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에 피가 흐른다 - 김남주 시선집
김남주 지음, 염무웅 엮음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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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뀌었을 뿐,

세상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위헌 판결과, 대체복무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당연히 댓글에서는 온갖 불만이 난무하다.

 

자기 자식이 중고생인데 전교 1등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머리도 좋고 인성도 착한데, 종교의 문제로 감옥을 갈 수밖에 없다면,

머리 좋고 공부 잘 하는 것은 아이의 인생길에 저주로 남게 된다.

이십 년 전, 학급 일기장에 자기는 종교 문제로 감옥을 가야 하는데,

공부는 해서 뭐하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2 제자를 만난 일이 있다.

 

다만 아직 한국의 군대 문화가 지극히 낙후되었으니,

대체복무는 군생활 기간의 2배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21개월로 잡는다면, 40개월 정도 될 것이다.

더 길어도 좋다. 감옥에 비교할 수 있을까?

 

김남주의 삶을 생각하면 참 팍팍하다.

유신 시대에 총리를 지냈던 '몽니' 종필이가 지난 주 죽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시대에도 '합당'의 아이콘으로 총리를 지냈다.

훈장을 준단다. 참 더러운 일이다.

 

로마를 약탈한 민족들도

약탈에 저항한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기는 했으되

펜과 종이는 약탈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감옥에서

<철학의 위안>을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캄캄한 중세 암흑기에도

감옥에는 불이 켜져 있었구나.

전제군주 짜르체제 러시아에서도

시인에게서 펜만은 빼앗아가지 않았구나.(141)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품격을 잘 보여주는 시다.

김종필의 품격이 잘 드러난다.

독도 밀약을 맺고 도장을 찍어주고 온 종필이다.

참 오랫동안 공화당의 단물을 빨아먹고 산 증인이다.

 

79년 10월 4일... 독재자가 총에 쓰러지기 직전, 남민전 일원으로 구속된 김남주는,

1987년, 88년에 대학가에서 일약 스타가 된다. 물론 그때도 감옥에 있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50)

 

그 시대 읽었던 신선함이 아직도 아릿한 시다.

 

신향식 동지

사형대의 문턱에 한 발을 올려 놓고

고개 돌려 그가 나에게 했던 말 그것은

죽으면 내 무덤에 잣나무나 한 그루 심어다오

그뿐이었다.(266)

 

아, 잣나무의 정신으로나 존재하던 시절.

유신 시대는 신라 시대의 <찬기파랑가>와 같은 정신 수준의 세계였던 것일까.

 

사람을 그렇게 죽이고,

떵떵거리며 산 종필이의 무덤앞에, 훈장이라니... 욕지기가 난다.

 

옥에서 나온 지 5년 여만에

마흔 여덟의 나이로

췌장암으로 별세한다.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고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다(159)

 

내 조국의 운명을 요리하는 자 누구냐

입으로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뒷전에서는 원격 조정의 끄나풀로 꼭두각시를 앞장세워

제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싸우는민중들을

계획적으로 학살하는 아메리카여

보아다오, 너희들과 너희들 똘마니들이 저질러놓은 범죄를(161)

 

KAL 기 폭파 주범으로 몰린 김현희는

노태우 당선 직후 무죄로 풀려나고 국정원 직원과 결혼했다는 기사를 보고 경악한 일이 있다.

폭파 주범으로 전두환을 지목한 유족이 그를 고발했다 한다.

그 범죄의 시대를 고스란히 몸으로 살다가 간 김남주.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고...(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민중 가요로 부르던 노래들의 작가가 그였다.

 

김남주...

잎 속의 검은 잎이 아닌,

꽃 속의 붉은 피...로 살다 간 펜을 든 전사.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로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사랑은, 전문)

 

제 새끼 배부르기만을 바라는 짐승같은 족속들에게,

제 자식만 군대 면제를 저지르는 권력의 단맛에 길든 부유층들에게,

그리고,

너무도 오래 개돼지로 살아와

머릿속은 자본가의 그것처럼,

아메리카의 그것처럼 세뇌된 민중들에게,

종이와 펜이 허여되지 않은 감옥에서

화장지에, 담배 은박지에 새겨 보낸 그의 시 구절들은...

피눈물이다.

 

그가 간지도 어언 25년이다.

삶이란 것, 참 헛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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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6-2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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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 권여선 음식 산문집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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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로 이 책은 시작한다.

라일락은 곁가지고, 순대는 가난한 대학 시절의 5백원짜리 안주였다.

한번은 하숙 선배랑 5백원짜리 순대에 고춧가루 섞인 소금을 놓고 소주를 마시는데,

주인 아저씨가 다음날 잔칫집에서 돼지 한 마리를 맞추어 잡았다며,

돼지의 온갖 부위를 뜨끈한 상태로 숭숭 썰어주시는 호사를 맛본 일이 있다.

내 살면서 가장 맛있었던 술안주였다.

5백원 아니라 50만원 준대도, 그맛을 되돌릴 수는 없다.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에 홀려서,

그의 소설집을 몇 권 읽었다.

'안, 주'의 목이 메는 맛이 역시 최고였다.

이 책은 주정뱅이에 비하면, 외도이고, 곁가지다.

 

처음에 쓴 몇 가지의 글은

읽으면서 술맛을 부르게 했다.

왕짱구의 만두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고,

대학 시절의 막걸리 잔들 사이로,

취하지 않던 고통스런 날들의 거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뒤로 넘어가면서는 혼밥하는 여성의 반찬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어쩔 수 없이 소주를 한 병 곁들이는 것처럼 보여,

칼럼의 한계가 뭔지를 생각하게 한다.

 

신림동 매캐한 연탄냄새 가득한 '신림부페'의 순대볶음을 보면서 까탈을 부렸던 사람.

그런 권여선을 이런저런 맛의 세계로 부른 것은

어쩌면 소주의 알싸한 매운맛이 아닌가 싶다.

 

상대방의 손바닥에 담뱃불을 지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지닌

'이모'의 삶을 되돌아보는 그의 소설을 떠올리면,

산다는 일 자체가 허망하면서도

구질구질한 이야기들의 연속임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결국 단식을 하든, 맛나게 포식을 하든 간에,

살아있는 지금이 나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일에는

먹는 일이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는 모양이다.

 

추억과 기억을 안주삼아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청주라도 한잔 들이키고 자야겠다.

술을 부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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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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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문맹이라니... 아니, 소설가의 '문맹'이라는 작품이라니...

아고타의 '세 가지 존재의 거짓말'은 과할 정도로 강렬했다.

주인공들의 모습도 그렇지만,

쓰는 일에 대한 감동도 잊히지 않는다.

 

크리스토프의 삶을 건너뛰기하며 적어낸 글이다.

모국어를 버리고 적의 언어로 글을 쓰기까지,

통역도 번역도, 원서로 하는 읽기도 아닌,

전혀 다른 언어로 쓰는 일이란 어떤 것일지를 상상하기도 힘든 경지를

그를 통해 조금 상상해 본다.

 

외국어로 책을 읽는 일은,

표지와 경계가 뚜렷한 해수욕장을 벗어나

저 멀리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것과 비슷하다.

외국어를 읽는 동안

나는 가 닿을 수 없는 수평선처럼 그곳에 있는,

누군가의 모국어와 내 발을 묶고 있는 내 모국어 사이 어딘가에서

대양을 가로지르는 은빛의 물고기처럼 자유롭다.(118)

 

이건 옮긴이의 말이다.

 

문맹은

독서와 서사를 사랑했던 한 여자아이가

작가가 되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사회적, 역사적 비극으로 인해 정체성을 상실한 안 인간이

언어를 배우며 자기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124)

 

이것도 옮긴이의 요약이다.

 

무엇보다도 그날,

1956년 11월 말의 어느 날,

나는 하나의 민족 집단에 속해 있던 나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73)

 

이 책은 짧고 가볍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간단하다.

다만, 읽는 이의 마음 속에는 한없이 무거운,

글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심연의 깊이와 무게를 남긴다.

 

아주 좋은 책이라고는 못하겠다.

재미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문맹>은 모국어와,

외국어 독서와,

글쓰기라는 자유자재와 부자유의 간극을 고통스럽게 잇닿게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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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독학 프랑스어 첫걸음 (본책 + 단어장 + MP3 음원 다운로드) 가장 쉬운 독학 시리즈
주장수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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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공부하기 좋다.

20년 전에 일본어를 테이프를 들어가며 공부했는데,

이제 책의 편집도 좋고,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한 동영상(20과에 따른 20강이 다 있다.)을 동양북스 홈피에서 들을 수 있다.

 

특히 불어처럼 발음이 오묘한 언어 학습에는 직접 듣는 일이 중요한데,

각 파트의 받아쓰기, 들어보기에 연관된 mp3 파일도 같이 다운받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에 들을 수 있게,

팟빵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다운받아 들을 수 있다.(이것도 20강이 다 있음)

 

외국어는 반복 학습만한 선생님이 없는데,

책의 구성 자체도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짜 놓았고,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반복하여 들을 수 있어 좋다.

 

컴퓨터에서는 동영상으로,

그리고 mp3로,

휴대폰에서는 팟캐스트로 공부를 하다니...

만원 남짓한 책값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만 해도,

발음만 조금 익힐 요량이었으나,

3과 정도 들었는데 20과를 다 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정도면 정말 한두 달이면 기초과정은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 참 좋다.

 

외국어 공부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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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사 3부작
카를 마르크스 지음, 임지현.이종훈 옮김 / 소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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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때인가, 이 책을 사서 힘겹게 읽은 적이 있다.

마르크스가 프랑스 혁명사라는 역사적 팩트를 차용하여,

혁명이란 어떤 길을 걸어가는 것인지를 밝힌 책이라고 하는데,

당시 역사에 밝지 않은 나로서는 전체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헤겔은 어느 부분에선가

세계사에서 막대한 중요성을 지닌 모든 사건과 인물은

두 번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은 희극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지만,

그들이 바라는 꼭 그대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환경 속에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물려받은 환경 속에서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모든 죽은 세대의 전통은

악몽과도 같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짓누른다.

현 세대가 자기 자신과 만물을 개조하고

이제까지 존재한 적이 없는 무엇인가를 창출해내는 데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에도,

바로 그와 같은 혁명적 위기에 시기에도

그들은 자기의 일을 도와달라고 노심초사하면서

과거의 망령들을 주술로 불러내어 이 망령들로부터

이름과 전투구호와 의상을 빌려

유서깊은 분장과 차용한 언어로

세계사의 새로운 장면을 연출한다.(190)

 

이런 구절을 읽으면서는 감탄할 따름이다.

촛불이라는 국민의 힘을 감당하는 기구가 없다.

국회가 저지르는 패악들을 보면서 분노한 국민들은 선거에서 자유당에게 참패를 안겨 주었다.

문제는 찍을 당이 민주당 뿐이라는 데 있다.

대통령의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다.

행정부의 수반일 뿐이지, 행정부라는 도구는 이미 관성이 붙어 있다.

모든 이전 세대의 전통은

악몽과도 같이 살아있는 우리 머리를 짓누른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는

항상 외국어를 일단 모국어로 번역하지만,

새언어를 사용할 때 모국어를 떠올림이 없이 그 언어 속에서 나름대로의 길을 찾고

자신의 모국어를 망각할 정도가 될 때에만

그는 새로운 언어의 정신에 동화되고,

그래서 그 언어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191)

 

민주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촛불 국민의회를 만들어 저 개새끼들의 국회를 해산하지 못한 이상,

민주당과 청와대를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2년이나 남은 총선에서도 당연히 자유당은 폭망할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자유당과 정치적 입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삼성과 손잡고 최저시급 변칙 처리에 도장 찍는 개새끼들이다.

그런 자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병신같은 집단이다.

 

그들의 무릎 위로 열매가 떨어지긴 했으나

그 열매는 생명의 나무가 아니라

지혜의 나무에서 떨어진 것이었다.(207)

 

생명의 나무는 영생을 얻는 나무지만, 지혜의 나무는 선악과였다.

다시 인간을 파멸로 몰아 넣은 열매.

촛불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

대중의 힘, 대중의 지능이,

새로운 언어의 정신을 얻을 때까지, 촛불을 드는 마음으로 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서 세습군주정에 대한 믿음을 떨쳐내고

민주공화정을 맹신하게 되었을 때

이미 아주 힘차게 과감한 일보를 앞으로 내딛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는 실제로 한 계급에 의한 다른 계급에 대한 탄압 기관에 불과하며

이는 군주정 못지않게 민주 공화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새롭고 자유로운 사회 여건 속에서 성장한 세대가

모든 국가적 폐물과 결별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국가의 최악의 여러 측면을 코뮌처럼 가급적 신속히 베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348)

 

박근혜 세습정치를 몰아냈다고, 진보된 것은 아니다.

바뀐 것은 아직 없다.

대통령의 개헌안도 무산되었고, 그것을 통과시킬 힘도 촛불에겐 없었다.

 

코뮌의 조치들은

인민에 대한

인민 정부의 성향을 예시했다.

고용주가 잡다한 구실로 자기 고용인으로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관행의 금지 등을..

그러한 관행은 고용주가 한몸에 입법가, 재판관, 집행인의 역할을 결합시키고

돈을 좀도둑질하는  한 과정인 것.(418)

 

지금 이 땅의 민주 공화제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민의 종복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최저임금 보장안을 삭감하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고용주가

국회를 움직이고, 재판관의 판결문을 움직이고, 행정부와 결탁하는

좀도둑질하는 과정을 언론에서조차 알리지 않는 무서운 공화정...

결국 이것은 공화정이 아니라, 삼성의 군주정이다.

 

역사책을 읽는 일은 무섭다.

수백년 전의 일들에서도 지금과 유사한 상황들이 벌어졌고,

인민들은 늘 실패해왔다는 것을,

권력과 자본은 늘 웃는 낯으로 칼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고,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말하는 날을 맞는 것은

우리가 죽기 전에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유한하다.

신념은 미약하다.

짧은 인생을 신념과 싸워나가기엔 역사 공부는 힘겹다.

그렇지만 공부가 필요한 것은,

유한하다고, 미약하다고 꺾이지는 않았던 인간들을 역사가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그 복잡한 사태들을 마르크스나 레닌처럼 꿰뚫어 맥락을 보여주는 혜안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공부를 접을 수는 없다.

 

자유당의 폭망에는 쓴웃음을 날리지만

민주당의 독식에는 좋은 기분이 아닌 복잡한 여러가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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