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프레임 -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
조지 레이코프.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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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주의자들보다 더 효율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심오한 가치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진보주의자는 자신들 고유의 가치가 보편적 가치라고 가정하며, 나아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사실을 제시하고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지원하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뿐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가치는 보편적이지 않다. _ 조지 레이코프, 엘리자베스 웨홀링, <이기는 프레임>, p86

가치를 제시하는 보수주의자와 정책을 제시하는 진보주의자. <이기는 프레임>에서 저자들은 보수주의자의 언어로 말하는 진보주의자의 문제를 지적한다. 사용하는 언어에 담긴 서로 다른 가치는 결코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의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가치가 담긴 언어를 사용하면서 결국 프레임 싸움에서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비롯한 '프레임'관련 책들의공통된 내용이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는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스펙트럼만큼의 색깔과 다른 결들이 존재한다. 검은 색과 흰 색 사이에 놓여진 서로 다른 명암의 회색들을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사람들은 사회 이슈에 따라 또다른 색을 갖는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공론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합의점을 끌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대 민주주의는 공론장에서의 담론 대신 각자 자신의 귀를 막고 각자의 언어로 목소리를 높이며 표대결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도르노가 <계몽의 변증법>에서 '오뒷세우스와 세이렌' 신화를 통해 말한 '인간소외'는 경제학에 한정된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귀를 막고 노를 저어야 하는 오뒷세우스의 부하들이 자본의 명령을 받으며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되었듯, 오늘날 우리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명령에 충실하면서 선거라는 정치적 행위의 결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기는 프레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보다 보편적으로 관철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 이전에 공론화된 장에서 싸우지 않고 합의를 통해 파레토 최적점에 이르는 길은 없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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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아군으로 포섭하지 못한
‘50~64세‘ 인구의 수가 너무 많다. 이 점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86 운동권 청산‘ 정치 구호는인구 구성비라는 정치 환경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부른다. 한 위원장은 취임 이후 ‘86 운동권‘을 전체 유권자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고립시키려는 대상의 ‘세대 정체성‘이 강하다는점이다. - P11

50세 이상 유권자가 늘어난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생)가 본격적으로 이 연령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50~64세 인구 구간‘에는 이제 막 은퇴하기 시작한 ‘86세대‘부터 ‘세대‘ 일부까지 포함된다. 인구수가 많고, 윗세대(65세 이상)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으며,
정보 습득 경험도 폭넓다. 투표율이 2030세대에 비해 높아 한국 정치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세대 (50~64세 인구 구간)의 정치적 의사가 특별한 방향성을 가질 경우,이는 선거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 P10

인구구성 변화, 이동 감소 등은 지역주의를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젊은 인구가 출산율 감소, 수도권 이주 등으로 지역에서 줄어들고 있어서다. 2016년 제19대총선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김부겸 전 총리 같은 사례가 재현되기 쉽지않을 수 있다. - P13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로 사실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과 소비가 부진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긴축재정을펴면서 불황기에 정부지출이 경제성장에기여할 여지를 줄였다. 정부·여당이 재정지출을 전향적으로늘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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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 DNA 이중나선에서부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까지
김홍표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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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퍼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서열이 여러 벌 있는 특징적 구조이다. 다시 말하면 크리스퍼 사이에 뭔가가 끼어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여러 개의 크리스퍼 사이에는 여러 개의 갈피가 끼어 들어간다. 결과를 먼저 말하면 이 갈피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를 잘라낸 것이다... 비유하자면 크리스퍼는 현상수배 전단이고 카스 유전자 가위는 일종의 포승줄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서로 성질이 다른 RNA 형태의 염기와 단백질이 양동작전을 펼치는 셈이다. 유전자를 자를 부위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새로운' 도구가 탄생했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161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은 DNA 편집 기술의 전반을 소개한다. 중심이론(Central dogma)에 따르면 DNA로부터 RNA가 생성된다. 크리스퍼 카스9는 이와는 반대로 RNA를 도구로 DNA의 일부를 특정하게 잘라 편집하는 기술이며,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다.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단백질이라는 무딘 탐지 기구를 가벼울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정확성을 겸비한 RNA로 바꾸어버렸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크기가 작으면서도 인식할 수 있는 염기서열의 숫자도 충분하다. 3세대 유전자가위는 이전 세대의 유전자가위에 비해 첫째 RNA-단백질 하이브리드이고, 둘째 제작이 간편하기 때문에 그 효용성이 엄청나게 크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152 


  크리스퍼 카스9은 양날의 검이다. 눈 앞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남용될 경우 자연의 보이지 않는 질서의 한 축을 무너뜨리고 감당할 수 없는 위험으로 인류를 빠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중단되지 않는 것은 다른 과학기술이 미처 다다르지 못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까지 다룰 수 있는 현재 알려진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두 벌의 유전자가 모두 정상이 아닌 경우 암컷을 불임으로 만드는 유전자를 선택해서 손을 보기로 했다. 우선 '크리스퍼-카스9'을 이용해서 모기 알의 유전자를 편집한 다음, 이들이 성체가 되기를 기다린다. 그런 다음 이들을 정상인 모기와 교배시켜 생긴 자손들은 모두 이 유전자가 고장 난 상태가 된다. 이들은 결국 멸종에 이른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218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할 때 흔히 생식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행위를 꼬집는다. 생식세포 유전자가 변하면 곧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명체의 건강과 종의 보전을 향한 궁극적인 목표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를 현명하게 다르는 데 있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261


 모계에 의해서만 유전되는 소수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와 부계에 의해 유지되는  다수의 핵 유전체 사이의 조화가 건강한 생명체를 만들 수 있기에 크리스퍼 카스9에 대한 연구는 생명 윤리에 대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은 크리스퍼 카스9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좋은 과학 안내서다. 본문에서는 유전자 가위와 관련한 선구적인 연구가 소개되는데, 한국의 김진수 박사가 '크리스퍼 삼인방' 중 하나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본문에 기업과 관련한 다른 이야기는 없지만 해당 벤처기업이 툴젠(ToolGen)이라는 사실을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한다.


 김진수 박사는 과학적으로 변방인 나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찍이 벤처기업을 운영하다가 학교로 돌아간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므로, 그가 실용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또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우드나나 장펑과 차이가 난다. _ 김홍표,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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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삶이 규정되는 것은 희랍인들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brotos(인간)라는 단어도 ‘반드시 죽어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반대로, 신들은 ambrosia(불멸)를 먹고 마시며 영원을 살아간다.

‘아버지 제우스시여, 그리고 영원을 살아가는 복된 신들이시여,
임들은 비정한 잠으로 저를 잠들게 하여 아테
(현혹)로 몰아넣으셨나이다.
남아 있던 전우들이 어마어마한 짓을 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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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어떻게 상징화할 것인가, 즉 비판적으로 서사화할 것인가의 문제를 단지 기후위기에만 한정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의 재현이라는 문제가 직면한 곤란은 곧 자본주의의 재현이라는 문제를 거듭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문화적 상징화를 통해, 즉 서사적 재현을 통해 경험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어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공급망이란 오늘날 세계 전체를 에워싼 자본의 생산과 유통 사슬을 가리킨다. 그것은 자본 스스로도 분명히 그려낼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나타난다. 그들은 그것을 투입과 산출의 경제적 과정에서 상품의 흐름이라는 추상으로서 인식할 뿐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러나 공급망 지도 그리기의 어려움과 인식적 지도 그리기의 어려움은 구별될 필요가 있다.

진보적 신자유주의란 신자유주의의 경제·사회적 질서에 기꺼이 침묵하면서 다양성과 차이 등에 근거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적극 동원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가리킨다. 즉 다원적 인정의 정치를 옹호하되 노동계급과 민중을 위한 분배의 정치를 포기한 것이 진보적 신자유주의였다. 반면 역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적극 옹호하되 반민족주의적·반이민자적·친기독교적 지위 질서를 또한 두둔했던 것은 초반동적 신자유주의이다. 그들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이끈 계급과 민족의 정치를 주도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 점에서 반동적 신자유주의든 진보적 신자유주의든 모두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분배의 정치를 지지하였지만,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바로 인정의 정치라는 차원에서의 대립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무엇이라 지칭하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이후의 급진적 대안정치가 개인의 경험과 자본주의적 총체성을 매개하는 상징적 서사 없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서사를 생산하는 장소가 전처럼 문학이나 영화와 같은 장(場)이기는 어렵겠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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