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돌 1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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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를 읽다 보면, 정말 고귀한 영혼을 늘 느끼게 된다. 그 고귀한 영혼에 대한 동경,
이런 걸 <빛의 돌>에서도 그리고 있다. 반면, 고귀한 영혼의 반대편에 사악한, 그리고 그 중간에 평범한 영혼들이 있다. 어찌 보면 사악과 평범과 무지렁이는 같은 족속으로 느껴 진다.

이런 것이 고대 이집트의 세계관이고 인간관이고 신관일 게다. 고대에는 신과 같은 파라오(태양의 아들이던가)가 있고, 진리의 장소에 나오는 장인들은 그 파라오 정신의 구현자일 따름이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역사는 민중이 돌리는 수렛바퀴인데도,늘 앞에 보이는 것은 신성시 되는 신과 제왕이다. 그에 따른 권력에 대한 욕구는 정말 못말리는 본능이 된 지 오래.

자기 위치에서 질서를 자각하면서도, 성실하고 혼을 갖고 사는 길만이 생활인의 철학이리라. 혁명과 뒤집어짐의 몽상을 추구하기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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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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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의 의미가 다르겠지만. '잘'은 이렇게 다르다. 사전을 찾아 보시라. '잘 살다'는 올바르고 진리를 좇아 사는 사람일게고, '잘살다'는 넉넉하게 산다는 의미이다. 딴지를 걸어 본다면, 이 책의 표지에 '잘 살믄'이 아니라 '잘살믄'이 맞다고 생각한다. 잘 사는 데 대해 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예수님도 잘 사신 분이고, 전우익 할아버지도 잘 살려고 노력하시는 분인데... 다만, 잘사는 것 만이 다가 아니라는 말씀을 하시고 싶었던 걸 게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남을 억압하는 정치와 경제와 이런 메커니즘이 남기는 해악들이 지나간 시대를 되살리며 참 아름다운 영혼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추가 하나 떨어진 셔츠 바람으로, 요즘 다 있는 바지 주름도 없는 옷에, 조금은 추워보이는 몸매에 표정에, 이름은 우익이지만, 좌익에 가까운 진보적 성향에 주름진 얼굴만으로 모든 삶은 드러내는 가난한 삶이지만, 풍부한 그것이 바로.'잘살지는 못하지만, 잘 사는'삶의 표본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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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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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어차피 희미하고 아련한 착각 속에 화려한 오해를 하며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자아에 대한 사랑이 커가면서 자기에 대해 착각하고 오해하면서 말이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고도 느끼고, 전혀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라고도 느낀다. 살다 보면 나이를 먹어 가면서 자기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고, 자신감을 얻어가면서 살기도 한다.

십년 전이나 십년 뒤나 우리네 인생이 뭐 그리 크게 달라질 일이 있겠습니까. 아이는 자라고, 어른은 늙고, 상처는 아물고, 새살은 돋고, 살아온 흔적은 잔뜩 쌓이고, 살아갈 길은 눈 앞에 아득히 펼쳐져 있고... 다 그런거지. 하고 후기에 쓰신 대로, 우리는 그저 그런 날들을 살아내야 되지만, 십진법의 마법에 홀려 다음번 열 살은 마음 똘똘하게 다져먹고 좀더 잘 살아봐야지! 하게 되는 어리석은 마음. 그게 아홉살의 인생일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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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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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래엔 정형시가 없다. 그래서 정형시의 재미를 알 수도 없다. 예전 우리의 선조들이 중국의 한시를 집착하던 이유는 잘난척 하려고 하던 것 보다는, 한시의 정형성 속에 담긴, 팽팽한 긴장감에 있었던 거다. 선경 후정의 팽팽함과 운을 맞춰 주는데서 오는 명쾌한 신선감. 그건 그 경지에 올라 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맛이고, 그 경지에 오른 사람은 결코 버리지 못할 맛이다.

하이쿠, 대학 교수들은 아직도 7,5조가 일본의 영향이 아니라고 촌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5,7,5의 하이쿠를 통해, 국문학 교수들이 깨닫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시조란 장르가 있었다면, 일본에는 하이쿠란 정형시, 형식미를 갖춘 禪詩가 있었음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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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7
윤흥길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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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의 장마는 현대 소설의 백미이다. 2001 대입 수능에 등장했다가, 2002년에는 고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지리한 장마와 함께 전쟁과 분열된 가족의 갈등, 구렁이로 형상화된 민족 정기와 화해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은 모든 것이 메타포이자 암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 코드는 우리 역사를 꿰뚫고 있는 모순이고,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는 역사적 실체이다. 재미있는 소설이기도 하면서, 중편의 묵직한 구성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가벼움이 넘쳐나는 세대에게 좀 무겁지만 꼭 필요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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