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1 - 김두한
장호근 지음 / 홍익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기차를 타야 되는데, 여섯 시간을 보낼 책을 찾다가 눈에 띄어 두 권을 사 들고 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먹의 세계와 이전투구의 정치 세계와 작가의 편협한 세계관에 씁쓸한 맛을 느끼며 내려왔다.

김두한이란 이름이 우리에게 오래 남는 것은 그가 옳았기 때문이리라. 그의 모든 점이 옳았다고는 보지 않지만, 그가 옳다고 느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군의 아들로 태어나, 국가의 냉대속에서 어린 소년 시절을 허송세월하고 주먹 하나와 의협심으로 국회의원 자리까지 올랐던 그의 삶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그의 의기가 국회의 썪은 정치에 똥물을 끼얹은 사건은 옳은 길을 가야 하는 국정의 지표에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비록 주류는 아니었더라도 비주류의 옳은 생각을 읽어 볼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흥미진진하게 소설로 읽었더라면... 하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환장 - 개정판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존 그리샴과 로빈 쿡의 공통점은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까뒤집기에 있다. 존 그리샴은 법정 세계를, 로빈 쿡은 의학 세계를 다룬다는 차이점 외엔 독자를 사로잡은 마력은 공통적인 것이다. 그런데, 존 그리샴의 명성에 비해 이 책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물론 아버지의 죽음과 거액의 행방에 대하여 심리적 갈등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는 있지만, 스릴과 서스펜스, 스펙터클했던 지난 작품들에 비하면, 뭔지 고여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샴이 나이가 들어 심리 소설로 돌아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벡터 1
로빈 쿡 지음, 서창렬 옮김 / 열림원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누구나 뉴스를 보지만, 우리는 쉽게 잊고 산다. 누가 죽고, 누가 상을 받고, 천연 재해가 일고 해도 우린 기껏 성금 얼마 내고 나면 남의 일로 치부한다. 그러나, 로빈 쿡은 의사로서는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 몰라도, 작은 모티프로 깊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한마디로, 의표를 찌르는 작가다.

이번 작품은 초기의 fever, vital sign, coma 등에 비해서 완성도는 낮은 작품이다. 역시 원작만한 속편은 없는 법인가. 그의 초기작은 얼마나 의학에 대해 비판적이고, 폭발적인 문제 의식이 드러나 있었던가. 로빈쿡의 최근 소설을 읽으며, 존 그리샴과 같이 늘어지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어느 소설이나 비슷한 구도로 가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번 그의 바이러스나 돌연변이같은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림은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읽어보면, 그 치열했던 시절, 얼마나 따스한 눈길로 세상을 보듬고 있었는지를 느낀다. 그가 찾아 떠나는 시인과의 밋힝! 행복한 소요.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황만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성석제가 우리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 준다. 황만근은 모자란 사람이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모자란 사람을 이용하고, 그의 불행을 모른체하고, 그리고 즐겁게들 산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답은 없었다. 어떻게 말했다는 것인가. 온 몸으로 이 세상에 대해 술만 죽을 만큼 마시고 비를 맞으며 구식 경운기를 몰고 가는 것을 보여 준 것 일뿐 무슨 말을 했단 말인가.

성석제는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 주변의 가엾은 사람들을 쳐다 보고, 그려 낸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지는 못했다. 지금은 21세기다. 21세기의 사고 방식으로 21세기의 삶의 지표를 보여주기 바란다. 일요일 종일을 뭔가 나올 듯한 황만근을 붙들고 기다렸건만, 반근도 못되는 한숨만 소복하게 쌓였다. 성석제의 자장면이 훨씬 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