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서설 -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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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의 초기 작품들인<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Regulae ad directionem ingenii)>과 <방법서설(Discours de la methode)>이 수록되어 있다. 데카르트는 서양철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에 불과하다."  -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 

"화이트헤드가 말한 것처럼 유럽 철학이 플라톤에 대한 각주라면, 근대 유럽 철학은 데카르트에 대한 각주다." - 콜라콥스키(Leszek Kolakowski) -


콜라콥스키의 말처럼 데카르트는 근대철학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 책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과 <방법서설>을 통해 그의 방법론과 철학 제1명제를 보고자 한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데카르트는 사물 측면(ex parte rerum)의 고찰하는데 있어 인간의 정신을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장한다.(제12규칙) 그리고,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인식하는 우리 자신과 인식되는 사물 자체가 고찰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이를 위한 능력으로  '오성(悟性 ; understanding)'에 대해 언급한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21개 규칙 중 제 12규칙에서 '정신'의 중요성이 다른 규칙보다 상대적으로 자세히 언급되기에 이를 먼저 보면 다음과 같다.


'사물의 측면에서는 세 가지 측면을 고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첫째는, 자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다음은 하나가 다른 하나에서 인식되는 방식이며, 마지막은 무엇이 어떤 것에서 연역되는가 하는 점이다.'(p76)


'첫째 부분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인간 정신이 무엇이고, 신체는 무엇이며, 신체가 어떻게 정신을 자신의 형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전 합성체에 있어 사물의 인식에 기여하는 능력이 어떤 것이며, 또 그 각각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p77)... 다섯 번째로 우리가 생각할 것은, 본래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힘은 순전히 정신적인 것(pure spiritualem)이고, 그것은 피가 뼈와, 손이 눈과 다르듯이 신체와 적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점이다.(p81)'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오성뿐이지만, 오성은 다른 능력들, 즉 상상력, 감각 및 기억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고 또 방해를 받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능력이 해가 되고, 도움이 되는지를 순서에 따라 살펴 보아야 하고,... 그런 다음에 우리는 사물 자체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때의 사물 자체란 오성의 접근이 가능한 한에서만 고찰되는 사물을 의미한다.'(p62)


데카르트는 모든 학문은 연결되어 있으며, 사물의 진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一以貫之 (일이관지) : 어떤 일을 일관되게 하나의 원리로 꿰뚫고 있는 것' -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를 연상시킨다.


[1규칙] 정신에 나타나는 모든 것에 대해 견고하고 참된 판단을 내리도록 정신을 지도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이다.


'모든 학문은 인간의 지혜와 다름아니고, 지혜가 비록 여러 상이한 대상에 적용된다해도 그것은 언제나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p15).... 그러므로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은, 모든 학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따로 분리해서 하는 것보다 그것들을 함께 탐구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진지하게 사물의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개별적인 학문을 취해서는 안된다.'(p18)


데카르트 학문에 있어 연구의 대상은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객관성을 가진 학문이어야 했으며, 그의 탐구 대상은 '산술'과 '기하학'으로 국한된다. 


'옛 기하학자들은 어떤 분석(analysi  quadam)을 사용했으며, 이것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대수(Algebram)라고 하는 일종의 산술이 성행하고 있는데, 그 과제는 옛 사람들이 통해 증명하려 했던 것을 수(數)로 설명해 보려는 것이다....'


데카르트에게 있어 '기하학'은 고전적인 방법이었고, '산술학'은 근대의 방법으로 마치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성의 빛'과 '신앙의 빛'으로 사물을 관찰하려고 했던 것처럼 진리 추구를 위한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된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수학적 탐구의 결과는 직교좌표계(直交座標系, Cartesian coordinate system)로 나타난다. 



[그림] 직교좌표계 (출처 : 위키피디아)


[2규칙] : 정신이 확실하고 의심할 수 없는 인식을 족히 얻어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대상만을 다루어야 한다.


'우리가 이와 같은 개연적인 의견들(probaliles opiniones)로부터 완전한 지식(perfectam scientiam)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잘 살펴보면, 지금까지 발견된 학문들 가운데 위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오직 산술(arithmetica)과 기하학(Geometrica)뿐이다.(p20)... 이 모든 것에서 귀결되는 것은, 산술과 기하학이 탐구할 유일한 학문이라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이르는 올바른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산술적 및 기하학적 증명이 지닌 것과 대등한 확실성을 얻을 수 없는 대상과는 씨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p22)


스피노자(B. Spinoza, 1632 ~ 1677)의 <에티카 Ethica>는 위와 같은 데카르트 주장에 대해 '윤리학' 역시 수학적 공리에 의해 증명될 수 있다는 일종의 반론의 성격을 가진다. <에티카>는 후에 보도록 하고, 데카르트의 방법론으로 돌아가보자. 그의 연구 방법은 '직관'과 '연역(演繹)법(deductive reasoning)'으로 정리할 수 있다.


[3규칙] : 우리가 다루려는 대상에 관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이나 우리 자신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명석하고 명증적으로 직관되는 것이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연역되는 것만을 고착해야 한다. 오직 이런 방법으로만 지식은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p23)


'내가 이해하는 직관이란 변동이 심한 감각의 믿음이나 그릇되게 그려내는 상상력의 판단이 아니라 순수하고 주의를 집중하는 정신의 단순하고 판명한 파악이며, 그래서 이렇게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의심도 품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이성의 빛에서 유래하는 것이다.(p26)


'여기서 연역은 어떤 하나가 확실하게 인식되는 어떤 다른 하나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된다는 것을 뜻한다.'(p27)


데카르트는 이렇게 연역법을 사용하여 사물의 진리를 추구하고자 했다. 그리고, 사용되는 방법은 제5규칙(대상들의 순서와 배열)과 제6규칙 (단순한 것과 합성적인 것) 등의 대상 특성에 따른 적용을 통해 보다 보편적인 진리로 확장시켜 나간다. 


'내가 절대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되고 있는 것의 순수하고 단순한 본성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는 독립적인 것, 원인인 것, 단순한 것, 보편적인 것, 하나인 것, 동등한 것, 유사한 것, 곧은 것 및 이와 비슷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이런 절대적인 것을 사용하기 위해, 나는 그것을 또한 가장 단순한 것(simplicissimum), 가장 쉬운 것(facillimum)이라고도 부를 것이다.'(p42)


'반면에, 상대적인 것은 같은 본성에 속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같은 본성 중의 어떤 것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상대적인 것을 절대적인 것과 관계지울 수 있고, 어떤 계열을 통해 절대적인 것에서 연역될 수 있는 것이다.'(p42)


'방법이란 확실하고 쉬운 규칙을 의미하고, 이 규칙을 정확히 지키는 사람은 결코 거짓된 것을 참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쓸데없는 것에 정신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며, 그래서 그는 지식을 점차 늘려 자신의 역량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참된 인식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p30)


데카르트는 연역법(演繹法)을 사용했다는 면에서, 귀납법(歸納法)을 사용한 베이컨 (F. Bacon)과 비교된다.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에 나오는 데카르트의 귀납법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때 열거 또는 귀납은 어떤 문제에 속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검사, 즉 우리가 어던 것을 빠트리는 실수를 하지 않았음을 확실하고 명증적으로 결론지을 수 있는 세심하고 정확한 검사를 의미한다.(p50)... 이런 활동은 충분(sufficientem)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것은 종종 결함(defectiva)을 갖고 있어서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p51)


<방법서설>


모든 것에 적용되는 하나의 법칙으로부터 개별적인 사안의 법칙을 끌어내는 데카르트 철학의 제1명제는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이다. 이는 <방법서설> 제4부에 '최초의 성찰들(premieres meditations)'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이 언급된다.


'나는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전적으로 거짓된 것으로 간주하여 던져 버리고, 이렇게 한 후에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내 신념 속에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아야한다고 생각했다...우리가 깨어 있을 때에 갖고 있는 모든 생각 (pensees)은 잠들어 있을 때에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고, 이때 참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신 속에 들어온 것 중에서 내 꿈의 환영(les illusions de mes songes)보다 더 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가상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반드시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je pense, donc je suis / Cogito ergo sum)라는 이 진리는 아주 확고하고 확실한 것이고, 이것을 내가 찾고 있던 철학의 제일원리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p185)


데카르트는 그가 사용한 주된 방법론인 기하학적인 방법마저도 잘못된 추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을 할 경우에도 그가 생각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철학 1명제를 통해 입증한다. 그가 '생각/사유(思惟)한다'는 사실은 정신(mind)의 작용으로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의 제12규칙과 연계되어 데카르트 철학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한다.


<방법서설>과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에서는 그의 연구방법(연역법)과 연구대상 등이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데카르트 철학(데카르트의 이원론 dualism)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거쳐야할 관문이라고 생각되며, 그런 의미에서 일독(一讀)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ps.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는 과연 타당할까?

'존재한다'는 문제는 '생각한다'는 것을 포함해야 위의 명제가 성립할 것이다. 사유(thinking)의 사전적 의미는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또 문제를 제기하는 인간의 지적 활동의 총체'(철학사전, 중원문화)라고 정의된다. 그렇다면, 만일 내 머리에 생각이 프로그래밍(programming)되어 있어도 나는 생각한다고 할 수 있을까? (프로그래밍의 주체가 신(神)이든,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 유전자(meme)이든 간에) 우리가 주체적으로 생각한다고 하는 사실마저 데카르트의 표현처럼 악마에게 기만당할 수 있다면 생각을 통해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 철학1명제가 성립할 수 있을까?.... 좀 더 공부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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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1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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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1 17: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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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1 0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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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1 0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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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車書 2017-02-01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탐구라는 생각이 들고 공부에 끝이 있을까요, 겨울호랑이 님의 글을 읽고나서 자성하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2-01 08:00   좋아요 1 | URL
^^: 오거서님,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거서님 말씀처럼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부족한 채 공부를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빨리가는 길이 여러분들과 함께 가진 것을 나누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그 점에서 여러 좋은 책과 새로운 분야를 알려주시는 여러 이웃분들께 항상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오거서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으면서 조성진의 피아노곡을 같이 들으니 좋은 조합이었습니다.ㅋ 오거서님 덕분에 좋은 독서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五車書 2017-02-01 08:07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의 정성스런 글 덕분에 저의 지적 호기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카르트와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어울리는 조합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겨울호랑이 2017-02-01 08:13   좋아요 1 | URL
^^: 저 역시 오거서님의 친절한 글로 부족하나마 이웃분들께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개인적으로 데카르트 철학과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삼합에서 묵은 지와 돼지고기 조합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름 맛있는 시간이었습니다ㅋ )
 
학문의 진보 대우고전총서 35
프랜시스 베이컨 지음, 이종흡 옮김 / 아카넷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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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진보(The Advancement of Learning)>는 1605년 프랜시스 베이컨에 의해 집필된 책이다. 베이컨은 '미답의 땅'에서 '미래'를 일구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위대한 부흥'이라고 명명하였고 이를 6부작으로 기획한다. 이 6부작 안에 <학문의 진보>, <신기관(Novun organum)>등이 포함되며, 이 중에서도 <학문의 진보>는 첫 번째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학문의 진보>는 전체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학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학문을 통한 지식의 함양이 국가와 개인의 도덕을 함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학문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이어지는 2권에서는 '지식의 분류'가 이루어진다. 지식을 '인간(人間)의 학문'과 '신(神)의 학문'으로 구분하고, 그 중에서도 인간의 학문을 역사학(歷史學), 시학(詩學), 철학(哲學)으로 구분하여 각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각권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학문의 진보> 1권은 전체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 베이컨은 학문이 지금까지 불신과 불명예를 받아왔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 성직자들의 광신과 질시(2장), 정치가들의 가혹함과 무례함(3장), 학자들의 오류와 불완전함(4장)등을 '학문의 질병'으로 설명한다. 뒤를 이어 5장에서는 '학문의 질병을 야기하는 기질'을 논한다. 6장에서는 '신적 학문'의 원형을, 7장에서는 '인간적 학문'의 원형을 설명하면서, 1권의 마지막 8장에서는 학문을 통한 개인과 사회의 도덕성 배양을 다룬다. 결국, <학문의 진보>1권은 학문이 지금까지 받아온 오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도덕성 함양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이러한 베이컨의 견해를 <학문의 진보>에 나오는 인용구를 통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학문의 성실한 연마는 매너를 부드럽고 인간다운 것으로 만든다. - 오비디우스, <흑해에서 온 편지(Epistulae ex Ponto) 2.9.47.> 中 - (p125)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원인을 아는 자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는 모든 공포, 냉혹한 운명을 발 아래 두고, 지하에서 굉음을 내며 흐르는 탐욕스런 아케론 강물 위에, 평화롭게 서 있노라. - 베르길리우스, <지오르직스(Georgics)2.490> 中 - (p127) 


<학문의 진보>2권에서는 베이컨의 분류한 학문에 대해 개별적으로 분석을 한다. 전체 25장의 내용을 여기에서 다 요약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책 뒷부분에 수록된 '해제'의 이미지를 통해 세부 내용을 대신한다.



[그림] 베이컨의 지식 분류 체계


<학문의 진보>2권에서는  [그림]과 같이 정리된 베이컨의 지식 분류 체계의 내용을 베이컨의 주장과 이에 해당하는 근거(성경,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 작품 등)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식하고 있는 학문체계와 개랸적인 내용에 대한 밑그림이 제시되는데, 이를 통해 베이컨이 생각했던 '위대한 부흥'의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베이컨의 책은 읽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는 그의 문체(文體)에 기인하는 것 같다. <학문의 진보> - 해제: 왜 다시 프랜시스 베이컨인가? - 에서는  그의 문체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아포리즘(Aphorism)'은 <신기관(Novun organum)>에서 사용된 지배적인 문체이다. 지식의 '핵심'만을 명료하게 전하되, 그 '핵심'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하지는 않는 문체이다. 실제로 베이컨은 그 문체에 의해 지식의 산개(散開)를 시도하면서, 이는 독자들이 현재의 지식에 만족하지 않고 지식의 진보에 힘쓰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p324)


<학문의 진보>를 읽다보면 마치, 베이컨이 신제품을 만들어 놓고 독자들 앞에서 이 제품에 대해 설명과 동시에 분해한 뒤 독자들에게 다시 조립할 것을 요구하는 느낌을 준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베이컨의 서술만 따라가다보면 내용이 머리에 잘 정리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좀 더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서는 다독(多讀)이 필요한 책이라 생각된다.


위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학문의 진보>는 공부의 목적과 학문(學問)을 분류/제시한 책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우리가 왜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공부해야하는 지를 알 수 있다는 면에서 평생공부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참고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학문의 진보>와 동양 고전인 <대학(大學)>을 비교해서 읽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동양과 서양의 학문의 목적에 대해 논의한 두 책이기에 같은 주제를 다루지만, 입장은 조금 다르다.

<학문의 진보>의 결론이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라는 문장으로 나간다면 , <대학>에서는 '大學之道 在明明德'으로 학문의 목적이 요약되기에 두 문명권의 사상 비교와 이후 사상의 발전을 생각해보면 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PS. <학문의 진보>(1605)와 <신기관>(1620) 사이 기간동안 베이컨은 정치적으로 크게 성공한 인물이었다. 1604년 국왕의 법률고문, 1607년 법무차관, 1614년 법무장관을 역임하는 등 그는 성공한 법률가였다. 그러던 중 1621년 5월 프랜시스 베이컨은  뇌물수수죄로 체포,잠시 런던탑에 투옥되었다. 이후 그의 인생은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학문의 진보>에는 마치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변명하는 듯한 글이 보여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그림] 프랜시스 베이컨(출처 : 위키피디아)


<재판에서 사람의 낯을 보아주는 것이 좋지 못하고, 한 조각 떡으로 인하여 범법하는 것도 그러하니라>. 이 아포리즘에서는, 인정에 끌리는 재판관보다는 차라리 뇌물받는 재판관이 낫다는 점이 지적된다. 부패한 재판관이 줏대 없는 재판관보다는 쉽게 죄를 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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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2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배워봤자 매너가 없고, 생각하는 것에 문제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1-12 13:54   좋아요 0 | URL
우리의 문제는 cyrus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사람들이 특히 정치권에 많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cyrus 2017-01-12 13:55   좋아요 1 | URL
네. 그들은 학문보다 권력을 더 좋아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1-12 13:58   좋아요 1 | URL
프랜시스 베이컨과 우리 정치인들은 지식과 도덕성이 분리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희생시켜 가면서 보여주고 있네요. 베이컨은 아예 뛰어나기라도 했지만요...

우민(愚民)ngs01 2017-01-12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워서 남주자는 인식이 확산 되어야 할 때입니다.
우병우 같은 이도 천재소리 듣고 소년급제 했지만 좋은 머리로 자신의 출세와 권력욕에 사로 잡히면 꼭두각시도 존경하는 사람이니...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인성, 도덕적 양심,
지혜가 더 필요한 세상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12 14:18   좋아요 0 | URL
네, ngs01님 말씀처럼 먼저 기본적인 인성을 갖춰야겠지요. 학문의 목적을 말하기 전 먼저 인간을 만드는 것을 우리 교육의 1차적인 목적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7-01-1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2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마천 2017-01-12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책을 읽으셨네요. 대단한 인물 베이컨.. 도전해봐야지 하고는 아직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감사 ^^

겨울호랑이 2017-01-12 19:33   좋아요 0 | URL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신기관」을 읽다가 막혀서 일단 「학문의 진보」부터 읽게 되었네요. 여러 차례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마천님 편한 밤 되세요^^

AgalmA 2017-01-13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포리즘(Aphorism)‘은 <신기관(Novun organum)>에서 사용된 지배적인 문체이다. 지식의 ‘핵심‘만을 명료하게 전하되, 그 ‘핵심‘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하지는 않는 문체이다. 실제로 베이컨은 그 문체에 의해 지식의 산개(散開)를 시도하면서, 이는 독자들이 현재의 지식에 만족하지 않고 지식의 진보에 힘쓰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p324)

--- 이거 기억해 두려고 댓글 스크랩^^

겨울호랑이 2017-01-13 08:23   좋아요 1 | URL
^^: Agalma님 날이 춥네요.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
 
유토피아 - 존재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나라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5
토머스 모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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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원제 : De Optimo Rei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는 1516년 간행된 토마스 모어(Thomas More)의 저술이다. <유토피아>는 당대 영국 사회의 문제점을 제1권에서 제시하고, 제2권에서는 가상의 인물인 라파엘(Raphael)이 이상국가인 유토피아(Utopia)를 소개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과 유토피아를 상호 대비하면서 '문제제기-해결방안제시'의 구조 속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개혁방안 제시라는 책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토피아>에서 제기된 영국의 문제와 유토피아를 통해 제시한 해결방안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사법 문제 : 가혹한 처벌과 범죄자 문제 


영국에서는 절도를 저지른 죄인을 교수형에 처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은 범죄율을 낮추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그들에게 낮은 형벌과 재활의 기회를 부여하여 범죄율을 낮추는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 우리는 어디에서든 절도범들은 교수형에 처하고 있습니다. 교수대 한곳에서 20명이 처형되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도둑들을 다루는데 있어 이런 방법은 공정하지도 않고 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처벌로서는 너무 가혹하고 억제책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이런 식의 가혹한 처벌 대신 모든 사람들에게 생계를 꾸릴 수단을 제공해서, 끔찍한 궁핍에 빠지는 사람들일 없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p46)


나. 유토피아의 경우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규정되어 있는 형벌은 없으며 개별적인 경우에 따라 의회에서 적절한 형벌을 결정합니다...... 중요 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형벌은 노예로 만드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노동자가 죽은 사람보다 소중하며, 보다 더 지속적인 억제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진정으로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면 시장의 재량이나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형기를 감해주거나 취소시켜줄 수 있습니다.'(p177)


2. 병역 문제 : 상비군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상비군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와 같이 16세기는  영국, 프랑스, 에스파냐 등 강대국들은 상비군을 보유한 시기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제국(帝國)으로의 팽창을 도모하는 시기였다. 상비군의 문제는 영국만이 아닌 유럽 전체의 문제였고, 이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는 상비군 대신 용병제도를 운영하여 해결하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상비군은 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을 고용한 정부를 전복하고, 영토를 유린하며 도시를 파괴하곤 했습니다. 게다가 상비군은 전혀 필요없는 존재입니다. 철저한 군사 훈련을 받았던 프랑스 군대가 영국이 전시에 징집한 병사들을 쉽게 패배시키지 못했던 것만 보아도 명백히 알 수 있는 일입니다.'(p49)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들(유토피아인)의 전쟁은 대부분 용병들이 대신합니다.(p194)...... 두번째 병력 공급원은 참전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유토피아가 부담해주는 나라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 외의 우방국들이 지원해주는 파견부대이며, 제일 마지막으로 유토피아의 시민들이 참전합니다.'(197)


3. 경제 문제 : 엔클로저(Enclosure) 운동


16세기 당시 영국은 엔클로저 운동이 일어나 많은 유휴노동력이 발생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공통적으로 농업을 배우고, 공동분배를 통해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값비싼 양모를 생산하는 지역에서는 귀족과 지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도원장들까지도 자신의 소유지에 울타리를 둘러쳐 목초지를 만들고 아무도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해 실질적으로 이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백 명의 농민들이 쫓겨나게 됩니다... 그들이 아무리 간절하게 원한다 해도 아무도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면 여기저기를 떠돌며 구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털을 구입해 모직물을 만들어 팔던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양털을 살 수도 없게 됩니다. 즉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양들이 아무리 많다 해도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양을 거래하는 시장은 분명한 독점을 아니라 해도, 적어도 극소수 사람들이 과점하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p54)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곳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시민이라면 누구나 농사일을 해야 합니다. 농사는 어린이들이 꼭 배워야 하는 필수적인 과목이기도 합니다.... 농사는 모든 사람들의 직업이고, 그 외에 각 개인별로 특별한 기술을 배웁니다.(p116) .... 한 집안의 가장은 자신이나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해당 물품이 있는 상점으로 가서 요청만 하면 됩니다. 요청한 것이 무엇이든 그는 돈이나 물품 등으로 값을 치르지 않고 가져올 수 있습니다.(p127)'


4. 경제 문제 : 사치 풍조(불평등한 부의 분배)


영국에서는 부자들이 이익을 추구하고 귀금속을 귀하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유토피아에서는 돈의 가치를 금속 가치 이상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사치 풍조를 방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가. 영국의 현실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말라빠진 소를 싸게 구입해 자신들의 목장에서 살찌운 다음, 막대한 이익을 붙여 되팔기만 하면 됩니다... 소수의 탐욕스러운 사람들로 인해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자연 자원 중 하나가 국가적인 재난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토록 비참한 빈곤이 사치 풍조와 연결되어 이러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p55)


나. 유토피아의 경우

'그들은 귀금속을 보물로 여기지 않습니다. (p138)... 나는 그들이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장차 닥칠지도 모를 위기상황을 대비하여 간직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돈의 재료가 되는 은이나 금을 그것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가치 이상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p139)


<유토피아>에서 토마스 모어는 당대의 위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가상 사회인 유토피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문화를 계승하여 플라톤의 <국가>,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등에 묘사된 이상국가 아틀란티스의 모습도 <유토피아>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토피아>는 고대 그리스 문화를 계승한 16세기 영국에 대한 사회비판서라고 할 수 있다.


16세기의 <유토피아>는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16세기 영국이 당면한 위의 사회문제는 오늘날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반대중들에게 가혹하지만 권력자들에게는 관대한 사법 문제, 불평등한 징집이 이루어지는 병역 문제, 1960년대 농업황폐화를 통해 이루어낸 산업화(경제) 문제, 최근 심화된 빈부격차 문제 등은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이미 제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토피아>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유토피아>는 내용적으로는 공동식사, 공동분배, 같은 모양의 주택 거주 등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비현실적인 면이 언급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18세기 영국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 19세기 분열된 독일 현실 과제를 한번에 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분명한 시사점을 가진 저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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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2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2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1-02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한 번 읽어봐야지~ 다짐하지만 너무 먼~~ [유토피아]군요. ㅎㅎ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17-01-02 17:50   좋아요 0 | URL
^^: 명성에 비해 내용도 짧고 지금 시각에서는 크게 파격적인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 새해 복 많이받으시고 2017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cyrus 2017-01-02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머스 모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유토피아》의 저자인 것도 있지만, 아내를 사랑해서 성직자의 꿈을 포기한 로맨티스트인데다가 권력에 저항한 공직자였죠. ^^

겨울호랑이 2017-01-02 20:22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토머스 모어가 헨리8세의 재혼을 반대하다 죽임을 당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성직자 꿈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cyrus님 덕분에 알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붉은눈 2017-01-06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유토피아‘ 하면 시민들에게 농촌에서 의무적으로 생활하도록 하여 먹거리에 대한 의식을 부여하려고 한 것이나 오전과 오후 각각 3시간씩 일하게 하여 완전고용과 성실한 근로를 추구하려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국민을 희생해야 한다면 전쟁을 과감히 포기한다는 대목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있을 수 없는 곳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연장선으로 이러한 유토피아를 꿈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06 09:38   좋아요 1 | URL
^^: 붉은눈님 말씀이 맞습니다. <유토피아>에서는 농업을 중시하는 자급형 경제구조와 일정시간 노동이 이루어진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다음 세기부터 시작되는 산업혁명의 초석이 다져지는 시기였던 만큼 이에 대한 토머스 모어의 인식이 나타난 듯 합니다. 또한, 자국민을 피를 묻히는 죄악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생각으로 전쟁을 피하려고 하였으며, 불가피한 경우 용병제를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보편적 인류애‘라는 개념보다는 ‘기독교적 형제애‘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양인들의 관점에서는 이상향으로 언급됩니다만 모든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는 생각도 듭니다. 붉은눈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헤겔 & 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 지식인마을 24
손철성 지음 / 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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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 <헤겔&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헤겔과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입문서다. 책의 주요 내용은 헤겔과 마르크스의 사상을 특히 역사의 전개 과정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두 개의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 두 사상가에게 영향을 미친 칸트의 사상과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근대 이후 역사 철학에 대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칸트, 헤겔, 마르크스. 이들의 공통점은 독일의 사상가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도서출판b의 <현대철학사전>시리즈 5권 중 각각 1,2,3 권을 맡는 사상가라는 점을 가진다. 권당 700페이지에 이르는 각 사전의 내용은 이들의 사상이 몇 줄의 글로 압축적으로 요약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헤겔&마르크스>는 입문서로서 가지는 내용적, 양적 한계를 고려하여 역사 철학의 내용으로 내용적 범위를 한정한다. 그리고, 이들 사상가들의 독자적인 사상보다 그들 사상의 연관관계에 주목하여 서술하고 있어 독자의 내용이해를 쉽게 한다.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칸트는 역사의 발전을 자연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법칙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그 법칙에 따라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목적을 '이성(理性)'이라 규정했다. 칸트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는 '이성의 계몽'에 따라 점차 발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헤겔은 칸트의 사상을 이어받아 역사발전의 원동력은 이성이며, 이를 통해 역사는 진보(進步)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헤겔은 역사가 진보하는 과정에서 역사가 진보하는 과정을 이끄는 사람, 영웅을 '절대정신(絶對情神 absoluter Geist)'로 정의한다. 그리고, 역사는 절대정신이 이끄는 '정(正)'과 '반(反)'의 대립을 통해 새로운 '합(合)'에 이르는 '변증법적 전개'를 통해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마르크스는 역사가 법칙에 따라 존재한다는 것과 변증법적으로 전개된다는 관점에서는 헤겔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헤겔과는 달리 '물질적인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유물론(唯物論)'을 주장한다. 마르크스는 시대를 '원시 공산주의 사회-고대 노예 사회-중세 봉건 사회 - 근대 자본주의 사회 - 공산주의 사회'로 파악했다는 면에서는 법칙을 따른다는 측면을 받아들였지만, 시대적 구분 기준을 '사상'이 아닌 '생산구조' 측면에서 파악했다는 점에서 관점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책에서는 이러한 틀을 가지고, 역사의 법칙성, 역사 연구의 방향,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 거대 담론의 타당성, 역사 탐구의 기본 단위에 대해 물음을 제기한다. 입문서의 성격을 고려할 때'역사학(歷史學)'에 대한 좋은 화두를 제기했다고 생각하고,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이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6년 12월 9일에는 역사적인 일이 발생했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다. 본격적인 탄핵이 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라야 하지만, 한 편에서는 이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유신체제의 종말이 공식화되었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탄핵소추안 의결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헤겔과 마르크스의 역사관을 통해 이 사건을 바라보자.



[그림]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는 국회의장(출처 : 한겨레 신문)


헤겔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이성'에 따른 역사의 발전의 과정 중 일어난 사건이며, '절대정신'에 의해 이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될 것이다. '이성'은 우리 시대를 보다 나은 시대로 이끌어줄 것이며, '절대정신'을 통해 역사진보는 일어난다. '절대정신'을 '촛불'로 나타난 민심이라고 볼 때, '정(正)'은 '국민의 뜻'이며, 이에 대항하는 '반(反)'은 '친박(親朴)세력'으로 해석된다.(물론, 친박에서는 이와 반대의 관점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탄핵소추안 의결'이라는 합은 이제 새로운 '정'이 되어 이에 대항하는 '반'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끊임없는 변증법적인 상승과정을 통해 우리 역사는 끝임없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어떻게 볼 것인가.

마르크스 역시 변증법적 전개에는 동의할 것이다. 다만, 그는 '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절대정신'이라고 해석하지 않고 다르게 해석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자본은 대형화되어 왔다. 자본은 이윤량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자본은 대형화되고 소수에 부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된다. 그 과정에서 몰락한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 농민, 학생 등 사회계층에서 변혁의 움직임이 일어났으며, 이것이 역사발전의 힘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할 것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지금의 이 단계는 자본주의가 그 스스로의 모순을 나타내며 붕괴되는 '공산주의'혁명의 초기 단계라고 해석될 것이다.


헤겔과 마르크스의 이러한 관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사회가 발전한다는 법칙성을 가진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견해를 가진다. 이들의 관점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밝은 빛을 향해 나갈 것이라 기대할 수 있기에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이와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미래는 보는 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가령, 우리에게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장기(long term)적으로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단기(short term)적으로 생각할 것인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AD622년에 일어난 헤지라는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메디나로 도망간 사건이다.

그 사건 자체만으로는 패배지만, 이후 무함마드는 메디나에서 세력을 키워 후대 이슬람 세계를 구축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그렇기 때문에, 헤지라는 무슬림에게는 패배의 사건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시작으로 비춰진다.(헤지라가 일어난 AD622년은 이슬람역 원년이다.)


우리는 매일 닥쳐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시적으로 희망적으로 되기도 또는 절망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역사라는 관점을 통해 생각한다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 우리의 위치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도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비록, 우리는 현대 역사의 물살 속에서 헤엄치기 때문에 역사적 의미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기는 하지만 말이다.


<헤겔&마르크스>와 2016년 12월 9일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은 현대 우리시대를 바라보는 하나의 귀감(龜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처럼, <헤겔과 마르크스>는  입문서라는 한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서양역사철학의 주요 사상을 전반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주며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좋은 역사 철학 입문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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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車書 2016-12-10 0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덕분에 역사가 현실의 삶과 무관하지 않는 반복성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헤겔& 마르크스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입문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12-10 08:36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기분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번 주말은 작은 승리의 기쁨을 누려도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사마천 2016-12-10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혹시 헤겔을 이어 받은 코제브,앨랜 블룸, 레오 스트라우스나 다른 사상가들에 대한 책도 보셨는지요? 저도 잘 모르지만 주변에서 추천해서요 ^^

겨울호랑이 2016-12-10 09:55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사마천님
사실 헤겔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 그 이후 철학자까지는 아직 진도가 못나갔습니다. 사마천님 덕분에 헤겔 이후의 철학자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네요. 철학사 큰 줄기를 잡고 이후 사마천님께서 추천하신 분들에 대한 공부도 해야겠습니다. 사마천님, 항상 좋은 책과 저자를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탄핵 소추안 가결과 더불어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16-12-10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0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0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0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12-10 1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진보한다. 내 신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 증명되는 순간을 지켜보는 느낌이였어요..

겨울호랑이 2016-12-10 19:59   좋아요 2 | URL
^^: 네 어제의 탄핵소추안 의결은 분명 의미있었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산을 올라가는 심정으로 차분히 올라가야겠지요^^:
 
형이상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김진성 옮김 / 이제이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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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形而上學, 고대 그리스어: τ? μετ? τ? φυσικ?)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술한 철학서이다. 로도스의 안드로니코스가 기원전 1세기 후반 로마에서 편집 간행한 전전(全典)에서 <자연학(Physics)>의 뒤(Meta)에 놓인 위치로 해서 <자연학의 뒤의 서(Meta-Physics)>라고 불리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후세의 형이상학에서 의미하는 내용의 것을 '프로테 필로소피아(Prote Philosophia)'(제1의 철학) 또는 '테올로기케(Theologike)'(신학)라 하여, 존재 내지 실체란 무엇인가를 해명하는 일을 중심 과제로 하였다. (출처 : 위키피디아)


<형이상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의 많은 저서와 내용적으로 연관성이 많고, 아리스토텔레스 전후 철학사상(哲學思想)과 긴밀항 영향관계에 놓인 작품이기에 쉽게 읽히지 않는다. 전체 14권의 내용은 상호 관련성이 있으면서도, 독립적이기도 하기에 큰 줄기 파악이 어려웠다. 그래서, 역자가 해설한 전체적인 내용의 틀에서 해당 내용과 연관 내용을 정리를 해본다.


1. <형이상학(形而上學)> 의 전체 내용과 연관 내용


가. <형이상학>의 근본 물음은  '있다(존재)'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모든 인간은 본래 앎을 욕구한다.'(980a 21) 


 '모든 사람이 "지혜"란 이름을 붙인 것들이, 사물들의 으뜸 원인들과 원리(arche)들을 다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분명히 지혜는 특정한 원리들 및 원인들에 관한 앎이다.'(982a 2)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앎'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보편적인 원리들에 대한 앎을 '지혜'라고 이름붙였다. 그리고, 사물의 원인을 4원인설 [밑감(재료), 꼴(형상), 어떤 것을 움직이는(변하게 하는)것, 어떤 것의 목적]으로 설명한다.


한편, 아리스토텔레스는 6권에서 '으뜸'과 '딸림'에 대해 설명을 한다. 음악의 주요 3화음(主要三和音)인 으뜸화음, 딸림화음, 버금딸림화음을 연상하게 된다.


'주요 3화음(主要三和音)이란 이 중에서 Ⅰ도, Ⅳ도, Ⅴ도를 의미하며, 버금 3화음(부삼화음:副三和音)이란 그 밖의 화음 Ⅱ, Ⅲ, Ⅵ, Ⅶ도이다(이하 도를 생략하고 Ⅰ, Ⅱ, Ⅲ, …으로 한다).특히 주요 3화음에 대해선 Ⅰ을 으뜸화음, Ⅳ를 버금딸림화음, Ⅴ를 딸림화음이라고 한다. 으뜸화음은 중심이 되는 화음으로서, 한 조(調) 속에서 정지감·안정감을 가장 강하게 갖고 있다. 딸림화음은 으뜸화음으로 가려고 하는 강한 지향성을 갖는 화음이다. 버금딸림화음은 이 가운데서 완전5도, 4도의 관계를 가지고 있을 뿐 딸림화음에 비하여 으뜸화음을 지향하는 힘은 약하나 으뜸화음과 딸림화음의 기능을 보조하는 작용을 가진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음악용어를 철학에서 빌려쓴 것인지, 철학용어를 음악에서 빌려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6권의 주요 내용인 으뜸과 딸림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는데, 음악적인 지식이 도움이 될 듯하다.


나. 실체(ousia)가 양, 질, 관계 등 다른 모든 범주들의 원인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있다'의 원인을 '실체'로 설명한다.  '실체'가 모든 측면에서 으뜸하는 것으로서술하면서 '있는 것(존재)'에서 '실체'로 논의를 옮겨간다.


'실체는 모든 측면에서, 즉 정의(定義), 인식, 시간의 측면에서 으뜸간다. 그리고 실체는 정의에서도 으뜸간다. 그리고 어떤 사물의 어떠함(질), 얼마만큼(양), 어디에(장소)보다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때, 예를 들어, 사람이 무엇인지를 또는 불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때, 우리는 각 사물을 가장 잘 *안다고 믿는다. 그리고 다른 범주들조차도, 예를 들어 어떠함(양)이 무엇인지 또는 얼마만큼 (질)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때, 우리는 잘 안다.(그래서, 실체는 인식의 측면에서도 으뜸가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예나 지금이나 늘 묻지만, 늘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은 '있는 것이란 무엇인가? 다시 말해 실체란 무엇인가?'하는 물음이다.'(7권 1장 1028a 33 - 1028b 4)


다. 실체들 중에서도 으뜸 실체인 꼴(형상 eidos)이 다른 모든 실체들의 원인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를 논의하는데 있어 꼴(형상 eidos)이 다른 실체들의 원인이 된다고 논의를 전개한다. 이를 통해 주된 논의가 다시 '실체'에서 '꼴(형상)'로 넘어간다.


'이렇듯 우리가 찾는 것은 밑감(재료)은 어떤 (특정한) 것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그 사물의) 실체다.....그러나, '다른 어떤 것'은 '어떤 (특정한) 것'이지 요소는 아는 듯하며, 이것이 살이고 저것이 소리마디이게 하는 원인인 듯하다. 그리고 이것은 각 사물의 실체(꼴, eidos)이다.'(7권 17장 1041b 8 - 29)


한편,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를 탐구하는데 있어, '주어(主語)'와 '술어(述語)'의 관계를 이용하여 설명을 하는데,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은 버트런트 러셀(B. Russell)의 '기술 이론(description Theory)'를 연상하게 한다. 


'실체가 무엇이고 어떤 종류의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지를, 다른 출발점으로 잡아 다시 한 번 논의해 보자.... 우리는 '왜(까닭)'를 항상 다음과 같이 찾는다., 즉 "왜 어떤 것이 다른 어떤 것에 들어 있는가?"란 (물음의) 형태로 찾는다...그러나 하나(의 술어)가 다른 하나에 대해 진술되지 않을 때, 예를 들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에, 특히 우리는 탐구 대상을 우리의 시야에서 놓치게 된다. 왜냐하면 이러 이러한 것(요소)들이 (전체인) 그것을 이루고 있다고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단순하게 말하기 때문이다.'(7권 17장 1041a 6 - 1041b 2)


럿셀의 기술이론은 주어-술어 형식의 서구적 언어에서 파생되는 존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황금산은 존재하지 않는다(The golden mountain does not exist)”라고 말했는데, 만약 누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What is it that does not exist?)”라고 묻게 된다면, 나는 “그것은 황금산이다(It is the golden mountain)”라고 대답하게 될 것이다. 외견상 매우 자연스러운 대답 같지만, 이렇게 대답함으로써 나는 존재하지 않는 황금산에게 존재를 부여하는 꼴이 되고 만다. 황금산은 결코 고유명사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구이며, 그 기술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존재’를 운운할 필요가 없게 된다. (출처 : 러셀 서양철학사 31장 http://naoshimaisland.blogspot.kr/2012/07/blog-post_9583.html)


라. 으뜸 실체 중에서도 영원불변의 신(神)이 천구들을 움직이는 이성(nous)들과 더불어 있는 것들 모두의 궁극적인 원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 중에서도 반드시 '영원하고 움직이지 않는 실체'가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한 실체가 없다면 다른 사물들의 원인(原因)이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며, 그러한 영원하고 움직이지 않는 실체를 '이성(nous)' 또는 '신(theos)'으로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원리에 대한 설명에서 '반대성'으로 설명되는 부분은 뉴턴의 제3 운동법칙 '작용-반작용'의 내용과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 중 하나인 동력인(動力因)을 연계시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인과 원리는 (그 종류가) 세 가지며, 그 중 둘은 반대성(반대되는 성질들)이며, 이 중 하나는 (본질에 대한)정의나 꼴(형상)이며 다른 하나는 (이것의) 결여다. 셋째 것은 밑감(재료)다.'(12권 2장 1069b 34-36)


뉴턴의 제3법칙 : 물체 A가 다른 물체 B에 힘을 가하면, 물체 B는 물체 A에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힘을 동시에 가한다.(출처 : 위키피디아)


'실체로 세 가지가 있었다. 그 중 둘은 자연적인 실체이고 하나는 움직이지(변하지) 않는 실체였는데, 이 뒤의 실체에 관련하여, 영원하고 움직이지 않는 실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실체는 있는 것(사물)들 가운데 으뜸가는 것이며, 또 모든 실체들이 사라지는(소멸하는) 것이라면, 모든 것들은 사라지는 것들일 것이기 때문이다.'(12권 6장 1071b 3 -7)


'(어떤 것을) 움직이는 원인'(운동인)들은 (그것들이 생겨나게 하는 사물들보다)먼저 생겨난 것으로서 있으며, '(본질에 대한) 정의라는 뜻의 원인'(형상인)들은 (그것들이 생겨나게 하는) 사물들과 동시에 있다.(12권 3장 1070a 21)


이성(nous)은 (우리의 감각이나 마음에) 나타나는 것들 가운데 가장 신(神 theos)적인 것으로 보이는데.(12권 9장 1074b 15)...(신의) '자신에 대한 사유'(자기 사유)는 그러한 (최고의) 상태에 영원히 계속 놓여 있다.(12권 9장 1075a 10)


마. 신은 자신은 움직이지(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모든 것들을 움직이는 으뜸가는 것(不動의 原動者, unmoved mover)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단일한 우주를 가정하면서 '不動의 原動者'를 설명한다. 이런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은 후대 스토아 철학의 '신 존재 증명 -  다섯 가지 길'의 뼈대가 되어 기독교 신학(神學)의 근간을 이룬다. 이는 현대물리학의 '초끈이론', 'M이론'과 같은 다차원(多次元)의 시간과 공간을 가정하는 물리이론과 신학이 충돌하는 여러 문제 중 하나다.


'분명히, 우주는 하나다(단일하다.).. 으뜸가는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은- 무엇-이었는가'(어떤 것의 본질)는 밑감을 갖지 않는다. 그것은 완성된 상태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다른 것을 움직이는 으뜸가는 것'은 정의에서나 개수에서나 하나이다.(12권 8장 1074a 32 - 40)


위의 전체 내용 이외에 <형이상학>에는 실체, 밑감(재료)와 꼴(형상)과의 관계, 개별자와 보편자, 생성 및 소멸 등 여러 내용이 각 권에 '따로 또 같이' 조합되어 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 이전 철학자들을 비판하는 내용(1권, 13권)을 통해서 대표적인 그리스철학자들의 사상을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Idea)론을 비판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데, 이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철학의 차이도 알 수 있다.


<형이상학>을 읽으면서 한 번에 정리될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직관적으로도 아리스토텔레스 전후(前後) 학자들의 내용과 연관되는 내용이 많기에, 여러번에 걸쳐 연관시켜 다독(多讀)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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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03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어려운 책 아닌가요???
서양철학의 근간이자 기원론이네요^^..

겨울호랑이 2016-11-03 13:52   좋아요 2 | URL
네 유레카님^^: 어려운 책이네요.

읽었다고 다 제것이 되지 않는다는 진리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고마운 책입니다..ㅜㅜ

마립간 2016-11-03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원전 4C 전후로 철학을 통해 질문을 하고 17 ~18C에 과학을 통해 답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20C 이후에 와서는 과학이 질문을 하고, 철학이 정리`하는 느낌입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11-03 14:13   좋아요 0 | URL
예전에 그처럼 생각 못했는데, 마립간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근세 철학에서 갈라져 나간 학문들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들고 다시 원류인 철학에서 답을 찾는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