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내게 주의력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프로빈스타운으로 도망쳤을 때, 내가 가진 이야기 속에서 집중력에 일어난 일은 단순했다. 인터넷과 핸드폰이 집중력을 망가뜨렸다. 이제는 이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하며, 기술 뒤의 사업 모델이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중요한 요소를 알게 되었다. 이 기술들이 우리의 삶에 당도했을 때 우리는 이례적으로 쉽게 장악될 수 있는 상태였다. 우리의 집단적 면역 체계는 기술이나 그 설계와는 완전히 별개의 이유로 이미 무너져 있었다.

사람들이 꼽은 집중력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핸드폰이 아니었다. 응답자의 48퍼센트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문제는 어떤 엄마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거였어요. 매일 학교가 끝나면 정답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는 것 같았죠. 집에 가면 행복한 엄마가 있을까, 무서운 엄마가 있을까?"

이런 무작위 폭력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베이뷰에서 사는 것은 늘상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흡수하는 것과 같음을 깨달았다.

네이딘은 약물에 다양한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있음을 믿지만(그게 네이딘이 의학을 공부한 이유였다) 이런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만약 이 수많은 아이가 겪는 문제를 우리가 잘못 진단하고 있는 거라면?

숲속을 걸어가고 있는데 포악해져 곧 공격을 해올 것 같은 회색곰과 만났다고 상상해보자. 그 순간 우리의 뇌는 더 이상 그날 저녁 무엇을 먹을 것인지, 집세를 어떻게 낼 것인지를 걱정하지 않는다. 뇌는 오로지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 위험. 우리는 곰의 모든 움직임을 추적하고, 우리의 정신은 곰에게서 멀어질 방법을 살피기 시작한다. 우리는 매우 각성한 상태가 된다.

이제 이러한 곰의 공격이 자주 발생한다고 상상해보자. 일주일에 세 번씩 화가 난 곰이 동네에 나타나 주민 중 한 명을 가격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아마 ‘과각성hypervigilance’ 상태에 빠질 것이다. 위험한 대상이 눈앞에 있는 곰이든 다른 것이든 간에, 우리는 늘 위험 요소를 찾기 시작한다. 네이딘은 이렇게 설명했다. "과각성은 본질적으로 가는 곳마다 곰을 찾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초점은 잠재적 위험의 단서에 맞춰져 있어요. 현재 일어나는 일을 느끼거나, 배워야 할 수업을 듣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요. [그러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집중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위험의 단서나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죠. 초점이 거기에 가 있는 거예요."

로버트가 교실에 앉아 수학을 배우려고 노력하다가, 며칠 후면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남자를 만나게 될 것이며 그 사람이 자신에게 또다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숫자를 더하는 데 정신을 집중할 수 있을까? 로버트의 정신력은 단 하나, 바로 위험을 감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건 로버트의 뇌의 결함이 아니었다. 견딜 수 없는 환경에서의 자연스럽고도 반드시 필요한 반응이었다.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했는지 파악하고 그러한 트라우마가 두통과 복통,(특히) 집중력 저하처럼 현재 겪고 있는 다른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네 개 이상의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은 트라우마가 전혀 없는 아이에 비해 집중력이나 행동상의 문제를 진단받은 확률이 32.6배 더 높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ADHD 증상의 발현을 세 배 높였음을 발견했다.

가정이 재정적 위기에 빠지면 아이가 집중력 문제를 진단받을 확률이 50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정에 심각한 질병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 확률은 75퍼센트 증가했다.

부모 중 한 명이 법원에 출석해야 할 때는 그 수치가 거의 200퍼센트까지 커졌다

평상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으려면 반드시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집중하려면 시야에서 곰이나 사자, 또는 현대의 위험물을 찾는 머릿속 부위의 전원을 끄고 하나의 안전한 주제로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초점을 좁히는 일이 "안전한 환경에서는 무척 훌륭한 전략인데, 무언가를 배우며 번창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환경에 있을 때 선택적 주의[어느 하나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는 무척 멍청한 전략이에요. 그때 필요한 건 자신이 처한 환경 전체를 고루 경계하며 위험의 단서를 찾는 거니까요.

말했다. "아세요? 리탈린은 성폭행을 치료해주지 않아요. 이 아이들에게 약은 근본 원인이 아닌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치료해요… 어떤 아이가 끔찍한 행동을 하면 대개 그건 옳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신체에 알리는 아이만의 훌륭한 방법이에요."

"그러한 상황에 처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건 한통속이 되어 아이들을 폭력적이거나 용납 불가능한 상황에 남겨두는 거예요."

한 연구는 성적으로 학대당한 경험이 있는 어린이들을 학대 경험이 없는 같은 나이대의 아동 집단과 비교한 뒤 성폭행 생존자들은 진단 가능한 ADHD를 겪는 비율이 두 배임을 발견했다6(이것이 ADHD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아이가 약을 처방받던 시기에도 아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어요.

"저는 이것[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의 원인이 [아이의] 몸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만들어내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겁니다. 먼저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아이가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있는 무섭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소들을 제한해야 합니다. 그리고 완충 장치와 돌봄, 보살핌을 켜켜이 쌓아야 합니다. 그럴 수 있으려면 아이의 부모인 당신이 자기 삶의 역사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로버트와 어머니가 자신의 몸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요가 수업 처방을 내렸다.

"사람들이 겪는 문제의 규모만큼 그들에게 제공하는 수단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망가지거나 상처 입는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에게는 변화할 능력이 있"다. 네이딘은 그러한 변화를 진료실에서 늘 목격한다. "낙제를 하다가 올바른 진단과 지원을 받은 뒤 우등생이 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네이딘에게 이 일은 "큰 기쁨을 주는 작업"인데, "우리에게 심오한 변화의 잠재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제가 진료하면서 목격하는 거예요. 이 문제는 충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게 잘 치료할 수 있어요. 쉽게 따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무척 많아요."

너의 고통에 감사하라. 그 고통 덕분에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니.

어머니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은 성적 학대 때문에 아들을 보호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을 다르게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꼈다. 이는 아들에게도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네이딘은 로버트가 경험한 심각한 트라우마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편, 베이뷰에서의 평범한 생활(과 그 생활에 수반되는 모든 스트레스) 또한 집중력을 좀먹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학대당한 경험이 없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은 시간을 집에서 쫓겨나거나 밥을 굶거나 총에 맞을까 봐 걱정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은은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장기적 영향을 미치며 두뇌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제 명백하다."

찰스는 불면이 기능 장애가 아니라 "위험을 인식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적응 형질"이라고 설명했다.

불면증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불안과 스트레스의 진짜 원인을 없애 불면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불면의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센딜이 속한 팀은 인도에서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일꾼들을 연구했다. 이 팀은 사탕수수 수확 전(무일푼일 때)과 수확 후(돈이 제법 있을 때)에 각각 사고력을 시험했다. 그 결과 수확 막바지에 이르러 경제적 안정감이 생겼을 때 이들의 IQ가 평균 13점 더 높았다.13 놀라운 차이였다

경제적 생존을 염려할 때는 고장 난 세탁기에서 아이가 잃어버린 신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한 주를 버티는 능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그럴 때 우리는 네이딘의 환자들처럼 더욱 각성 상태가 된다.

"사람들이 겪는 문제의 규모만큼 그들에게 제공하는 수단의 규모를 키워야"

기본소득을 받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자신의 경제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면… 뇌가 가진 능력의 상당 부분이 거기에 쓰입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 다른 것들을 생각할 능력이 생기죠."

기본소득은(무척 소액일지라도) 수급자들에게 마침내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듯 보인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요인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깊이 집중하는 능력도 개선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회는 방해 요소에 저항하는 능력이 낮아질 것이다. 정교한 방식으로 인간을 해킹하는 감시 자본주의에 저항하기란 어느 때건 힘들었을 테지만, 당시 우리는 이미 약해지고 있었고, 이로써 해킹당하기가 더욱 쉬웠다.

근무시간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이 더욱 산만해지고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16 "이러한 업무량은 지속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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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하며 맹세의 기도를 올리고 무릎을 꿇고 대지에 입 맞췄다

공포는 필연이었다.

책. 그들은 책을 찾고 있었다.

나는 책을 쓸 때마다 출발점으로, 첫 경험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친 감정으로 돌아간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글쓰기란 우리가 글을 쓴 뒤에 무엇을 썼는지 발견하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한다. 마치 발밑에 있는 바닥이 금이 가는 걸 느끼듯이 말이다.

사실 글을 쓰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시작하는 여타의 일들과 다를 게 없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 운전을 하는 일, 어머니가 되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처럼 말이다.

세상의 정점에 있을 때는 과도한 호의란 없다.

알렉산드리아의 책에 대한 갈구는 열정적인 광기가 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책이 너무 평범하고 새로운 기술적 아우라가 없기에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 넘쳐난다. 책이 전자책으로 대체되며 사라질 것이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아 책이 파멸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기사들을 읽으면 서글퍼진다. 서점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묵시록으로 우리가 한 시대의 끝자락에 당도했다고 예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머지않아 책이 민속학 박물관의 선사시대 전시관 옆에 진열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상상으로 그려진 그 이미지들과 더불어 나는 끝없이 진열된 나의 책들과 레코드판들을 바라본다. 다정한 구세계가 사라질 것인가를 자문하면서 말이다.
정말 그럴까?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 주자임을 입증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진이나 오래된 자료나 과거의 일처럼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케케묵은 것으로 변해가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10세기 전에 끈기 있게 필사한 원고를 읽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소멸의 박물관 같은 다락방에 예전 컴퓨터나 재생기기를 보관하고 있지 않은 한, 몇 해 전까지 쓰던 플로피 디스크나 비디오테이프는 더 이상 재생할 수 없다

혼돈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명한 픽션들을, 무지라는 견고한 바위를 거세게 긁어대는,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는 늘 잠정적인 지식을 말이다.

흩어진 보물 조각 같은 세상의 모든 책의 흔적을 찾았을 때, 그들은 그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 세계의 토대를 세우고 있었다.

그녀는 성숙한 여자로서 사람들의 험담을 피해 집을 나가지는 않았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나주길 기대하며 단조로운 삶에 지루해했다.

"깨달을 때가 되면 이미 늙어서 잿가루가 네 싱싱한 몸을 집어삼키고 난 뒤야."

길리데는 문학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뚜쟁이 중 하나다.

그녀의 문제는 여태까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에서만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클레오파트라가 지루한 표정으로 무시하지 않을 만한 선물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비치할 20만 권의 책을 그녀의 발아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책은 열정의 연료였다.

압도적인 고요함과 여름날의 드높은 하늘, 불타는 나날들, 반짝이는 푸른 바다, 방파제, 주황빛 해안. 때로는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알렉산드리아의 마레오티스 호수. 항구와 호수 사이의 물 사이로 난 무수한 길과 그 길에 몰려든 먼지와 걸인과 파리들. 야자수, 고급 호텔, 대마, 만취. 정전기를 품은 건조한 공기. 라임과 바이올렛 색의 석양. 다섯 민족, 다섯 언어, 다양한 종교, 기름진 물 위로 정박한 다섯 척 배의 반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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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우리의 집중력을 빨아들여 바깥세상과 멀어지게 하는 진공청소기 대신 트램펄린이 되어, 우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바깥세상에 내보내고 우리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할 수 있다.

"핵심은, 현재 기술의 작동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고 결정을 내리는 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넘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 사이의 골짜기를 지나야 하니까요. 그게 바로 규제의 역할입니다. 골짜기를 더 쉽게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요. 하지만 저 너머의 산은 훨씬훨씬 아름답습니다."

스위스의 여성들은 남편의 허가증이 없으면 아예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가정폭력 쉼터는 지구상에 단 한 곳도 없었고, 남편이 아내를 강간하는 일이 어디에서나 합법이었다(1980년대에 부부 강간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캘리포니아의 한 의원이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내를 강간하지 못하면 누굴 강간할 수 있습니까?"8) 남성은 아내를 때릴 수 있었는데, 경찰이 이 행위를 범죄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성은 딸들을 추행할 수도 있었는데, 이 사실을 말하는 것이 너무 금기시되어서 그 누구도 경찰을 찾아가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5살인 나의 조카딸이 계속 떠오른다. 자기 증조할머니처럼 이 아이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85년 전 스위스 마을에서 똑같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리디아 할머니를 생각한다. 리디아는 시간 낭비 그만하고 남성에게 봉사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내 조카딸은 이런 말을 듣는다. 넌 훌륭한 예술가가 될 거야, 예술학교를 찾아보자꾸나. 아이는 내 할머니를 만나본 적 없지만, 페미니즘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아시면 할머니가 무척 기뻐하셨을 거라 믿는다.

페미니즘 운동은 평범한 사람들이 너무 거대해서 절대 바꿀 수 없어 보이는 세력에 맞설 수 있음을, 실제로 그렇게 할 때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무력하며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비관적 믿음이다. 그 믿음은 거짓이다.

도끼가 발명되고 누군가가 도끼에 손잡이를 달 생각을 하기까지 140만 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반면 웹은 "발명되고 1만 일도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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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적 정신에 따르면 우리는 사색적이기보다는 생산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일이 결국 그 어떤 것에도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등 무언가를 너무 열렬히 고민하고 느끼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대다수 사람은 어떤 것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깊이 쏟지 않으면서 그럭저럭 인생을 즐기려고만 하게 되었다.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함이 실존적인 비극이 아니라, 사실은 엄청나게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이 책에서 설명하고 싶다.

우리가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지, 그래서 결국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보다 더 실존적인 질문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그저 간단하기만 한 물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면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삶과 이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 노력의 정점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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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쭉 대화를 나누며 이 이유에 회의감을 표할 때마다, 그들은 나를 마치 처음으로 섹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1850년대의 이모처럼 바라보았다.

진실은 더 오싹해요. 페이스북이 우리 이야기를 엿들은 다음 정확히 겨냥해서 광고를 띄우는 게 아닙니다. 우리를 본떠 만든 모델이 너무 정확해서, 마술이라 생각할 만큼 정확하게 우리를 예측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의 사업 모델은 스크린타임이지, 우리의 일생이 아니에요."

문제는 스마트폰의 앱과 노트북에서 여는 웹사이트가 설계되는 방식이다.

우리의 집중력을 좀먹는 현재의 기술 작동 방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선택의 결과다

어떤 기술이, 어떤 목적에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는가?

이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일관된 핵심 원칙이 하나 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 정보를 보여준다. 그게 다다. 우리가 화면을 더 많이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알고리즘은 언제나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도록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보를 파악해서 그 내용을 점점 화면에 들이붓는다. 알고리즘은 집중을 방해하도록 설계된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행동에는 기이한 특성이 하나 있다. 대체로 우리는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본다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분노하는 데 쓰면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다. 트리스탄이 말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증오를 습관화’한다

이 웹사이트들은 우리가 분노와 적대감으로 가득한 환경에 있다고 느끼게 만들고, 이로써 우리는 더욱 각성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집중력은 위험을 찾는 상태로 바뀌고, 책을 읽거나 자녀와 함께 노는 활동처럼 더 느린 형태의 집중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인류가 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은 과학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 정보를 거짓 정보와 구분하고, 힘을 합쳐 조치를 촉구하고, 정치인들을 압박해 행동에 나서게 하는 모든 단계에서 사회 전체가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이 알고리즘들이 사회의 토양을 망가뜨리고 있어요… 우리에겐 사회구조가 필요해요. 그 구조를 망가뜨리면,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어린 시절은 아이와 부모 사이의 작은 연결의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그 순간들을 놓치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

"맥도날드를 탓하고 싶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먹고 있던 건 제 감정이었어요. 음식을 대응 기제로 삼고 있었던 거예요."

자신의 불안과 불행을 마주해 맞서 싸웠고, 서서히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분명 음식에는 역할이 있었어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아니었죠." 니르는 그때 자신이 중요한 교훈 하나를 배웠다고 말했다. "제게는 평생 나를 통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고, 결국엔 제가 그걸 통제했어요."

적응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유일한 선택지예요.

"내적 트리거는 불편한 감정 상태입니다."

"핵심은 회피예요. ‘이 불편한 상태에서 어떻게 벗어나지?’가 핵심이죠." 그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내적 트리거를 탐구하고 고찰해 그것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들쑤시는 감정이나 지루함, 스트레스가 느껴질 때마다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했고, 포스트잇 한 뭉치를 집어 알고 싶은 내용을 그 위에 적었다. 그리고 오로지 글을 충분히 오래 쓴 다음에만 구글에서 그 내용을 검색했다.

"우리는 습관에 매여 있지 않습니다. 습관은 끊을 수 있어요. 언제나요. 우리는 습관을 바꿀 수 있어요. 그 방법은 내적 트리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과 그 행동 사이에 일종의 틈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비만이나 우울, 중독처럼 우리 문화에 근본 원인이 있는 거대한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언어로 단순한 개인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주장은 낙관적으로 들리는데,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주장은 잔혹한데, 이렇게 제시하는 해결책이 너무 제한적이고 근본 문제를 전혀 보지 못하기에 결국 대다수에게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로널드는 현실에서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과학자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미국에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을 파악해오고 있음을 지적한다.16 그 원인은 ‘건강보험의 부족, 끊임없는 정리해고의 위협, 의사 결정에서 자유재량과 자율성의 부족, 긴 근무시간, 낮은 조직 공정성, 비현실적인 요구’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건강보험이 없어서 인슐린을 구매하지 못한다면, 또는 동료들이 한 명씩 정리해고를 당하고 있고 다음번은 내 차례일 것이라는 끔찍한 기분이 든다면, 스트레스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부과되는 것이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처음에는 친절하고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종종 추악한 여파를 미친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이 작고 얄팍한 해결책이 실패할 때 개인이 시스템을 탓할 수 없게 만들고, 결국 개인은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된다. 개인은 자신이 일을 다 망쳤다고, 자신이 못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로널드는 이러한 관점이 과로 같은 "스트레스의 사회 원인에서 주의를 돌리게" 하고, 순식간에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이렇게 속삭인다. 문제는 시스템에 있는 게 아냐. 문제는 네 안에 있어.

잔혹한 낙관주의는 보통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례를 가져다가 그것이 평범한 일인 양 행세한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우리의 집중력을 망가뜨리는 시스템을 바꿀 수 없으므로 우리 개개인의 행동을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왜 우리가 이 시스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를 "낚고" "미치게" 만들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 가득한 환경을 왜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나치게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해 사람들을 실패로 이끄는 잔혹한 낙관주의의 대안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비관주의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낙관주의다.

진정성 있는 낙관주의는 우리의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모두와 협력해 그 장애물을 하나씩 해체할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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