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데이 & 맥스웰 : 공간에 펼쳐진 힘의 무대 지식인마을 35
정동욱 지음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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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떨어진 물체들 사이의 모든 작용은 공간에 펼쳐진 '장 場 field'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이 현대의 해석이다. 예컨대 자석이 놓이면 그 주위 공간에는 자기력선들로 채워진 자기장이 형성되어, 만약 이 자기장에 이동하게 된다. 즉 자석이 철을 직접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자석에 의해 형성된 자기장이 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p17)... 운동량과 에너지를 품고 있는 공간, 그것이 바로 '장'이다.(p199)


 <패러데이 & 맥스웰 : 공간에 펼쳐진 힘의 무대>는 '장'과 여기에 작용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 ~ 1867)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ames Clerk Maxwell, 1831 ~ 1879)의 이론을 중심으로 풀어간 책이다.


 패러데이는 전자기 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원거리 직접 작용'을 버리고 전기와 자기 작용이 '힘의 선 lines of force'을 따라 점진적으로 전달된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했으며, '장 field'이라는 용어도 처음으로 사용했다. 맥스웰은 이를 발전시켜 모든 전자기 현상을 역학적 매질의 작용으로 설명하는 수학적인 '전자기장' 이론을 완성했으며, 힘이 전달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패러데이의 추측도 이론적인 계산을 통해 그 정확한 속도를 예측해냈다.(p18) 


 패러데이의 전자기 장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선들을 통해 연결된 물질과 자기력선으로 채워진 진공(眞空)이다. 이러한 개념을 이어받은 맥스웰은 유체튜브 모형을 통해 패러데이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규명하였는데, 패러데이와는 달리 '에테르'라는 전달자를 생각했다는 점에서 맥스웰 모형은 패러데이 모형과 차이를 갖는다.


 1844년 패러데이는 <전기 전도와 물질의 본성에 대한 사변>이라는 짧은 글을 통해, 물질과 힘의 관계를 근본부터 뒤엎는 착상을 발표했다...이 책에서 물질은 힘의 선들의 수렴점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힘의 선과 물질은 각각 그물의 끈과 매듭에 비유됐다. 이에 따르면 서로 떨어진 물질들 사이의 상호 작용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물의 모든 매듭들이 끈을 통해 연결되어 있듯이, 모든 물질은 힘의 선들을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p119)


 1850년 그는 자기 전도 이론 theory of magnetic coduction을 도입함으로써 진공의 자기 융도능력을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이론에서, 자기 유도를 매개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자기력선 자체가 되었다... 이로써 아무것도 없는 무능력한 공간으로 간주되던 진공은 이제 자기력선으로 채워진 활동적인 공간이 되었다.(p125)


 맥스웰이 전자기 유도를 설명하는 데 쓰였던 '소용돌이 분자 - 유동 바퀴' 모형 내에서 전자기 작용은 분명히 연속된 매질을 통해 전달되나 결과적으로는 순식간에 전달되는 원거리 작용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맥스웰이 매질에 부여한 탄성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었다... 맥스웰은 자신이 고안한 탄성 매질에서의 작용 전달이 에테르라는 탄성 매질에서의 횡파로 알려져 있던 빛에 대응될 수 있겠다는 추측을 했다.(p176)


 맥스웰이 유체 튜브는 패러데이의 힘의 선을 셀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주었다. 즉 힘의 선의 개수는 단위 튜브의 개수로, 힘의 선의 밀도는 단위 튜브의 밀도로 세어졌다.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은 패러데이가 얘기했던 힘의 선의 긴장 강도라는 개념도 구현해냈다... 유체 시스템의 이러한 특성은 패러데이가 암묵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힘의 선과 전하 사이의 수학적 특징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p141)


 정리하면, 빈 공간에 작용하는 힘의 전달자로서 '힘의 선'을 주장한 패러데이에 대해 맥스웰은 빈 공간을 에테르로 채웠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이러한 맥스웰의 주장은 후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에 의해 폐기되지만, 에테르 Aether라는 전달자 개념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패러데이는 공간을 매질로 가득 채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맥스웰은 힘의 선을 묘사하기 위해 공간을 매질로 가득 채워야 했다. 패러데이는 분명 매질의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서로 다른 매질은 힘의 선을 통과시키는 정도에 차이를 주는 것으로서, 결국 작용을 전달하는 것은 힘의 선 자체라고 보았다... 반면 맥스웰은 물질과 독립된 힘의 선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현상은 물질의 운동을 통해 매개되는 연결된 메커니즘으로 기술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 공간은 뉴턴의 역학 법칙에 따라 작동하는 탄성 매질로 가득 채워졌고, 결국 힘의 선은 이 탄성 매질의 역학적 상태가 되었다.(p191)


 맥스웰은 그의 방정식이 물질적인 매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그 점을 지적함으로써 전자기장을 매질에서 해방시켜주었고, 덕분에 전자기장은 공간에 스스로 존재하는 실체로 승격되었다.(p200)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 322)의 제5원소이기도 한 에테르는 완전한 원소이며 물질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실상 에테르는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반영한 가상의 물질에 불과했지만,. 천상의 영원한 원운동을 가능케 하는 매체로서 에테르는 뉴턴(ir Isaac Newton, 1643 ~ 1727)과 맥스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에테르'라는 개념이 '없다'라는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의 명사형인 '없음'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8)의 대화편에 나타나듯, 모든 상태를 명사화하고 개념으로 만들고 정의(定義)를 내리려는 고대 철학의 유산의 잔재가 바로 에테르가 아닐까. 진공 상태를 '없다'라는 상태가 아닌 '진공'이라는 다른 물질을 만들어냈고, 여기에 자연법칙을 부여한 결과가 에테르라면 맥스웰 역시 플라톤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서는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1872 ~ 1970)의 '기술이론 theory of description'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에테르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옮기며 이 리뷰를 마무리하도록 하자.


 오늘날 전자기장이라는 개념 속에서 우리는 적어도 세 사람을 함께 만나게 된다. 전기와 자기 작용이 공간에 펼쳐진 힘의 선을 따라 전달된다는 생각을 고안한 패러데이,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수학적인 방정식을 입혀 정교한 전자기장 개념을 정립한 맥스웰, 그리고 에테르를 제거하여 전자기장을 공간에 존재하는 실체로 다시금 승격시켜준 아인슈타인이 그들이다.(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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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20-03-24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패러데이와 맥스웰 모두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패러데이는 뭐랄까 정통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뛰어나 보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3-24 19:53   좋아요 0 | URL
우향님 말씀처럼 패러데이는 흙수저에서 출발해서 왕립연구소 회원이 된 자수성가형 학자라는 점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보면, 패러데이의 왕성한 실험은 정통 엘리트 과정을 밟지 않은 인물의 우직함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3-24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어 있다는 공간에 장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무척 의미심장한 것 같습니다. 전기장에서 중력장을 생각할 수 있듯이요. 공즉시색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에테르 가정은 정의 문제보다 공리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공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말이죠. ^^

겨울호랑이 2020-03-24 21:14   좋아요 1 | URL
보이지 않은 것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대단한 통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지의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에테르의 문제는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공리 문제로도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여러모로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숨겨진 우주 - 비틀린 5차원 시공간과 여분 차원의 비밀을 찾아서 사이언스 클래식 11
리사 랜들 지음, 김연중.이민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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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칭 세계에서 우리가 아는 입자들은 모두 초대칭 변환에 의해 상호 교환될 수 있는 '초대칭짝(superpartner)'을 갖는다. 초대칭 변환을 통해 페르미온은 보손 짝으로, 보손은 페르미온 짝으로 변환될 수 있다... 초대칭성 이론에서 페르미온은 모두 보손 짝으로 변환될 수 있고, 보손은 페르미온 짝으로 변환될 수 있다. 입자들의 이러한 성질을 이론적으로 기술한 것이 초대칭성이다.(p386) <숨겨진 우주> 中


 양자 역학적 효과로 인해 질량이 작은 힉스 입자는 존재하기 힘들지만 힉스 입자가 무거우면 표준 모형이 붕괴된다. 여분 차원 이론이 존재하기까지 초대칭성은 이 문제를 다루는 유일한 방법이다.(p408) <숨겨진 우주> 中


 리사 랜들(Lisa Randall, 1962 ~ )의 <숨겨진 우주 Warped Passages: Unraveling the Mysteries of the Universe's Hidden Dimensions>는 초대칭성을 포함한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가진 한계를 말한다. 현실에서는 (여러 이유로) 깨진 상태로 존재하는 초대칭성은 현실적으로 입증되기 어렵기에, 저자는 <숨겨진 우주>에서 대신 '여분 차원'을 도입한다.


 끈 이론 모형 중 하나에서 약력 막과 중력 막이라는 2개의 막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유한한 크기를 갖는 다섯 번째 차원의 경계를 이룬다. 벌크에 존재하는 에너지와 막에 존재하는 에너지가 시공간을 비튼다... 이 모형에서 다섯 번째 차원은 크지는 않지만 심하게 비틀려 있다. 중력의 세기는 물체가 다섯 번째 차원 어디에 있는가에 강하게 의존한다.(p601) <숨겨진 우주> 中


 우리 모형에서는 다섯 번째 차원의 한쪽 끝에 1개의 막이 있다. 이는 20장에서 내가 기술했던 2개의 막과 마찬가지로 반사성이 뛰어나다. 막에 충돌한 물체는 다시 튕겨지기 때문에 이 막에 충돌해도 에너지 손실은 없다.(p617)... 중력이 국소화되어 있는 경우 질량이 없는 KK 입자가 국소화된 중력자다. 이 KK 입자는 중력 막 가까이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다.(p631) <숨겨진 우주> 中


[그림] 숨겨진 우주(출처 : https://sciencebooks.tistory.com/588)


 <숨겨진 우주>의 모델에는 1개의 막(brane)이 등장한다. 차원을 구별하는 이 막 근처에는 중력자가 확률밀도함수(Probability Density Function)에 따라 밀집된 형태로 존재한다. 확률밀도함수의 모형은 결코 꼬리의 끝이 x축과 만나지 않기 때문에 중력자 역시 거리가 멀어질수록 밀도가 낮아지지만 결코 0이 되지는 않는다.


 국소화된 중력(localized gravity)은 전체 5차원 우주를 마치 4차원 중력의 작용을 받는 것처럼 행동하게 한다... 여러분은 이제 여분 차원이 작게 말려 있거나 시공간이 휘어 있거나 중력이 작은 역에 몰려 있어서 차원이 무한히 커도 보이지 않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차원들이 압축되어 있든 아니면 국소화되어 있든 시공간은 어느 곳에서나 4차원으로 보인다.(p641)... 다섯 번째 차원 어디에 있든 4차원 중력의 영향은 피할 수 없다는 RS2 모형의 결론이 답이다. 중력은 모든 곳서 4차원처럼 보이는데, 이는 중력자의 확률 함수가 실제로 0이 되지 않고 무한히 계속되기 때문이다.(p642) <숨겨진 우주> 中


 <숨겨진 우주>에서는 5차원이 말려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여기에 11차원의 M이론고 10차원의 초끈이론을 통합시키는 가정임을 고려해본다면, 이를 통해 <숨겨진 우주>가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M이론과 초끈이론이 주장하는 10차원, 11차원의 세계를 지향하되, 이를 우리가 체험하는 4차원(3개 공간차원 + 1개 시간차원)에서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11차원 중 하나의 차원이 아주 작은 원처럼 말려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원형으로 말려 있는 차원을 감싸고 있는 2 막은 끈처럼 보일 것이다. 원래는 11차원 이론이 끈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한 차원이 말려 있다면 11차원 초중력 이론이 끈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된다. 말려 있는 차원은 멀리서 그리고 낮은 에너지에서 보면 항상 원래 차원보다 낮아 보이고 그런 차원을 포함하고 있는 이론은 그 차원의 수가 하나 낮아 보인다.(p471)... 낮은 에너지에서 10차원 끈 이론은 11차원 초중력이론과 쌍대성을 이룬다. 10차원 이론의 막은 11차원 이론의 입자에 대응된다.(p474) <숨겨진 우주> 中


 <숨겨진 우주>에서는 이와 같이 말려져 있는 5차원의 공간에서 중력자들이 중력막 근처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5차원의 힘이 어떻게 우리의 4차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중력은 한 막에 갇혀 있지 않다. 막이 존재하더라도 중력은 막에서나 막을 벗어난 곳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 점이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오로지 중력이라는 수단뿐이지만, 어쨌든 막 세계가 벌크와 상호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력은 벌크로 뻗어 나가고 또 모든 것은 중력으로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막 세계는 여분 차원과 연결된다. 막 세계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막 세계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더 큰 전체의 한 부분이다. 벌크에는 중력 이외의 다른 입자나 힘이 존재할 수 있다... 요약하면 막은 힘과 입자를 가두고 있는 차원이 낮은 표면이며, 그보다 높은 차원을 가진 공간의 경계이다.(p102) <숨겨진 우주> 中 


 <숨겨진 우주>에서  중력(gravity)은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힘이다. 차원과 차원은 중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우리 역시 중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이로부터 차원을 연결할 정도로 큰 힘인 중력이 왜 우리에게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가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중력막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이 4차원으로 보인다는 것뿐이다. 우주의 다른 영역도 모두 4차원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일일 것이다.(p643)... 내가 국소적으로 국소화된 중력이 마음에 든 것은 그것이 명백하게 증명할 수 있는 대상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한에서만 우주가 4차원이라고 말하며 우주 전체가 4차원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p650) <숨겨진 우주> 中


 저자는 <숨겨진 우주>에서 5차원의 힘 중력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우주의 차원을 한 단계 늘려간다. 랜들은 우주가 5차원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보다 높은 차원인 5차원이 존재할 수 있다면, 5차원과 한 단계 높은 6차원 역시 존재할 수 있으며,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차원을 10차원이나 11차원에 이를때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숨겨진 우주>는 M이론의 귀납적 증명(induction)인 셈이다.


 <숨겨진 우주>는 독자들을 위해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M이론, 초끈이론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렇지만, 많은 대중교양 과학서에 중복되는 위의 내용은 이번 리뷰에서는 옮기지 않았지만,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어야 함은 물론일 것이다. 2005년에 출간되어 이제는 고전이 된 <숨겨진 우주>는 차원 확장에 대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광자 하나와 같은 충분히 단순한 양자 역학적 계가 있다면 그 에너지는 플랑크 상수 h와 진동수의 곱이 될 것이다. 그 경우 우리가 에너지를 측정하는 시간 간격과 에너지 오차의 곱은 항상 h보다 크다.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그와 맞물려서 훨씬 더 오랫동안 측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유도한 불확정성 원리다.(p219) <숨겨진 우주> 中


 힉스(Higgs) 메커니즘이 없다면 기본 입자는 모두 질량이 없어야 한다. 질량을 가진 입자를 설명해야 하는 표준 모형에 힉스 메커니즘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 표준 모형은 아마도 고에너지 상황에서는 무의미한 예측을 내놓게 될 것이다. 입자들은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입자의 에너지가 커져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마치 질량이 없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p311) <숨겨진 우주> 中


 PS. 처음에는 goddamn particle 였다가 후에 The God Particle로 초대칭 신분상승을 한 힉스(Higgs)입자에 대해서는 조만간 정리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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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케네스 W. 포드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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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규모(scale)이다. 우리의 거시 세계(large scale world)라고 해서 양자물리학의 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에서보다 덜 유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규모에서 나타나는 특성에 대한 양자적 기반은 직접 관찰하기 어렵게 숩겨져 있다. 양자물리학은 원자나 원자보다 더 작은 영역에서나 그 모습이 나타난다.(p21)<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physics)이 적용되는 세계는 우리가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미시 세계(small scale world)다. 때문에 우리는 이 세계에 적용되는 법칙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양자물리학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파동(wave), 입자(particle), 확률(probability)의 개념을 사용한다.

양자물리학의 근본적인 문제로 바로 넘어가보자. 원자 속에 들어 있는 전자는 입자일까, 아니면 파동일까? 일반적인 답은 두 가지 모두라는 것이다. 전자는 그 자체가 전체 공간에 확률 파동으로 퍼져 있는 입자이다. 보는 방법에 따라서 전자는 확실한 형태가 없는 구름처럼 보이기도 하고, 입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동-입자 이중성은 시각화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p32) <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입자는 파장을 가지고 있다. 입자는 회절과 간섭을 한다. 입자는 파동함수를 가지고 있다. 1924년 드 브로이가 유명한 방정식을 제시한 이후 양자물리학의 전체 역사는 물질의 파동성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파동이 물리적 세계의 핵심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파동이 꼭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은 입자가 생성되거나 소멸될 때는 입자처럼 행동하고, 그 중간에는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측정은 입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측정의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예측에는 파동이 이용된다. 입자는 실재(reality)를 나타낸다.(p272) <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우리는 미시 세계의 법칙을 거시 세계의 언어로 표현할 때, 파동-입자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 등의 복잡한 개념을 가져오게 된다. 만약 우리가 미시의 세계에 살고 있다면 그때에도 이러한 설명이 필요할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미시의 세계는 불확실성이 확실한 세계일테니까.

불확정성 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는 위치가 더 정밀하게 결정되면 될 수록, 그 순간의 운동량은 그만큼 덜 정확하게 알려지게 되고,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물리학의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불확정성 원리에 대응하는 원리가 없기 때문이다.(p263) <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내가 속하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내가 알던 상식(common sense) 대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의 내가 부정하는 듯한 고통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자신의 고통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은 실재한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한단계 성장하게 된다.

언젠가 끈이론이 힘을 얻게 될 때의 "새로 개선된" 표준 모형(standard model)에서는 기본 입자의 수가 24개보다 줄어들 것이고, 4번째 힘인 중력도 함께 통합될 것이다.(p56)<양자 : 101가지 질문과 답변> 中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는 감각 경험 (感覺經驗)이 절대진리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고, 물리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단순한 수식(數式)이상의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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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주가 과학의 법칙에 따라서 무(無)에서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과학의 근간이 되는 기본 가정은 과학적 결정론이다. 일단 우주의 초기 상태가 주어지면, 이후의 그 진화는 과학의 법칙이 결정한다. 이 법칙은 신이 결정한 것일 수도,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은 법칙에 간섭하거나 법칙을 깰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법칙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신에게 남는 것은 우주의 초기 상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뿐인데, 이 초기 상태마저도 지배하는 법칙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신은 애초에 아무런 자유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p62)

시간을 아무리 거슬러올라가도 빅뱅 이전으로는 갈 수 없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마침내 원인이 없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원인이 존재할 수있는 시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것은 창조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창조자가 존재할 시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p73)

허수 시간에서 경계가 없다는 것이 우주의 경계조건이라면, 우주는 단 하나의 과거만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허수 시간에는 수많은 역사들이 있고 그 역사들 각각은 진짜 시간에서의 역사를 결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에 대해서 과잉 역사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그럼 무엇이 우주의 가능한 역사들 중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특별한 역사의 집합을 선택한 것일까?(p94)

간편하고 우리가 가진 능력으로 지금도 가능한 방법은 기계를 보내는 것이다. 이 기계는 장거리 성간(星間) 여행을 견디도록 설계된다. 이 기계 장치가 새로운 별에 도착하면, 그 별에 착륙해서 채굴을 하고 더 많은 기계를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 제작된 기계들이 더 많은 별들을 향해 떠난다. 이 기계들이 화학적 고분자가 아닌 전자 소자 기반의 새로운생명 형태가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DNA 기반의 생명을 대체할 것이다. 마치 DNA가 원시 형태의 생명체를 대체했던 것처럼.(p125)

 우리가 새로운 우주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초의 민간 우주비행사는 선구자들이 될 것이고,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은 대단히 비쌀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우주여행을 할 수있게 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로 나가게 되면, 지구 위에서의 우리의 지위와 지구를 관리하는 관리자로서의 책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우주 안에서의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인식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궁극적인 운명이 우주에 있다고 믿는다.(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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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5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1 1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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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물리학이라는 단어는 양자 역학의 출현 이전의 물리학을 일컫는다. 고전 물리학은 양자 역학적인 불확정성이 중요하지 않은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일련의 원리들과 규칙들이다. 그러한 일반 규칙들을 고전 역학이라 부른다. 고전 역학이 하는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p17)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와 조지 라보프스키(George Hrabovsky)는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The Theoretical Minimum: What You Need to Know to Start Doing Physics>에서 고전 물리학의 계에서부터 출발하여 해밀토니언과 라그랑지언 방정식에 이르는 개념을 설명한다. 수학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본문에서는 극한, 미적분 등 수학의 기초개념부터 설명하고 있지만, 많은 수학식은 독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페이퍼에서는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1 The Princeton Companion to Applied Mathematics 1>의 내용과 함께 곁들여 라그랑지언과 해밀토니안 방정식의 내용을 정리해 본다.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1>의 설명에 따르면, 뉴턴 역학에는 두 가지 재수식화가 있는데, 이들이 바로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라그랑주와 해밀토니안 방정식이다. 이들 방정식은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연결고리가  되는데, 이를 보기 전 에너지 보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종종 많은 형태의 에너지가 있으며 그 모든 에너지의 총합은 보존된다고들 배운다. 하지만 그 모두를 입자의 운동으로 환원하면 고전물리학에는 오직 두 형태의 에너지, 즉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만 존재한다. 에너지 보존을 유도하는 최성의 방법은 형식적인 수학 원리로 바로 뛰어드는 것이다.(p149)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입자의 위치에 의해 결정되는 함수인,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힘 F=F(r)을 먼저 살펴보자. 그중에는 보존력이라고 하는 특별한 종류의 힘이 있다. 보존력의 중요성은 에너지 E라고 하는 보존되는 양의 존재에 있다. E(에너지)= T(운동에너지)+V(퍼텐셜에너지)로 구성된다... 보존력의 가장 간단한 예로는 용수철에 매달린 입자를 나타내는 조화 진동자가 있다. 조화 진동자는 모든 이론 물리학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한 체계이다. 퍼텐셜 에너지 V에 의해 서술되는 어떠한 체계에서도, V는 안정된 평형인 점들에서 극소이다.(p606)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정리하면,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조화 진동자는 에너지 보존을 잘 나타내는 개념이며 우리는 조화 진동자를 통해 퍼텐셜 에너지는 안정된 평형의 점들에서 극소이며, 입자는 그 평형인 점에 계속 머무른다는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나아가, 뇌터 정리에 의해 대칭성과 보존법칙은 연결되면서, 에너지 보존은 전하량 보존으로까지 확대된다.


 회전에 대한 불변을 의미하는 공간의 등방성이 각운동량의 보존을 준다는 것도 보일 수 있다. 사실 적절하게 일반화하면, 자연계의 모든 보존법칙은 뇌터 정리(Noether's theorem)를 통하여 대칭성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전하량의 보존과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입자의 보존을 포함한다.(p615)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재수식화 중 첫 번째 방법인 라그랑지언 수식화는 벡터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뉴턴의 접근법보다 강력하다. 시간과 공간의 좌표 상에서 두 점의 궤적을 최적의 궤적을 찾는 방법. 그 방법이 오일러 - 라그랑주 운동방정식이다. 최소 작용 원리에 의해 도출된 라그랑지언 방정식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만약, 라그랑지언 방정식에서 시간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우리는 해밀토니안 방정식을 통해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최소 작용의 원리는 각각의 순간에서 바로 다음 순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미분 방정식이 될 뿐이다.(p174)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공간과 시간 속에 주어진 임의의 두 점에 대해 이 둘을 잇는 많은 궤적이 존재한다. 하지만 오직 하나만이 입자가 취하는 진짜 궤적이다. 진짜 궤적은 작용을 최소화하는, 또는 작용을 정적으로 만드는 궤적이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정적인 작용의 풀이를 찾을 때까지 두 점을 잇는 모든 궤적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 원리로부터 우리는 오일러 - 라그랑주 운동 방정식을 유도했다.(p293)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여러분은 무한소의 각도 a만큼 회전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결국에는 어떤 유한한 회전을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환을 연속적이라고 부른다. 이는 연속적인 변수(회전각)에 의존하며, 게다가 그 변수를 무한히 작게 만들 수 있다.(p201)...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퍼텐셜 에너지가 원점으로부터의 거리의 함수가 아니라면 라그랑지안은 무한소 회전에 대해 불변이 아니다.(p202)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시간 이동 대칭성, 또는 그의 부재가 어떻게 역학의 라그랑지안 공식에 반영되어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런 대칭성이 있는 경우들에는 라그랑지안이 명시적으로 시간에 의존하지 않는다. 라그랑지안의 값은 시간에 따라 변할수도 있지만, 오직 좌표와 속도가 변하기 때문에 그렇다.(p216)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해밀토니안이 라그랑지언과 구별되는 지점은 위상공간이다. 위상공간에서는 시간의 변화가 고려되기 때문에, 무한소 회전에 대해 불변이 아닌 라그랑지언의 약점을 보완하여 궤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상공간의 한 점은 그 계의 미래 진행을 결정하는 데 충분하기 때문에, 위상공간의 곡선은 결코 교차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시간에 따른 변화가 위상공간 안에서 흐름에 의해서 제어된다는 것이다.(p615)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구성 공간과 운동량 공간의 합은 위상 공간과 같다.(p142)... 모든 점에는 전체 운동량의 집합이 명시되어 있어서 위상 공간 속의 모든 점은 총 운동량의 값으로 특정된다. 우리는 위상 공간 속으로 들어가 각 점에 총 운동량의 딱지를 붙일 수 있다.(p146)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H라는 양을 해밀토니안(Hamiltonian)이라 부르며, 계의 에너지이다.(p220)... 해밀토니안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해밀토니안은 고전 역학을 완전히 개조하기 위한 기초이며 양자 역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역학에 대한 라그랑지안 공식에서는 2차 미분 방적식이며 초기 좌표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초기 속도 또한 알아야만 한다. 해밀토리안 공식에서는 위상 공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위상공간의 차원은 구성 공간 차원의 2배인 점을 명심해라. 차원의 수를 2배로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인가? 답은 운동 방정식이 1차 미분 방정식이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단지 위상 공간의 초기 점들만 안다면 미래가 펼쳐져 있을 것이란 뜻이다.(p224)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 中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에서는 다음과 같이 라그랑지언과 해밀턴의 관계를 설명한다. 경계치 문제에서는 라그랑지언 방정식이 보다 효과적이며, 초기기 문제에서는 해밀턴 방정식이 효과적이라는 내용과, 해밀토니언 방정식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이 이 두 방정식에 대한 설명이다.


  라그랑지언이 시간의 영향을 받으면서 해밀턴 방정식이 된다. 즉, n개의 2계 미분방정식이 2n개의 1계 미분방정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재구성함으로써 해밀턴의 방정식들은 경계치 문제보다 초기치 문제를 다루는 데 매우 적합하게 된다. 반면에 경계치 문제에서는 라그랑지언 수식화가 더 자연스럽다.(p616)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해밀토니언의 진정한 가치는 고전역학의 구조에 관해서 그 수식화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에 있다. 그 핵심은 고전역학의 기하학적 수식이고, 사교기하학의 언어를 빌리면 더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해밀토니언 체계는 혼돈이론과 적분 가능이론을 포함한 이후의 발전에 발판을 제공하였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해밀토니언이 물리학의 더 근본적인 이론들, 특히 약자역학과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p616)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 1> 中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하자면, 뉴턴 역학의 두 개의 재수식화된 방정식이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데, 라그랑지언과 해밀토니언 방정식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방정식은 각각 구성 공간과 위상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해밀토니언 방정식은 그 구조 안에 시간에 대한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그랑지안과 차이가 있다. 한편, 라그랑지언 방정식의 재수식화는 최소 작용 원리에 의해 도출되고, 이들 모두는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가정 하에서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서 잠시 라그랑지언 방정식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뜻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자. 이는 고전역학의 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서 도출된 라그랑지언 방정식에 최소 작용 원리가 사용된다는 것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1918 ~ 1988)의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에서는 직진하는 빛의 경로를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데, 여기에서 사용되는 개념이 최소 경로 이론임을 생각해본다면, 최소 작용 원리와 최소 경로 이론의 이론적 유사성을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틀릴 수도 있다.


 빛이 직진하는 이유 역시 양자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능한 모든 경로를 다 고려했을 때, 구불구불한 경로와 그 주변의 경로를 비교해보면 소요시간의 차이가 크다. 그러나 경로 D와 같이 직선에 가까운 경로들은 그 주변의 경로와 차이가 거의 없으므로 이 근처에서 화살표는 거의 같은 방향을 갖는다. 따라서 최종 화살표의 길이는 주된 경로 D 근방의 화살표들에 의해 좌우되며, 그 결과 빛은 직진하는 듯이 보이게 된다.(p92)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강의> 中


 <물리의 정석 : 고전역학 편>은 수식이 많이 나와 수학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읽히지 않는다. 또한, 수식 하나하나를 따라가다보면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게 되어 물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수식 역시 하나의 언어(言語)이며, 물리학 수식은 자연과학의 언어임을 생각한다면 단어 하나에 매이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사전식으로 개념을 설명한 다른 책(여기서는 <프린스턴 응용수학 안내서>)과 함께 큰 줄기를 잡고 수식을 눈에 익힌다면, 물리학과 수학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 한다.


PS. 개인적으로는 물리학과 수학이 어렵지 않음을 느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런 경험은 없다... 이 책의 후속편 <물리의 정석 : 양자역학편> 을 잠시 훑어보니, 삼각함수와 미적분은 보이지 않는 대신 확률이 눈에 많이 띈다. 이번에는 <수학의 독본>시리즈를 곁에 두고 함께 볼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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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9-3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려워요. ㅠㅠ

겨울호랑이 2019-09-30 21:24   좋아요 0 | URL
네... 필자들이 일반 대중의 수학 실력을 너무 과대 평가해서인지 아주 깊게 들어갔네요. 귀여운 표지와 두께에 속아서는 안 될 책입니다..ㅠㅠ

갱지 2019-10-01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동감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10-01 12: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갱지님 쾌청한 가을 오후 되세요!^^:)

syo 2019-10-01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호랑이님은 그냥 리스펙할래요..... 고개가 절로 숙여져서 페이퍼를 다 읽기가 난망할 지경이네요. 알라딘에서 라그랑지언과 해밀토니언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될 줄이야..... 최고시다.

겨울호랑이 2019-10-01 19:47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니에요. 저도 잘 모르는 걸요. 많은 부분 놏치고 겨우 뼈대만 잡아보았습니다. 여기에 살을 붙여 나가야겠지요... syo님 칭찬에 많이 쑥스럽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19-10-01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경이롭네요 ㅋㅋㅋ

겨울호랑이 2019-10-01 21:03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더 잘 알았다면 더 깔끔하게 정리했을텐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좀 더 많이 접하다보면 수식도 점차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