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말과 삶
허영철 지음 / 보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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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래 공산주의자
전향서를 쓸 수 없습니다.
종래의 사상을 버릴...(수 없습니다)‘

무려 37년간 감옥생활을 한 비전향장기수 허영철 선생.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의 범주를 뛰어넘는 시간들,
갖가지 전향공작과 고문을 그는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신체적 고통을 참아내는 것도 힘들지만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고문의 순간들,
가족과의 면회의 순간에 그가 느꼈을
평범한 남편,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삶으로의 전향욕구...

사회주의역사에 이름을 떨친 위대한 혁명가는 아니었으나
짧은 학력과 보잘것 없는 이력의 이름없는 노혁명가는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지켜냄으로써 존엄을 증명하였다.
1955년 체포, 1991년 석방. 국제사회에 비전향장기수들의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석방은 더욱 요원했을 것이다.

감옥 안에서도 바깥의 일들을 알 수 있었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공부하고
수학같은, 학업을 접으며 할 수 없었던 분야도 학습했다는 그.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 대한민국.
국가는 무엇이 두려워 개인의 생각할 자유를 이리도 억압했을까.

‘북한이 그리도 좋으면 북한에 가서 살아라!‘라고
악플이나 다는 인간들아.
허영철 선생이 아직 살아계신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보내줘야 가서 살지.‘
(허영철 선생은 2010년에 작고하셨다 한다)

https://ko.m.wikipedia.org/wiki/%ED%97%88%EC%98%81%EC%B2%A0_(1920%EB%8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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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9-01-1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근대적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야 합니다. 심지어 사회주의 베트남도 비전향 장기수를 40년씩이나 가두지는 않았습니다. 대체로 20년 이내에 풀려났죠.

봄날의 언어 2019-01-20 16:00   좋아요 0 | URL
호치민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통계에 따르면, 94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이 감옥에서 보낸 햇수를 합하면 2854년에 이른다는군요.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읽고싶은 책장에 담아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책의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옌렌커의 작품도 처음 접하기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제목이 전해주는 선입견과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말의 유머러스하고
중의적인 쓰임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념과 국가, 우상 이 모든 것이 인간 본연의 욕망 앞에서는
부서진 석고상, 구겨진 초상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짐작하셨는가,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 단연코 압도적인 분량과
회화적인 묘사의 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작품.
옌렌커는 1958년생, 근래에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그의 작품 두편 정도를 보관함에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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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1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때 읽었는데 느낌이 여운이 길었답니다...

봄날의 언어 2019-01-20 16:02   좋아요 1 | URL
이십대가 아주 오래된 과거는 아니죠? ㅎ

카알벨루치 2019-01-20 16: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첨 나올때 읽은듯한데~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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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흑석동 살던 안희준씨, 아버지의 옛 여친이 유산으로 남긴 거북이를, 아니 거북이를 덥썩 받아서 키우시다뇨. 희준씨가 비록 샥샥이라는 고양이와 함께사는 반려동물 애호가라지만 그 녀석은 인형일뿐이잖아요. 식성도 까다롭고 식비도 많이 들거고 목욕시키기도 벅찰텐데 어디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라도 알아보세요. 아 물론 저의 이런 의견은 다른 독자들에게는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요. 어쨌든 중학교 때 분양 받은 강아지를 잠시 데리고 있은 이후로는 동물이라고는 키우지 않는 차가운 가슴인 걸 양해해주세요.

<아무것도 아닌 것>
보미 어머니 지원씨,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 살려야해요, 당장.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자꾸 수술을 미루는 동안 792그램의 그 아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 있다구요.

<우리 안의 천사>
남우씨, 미지씨. 저는 당신들이 뉴스에 나올 줄 알고, 좌우로 형사들이 서 있고 카메라 셔터소리 요란한 취재진들 앞에 고개를 숙이고 등장할까 마음을 졸였습니다.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요. 하지만 극적인 파국이 언제든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은 쌍둥이 자녀를 키우는 당신들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것으로 보이네요. 아기들 잘 보살펴요. 위험한 곳에 가게 내버려 두면 안되요.

<영영, 여름>
와타나베 리에. 언제나 혼자였던 너에게 메이라는 친구가 생겼네. 그 아이의 국적은 ‘더 데모크라틱 피플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그렇게 읽으면 안 될 것도 같은데 자꾸 남쪽 북쪽이 공기놀이하며 사이좋게 지냈으면 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해. (어 이거 공동경비구역 JSA가 연상되네?) 결국 매희는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너는 혼자 남았지만 언젠가 친구가 돌아올거야. 편지에 그렇게 쓰여있잖아.

<밤의 대관람차>
양선생님, 박과의 과거는 사실 저는 관심이 별로 없구요. 저는 자꾸 단역에 불과한 당신의 남편이 부러워요. 완벽한 룸펜. ‘재취업도, 창업도, 출가도, 자살도 염두에 두지 않는‘, ‘그저, 종일 끼고 뒹굴 수 있는 컴퓨터 한 대와 아내가 채워둔 냉장고 속 먹을거리만 있으면 만족하는‘ 가만이의 삶이 왜 부러울까요.

<서랍 속의 집>
여러분. 일단 급매로 나와서 주변시세보다 싸게 나온 집은 의심하시구요. 네고가 쉽게 되면 그것도 의심해야하구요. 혹시 계약도장을 찍었다면 귀를 꽁꽁 닫고 그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자구요.

<안나>
경의 아드님, 제이미는 영어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함구증의 징후를 보이잖아요. 이 이야기는 경과 안나의 8년만의 재회를 다루고 있지만,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해서 비싼 돈 들여서 아이를 사교육 소장에 내몰고 자모모임을 나가야하며 아이를 통해 부모의 욕망을 성취하려는 이 땅 부모들의 이야기가 가슴아픕니다. 조금 보다 말았지만 <SKY캐슬>이라는 드라마도 한창 인기라던데... 출생의 비밀 래퍼토리가 시작되면서 접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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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이용자 동연령대 동성군에서 상위 1.02%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 북플이용을 안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정도 독서량으로 위와 같은 퍼센테이지를 찍는다는게
씁쓸하다. 책읽는 것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이 ‘적다‘ 수준을 넘은 이야기이다.

동네서점은 사라졌다. 새로 이사온 동네에서 서점을 하나 발견하긴 했으나
주변에 많이 자리잡은 학원이 증명하듯 주로 참고서를 취급한다
≪탐방서점≫에서 유일하게 중형서점으로 소개된 사장님의 인터뷰를 보면
당연히도 동네서점이 문제집과 참고서 없이는 영업이 힘들다.
(매출의 50퍼센트? 60퍼센트? 이상이라고 했던가)
그때 내가 동네 마실을 나와 구하고자 했던 책은, 당시 신간이었던
곽재구의 포구기행 2, ≪당신이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였는데,
서점 주인은 퉁명스럽게 그런 책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알라딘‘에서 샀다.
(동네서점에 따라서는 메모를 남겨놓고는 책을 구해다 주기도 했었는데,
그 서점의 영업방침이 아니었나 보다)

≪탐방서점≫은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독과점 생태계에서 자생하고 있는
독립서점이나 동네서점의 탐방기이다. 금정연과 김중혁 작가가
네 곳씩 서점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고
청중들도 초대해, 이 땅의 독립서점업계의 암울한! 현실을
들여다 보는 거다. 청중들 중에는 최근 많이 생기고 있는 독립서점,
한 분야를 특화한 동네서점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이 섞여있는데,
기존 서점대표들의 말은 한결같이 ‘영업‘의 어려움이 따르며
서점만 운영해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우리나라의 독서인구와, 하다못해 북플에서의 내 랭킹을 봐도
자영업으로서의 서점은 레드오션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거점으로서의 동네서점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
작가(를 포함한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동네서점을 돌며 독자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인기작가 A의 신작단편은 독립출판으로 독립서점 B에서만 판매한다던가
이런 시도들이 자꾸 이어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동네마다 동네이름을 단 서점 하나씩은 있는
커피집 세네 개 이어진 블럭 사이에 서점은 하나식 있는
그런 마을에 살고싶다.

몇달 전에 읽은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당신에게 말을 건다≫가 새삼스레 떠오르는데
딸린 식구와 일상만 없었다면, 속초 1박2일을 시도할 뻔 했다.
≪탐방서점≫에 실린 서점들도 나의 서울여행에 코스로 넣어둘 예정이다.
부디 그때까지 근육을 키워 살아남기를, 건투를 빕니다.

사족.
알라딘에서 샀던 곽재구의 산문집은
아직도 입맛만 다시며 언제 읽을까 째려보고 있다.
아끼면 똥 된다는데, 책은 그럴리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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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읽은 정호승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가 생각난다.
물론 다시 찾아서 읽어본다면 열아홉의 내가 읽었던 정호승의 감흥과
전혀 별개의 시들로 읽힐 것이므로 애써 그런 수고는 덮어두고 싶다.

이후로 몇편의 시집과 산문을 거쳐 오랜만에 읽은 정호승은
아직도 자신만의 시어로 세상에 둘 없는 국어사전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제 몸보다 수십배는 큰 암석에 부처를 새기는 석공이나
죽음에 으르는 순간까지 예수의 모습을 그리는 화가와 같이.

말하자면 정호승은 정호승이었는데, 작년에 출간된 이 시집에서 어느 순간
두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다잡고 읽은 시들이 있다.
일흔이 된 시인의 시편 앞에서 정신이 맑아지는 밤이다.

...............
싸락눈


나는 싸락눈도 너무 아프다
내가 늘 기다리는 사람과 함께 내리는
내가 늘 그리워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내리는
내가 미워한 사람도 이별한 사람도
꼭 한사람씩 데리고 내리는
어떤 때는 내가 용서해야 할 사람과
내가 용서를 청해야 할 사람과 함께 내리는
싸락눈도 너무 아프다

...............
두물머리


해 질 무렵
양평 두물머리 강가에 다다른 진흙소가
강 건너편을 바라보다가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강을 건너간다
나는 고요히 연꽃 한송이 들고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진흙소를 따라
당신에게 가는 강을 건너간다
수종사 저녁 종소리가 들린다

...............
종지기


마음속에 작은 시골 교회 하나 지어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처럼
새벽마다 종을 치는 종지기가 되어야지
하늘의 종을 치는 종지기가 되어
종소리마다 함박눈으로 펑펑 내리게 해야지
모든 것을 견디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푸른 별들의 종소리를 울리며
함박눈을 맞으며
그리운 당신을 만나러 가야지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은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쓸쓸히


아흔 노모의
벌레 먹은 낙엽 같은 손을 잡는다
새벽에 혼자 화장실 가시다가 꼬꾸라져
아침이 올 때까지
변기에 머리를 기대고 쓰러져 있었던 어머니
호승아
아무리 불러도 문간방에 잠든 아들은 오지 않고
오늘이 아버지 기일인데
기일은 오지 않고
오늘따라 바람은 강하게 불어온다
새들이 검은 비닐봉지로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나는 밤늦게까지 어머니 팔다리를 주물러드리고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를 홀로 두고
쓸쓸히 물이나 한잔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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