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한시 산책 1
김용택 엮음 / 화니북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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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시를 필사하며 감상했다.

한자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쳐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는데,

한시가 가지는 함축과 은근함을 만끽하려면

역시 해설자와 번역가가 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읽는 유종원의 '강설'의 유유자적한 분위기도 있고,

난 이달의 산사 분위기가 더 좋다.

임제의  '규원'같은 아련함도 좋지만,

아무래도 이옥봉의 '증운강' 같은 시를 따를 수는 없다.

 

한문을 가르쳐야 한다.

번역으로 배울 수 없는 맛이 그 안에는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배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인문과정 학생이라도 한문을 배워서

역사 속 인물들의 생각을 전해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생에게 한자 교육을 시키자는 조선일보의 생각에는 반대하지만,

고등학생에게 한문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입장에는 적극 찬성이다.

 

한시같은 게 적성에 맞는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사람이다.

더러운 세상을 만나 꼴보수를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성질이 되었지만...

 

틀린 곳 한 군데...

 

15쪽. 이옥봉의 시에서 문여하...를 문하여로 적었다.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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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하서명작선 82
장 폴 사르트르 지음, 강명희 옮김 / (주)하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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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란?

 

실존주의는

2차 세계대전의 반동으로 나온 유럽의 실천주의 사상이다.

 

이념이라는 이름은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을 시체로 만들었다.

 

앙가주망(영어로 engagement)은 현실 참여로 읽히지만,

근본은 국가나 전체주의에 대한 반항, 저항이다.

 

그런 관념을 '본질'이라 부른다.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

 

국가라는,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을 죽이지 말라는 실존주의의 비명.

 

나의 과거는 커다란 하나의 구멍에 불과했다.

 

내가 나의 인생에 관하여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나는 책에서 읽은 것같이 생각된다.(120)

    

인간 개체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가 이어진다.

 

아마도 사람이 자기 얼굴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나의 얼굴을 알 수 없는 것은

내가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일까?(35)

 

일반적인 인간이란 없다.

인간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나는 미래를 본다. 미래는 거기에, 길 위에 놓여 있어,

현재보다도 약간 희미할까 말까 할 뿐이다. 미래가 실현되어야 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실현되어 봤자 무엇이 더 보태어질 것인가.

아까는 저기에 있었는데, 지금은 여기에 있다. 나는 내가 현재에 있는지 미래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나는 미래와 현재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59)

 

그래서 1968 자유로운 혁명 시기와

반전 운동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안에는 혼돈과 참여가 혼재한다.

 

나는 말에 의지해서 몽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다.(63)

 

나라는 존재를 무시하는 세계의 흐름과,

나라는 실존의 작은 비명과 회의의 대결.

 

 

 

오늘 김정은과 트럼프는 종전을 향해 가는 악수를 나눈 역사적인 날이다.

본질의 횡포에 실존이 희생되는 날들에 대한 종언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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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보 프랑스어 레슨 (책 + CD) - 사전없이 스스로 익히는
열린기획 엮음 / 학일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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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언어는 없겠지만, 최초보를 쉽게 풀어 놓은 불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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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아직 행복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곰돌이 푸 시리즈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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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시리다면... 아무 생각없이 조용히 읽을만한 책. 많은 걸 바라지 말고, 밝은 색상의 그림과 긍정적인 멘트들에 마음을 잠시 내주어도 좋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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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와 이저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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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저벨은 딸 에이미와 살고있다.

아버지는? 하는 의문을 계속 품고 읽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야 의문은 풀리면서 긴장은 해소된다.

남들에게 감춰야할 것 같은 비밀 따위, 세상엔 없다.

 

딸 에이미는 우울했겠지만 그녀에게 로버트슨 선생이 있었고,

그 사실은 지금 옆에 놓인

잇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살냄새가 밴 쿠션처럼 느껴졌다.(232)

 

올리버 키터리지만큼의 통찰은 없지만,

장편 치고는 제법 긴장감을 놓지 않게하는 맛이 있고,

여성스러운 그의 문체에서 위안을 받게 하는 문장을 만나 좋았다.

 

크로커스, 데이지, 스위트피, 루핀, 티머시... 끝도 없이 등장하는 꽃들도 화사했다.

마치 꽃들이 주인공이고 그 곁에서 실종되어 유골로 발견되는 아이도 있고,

젊은 아이들은 성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할지 모르고...

어른들은 서로 다른 고민으로 삶을 버거워하는 사소한 모습을 전개해 보여주는 것처럼...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계속 나아갈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 나아간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다.

누군가 친절을 보이면 그것을 받아들여 최대한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어둠의 골짜기는 혼자 간직하고 나아가며,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언젠가 견딜 만해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에이미는 아직 어려서 무엇을 참을 수 있는지 혹은 참을 수 없는지 아직 몰랐고,

이 자리에 있는 세 엄마에게 어리둥절한 아이처럼 말없이 매달려 있었다.(508)

 

그래서 이 책은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에게 읽혀도 좋겠고,

자식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른들에게 읽혀도 좋겠다.

 

이 세상 어떤 사랑도 끔찍한 진실을 미리 막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그대로를 물려준다는 진실을.(522)

 

살아보면 그런 것을 알게 된다.

금수저나 흙수저라고 툴툴거리는 소리를 하지만,

재산은 불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성향이라든가 기질은 유전자에 실려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리처드슨 처럼 철없는 교사가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으려 시를 들먹이고, 멋진 말을 인용하는 구절에서,

교사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세계가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연약한 것인지,

어른들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최근에 그녀의 '루시 바턴'을 읽고 심심했던 터라,

이 책의 성과에 반가웠다.

올리버~ 만큼의 성과가 담긴 책을 더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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