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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가했던 영웅이, 바다를 떠돌며 모험을 겪은 후 20년 만에 집에 돌아와, 자기 아내에게 구혼하면서 자기 집 재산을 먹어치우고 있는 횡포한 무리들을 처단하는 걸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것이 <오뒷세이아>의 중심 주제 두 가지이다. 하지만 작품을 펼치면 독자들은, 대개는 들어보지도 못한 낯선 인물과 마주치게 된다. 바로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다....  <오뒷세우스> 첫 부분의 핵심은 텔레마코스라는 젊은이의 성장이다. 그는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아버지의 모험을 축소해서 겪고, 그것을 통해 어른이 된다. 그래서, 이 세 가지가 <오뒷세이아>의 세 주제이다._ 강대진,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p43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 분노 사건을 그리면서 트로이아 전쟁 전체를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중심적인 주제는 '분노'이고, 부차적인 주제는 '전쟁'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분노' 주제는 '전쟁'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단 '전쟁' 주제가 두드러지고, 뒤로 갈수록 '분노' 주제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45

 

 <오뒷세이아>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모험을 떠나 작은 시련을 겪고 어른으로 성장한 한 소년.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돌아와 안식을 위한 귀환을 하는 노년. 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일리아스>에서 그려진 청년 아킬레우스의 혈기 왕성함과 자신의 책임과 가정,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중년 헥토르의 모습을 맞춘다면, 우리는 오이디푸스가 풀었던 수수께끼의 답(答)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연어와도 같은 우리의 삶. 추상적인 인생(人生)이라는 주제는 <일리아스>에서 신(神)에 의해 무구(武具)에 새겨지면서 구체화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으로 실현된 운명을 볼 수 있다.

 

 라이오스가 통치할 때 큰 재앙이 테바이를 엄습했다. 헤라가 스핑크스(Sphinx)를 보냈기 때문이다. 스핑크스의 어머니는 에키드나이고 아버지는 튀폰이었는데 그녀는 여자 얼굴과 사자의 가슴과 발과 꼬리, 새의 날개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무사 여신들한테 수수께끼를 배운 뒤 피키온(phikion) 산에 앉아 테바이인들에게 그 수수께끼를 냈다. 그 수수께끼란, 목소리는 하나뿐이지만 처음에는 발이 네 개인데 그 다음에는 두 개가 되었다가 그 다음에는 세 개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오이디푸스는 그것을 듣고 수수께끼를 풀었으니 그의 말인즉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람은 어린아이 때는 사지로 기니까 발이 네 개고 어른이 되면 두 발로 다니고 늘그막에는 그 밖에도 지팡이를 셋째 발로 의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_ 아폴로도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제3권 8, p210


 <일리아스>에서 헤파이스토스가 아킬레우스를 위해 만들었던 방패. 그 안에 구체적으로 새겨진 인생의 모습. 이는 우리의 삶이 인생에 형상화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아킬레우스와 함께 전장(戰場)으로 가는 방패와 그 안에 새겨진 삶은 바로 삶이라는 전쟁터로 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런지. 이 시점이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를 잃고 나간 복수전이라는 점에서 이 무구에 새겨진 삶은 가치를 잃고 번민하는 인생의 좌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아킬레우스 사후에 이 방패를 갖게되는 오뒷세우스의 귀환과 함께 삶이라는 전쟁도 끝나는 것은 아닐까. 시인(詩人)이 실제 <오뒷세우스> <일리아스>를 통해 삶의 치열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격랑에 시달리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요즈음에는 이런 모습으로 다가온다. 언젠가 다시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를 읽는다면 분명 다른 의미를 주겠지만...





[사진] Shield of Achilles(출처 : 위키백과)


 거기에 그는 대지와 하늘과 바다와

 지칠 줄 모르는 태양과 만월(滿月)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늘을 장식하고 있는 온갖 별들을,

 플레이아데스와 휘아데스와 오리온의 힘과

 사람들이 짐수레라고도 부르는 큰곰을 만들었다.

 큰곰은 같은 자리를 돌며 오리온을 지켜보는데

 이 별만이 오케아노스의 목욕에 참가하지 않는다.

 거기에 그는 또 필멸의 인간들의 아름다운 두 도시를

 만들었다. 한 도시에서는 결혼식과 잔치들이 벌어졌는데

 사람들이 휘황한 횃불 아래 신부들을 방에서 인도하여

 도성 안으로 데려가고 있었고, 축혼가(祝婚歌)가 높이 울려 퍼졌다...


 거기에 그는 또 부드러운 묵정밭을 넣었는데

 세 번이나 갈아엎은 넓고 기름진 밭이었다.

 그 안에서 여러 농부들이 소를 몰고 이리저리 돌고 있었다.

 그들이 밭의 경계에 이르러 돌아서려고 할 때마다

 한 남자가 다가가 각자에게 달콤한 포도주가 든 잔을

 손에 쥐어주곤 했다....


 밭이랑을 따라 곡식이 줄지어 한 아름씩 땅에 쓰러지면

 묶는 자들이 그것을 새끼로 한 단씩 묶었다.

 세 명의 묶는 자들이 곁에 서 있었다. 한편 아이들은

 베는 자들의 뒤를 뒤따라가며 곡식을 주워 모아 한 아름씩 안고 와서

 그것을 묶는 자들에게 쉴 새 없이 건네주었다....


 포도밭으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포도 따는 자들은 수확기가 되면 이 길로 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처녀 총각들은 신이 나서

 엮은 바구니에 꿀맛 같은 과일을 담아 나르고 있었다... (이하 중략) _호메로스, <일리아스>, 제18권 483 ~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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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이보스 아폴론은 헥토르를 싸움터에 나가도록 격려하며

 그에게 다시 용기를 불어넣고 지금 그의 마음을 괴롭히고있는

 고통을 잊게 해주는 한편, 아카이오이족에게는 무기력한

 패주를 불러일으켜 그들이 도로 돌아서도록 만들것이오.

 그들이 달아나다가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노가 많이 달린

 함선들 사이로 쏟아져 들어가도록 말이오. 그러면 아킬레우스가

 그의 전우 파트로클로스를 일으켜 세울 것이고 파트로클로스는 

 내 아들인 고귀한 사르페돈을 포함하여 많은 젊은이들을 죽인 뒤

 일리오스 앞에서 영광스런 헥토르의 창에 죽게 될 것이오. 그러면 또

 고귀한 아킬레우스가 그 때문에 화가 나서 헥토르를 죽일 것이오._호메로스, <일리아스>, 15권 59 ~ 68

 

 호메로스(Homeros, BC 8세기 ? )의 <일리아스 Ilias>를 처음 읽게 된다면 먼저 두 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10년간 이뤄진 '트로이 전쟁' 중 불과 며칠을 다루고 있기에 많은 이야기들이 빠져 있다는 사실과 해부학 강의를 연상시키는 전투의 잔혹한 묘사는 의외로 다가온다. 또한, 거창한 수식어를 잔뜩 달고 등장한 이름도 낯선 이들이 한 칼에 쓰러지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전투의 혼란스로운 상황은 작품 내내 지속된다. 때문에 독자들은 23권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 전까지 전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버려져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강재진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는 전투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독자를 꺼내준다.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처럼.


 이제 파트로클로스의 출정과 사르페돈의 죽음, 그리고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뒤이은 아킬레우스의 출정, 헥토르의 죽음과, 아마도 목마 계략에 의한 일리오스의 함락이 모두 언급되었다. 제우스는 이렇게 해서, 테티스가 청하고 자기가 약속한 것을 이루리라고 덧붙인다. 이런 식으로 아킬레우스의 소망을 이루리라고. 하지만 파트로클로스가 죽는 것은 아킬레우스가 바랐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 한 가지 미래의 중요한 사건이 언급되지 않았으니, 바로 아킬레우스 자신의 죽음이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362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아카이오이족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가져다주었으며

 숱한 영웅들의 굳센 혼백들을 하데스에게 보내고

 그들 자신은 개들과 온갖 새들의 먹이가 되게 한

 그 잔혹한 분노를!_호메로스, <일리아스>, 1권 1 ~ 5 


 아킬레우스가 어머니에게 탄원하는 첫 마디는, 이 작품에서 풀어야 하는 아킬레우스의  문제 중 하나와 연관되어 있다. "어머니, 당신은 나를 단명하도록 낳아 주셨으니"(1:352). 이 작품은 인간들이 죽음이라는 운명을 어떻게 수용하게 되었는지 보여 준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74


 널리 알려진 대로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하지만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전우 파트로클로스가 죽은 이후 그는 아가멤논에 대한 분노를 접고 복수를 맹세한다. 신의 아들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복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잘 알고 있다. 복수는 그에게 불멸의 명성과 죽음을 함께 가져다 준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는 불멸의 명성을 선택한다. 


[그림] Achilles and Patroclus(출처 : 위키백과)


 그녀(테티스)에게 준족 아킬레우스가 크게 역정을 내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요! 전우가 죽는데도 도와주지 못했으니 말예요.(98 ~ 99)

 불화는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서 사라지기를!

 그리고 현명한 사람도 화나게 하는 분노도 사라지기를!

 분노란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해서

 인간들의 가슴속에서 연기처럼 커지는 법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괴롭더라도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필요에 따라 가슴속 마음을 억제해야지요.

 이제 저는 나가겠어요!(107 ~ 114)

 제게도 똑같은 운명이 마련되어 있다면 저도 죽은 뒤

 꼭 그처럼 누워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탁월한 명성을 

 얻고 싶어요._호메로스, <일리아스>, 18권 120 ~ 122 


 아킬레우스는 자기가 진작 나서서 다른 동료들을 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그는 이제 불화와 노여움을 저주한다. 아가멤논이 자기를 노엽게 했지만, 이제는 그 노여움을 흘려 버리고 감정을 억제하겠다 한다. 그는 헥토르를 향해 나아갈 것이고 죽음은 신들이 원하는 아무 때에나 받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은 죽음을 받겠다, 하지만 그 전에 훌륭한 명성을 얻고야 말겠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432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당당하게 불멸의 명성을 선택한다. 필멸의 인간이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역사(歷史)에 이름을 남기는 일이기에 아킬레우스의 선택을 나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일리아스>의 시대로부터 얼마지나지도 않은 <오뒷세이아 Odysseia>의 시대에 이르면 벌써 그가 열망한 불멸의 명성이, 필멸의 명성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가치란 있는 것일까? 그런 면에서 모든 고난과 유혹을 무릅쓰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뒷세이아>의 내용은 불멸의 가치에 대한 무상함을 말하는 듯하다.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여, 아카이오이족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자여!(478)

 어느 누구도 예전 그대처럼 행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그대의 살아생전 우리들 아르고스인들은 그대를 신처럼

 추앙했고, 지금은 그대가 여기 사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통치자이기 

 때문이오. 그러니 아킬레우스여, 그대는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시오.'_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11권 482 ~ 486


 오뒷세우스의 말은 약간 위로의 색깔을 띠고 있다... 사실 이 대목은 <일리아스>의 이상에 맞서는 새로운 이상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저승의 왕이라도 살아 있는 가난한 집 머슴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영원한 명성을 위하여 죽음을 선택하던 <일리아스>의 전사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생각이다.(p339)... 손상된 명예 앞에서, 부당하게 주어진 운명 앞에서 화산처럼 폭발하던 <일리아스>의 영웅들은 이제, 이렇게 온건하고 인간적이고 스케일 작은 생활인들이 되었다._ 강대진,<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p340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지체 없이 이런 말로 대답했소.

 '죽음에 대해 내게 그럴싸하게 말하지 마시오, 영광스런

 오뒷세우스여! 나는 세상을 떠난 모든 사자들을

 통치하느니 차라리 지상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가난한 사람 밑에서 품이라도 팔고 싶소이다._호메로스, <오뒷세이아>, 11권 487 ~ 491


 "나는 율리시스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에, 앞으로 수 세기 동안 대학 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며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1882 ~ 1941)가 <율리시스 Ulysses>를 통해 불멸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일리아스> 시대로의 회귀라 여겨지지만... 읽다가 낙오할 것 같은 <율리시스>에 대한 리뷰는 정리가 되면 올리겠지만, 현재까지는 답이 없어 보인다... 


 다시 <일리아스>의 시대로 돌아가자. 아킬레우스는 불멸의 명성을 선택하고 헥토르를 죽인다. 이어 헥토르의 시체를 전차에 묶어 끌고 다니며 모욕하고, 파트로클로스의 장례도 치뤘기에 그는 신의 도움으로 모든 것을 이룬 듯하다. 그렇지만, 신의 입장에서 본다면 진정한 완성은 아킬레우스의 불멸의 완성과 함께 찾아오는 죽음까지 실현되어야 한다.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의 죽음은 노래되지 않고 끝나는데, 이는  시인이 불멸의 명성을 추구했던 젊은 영웅을 애도했기 때문일까. 결국, 신의 아들인 그도 운명을 알았지만, 자신이 운명의 저울에 올라갈 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해가 중천에 이르자 제우스가 양군의 운명을 저울에 달고, 희랍군의 운명이 땅에 처진다. 우리로서는 무거운 쪽이 이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땅은 죽음의 방향이기 때문에 땅으로 처지면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_ 강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읽기>, p232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시인은 아킬레우스를 한 단계 성장시킨다. 바로 <일리아스> 24권에서 아킬레우스는 아들을 잃은 프리아모스 왕을 동정하는 모습을 통해서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킬레우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파트로클로스와 바꿀 수 없었기에, 헥토르를 잃은 프리아모스의 슬픔에 공감했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마침내 고귀한 아킬레우스는 실컷 울어

 울고 싶은 욕망이 그의 마음과 사지에서 떠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노인의 흰 머리와 흰 수염을 불쌍히 여겨

 그를 향해 이렇게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아아, 불쌍하신 분! 그대는 마음속으로 많은 불행을 참았소이다...(513 ~ 518)...

 아무리 괴롭더라도

 우리의 슬픔은 마음속에 누워 있도록 내버려둡시다.

 싸늘한 통곡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신들은 비참한 인간들의 운명을 정해놓으셨소.

 괴로워하며 살아가도록 말이오. 하나 그분들 자신은 슬픔을 모르지요._ 호메로스, <일리아스>, 24권 522 ~ 526


 모처럼 <일리아스>를 읽으며, '분노'라는 감정에서 일어나, '이성'에 의한 명예추구, 이후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한 신과 같은 젊은 전사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역시 평소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다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느낀다는 점에서 '죽음'이라는 주제가 결코 쉽지 않은 주제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여기에 더해 그가 '죽음'과 바꾸려 했던 '불멸의 명성'이라는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과거 최고의 가치가 '불멸의 명성'이라면,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최고의 가치는 '돈 money'가 될까. 모든 사람에게는 아니겠지만, 많은 이들에게 불멸의 가치로 보이는 '돈'. 우리는 과연 그 진정한 가치를 얼마나 생각하고 추구하고 있을까. 우리는 별 생각없이 이를 열망하다가 아킬레우스처럼 후회하는 것은 아닐런지.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 ~ 1918)은 <돈의 철학 Philosophie des Geldes>에서 돈의 운동성에서 그 가치를 찾는데, 이는 부동산(不動産)의 자산가치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한국경제 현실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자. 이미 페이퍼가 충분히 길어졌다...

 

세계의 절대적인 운동 성격을 돈보다 더 명백하게 보여주는 상징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돈의 의미는 곧바로 줘버린다는 사실에 있다. 고정되는 순간 돈은 돈으로서의 특별한 가치아 의미를 잃어버린다. 돈이 상황에 따라 정지된 상태에서 끼치는 영향력은 그것이 곧 다시 운동하리라는 기대에 근거한다. 돈은 운동하지 않는 모든 것을 완전히 제거해 버리는 운동의 담지자 바로 그 자체다.(p909)... 돈은 그 내용상 가장 영속적인 것으로서, 세계의 다른 모든 내용들 사이에서 무차별점 및 균형적으로 존재한다. 돈의 이념적 의미는 법칙의 이념적 의미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물들에 척도를 제공하지만 스스로는 이 사물들에 의해서만 완전히 실현될 수 있다._게오르그 짐멜, <돈의 철학>, p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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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0-08-27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BBC제작 <트로이>를 보니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가 모두 흑인이고 동성애 관계라 새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율리시스는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하네요. 전 엄두가 안나서^^

겨울호랑이 2020-08-27 12:00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BBC의 <트로이>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영화계에 불고 있는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 때문에 그렇게 설정한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를 생각한다면 기계적인 설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현대적 해석이라는 면에서는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율리시스는 쉽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ㅜㅜ 여러 차례 읽으면서 작가가 숨겨놓은 의미를 최대한 발견하는 것. 이 정도에 의의를 가지려 합니다... 완전히 독해하려고 접근한다면 스트레스만 받고 중도에 포기할 것 같아서요...

AgalmA 2020-08-27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 분야 다 좋아라 하지만 오페라는 즐기지 않는데요^^; 과장된 몸짓과 노래들에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고 몸이 쭈삣거려서;;
그리스 신화 고전들도 그놈의 코러스 서사시 방식 때문에 읽기 고역입니다ㅜㅜ; 글이 시끄러워ㅜㅋㅜ);;;
러셀도 서양철학사에서 그 시대의 발화에 맞춰 서술하고 있다며 당부하는 카톨릭 철학 부분 정말 지루했어요ㅎㅎ;
겨울호랑이 님은 이런 고전을 묵묵히 읽어내시니 참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08-27 14:24   좋아요 2 | URL
저도 사실은 그리스 비극을 무슨 재미로 읽나 싶습니다.ㅋ 제가 생각했을 때 독서취향이 좀 다를 뿐 대단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 제가 자신을 잘 아니 사실일 겁니다. 다른 분들보다 딱딱한 책을 더 많이 읽기는 하지만, AgalmA님처럼 시, 전시회, 공연 등을 즐기지 못하는 것을 보면 ‘다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조금은 다른 것이 있어야 쟁쟁한 이웃들 사이에서 살아남지 않겠어요?ㅋㅋ 그래서, ‘존경‘은 조금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갱지 2020-08-29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초에 아가멤논이 너무 뻔뻔하고 열받게 굴어서, 결말이 뻔한 걸 읽으면서 승질냈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쿠쿠

겨울호랑이 2020-08-29 09:32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일리아스>에서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그냥 중도에 끝나서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리아스> 2부가 있는 줄 알았어요.. ㅜㅜ
 

  유튜브에서 음악을 재생하고 책을 읽는 일이 이제는 습관이 되버린 요즘이다. 오늘도 유튜브 화면을 열자 여느 때처럼 추천 동영상이 여럿 뜬다. 무슨 근거로 내게 이런 자료들을 추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쳐다 본 동영상 하나에 눈을 좀처럼 떼지 못하게 된다. 'UP - Ppuyo ppuyo, 유피 - 뿌요뿌요, MBC Top Music 19970614'. 20년도 더 지난 이 동영상에 마음이 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미처 의식할 사이도 없이 내 손은 동영상을 재생시켰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마들렌 과자를 맛보고 느꼈던 감정을 나 또한 맛보게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그 맛은 내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면, 아주머니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차에 적셔서 주던 마들렌 과자 조각의 맛이었다.(p89)... 아주 오랜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존재의 죽음과 사물의 파괴 후에도, 연약하지만 보다 생생하고, 비물질적이지만 보다 집요하고 보다 충실한 냄새와 맛은, 오랫동안 영혼처럼 살아남아 다른 모든 것의 폐허 위에서 회상하고 기다리고 희망하며, 거의 만질 수 없는 미세한 물방울 위에서 추억의 거대한 건축물을 꿋꿋이 떠받치고 있다. 그것이 레오니 아주머니가 주던 보리수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의 맛이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아주머니의 방에 있던, 길 쪽으로 난 오래된 회색 집이 무대장치처럼 다가와서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 뒤편에 지은 정원 쪽 작은 별채로 이어졌다.(p9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中


 1997년 6월 14일 토요일.


 그날은 소속 대대로 배치된 첫 날이었다. 강원도 화천의 깊은 산중에 위치한 대대에도 내려 중대로 이동했을 때, 부대의 열악한 환경에 매우 실망했었다. 첩첩산중에 위치한 대대에서도 중대는 뒷편 구석에 떨어져 있었다. 당시 중대 건물이 신축공사 중이었기에, 중대원들은 부대 내 창고를 막사로 수리해서 임시로 내무반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고문을 떼내어 임시로 만든 출입문, 유리창 대신 비닐로 막은 유리창, 야외에 간이로 설치된 재래식 화장실 등등. 건물 밖에서 중대 행정반으로 들어섰을 때는 마침 개인 정비 시간이었고, 모두들 내무반과 개인 정비를 하느라 정신없었다. 건물이 창고 건물이었기에 통풍은 잘 되지 않아 6월 장마철에 그 안은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났다. 고참들로 보이는 병장 몇 명은 TV를 보고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음악이 바로 MBC <인기가요 50>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UP의 <뿌요뿌요>였다. 그리고, 이어 4시 25분 을 가르키는 벽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이 모든 시각, 청각, 촉각, 후각의 냄새가 유튜브의 노래에 맞춰 되살아나는 느낌 속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를 떠올리게 된다.


  유튜브에서 재생되는 오래전 노래와 영상은 나를 23년 전 신임 소위시절의 나로 데려갔고, 이로 인해 당시 내가 느꼈던 모든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감정을 느낀다. 오래 전 시간이라 모든 것을 재생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어느 한 때와 지금의 내가 UP의 노래를 통해 연결되는 이 느낌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도 느꼈을까. 잠시나마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행복을 맛보면서, 다른 책을 꺼내든다. 과연 화자가 먹은 마들렌 과자는 <뿌요뿌요> 같은 맛이었을까는 물음과 함께.


 나는 도대체 이 알 수 없는 상태가 무엇인지 아무런 논리적인 증거도 대지 못하지만, 다른 모든 것들이 그 앞에서 사라지는 그런 명백한 행복감과 현실감을 가져다주는 이 상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것을 다시 나타나게 하고 싶다. 생각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차의 첫 모금을 마신 순간으로 되돌아가 본다. 똑같은 상태가 보이지만 새로운 빛은 없다.(p8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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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6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8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8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20-05-16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뿌요뿌요˝를 들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5-16 20: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bookholic님. 모처럼 옛 생각을 해 본 날이었습니다^^:)

하니의 책다방 2020-05-27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마들렌과 뿌요뿌요라니요😍 아련하고도 귀여운 조합이네요💕 저 예전에 알라딘 굿즈로 받은 마들렌 모양이 수놓아져 있는 ˝프루스트 수면양말˝ 갖고 있는데🧦 마들렌 수면양말 신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으면 딱 좋겠네요ㅋㅋ

겨울호랑이 2020-05-27 14: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책식주의님. 잘 몰랐는데, ˝프루스트 수면양말˝이 있었군요. 굿즈로 나왔으니 예쁘게 나왔을 것 같네요. 멋진 조합이라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수면 양말을 신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 영영 잠들 것 같아 맨발로 읽어야겠어요. ^^;)
 

 여보세요? 예, 메가도도 출판삽니다. 알려진 우주 전체에서 전적으로 가장 훌륭한 책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본부죠.(p272)...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무한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주 속에서 인생을 이해해보고자 애쓰는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지침서다. 비록 이 책이 모든 문제에 대해 쓸모가 있고 정보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은 이런 든든한 주장은 한다. 즉, 이 책에 틀린 곳이 있을 때는, 적어도 '결정적으로' 틀렸다는 것이다. 중요한 오류가 있을 경우, 잘못된 쪽은 항상 현실이다(p273)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는 긴 제목만큼이나 두꺼운 책이며, 비(非)논리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진도나가기 어려운 책이다. SF소설이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볼 같은 전개에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느낌은 나만이 받는 것일까? <문학으로의 모험 Literary Wonderlands>에 담겨진 편잡자의 해설을 보면 작품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 것은 거의 모든 독자들에게 공통된 사항으로 여겨진다. 


 적응 능력이야말로 이 작품의 성공에서뿐만 아니라 그 내부의 논리에서도 핵심이 된다. 왜냐하면 시리즈가 늘어나면서 그 줄거리도 기발하고 부조리하고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늘어났기 때문인데, 그래도 그 핵심은 여전히 평범한 인간 아서 덴트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이야기다.(p232)... <히치하이커>의 매력은 희극성 이상의 어떤 것에 의존한다. 애덤스가 상상한 세계는 흥미진진하고, 각양각색이고, 다른 무엇보다도 팬의 참여와 관련해서는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우주에는 무능함과 신랄함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순순한 악이나 잔인성은 찾아보기 힘들다(p235) <문학으로의 모험> 中


  개인적으로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을 주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은 맥락없이 책 진도를 끌어나간다. 그래서 1,0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짧은 시간 내에 벽돌책을 정복하는 성취감은 산만한 이 책이 주는 작은 선물이다.


 모험이 이어지면서 덴트와 포드는 지구가 실제로는 평범한 행성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한 우주적인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무려 수백만 년 동안이나 가동하던 거대한 컴퓨터였음을 알게된다. 이 수수께끼는 '삶의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의미의 의미'였다.(p234) <문학으로의 모험> 中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책에서 제기한 '삶의 의미의 의미'를 풀기 위한 '책 안의 책'이다. 작품 안에서 <안내서>는 거대한 수수께끼로 다가가는 과정을 해설한 백과사전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안내서 안에 담긴 내용은 딱딱하지 않고 우리의 상상 너머의 내용을 보여주기에, 우리는 책의 정신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지 않고 나갈 수 있다. 이처럼 작은 미소를 작품 전반에 걸쳐 지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안내서>가 주는 큰 매력이다. (황당한 웃음도 포함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폐 한가득 숨을 들이마시면 완전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삼십 초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계속해서 말하길, 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우주 공간에서 그 삼십 초 안에 다른 우주선에 의해 구조될 수 있는 확률은 이십칠만 육천칠백구의 제곱분의 일이라고 한다. 어떤 엄청나게 경이로운 우연의 일치에 따르면, 그 숫자(276,709)는 또한 영국 이즐링턴에 있는 한 아파트의 전화번호이기도 했다.(p95)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사진] Stars and galaxy space sky night background, Africa, Kenya(사진 출처 : https://www.123rf.com/photo_43201820_stars-and-galaxy-space-sky-night-background-africa-kenya.html)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마치 우주선에 앉아 우주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예기치 못한 등장인물과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은 독자들을 정신없게 만들고 이런 뜻밖의 상황이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히치하이커>의 유머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추출한다고 해도, 애덤스의 세계에서 유머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는 없는데, 왜냐하면 그 각각의 유머는 그것이 발생하는 광대하고도 기발한 문맥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머를 문맥에 녹여 넣는 용해제는 바로 매력인데, 이것이야말로 문학에서는 진정으로 귀한 특성이며, 과학소설에서는 더더욱 귀한 특성이다.(p235) <문학으로의 모험> 中


 그렇지만, 저자 더글러스 애덤스 (Douglas Adams, 1952 ~ 2001)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웃음은 단순한 농담 따먹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은하계의 변방 '태양계'의 작은 행성에서 일어나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은 미소 한 편에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저 멀리 시대에 뒤처진 은하계 서쪽 소용돌이의 긑,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그 변두리 지역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노란색 항성이 하나 있다. 이 항성에서 대략 구천팔백만 마일 떨어진곳에 시시하기 그지없는 작은 청록색 행성이 공전하고 있는데, 이 행성에 사는 원숭이 후손인 생명체들은 어찌나 원시적인지 아직도 전자 시계가 꽤나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이 행성에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행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수많은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 이 해결책들은 대부분 주로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냥 남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열했고, 그들 대다수는 비참하게 살았다.(p72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사람들을 통치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제는 누구에게 통치하는 일을 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아니면, 누가 사람들이 그 일을 스스로 저지르도록 조종하고 있냐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사람들을 통치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사실상 그 일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요약을 다시 한 번 요약하자면, 스스로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일을 수행하도록 허락해서는 안 된다. 요약에 한 이 요약을 다시 요약하자면, 문제는 사람들이다.(p432)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이러한 정치와 경제 비판 외에도, '주님'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우는 '우주의 통치자' 이야기와 '평행 우주(Parallel World)' 라는 난해한 물리학 용어를 간단하게 무시하고 넘어가는 안내서의 설명은 독자들에게 종교와 과학의 기존 권위를 부정하는 묘한 통쾌함을 안겨준다.


 우주의 통치자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 말을 시작했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나는 사람들하고 상관이 없어요. 내가 잔인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주님도 알아요." "아하! 당신 '주님'이라고 하셨죠! 당신 뭔가를 믿기는 하는군요!" 자니우프가 소리를 질렀다. "내 고양이지요. 난 이 녀석을 주님이라 부르죠. 난 이 녀석에게 정말 잘 해준답니다."... "전혀 몰라요. 고양이처럼 보이는 대상에게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했을 때 내 기분이 좋을 뿐이죠. 당신은 다르게 행동하나요?"(p44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평행 우주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신 중에서도 상급 신 레벨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다. 게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신들이 자기네들이 주로 주장했듯이 우주 탄생 일주일 전이 아니라 탄생 후 백만분의 삼 초는 족히 지나고 나서야 등장했다는 것이 이제는 완전히 기정 사실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안 그래도 해명해야 할 것들이 무진장 많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복잡한 물리학 문제를 설명할 여유는 없는 것이다.(p990)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개인적으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정신없게 빠져들게 만드는 몰입감있는 SF 작품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안에는 현실 풍자와 신비로운 여행은 마치 <걸리버 여행기>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13층 나무집>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는 매력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PS. 이 작품에 대한 등급을 준다면, 나와는 맞지 않기에 애인은 되기 어렵지만, 나름 매력있는 '좋은 사람' 등급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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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에서 갑자기 친구가 된 나폴레옹과 프랑스인들에 대해 총사령부와 보리스가 보인 태도의 변화는, 로스토프와 그가 떠나온 군대 내에서는 아직 이루어질 겨를이 없는 것이었다. 일반 군대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보나파르트와 프랑스인들에게 증오와 경멸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을 품고 있었다.(p223) <전쟁과 평화 2> 中


 1809년이 되자 세계의 두 통치자라 불리던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르의 친교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건강, 질병, 노동, 휴식이라는 본질적 관심, 그리고 사상, 학문, 시, 음악, 사랑, 우정, 증오, 욕망이라는 관심을 지닌 사람들의 실제 생활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의 정치적 접근과 반목, 그 밖의 온갖 개혁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p244) <전쟁과 평화 2> 中


 <전쟁과 평화 2 war and Peace 2>에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과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는 대립에서 화해하며 1812년 러시아 원정 이전 잠시나마 평화로운 시기를 그린다. 정치적인 이유로 이루어진 화해는 처음에는 낯설게 받아들여지지만, 그것이 익숙해지면서 다시 일상의 주제가 사람들의 마음을 덮게 된다. 


 <전쟁과 평화 2>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주인공 피예르가 프리메이슨(Freemason)에 가입하고, 프리메이슨의 사상에 빠져드는 대목이다. 인도주의/박애주의를 지향하는 친목단체라지만, 음모가들에게 어둠의 세력으로 지목받고 있는 프리메이슨. 이와 함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과 연관성으로 알려진 일루미나티(바이에른 광명회 Illuminatenorden Bayern)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를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일루미나티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프리메이슨에 대한 정보가 있어 이를 옮겨본다.


[사진] 프리메이슨(출처 : https://www.britannica.com/topic/order-of-Freemasons)

 

 프리메이슨 Freemason : 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시민주의적(世界市民主義的)/인도주의적 우애(友愛) 단체. '로지(작은 집)'라는 집회를 단위로 구성되어 있던 중세의 석공(石工 : 메이슨) 길드를 모체로 한다. 1717년 런던에서 몇 개의 로지가 대(大)로지를 형성한 것이 그 시초이다. 그 후, 18세기 중엽 전영국에서 유럽 각국과 미국까지 퍼졌는데, 그것은 이미 석공들만의 조직이 아니라, 지식인/중산층을 많이 포함하였으며, 계몽주의 사조에 호응하여 세계시민주의적인 의식과 함께 자유주의/개인주의/합리주의의 입장을 취하였고, 종교적으로는 관용을 중시하였다. 그 때문에 특히 가톨릭교회와 가톨릭을 옹호하는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게 되어 비밀결사적인 단체가 되었다. 프랑스 혁명이나 19세기 여러 정치적 사건과 연루되기도 했지만 역할이 과장되어 전하는 경향이 있다. 20세기에는 정치와 연관성이 거의 없어졌고, 국가 또는 지역 단위의 대로지밑에 몇 개의 로지를 두는 식의 조직으로 회원 상호간의 우호와 정신함양 및 타인에 대한 자선/박애사업을 촉진하는 세계동포주의적/인도주의적인 단체가 되었다. <두산세계대백과사전> 中


 일루미나티에 대해서는 인터넷상의 정보밖에 찾을 수 없었지만, 작품 속의 내용을 통해 기독교인들에게 탄압을 받던 프리메이슨 회원들 사이에도 일루미나티는 위험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루미나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살펴보도록 하고, 이번 페이퍼에서는 톨스토이 사상과 프리메이슨 사상에 대해 한정하여 비교해보자.


 이 연설에서 일루미나티의 위험한 사상을 발견한 대부분의 형제들은 피예르에게 놀랄 만큼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갖가지 당파가 형성되고, 일루미나티(각주 : Bavarian Illuminati, 바이에른 광명회라고도 부른다. 1776년 독일에서 결성된 급진적 비밀결사로, 절대왕정을 전복시키고 자유와 평등사상을 바탕으로 유토피아를 꿈꾸었다)에 빠져 있다고 비난하며 피예르를 공격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다.(p276) <전쟁과 평화 2> 中


 <전쟁과 평화 2>에서는 피예르 또는 늙은 프리메이슨 회원의 입을 통해 프리메이슨의 사상이 많은 부분에 걸쳐 소개되고 있는데, 톨스토이(Lev Nicolayevich Tolstoy, 1828 ~ 1910)의 사상을 담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2> 안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몇몇 대목이 있어 이를 옮겨본다.


1. 내면에 존재하는 신(神)


 "당신은 하느님을 모릅니다.. 선생, 그렇기 때문에 몹시 불행합니다. 당신은 하느님을 모르지만, 하느님은 여기, 내 안에, 나의 말 속에, 또 당신 안에, 아니 당신이 지금 한 그 불경한 말 속에 계십니다." 엄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프리메이슨이 말했다.(p119) <전쟁과 평화 2> 中


 성서의 전설에 의하면, 노동을 하지 않는 것 - 무위 - 은 타락하기 전 최초의 인류에게는 행복의 조건이었다고 한다. 무위를 좋아하는 마음은 타락한 인간 속에 그대로 남았지만, 신의 저주가 끊임없이 인간에게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스스로 빵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이유 때문에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는 편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내면의 목소리는 무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우리에게 속삭인다.(p377) <전쟁과 평화 2> 中


 우리가 나의 시작이라 인식하는 이 정신적인 '어떤 것'이야말로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인들이 신이라 이름했던 것이다. 나의 내부에서만 신을 인식할 수 있다. 내부에서 이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어디에서도 신을 발견할 수 없으리라. 자기 내부에서 신을 발견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p100) <인생이란 무엇인가 2> 中


 프리메이슨의 어느 회원은 신(神)이 자신의 내면과 말 안에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는데, 이러한 회원의 말과 자신의 내부에서 신을 발견해야 한다는 톨스토이의 말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2. 형제애(兄弟愛)


 "혼자서는 누구도 진리에 도달할 수 없으며, 만인이 협력해 하나하나 돌을 쌓아올리면서 인류의 아버지 아담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백만의 세대를 거쳐야 비로소 위대한 하느님이 사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신전이 지어지는 것입니다.(p118) <전쟁과 평화 2> 中

 

 피예르는 어렸을 때 고해하면서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공포와 경건함을 느꼈고, 생활의 조건에서 보면 아무 인연이 없지만, 인류의 형제애라는 점에서는 지극히 친숙한 사람과 대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예르는 숨막히는 격렬한 심장의 고동을 트끼면서, 리토르(프리메이슨에 가입하려는 자를 준비시키는 형제를 이렇게 불렀다)쪽으로 다가갔다.(p129) <전쟁과 평화 2> 中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세상 사람들에게 모든 사람의 가슴에 동일한 영적 본원이 깃들어 있다는 것, 그들이 모두 형제자매임을 가르치고, 그로써 그들을 하나로 결합하고 즐거운 공동체로 이끈다.(p123) <인생이란 무엇인가 2> 中


 <전쟁과 평화 2>에서는 프리메이슨의 형제애가 소개된다. 인류가 모두 형제이며, 진리에 이르기 위해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는 프리메이슨 회원과 피예르의 말과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형제자매임을 강조하는 톨스토이 말에서 초기 기독교 공통체의 분위기를 발견하게 된다.


3. 세상의 악(惡)


 당신도 잘 아시는 인류의 적은 인류의 적은 프로이센군을 공격하는 중입니다. 프로이센군은 삼 년 동안 겨우 세 번밖에 우리를 속이지 않았던 성실한 동맹군이죠 우리는 그들을 감싸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인류의 적은 우리의 풀륭한 제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무례하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프로이센군에 덤벼들어, 모처럼 시작된 열병식을 끝낼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분쇄하고 포츠담 궁전을 점거해버렸습니다.(p159) <전쟁과 평화 2> 中


 <전쟁과 평화 2>에서는 나폴레옹은 세게를 위협하는 악(evil)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작품 속에서 나폴레옹에 대한 묘사가 러시아 외교관에 이루어진 것임을 생각해본다면, 러시아 독자가 아닌 이들은 이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독자들에게도 '나폴레옹=인류의 적(敵)'이라는 공식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2> 에서 폭력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이 보완해 줄 것이다.


 불행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폭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잘못된 공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폭력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한 착각은 그들의 누군가를 기만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아니다.(p232)... 폭력으로 사람들을 선량한 삶으로 이끌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폭력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사악한 삶의 본보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p233) <인생이란 무엇인가 2> 中


 4. 톨스토이의 정치철학


 이처럼 <전쟁과 평화 2>에서 묘사된 프리메이스 사상과 <인생이란 무엇인가 2>의 톨스토이 사상 속에서 우리는 내면에 존재하는 신, 형제애, 세상의 악에 대한 공통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를 근거로 톨스토이가 프리메이슨이다' 라고 말하기에는 무리함이 있지만, 적어도 프리메이슨 회원의 입에서 나온 사상이 톨스토이 사상과 관련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리메이슨 회원 피예르의 입을 통해 톨스토이 사상의 지향점이 '형제애에 기반한 보편적인 정부 수립'을 향하고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지 않을까.


 피예르는 프리메이슨의 세 가지 사명 중 도덕적 삶의 모범이 되라는 사명을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일곱 가지 미덕 중 온후와 죽음에 대한 사랑, 이 두 가지가 자기 안에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대신 그는 다른 사명, 즉 자신이 인류의 교화를 실행하고 있으며, 또다른 미덕인 인류에 대한 사랑과 특히 관용을 가지고 있다고 자위했다.(p169) <전쟁과 평화 2> 中


 한마디로, 온 세계를 지배하는 보편적인 정치 형태를 수립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은 시민적 연대를 파괴하는 일 없이 온 세계에 보급되어야 하고, 그때 모든 정치는 종전대로 계속 운영되고 우리 기사단의 위대한 목적, 즉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방해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목적이야말로 기독교의 가르침입니다.(p275) <전쟁과 평화 2> 中


 물론, 톨스토이에게 <전쟁과 평화>가 인생 최후의 작품도 아니고, 이후에도 <안나 카레니나>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썼기에 이러한 결론은 완성된 결론이 아니고, 하나의 가정에 불과할 것이겠지만,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들 안에서 이후 작가의 사상이 어떻게 움직여갔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작품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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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3-15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프리메이슨에 가입해서 활동한 증거는 없다고 알려졌지만, 그래도 톨스토이가 프리메이슨을 묘사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라고 생각해요. ^^

겨울호랑이 2020-03-15 19: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은 알고 있었지만, 고전 속에서 이들 조직의 이름을 접하니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전쟁과 평화>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당대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고전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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