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건 시간은 여러 측면에서 돈과 깊은 연을 맺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영미권의 북블로거(내지는 인스타그래머)를 꽤 많이 팔로우하고 있는데 한동안 너도나도 김지영씨에 열광하는 걸 봤었다. 나는 이 책이 우리나라를 떠나서도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이렇게 광범위한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데 새삼 놀랐고 재차 분통이 터졌다. 그래, 그러니까 지영씨 얘기가 위아더월드를 외치게 만들었단 말이죠? HAㅏ... 갈 길이 머네요. 그럼 조남주 작가의 신작은 어떨지.



내 생애 통어 면학에 매진했던 유일한 그 시절 나는 브랜딩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논문도 결국은 공간브랜딩을 접목한 뭔가에 대해 썼을 정도로. 그랬던 사람치고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은 모든 것이 뒤섞여 정체성이 아예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어쨌거나 그렇다고 그 주제에 관해 마음까지 떠난 건 아니다.



예전에 채사장이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었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책을 읽으라고. 평범하게, 나쁜 짓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선행을 베풀면서 사는 것도 아니게 소시민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이토록 불편하고 미안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하는 작가로 은유 작가만한 분이 있을까. 어쨌건 그 불편을 자각하고 나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을 고민하는 지점에 서지 않을 수 없으니까.



이런 책, 너 이런 거 몰랐지? 하는 책 정말 좋지 않나요? 세상 진짜 좋아졌어.



책 제목이 참 예쁘네요.

책덕후시군요, 반가워라... 라고 생각하다가 저자파일을 보니 내가 아는 책들을 쓰신 그분이었다. 믿을 수 있는 작가와 낯모르는 사람과도 친구할 수 있는 주제를 갖고 쓴 책. 그럼 이건 더 볼 게 없는 거다.



그러게, 제목이 정말 아이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묘사하기에 딱이다. 어릴 적 기억을 헤집어 보면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리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가, 영문도 모르게 여왕벌 동급생의 시녀가 되어있다가... 뭐 그랬더랬다. 아이들의 친밀함의 간격,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시간의 틈, 그 놈의 '사이'란. 



원래 보석같은 거 흥미가 없던 사람인데, 슬슬 반짝이는 물건들이 좋아지는 걸 보면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요...



제목 진짜 청량하다. 여름인 기분이 있으면 가을 같은 기분도 있겠지, 겨울은 어떨까, 온갖 잡념이 거품처럼 퐁퐁 솟아오르다가 다 꺼진다. 여름은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계절이고, 아이들의 마음이고 감정이겠지. 



나란히 놓인 낱말들을 모았다가, 다시 흩었다가, 하면서 내가 떠올렸던 심상들과, 작가가 촘촘하니 모은 글들은 어디서 비슷하고 어디서 다를까를 공상한다. 어쩌면 극과 극이겠고. 제목만 보고 마음 속으로 그렸던 스케치에 색만 올리는 읽기 경험도 나쁘지 않고,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그리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를 엄청나게 재미있어하며 읽은 아이가 있다. 호흡이 끊기지 않게, 은근히 슥 들이밀기에 딱 좋을 것 같다. 



아주 오래 전 얘긴데 정기열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도대체 언제적 얘기야). 그 때 본 어떤 글이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기가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옆에서 득시글대도, 좀 안 된다 싶으면 다 떨어져 나가는데, 그 때 유일하게 자기 곁을 지켜 준 사람은 엄마밖에 없더라는, 엄마에게 드리는 고백 비슷했다. 그 글이 어찌나 마음에 달라붙던지.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몇 안되는 유명인사 중 한 사람. 



서커스는 소통의 예술에 가깝지 않을까. 긴장과 불안이 안개처럼 떠 다니는 공간에서 100%에 가까운 신뢰를 주고받아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서커스를 소재로 다룬 소설들 중에서 도대체 이게 뭘까 의문스러웠던 소설도 있었고(밝히지는 못하겠...), 의외로 여기에 서커스의 진수가 들어있구나 싶었던 어이없이 웃기는 소설도 있었는데, 이 소설은 어떨까? 



대담집은 항상 흥미롭다. 다른 의견을 갖고 모이면 각각의 논리와 실행지침을 구경하면서 이게 좋네, 아니네 하며 내 의견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고, 같은 생각을 갖고 모였어도 사람이란 게 다 다르게 생긴지라 생각이 같아도 뿌리까지 같은 것은 아니어서 서로 모듬심기하기 위해 서로 양보하거나 다듬어서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꽤 뿌듯하기 때문이다. 내가 키운 아이들을 보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왠 뿌듯이냐... 하면, 역시 인간은 언어로써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종이로군... 하는 종류의 자부심 같은 것이다. 



외국어를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사람들 보면 막 되게 부럽고 천재같고 그렇지 않나요? +_+ 뭐 대단한 비결이 있을 것 같고... 사실 외국어 능력자들이 줄 수 있는 팁은 크게 다르지 않긴 한데 (결국 공은 학습자에게 넘어온다) 근데 뭐 마음의 위안이라든가 격려라든가... 그런 걸 사는 거죠... 



미술사에 남은 마녀들의 집회일까. 아무튼 이걸 기획하고 모으신 분들, 존경.



지난주 신간목록에서 잠깐 언급했던 sauce as a source 시리즈의 네 번째 권인 듯. 이 시리즈 생각보다 더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실물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지네. 



독서교환 편지. 기획 진짜 참신하다. 요즘 더 많이 체감하는 건데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책들이 나오는데 슬프게도 읽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더 재미있는 건 책은 안 읽으면서 쓰고는 싶어한다는 거. 아니 나는 안 읽으면서 남들은 내가 쓴 걸 읽어주길 바라는 건 좀... 좀 그렇지 않아요? 



방학이 오면, 오며가며 엄마한테 말 거느라 바쁜 아이들에게 무심하게 툭 던져주고 너는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물어보고 싶다. 이 사전을 엮은 저자와는 또 다른 화두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제 청소년 소설들도 디지털 기기들을 빼두고 아이들의 삶을 현실감있게 쓰기 쉽지 않은가보다. 이해는 하는데 왠지 씁쓸해.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고 싶은 건 나뿐인가봐... 



知彼知己百戰不殆. 



책 소개 글을 읽다가 정말로 흠칫 놀랐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전쟁을 빼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은 다름 아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고. 그리고 여전히 이 사건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작가의 말이 차갑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의가 승리하는 순간을 단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유타 바우어는 내가 믿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가난에 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엮었다면 분명 괜찮은 책일 것이다. 어떤 작가에 대해서 이런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건 어떤 연유에서일까 되짚어보면 결국 그의 과거 작품들 때문이다. 



상속이 무례할 수가 있을까? 언뜻 쉽게 맥락이 지어지지 않는 이 두 단어가 나란히 줄 선 틈 사이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기다리고 있을 듯. 



세상에 무엇을 가지고 나오기 위해선 꼭 지나가야만 하는 어둠이 있는 듯하다. 자신을 통로로 삼아 뭔가를 끄집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만이 거쳐야 하는 곳.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발견했건 그것을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른 도구로 표현한다는 일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책을 쓰는 사람들은 역시 대단하다. 편집자도 대단하고, 출판사도 대단하고, 하여간 출판계 종사자는 모두 수퍼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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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오라 2021-07-0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운동에 대한 책은 안읽으시나요?

라영 2021-07-01 20:04   좋아요 0 | URL
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그렇군요. 사람은 어떻게든 자기 본성을 조금씩 드러내는가 봅니다. ^^;

책읽어주는홍퀸 2021-07-0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다양한책들소개 완전 감사합니다~^^책소개를 이렇게 굵고짧게잘쓰시니 마냥 부러울따름입니다~^^

라영 2021-07-09 20:51   좋아요 0 | URL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
 
왜 그 사람이 말하면 사고 싶을까? - 끄덕이고, 빠져들고, 사게 만드는 9가지 ‘말’의 기술
장문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다 읽고 든 생각 딱 한 줄. 


그러니까 광고에서 하는 말은 하나도 믿을 게 못 된다를 많은 증거를 들어 열심히 설명하셨군요.


(할말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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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저자의 이른 죽음과 더불어 엄청나게 화제가 됐을 때 내가 했던 생각은 이랬다. 아무리 인기가 있고 아무리 재미가 있고 아무리 대작이 될 뻔한 자질(?)이 있었으면 뭐 하냐, 작가가 죽었는데. 이 시리즈는 이제 이대로 끝난 건데. 이다혜 작가가 어디선가 언급했듯 스티그 라르손은 본의 아니게 전세계를 욕구불만에 빠트리고 말았는데, 굳이 뭘 읽어서 셀프고문을 하나. 


사람은 역시 함부로 입을 놀리면 못 쓴다. 


첫 책이 도대체 무슨 경로로 내 손에 들어왔는지는 기억도 안 나는데(즉 내가 산 건 아니란 뜻), 그리고 어쩐지 으스스하니 소름이 돋는 표지여서(장르를 생각하면 엄청 잘 만든 표지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늘 그렇듯 그 앞줄은 또 다른 책들을 주르륵 꽂아놓는 통에 존재를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가 우연히 지난주에 툭, 바닥에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Aㅏ 너도 우리집에 있었냐... 이렇게 멋적은 소리를 하며 책을 펼치고 말았지요 orz


그리고 어제 하루를 통째로 들이부어 2권을 끝내고 나니 이게 심히 고민스러운거다. 계속 이 층계를 올라가서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봐야 할까 이제라도 발걸음을 돌려 내려가야 할까. 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스티그 라르손이 원래 본인이 기획했던대로 10부작으로, 쓰려고 했던 이야기를 썼다면 망설이지 않고 끝까지 갔을 것이다. 


작가가 자신을 투사해 만든 것 같은 미카엘도, 예사롭지 않은 과거를 가진, 셜록과 비슷한 고기능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가진 리스베트도 그 정도의 매력과 끝까지 파 보고 싶은 스토리가 있는 인물인데다 작가가 이 시리즈를 통해 그의 인생에서 쭈욱 추구해 온, 그에게 중요했던 이슈들을 아낌없이 터뜨리려고 했다는 걸 앞의 두 권만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작가의 때이른 사망이 아쉽고, 공식적으로 지명된 후속 작가이기는 하지만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스티그 라르손이 원래 썼어야 했던 폭발력 있는(있다못해 분명 터졌을 거다, 밀레니엄을 읽었으면 누구라도 이 생각 하지 않았을까) 클라이막스를 과연 만들었을까... 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좀 비뚜름해진다. 끝까지 다 읽은 분들의 리뷰를 읽어보면 예상이 과히 틀리지 않은 것 같고. 


하여, 결론은 아쉽지만 여기서 덮는다는 것. 


그건 그렇고 옛날부터 참 궁금했는데, 왜 이런 스릴러 소설들의 주인공들 앞에선 여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맥을 못 추는 거죠? 대체 이 근본없는(?) 캐릭터 전통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어쩐지 돈 없고 싹싹한 여주인공 앞에선 돈이 많거나 인물이 출중한 남자들이 눈빛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도 같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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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6-15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 이 시리즈 3권까지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작가가 사망했다고 해서 좌절했었어요ㅜㅜ 기획했던대로 10부작 완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다른 작가가 이어서 썼다고 하지만 어떨지 모르겠어서 손이 안 가네요.

라영 2021-06-15 13:07   좋아요 2 | URL
아 정말 동감 백번이요. 저도 그래서 그냥 여기서 포기하기로 했어요. 물론 그 분 입장에서 얼마나 부담스러웠겠으며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야 없었겠지만, 그건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했을 때 보는 방향이고 독자 입장에서 보자면 좀(많이) 아쉬울테고 그렇고 저렇고 한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는 거죠... 이 책의 운명이려니 해도 좀 안타깝긴 해요.
 


만 15세가 되면, 누구에게나 단어가 내린다고 한다. 쿵 떨어지건, 끈적하게 들러붙던, 개인이 어떻게 느끼고 묘사하건 간에 관계없이 다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단어가 찾아온다고. 내게 특정한 단어가 찾아오는 세계란 과연 어떤 세계일까. 그 단어는 숙명이 되는 것일까 동반자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가장 상상하고 싶지 않은 무엇이 되는 것일까. 흥미로운 설정이다.



흡사 주제와 변주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의 이야기 모음. 사람의 마음과 가치관이 얽혀 선택의 순간 어떤 결정을 내리게 하는지를 밝혀 보고자 했던 듯하다. 



인지편향을 넘어서 합리성과 객관성을 갖추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고.



이 책의 상세페이지를 열어보고 오랫동안 넣어둔 기억을 꺼내보았다. 여전히 아픈 기억이다. 마음이 아파서 버리고 싶었던 사람의 치열한 생존기가,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제목 그대로 진짜 60편의 이야기가 가득 들었다. 아마도 이 책에선 온갖 갈래의 감정을 주워담을 수 있지 않을까. 몇 페이지 안 되는 그 짧은 이야기 속에 대체 긴장과 이완이 자리잡을 여유가 있긴 있었을까 궁금한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보다. 



진짜 살아있는 경제교육. 소개글만 봐도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도 대박은 역시 선생님 몸무게 주식... ㅎㅎㅎ 



직업인의 글을 좋아합니다. 그 필드의 전문가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란 게 세상엔 있잖아요?



정말 비슷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었는데, 와 진짜 깜짝 놀랐. 역시 세상엔 먼저 내놓은 사람이 위너 :)



영어를 굉장히 좋아해서, 잘 하고 싶은 1인으로서 영어로 쓰고 말하는 일을 다루는 책은 가능한 한 많이 본다. 그럴 때마다 절감하는 건, 외국어를 배우는 건 피상적으로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히는 일에서 시작할지 몰라도 그 언어를 구사하는 숙련도와 세련미는 결국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에 많이 좌우되더라는 거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때도 마찬가지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도 이상이 발생했을 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보면 내가 챙겨 들을만한 조언이 꽤 많을 거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고.



정세랑 작가의 여행 에세이라고. 여행하는 정세랑 작가는 어떨까 생각하자마자 낯선 여행지에서 문득 들려오는 새소리에, 쟤는 누구일까를 곰곰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이 같이 상상되었다. 사실은 고민할 것도 없이 알아버릴 것 같지만.



리즈 무어의 Heft를 굉장히 감명 깊게 (와, 이 고전적인 감상문구 국딩 졸업 후 처음 써 본다!) 읽었었다. 그 후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일단 사다는 놓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이 책도 일단 사다는 놓고 언젠가 읽을 날을 기약해야겠다.



제목만 저런 줄 알았다. 목차를 보니 진짜 사전이다! +_+

살다보면 한 번쯤 발을 걸고 넘어질 만한 넘들을 총망라(에 가깝게...)한 듯한 재미난 책인 듯.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올시다인데 어쩌다가 최근 (이건 순전히 북클럽 친구들 때문이라고 둘러대겠다 ㅋㅋ) 미국 작가의 로맨스 소설 두 권을 읽게 됐는데 정신이 혼미해졌다. 요즘은 로맨스라는 장르가 이렇게 수위가 높단 말입니까. 손절하겠어!를 외치기 전에 왠지 순진해 보이는 연애소설은 한 번 보고 지나갈까 싶기도 하고(개인적으로는 이도우 작가 풍의 연애소설이 딱 좋다... 그 이상 넘어가면 멀미나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문화적 코드를 새기며 살아왔지 싶은 곽아람 작가를 좋아한다. 그녀의 책에는 여기저기 콘센트가 있어서 언제든 원할 때 공감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다. 그 정도로 친밀하게 느껴지는 작가의 책을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운이 좋은 일이다. 



와 책 제목 정말 절묘하게 잘 뽑았다 싶다. 취사 선택의 기술을 알려주는 실용서 같...



저자의 직업이 '디지털 문화심리학자'라고 한다. 익숙한 직함은 아닌데, 앞으로는 이런 직업도 있었나 싶은 직업들이 더더더욱 많아지겠지. 레드오션 레드오션 하는데, 남들이야 뭐라건 세상에서 내 자리를 잘 만들어가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낯선 직함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단 귀기울여 보면 챙겨갈 것이 있더라.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두어 달 전 읽었던 데비 텅의 만화가 생각났다. 약속이 취소되면 책 읽을 시간이 생겼다며 만세를 부르는 그녀. 



제목만큼 신나고(??) 명랑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조금의 사연도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갖은 미식 메뉴와 낮술이라니 참... 참... 상큼(?)한 조합 아닙니까?


+


본의는 아니지만 요즘은 책 사재기를 좀 자제하고 있다. 여기저기 자리잡은 책꽂이 중에 '안 읽은(읽으라고)'책 칸이 있는데, 이 칸(평균 250페이지 25권 정도가 꽂힌다)이 넘어가면 사유야 어쨌건 무조건 책 구입을 중단하기로 작년에 자신과 나름 엄숙한 -_- 서약을 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 밀레니엄 시리즈 1권과 4권이 있었는데(구비만 해 놓고 안 읽는 이 괴이한 버릇은 조만간 영구폐기해야할 텐데 잘 안...) 사나흘 전쯤 우연히 1권을 읽었다가 오늘 하루를 2권 읽는데 온전히 갖다부었다. 작가가 바뀐 뒷 시리즈도... 텐션 여전할까? 더 시간을 쏟지 말고 이쯤에서 발을 빼야 하나... 이런 일없는 고민을 하느라고 저녁 이후의 귀중한 휴식시간도 다 내다버렸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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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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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인데 읽는 데 오래 걸린다. 책등을 세워 엎어둔 채 자꾸 앞 베란다 창을 통해 멀리 있는 산을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흐리멍덩한 날에는 산의 윤곽만 흐릿하게 보일 때도 있고, 그나마도 안 보일 때도 있는데, 유난히 맑고 쨍한 날에는 신기하게도 지독한 난근시에 시달리는 내 눈에조차 산에 빽빽하게 심긴 나무들의 실루엣이 도돌도돌하니 엠보싱 무늬처럼 들어와 박히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딱 그렇게, '갈 만한 짓을 했으니 갔겠지' 하며 한데 생각 속에 모아 생각했던 소년원 아이들이 제각각 심겨 있는 별개의 한 그루 나무처럼 도드라져 읽힌다. 글을 쓰신 선생님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질문이 내게서는 계속 떠나지 않는다. 하나하나는 이렇게 순한 마음이 여전한 아이들인데, 왜 이 아이들은 거기에 가 있을까. 


비슷한 때에 기획은 다르지만 어쨌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던 경험을 쓴 책이 출간이 됐었는데 그 책은 상당히 실망스러웠었다. 책에서 내가 기대하는 기본적인 몇 가지 잣대가 있는데 그 중 어떤 것도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 책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앎을 가져다 주었고, 아마도 나의 인간성 어딘가에 바닥에 묻혀 있기는 있을 감정들을 흔들어 깨웠고, 우리가 뭔가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회적인 공감대와 이슈를 형성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다. 어떤 면에서는 희망도 주었고. 그러니까 혹시 이 책을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은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활자가 주는 여러 종류의 재미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웃음, 슬픔, 안타까움, 분노를 느끼는 것,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는 것, 아이들이 이 모두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살다가 심심할 때, 마음이 힘들 때, 외로울때, 무언가에 대한 지식을 더 알고 싶어질 때도 책을 펴게 되지 않을까. -44쪽


의도를 지닌 이야기였다. 그렇게 짐작되었다. 소년의 마음에 '하고 싶은 일' 하나 만들어주고 싶은 의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무작정 방치하지 않는다.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 돈을 모으든 공부를 하든, 어떤 노력이건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길 안의 삶'을 살게 된다. 박찬일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슬쩍, 작은 일 하나 보여주고 "이거 하고 싶지 않니?"라는 말을 가만히 건넨다. 그 일 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이 마음이 소년들에게 맑은 물로 스미고 있다. -54쪽 


"아, 그러면 나는 처음으로 민우에게 책을 읽어준 사람이 된 거야? 17년 만에?"

"예, 그렇습니다."

"우아! 영광이야." 

민우는 생애 17년 만에 첫 번째인 일이 두 가지 생겼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재미있는 책을 만났고, 자신만을 위해 책을 읽어준 최초의 어른이 생겼다. 이 사실이, 나는 눈물겹다. -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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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6-0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저도 이 책 너무 좋았아요!

라영 2021-06-09 16:3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사실 마음이 아파서 쭉 읽기는 힘들었는데 정말 읽은 보람이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