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 아트 앤 메이킹
사이먼 워드 지음, 배지혜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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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F에서 우주가 나오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개척정신 좋다 우주로 가자.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왜 우주로 가냐. 이 영화는 후자다. SF에서 도플갱어가 나오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또 다른 나는 나한테 동족혐오를 보일테니 좋지 않다. 또 다른 나는 내 일을 도와줄 수 있으니 좋다. 이 작품은 전자 후자 다 나온다. SF에서 외계인이 나오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저 외계인을 박살내고 우주를 인간이 살 수 있도록 개조해야 하며 이는 지구에서 농사와 다를 바 없다. 저 외계인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인간에게 협력을 할 수도 있다. 적어도 미키 17은 후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어 장면 별로 없는 편이고 설국열차에 비해 매우 순한 맛이다. 고어 기대하는 사람은 30분 정도가 재미없을테고, 반대로 생각하면 고어 못 보는 사람들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소리다. 스포일러 피하고 호불호 갈릴 수 있는 입장에 대해 정리했으니 감안하고 보길 바란다.

2. 베테랑 같이 맨날 매운 영화만 나오면 또 폭력성을 싫어하는 사람은 영화를 못 보므로, 다양한 사람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데선 장점이 있다고 본다. 근데 아까 말한대로 마지막 30분이 좀 의뭉스럽다. 인물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스토리를 좀 많이 생략한 거 같은데 봉준호 감독님 원래 이 영화 몇 분이었나요. ㄷㄷ 1시간 30분 분량이었어도 좋았을 거 같은데. 다음 작품은 아무래도 못 볼거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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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2025-03-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아트 앤 메이킹 북에 영화 리뷰를 다시는 건가요?

갈매미르 2025-04-17 15:41   좋아요 0 | URL
당시 검색하면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작품이라면 모를까 같은 영화작품 평인데다가 저는 호평으로 글을 달았기 때문에 곤란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라켈수스의 딸 9 - AK Novel
고다이 유우 지음, 한신남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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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모형극은 붕괴하고 여마술사의 검은 소리를 내며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리스 경감은 자기도 알아들을 수 없는 비멍을 연달아 내질렀다. 기이한 은색 인형은 낙하한 기세 그대로 여마술사의 머리 위를 덮쳤다.



이게 좀 뜬금없는 대목을 명문장으로 뽑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절도 있는 고어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 대목 중 하나를 꼽았다. 파라켈수스의 딸 말고도 다른 작품도 보고싶은데.. 아무래도 저자는 항상 여장남자를 작품에 등장시켜 자신의 소설에 대한 특이점으로 삼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가를 데뷔시키는 건 아직 먼 일일 듯 하다. 작중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건 작가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던데, 남성의 마음을 지녔어도 여성의 몸으로 행동하는 크리스티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를 구원하면서 자신도 구원하는 료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에서 작중인물이 성배에 얽히면 좋지 않은 일을 겪는다는 스친의 조언이 있었다. 크리스티나에게 벌어진 일은 언뜻 황당하면서도 비극적인 일이다. 그녀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스포를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중심사건은 다빈치코드이다. 그러나 료타로는 남다른 사건과 그로 인해 가족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보통 서브컬처에서 (유사)가족의 삶과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10권 내용에 걸쳐 성장하면서 매우 큰 절망에 속하는 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료타로의 모습이 색달라보인다. 혹 구할 수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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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t Thought: A More Comprehensive Introduction (Paperback, 5)
로즈마리 푸트남 통 / Westview Press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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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르는 '모태솔로'라는 말이 있어요. 그건 모든 사람이 당연히 연애를 욕망해야 하고, 연애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어딘가 정서적으로 결여되어 있거나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편견을 함의하는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연인 간의 사랑'에 특별한 관심이 없을 뿐이지 가족을 사랑하고, 주어진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 저는 묻고 싶어요. 사랑을 좁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 대체 누구인지를요.


내가 로맨스물 잘 안 읽는 이유이기도 함. 다들 로맨스소설을 너무 읽어 사랑을 격렬하게 해야 하는 줄 아는 돈키호테인데, 상대가 본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고 결혼하더라도 결혼 상대에 대한 사랑은 다른 것인 줄 알고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찾게 됨. 아내가 스킨십을 원할 때 남편이 '가족과는 이러는 게 아니야'라는 대사를 치는 게 유행인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 사랑에 대한 차별을 보여줌.

장애인 남성이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아직 트랜스젠더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다는 게 충격적이긴 하다. 그러나 공포심에 사로잡혔다는 것뿐이지, 들어오면 이렇게 보복해야지라는 생각은 확실히 혐오가 맞는 것 같다. 정답이 없는 일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될지 몰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난 고민해봐도 모르겠다.. 성중립 화장실이 생기면 혐오라는데 트라우마 있는 나는 그럼 야외화장실 못 가네. 타협이 안 되었다면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아닌 듯.

책을 읽고 있는데 트랜스젠더가 나오니 주변에서 왜 이런 걸 보는지 왜 그런 걸 목숨걸고 하는지 물어보는 것 외에 아무 차별발언 없는걸 보면 세상 좋아지긴 한듯. 나는 당사자는 아니어서 그냥 아이들을 좀 더 알기 위해 본다고 했다. 너무 소수자 아니냐고 하지만 한국이 실패하면 죽는 세상이다보니 그런 정체성을 숨기는 아이는 충분히 있을 것 같음. 그들까지 합치면 소수자 아니지 않을까? 내가 꼰대소리를 하더라도 지적하면 책 보고 공부하면서 수정할 거고 마음을 조금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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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전사, 마법사, 연인 - 어른이 되지 못한 남성들을 위한 심리 수업
로버트 무어.더글러스 질레트 지음, 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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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사람을 속이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할까. 마법소녀물이고 그림체가 파스텔풍이어서 봤는데 많이 실망스러웠다. 요새 일본에서 스토리보다는 작화가 좋은 것만으로 인기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 그런 걸 노려서 나온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인기가 있으면 아무리 망해도 다음 작품 나오게 해준다'는 무리한 흐름을 만들어버린 까닭이라 그런지, 시청자들을 화나게 만드는 와중에도 계속 2기 떡밥만 던지면서 끝내버린다. 쿠루미는 현대 마법을 쓸 수 있는 마 반에 입학했어야 하는데, 떨어져 평범한 반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그 반의 선생은 자꾸 고대 마법을 가르치려 한다. 쿠루미는 선생의 수업을 들으며 고대 마법진을 그리던 할머니와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린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선생은 실종에 가깝게 사라지고, 동아리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부장이 학교의 7대 불가사의를 파헤치자고 한다. 여기서부터 너무 멀리 갔다고 본다.

학교가 아이들을 착취한다는 발상은 신선했으나, 그 학교에서 어떤 반으로 배정받을지 진실을 다 알고 나서 쿠루미 개인의 의사존중이 필요했다는 나무위키의 이야기는 일면 수긍이 간다. 나 자신의 마음도 파악하지 못할진대, 바람이 불어도 낙엽처럼 흔들리는 청소년 마음의 의중을 파악한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다. 애니메이션 초중반 설정에서 이야기했듯이 본인의 미래를 선택하는 중요한 시기가 청소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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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스 - 파리 최고의 멋쟁이 생쥐
메간 헤스 지음, 배은경 옮김 / 양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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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이 드라마가 망한 이유 설명부터 하자. 첫번째로 재미가 없음. 한니발을 기대하고 본다면 애당초 기대를 하지 말 것. 이 드라마는 똑똑하고 명쾌한 스탈링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초 양들의 침묵 시리즈가 재밌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한니발의 잔혹성이고, 다른 하나가 똑똑한 스탈링과 계급 낮은 여성이란 이유로 그녀를 무시하는 백인 남성 경찰들이다. 아무리 정의를 표방하는 드라마라고 해도 범인이 사악하고 잔혹하지 않으면 추리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인가. 원작이 수사물이라기보다는 범죄물에 가까웠던 점도 놓칠 수 없는 듯하다. 그래서 큰 사건 하나가 떨어졌고 충분히 시즌 2가 벌어질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시즌 1에서 사실상 중도하차 되어버렸다. 어떤 점에선 이후 수사물에 실패로써 큰 교훈을 준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원작에 따르지 않은 몇몇 부분을 복귀시켜 준 점은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흑인이 그닥 등장하지 않고 어리석은 백인 남성만 등장시키며 스탈링을 고립시킨 점은 그녀의 고독을 증폭시켜 설명하지만, 원작과 같지는 않다. 드라마에서는 흑인 여성을 스탈링의 파트너로 등장시켜서 따뜻한 휴머니즘적 분위기를 유도한다. 스탈링이 지니고 있던 과거의 기억과 관련된 반전도 변수였다고 생각된다. 드라마 한니발도 재미있었지만, 원작의 스탈링에도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감상 추천한다.

P.S 오타쿠에게는 검색하기 난해한 제목이었다. 클라리스 검색만 하려 들면 자꾸 동명의 일본 아이돌 유닛이 등장하니.. 이젠 컴퓨터도 내가 오타쿠라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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