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주의자 문학동네 시인선 167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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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훌륭하다. 인간을 넘어 만물의 피. 땀. 눈물을 가능한 최대치로 시화(詩化)한 느낌. 시사적이고 철학적이고 심미적이다. 시인은 세상의 고통에 눈과 귀와 입을 활짝 열어 붉은 거미집을 만들었다. 좋아서 거듭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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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9 #시라는별 77 

어떤 나무의 말 
- 나희덕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관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는 마십시오. 


<어떤 나무의 말>은 2014년 출간된 나희덕 시집『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실려 있는 첫 번째 시다. 나는 이 시를 2015년 1월 내 노모의 여든둘 생일 즈음 읽었다. 그 때 이 시는 내게 ‘어떤 나무의 말‘이 아닌 ‘내 늙은 어미의 노래‘로 들렸다. 저때 내 어미는 사는 게 무재미라면서도 어린 날과 젊은 날의 즐거운 추억들을 되새김질하며 간혹 웃었고, 하나뿐인 어미 떠나면 형제자매 없는 넌 고아가 돼서 어떡하냐고 울먹이곤 했다. 그때마다 ˝왜 이러셔 엄마, 내가 엄마보다 훨~~~씬 부자잖아. 엄마 없는 남편도 있지, 아들딸 고루고루 있지. 걱정할 거 하나 없다니까!!!˝ 라며 세게 퉁을 놓았고, 그 말에 엄마는 나와 함께 허허실실 웃었다.

2년 후 어미는 치매가 들었지만 언제나 나와 사위와 손주들을 알아보았고, 당신의 옛 이야기와 구수한 옛 노래로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해주었다. 날짜와 나이를 잊고 사는 어미에게 당신 나이를 일깨워줄 때면 어미는 화들짝 놀라 말하곤 했다.
ㅡ 하이고 무시라. 내가 나이를 고렇게나 많이 문나. 우리 딸 고생 안 시키게 이제 고만 가야 할 텐데. . . . . . .
ㅡ 하이고. 운제는 엄마 떠나면 나 고아 된다고 눈물 글썽이더니 이제는 아닌가 부지. 
ㅡ 인자는, 이서방도 있고 너그 아들딸도 있이니께, 너가 안 외롭것재. 나는 인자 죽어도 여한이 없다. 우리 딸 고생 안 하게 너무 칩은 날만 피해 가면 될낀데.

2022년 2월 3일. 나는 고아가 되었다. 1934년생 내 어미는 여든아홉 생일 촛불을 끈 지 한 달만에, 당신 소원대로 아주 추운 날은 피해, 당신 바람대로 한 며칠 아프시다 자는 잠에 살포시 저 세상으로 가셨다. 1월 중순 우리 가족은 방호복을 입고 침대에 누운 내 어미와 임종 면회를 했고, 열흘 후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휠체어에 앉은 어미를 대면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어미의 몸뚱이는 ˝더는 쪼개질 수˝ 없는 마른 가지처럼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져 손길만 스쳐도 소스라치게 아파했다. 그래서 설날에는 차마 어미를 보여 달라 말을 할 수 없어 어미 누워 있는 요양원 건물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어미의 몸뚱이는 꽃은커녕 잎사귀마저 무거워 ˝스스로의 관˝이 되려 하고
있었다. ˝나부끼는 황홀˝을 충분히 맛보았다는 듯이.

어미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날, 기운이 딸려 머리를 쳐들지도 말을 내뱉지도 못한 채 눈만 감고 있는 어미에게 요양사가 말했다.
ㅡ 어르신 ~~~ 누가 왔는지 좀 보세요.˝ 
어미는 겨우 고개 들어 나를 힐긋 보고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말했다. 
ㅡ 우리 딸 . . . . . . 

우리 딸. 어미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치매 노인 어미는 생을 놓기 직전까지 딸의 존재를 끝까지 기억 속에 붙잡고 있었다. 우리 딸. 엄밀히 따지면 엄마와 나에겐 ‘우리‘라고 할 만한 식구가 없었다. 어미는 홀어미였고, 나는 외동딸이었다. 그런데도 어미에게 나는 늘 ‘우리 딸‘이었고, 나에게 어미는 늘 ‘우리 엄마‘였다.

‘우리 엄마‘ 프로젝트 

1934년생 내 어미는 자존심이 세고 강인한 여자였다. 마산 바닥에서 인상파로 통한 내 어미를 잘못 건드리면 상대가 어떤 작살이 나는지를 나는 두 귀로 무수히 들었고 두 눈으로 이따금 목격했다. 그런 여인이 대학생이 된 딸년 때문에 무연고지 서울에 와서 억척스럽게 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딸인 내게 물었다.
ㅡ 니년은 너거 친구들하고는 입이 닳도록 새실(사설)을 까더마 나하고 있을 때면 꿀 먹은 벙어리모냥 입천장을 딱 쳐닿고 있노. 니 에미가 그리 싫나.

나는 속으로 ‘당근 싫지.‘ 라고 말했다. 어미가 그 말만 했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을 것이다. 아니 그런데, 세상 무서울 것 없이 기고만장한 어미가 딸년의 들러붙은 입천장 때문에 서러움의 눈물을 훔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지? 나는 순간 너무나 어이 없고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세대 차이가 30년이나 넘는 엄마랑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일방적으로 쏘아붙이기만 하는 엄마랑 대체 무슨 이야기가 된단 말인가. 그 후 어미는 계속 서러웠고 나는 계속 괴로웠다. 행동에 나서는 쪽은 대개가 괴로운 쪽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호구 조사하듯 설문조사를 했다. 너희들은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느냐,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엄마랑 얘기하면 재미가 있느냐 등등등. 그리고 내가 찾아낸 해결책은 내 친구 선배 후배를 엄마와 공유하기였다. 나는 어미에게 그들의 이름과 특징을 설명하고, 그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이따금 집에 초대해 어미가 차린 밥상 앞에 앉히곤 했다. 그 날 이후 내 어미는 시나브로 ‘우리 엄마‘가 되어 갔다. 그 날 이후 나는 내 어미의 어제와 오늘의 삶을 지인들과 공유해 나갔다. ‘우리 엄마‘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미의 장례식에는 ‘우리 엄마‘를 어떤 식으로든 아는 이들을 불렀다. 조문을 오지 못하는 지인들은 전화로 톡으로 먼 길 떠나는 ‘우리 엄마‘를 배웅하고 이승에 남은 나를 위로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 목소리만 들어도 그
이야기들이 떠올라 목울대가 뜨거워지는 것, 엄마가 해준 아구찜이 제일 맛있었어요, 우리 아빠 칠순은 못 챙긴 내가 어머니 칠순 잔치는 가지 않았겠어요, 어머니가 저를 엄청 예뻐하신 거 기억해요, 어머니 얼굴 한 번도 뵌 적 없는데 이야기를 하도 들어 꼭 뵜던 것만 같아요 . . . . . .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만큼 큰 위안이 되는지를, 나는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나의 가족, 어미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게 해준 사위와 손주들, 사돈 식구들이 묵묵히 혹은 떠들썩하게 자리를 지켜 주었다. 나는 어미의 바람대로 외롭지 않았다.

한창 시절 몸무게 7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푸른 나무였던 어미는 바싹 마른 나뭇가지로 변했다가 한줌 재가 되었다. 어미의 유골함을 들고 장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희덕의 <어떤 나무의 말>을 기억나는 대로 계속 읊조렸다.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진 몸뚱이에 ˝입김을 불어넣˝어 또 다시 꽃 피우거나 잎사귀 달게 하지 않도록 ˝허락해˝ 달라고 했던 어떤 나무의 말은 내 늙은 어미의 말이었다. 이제까지 나는 늙어가는 어미의 기력 상실과 기억 상실을 마주해야 했다. 이제부터 나는 어미라는 존재 자체의 상실을 마주해야 한다. 2018년 11월 10일. 34년생 어미가 신우신염으로 의정부 백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간호사가 물었다.
ㅡ 어르신, 어르신 성함 아시죠?
ㅡ 아암. 알지.
ㅡ 그럼 여기 종이에다 성함 좀 써 주세요. 

내 어미가 당신 이름을 써 놓은 종이를 들고 나는 말문을 잃은 채 멍하니 그 글자들을 읽고 또 읽었다. 과거형으로 끝난 어미의 이름. 그렇게 부르게 될 날이 언제고 반드시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날이 지금일 줄은 몰랐다. 나에게는 고맙게도 예상한 날보다 훨씬 훗날이다. 어떤 중요한 일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기다려주고 버티어준 ‘우리 엄마‘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나는 이제부터 ˝대상의 상실이 남겨놓은 공백을 아물게˝(남진우 평론가의 해설 중) 할 방법으로 작별 일기 대신 애도 일기를 써볼 생각이다. 사람은 떠나도 이야기는 남는다. ‘우리 엄마와 우리 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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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09 06: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명절 쇠자마자...ㅜㅜ
어머님 평안하신 곳에서 당신의 딸과 사위,손주들을 잘 지켜봐 주시리라 믿습니다.
마음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10   좋아요 4 | URL
나무님 감사합니다. 엄마가 마음 준비할 시간을 주셔서 마음이 막 아프고 그러진 않아요. 게다가 당신 소원대로 많이 아프지 않다 가셔서 그저 고맙답니다. 삶과 죽음이 한끗 차이라는 걸 이번에 체감하게 되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페넬로페 2022-02-09 09: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89세의 나이로 떠나신 행복한책읽기님의 어머님께서 좋은 곳으로 떠나셨을 거예요.
나이 드신 노모와 자식이 하나뿐인 저에게 책읽기님의 글은 더 마음에 닿고 아프고 공감됩니다.
어머니 보내드리느라 힘들고 헛헛한 마음 잘 추스리시고 어머니께서 그곳에서 평안하시기를 다시한번 기원 드립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17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도 외동딸이세요?? 동질감 화악^^ 페넬로페님 어머님도 연세 많이 드셨지요?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늙음도 죽음도 피해갈 수 없는 여정이지만, 사는 동안 몸과맘이 건강한게 최고인듯해요. 저희 엄마는 천수를 누리신 듯해요. 눈 감아도 여한이 없다 말하실 수 있을 만큼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는 일상을 살아가며 뒷정리들을 하는 중이에요. 페넬로페님의 깊은 공감에 감사드려요. 이런 공간이어서 이런 글도 쓸 수 있었어요.^^;;

페넬로페 2022-02-12 11:49   좋아요 3 | URL
저는 4형제인데 저의 딸아이가 외동이라 더 깊이 느낀거예요~~
제가 떠날 때 혼자 남겨질 아이를 생각하니 더 맘 아프고 먹먹해요^^
책읽기님, 힘내세요**

2022-02-12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2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02-09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울지 않으며 읽기가 힘든 글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딸과 엄마 사이는 복잡해서 더 애틋한거 같아요.
시로, 글쓰기로 상실감을 잘 풀어내시기를....♡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27   좋아요 4 | URL
ㅠㅠ 울리려고 쓴 글은 아니었는데, 울려드려 죄송합니다. 딸과 엄마 사이는, 맞아요. 복잡하면서 참 애틋해요. 저는 엄마를 몹시 싫어하는 딸이었는데, 사회생활하면서 내 엄마를 엄마가 아닌 한 개인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엄마의 많은것이 쬐~~끔 이해되더라구요. 엄마를 받아들이는데 책이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이번엔 시였네요. 미미님, 공감 가득한 댓글 감사드려요.^^

mini74 2022-02-09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그냥 저도 눈물이 납니다. 정말 위로 드립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33   좋아요 4 | URL
ㅠㅠ 눈물 흘리게 해드려 죄송해요. 저는 괜찮아요. 저희엄마가 식구들 잊지 않고, 춘분 오기 직적 눈감아주셔, 그리고 저 글에 담지 못한 정말 중요한 일 하나가 있었는데, 그 일 마무리 될때까지 기다려주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답니다.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딸이 하는 당부를 다 듣고 계셨구나 싶어, 울엄마는 마지막까지 나를 염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새삼 또 존경스러워졌어요. 미니님, 위로해주셔 감사해요.

희선 2022-02-10 0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 님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우리 엄마’ 프로젝트 멋지네요 그렇게 알게 된 분들도 함께 어머님을 보내드리셨겠네요 어머님 명복을 빕니다 저세상에서 행복한책읽기 님과 행복한책읽기 님 지켜보실 거예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38   좋아요 4 | URL
희선님 감사해요. 저는 의외로 넘 담담해서 의아해하고 있어요. 원래 이런 느낌인가?? 싶고, 제가 이상한 건가 싶고, 그렇답니다.^^;;; ‘우리엄마‘ 프로젝트는 제가 형제자매가 없어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어요. 장례 끝나고 보니, 내가 엄마를 위해 가장 잘한 일이었구나 싶더라구요. 저희 엄마의 명복을 함께 빌어주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얄라알라 2022-02-22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

더 키보드를 두드리는 자체가 죄송스럽네요. 행복한 책읽기님의 마음과 강인하시고도 모정이 뜨거우신 책읽기님의 어머님을 기억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책읽기님은 푸른 나무이셔야죠. 힘드시겠지만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2022-02-24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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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1 우리는 누구나 자폐로 태어난다

엘리자베스 문의『어둠의 속도』를 알게 된 것은 알라알라북사랑님의 <읽은책>에서였다. 제목이 신선했다. 저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작가였다. 알라딘 소개글을 읽고 바로 구매했다. 저자의 이력이 이채로웠다. 1945년생인 엘리자베스 문은 역사학을 공부했고, 해병대에서 기술병으로 3년간 근무했으며, 다시 생물학을 공부했다. 응급의료원, 교사, 합창단 지휘자, 지역신문 칼럼니스트 등 다채로운 직종으로 여러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이런 이력만도 독특한데, 엘리자베스 문에게 이 소설을 탄생하게 만든 또하나의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것은 저자가 자폐아를 키운 엄마라는 사실이었다. 입양아였는데, 처음부터 자폐아를 입양했는지 입양하고 자폐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둠의 속도'라는 제목은 저자와 자폐 아들과의 대화에서 탄생했고, 이 비슷한 대화가 소설 속에도 등장한다. 

어느 날, 아들이 들어와 문틀에 기대 물었어요. 

"빛의 속도가 1초에 30만 킬로미터라면, 어둠의 속도는 얼마에요?"

제가 일상적인 답을 했죠.

"어둠에는 속도가 없단다."

그러자 아들이 말하더군요.

"더 빠를 수도 있잖아요. 먼저 존재했으니까요."(2003년 3월, 시네스케이프 매거진, 폴 위트커버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설의 플롯은 복잡하지 않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자폐아에 대한 치료가 가능해진 근미래, '루'는 조기개입과 진보된 교육과 사회적 지원 제도 덕분에 성인이 되어 비장애인들처럼(소설에서는 정상인으로 쓰고 있다) 직장을 다니고 취미 생활도 하며 일상을 무난히 영위해 나간다. 사실 '루'라는 캐릭터는 자폐인이라기보다 좀 예민한 감각을 가진 일반인 같다는 인상을 준다. 이른바 정상인들(비장애인들)보다 훨씬 잘 산다. 일도 잘하고, 자폐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취미로 하는 펜싱 실력도 좋으며,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줄도 안다. 거기다 똑똑하기까지 하다. 감각 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뛰어나며 패턴 인식 기술력도 탁월하다. 이런 루가 가진 문제점이 대체 뭐란 말인가? 자폐,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루가 다니는 회사의 부장 크렌쇼는 자폐 부서원들이 마뜩잖다. 그들이 거두는 높은 생산성은 보지 않고, 그들에게 지출되는 개인 체육관, 음향 설비, 주차장, 온갖 장난감들만 눈에 거슬린다. 때마침 자폐인들을 정상으로 만들어 주는 치료법이 등장해, 크렌쇼는 치료를 빌미로 그들을 쫓아내거나 강제 치료를 받게 하려 한다. 크렌쇼는 자폐인들의 자폐를 그 자체로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병들고 손상되고 "특별 대접받기를" 바라는 버러지로 본다. 크렌쇼와 비슷한 시각을 가진 인물이 또 있다. 루가 속한 펜싱 동아리 회원 돈이다. 정상인 돈은 루에게 노골적으로 너는 "병신이고 동물원에나 처박혀" 지내야 할 존재이자, 약자들에게 쏟아붓는 온갖 사회 지원 때문에 자기 같은 인재가 밑바닥 일을 하고 사회가 불경기로 빠져든다고 말한다.    

크렌쇼나 돈 같은 부류의 인간을 나도 만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장애인들을 나랏돈 빼먹으려고 데모만 할 줄 아는 세금 도둑들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적잖이 황당했다. 그 말을 하는 당사자가 장애인의 손이나 발이나 눈이나 머리가 되어 주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차분하게 반박했다. 장애인들 덕분에 일자리가 생기지 않았냐고. 그 덕에 당신이 일을 해 수입이 생기지 않얐냐고. 하지만 그 사람은 크렌쇼처럼 그건 그거고, 장애인들 때문에 나라 살림 거덜 날 거라고만 침 튀기며 말했다. 어쩌면 크렌쇼나 돈이나 그 활동지원사 같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세상을 이끌어 가는 쪽은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는 올드린 과장이나 경찰관 스테이시라고 본다. 운전을 하고 직업을 갖고 사랑에 빠지고 펜싱 시합에 나간다는 루의 이야기를 듣고 스테이시가 말한다.

"​저는 당신보다 장애가 심한 사람들이나, 당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지원 없이 사는 사람들이요. 이제 지원의 근거와, 지원의 경제성을 알겠어요. 탁자의 짧은 다리 밑을 괴는 것과 같아요ㅡ왜 튼튼하고 견고한 탁자를 마련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작든 쐐기만 있으면 견실해지는데, 왜 기울어져 불안한 탁자를 견뎌야 하죠?"(299쪽) 

그러나 사회적 지원 체계가 아무리 탄탄해도 장애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엘리자베스 문이 이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개입 덕분에 루는 비장애인들과 비슷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고백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여전히 안 된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옷을 입는다. 같은 때 같을 말을 한다. 안녕하세요, 안녕, 잘 지내요. 괜찮아요. 잘 자요, 부탁합니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아뇨, 사양할게요, 당장은 아니에요. 교통 법규를 지킨다. 규칙을 따른다. 아파트에 평범한 가구를 놓고, 내 별난 음악은 아주 조용히 틀거나 헤드폰으로 듣는다. 그래도 부족하다. 이렇게도 안간힘을 쓰는데도, 진짜 사람들은 내가 변화하기를, 그들과 같아지기를 바란다. / 그들은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변화하기를 바란다. 내 머릿속에 이것저것 집어넣고, 내 뇌를 바꾸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사실은 그렇다. /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살며. 그러나 나는 안전하지 않았다.> (63쪽) 

안간힘을 썼다는 루의 고백에서 울컥했다. 왜냐하면 우리 대다수도 루와 다르지 않게 안간힘을 쓰며 바둥바둥 살아가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모하는 사회의 진화에 발맞춰 '나를 바꾸라'는 압박을 받고 살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따라잡지 못하면 우리 누구나 어둠의 세계로 도태되어 나만의 자폐에 갇힐 수 있다. 우리 누구나 그런 불안을 안고 살지 않는가. 이 소설은 근미래가 배경이지만 루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지난날 내가 겪었고 오늘날 내가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거의 흡사하다. 자폐인인 루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관계'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려 애쓴다. 모르면 겁이 나지만 알게 되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인이 되면 모든 힘듦과 불안이 해소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정상이 되고 싶다는 루의 친구 캐머런의 말이 가시처럼 아팠다.

"나는 정상이 되고 싶어. 늘 그랬어. 다른 게 싫어. 너무 힘들어. 사실은 같지 않은데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은 척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 지쳤어."  / . . . "나는 정상인처럼 보이기 위해 그렇게 힘들어지 않고 싶어. 그저 정상인이고 싶어." . . . "나는 잘못된 부분을 감추려고 애쓰는 데는 진력이 났어. 나는 제대로 되고 싶어." (382쪽) 

제대로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루도 루의 동료들도 그 어떤 정상인들 못지않게 자기 앞가림을 잘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물들이다. 그랬기에 나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이만큼이어도 족하다고, 충분히 잘해 왔다고, 자폐인이어도 된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나아야 할지 낫지 말아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루를 엄마처럼 안아 주고도 싶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루와 똑같지는 않지만, 평균적인 아이들과는 성장 속도가 다른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이었다. 루가 삶의 지표처럼, 지렛대처럼 의지하는 엄마의 말씀들이 있다. 

ㅡ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고 그 사람들이 더 바르게 행동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하셨어."(53) 

ㅡ 노력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같지 않다. Trying was not the same thing as dong. (71) 

ㅡ 네가 바꾸지 못할 일로 슬퍼하지 말거라, (101)

ㅡ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들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115)

ㅡ 사람들은 가끔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하기도 해요. (137)

ㅡ 화난 채로 있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했다.(181) 

ㅡ 삶은 변화구를 던진단다. 그래도 그 공을 잡는 게 네 역할이지.(426) 

내게도 느린학습자인 아들에게 곧잘 건네는 두 가지 말이 있다. "Sapere aude 알려고 하라!" "노력하자!" 얼마나 많이 했던지 이제는 이 어린이가 엄마 표정만 보고도 이 말을 하겠구나 라는 눈치를 챌 정도이다. 이 소설에서 어둠의 속도는 무지, 편견, 미지(알 수 없음)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폐, 지적 장애, 다운증후군, 경계선 지능 등을 가진 아이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렇게 태어났다. 루의 말대로 그냥 "사고"였다. 그러나 언제나 "무지는 지보다 먼저 도착"하기에 이런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하려 들면 환한 빛보다 캄캄한 암흑이 먼저 찾아든다. 그러면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지고 암담함에 몸서리가 쳐지곤 한다. 그렇다고 넋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다행히 때로는 아이들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장애아의 부모에게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어떻게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서, 그럼에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변화에 열린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 . . . . 만약/언젠가 그런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아들이 결정해야겠지요." (521) (위의 인터뷰 중) 

나도 느린학습자인 우리집 어린이가 루처럼 자신의 머릿속을 읽고, 자신의 언어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자신의 의지로 결정을 내리는 어른으로 자라기 바란다. 그러자면 지금부터 그런 어린이로 살아야 할 것이다. 

소설의 결말은 의외였고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루가 좋아하는 펜싱 대결만큼 문장이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런 탓에 SF를 선호하지 않는 내가 저자의 다른 소설『잔류인간』을 상호대차 신청했다. 기대만땅^^ 


저 밖에는 어둠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둠이 있다. 어둠은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은 언제나 빛보다 앞선다. 예전의 루는 어둠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불편해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기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것은 빛을 쫓는 한, 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란 뜻이기 때문이다. / 이제 내가 질문을 던질 차례이다. - P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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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1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파엘 2022-01-31 08: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경험 때문인지 자폐를 잘 이해하고 쓴 소설 같네요. 이런 소설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ㅎㅎ

미미 2022-01-31 11: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어제 김누리교수님 영상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 공감됩니다.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문제 중 하나는 각 개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매몰되다 보니 기준에 못미치는 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된 사람들은 스스로를 탓하고 불행해지니까요. 이 책도 ‘잔류인구‘도 검색해볼래요!

희선 2022-02-01 0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이야기 보니 책은 읽지 않고 일본 드라마로 본 《앨저넌에게 꽃을》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일본 드라마지만 소설 쓴 사람은 대니얼 키스예요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정상과 비정상이라 하다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애가 없다고 정상일지... 정상은 어떤 건가 싶기도 합니다


희선

얄라알라 2022-02-02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읽기 전에 ˝영광입니다!˝ 저의 책친구, 행복한책읽기 님이 쓰신 <어둠의 속도>리뷰를 읽게 되어서!
저도 읽은지 한두달 지난 것 같은데, 계속 주변분들께 추천드리면서 정작 저는 재독 못했어요. 리뷰 읽고 다시 피드 남길게요^^ 신나요!

2022-02-02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8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9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31 #시라는별 76 

구관조 씻기기 
- 황인찬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창밖의 풍경에서 뻗어 
나온 빛이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을 비춘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마저 
실례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새처럼 책을 다룬다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새는 스스로 목욕하므로 일부러 씻길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새를 
키우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러나 물이 사방으로 튄다면, 랩이나 비닐 같은 것으로 새장을 감싸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긴 복도를 벗어나 거리가 젖은 것을 보았다 


황인찬 시인이 쳐놓은 덫에 걸려 그의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를 대출해 읽었다. 2012년 출간된 이 시집은 24세의 황인찬 시인이 등단 2년만에 이뤄낸 놀라운 업적이라고 한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언어에게 옷을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언어를 씻기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시적 경험을 선사”하는 “희귀한 시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고. 이후 젊은 황인찬은 ‘시인계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고 『구관조 씻기기』와 『희지의 세계』가 각각 2만 부씩 팔려 나갈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고.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사랑을 위한 되풀이』도 1만1천부 넘게 나갔다고 한다.

이 시집에는 5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류를 바꿔 놓았다는 황인찬의 작법이 여전히 낯설지만 『사랑을 위한 되풀이』 보다는 편하게 읽었고 이따금 즐겁게 읽었다. 이해도 되고 마음에도 들었던 시를 꼽자면 <건조과>, <구관조 씻기기>,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파수대> ,
<레코더> 그리고 <무화과 숲>이었다.

황인찬의 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관조‘하기 같다. 그는 자연을 인간의 시선으로 예찬하지 않고 사물에 인간의 마음을 싣지 않는다. 그저 응시하고 묘사할 뿐이다. 그것도 아주 담담하게. 나는 이 점이 썩 마음에 든다. 그래서 작품 해설을 쓴박상수 시인의 이 평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었다.

˝황인찬의 시적 주체는 대상을 인간주의적 관점으로 해석하거나 주체의 정념으로 일렬 배치하는 서정시의 기율 대신 사물의 사물성과 순수성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보존하려는, 김춘수로부터 시작된 한국 시의 저 오래된 반인간주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율:도덕상으로 여러 사람에게 행위의 표준이 될 만한 질서) 

<구관조 씻기기>는 황인찬 시인의 그런 면이 가장 잘 드러난 시로 읽혔다. 시적 대상을 내게로 끌어당기려는 구식 관조(구관조)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식 관조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날, 시인은 숨소리조차 내기 미안할 만큼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를 다룬 책이다. 시인이 고른 두 개의 인용문이 재밌으면서 의미심장하다.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스스로 목욕을 할 줄 아니 씻길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구관조 씻기기‘라는 제목은 인간이 인간의 잣대로 자연에 쓸데없는 짓을 하거나, 누군가가 저만의 판단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을 꼬집는 역설일 수 있겠다.

자연도 사람도 함부로 재단하지 말 것. 내 관점으로 해석하지 말 것. 진정한 배려란 씻길 필요가 없는 새를 목욕시키는 것이 아니라 물이 사방으로 튈 때 ˝랩이나 비닐 같은 것으로 새장을 감싸주는 것˝이라는 것. 황인찬은 조용한 도서관에서 새에 관한 책만 읽고도 한 편의 시를, 그것도 무언가를 깊이 사색하게 만드는 시를 써낼 줄 아는 시인이다. 그는 또한 ‘자기복제‘는 기피하며 거듭나기를 원하는 시인이다. ​

˝제가 좋아하고 항상 감탄했던 문학작품들은 운 좋게 잘 가지고 태어난 반짝이는 재능 같은 게 아니고, 오랜 시간을 견뎌서 무언가를 만들어낸, 그래서 한 명의 시인이나 작가로 완성된 사람들을 더 좋아했거든요. 저는 그래서 랭보나 기형도 같은 시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들의 재능은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배울 수 있는 건 태도겠죠. 점차 자신을 완성시켜가는 자세, 그러면서 자기복제를 하지 않는 것, 그렇게 희소한 태도를 견지한 작가들에게 감동을 받았어요.˝
(2016년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와 가진 인터뷰 중)

무화과 숲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 이 꿈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독자인 나 또한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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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31 00: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구관조 키워봤습니다
7년을 살다갔는데
삐약이 병아리 보고
궈엽다는 말을 할정도로 지능이 유아급이였어요
구관조 스스로 씻고(짝짓기 하려고 몸단장)거울 앞에서 재롱도 😄
무화과 숲 시 2022년 흑호랑이 시로넘ㅎ 좋습니다
떡국 먹는날
책읽기님 복 마뉘🤗🎰


행복한책읽기 2022-01-31 11:21   좋아요 4 | URL
구관조도 키워보시다니. scott님은 실물 경험도 참 많으세요. 스스로 씻는 모습을 직접 보셨다니. 와~~~~ scott님 맛난 떡국 드시고 복 그득 챙기세요~~~^^

mini74 2022-01-31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해도 혼나지 않은 꿈 ~ 저도 이 구절 참 좋아요 ~ 책읽기님도 복 가득가득 받으시길 *^^*

희선 2022-02-01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번째는 못 보고 두번째는 봤어요 황인찬도 시인계 아이돌이라는 말을 들었군요 저는 박준이 그렇다는 말을 전에 들었어요 자연도 사람도 함부로 재단하지 않기 좋네요 그런 말 알아도 그러지 못하기도 하는군요


희선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 모든 것이 왜곡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놀라운 실상
미야구치 코지 지음, 부윤아 옮김, 박찬선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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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만 일본일 뿐 경계선 지능 아이들에 대한 인식과 현황 및 대안이 한국과 흡사하다. 저자가 의료 소년원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는 세계가 다른 아이들‘은 반성 이전에 인지 기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했다. 모든 교사, 관련 부모, 교정당국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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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29 2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면서 저는 왜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느끼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저는 세상을 아주 다르게 보는 건 아니겠지요 어릴 때는 쉬운 것도 잘 못하기도 하는 듯해요 시간이 가면 어느 정도 알기는 하지만... 그런 걸 빨리 아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아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2-01-31 0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남과 좀 달라서 세상살이가 심심하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그죠. 저도 빠릿빠릿한 사람은 못된답니다.^^;; 새해에도 서로 건강 챙기면서 서재에서 만나요. 복도 같이 거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