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대기실에서 책을 골라본다. 오늘 읽은 책은 유시민 작가의 「나의 한국현대사」. 책에는 저자가 살아온 기간 동안 겪은 나라와 자신의 삶이 담겼다. 개인적으로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를 크게 진보 지식인으로서 비판적으로 외부에서 바라본 세상과 참여정부 시절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세상의 내부에서 자신의 꿈을 만들었던 시대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두 시대를 살았던 작가의 처지가 달랐던 만큼 진보지식인 시점에서 바라본 현대사와 정부 요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현대사는 당연히 다를 것이라 생각했고, 이런 관점 변화를 기대했다.

작가 자신이 내부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시기에 대한 생각과 상황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책에서 이런 기대는 채울 수 없었다. 이른바 진보정권으로 분류된 참여정부 시기 이뤄진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한 진보지식인의 평가는 객관적인 분석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고, 아쉽게 느껴진다. 민감한 부분에 대한 언급을 재치있게 살짝 피했다는 느낌이랄까. 기대감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에 다소 김빠진 부분이 있지만, 한국 현대사를 가볍게 훑기에는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2012년 대선을 주제로 시작하고 끝맺는다. 2012년 대선을 ‘역사전쟁‘으로 규정한 저자가 다가올 2022년 대선을 어떻게 전망했을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최근 2020년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던데 여기에 작은 단서가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진보정권 10년 동안 연평균 4퍼센트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는데도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중하위 소득계층의 경제생활이 어려워진 데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더욱 심화된 경제력 집중, 정리해고제 도입, 비정규직 확대, 낙수효과의 약화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재벌대기업들은 단가를 일방적으로 깎는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약탈했다.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함으로써 그 계열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의 경영을 악화시켰다. 중소 협력업체의 지불능력악화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악화와 고용축소로 연결되었다. 게다가 대기업들은 소비재산업과 유통업까지 진출해 영세소기업과영세상인들의 몰락을 부추겼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비정규직 관련 법률들은 기대와 달리 비정규직의 확산과 비정규직 제도의 악용을 막지 못했다. - P167

프롤로그에서 나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표출된 세대 간의 투표 성향 차이가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정치적 대립을 넘어서는 철학적 · 문화적 분립이자 역사의식의 대립이라고 주장했다. 기성세대를 사로잡은 것은 욕망, 그것도 물질적 풍요에 대한 욕망과 분단상황이 강요한 대북 증오와 공포감이었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그들보다 더 강하게 자기 존중과 자아실현의 욕망, 그리고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공감에 끌린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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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점에서 사마천은 역사의 평가는 보는 사람에게 맡기고, 역사가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여  놓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마천은 130권이나 되는 《사기》를 집필했다. 이것은 공자가 그 시대를 위해 새로운 역사를 쓴 것처럼 사마천도 그 시대에 필요한 역사를 썼고, 그 방법을 창안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기전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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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은 논리학과 마찬가지로 이론적 부분과 실천적 부분으로 나뉜다. 이론 미학이 일반적 교설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실천 미학은 일반적 교설과 관련된 구체적 개별 사례를 보여준다. 이론 미학은 다시금 3개 분야로 나뉘는 바, 사물과 생각에 관한 ‘발상론 (heuristica)‘과 명확한 질서들을 제시하는 ‘방법론(methodologia)‘, 그리고 아름답게 생각되고 배열된 기호들을 다루는 ‘기호론(semiotica)‘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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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금숙, 오멸 원작 / 서해문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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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주 북서부 중산간에 위치한 '큰 넓궤'라는 동굴은 인근 마을 주민 120여명이 토벌을 피해 50~60일 동안 숨어 지냈던 곳이다. 그러나 결국 토벌대에 발각되었고 보초를 서던 마을 청년들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위기를 모면했지만 한라산 근처에서 대부분 붙잡히고 만다. 그들 대부분은 1948년 12월 24일 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총살되어 바다에 버려졌다... 제주 4.3 당시 학살된 제주도민은 3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_ 오멸, <지슬> 中

어느 날 갑자기 내륙에서 건너온 진압군에 의해 살던 곳에서 쫒겨나 내륙에서 건너온 지슬(감자)를 먹으며 영문도 모르고 숨어지내다가 무고하게 숨져간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지슬>은 수묵으로 그려진 그림만큼 어둡고 무거운 책이다.

제주 4.3 사건에서 무고한 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임에도, 사건 초기 남로당 제주도당의 개입 또한 사실이기에 사건의 성격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군인들이 지켜야 할 대상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총칼을 휘두른 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제주 북서부 중산간에 위치한 '큰 넓궤'라는 동굴은 인근 마을 주민 120여명이 토벌을 피해 50~60일 동안 숨어 지냈던 곳이다. 그러나 결국 토벌대에 발각되었고 보초를 서던 마을 청년들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위기를 모면했지만 한라산 근처에서 대부분 붙잡히고 만다. 그들 대부분은 1948년 12월 24일 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총살되어 바다에 버려졌다... 제주 4.3 당시 학살된 제주도민은 3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_ 오멸, <지슬> 中

제주 4.3 사건에서 무고한 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임에도, 사건 초기 남로당 제주도당의 개입 또한 사실이기에 사건의 성격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군인들이 지켜야 할 대상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총칼을 휘두른 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가깝게는 여수,순천사건에서의 민간인 희생, 조금 더 멀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이루어진 무자비한 진압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국군의 역사 속에서 독립군/광복군의 모습보다 간도특설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폭도 하나를 잡기 위해 무고한 민간인 10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보다 민간인 한 명을 살리기 위해 폭도 10명을 놓치더라도 감내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의 군대가 아닐런지... 제주의 아름다운 명승지 중 무덤이 아닌 곳이 없게 만든 가슴아픈 4.3 사건을 <지슬>을 읽으며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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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04 0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봤던 영화 <지슬>이 생각나서 먹먹하네요. 그러고 보니 어제가 4.3이었네요. 아무 생각없이 잊고 있었는데...
잊으면 안되는 것들을 이렇게 다시 되새길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4-04 07:43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몇몇 사건 중 하나가 4.3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 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예(禮)란 사람을 양육하는 것을 근본으로 하는 것인데 만약에 허물과 착오가 있다면 허물이 사람을 양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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