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기를 거치면서, 회사에 비정규직 노동자, 계약제 노동자란 이름이 일반화되었다.
그 중간에서 곰팡이처럼 자라난 것들이 '인력수급업체', 속된말로 '용역파견업체'들이다.
사람을 여기 저기 <중계>하면서 브로커짓을 하여 <임금을 착취>하는 회사인 것이다.
각종 아파트 같은 곳에서도 실제로 '회장님'이 결재하는 서류상의 임금과 '경비아저씨'의 손에 들어오는 임금 사이에선 십만원이 넘는 차액이 발생하는 모양이기도 하다.
각종 언론의 탈을 쓴 놈들은 '부유층, 권력층 노동조합'에 대해서 욕하면서도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질끈 감곤 했다.
이런 면에선 지난 정부조차도 억압에 적극적이었다.
대기업 노동자들부터도 '남'의 일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나'의 생존에만 관심을 가진 지난 십 년 동안...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 용역업체의 파견 노동자들은 우리 주변에 수두룩하게 널려버렸다.
국가가 운영하는 기업체인 <학교>도 마찬가지다.
원래 2년 넘게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은 학교에서도 4년까지 고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것은 교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치면 3년 3개월이나 되어 이해할 수 없는 바도 아니지만, 엄연한 법위의 규칙인 셈이다.
알라딘에서 근무하던 김종호씨의 해고에 대하여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의견차이 정도로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지옥도'이다.
하긴, 지금도 그 용암들끓는 지옥의 절벽을 향하여 학생들을 초등학교때부터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지만,
촛불을 들고 새벽 한 시에 들어가서도 공부열심히 하기를 챙겼다던 그 <내 자식>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바로 <김종호씨의 오늘>이다.
한 사람의 사소한 사건...으로 인간의 역사는 이루어진 것들 아닌가.
그리고, 그 역사는 '나'에게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던가.
하긴, 나에게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않는다면, 역사따위야 시궁창에 던져버려도 그만일테지만...
주관적 관념론에 빠져, 세상은 <공>이고, 세상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임을 외운다 해도,
내가 빠질 구덩이에 미리 흙을 던져 넣거나 몇 가지 사물을 넣어두지 않고는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다.
나는 국가 공무원이고, 정년까지 아직 20년이나 남은 사람이다.
그리고 퇴직 후엔 월급의 70%정도(정확히는 잘 모름) 정도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퇴직할 2029년 여름... 대한민국의 연금제도가 내게 줄 돈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시대가 되면... 학교는 지금의 1/3 수준으로 줄어있을 것이고,
앞으로 10년 지나기 전에 철밥통 공무원인 교원들도 계약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문제는 언제나 <나>의 문제일 수 있다.
잡혀가던 유태인이 그랬다지 않던가.
"저는 아무 일도 안 했어요..."
그때 옆에 섰던 유태인이 했다던 말이 섬찟하게 떠오른다.
"네가 아무 일도 안 했기때문에 우리가 잡혀 가는 거야."
아침에 타자 몇 타 칠 뿐이지만,
우리의 관심이 <그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드나드는 알라딘에서라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람이며,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상처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람이고,
멀리는 나의 미래와 내 자식의 미래가 <그 사람>처럼 되지 않기를 바람이다.
이런 저런 바람을 담아 몇 자 적는다.
** 오늘은 학교 아이들 예방접종일이라 종일 어수선하겠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