. 하루 마무리 잘 지으세요! ^^:)
 

 화학 변화가 일어나면 하나 이상의 물질에서 원자들이 재배치된다. 예를 들면, 천연 가스 중에 있는 메테인(CH4)이 공기 중에서 타서 산소(O2)와 결합하면(combustion), 이산화탄소(CO2)와 물(H2O).  이 과정은 반응물(reactant, 메테인과 산소)은 화살표 왼쪽에, 생성물(product, 이산화탄소와 물)은 화살표 오른쪽에 표시한 화학반응식(chemical equation)으로 나타난다 :  CH4 + 2O2 ----> CO2 + 2H2O 


 여기에서 원자들이 재배치되었음에 주목하라. 결합이 깨어지고 새 결합이 형성되었다. 화학반응에 있어서 원자들이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_ 스티븐 줌달, <줌달의 일반화학 (Zumdahl)> , p123


 반응물과 생성물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화학 반응식. 물질이 산소와 결합(燃燒)하는 화학변화를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 위의 단순한 식(式)은 화학변화를 통해 원자들의 변화는 발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원자 생성이 아닌 원자 재결합/배치를 설명한 위의 내용에서 열역학제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을 떠올리게 된다.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 또한 원자와 마찬가지로 생성/소멸되지 않는다.


 열역학 제1법칙을 말로 표현하면 에너지는 결코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 없으며, 형태와 위치만 변할 수 있다.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면 에너지 변화는 시스템이 받은 열 Q에서 시스템 자체가 외부에서 수행한 일 W를 뺀 것과 정확히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 초기 상태에서 최종상태로의 시스템 에너지 변화는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에만 의존하고, 상태 간에 이동하는 경로에는 의존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닫힌 순환과정을 거쳐 초기 상태로 되돌아가면 시스템의 에너지 변화는 없다._ 스티븐 베리, <열역학> , p29/129


 이러한 두 개념을 연소방정식을 통해 우리는 원자(atom)와 열(熱)을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줌의 일반화학>에서는 연소반응식을 통해 '계'와 '주위' 사이에 에너지보존법칙을 보여준다. 미시적 세계에 속하는 원자가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며 만들어지는 생성물과 에너지. 이 중 에너지는 온도, 압력, 밀도, 질량, 부피 등 거시적 특성을 변환시키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현대문명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임을 수식을 통해 발견한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을 통한 생성물인 이산화탄소에 눈이 가는 것은 기후변화문제가 시급한 지금의 시점에서 당연할 것이다.


 역학적 변화의 예는 화학 변화가 일어나는 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테인은 여러 미국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쓰이고 있으며 이것의 연소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CH4(g) + 2O2(g) ----> CO2(g) + 2H2O(g) + 에너지(열)


 반응에 의해 열이 발생하면 발열(exothermic)이라고 하며, 에너지가 계(system)로부터 방출된다. 예를 들면, 메테인의 연소에서는 에너지가 열의 형태로 계에서 주위(surroundings)로 흘러나간다... 주위가 얻은 에너지는 계가 잃은 에너지와 같아야한다. 주위로의 열 흐름은 반응이 일어나는 계의 퍼텐셜 에너지가 낮아지는 것에 기인한다. 이는 언제나 참인 명제이다. 어떠한 발열 반응에서라도, 화학결합에 저장되었던 퍼텐셜 에너지의 일부가 열을 통해 열에너지(무질서한 운동 에너지)로 변환된다. _ 스티븐 줌달, <줌달의 일반화학 (Zumdahl)> , p268


 <줌달의 일반화학>에서 설명된 반응식은 천연가스를 활용한 에너지 생성을 보여주는데,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테인 뿐 아니라, 휘발유의 성분인 옥테인(Octane C8H18)도 결국은 이산화탄소와 물,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탄소화합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의 공통점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green house effect)다.


 석탄 또는 천연가스의 경우 에너지는 화학결합에 저장되며, 부분적으로 열로 변환될 수 있다. 이 과정은 석탄 또는 가스가 연소(쉽게 말하면 그냥 태우는 것)라고 하는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탄소 원자들끼리의 결합, 또는 탄소와 수소 원자 사이의 결합이 원래 연로에는 없었던, 산소와의 새롭고 더 강력한 결합으로 대체됨으로써 일어난다. 이런 방식으로 일부 화학 에너지를 열로 변환할 수 있다. _ 스티븐 베리, <열역학> , p18/129


 앞서 화학 반응식을 통해 현재 에너지원으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석 적외선을 만나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로 온실효과가 생겨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연결지을 수 있다.


 CO2 분자는 기본적으로는 전기적인 치우침을 갖지 않는 분자이다. 그러나 극히 작은 전기적인 치우침이 일시적으로 생기는 일이 있다. 그래서 CO2가 전자기파를 받으면, CO2 분자가 가지는 두 곳의 'C와 O의 결합 부분'이 스프링처럼 신축하거나 구부러진다. 그 결과 CO2분자가 진동해서 열이 발생한다. 이러한 진동을 유발할 수 있는 전자기파는 적외선 뿐이다. _ 일본 뉴턴프레스, <지구 온난화 :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과제> , p64



 물론, 기온을 올리는 원인이 온실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 복사'와  지구' 반사율' 변화도 다른 주요한 요인이지만, 최근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기온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이산화탄소 증가율임을 생각해 본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의 주된 요인은 인간의 활동임이 명백하다. 이산화탄소 동위원소의 조성 변화로부터 증가된 이산화탄소가 대부분 식물성 물질, 즉 화석 식물에서 유래한 바이오매스biomass 나 화석연료의 연소 같은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 중 산소 농도의 미세한 변화도 증가된 이산화탄소가 식물성 물질의 연소로부터 나왔음을 말해준다. 또한 해양의 이산화탄소 농도도 함께 증가해왔는데,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바다에서 이산화탄소가 방출된 결과일 수는 없음을 말해준다. 모든 증거를 종합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는 인위적 원인에 의한 것이며, 주로 화석 연료의 연소 때문임이 명백하다. _ 태피오 슈나이더, <온실가스의 증가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 스켑틱 SKEPTIC vol.10 : 지구 온난화의 과학>,  p110/226


 이와 함께 우리는 이산화탄소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많은 식물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에너지원을 얻는 광합성작용(photosynthesis)으로 산업화시대 이전 지구의 대기는 안정화상태에 있었다. 이들 반응식을 나란히 쓴다면, 아래 [그림]처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조건들이 일정하다면, 우리의 문제는 이들 두 개의 화학 반응식으로 초점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생성물로서 이산화탄소를 반응물로 돌리는 광합성 작용으로 오랜 기간 대기는 안정화되어왔다. 그렇지만, 이러한 순환구조는 늘어나는 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급증과 함께 늘어나는 산림파괴로 인해 균형이 파괴되었다는 것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CO2(Carbon dioxide) + 6H2O(water)  ----(Light)--->  C6H12O6(sugar)+ 6O2(oxgen)



[그림] 화석연료와 광합성의 화학 반응식(by 겨울호랑이)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에 적절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2.7월호의 기사는 이제는 상식이 되버린 환경문제를 경제문제로 해석하고 오답을 써내리는 우리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1도의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50 bp(1 basis point=0.01%, 50bp=0.5%)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늘어나는 이자상환 부담은 대재앙으로 받아들이는 현실. 아무래도 우리는 기후위기가 금융위기가 되기 전까지는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1973년의 석유파동은 서구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지만 석유의 시대를 연장하고 궁극적으로 OPEC의 영향력을 서서히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북해, 페르시아 만, 멕시코, 알래스카 유전들의 개발 수익성이 보장된 것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배럴당 유가가 20달러, 30달러, 나아가 50달러라는 한계 가격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오일샌드, 베네수엘라의 중유 그리고 미국 셰일 오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셰일 오일은 이제 미국의 석유 자급자족의 초석 역할을 하고 있다. _<석유의 시대를 연장한 오일 쇼크> <르몽드디플로마티크 2022.7> 中


 이런 현실은 마을의 풍경만 봐도 알 수 있다. 골짜기가 많은 이 지역에는 산봉우리 몇 개가 눈에 보일 뿐, 푸른 방목장과 젖소만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만난 목축업자들은 척박한 토양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풀이 한 겹 사라지면 즉시 토양이 메마르기 때문이다. 비료는 워낙 비싸 목축업에 쓰기에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고, 새로운 방목지를 찾으려면 어쩔 수 없이 또 한 곳을 벌목해야 한다. 그러면 또 이 새로운 방목지가 고갈되고, 또 다른 벌목이 이어지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최근 발표된 통계치에 따르면 2020년 7월~2021년 8월 이런 식으로 파괴된 아마존 우림의 면적은 1만 3,000㎢로, 2019~2020년 동 기간 대비 22% 증가했다. 이로써 2021년은 아마존 산림 파괴에 있어 또 한 번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_<산림파괴의 상징, 벼랑 끝의 아마존 횡단도로> <르몽드디플로마티크 2022.7> 中


 그나마 최근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는 기온을 보면서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공통 평형상태까지는 우리에게 시간이 주어졌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공통 평형상태에 이르기 전 대부분의 생물들과 인간들이 멸종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엔트로피 변화는 시스템의 단위 온도 당 교환되는 열의 양보다 크거나 같아야 한다. 따라서 주어진 열교환에 대해서 엔트로피 변화는 일반적으로 높은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더 크다. 저온에서 약간의 열이 입력되면 고온일 때보다 새로 접근할 수 있는 상태의 수가 크게 달라지며, 엔트로피는 시스템이 도달할 수 있는 상태의 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엔트로피는 어떤 식으로든 낭비되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나 무질서한 것을 반영 또는 측정하는 것이다. _ 스티븐 베리, <열역학> , p34/129



 제2법칙의 또 다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들은 처음에는 서로 다른 온도에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초기 온도와 열용량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어떤 공통 온도에 도달하게 된다. 복합시스템은 가능한 가장 높은 엔트로피 상태로 이동하여 공통 평형상태로 완화된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들이 같은 온도를 공유하는 상태에다. 시스템의 온도가 서로 다른 모든 상태는 엔트로피가 낮다. _ 스티븐 베리, <열역학> , p37/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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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7-19 1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진정 넘나드는 독서하시는 분임은 알고 있었지만, 열역학 전공책까지^^ 감히 존경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9 14:48   좋아요 2 | URL
에고 아닙니다. 저도 잘 몰라서 찾아보는 것 뿐입니다... 책의 내용은 거기에 있고, 저는 여기에 있는 ㅜㅜ 다만, 입문서를 보면 저자가 알기 쉽게 설명한다고 친절을 베풀어서 뜻이 모호해지고 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에, 가능하다면 전공서를 찾아보려 하는 편입니다.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자주 접하면 친숙해지긴 하는 것 같아요. 얄라얄라님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7-19 14: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뭔가 답글을 달고싶은데 아는게 없어요 호랑이님 ㅎㅎㅎ 진짜 대단하세요. 줌달 저 책은 왜 제가 읽은걸로 나올까 고민했는데 아이가 사달래서 사 준 책이네요.ㅎㅎㅎ호랑이님 언제나 파이팅 ! 멋지십니다 *^^*

겨울호랑이 2022-07-19 14:52   좋아요 2 | URL
참 쑥스럽습니다... 책을 쓰신 분들도 있는걸요... 다만, 책의 내용과 우리 현실을 연결지어 보면 추상적인 이론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인상깊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내용은 길었습니다만, 페이퍼의 내용은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인 것을 봐도 제가 갈 길이 참 멀어보입니다... 꾸준히 계속 노력해야겠지요, 미니님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7-19 14: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하다는걸 최근 몇년 들어서 더 인지하게 됩니다 고물가에 석탄 및 원전 절제는 다시 회귀하고 있고요. 요즘 유럽은 미친 듯한 폭염으로 시뻘겋고 호주는 홍수로 난리라네요. 말씀하신대로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발붙이고 살 땅이 있어야 그것도 가능한 것인데 말이죠ㅠ

겨울호랑이 2022-07-19 15:24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위기가 닥쳐왔다는 것은 알면서도 발등의 불로 변하기 전까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멀리갈 것도 없이 제 생활을 돌이켜봐도 참 반성할 것이 많네요... 다른 사람들과 정책에 대해 비판하기 앞서 먼저 작은 실천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순간인듯 합니다...

레삭매냐 2022-07-19 17: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유럽에서는 폭염으로 천여명 이상
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 충격이
었습니다.

기후위기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
닌데 여전히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이 참 답답하네요.

겨울호랑이 2022-07-19 17:22   좋아요 3 | URL
그렇지요.... 마치 미국 대선에서 실패한 트럼프가 우리나라 와서 재선한 듯한 모습에 참 갑갑합니다... 여기에 코로나도 다시 재유행조짐을 보이고, 경제는 매우 불안하고, 정치도 이에 못지 않으니 여러 모로 가라앉게 되네요...

바람돌이 2022-07-19 1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날씨가 워낙 극단적이다보니 냉방과 난방 시설이 워낙에 잘 되어 있어 기후위기에 대해 오히려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무감각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최재천샘 얘기를 들어보면 어쩌면 10년도 안 남은거 아니냐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항상 겨울호랑이님의 공부에는 감탄만 하게 됩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9 19:42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여기에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외부와 단절되어 환기를 시키지 않아도 지낼 수 있는 여건이 되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재천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저 역시 지금 당장 멸망하더라도 그렇게 이상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중한 병에 이미 걸려 통증도 없는 상태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어두워지네요... 개인의 작은 생활의 변화로 사회 전체가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면 그때부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7-19 18: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겨울호랑이님이 왜 대학교재를? 하고 들어왔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요!
대단하십니다.
대학 1학년때 필수로 들어야 했던 일반화학! 대학생물학과 함께 들고 다니기 힘들어서 꼭 베낭을 매야했던... 그래서 멋부리기 힘들었던 기억 소환중입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9 19:26   좋아요 4 | URL
제가 화학 관련해서 많이 알지 못해서 뒤늦게 책을 들어 보고 있습니다. 대학교재를 읽기는 합니다만,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라 큰 줄기 잡는 정도 수준으로 대단치 않습니다. 비전공자다 보니 제가 갖고 있는 얄팍한 배경지식과 연결지어 생각하면서 즐겁게 보려고 합니다.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

그렇게혜윰 2022-07-19 19: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들을 다 소화하시다니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9 19:30   좋아요 5 | URL
사실, 다 소화하진 못했고 그저 혀끝으로 조금 맛을 느끼는 수준입니다. ㅜㅜ 그렇게혜윰님 말씀을 듣고 보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오거서 2022-07-19 2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제 양손 엄지척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22-07-19 21:22   좋아요 4 | URL
오거서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트라팔가르 해전은 60척의 전열함이 교전한 19세기 역사상 최대 해전 가운데 하나였다. 10월 21일 아침 일찍 적을 발견한 넬슨은 기함 빅토리호에서, 총 인원 1만 7천 명, 포 2148문을 탑재한 27척의 전열함과 4척의 프리깃함, 2척의 부속 선박에 전투 준비를 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33척의 전열함과 5척의 프리깃함으로 이루어진 프랑스-에스파냐 연합 함대는 총 3만 명의 장교와 병사들, 2632문의 포를 싣고 있어서 규모가 더 컸지만 훈련과 사기 측면에서 영국 함대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258/1210


 9시 30분경 결정적 순간에 안개가 걷히고 "아우스터리츠의 태양"이 전장을 비추자 나폴레옹은 니콜라 술트 원수에게 프라첸 고지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프랑스군의 공격은 동맹군의 허를 찔렀고 그들의 군대를 둘로 쪼개어 병사들 사이에 혼란이 퍼져나갔다. 프랑스군의 공격은 무너지고있던 동맹군의 좌측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프랑스 포병대는 얼음이 깨지도록 얼어붙은 웅덩이들에 포탄을 발사해 후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따. 저녁 6시에 이르자 전투는 대체로 끝이 났다. 아우스터리츠는 나폴레옹 군사 전략의 걸작이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279/1210


  군인이자 황제인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 ~ 1821)의 삶에서 트라팔가르 해전과 아우스터리츠 전투가 있었던 1805년의 전황은 프랑스 제국의 한계와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넬슨(Horatio Nelson, 1758~1805)이 이끄는 영국 해군에게 봉쇄당한 해군과 유럽 대륙을 석권한 대육군. 나폴레옹이 이끄는 전투의 대부분이 유럽에 집중되기에(비록, 이집트 원정이라는 예외도 있지만), 나폴레옹과 관련한 역사책들은 나폴레옹 전쟁에 대한 분석을 유럽사에 한정한다. 이러한 분석이 코르시카 섬에서 태어나 프랑스 혁명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난 걸출한 인물이 숙적 영국에 의해 번번히 막히다가, 운명처럼 러시아 원정의 혹독한 추위에 무너지고, 엘바 섬 유배 이후 극적인 탈출을 통해 부활을 꿈꾸다가 다시 워털루에서 꺾이고 말았다는 '영웅 서사'에는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세계사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또 하나의 '봉쇄령'에 불과함을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Alexander Mikaberidze)의  <나폴레옹 세계사 The Napoleonic Wars>은 알려준다.


 러시아 원정은 나폴레옹 제국에 참사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 제국은 전에도 시험에 들었지만 이전의 어느 실패도 러시아에서 당한 패배의 규모에는 근접하지 않았다. 대육군은 전멸하다시피 했다. 침공에는 궁극적으로 60만 명가량이 투입되었지만 12월에 네만강을 다시 건넌 병사는 10만이 채 못 됐다. 50만 명의 병력 손실 가운데, 아마도 무려 10만명 정도는 이탈병일 것이고 12만 명 이상이 포로로 잡혔다. 나머지는 질병이나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또는 혹독한 환경에 노출되어 죽었다. 그만큼 파국적인 것은 군사 장비의 손실이었다. 나폴레옹은 약 1300문의 대포 가운데 920문을 잃었고, 기병은 사실상 일소되었다. 훈련된 말 대략 20만 마리가 러시아 벌판에 쓰러져 있었다. 포병과 기병 어느 쪽도 향후의 전역 동안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714/1210


 마치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 ~ 1870)의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es>의 두 도시처럼 서로 다른 영국과 프랑스의 극한 대립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남을 확인할 수 있다. 30년 전쟁을 통해 강대한 이웃을 두지 않으려는 프랑스의 정책이 독일을 오랜 기간 제후국들로 분열시켰다면, 영국은 더 큰 스케일로 통일유럽제국을 경계한다. 유럽사 속에서 세력 균형의 조정자로 처신해 온 영국은 신생 프랑스 공화국과 이어 등장한 프랑스 제국의 도전에 대해 강대한 해군력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팽창을 제한한다. 


  나폴레옹 전쟁을 혁명적 투쟁들의 지속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18세기 전쟁의 맥락속에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18세기 전쟁의 맥락속에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1803년과 1815년 사이 유럽 열강은 거듭하여 전통적인 국가 목표를 추구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요 상수가 있었다. 하나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창출하고, 그리하여 헤게모니적 권력을 수립하려는 프랑스의 결연한 의지였다(p11)... 영국은 전 유럽적인 제국을 건설하려는 프랑스 황제의 시도를 억지하고자 하는 폭넓은 동맹의 한가운데 있었다. 동맹 하나가 깨지기 무섭게, 런던은 급속히 확대되는 무역 네트워크와 산업 성장에서 나오는 이유 덕분에 재정적으로 뒷받침되는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대결은 사실상 제국 건설과정에서 벌어진 두 사회 간의 투쟁이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12/1210


 비록 프랑스가 7년 전쟁(Seven Years' War, 1756~1763)을 통해 북아메리카와 인도에서 상당한 해외식민지를 상실하긴 했지만, 여전히 서인도제도와 동인도 지역에서 세력은 잔존한 상태였고, 프랑스의 해군력 또한 트라팔가르 이후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었기에 세계 각지에서 이들 세력간의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나폴레옹 세계사>에서는 이집트 원정, 생도맹그(아이티) 혁명, 루이지애나 매입 등의 사건이 세계사적으로 미친 영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인도로 진출하려던 프랑스 원정군의 이집트 침입은 오스만 투르크에게 타격을 주고,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프랑스 우방이었던 오스만 투르크를 대불동맹에 가담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와 함께 쇠약해진 오스만 투르크는 이집트와 발칸반도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러한 틈을 러시아는 적극 활용하여 남쪽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여 이란 지역에가지 이르게 된다. 이 시기 러시아의 남진 움직임은 19세기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으로 이어진다.



이집트 원정은 학문과 문화 영역에서 항구적인 유산 - 이집트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수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 을 남겼지만 본질적으로는 군사적/정치적 실패였다. 원정은 레반트에서 프랑스의 전통적인 정책들을 정면으로 위배하며, 영국 식민 권력을 강타하는 대신 프랑스의 전통적 맹방(오스만 제국)이 숙적 러시아와 영국과 손을 잡게 몰아갔다. 정치적으로는 총재 정부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1798년 후반기에 2차 대불동맹이 결성되도록 촉진했다. 그것은 공화주의 이상들을 식민주의와 영토 확장과 결합하려는 기획의 실패를 의미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117/1210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의 패배와 나폴레옹 전쟁의 종결은 세르비아인들에게 큰 힘을 실어줬으니 이제 러시아가 오스만튀르크에 맞서 세르비아를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술탄 마무드는 러시아의 간섭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신중히 처신했다. 그는 세르비아에 제한적인 자치를 허용하고 밀로시 오브레노비치를 세르비아 군주로 인정했다. 정치적인 행보였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저도 모르게 오스만 제국의 정치적 해체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568/1210


 나폴레옹 전쟁은 과거 제국의 영화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유럽 열강의 장기판의 졸이 된 이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영국과 프랑스 양측에 배신을 당한 이란은 러시아의 손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전쟁은 카자르 국가의 비효율성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이란의 주도적 일부 인사들은 군사 개혁의 필요성을 확신했다. 여기에 나폴레옹 전쟁이 이란에 남긴 가장 항구적인 유산이 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600/1210


 이와 함께, 에스파냐로부터 할양받은 막대한 영토인 루이지애나 지방은 북쪽 영국의 캐나다와 신생국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위협이 결정적이게 된 것은 신생국 생도맹그(아이티) 의 독립이었다. 결과적으로 루이지애나의 매각은 미국의 힘을 2배로 키워주었으며, 향후 미국이 2개 대양에 이르는 거대국가로 만드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다. 


 생도맹그 원정의 실패는 프랑스에 즉각적인 결과를 야기했는데, 프랑스는 이제 가장 수익성 좋은 식민지와 카리브 해역의 상업 중추를 상실한 셈이었다. 더욱이 생도맹그 대참사는 대서양에서 프랑스 식민 제국 건설이라는 보나파르트의 웅대한 비전을 산산조각 냈다. 영국과의 새로운 전쟁이 거의 불가피한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는 새로 수복한 루이지애나 영토를 보호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191/1210


 미국에게 루이지애나 매입은 "역사적 중요성에서 독립선언과 연방 헌법 채택에 다음가는" 획기적인 순간이었다. 미국의 크기는 두 배로 늘어났고 미시시피강 전역과 멕시코만 연안의 많은 부분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루이지애나 영토는 새로운 15개 주의 일부나 전부를 구성하게 된다. 매입은 미국인들이 그 지역에서 외세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고, 북아메리카의 인구 구성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팽창패턴을 작동시켰다. 루이지애나 매입지의 경계가 매우 모호했기 때문에 명백한 운명 - 미국은 그 방대하고 광활한 공간을 소유하고 정착할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는 발상 - 은 거의 불가피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174/1210


 전시대 아메리카 대륙에 거대한 제국을 세웠던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은 이 시기에 완전히 쇠락하여, 본국은 프랑스의 지배를, 라틴 아메리카 지역은 독립하면서 중상주의 제국시대는 종결된다. 그렇지만, 아이티 독립 이후 수많은 독립혁명의 움직임과 영국의 침략을 물리쳤음에도 불구하고, 먼로주의를 표방한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된 것이 라틴 아메리카의 비극이다. 앵글로 아메리카에 의한 라틴 아메리카의 종속적 지배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로써 라틴아메리카 식민지 독립운동의 서막이 올랐고, 리오데라플라타 부왕령의 탄생과 함께 1776년에 성립된 현 제도적 상태가 깨졌다. 기존의 식민 행정구조(부왕, 아우디엔시아 audiencia '왕립심문원', 식민지 최고 사법기관)는 새로운 정치 현실들에,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능동적인 무장한 평민 집단의 등장에 적응하기 위해 씨름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영국이 겪은 가장 큰 실패 가운데 일부였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610/1210


 미영전쟁은 그러므로 무승부로 끝났지만 항구적인 유산을 남겼다. 미국 쪽에 전쟁은 제임스 매디슨 행정부가 내세우는 것과 달리 전혀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었다. 미국의 전쟁 목표 가운데 거의 어느 것도 달성되지 않았고 최종 조약은 미국 시민의 강제 징모와 영국의 해상 관행을 비롯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은 미국의 정치를 재편했다. 연방파의 붕괴에 기여하고 전쟁의 여파로  새로운 국가적 목적의식과 미국인들 사이에서 일치단결을 반영한 이른바 호감의 시대 Era of Good Feelings를 열었다. 이 분쟁은 또한 미국의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치열하게 논의될 경제적/재정적 개혁의 필요성을 조명했다. 전쟁에서 미국의 명명백백한 성공 한 가지는 강력한 군사력이자 미국 국가 안보의 근간으로서 미국 해군의 부상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전쟁은 북아메리카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보장하고 최초의 탈식민 열강으로서 미국의 부상을 촉진하며, 1775년에 시작되었던 것을 완수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777/1210


 세계 전역에서 이루어진 거의 모든 식민전쟁에서 프랑스는 철저하게 파괴된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 시기 동안 이집트, 이란,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부터 인도로 넘어오려는 프랑스의 시도를 좌절시켰기에 가능했다. 인도라는 배후지를 지키는 영국의 해군력은 결국 대륙봉쇄를 뚫고, 나폴레옹의 제국을 예정된 몰락의 길로 이끌었다.


 인도는 19세기 당대인들에 의해 영제국의 "왕관 한가운데 보석"으로 묘사되어왔다. 광대한 아대륙은 결코 바닥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천연자원의 원천이자 영국 상품을 위한 어마어마한 시장이며 영국의 가장 소중한 속령이었다. 인도와의 통상과 그부터 나오는 막대한 이익은 영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도에서 이전된 세수는 나중에 영국의 경제력을 뒷받침하고 영국의 군사력, 특히 가장 유명한 영국 해군을 지탱하는 공장을 비롯해 다른 경제활동에 재투자되었고, 덕분에 영국 해군은 전지구에 걸쳐 자국의 이해관계를 성공적으로 수호했다. 인도가 없었다면 십중팔구 영제국도 없었을 것이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629/1210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의 <현금의 지배 Money and Power in the Modern World, 1700~2000>에는 워털루 전쟁에서 영국 국채에 돈을 걸어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모습이 나오지만, 당시 전후 사정을 본다면 극적인 서술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 그룹에서 채무자의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면, 승패는 미셸 네의 무모한 근위대 기병돌격 명령이 내리기 이전에 이미 결정적이지 않았을까. 아니, 나폴레옹 전쟁 이전에 영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전쟁은 징세(다소 느리고 뒤엉킨 과정)에 내재한 문제들과, 가장 부유한 계층이 대체로 납세에서 면제되는 특권 체제 때문에 부분적으로만 세금으로 충당되었다. 사실 프랑스의 식민지 야심을 지탱하는 돈은 세계 금융에서 나왔다. 18세기 내내 프랑스는 외국 채권자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제 자본시장에 갈수록 의존하게 되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28/1210


<나폴레옹 세계사>를 통해 나폴레옹과 그의 빛나는 전술적 승리 이면에 숨겨진 전략적 패배와 세계역사의 씨앗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유, 평등, 우애(Liberte, Egalite, Fraternite)라는 혁명의 이념들로 일어섰고, 이러한 사상들로 세계각국의 민중들로부터 환영받으며 이룩한 거대한 성공. 이러한 성공을 담보로 유럽대륙을 하나의 제국으로 묶으려던 시도가 역설적으로, 혁명으로 자각된 민족의식으로 패배하게 된 과정과 혁명에서 이루어진 과정이 오히려 빈 체제에서 반혁명 보수체제를 더 공고하게 하는 아이러니를 <나폴레옹 세계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나폴레옹은 시대에 뒤처지기도 하고 앞서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 계몽 전제군주이자 근대 국가의 선지자였다. 유럽에게는 나폴레옹 정권이 근대 세계에 대한 신선한 관점이자 그 자원과 국고를 고갈시키는 권력의 행위를 의미했다. 한 독일 역사학자의 평가는 유럽 다른 지역들에도 적용될 수 있을 텐데, "독일 민족의 역사와 그들의 삶과 경험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근대 독일 국가의 최초 토대가 놓이고 있던 시기에 압도적이었다. 한 국민의 운명이란 그 국민의 정치이며, 그 정치들이란 나폴레옹의 정치, 즉 전쟁과 정복의 정치, 착취와 억압의 정치, 제국주의와 개혁의 정치였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374/1210


 프랑스의 제국적 노력은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독일 국가들에서 민족의식의 기운을 일깨웠고, 프랑스의 점령은 교육 받은 엘리트층과 궁극적으로는 서민들로부터 애국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프로이센에서는 민족 정서가 꿈틀대고 있었고 이곳의 저명한 독일 작가와 철학자들은 나폴레옹에게 등을 돌리고 민족주의 선전과 자유에 대한 새로운 의식을 일깨우는 데 위대한 재능을 바쳤다. 앞서 겪은 군사적 패배들과 그에 따른 깊은 낭패감과 굴욕감은 독일 계몽사상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해, 이전의 세계시민주의와 합리주의 요소를 희생시켜가며 독일 계몽주의에 낭만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특색을 가미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698/1210


 결과적으로, 나폴레옹의 전쟁은 월러스틴(Immanuel Maurice Wallerstein, 1930 ~ 2019)에 의하면 핵심부의 헤게모니(hegemony)에 대한 주변부 도전의 패배, 이어지는 '중도적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홉스봄(Eric Hobsbawm, CH, 1917 ~ 2012)에 의하면, '혁명의 시대' 중 시민혁명의 이데올로기와 산업혁명의 구조가 결합되어 이후 '자본의 시대'로 이어지는 연결점이 될 것이다. 브로델( Fernand Braudel, 1902 ~ 1985) 에 따르면, 오랜 장기지속적 과정을 통해 영국 우위로 이미 결정적인 사안이 될 것이겠지. 


 이처럼 <나폴레옹 세계사>는 단순한 정복전쟁이 아닌 세계사의 한 결정적 사건(epoch)으로 나폴레옹 전쟁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소 두껍지만 읽을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페이퍼에 언급된 다른 책들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이라 여겨진다. 아직 리뷰를 쓰지 못한 책들은 조만간 올리는 것으로 하고 나폴레옹 전쟁을 요약하면서 페이퍼를 갈무리하자...


 같은 시기에 인도에서는 영국의 제국 세력이 공고해졌으니 이 같은 사태 전개에 힘입어 19세기에 영국은 지구적인 패권국가로 등장할 수 있었다. 이 제국 건설 과정은 인력과 자원의 막대한 투입을 요구했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에서 반도전쟁으로 죽은 영국인보다 더 많은 영국인이 서인도제도와 동인도제도에서 산발적으로 전개된 전역 기간 동안 죽었다. 영국의 팽창만이 이 시기에 지구적 관련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초에 러시아는 핀란드와 폴란드 ,북동 태평양에서 식민지적 계획을 추구했던 한편, 오스만 제국과 이란을 희생시켜 발칸반도와 캅카스 지역에서 팽창을 도모했다. 대서양 세계 한군데에서만 나폴레옹 전쟁은 이미 자리 잡은 세 유럽 제국과 신생 공화국 미국이 저마다 영토를 보전하고, 경쟁국을 희생시켜 자국 영토를 확대하려고 작정하면서 활발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목도했다. 미국은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영토를 구입하면서 국토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1812년 전쟁으로 영국에 도전했다. 카리브해에서 프랑스 혁명은 대서양 연안에서 일어난 노예 반란 가운데 가장 중대한 반란이 아이티 혁명을 불러왔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1808년 나폴레옹의 에스파냐 점령이 독립운동을 자극해 에스파냐 식민 제국을 종식시키고, 그 지역에 새로운 정치적 현실을 창출했다. 이슬람 세계에서도 중대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오스만 제국과 이란에서 발생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격변은 "동방문제 Eastern Question"이라는 고민거리의 토대를 놓았다. 이집트에서는 1798년과 1807년 영국과 프랑스의 침공으로 메메트 알리가 부상하고 19세기 나머지 기간 동안 중동문제를 규정지을 강력한 이집트 국가가 궁극적으로 출현했다. _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p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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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7-1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폴레옹의 존재가 세계사적 사건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고 이해되기도 합니다. 정말 많은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네요^^;; 나폴레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너무 일을 크게 벌였네요. ㅋ 정성들여 써주신 글에 언급하신 책들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7 23:51   좋아요 3 | URL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폴레옹 전쟁의 의미를 이정도로 깊이있게 다룰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독서를 통해 사건뿐 아니라 그 영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페이퍼에 있는 도서는 제가 아는 정도지만 초란공님께서는 또다른 연결점을 찾으시리라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2-07-18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튜브에 들어가서 공부하기 위해 철학이나 역사 분야의 영상을 보는데요, 오늘은 어느 쪽을 볼까 고민한답니다.
그런데 겨울호랑이 님의 서재에 오면, 으음... 역시 역사 쪽을 봐야 돼,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

겨울호랑이 2022-07-18 13:14   좋아요 1 | URL
페크님의 선택에 제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네요.^^:) 저도 철학과 역사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아무래도 역사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ㅋㅋ 페크님 오늘도 건강하게 하루 보내세요!
 

 

 나폴레옹 전쟁은 19세기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전쟁은 군주제, 귀족제, 노예제 같은 제도들의 정당성과 전통적 생활방식을 뒤흔들었다. 또한 해소되지 않은 여러 쟁정들을 남겼다. 그러므로 후속 세대는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중앙집권화와 근대화, 공화주의와 군주정주의, 산업화와 급진주의의 유산들을 두고 씨름했다.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된 나폴레옹은 정치적 전설이 자라나게 했고, 전설은 재빨리 그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의 후손들에 의해 기려지고 이상화된 자애로운 황제에 대한 강력한 신화로 진화했다(p843)... 이는 대분기의 시작이었고, 이 전환의 엄청난 의미는 19세기가 흐를수록 더 분명해진다. _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 p844/1210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금융 위기,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위기가 진행 중이다. 마침 이 주제들과 관련하여 '혁명 2030' 시리즈를 꺼내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물음에 적절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가깝게는 2030년, 길게는 2050년까지 우리 삶을 바꿀 미래전망서인 관계로 눈 앞의 위기가 아닌 낙관적인 미래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인터넷 연결, 모바일, 정보기술 플랫폼이다. 테슬라 Tesla의 모델 S는 무선으로 운영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거나 해치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자동차는 정보기술의 산물이며, 정보기술의 다른 산물들과 마찬가지로 무어의 법칙이 적용된다(p39)... 대형화, 중앙집권화, 하향식, 공급자 중심의 에너지산업 역시 막다른 길에 몰려 있으며 모듈 방식, 분산화, 상향식, 개방형, 지식 기반, 소비자 중심의 에너지산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에너지산업의 붕괴는 자동차산업의 붕괴와 결부되어 도미노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화물운송, 공공 운수, 렌터카, 주차, 보험 등 많은 부문의 산업이 붕괴할 것이다. 도시계획과 토지이용계획 역시 급변하고 그 파장은 놀라운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_ 토니 세바, <에너지 혁명 2030> , p41


 환경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내연기관 대신 그 자체로 전자제품인 전기차(자율주행차 포함)는 관련 소재 산업부터 보험 등 금융산업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기존 화력, 원자력 중심의 대규모 설치 산업으로서의 에너지 산업은 소형화, 친환경 산업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혁명 2030>) 또한, 향후 금융거래에서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가치를 거래하게 되면서, 기존 화폐를 대신하는 지불수단과 방식이 도입될 것이며, (금융 혁명 2030>) 소유 중심의 주거가 아닌 공유 공간으로서 스마트 기술에 의해 우리의 삶이 보다 쾌적하게 바뀌는 변화(<주거 혁명 2030>)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의 공통된 바탕은 과학에 의한 기술혁신이 전제된다. 

 

 가상화폐는 기계에서 기계로 가치를 거래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계 내부에 있는 칩의 형태를 띤다. 우리는 웹 3.0으로 이동하면서 거래 방식도 M2M으로 이동했다. 이 새로운 가치 체계에서는 모든 기계 혹은 상거래가 가능한 대상이 칩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소유한 이 칩은 거래에서 주인으로 지정되며 우리의 신원을 파악하는 구조의 일부가 된다... 가상화폐 체인은 가치를 거래할 뿐만 아니라 신분과 소유권도 관리한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인터넷으로 즉시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가치 교환을 해낼 수 있다. _ 크리스 스키너, <금융 혁명 2030> , p41


 '혁명 2030' 시리즈는 낙관적인 미래를 전망한다. 아직 2030년이 되려면 여러 해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에서 전망한 인간을 초월한 기술이 가져올 미래는 근심과 걱정이 자리할 공간은 없어보인다. 반면, 이러한 점때문에 현재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비유되는 위기상황에서 책에 그려진 내용이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가까운 미래 대신 장기추세를 전망한 책 내용으로 현 위기의 주요 주제와 제목만 같은 미래전망서들. 현재의 분위기 상 이러한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또 이러 전망을 무조건 틀렸다고 볼 수만도 없는 것이, 실제로 책에 다루어진 과학기술 중 상당부분은 이미 상용화된 것도 있고, 개발 중인 프로젝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혁명 2030' 시리즈의 전망은 장기적인 추세(trend)를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전면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는 조금 더 늦춰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혁명은 기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50년, 주택은 소유가 아닌 공유가 일반적인 풍경이 될 것이다. 또한 움직이는 벽을 설치하는 등 공간을 재배치함으로써 소비를 줄이고 집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집을 포함해 가전제품들은 모두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상호 소통하는 IoT 기술이 적용될 것이며, 가전 가운데 오작동을 하거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면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p186)... '그린' 개념은 '스마트' 개념을 포함하게 되어 디지털 도시, 상품과 기술이 합쳐질 것이다. 2050년의 인프라는 도시와 도시가 가진 중요한 인프라 시스템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할 것이다. 도시들은 국경을 초월해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_ 박영숙, 숀 함슨, <주거 혁명 2030> , p243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과연 우리 인간이, 사회가 그 변화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된다고 하지만, 전기차가 주력이 되는 상황이 왔을 때, 기존 자동차 산업 종사자와 기업의 반발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신재생 에너지 사업 육성과 관련하여 탈(脫)원전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은 넘어가더라도, 자율주행자동차 도입에 따른 손실 보장 기준 마련 등 법 제도 정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새로운 가치측정 및 교환 수단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가치측정이 기존 화폐인 달러에 연계된다면 이는 다른 하나의 파생상품의 등장에 불과하지 않을까? 새로운 주택 등장과 스마트 시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기존 부동산 시장 가격 결정 기준이 교육과 교통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기술의 변화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과연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등등의 물음을 던져보게 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전망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는 이루어지기 힘들지 않을까.


 

 버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 지성의 자랑인 법률학(science de jurisprudence)은 ... 시간이 흐르면서 전수되는 이성이다. 그것은 근본적인 정의의 원리와 극히 다양한 인간의 이익을 결합한다... 이러한 것이 바로 버크 교의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모든 인간 제도의 토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역사이며, 시간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느린 변화만이 지속될 수 있다. 버크에 따르면 추상적인 철학적 원리에 기반을 둔 모든 개혁 시도는 곧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떤 원리도 풍속이 될 수 없으며, 오랜 전통에 근거하지 않은 법은 민중에게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시행될 수도 없다. 이들 연설에서 버크는 결코 이성에 호소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역사를 논거로 이용했다. _ 자크 고드쇼, <반혁명> , p90


  '혁명 2030' 시리즈를 읽으며 혁명(革命 revolution)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존의 가치와 절연한 전혀 새로운 시대를 가져온 것에 비유되는 변화도 결국은 기존 방식의 또다른 변주가 아닐까. 전혀 새로운 가치로 등장한 것들도 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반(反)혁명의 과정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였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실현되기에 처음에 등장한 혁신만으로 세상을 온전히 바꾸기는 쉽지 안음을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촉발된 혁명의 이념이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유럽과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간 듯 보였으나, 결국은 많은 문제를 과제로 남겼듯이, 과학혁명으로 촉발된 변화도 그 과제가 풀리지 전까지 많은 혼란이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혁명 2030에서 그려지는 낙관적인 유토피아(Utopia)는 아쉽게도 그리 금방 오지 않을 듯하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디스토피아(Dystopia) 또한 그렇게 쉽게 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점은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위로할만한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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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8-10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8-10 22: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꼬마요정 2022-08-11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1 09:11   좋아요 2 | URL
꼬마요정님 감사합니다.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2-08-11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당선작들 제목 보다가, 누구 작품일까? 호기심과 함께 클릭했는데 겨울호랑이님!!!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1 12:31   좋아요 2 | URL
제목 작명이 좋았습니다 ㅋㅋ 얄라얄라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그레이스 2022-08-11 1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겨울호랑이 2022-08-11 12:3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mini74 2022-08-12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보고 나폴레옹 세계사 관심이 생겼어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호랑이님 *^^*

겨울호랑이 2022-08-12 08:0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통해 나폴레옹 전쟁을 단순히 개인의 야심을 충족하기 위한 전쟁이 아닌, 세계사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니님 좋은 독서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2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8-12 08:01   좋아요 0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모처럼 맑은 날, 건강한 하루 되세요! ^^:)
 


제2차 아베 내각의 행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외교, 안보 정책 전환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의를 끄는 것은 패전 이후 70년 만에 강대국 간 지정학 게임에 가담하려는 움직임이다. 지정학 게임의 요체는 대중 '억지' 전략으로, 한층 더 강력한 미일동맹을 구축하여 부상하는 중국, 특히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른바 '미국/일본 대 중국' 구도의 안전보장 전략을 말한다. 아베 내각의 지정학 게임은 자민당 보수우파 세력의 국가관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그렇다면 어떠한 국가관을 말하는가. 아베 총리는 정권의 이념으로 '전후체제의 탈각'을 내걸었다. _ 서승원,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 p302


 며칠 전 아베 신조(安倍 晋三, 1954~2022)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 사건이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나라와 극한 대립각을 세우던 일본 총리,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참배를 비롯한 여러 망언, 대한(對韓) 수출규제로 한일 무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그에 대한 우리 일반의 인식은 정치인들과는 달리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역대 최장기 집권 총리임을 생각한다면, 그가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에, 그의 사망을 맞아 아베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기의 일본 정책을 돌아보는 페이퍼를 작성해본다. 


 중국 칭화대의 류장용(劉江永) 교수가 쓴 논문이 흥미롭다. 작금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중국 정책은 1세기 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내각(1885.12~1901.6)의 그것과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내용이다. 논리적 비약이 없지는 않지만 수긍이 가는 부분도 적지 않다. 사실 아베 총리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국가상(國家像)도 메이지 국가이다. _ 서승원,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 p299


 서승원 교수는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에서 아베 내각의 정치적 특징을 외교 안보 전략에서 찾는다. 미국과 철저하게 한 편이 되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틀을 짜고, 이러한 구도에서 동북아에서 재무장을 실시하여 다시 메이지(明治)시대의 일본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생각. 조슈 번(長州 藩)의 후예인 아베가 충분히 꿈꾸었을 목표다. 아베 내각의 주된 정책 방향은 '전후 체제 탈각'이다. 해군역사학자인 알프레드 마한(Alfred Thayer Mahan, 1840~1914)의 관점을 수용하여 현대 G2인 미국과 중국을 각각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에 위치시키고, 이들의 갈등을 이용하여 헌법9조를 고치고 재무장하고, 과거 일본제국의 영광을 찾겠다는 일본 극우의 발상을 '전후체제 탈각'의 내용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죄악과 그에 대한 사과를 부정하는 행태는 이웃인 우리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자신의 집권을 위해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 ~ )이 일본 국민의 무의식에 자리했다고 평가한 헌법 9조를 의식의 세계로 끌어올려 파괴하려는 무리수도 주저하지 않았던 그의 생전을 생각하면, 우리의 분노를 누구보다도 원했던 것은 아베 자신이 아니었을까.


 헌법 9조는 자발적인 의자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외부로부터의 강요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후 그것이 깊이 정착되었습니다... 헌법 9조는 일본인의 집단적 '초자아' 이자 '문화'입니다.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는데, 문화가 바로 그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 전해집니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전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으로 제거할 수도 없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헌법의 무의식> , p32


 도고 가즈히코(東鄕 和彦 2015)는 아베 총리가 내거는 전후체제 탈각을 대체로 안전보장, 역사인식, 그리고 국가의 재군축이라는 세 측면에서 파악한다. 첫째, 전후 일본에 계승되어 온 평화주의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서 자국의 방위와 세계평화를 위해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둘째, 도쿄재판에 유래하는 자학적인 역사인식을 배제하고 위안부 문제나 난징사건과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넘어서는 국제사회의 일방적 비판에 대해 분명하게 반론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셋째, '이해득실을 초월한 가치'의 경우는 전후 사회에 있어서의 자연과 전통/문화의 상실, 그리고 그 배경으로서 자신과 그 주변을 넘어선 사회전체, 공공(公共)을 중시하는 정신이 결여되어 왔다는 생각이다. _ 서승원,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 p304


 일본에 해외에 파견할 군대가 있었다면 국지전이라고 일으켰겠지만, 평화헌법으로 인해 그럴 수 없었던 제약, 대신 외교적으로 이웃나라인 우리와 끊임없는 분쟁을 일으켰던 아베였기에, 그의 죽음에 대해 애통한 마음을 갖기 어렵다. 기껏해야 한 인간이 소멸해간다는 생물학적인 죽음에 동병상련의 마음 정도가 그의 죽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애도의 한계라 여겨진다. 일본과 우리가 현재 경제전쟁 중임을 생각한다면, 적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정유재란 때도 조선 장군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 죽음에 조문을 표했던가. 오히려,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물러가는 적을 하나라도 잡으려 했던 전례를 생각해 본다면, 소위 정치인이라고 하는 이들의 행태는 솔직히 이해되질 않는다.


 아베 정권은 태생부터 한국 비판 세력이었다. 위안부 문제 등 한국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사람들이 일본의 극우파이자 아베 정권이다. 그 이유는 한국과 중국만이 일본 극우파들의 주장에 강한 반론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극우파로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기 위해서는 강대국인 중국 한수 아래로 생각하는 한국을 세게 때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렇게 한국을 때릴수록 극우파들은 일본 내에서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_호사카 유지,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p216/382


  요약하자면 아베 내각의 지정학 게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일본의 미일동맹에 대한 경사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화되었다. 이러한 미일동맹 제일주의는 역으로 전략적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또한 대중 억지력의 향상 보다는 동북아 안보딜레마를 심화시킬 개연성이 크다. 둘째, 아베 내각에 들어서면서 거의 모든 대외전략이 중국문제로 수렴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근 혐중/반중 일색의 국내 여론과 중국에 대한 대항 의식은 과거 러시아에 대한 그것과 유사한 측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셋째, 지정학 게임과 가치관 외교의 충돌이다. 정치체제결정론적 사고는 외교의 이념화, 관념화를 가져오며 냉철한 국익판단과 전략적 유연성을 필요롤 하는 지정학 게임과는 양립하기 힘들다. 넷째, 과거사를 매개로 한 정체성의 정치는 중국을 이질적 체제로 타자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역사수정주의는 대외관계에서 새로운 외피가 필요했는데 이는 지리적으로는 해양국가, 정치체제로는 민주국가, 그리고 이념적으로는 보편적 가치였다. _ 서승원, <근현대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 p357


 정치인 아베 신조는 죽었음에도, 최근 심각해지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그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는 이후 우리나라에서 자주 언급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법인세 감세, 사회보장제도 개악, 민영화 추진, 노동 규제 완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새정부정책의 주된 방향이 이미 실패로 입증된 아베노믹스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극우 정치인 아베는 죽었지만, 그가 남긴 부채가 일본 뿐 아니라 남은 우리에게도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담한 금융 정책, 기동적 재정 정책, 민간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성장 전략인 '세 개의 화살'로 장기간 계속된 엔고와 디플레이션 불황에서 탈출하여 고용과 소득의 확대를 도모한다'는 아베노믹스의 핵심 기조가 모두 언급되어 있다. _ 안베 유키오, <일본 경제 30년사>, p345/456


  왜 아베노믹스는 실패했을까. 확실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세 개의 화살'이 전부 과녁을 벗어나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나 디플레이션의 원인에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의 진짜 요인은 소비 증가 부진이었고, 그 배경에는 임금의 하락과 상승 부진이었다. 아무리 금융을 완화시켜도(첫 번째 화살),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기업이 이익을 보도록 배려해도(세 번째 화살) 임금이 늘지 않는 한 일본 경제의 '재생'은 없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또한 공공투자의 확대(두 번째 화살)는 소비 부진에 의한 수요 부족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세 개의 화살' 중 비교적 목표에 근접한 화살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재원 문제도 있고 화살 수량에 제한이 있어 효과는 일시적인 것에 그치고 말았다. 둘째, 아베노믹스가 사람들의 삶의 향방에 너무 무관심했고, 임금을 올리는 등 보다 나은 삶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했음에도 반대로 소비제 증세, 사회보장제도 개악 등 생활에 해를 입히는 정책을 계속해서 취한 것이다. _ 안베 유키오, <일본 경제 30년사>, p406/456


PS. <일본회의의 정체>에서는 일본 종교계와 결탁한 극우세력의 실상이 자세히 그려진다. 일본 신도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일본정가의 모습이 그렇게 낯설지 않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러길 바라본다...


 신도 종교의 중심적 존재라 할 수 있는 메이지 신궁. 그리고 전후 일본 우파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다니구치 마사하루가 이끄는 거대신흥종교 '생장의 집'. 양대진영의 지도자들에게 우파계 종교인이 호소함으로써 두 진영의 두터운 지원을 받으며 발족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 이 구도는 지금도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즉, 일본회의라는 존재의 배후에는 신사본청을 축으로 하는 신도 종교단체와 생장의 집의 그림자가 조직과 인맥에 드리웠고, 어쩌면 자금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_ 아오키 오사무, <일본회의의 정체>, p42/418


 일본회의와 그 핵심, 주변에 있는 '종교심'에 의해 움직이는 종교 우파의 정치사상은 확실히 그러한 위험성 - 전쟁 전으로의 회귀 - 을 내재한다. 자민족 중심주의, 천황 중심주의, 국민주권의 부정, 지나치기까지 한 국가 중시와 인권의 경시, 정교분리의 부정. 신사는 종교가 아니라는 이나다의 논리도 '국가의 제사'로 여겨지던 전쟁 전 국가신도의 논리와 매우 흡사하다.  _  아오키 오사무, <일본회의의 정체> , p38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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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2-07-10 17: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장기 불황을 엔저 정책으로 탈피하려던 아베노믹스가 실패하고 그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해서 일본이 더이상 선진국이 아니게 될 것이라며 국가의 경제 정책 실패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는 책이 있더라구요.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도 걱정되구요.

겨울호랑이 2022-07-10 21:29   좋아요 4 | URL
네, 아베노믹스는 여러 면에서 동일한 실질가치를 달러로 환산한 명목가치로 눈속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예전부터 있었음에도 최근에야 비판이 주목받는 듯 합니다... 찾아보니 알려주신 책은 이번에 새로 출간된 책이군요. 오거서님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2-07-10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0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란공 2022-07-10 2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호사카 유지 교수를 처음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 또 한일 관계에 어떤 변화와 변수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겨울호랑이 2022-07-10 23:36   좋아요 4 | URL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계 한국인으로 일본과 관련한 정치현안 논의 시 섭외 1순위 전문가로 알고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과 오마이뉴스에서 깊이있는 논설을 하시는 분이라 참고하시면, 향후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22-07-12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베 총리 사망한 사건에 꽤 놀랐습니다. 하루아침에 그럴 수가...

겨울호랑이 2022-07-12 18:36   좋아요 1 | URL
건강이 좋지 않아 총리 사임을 했다고 하지만, 갑작스럽게 세상을 뜰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의 죽음이 일본을 군군화의 길로 더 빨리 몰아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게 할 지 전혀 종잡을 수가 없게 하네요. 여러 면에서 혼란스러운 국내외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