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은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다. 교양은, 문화는, 행복은,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덕질은 허락의 범위가 아니다. 스스로 누리는 자유의지의 영역이다. - P61

내 삶에, 나라는 사람에게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첫걸음이기도 하니까. - P68

그레고리우스가 여행을 떠나고서야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나도 덕질이 시작되고서야 이것이 나를 찾는 여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25

덕질은 잠시 나를 내려놓는 시간이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다른 세상을 구경한다. 일종의 도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든 순간을 잠기 잊고 다른 세상, 저 상상의 세계에 다녀오면 보이지 않던 길이 눈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 P173

주체적인 사람은 중동태로 산다. 능동도 수동도 아닌 중동태. 자신이 바라는 것과 의지를 주변 상황과 여건에 맞춰 적절히 보완할 줄 안다. 책임을 지되 무거워지지 않고 자리에 대한 무게를 알되 자유롭다. - P192

덕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그 자체가 아닐까.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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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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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제 올린 글에 더해 하나의 글이 더 생각나서 어제 글을 지우고 오늘 다시 적어본다.(좋아요 해 주신 분들껜 죄송^^;;;)

일단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은 알라딘에 없다. ISBN 있는 걸로 봐선 있을 만도 한데....

먼저 어제 올린 옳은 말씀!
교실은 그 불편함을 잘 겪어내어 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가르치는 공간이지 그 불편함을 모두 없애주는 곳이 아닙니다. p75

너무 마땅한 말인데 다들 불편함을 해소해주길 바란다. 아마 자기 자식과 부모 한 사람의 불편함도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 굳이 그걸 병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해달라고 한다. 버틸 힘을 길러주려는 선생님들이 사라지고 있다. 당일 배송 택배처럼 바로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일부러 불편함을 겪게 하려는 나같은 사람은 조만간 학교를 떠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의 추모사

이날 추도사가 너무나 먹먹해서 혹시나 내가 아는 그 문경민 작가일까 찾아보니 맞더라. 분명 이날 현장에서도 먹먹했는데 또 잊었었구나....
그분의 책 [지켜야 할 세계]도 이 글 덕분에 알게 되었다.

당신의 고통이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합니다. 당신은 학교 계단을 오르다가 힘이 빠져 쪼그려 앉았을지도 모릅니다. 버거운 통화를 끝낸 뒤 적막한 교실에서 두 손에 얼굴을 묻었을지도 모릅니다. 엄마에게 힘들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맑은 목소리로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잠들기 전 컴컴한 방 침대에 누워 도시의 소음을 들으며 내일의 출근을 걱정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당신은 깊고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듯 서서히 침잠했을 것입니다.

내가 서이초 담벼락에 붙인 글과 비슷한 맥락이다. 얼마나 학교 가는 출근길이 싫었을까라는. 작가의 [지켜야 할 세계] 꼭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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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다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올림픽 때 보다는 몰입하며 본 장면들이 있다. 셀린 디옹의 노래는 뭉클했고, 긴 막대 위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아찔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리슐리외 도서관에서 책으로 대화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였다. 그냥 흘려보고 흘려듣다가 몇 번씩 멈춰가면서 본 장면이다. 영상은 유튜브에서 개막식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 사진의 출처인 MBC공식 유튜브 채널도 개막식 영상을 풀로 제공해주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CJbhThAkcXg -SBS 채널에서 프랑스인인 파비앙이 발음해주는 작가와 책 제목이 프랑스를 더 잘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이후에는 SBS 영상을 본 까닭에 이후 이 글에 삽입된 사진은 SBS 영상의 캡처본이다. 


영상도 영상이지만, 여기는 알라딘이니까 책에 대한 궁금증을 좀 풀어보려고 한다. 영상을 보는 내내 알지도 못하는 불어를 읽어내려고 눈을 부릅뜨곤 했으니 분명 알라디너 중에도 나처럼 저 책이 무엇이며, 국내 번역본은 있는지 궁금했을 거라 짐작하면서 말이다. 


#1. 사랑의 시작


 여자가 남자에게 보내는 신호  - 폴 베를렌의 말없는 연가

 



  











랭보의 연인으로 내겐 더 이해가 빠른 폴 베를렌의 [Romances sans paroles]로 여자가 남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첫 책이지만 다행히 '로망스'도 '파롤레'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책 제목을 처음 들어 무슨 책인지 쉽게 알지 못했다. 아무리 찾아도 같은 제목으로는 번역본이 없고, 국내에선 [베를렌 시선]이 출간되었다. 파비앙의 말로는 자기들 고등학교 때 읽어야 했던 책들이 다 나오고 있다고 하니 프랑스에선 폴 베를렌의 시가 많이 읽히나 보다. 


남자가 여자에게 답하는 말 - 알프레드 드 뮈세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
















아모르는 아모르인데 경계하는 마음이 있는 듯 하다. 앞의 폴 베를렌이 랭보의 연인이라면, 이 책의 저자 알프레드 드 뮈세는 조르드 상드의 연이이었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가 맘에 들었을까? 상처받을까봐 두려운 걸까?


#2. 유혹


 여자의 대답 -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다행히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존경하는 작가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사랑은 사랑일 뿐이다. 내 사랑은 열정이지, 장난이 아니라는 여자의 답! 그런데 이 둘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지켜보는 사람이 남자에게  - 모파상의 벨 아미 

















지켜보는 남자는 이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제스처였을까? 벨 아미를 툭 던진다. 삼각관계인 건가? 남자의 답이 궁금하다. 사랑의 정령일 거라고 기대했다가 벨 아미를 보고 혼란스러웠다. 이 남자도 이 사랑에 끼어드는 건가?


남자가 여자에게 - 레일라 슬리마니의 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남자는 벨 아미는 거들떠도 안 보는 듯 여자에게 갑자기 대범한 메시지를 던진다. 뭔가를 결심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여자와 따라 일어나는 남자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


#3. 사랑할 결심


 먼저 서가에서 메시지를 찾은 여자가 남자에게 - 레이몽 레디아게의 육체의 악마
















표지부터 제목까지 에로티시즘이 가득 찼다. 이 이야기 과연 도서관 안에서 끝낼 수 있는 이야기인가? 책 제목만으로 에로티시즘을 시전하는 파리 올림픽이다. 


이에 질세라 지켜보는 남자의 선택은 위험한 관계















아, 이 남자 역시나 이 사랑에 끼어드는 사람이구나! 미안하게도 작가 이름은 이번에 알았다. 책은 문지판으로 꽤 오래 전에 읽었다. 이야기의 흐름이 어디로 갈 것인가! 남자의 대답이 남았다. 


#4 남자의 대답 -  몰리에르의 멋진 연인들















누구를 향한 말이지? [멋진 연인들[이라고 하면 그와 그녀를 떠올리게 되는데, 전자책의 번역본 제목인 [대단한 애인들]이라고 읽으니 두 사람 모두를 향한 말 같다. 갑자기 책을 다 찢어서 공중에 흩뿌린 후에 한 자리에 모인 세 사람. 그러더니 다같이 도서관 밖으로 뛰어나간다. 역시 도서관 안에서 끝낼 이야기가 아니었다!



#4. 사랑의 승리


세 사람이 떠난 후, 도서관에 남겨진 책은   마리보의 사랑의 승리 















도대체 누구의 사랑이 승리한 거지?????  마리보의 책 중 이 책은 번역되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예술을 이해하기엔 나는 너무 부족하다. 아무튼 다 나가니까 해방감은 든다. 밖에 나가니 비슷한 옷을 입은 연인들이 각양각색의 형태로 달린다. 이 세 사람은 어딘가로 향하고 그곳에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자, 정리해보자. 도서관에서 눈이 맞은 남녀가 있어 여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남자는 경계하는 듯 했는데 그것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그를 유혹한다. 두 사람의 유혹을 받은 남자는 이제 대범하게 여자에게 말을 걸고 서로를 유혹한다. 지켜보던 남자도 질 세라 가세한다. 남자의 선택은? 사랑의 나라답게 파격적인 결말이다. 자유 평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궁금하시면 찾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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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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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묘사가 가득한 책이다. 창작자라면 배울 점이 너무 많을 것이다.

좋은 정서가 가득한 책이다. 숲, 장인정신. 나는 숲에 좋은 경험이 없어 이 책에 가득한 숲의 정서를 거의 느끼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장인정신만큼은 인상깊게 느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좋은 묘사와 정서에 감탄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감동은 엉뚱한 곳에서 했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신난 부분은 그곳이 되었다. 스테들러 루모그래프 연필. 거기에서 시작되어 오피넬 나이프나 몽당연필을 담는 유리병까지 설렘이 시작되었다.

<9 시가 되자, 전원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나 이프를 손에 들고 연필을 깎기 시작한다. 연 필은 스테들러 루모그래프의 2 H. H 나 3 H 를 쓰는 사람도 있다.>

새소리 보다 진하게 느껴지는 연필의 향기와 사각거리는 소리들. ‘연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되어버린 독서 여정이다. 연필을 사고, 몽당연필을 담을 유리병을 찾는 독후활동을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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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독성은 음식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음식은 기피할 의지만 있다면 그럴 수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말은 아무리 기피하려 해도 그럴 수 없기때문이다. 아니, 기피하려는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점점 더 그말에 사로잡혀 꼼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된다. -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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