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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 노래엔 정형시가 없다. 그래서 정형시의 재미를 알 수도 없다. 예전 우리의 선조들이 중국의 한시를 집착하던 이유는 잘난척 하려고 하던 것 보다는, 한시의 정형성 속에 담긴, 팽팽한 긴장감에 있었던 거다. 선경 후정의 팽팽함과 운을 맞춰 주는데서 오는 명쾌한 신선감. 그건 그 경지에 올라 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맛이고, 그 경지에 오른 사람은 결코 버리지 못할 맛이다.
하이쿠, 대학 교수들은 아직도 7,5조가 일본의 영향이 아니라고 촌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5,7,5의 하이쿠를 통해, 국문학 교수들이 깨닫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시조란 장르가 있었다면, 일본에는 하이쿠란 정형시, 형식미를 갖춘 禪詩가 있었음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