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자본주의는 구체적이며, 시간적/공간적으로 한정된 그리고 통합되어 있는 생산활동들의 장(場)인바, 그 안에서는 끝없는 자본축적이 기본적인 경제활동을 지배 또는 통제해온 경제적 목적 혹은 '법칙'이었다. 그것은 이런 규칙에 따라 움직여온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아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그밖의 사람들도 그런 행동방식을 따라야지 그러지 않았다가는 여기에서 오는 불리한 결과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을 조성해온 그런 사회체제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 p19


 이매뉴얼 월러스틴 (Immanuel Wallerstein, 1930~2019)의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Historical Capitalism, with Capitalist Civilization>은 그의 세계체제론 전반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세계체제론에 주목해야 하는가.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가 시장(market)에서 이루어지는 상품(product)과 노동(lobour) 그리고 잉여가치(surplus value)의 발생과 귀속 관계 안에서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했다면, 월러스틴은 이러한 분석방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윤의 문제 대부분이 '제품-완제품' 사이의 교환 단계에서 발생되고, 교환 시 발생하는 구조적인 불균형 문제가 월러스틴이 바라보는 세계체제의 핵심이다. 중심부와 주변부 문제가 그것이다.


 역사적 자본주의 아래서 시장터에서 이루어진 거래가 전체 거래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늘 낮았다. 대부분의 거래는 긴 상품연쇄 곳곳에 자리잡은 두 중간생산자들 사이의 교환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구매자는 자신의 생산과정을 위해서 어떤 '투입물'(input)을 구입했으며, 판매자는 '반제품'(semi-finished product)을 판매했는데, 이때 반제품이란 그것을 개인적으로 직접 소비하는 최종 사용자의 견지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중간시장들'에서 벌어지는 가격에 관한 투쟁은, 상품 연쇄의 전과정에 걸쳐 앞서의 모든 노동과정에서 실현된 이윤의 일부를 판매자측으로부터 짜내려는 구매자측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었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 p31


 핵심-주변의 관계다. 이를 부연하자면, 손해를 보는 지역을 '주변부'라 부를 수 있으며, 이익을 보는 지역을 '핵심부'라 부를 수 있다. 이런 명칭은 사실 경제적 흐름의 지리적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p34)... 핵심부의 생산자들은 기존 생산품의 생산경쟁에서 한층 더 유리해지고 더 나아가 더욱 새로운 희귀 생산품들을 계속 개발해냄으로써 같은 과정을 새로이 시작할 수가 있었다. 핵심부지역으로 자본이 집중됨으로써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기구들이 창출될 재정적 기반과 정치적 동기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국가기구들의 여러 능력들 가운데에는 주변부지역의 국가기구들을 상대적으로 더욱 약하게 만들거나 약한 채로 그냥 있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러한 능력을 통해서 핵심부 국가들은 주변부 국가구조들에 압력을 가해서, 이들 주변부지역이 상품연쇄 계서제의 밑바닥 일에 한층 더 전문화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것을 촉진하도록 할 수 있었는데, 이런 과정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고 또 이러한 저임금 노동력의 생존을 가능케 해줄 만한 가계구조들을 창출(강화)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역사적 자본주의는 세계체제 내의 여러 지역에 따라 그처럼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게 된 이른바 역사적 임금수준들을 실제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과정이 은폐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 p35


 핵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분업체계는 불평등하지만, 안정적인 체계다. '민족국가'라는 근대이데올로기의 산물로 국가권력은 정치적으로 체제를 안정화시키고, 경제적으로 '국가간 체제'는 이들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구조로 작동된다. 


 역사적 체제로서 자본주의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부등가교환을 은폐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같은 주요 메커니즘을 은폐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것은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구조 자체에, 즉 (모든 통합된 생산과정들이 끊임없는 자본의 축적을 위해 작동하는 세계적 규모의 사회적 분업체계인) 경제의 장(場)과 (표면적으로는 각자의 관할영역 안에서 제각기 정치적 결정들에 대한 자율적 책임을 지고 있으며 자체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제각기 군사력을 행사하는 개별적 주권국가들로 이루어진) 정치의 장이 외견상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체제 내부의 그같은 분리구조 속에 있었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 p34


 상품연쇄는 지리적으로 아무 방향으로나 제멋대로 뻗어 나간 것은 아니었다. 모든 상품연쇄들은 지도 위에 그려 넣는다면, 그것들이 구심적인(centripeta)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의 출발지점은 여러 군데지만 그 목적지점은 한두 지역으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다시 말해서 그것들은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주변부(periphery)에서 중심부(centre) 또는 핵심부(core)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왔다.(p32)... 여러 생산과정의 구조 안에서 나타난 공간적 계서제(階序制, 계급서열제)화는 세계경제의 핵심지대와 주변 지대 사이의 양극화를 점점 더 심화시켜왔는데, 이러한 현상은 분배의 기준이라는 측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현상이 자본축적의 장소 안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 p33


  역사적 자본주의의 구조에서 중심부와 핵심부는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안정적 체제이며, 체제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 때문에, 역사 속에서 이러한 혁명(革命 revolution)을 제어하려는 움직임은 국가외부에서도 작동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반체제 운동의 힘은 전세계적인 연대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는 1848혁명과 1968혁명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자본주의의 구조는 이러한 기존 여건들을 일부 변화시켰다. 국가들이 국가간 체제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은, 반란이나 봉기가 실제로 일어난 정치적 관할 영역의 경계 밖으로 그 영향이 종종 아주 급속하게 파급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른바 '외부' 세력들로서는 직접 공격받고 있는 국가기구를 돕겠다고 나올만한 강한 동기를 갖게 되었다. 이 때문에 반란은 더욱 어렵게 되었던 것이다. (p70)... 이같은 지나친 긴장관계로 말미암아 역사적 자본주의 안에서 발전된 반란의 방식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같은 혁신이란 바로 항구적인 조직체를 갖추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역사상 두 종류의 커다란 저항운동, 즉 노동-사회주의운동과 민족주의운동에서 지속적이며 관료화된 구조가 형성됨을 보게 된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 p71


 이러한 세계적인 체제의 움직임과 그 밑의 구조에서 움직이는 작은 체제의 움직임 중 하나가 마르크스가 말한 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 갈등이 있을 것이며, 백낙청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관련하여 '분단체제'를 '세계체제-국가체제' 사이에 위치시켰다는 점에서 '분단체제'는 '세계체제론'의 재해석으로 읽힌다. 이처럼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은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론의 전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대작 <근대세계체제>를 읽기 전 필독서라 생각된다. 이제, 전반을 훑어보았으니, <근대세계체제 1>부터 정리해보자...


 생산자의 목적이 자본축적이라고 하는 말은, 생산자가 특정 재화를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해서 가장 큰 폭의 이윤이 돌아오도록 그것을 판매할 것이라고 하는 말과 같다. 그러나 생산자는 이른바 '시장 내에' 존재하는 일련의 경제적 제약들 속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그의 총생산량은 원료의 투입량, 노동력, 고객 그리고 그의 투자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력 등과 같은 것들을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가 그 정도에 따라 한정될 수밖에 없다. 생산해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양과 그가 요구할 수 있는 이윤 폭은 동일한 품목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내다팔 수 있는 경쟁자의 능력에 따라서도 한정된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 p21


 생산적(임금) 노동은 일차적으로 한 성인 남자, 즉 아버지의 몫이 되고, 이차적으로 가계 내의  다른 (좀더 젊은) 성인 남성들의 몫이 되었다. 비생산적 (생계) 노동은 일차적으로 한 성인 여성, 즉 어머니의 몫이 되고, 이차적으로 다른 여성들 및 어린이와 노인들의 몫이 되었다. 생산적 노동은 가계 밖의 '작업장'에서 행해졌고, 비생산적 노동은 가계 안에서 행해졌다.(p26)... 다른 체제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각기 특유한 (그러나 정상적으로는 평등한) 과업을 수행한 데 비해, 역사적 자본주의하에서는 성인 남성 임금소득자가 '빵을 벌어들이는 자'로 분류되었으며, 성인 여성 가사노동자는 '가정주부'로 분류되었다. 이래서 전국적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했을 때 빵을 벌어들이는 자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활동적인 노동력의 구성원으로 간주되었으나 가정주부는 그렇게 간주되지 않았다. 바로 이렇게 해서 성차별주의가 제도화되었던 것이다. _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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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는 이전 해(기원전 217년)에 집정관과 그의 병력을 트라시메네 호수에서 잃었고, 이젠 그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그 강도는 훨씬 더 큰 참사를 당했다. 두 집정관의 군대가 전멸했고, 두 집정관도 전사했다. 로마는 전장에 내보낼 병력이 없었다. 지휘관은 물론 병사 한 사람도 없었다. 아풀리아와 삼니움은 한니발의 손에 떨어졌다. 이제 거의 모든 이탈리아가 그의 소유가 될 것이었다. 그런 엄청난 참사를 연달아 겪으며 압도당한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었다. 그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_ 티투스 리비우스, <리비우스 로마사 3> , p311/1584


 칸나이의 대패가 이전 패배들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건 이후 로마의 동맹이 보인 행동에서 드러났다. 운명의 날 전만 해도 그들의 충성은 확고했다. 하지만 이젠 그 충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들은 로마의 권력이 앞으로 존속할 것이라는 희망을 잃었다. _ 티투스 리비우스, <리비우스 로마사 3> , p335/1584


 그런 상황에서 등장했던 젊은 청년이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Publius Cornelius Scipio Africanus, BC235~BC183)였다. 절망과 비탄에 빠진 고국에서 젊은 청년 스키피오는 체제를 정비하는데 앞장서고, 히스파니아(Hospania, 현재 에스파니아)에서 전사한 아버지를 대신해 한니발의 동생 하스드루발(Hasdrubal Barca, ? ~ BC207)을 견제하고, 훗날 자마 전투(Battle of Zama, BC202)에서 한니발을 패퇴시키며 제2차 포에니 전쟁을 마무리한다.


 만장일치로 지휘권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와 무척 젊은 청년인 스키피오에게 돌아갔다. 네 명의 천인대장은 친구 몇 사람과 함께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 논의했는데, 이때 전직 집정관의 아들 필루스가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전했다. 그는 많은 귀족이 루키우스 카이킬리우스 메툴루스를 따라 바다로 눈을 돌려 이탈리아를 버리고 타국 군주에게 도망칠 계획이라는 말을 전하면서, 모든 걸 잃었기에 희망을 간직하는 일은 아무 쓸모도 없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장차 고통과 절망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_ 티투스 리비우스, <리비우스 로마사 3> , p307/1584


 그때까지 시민들은 막중한 지휘권을 충분히 맡을 능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입후보하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되자 전사한 두 장군의 공백이 새롭게 다가왔고, 그들이 겪었던 패배의 고통이 되살아났다(p797)... 그런 분위기가 팽배할 즈음에 갑자기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즉 스페인에서 전사한 푸르리우스 스키피오의 아들이자 24세 가량의 젊은이가 자신이 사령관에 입후보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고, 평민은 함성을 지르며 만장일치로 입후보를 허락하며 행운이 함께할 것이며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성원했다... 하지만 일이 끝나서 갑작스러운 충동이 사라지고 머리를 식힐 여유가 생기자 어색함 침묵이 흘렀고, 사람들은 건전한 상식보다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려 일을 저지른 게 아닌지 자문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스키피오의 나이가 시민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_ 티투스 리비우스, <리비우스 로마사 3> , p798/1584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2030의 표심이 모처럼 정치권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표심에 따라 대선의 결과가 크게 요동친 것을 보면서 젊은 세대들을 배제한 정치는 이제 자리잡기 힘들다는 인식이 점차 퍼져나가는 듯하여 반갑다. 일찌감치 젊은 당대표를 선출하여 선거에 임한 국민의 힘과 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에 '불꽃' 박지현을 비롯한 청년들의 참여가 대거 이뤄졌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정치 역량 등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의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 관점에서 대선패배가 선거 후폭풍으로 당권을 장악하려는 내부싸움 대신 새로운 인재 영입과 청년정치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된다면, 보다 더 의미있는 사건이 되지 않을까. 한가지 우려되는 지점은 대선으로부터 불과 2개월 남짓 후에 치뤄질 선거의 패배를 이들에게 지우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 비대위의 청년 정치인들이 스키피오처럼 극적인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지금 당장 눈앞의 현실은 분명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번 지방선거에서 숨지 않고 전면에 나선 젊은 청년들에게 다음 선거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되고, 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정치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기원하고 그들을 마음 깊이 응원한다...


 스키피오의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무모했던 것이, 당시 스키피오도 잘 알고 있던 바, 하스드루발 바르카스는 정부로부터 갈리아로 진군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스키피오의 귀환이 지체된다면 이베르강에 남았던 군대로는 카르타고 공세를 제대로 막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젊은 사령관이 기습 공격을 위해 긴급한 임무를 방기한 채 뛰어들었던 위험한 장난은, 스키피오와 넵투누스 신이 합작하여 거둔 전설적 성공 덕분에 가려졌다. 기적에 가까운 페니키아인의 주요 도시 함락은 비범한 청년에게 걸었던 기대 전체를 정당화했거니와 다른 말은 있을 수 없었다. _테오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3>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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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2-03-14 16: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침에 했던 걱정을 정말 깊이 풀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거의 승패여부를 떠나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유능한 청년들이 기성정치속에서 선거용이 아니라 진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자리 잡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ㅎ

겨울호랑이 2022-03-14 16:36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께서 같은 생각을 해주시니 더없이 반갑습니다. 어쩌면 이번 선거에서 0.8% 차이로 이겼다고 하더라도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그들만의 논공행상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이 더 큰 비극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아쉬운 선거결과지만, 결과가 가져온 영향이 긍정적일 때 훗날 정치사에서 의미있는 사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시무스님 행복한 저녁 되세요! ^^:)

레삭매냐 2022-03-14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 선거를 통해 386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시절이 지나갔음을
받아 들이고, 말 그대로 쿨하게
용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청년들에게 문호
를 개방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를
외친 그들이 신예 정치인들을 양
성하지 않은 후과에 대해서도 반
성하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4 16:42   좋아요 3 | URL
그렇지요... 386의 결집이 노무현을 만들었고, 그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이제는 586이 된 세대들의 공과라 생각됩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과제를 넘겨주고 역사의 주역이 아닌 조연의 자리로 내려가야 할 시기임을 이번 선거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정치인 뿐 아니라 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 여겨집니다...
 

 무릇 밭 갈고 파종하는 법은 아주 일찍 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니, 아주 일찍 한다면 바람과 가뭄을 견딜 수 있다. 대저 곡식의 종자는 땅 기운의 선후의 영향을 받으므로, 실로 일찍 심었는지 늦게 심었는지에 따라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한다.  _ 서유구, <임원경제지> <본리지1>, p363 


 이번 선거에서 최대 유행어는 아마도 '밭을 갈다'라는 용어가 아닐까 싶다. 대화를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투표독려를 넘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적극적인 정치행위를 말하는 '밭갈기'. 선거 기간에 임박해서 행한 '밭갈기'도 중요하지만, 사실 농사의 시작은 흙을 보고 경작지를 선정하고, 좋은 씨앗을 고르고, 농사의 시작을 선정하는 것에서 이미 대부분이 결정되지 않을까.  5년이라는 시간은 겨자씨가 자라고 숲을 이루는데 충분한 시간이고, 숲을 이룰 수 있다면 '반성 없는 승리'보다 의미있게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감정을 추스리고 허탈감을 당장 씻기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일어나보면 분명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만약, 할 일을 발견한다면 시작은 빠른 편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문제 없었고, 이번 대선은 우리가 가야할 길의 과정에 불과하니까...




 제때에 심은 작물은 흥성하고 제때를 놓친 농작물은 쇠한다... 제때에 심은 작물은 냄새가 향기롭고 맛이 달며 기운은 현저하게 드러난다. 백일을 먹으면 눈과 귀가 밝아지고 생각이 지혜로와지며, 사지가 튼튼해져서 해로운(凶) 기운이 침입하지 못하고 몸에는 병이 없게 된다.(p362)... 백곡은 파종하고 모종 내는 데에 각각 알맞은 때가 있다. 만약 제때를 한 번이라도 어기면 그 해 농사를 만회할 수 없다. 또 망종(芒種)이라 이르는 것은, 사람의 힘이 넉넉하지 못하여 비록 모두 일찍 심지 못하였더라도, 이때에라도 심는다면 오히려 가을의 결실을 바랄 수 있다는 것이다. _ 서유구, <임원경제지> <본리지1>,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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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22-03-11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들 농사꾼의 기분을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겨호님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매우 잘 할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신 것 처럼 윤석열 당선인 또한 믿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2 11:04   좋아요 2 | URL
저도 윤석열 당선인이 잘 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가 생각하는 정책의 방향성과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차이가 있기에 걱정하는 부분 또한 있습니다.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면, ‘잘함‘이 다르게 보여지겠지요... 그는 당선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펼칠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방향이 공익과 국익에 초점에 맞춰 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만, 솔직하게 지금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저는 이런 제 생각(또는 편견)을 윤 당선인이 깨주길 바랍니다. 논리야놀자님에 대한 제 생각과 믿음이 시간을 통해 쌓여왔고 또한 쌓이는 것처럼, 당선인에 대한 제 믿음은 임기동안 보여줄 그의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족함을 채우되, 잘한 부분은 계승발전하는 새로운 정부가 되길 기원합니다. 몰론, 그 기준은 사적인 기준이 아닌 공익의 기준에서 판단되어야 겠지요... ^^:)

꼬마요정 2022-03-12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밭갈기라는 용어가 신천지에서 왔다 하더라구요. 신천지에서는 사람의 심령을 밭으로 비유해서 포교하려고 사전작업 하는 걸 밭갈기라고 한다는데(제가 왜 이런 걸 아는건지ㅠㅠ) 그래서인지 안 쓰게 되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너무 좋은 말이라 그냥 써야겠어요. 일베가 ‘-노’를 쓸 때마다 사투리 쓰기 진짜 민망했거든요. 너무 싫었어요. 여기 사람들 말투가 그냥 ~노 로 끝나게 하니까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2 14:1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도 모르는 사이 신천지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군요. 저는 ‘밭갈기‘가 밭을 갈 때 밭이랑이 ‘일(一)‘자로 나기에 1번을 지지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너무 열심히 갈면 11번 조원진 지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더랬습니다.ㅋ) 꼬마요정님 덕분에 배워 갑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긴 밤이 지나고 오늘도 해가 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많지만, 지난 대선기간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이 사건(event)의 진정한 의미는 시간이 흐른 후에 알겠지만 그 때까지 같은 여울목에 서 있다는 깨달음은 아니길 바라본다...

ps. 《자치통감》을 쓸 때의 사마광 심정을 절절하게 이해하게 된 것은 지금 당장의 작은 소득이다. 책을 더 깊게 읽을 수 있겠구나...






역사상 민주주의적 조류는 연속적인 물결을 닮았다. 그들은 항상 같은 여울목에서 부서진다. 그것은 항상  새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계속되는 모습은 격려가 되기도 동시에 좌절을 주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어느 발달  단계에 이르면 민주주의는 점차 변질되어 귀족정의 정신을 받아들이게 되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는  귀족정의  형태도 또한 받아들인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출발 당시에 격렬하게 싸웠던 대상이다. 이제 새로운 비판자가 배반자를 공격하기 위해 일어선다. 영광스러운  투쟁의 시대와 불명예스런 힘의 시대가 지난 후 그들은 구시대 계급과 결합한다. 그 후, 이번에는 그들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호소하는 새로운  반대자들의  공격에 직면한다. 이 잔혹한 게임은 끝없이 계속될 것 같다.
- 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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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3-10 08: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밤사이 뜬눈으로 보낸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도 결과가 아쉽지만 어쨌든 앞으로의 5년을 어찌 끌고 갈지 잘 지켜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겨울호랑이 2022-03-10 10:18   좋아요 4 | URL
그렇습니다. 솔직히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앞으로 해야할 과제가 바뀌었네요... 차차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마음은 상심되지만, 새로 집권하는 대통령이 위로의 마음을 담아 재산세를 감면해주겠지요... 큰 불행에는 작은 행복이 따를 듯 합니다.

필리아 2022-03-10 0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통선거가 지닌 민주정에 대한 회의를 일으키게되는 과정이었죠. 귀족정의 정신, 미국 헌법 제헌 과정에서 일반 시민의 선거권에 대한 불신의 정체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편으론 드러난 표상이란 실재와 같지 않으리라는, 그리고 맹목적 의지의 세계에 대해서 관조하게 되기도 합니다. 추신으로 달아주신 문장에 공감하며....

겨울호랑이 2022-03-10 08:59   좋아요 3 | URL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길고 힘든 과정이기에 많은 이들이 실망감으로 좌에서 우로 자리바꿈을 한 것 또한 확인하게 됩니다. 사실, 개인의 의지와 마음대로 되는 게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훌훌 털어버리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5년만 살 것도 아닌걸요. 필리아님 감사합니다^^:)

별족 2022-03-10 0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그래도 잘 이끌어주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요.

겨울호랑이 2022-03-10 09:03   좋아요 2 | URL
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잘못 하면 고생하는 것은 국민들이니까요.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겠지요...

Cinema Paradiso 2022-03-10 1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 선거는 마음을 많이 비우고 있었지만. 검찰 공화국이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겨울 호랑이님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0 10:15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시네마님. 우리 모두의 불행이라 여겨지지만, 달리 생각하면 벌써 ‘정권교체‘ 공약 100%를 이행하고 출범하는 정부이니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를 5년의 시간 동안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꿈과 같은 오늘 일이 생각만큼의 큰 불행은 아닐지도, 또는 이후 더 킁 행복의 약속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시네마님 좋은 하루 되세요! ^^:)

초란공 2022-03-10 1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선택이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겠지요. 제게는 타인과 세상에 대해서 좀더 배우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재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0 10:17   좋아요 3 | URL
초란공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누군가의 탓을 하기보다 제 자신이 오늘의 결과를 낳게 한 원인임을 저 또한 인정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겠습니다. 아픔없이 배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만.... 감사합니다.^^:)

mini74 2022-03-10 1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밤새 뒤척이다 여기서 호랑이님 글과 댓글들 보먀 위로빋고 갑니다. 아자아자

겨울호랑이 2022-03-10 10:33   좋아요 3 | URL
그럼요, 앞으로 5년 동안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주 건강하게 악착같이 먹을거야, 아주 ... ㅋㅋ 미니님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2-03-10 10:3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새벽까지 잠 못 이루다가 거의 결과가 나왔을 때 오히려 담담해졌습니다.
그리고 먼저 이런 결과에 대한 원인을 생각해 보기도 했고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지만 비대해진 자본주의의 폐해는 아닐지도 생각해 봤어요.
어쨌든 잠시 기대도 해 보지만 결국은 우려했던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비관에 빠집니다^^
겨울호랑이님께서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0 10:44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께서 좋은 말씀 해주셨네요. 저도 공감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문제점의 중요성에 대해 알면서도 긴급성에서 뒤로 밀려 처리를 안하다보니 생긴 문제인 듯도 하구요... 긴급하다는 주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이 날 것인지는... 다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도 중요하겠지만, 그 일 후에 ‘우리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게 된다면, 먼 훗날 2022년 3월 9일은 1987년 6월 10일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03-10 10: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서로에게 토닥토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ㅠㅠ

미국이 건국 당시 대의민주주의가 귀족정, 엘리트주의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여 받아드릴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유는 다음 <철학 vs. 철학>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주권 논리란 선거를 통해서 사람들이 자신 정치 권력을 한 사람 혹은 다수 대표자에게 양도하는 대의민주주의 이념을 말한다. 권력을 대표자에게 양도하는 순간, 우리는 권력이 없는 존재, 즉 글자 그대로 노예적인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권력을 양도받은 대표자는 과잉된 권력을 가진 존재, 즉 새로운 형식의 군주처럼 사람들 위에 군림하게 된다. 자발적인 권력 양도가 논리적으로 ‘자발적인 복종‘으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는 결코 민주주의적일 수 없으며, 오히려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행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로서 기능한다.
데이비드 흄은 그의 논문 <원초적 계약에 대하여>에서 인간이 결코 자유롭게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사실을 ‘가난한 농민들과 장인들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서는 결코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어떤 계약이든 달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진정으로 사회계약이 가능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주어진 국가나 사회를 떠나서 살 수 있어야만 한다. 이 점이 바로 흄이 당시 유행하던 다양한 사회계약론은 허구에 불과한 것으로 공격하게 했던 핵심적 근거였다.
나아가 그는 인간이 어떤 사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비자발적이라는 사실도 덧붙이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국가나 사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 주어진 국가나 사회에 맹목적으로 던져지면서 훈육되는 존재일 뿐이다.”

겨울호랑이 2022-03-10 12:22   좋아요 2 | URL
북다이제스터님 글을 읽으며 민주정과 공화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은 서로 대립되는 모순된 개념의 합 일수도 있겠습니다.... 최초 국가 성립 시에는 자발적인 구성원의 동의에 애한 대의제 민주주의가 수립되었을 지 모르지만, 다른 세대들은 이전 계약에 자연스럽게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을 보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참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지점에 선 느낌입니다. 북다이제스터님도 기운나는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03-10 21:29   좋아요 1 | URL
세싱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공화국 혹은 공화제인 거 같습니다.
그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 우린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2-03-11 07:34   좋아요 1 | URL
^^:) 이번에 더 깊게 민주주의와 공화제 그리고 다른 정체에 대해 고민할 동기가 생겼네요. 진지하게 성찰할 과제라 여겨집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03-11 08:03   좋아요 1 | URL
저는 ‘민주공화국’보다는 ‘자유민주공화국’에 관심이 더 많고 이 단어의 방점 혹은 문제는 ‘자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2-03-11 08:08   좋아요 0 | URL
^^:) ‘자유민주공화국‘에 대한 북다이제스터님의 좋은 글을 기대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22-03-1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1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말의 '향연'에서 촛불의 문제 부재는 심각한 문제다. 촛불을 들었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어디 먼 곳으로 가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광장을 떠난 이후 다시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제1야당의 대통령후보가 자신이 속한 정당과 관련해 어떤 경력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정당의 전신(前身)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파란만장한 한국 정당사에서도 초유의 일이다. 이는 지속 중인 촛불혁명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어떤 수단도 다 동원할 수 있다는 결의의 표출이기도 하다. _ <창작과 비평 195호> <나라의 주인이 된다는 것> 中


   현재 대선 정국이라는 현 상황때문인지 <창작과 비평> 봄호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무는 곳은 대선과 관련한 책머릿글이다. 정책보다 네거티브가 더 기억에 남은 이번 선거에서, 5년 전 박근혜 퇴진과 3년 전 검찰 개혁을 외쳤던 촛불혁명에 대한 논의가 여기에 자리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촛불을 들었던 마음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점차 정권교체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촛불'도 이제는 더이상 말해지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창작과 비평 194호>에서 언급된 바가 있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완전히 실패한 정부인가?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창작과 비평> 봄호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지나친 비판을 경계한다.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같은 시기 다른 나라의 정부와 비교해 지금 한국정부가 특별히 부정적 평가를 받을 이유는 없다. 한반도 군사 긴장과 북미 대립, 코로나 19팬더믹 등의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했을뿐더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여러모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정치적 반대자들만 아니라 촛불항쟁에 참여한 사람들 내에서도 비판적 시선이 적지 않다... 그렇다해도 촛불혁명의 성과를 다 부정하거나 현재 진행되는 선거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태도는 큰 문제이다. 나라의 주인이라면 촛불의 한계까지도 자신이 감당할 몫으로 생각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를 취해야 마땅하다. _ <창작과 비평 195호> <나라의 주인이 된다는 것> 中


 일부에서는 이러한 <창작과 비평>의 논평에 대해 '대깨문' 식의 주장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퇴임하는 문재인 정부를 돌아보는 Economist지에서 지난 2월 26일자 기사로 다룬 내용의 일부를 원문과 번역본을 함께 옮겨본다. 


 Judged against his own high standards Moon Jae-in, South Korea's outgoing president, is a failure.... With just over two months left of Mr Moon's single five-year term, none of this has come to pass... Yet when it comes to how Mr Moon is likely to be remembered, all this may matter less than it first appears to. South Korea has weathered the covid-19 pandemic more successfully than any other rich country, at least partly thanks to his government. Mr Moon's tenure also coincided with a huge jump in South Korea's global cultural clout. And he has, in a quiet way, strengthened his country's still-young democracy and begun to make life a little less stressful for its people...The legislative supermajority his party won in the elections to the National Assembly in 2020 helped the government swiftly dole out generous pandemic relief, minimising economic disruption. That victory also allowed Mr Moon to advance another goal: to improve the work-life balance of overworked South Koreans. _ <Economist FEB26TH 2022> <K-popular Why South Korea's outgoing president is less unpopular than most>


 자신의 높은 기준에 비추어 보면 한국의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5년단임제 임기가 불과 두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문대통령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가에 대해 이 모든 것이 처음보다 덜 중요할 수 있다. 한국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의 정부 덕분에 다른 어떤 부유한 국가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이겨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한국의 글로벌 문화 영향력이 크게 향상된 도약기와도 맞물렸다. 그리고 그는 조용하게 아직은 덜 성숙한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국민들의 삶에 대한 압박을 조금 덜기 시작했다... 또한 민주당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면서, 정부를 신속하게 도와 관대한 전염병 구호가 제공되어 경제적 혼란이 최소화되었다. 이러한  승리로 인해 문 대통령은 과로한 한국인의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는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_ <Economist FEB26TH 2022>


The parliamentary supermajority also helped Mr Moon fulfil his promise to strengthen South Korean democracy. He curbed the power of the public prosecutor's office by diverting some of its powers to other agencies.  Yoon Seok-youl, Mr Moon's former chief prosecutor and now the conservative candidate for president, has threatened to go after his former boss if he wins the election. If he does, the result will be a test not just of Mr Moon's probity, but also of the resilience of his reforms._ <Economist FEB26TH 2022> <K-popular Why South Korea's outgoing president is less unpopular than most>



 의회 다수당(민주당)은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검찰의 권한 중 일부를 다른 기관(공수처)로 이관하면서 검찰 권력을 억제했다. 윤석열 - 문 대통령의 전 검찰총장이자 보수 대통령 후보 - 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전직 상사(문 대통령)를 추적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만약, 그가 그렇게 한다면 이는 문 대통령의 성실성뿐 아니라 그의 개혁의 회복력에 대한 시험이 될 것이다. _ <Economist FEB26TH 2022>


Bong Joon-ho, who was one of thousands of artists and intellectuals blacklisted by Ms Park for his left-wing views, won a Best Picture Oscar for "Parasite", a dark satire about inequality. "Squid Game", a gory television show directed by Hwang Dong-hyuk, also offering a crude critique of capitalism, topped the Netflix charts and produced countless memes now lodged in the global imagination. That both directors are now treated as national icons rather than enemies of the state suggests South Korea's democracy has indeed grown stronger under Mr Moon. That both shows depict a world hopelessly stacked against the little guy suggests that Mr Moon's promised egalitarian revolution still has a long way to go. _ <Economist FEB26TH 2022> <K-popular Why South Korea's outgoing president is less unpopular than most>


 봉준호 감독 - 그의 좌파적 관점으로 박근혜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수천 명의 예술가이자 지식인 중 한 명- 은 불평등에 대한 무거운 풍자 영화인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황동혁 감독의 잔인한  TV 쇼 "오징어 게임" 또한 자본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제공하며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올랐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밈을 만들어 냈다. 이들 감독이 이제 국가의 적이 아닌 국가의 아이콘으로 대접받는다는 것은 문 대통령 아래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두 작품 모두 절망이 쌓인 세상에 맞선 약한 사람들을 그린다는 것은 아직 문 대통령이 약속한 평등주의 혁명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암시한다. _ <Economist FEB26TH 2022>


 국내에서는 부동산 문제가 문재인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지만, 외부에서 바라본 문재인 정부의 5년은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이 점은 우리 또한 인정하기에 퇴임을 눈앞에 둔 정부의 지지율이 거의 50%에 육박하는 것이 아닐까. <창작과 비평> 봄호에서는 이러한 성과에 더해 촛불이 만든 정부에 대한 책임감을 유례없는 임기말 지지율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임기말 지지율도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호감도 때문만은 아니다. 촛불혁명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든 안 하든, 현 정부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생각할지라도 촛불항쟁을 거치며 시작된 이변화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간접적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의지는 촛불항쟁 때까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던 의제들, 특히 성평등,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 극복 등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의제로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_ <창작과 비평 195호> <나라의 주인이 된다는 것> 中


 이제 사전투표가 막 끝난 시점. 아직 본선거는 시작도 하지 않았기에 새로운 시대와 시대를 맞이하는 태도를 말하기에는 어렵다. Economist에서도 지적하듯 선거 결과에 따라 그나마 쌓아 올린 것도 무너지는 5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갈림길에서 아직 선택이 끝나지 않았기에 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본선거를 기다리게 된다. 


 어쩌면, 지금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작아 보이는 것은 지난 5년동안 우리의 의식이 더 깊어지고 넓어졌기에 5년 전의 그릇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시대 정신을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전 사용하던 그릇이 불량품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당 후보도 촛불정신에 비추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선택이 우리나라가 앞으로 가야 할 길과 무관하다는 식의 시선, '모두까기'에 안주하는 태도다. 이러한 태도는 주인의 자세가 아니라 구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에 가깝다. 이러한 행태로는 현실을 변화시키는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의 선택이 나라의 주인이 온전하게 제 역할을 하는 쪽에 가까워질수록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촛불 항쟁을 거친 우리는 그 길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와 있다. _ <창작과 비평 195호> <나라의 주인이 된다는 것>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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