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앤 전집 세트 - 전8권 (완역본) 빨간 머리 앤 전집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유보라 그림,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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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도 훨씬 더 잘 만들어진 전집이지 싶네요. 예정보다 일찍 와서 좋았어요. 일러스트도 공들인 느낌이 가득이라 정말 잘 구입했다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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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 작가의 글과 인연을 맺은 게 언제였더라. <뉴요커>를 통해서 나는 박상미라는 너무 괜찮은 작가를 알았다. 이 괜찮음은 사실 내가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 친구 참 괜찮아' '괜찮은 사람을 하나 알고 있는데' 정도의 예문에서 느껴지듯 이건 어쩐지 좀 비대해진 자만심이 뒤에 숨어있는지라,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시선을 갖고 있고 훌륭한 언어를 손에 쥐고 있는 작가에게 나 따위의 그냥 보통 독자가 쓰기엔 왠지 민망한 마음을 잔뜩 떠안긴다. 그 책을 선물했던 동아리 친구는 다음해쯤, 나랑 같이 뉴욕 놀러가자, 그랬는데 그 다음해 봄에 내가 결혼을 하면서 약속을 깼다. 그래서 그 친구가 자기 남편하고 나중에라도 갔으면 마음이 덜 불편했을 것 같은데, 안 갔을 것 같다. 


그건 그거고. 


이 책은 명실상부 뉴요커인 작가가 (지금도 뉴요커인지는 확실치 않다) 운영하던 블로그에 쭉 올렸던 글들을 간단히 손질하여 낸 것이다. 블로그 글을 책으로 냈대, 하면 대강 연상할 수 있는 어떤 프로세스와 더불어 그 책과 맺는 몇 가지의 단편적인 인상이 있다. 단언컨대 이 책은 그 편견(내지는 상식)에서 자유롭다. 도대체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고, 기꺼이 이 글들을 읽고 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궁금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글이다. 


(엘리자베스) 비숍이 x자를 해놓은 미발표 시의 제목 '에드거 앨런 포와 주크박스 Edgar Allan Poe & The Juke-Box'가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이 책에 실린 미발표 에세이에서 그녀는 "시를 쓰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행위이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썼다. 시인의 목표는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일, 즉 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스스로 설득하는일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시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세 가지 퀄리티를 꼽았다. 정확함과 자발성spontaneity(또는 즉각성? 번역이 어렵다. 이 말은 의도해서 사전에 준비하거나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고 자발적인 동력에 의해서 행동을 할 때 spontaneous하다고 한다. 어떤 행동의 원인과 그 행동 사이에 시차가 짧고, 그 동력 자체도 순수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계획적이고 이성적이고 관념적이라기보다 자연스럽고 진정하고 몸으로 느낀 결과라는의미가 강하다.

연주가 너무 좋아서 끝나자마자 자동적으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칠 때... 이는 대표적으로 spontaneous한 반응이다. 그리고 미스터리. 그녀는 콜리지를 인용하면서 좋은 시란 "가장 환상적인 언어로 가장 하찮은 생각을전달하는 지루한 행위"가 아닌,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가장 환상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30쪽

누구나 자신을 '문화적' '예술적'이라고 생각하길 좋아한다. 그림을 모르면 야만인이라고 취급받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특히 현대 이후의 미술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없던 중세에는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예술이었다. 그랬기에 대중은 시각예술의 언어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가 광고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처럼.
또 사진이 발명되기 전, 미술가들은 자연의 재현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누군가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초상화를 그렸고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내기 위해 풍경화를 그렸다. 자연의 재현이었기에 익숙한 이미지였고 감상을 위한 최소한의 이해가 가능했다. 그러나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미술이 갖고 있는 재현의 기능은 더이상 절실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미술은 그만의 정체를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미술은 메시지도 자연의 모방도 아닌, 좀더 미술 자체의 이슈를 위한 것이 되었다. 현대 이후의 미술은 그전 미술에 대한 지적, 예술적 반격이다.
논문처럼 말이다. 논문이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면 미술은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미술의 이슈들을 모른다면 미술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물론 미술은 어려운 거라고 말해서 잠재적 미술 관객들을 긴장시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미술을 마음대로 보라고 말할 순 없다. 그 대중서의 저자는 마음대로 미술을 보라는 말에 이어 "미술을 생활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향한 자신의 정당한 욕구를 남의 눈을 의식해 억압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언뜻 듣기에 맞는 말 같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자유로워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움은 절대로 억압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배움은 자유로워지기 위한 것이다. 결국 미술은 '마음대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수영의 기본을 익히고 꾸준히 훈련해야 저기 보이는 섬까지 자유로이 헤엄쳐갈 수 있듯, 미술도 보는 능력을 키워야 '마음대로' 보는 감상이 가능한 것이다.

-42쪽

얼마 전에 놀란 사실이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멀쩡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매우 멀쩡했다. 얼굴도 괜찮고, 돈도 잘 벌고, 말도 잘 하고,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도무지 시간을 같이 보내고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댗대체 그게 뭘까 생각했다. 그러다 얼마 안 가서 퍼뜩 깨달았다. 아, 미스터리가 없구나. 마치 코나 눈 한쪽이 없는 것처럼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어딘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알고 싶은 게 없었고, 그와 같은 장소와 시간을 공유하는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알아갈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스터리는 일종의 퀄리티다.

-297쪽

애초에 원래 적었던 글들의 품질이 남다르니 조금 가다듬었다는 것이 이렇게 눈이 둥그래지는 문장들로 빽빽한 책이 되었겠지. 말하자면, 근사한 인테리어의 기본은 필요없는 건 모조리 내다버리고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거예요, 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머무르는 공간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식으로건 그 사람의 부분적인 스타일을 바꿔놓을 것이다. 그 도시의 분위기처럼 시크해진다던가, 자유분방해진다던가, 표정이 풍부해진다던가, 말이 험해진다던가... 작가에게 뉴욕이란 공간은 철저하게 분석적으로 파고드는 감각을 벼려준 곳인가보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그의 미감과 철학은 남다르게 세심하고 풍부한데 그만큼 아닌 것은 아니라고 차갑게 말한다. 날카롭고 정확한 언어로 예술과 공간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쓴 글을 찾는다면, 박상미 작가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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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아주 (원치않게) 다이내믹했다. 감염병 수칙을 어겨가며 본인 자녀를 굳이 등교시키고 학원에 보낸 어떤 부모가 계^-_-^셔서, 이 동네가 발칵 뒤집히고 학교에 비상이 걸리고... 아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덕분에, 다행히 음성이긴 하지만, 밀접접촉자가 되어버린 아이는 2주 격리가 걸리고, 가족들은 자체적으로 격리에 들어가고. 나는 정말 열심히 지킨다고 노력하는데, 소수의 이기적인 분들 덕... 분에 생활이 부분적으로 뒤흔들리는 일을 겪으니 정말 인류애가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뭐 그랬다. 



김동식 작가와 중학생들이 쓴 초단편집이라... 중학생들의 상상력이, 관심사가 궁금하긴 하다. 



시리즈구나. 제목 기가 막히게 잘 뽑으셨네 싶다. AI와 데이터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모르면 너만 손해일 게 확실히 새로운 공부의 영역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겠지만(기존의 공부 영역에서 조금이라도 물러서야 시간이 날 텐데, 이게 보통 용기로 될 일이 아니라서) 그나마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서 다행이다.



가스라이팅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서... 그렇지 않습니까?



여행, 지금은 들어도 어쩐지 옆구리가 아파오는 낱말이지만 언젠가 우리의 삶에 여행이 탈출구처럼 다시 다가오는 날이 있을 테니까. 지금은 뭐랄까, 여행은 유니콘 같은 거여서... 



카잘스 하면 역시 연습과 관련된 그 유명한 말이 아닐까. 전세계적으로 유명을 떨치는 그 나이에도 꾸준한 연습을 하는 이유는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라고.



이런 시리즈가 있는 줄은 몰랐다. 재믹스와 패미컴과 게임보이와 메가드라이브와 세가 새턴을 거쳐 소니 플스로 게임을 졸업한(내가 산 게 아니다, 게임광인 동생 덕분에 게임문화를 좀 누렸을 뿐...) 1인으로서... 왠지 반갑고 :) 게임문화는 잘 들여다 보면 은근히 건져갈 게 많다. 



감추고 살던 것을 소리내어 말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정말 무겁고 어두운 비밀은 어떤 이유로든 꺼내놓기 어렵다. 그다지 밝히고 싶지는 않았지만, 말한다고 해서 나의 사회적 얼굴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종류의 비밀은 아닐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 정도의 비밀이라면 듣는 입장에서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겠다. 



글쓰기 공식 책 같은 느낌인데,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이런 책이 오히려 쉽게 읽히지 않을까. 



? ... 하는 느낌으로 책소개 상세페이지 열어보고 심봤다 싶었... 집단지성, 커뮤니티, 데이터, 넓게 보면 메타버스에서 다루는 한 갈래까지 가 닿는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듯. 



세 아이 중 두 아이가 중학생인데, 하나는 전형적인 입시교육에 아주 잘 적응해서 나름 그 안에서 자기의 목표를 공고히 세운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난 이 따위로 살기 싫은데, 이걸 왜 해야 해? 하고 나름의 소심한 반항을 하고 있는 중(인데 곧 폭발할 조짐이...)이다. 두 번째 아이 때문에, 입시트랙에서 과감히 내려오는 결단을 내릴(까 말까, 하고 있는) 준비를... 정확히는 갈등을 하는 중이다. 이 순간 전문가들의 조언이 정말 도움이 된다. 



긍정하는 시선만큼, 비판적인 의견도 필요하니까.



작가와 출판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바로 그 사람 편집자. 희한하게도 어릴 적 무슨 이유에서인지, 편집자가 되고 싶어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 꿈엔 롤 모델이 있었는데, 그게 누구인지는 차마 밝힐 수가 없... 



맞다, 이게 정말 궁금했었다. 서점업은 정말 아무리 잘 해도 본전도 찾기 어려운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은 자꾸 생겨난다(물론 그래서 반갑다).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갈 만한 거리에 수도권에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꽤 알려진 독립서점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지금이 이 코로나 재유행 사태가 조금 잠잠해지면,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다.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읽어야지, 사다 놓고 커버도 못 열어본 노란 색의 어떤 책이 생각나더라. 도시공간을 언급하는 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을 본다. 걸을 수 있을만한 도시, 숨 쉴 만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 그런 곳이기를 바란다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야만 한다. 



나는 종종 이런 바람을 갖는다. 진직(진로직업)시간에, 담당 선생님들이 진로안내서도 물론 좋지만, 그 직업의 세계에서 내놓는 아름다운, 쓸모있는, 세상을 나아지게 만드는 결과물들을 다룬 책들의 목록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시면 어떨까 하고. 꼭 이런 시각적인 결과물이 보이는 책이 아니어도, 책만큼 다채로운 직업의 세계를 탐색하도록 열어줄 수 있는 열린 문을, 또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제목보고 박장대소.

이것은 꼭... 그 책 같지 않나...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이런 실험적인 책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어떤 책들을 읽어봤고 어떤 것들이 좋았는지, 궁금하네.



일단 제목 보고 짐작하기로는, 발상과 아이디어, 창의성, 그리고 기회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인상은 그대로 가는 경우도 있고, 뒤집히는 경우도 있고... 



이 책을 보고 생각했다. 이것은 <만약은 없다>의 독일 버전인가.... 라고. 



오승호의 어떤 작품은 좋았고, 어떤 작품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렇게 극과 극이었어서, 판단의 근거가 좀 더 필요해...



바다 생물을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자신있게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일단 바닷속 깊은 곳이라는 데가 무한정의 공포감을 자극하는 곳이고요, 그런 어둑하고 조용한 곳에서 사는 애들한테 크게 관심갖고 싶지 않고요, 그리고 음식의 관점에서도 딱히 선호하지 않아서요. 그럼 왜 이런 책을 골라? 라고 한다면, 그래도 걔네들이 잘 살아야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걔들을 위해주려면 걔들이 누군지는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해야겠다. 



'알고 싶은' 을 '알려주고 싶은' 으로 바꿔 읽으면, 엄마의 은근한 욕망이 드러난다. ㅎㅎㅎ



위에서 언급한 그런 이유로, 교육을 화두로 삼는 책들은 일단 다 손에 들어보는... 그런 시기랄까...



이 책의 기획의도가 몹시 마음에 와닿았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얽힌 개인적인 사연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없이 미안한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없이 공포스러웠던 경험이었다. 이 소설은 양 극단에 놓인 이 두 감정을 어떻게 조율해 줄 수 있을까. 


+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도서관 이용을 끊기로 마음먹었더니 당장 아이들 책값부터 올라앉아 책 지출이 확, 정말 확! 늘어나 버렸다. 도서관, 나만 무서워서 못 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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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충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이런 책이야말로 딱. 

무슨 일을 하건 앞으로는 다소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를 스케일 큰 상상력의 소유자가 좀... 유리할 것 같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모르는 곳, 낯선 곳에서 익숙한 패턴을 찾아야 하는 법을 예습하고, 복습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랄까.



어떤 제목들은 보는 순간 공상에 빠져들게 한다. 여백이 있는 그림이 보는 사람을 안으로 손잡아 데려가듯, 제목에 있는 여백은 읽는 사람을 붙잡아 앉힌다. 자, 지금부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건데, 한 번 잘 들어봐봐. 



불평등의 원천이 되어가고 있는 자산이란 놈이 무엇인지, 뜯어먹어보고 싶다면, 한번쯤 생각해 봤다면 허투루 보아 넘기기 힘든 제목이다. 어떤 책들은 도대체 제목이 뭐 이따구야(내용이 아깝게), 싶은데 어떤 책들은 제목이 다 해버리기도 하더라만. 이 책의 목차를 보다 보면 존 리의 <엄마, 주식 사주세요>가 절로 떠오른다. 



요새 하도 SF를 많이 읽어서 그런가, 저절로 눈이 확 가서 달라붙어버린 책. 



MZ세대의 가치관이, 인생철학이, 세계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의 포인트는, 옛날옛적 상징만 줄기차게 박제돼 있는 게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상징과 기호들도 망라하고 있다는 거겠지. 샘플 페이지에, 이모티콘과 이모지와 키보드 클립아트가 나와있는 걸 보고, 아하! 와 더불어 핑거스냅 따악. 



설정이... 뭔가 굉장히 전래동화적인 그런 배경과 인물들과 상황들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말인즉슨 재미있는 기본 이야기 바탕은 깔고 있는 느낌. 다만 표지그림이 좀 무섭습니다 ㅠ.ㅠ 



사회복지를 전공한 청년이 도배업을 시작하면서 겪은 이야기, 생각한 이야기,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일 거라고 추측한다. 이런 건강한 글들이, 삶의 현장을 담은 글들과 창작물들이 자주 보이는 것이 어쩐지 삶의 다양성을 넓혀가고 있는 이들의 열심 덕분인 것만 같아 고마워진다. 아, 이런 말을 하다니 나도 늙고 있구나... 



디지털 포스트휴먼의 개념, 확장성, 윤리성에 관해. 목차를 보면 최근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작가가 쓴 <사이보그가 되다>가 절로 떠오른다.



쓰신 분이 카이스트에서 기술 경영을 가르치신다고 한다. 십수년전에 디자인 경영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을 때 오, 디자인과 경영도 접목이 가능하구나, 그런 말들을 했었는데 이제는 기술과 경영이구나. 아니, 오히려 늦은가. 하여간 어느 순간 융합을 넘어서 르네상스맨의 재등장을 요구하는 그런 황망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어쩌면 그럴수도 있... 뭔 소리야.



띠지에 있는 "언어는 과학이 아니라 유행이다"에 완전 공감한다. 요즘처럼 다중언어 사용자가 각광받음을 넘어 흔해지는 때가 또 있었나 싶어. 외국어 하나 능숙하게 구사하는 건 어디서 명함 내밀 일도 못 되는 세상이니까. 



연대의 서사일까, 아닐까. 일단 제목도, 커버도 좋아서. 



세상에 별 게 다 있네 정말. 하나 사보고, 괜찮으면, 나오는 시리즈 모두 구입할 생각도 든다. 



서점 이야기, 서점원 이야기, 책 이야기는 언제나 제일 먼저 골라드니까. 재밌잖아요?



브로맨스 북클럽의 속편이랄까 2권이랄까. 와, 이 책이 속편씩이나 나오다니. 그것도 여주인공의 여동생을 새 여주로 해서... 그리고 도대체 이 인간 뭔가 싶었던 전작 남주인공의 친구(라기엔 웬수 쪽)와 뭔가 얽힐려나본데.... 그... 도대체 브로맨스는 왜 때문에 계속 제목에 걸려있는지... (전작 읽었는데도 별로 납득 안 됐다)



외부에 대한 감수성을 한껏 발달시켜야 하는 어린 시절에, 이런 그림책들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주고, 보여주고, 혼자 들여다보게도 하고, 이런 작은 노력들이 어린이들에게 타인을 좀 더 쉽게, 올바르게, 편견없이 받아들이게 돕는다. 그런 노력이,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하게 하는 순간들이 여전히 많다.



연쇄살인범의 손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가 쓴 책을 바로 그 연쇄살인범이 읽게 되는, 액자소설이라고. 소름돋는 설정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 



노지양 번역가님 새 에세이 내셨네.



이와나미쇼텐의 대표를 지내신(지금은 그만두신 듯) 분과 사계절출판사의 대표 두 분이 나눈 서간집. 



자기기만의 실용성을 논한다... 니 이것은 어쩐지 마틴 셀리그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낙관론도 크게 보면 일종의 자기기만적 성질도 있지 않은가?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런 맥락에서 나는 대책이 없더라도 낙관주의를 옹호한다.



AI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로 가게 해야 할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하여간, 인간이란 게 원래 감시하는 눈이 많아야 헛짓거리를 안 하는 족속이라. 



청소년을 위한 일종의 개념사전이랄까. 환경적 위기와 기후 문제, 그런 이슈들에 관해서.



거식증, 동성애, YA. 이게 한 책에 다 버무려져 들어가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 소재가 소재니만큼 읽기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적 느낌... 



미술과 해부학. 

해부학을 따로 교과서 놓고 공부하라면 의대생이 아닌 이상에야 내가 왜, 하겠지만 이렇게 다른 분야에 슬쩍 발을 걸친 채 이것 좀 볼래? 하면 한 번쯤은 슬쩍 쳐다볼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 나같은 사람. 



3-5살 정도의 아이들에게라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신선한 지적 자극'이 될 것 같다. 어른들한테도 이런 계기가 좀 있어야 하는데... 



작가의 <책에서 한 달 살기>를 읽었었는데, 그새 귀국을 하셨단 말인가 다소 의아했는데 아, 그건 아닌 듯. 여전히 프랑스에 살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나보다. 이 기획이 너무 재미있어서 도대체 작가가 누굴까 궁금했더랬다. 프로젝트 기획력 정말 좋은 분인 것 같다. 추진력도 만만치 않고. 


+

아침에 신간만 정리해두고 저녁시간을 갈아넣어서 마무리... 월요일에 내리는 닻 같은 (어떨 때는 귀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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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매슈 설리번 지음, 유소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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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자정이 넘어서야 동료직원과 함께 가게 문 닫을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소라면 들리지 않았을, 책 여러 권이 낱장이 펄럭거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차례로 들린다. 한 권, 또 한 권, 그리고 또 한 권. 이쯤 되면 신경이 거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서점의 단골손님은 계속 책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2층 서가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피곤한 주인공은 서점 문을 닫아야 하니 그만 나갈 시간이라고, 단골손님을 찾아 다니다 그가 목을 매단 현장을 발견하고 만다. 

그가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긴 하나, 내성적이고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류의 사람이기에 호의적으로 대해왔던 주인공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목을 맨, 이미 즉사한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남들에게 감추는 어린 시절의 한 때를 찍은 사진이 발견된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끔찍한 사건에 휘말렸던, 주인공이 절대로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던 그 시절이 찍힌 사진이. 


주인공은 빨리 이 사건을 잊어버리고 싶다. 죽은 이에게서 자기가 묻고 싶어했던 과거를 드러내는 사진이 나온 것도 기분이 언짢은데, 그가 살던 아파트의 관리인이 나타나 주인공을 찾는다. 죽은 이가 주인공에게 남긴 유산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책더미를 처분할 권한은 이제 그녀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어버린다. 주인을 잃고 남아있는 책들을 넘겨보다가, 주인공은 아무렇게나 무작위적으로 부분부분 잘라낸 페이지를 발견한다. 악취미적으로 책을 훼손했다고 보기에는, 그 구멍들은 너무나 뭔가를 명백히 암시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손을 떼어버리고 싶은 마음 반, 죽은 이가 남긴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 반으로 주인공은 이 페이지 속의 구멍으로 발을 디딘다. 




보통, 번역 소설을 읽고 나면 원제가 품은 그 느낌을, 아련함과 따뜻함과 때로는 묵직함과 애틋함과 그 모든 정감까지 가져오는 게 정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을 하는데, 몹시 드물게 번역한 제목이 훨씬 더 이야기의 핵심을 찌른다던가 인상을 응축했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딱 그렇다. 

번역가께 기립박수를... 원제보다 백만 배쯤 더 좋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제목이 너무 애잔하다. 


답답하고 외로운 곳에 소외된 채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 가엾고, 그가 죽음을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몰아간 인물도 선택지를 가질 수조차 없는 인생 외길에 몰려 있었던 피해자였음이 안타깝고... 뭐 그렇다. 가련한 사람들이 참 많이 나온다. 처연하고, 애틋하고, 처량맞고, 쓸쓸하고, 외롭고, 소외되고... 대략 연상가능한 범주의 슬픈 인물들의 삶을 풀어놓은 팔레트 같은 소설이다. 그래서 속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냥 이 이야기를 안아주고 싶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들 각자의 삶은. 


작가 처음 쓴 장편소설이라는데 대단하다 정말.



너무 어린 독자에게는 권하지 못하겠다. 어둡고 무겁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이어서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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