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농구 코트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8
칼 듀커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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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은 보기 드문 농구 소설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과학자 아버지와 요상한 조각을 하는 미녀 엄마 사이에 난 아들 조 파우스트. 

아버지는 조가 명문 사립고등학교로 진학하길 원하고, 갈등은 깊어간다.
조의 유일한 비상구는 농구인데,
그의 농구 스토리와,
문학 시간에 배우는 '크리스토퍼 말로'의 희곡 <파우스투스 박사>의 스토리가 평행선을 그리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우연히 들른 체육관에서 그는 농구 리그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생각을 하고,
조에게는 우연이라기엔 지나칠 행운이 뒤따른다.
그러다 계속 불안해지는 것은 아버지의 쇼크인데... 

뚜렷하게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 속에서 뜻밖의 발전이 겹치다 보니 주인공에게는 불안한 마음이 끊임없이 겹친다. 

이 책에 이런 이야기가 끼어 있다. 

어떤 바람둥이가 죽어서 천국에 간다.
천국에는 늘 파티가 열린다. 그는 가장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
포커에서 매번 이긴다.
매력적인 여자들이 그를 유혹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런데 너무나도 완벽해서 그는 지루해진다.
"잠시 지옥을 구경하러 가고 싶어요. 여긴 따분해요."
그가 담당 천사에게 말한다.
그 천사 왈,
"벗이여, 지금 그대가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네."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늘 또다른 쪽에 눈길을 돌리게 마련인데,
행복한 현실의 세잎 클로버에 만족하지 못하고,
돌연변이 네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기 시작할 때, 지옥은 시작되는 것이나 아닐는지... 

농구를 좋아하는 청소년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꼭 농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무언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우연히 일어난 행운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무모한 젊은이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뭐, 보통 그런 젊은이들은 책을 읽지 않기 십상이지만 말이다. 

좋은 결과는 정말 악마와의 계약에 의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마인드 콘트롤이 작용한 결과였을까. 

나는 더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말 영혼을 팔아서라도 되고 싶은 것이 있는가?
이런 상상도 재미있는 것이지만,
나의 노력으로 쉽사리 바뀌지 않을 세상을 보면... 마음을 좀더 단단히 먹고,
내가 선 자리에서 튼튼하게 버틸 각오를 하는 것도 필요한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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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07-2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너무나도 완벽해서 그는 지루해진다.
"잠시 지옥을 구경하러 가고 싶어요. 여긴 따분해요." - 이 글이 웃음 짓게 만드네요.

어떤 남자가 사업에 성공하고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모든 게 성공의 결과만 낳았대요.
실패는 하나도 없고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남자, 마침내 자살했대요. 이유는? 삶이 재미없어서요.

좋은 하루 되세요.

글샘 2011-07-22 00:19   좋아요 0 | URL
정말 매뉴얼대로만 살아간다면 삶은 따분하겠죠.
뭐, 늘 파도타기처럼 울렁거리는 일도 힘들지만 말이죠.

날이 무지 덥네요. 건강한 여름 나고 계시죠?

페크pek0501 2011-07-23 20:39   좋아요 0 | URL
정감 있는 인사말, 듣기 좋은데요. 저도 써먹어야겠어요.

건강한 여름 나고 계십니다.ㅋㅋ
 
시간 밖으로 달리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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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run은 달린다는 뜻도 있지만 달아난다는 뜻도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저 달리기보다는 달아나려 했던 의도가 컸는데...
제목이 이대로 좋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고,
청소년 소설이다.
환경 소설이자 사회고발 소설이다. 

인간의 의도로 꾸미는 일들은
나중에 어떤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게 될는지,
인간의 의도가 결코 뜻한바대로 움직이지 않을 개연성이 많음을,
그리고 환경과 인류학적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노라면 인간에게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올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판타지 물로는 '주라식 파크'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독자에게 상상력을 촉진하되 그것이 황당무계한 것만은 아니어서,
독자의 독서 행위에 즐거움을 주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흥미진진한 추격전 부분이 다소 단순한 감이 있다는 것인데,
간단하나마 아이들에게 스릴러와 추리물,
그리고 인류학적인 관심과 인간 사회의 근본 조건을 생각하게 하는 창의적 독서를 맛보게 하는 작품이라서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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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에는 한계가 없다 - 최고의 멘토들이 전하는 직업 이야기
이영남 지음 / 민음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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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청소년들에게 목표를 가지라고 하고,
야망도 가지라고도 한다.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면 도시에서 삐까뻔쩍한 삶을 동경할 것이고,
도시 사는 사람이라면 시골의 한가로운 정취를 동경하게 마련이다.. 
시골쥐가 서울쥐를 동경해서 서울쥐네 집에 갔다가 된통 당하고 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지만,
주역에서 卑高以陳 貴賤位矣라 해서, 낮고 높은 것이 자리잡으면 귀하고 천함이 생긴다고 했다. 
낮은 것은 가까운 것이고, 높은 것은 먼 것이라,
가까운 것은 천하게 여기고 먼 것은 귀하게 여기는 법이라는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6자매(음기가 엄청 승한 집이다. ㅋ)중 5자매가 모두 교사인 집이라,
자기도 경북사대를 가지만, 매일 같은 수업을 반복하여야 함에 질려 기자가 된 사람이다.
나도 매주 같은 수업을 일곱 반 들어가서 하지만,
미묘한 점은 일곱 번의 수업이 모두 다르다는 데 있다.
나는 그걸 그다지 지겨워하지 않으니 이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모양이다.
사람은 이렇게 모두 다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직업이 '도둑, 강도' 등이 아니라면, 모두 인간의 삶이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일게다.
그렇지만, 과연 정말 직업에 귀천이 없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아이가 의대를 간다 하면 잔치를 벌이지만, 아이가 수학과를 간다 하면 쌍지팡이를 짚을 게다.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직업의 귀천은 사회적 지위를 얻거나 거기서 얻는 보수에 따라 분명히 귀천을 가리려 하는 것이다. 

귀천은 주역에서 설명하듯,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천하게 여기고, 얻기 어렵다면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원래 귀천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인간의 상상력이 그렇게 판단한다는 것이다.
직업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면 모두 귀한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그렇게 모순적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다양한 멘토들의 역경 극복 내지는 고민 극복 사례를 싣고 있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외과의사, 피디, 회계사, 호텔리어, 기자, 회사원, 아나운서, 외교관, 변리사, 방송작가, 통역사, 법조인, 판사, 승무원, 큐레이터, 조종사, 변호사, 치과의사가 되는 길이 궁금한 아이들은 별로 없을 거란 사실이다. 

이 책의 장점은, 멘토가 될만한 사람을 골라서 인터뷰한 것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생생한 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한계는...
그 꿈을 이루는 데, 과연 한계가 없을까?하는 부정적 생각이 콱, 들게 하는 데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직업군은 한국 사회라면 상위 1% 가량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직업의 선호도나 수입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9%의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1%안에 들어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물론 상위 5%의 아이들에게 상위 1%로 진입하는 데 희망을 주는 책으론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그 한 아이가 진입하면 밀려날 다른 아이에게 절망은 더 큰 일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집회를 열고 있다.
대통령이란 작자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말을 씹어서 열린 집회지만, 문제는 반값 등록금에 있지 않다.
반값 아니라 무료로 해 준대도, 거길 나와봤자 취업하는 데
또는 세상을 사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기관이라는 데 있다. 

도움도 별로 안 되는 기관에 엄청난 돈을 내야 하고,
또 가면 갈수록, 로스쿨 제도, 의학 대학원 등으로 인한 학력 인플레는 심각해지고,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학비를 감면해주는 사회가 아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도 다양한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력과 상관없이
힘든 육체적 노동이나 장시간 노동, 야간 근무나 휴일 근무 등의 일자리엔 고임금을,
사무직이나 단순직에는 비교적 저임금을,
사회적으로 밑바탕이 되는 공무원, 교사, 법관, 의사 등의 직업에는 적절한 임금을 보장하는 사회를
구성원의 합의하에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이미 한국은 그 합의를 의논할 시점을 많이 놓친 상태에서
빈익빈 부익부가 고도화되어 버렸고,
생활 수준의 상승으로 어두운 미래 속에 최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는 <생지옥도>를 연출하고 있다. 

연출가는 없지만,
그 생지옥도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그저 꿈을 꾸어라~라는 말을 되뇌는 일은,
잠을 자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다음 번 대통령은 제대로 뽑아서,
직장을 많이 만들고,
비정규직의 고충을 덜어 주고,
40대 자영업자의 고뇌를 알아 주고, 그래서 러시앤캐시 광고 좀 망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공부 덜 해도 다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선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청춘'의 '봄 춘'자는 'spring'이 아니다.
<청춘>, <사춘기>, <일장춘몽>, <춘화>의 春자는 'sex'다.
청춘은 거기 골몰하는 시기고,
사춘기는 그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시기고,
일장춘몽은 아 거시기한 꿈을 꾸는데 엄마가 학교가라고 깨워서 안타까워 죽는 헛된 순간이고,
춘화는 거시기 부분이나 거시기하고 있는 장면을 그리거나 찍은 화면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이성의 꽁무니나 쫓아 다니고,
청춘의 젊은이들은 어서 결혼해서 애 낳을 생각이나 하는 사회.
이런 사회가 이상 사회 아닐까?
한국 사회가 저출산율 1위란 게 바로 그런 사회에서 멀어진 변종 사회라는 증거 아닐까? 

높은 직업을 얻기 위해 온힘을 다해 공부에 전념하는 '또라이'는 세상에 그리 많이 필요치 않다.
세상에 정말 필요한 것은  
청춘, 을 살아서,
빨리빨리 애를 낳고 그 애들을 잘 기르는 일인 것이다. 

아니, 오히려 열심히 기르려 하지 말고,
진정한 사랑법으로 <실눈 뜨고 볼 것>을 배우는 사회를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부모는 아이들을 너무 열심히 기르는 데도 병폐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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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불청객 카르페디엠 26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재희 옮김 / 양철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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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청소년 소설 한 편이 배달되어 왔다. 

1989년 출간되었다는 독일어권의 소설로 독일어 교재로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이번에 양철북 <카르페디엠> 문고로 '여름방학 불청객'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독일어권의 오스트리아에서도 영어 공부가 중요한 모양으로,
에발트라는 열네살 짜리 주인공 남자아이가 영어 실력이 딸린다고 생각한 엄마가 교환학생으로 영국으로 보낼까,
하다가 교환학생을 받기로 한다. 

그런데, 교환학생으로 오기로 되어있던 얌전한 모범생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좌충우돌 골때리는 꼴통 재스퍼가 공수되어 오고... 

그 날부터 재스퍼의 난리법석 전반부가 펼쳐진다.
그렇지만, 누나 빌레와 에발트는 재스퍼와 친해지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재스퍼의 상처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애정 결핍에 시달려 삶의 끈을 잡을 곳 모르던 재스퍼에게 사랑을 쏟는 가족이 된다. 

하지만, 애초에 갖고 있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재스퍼는 6주의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향하게 되는데,
빌레와 <약혼?>이란 특이한 우정을 남기고 세 번의 키스를 남기고 뒷걸음질쳐 사라진다. 

중간중간 농담처럼 익살스레 나오듯, 인생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것인지,
정말 안전한 곳에서 사고가 터지고,
평화롭던 곳에서 전쟁보다 심한 문제가 생겨나고,
얌전하기 그지없던 녀석이 가장 꼴통이 되고,
또 비할데 없이 사납던 인간도 성자 비스무레한 것이 되기도 하는,
이런 아이러니한 순간들이 인생의 곳곳에서는 숨어있는 비밀 폭약이라도 터지듯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의 편견과,
아이들의 좁은 시야,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영원히 평행선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선은
사실 곳곳에서 겹칠 수도 있고, 만날 수도 있는 법이다. 

부모가 이해못하는 아이들의 세계와,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어른들의 세계는 쌍둥이처럼 닮게 마련이다. 

부모의 불화하여 늘 뾰루퉁한 얼굴로 사람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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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에게 물린 날 푸른도서관 47
이장근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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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세워진 많은 나라들... 신라, 고려, 조선, 지금까지
그 나라들에서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 남았다. 

이 땅의 교육열이 높은 이유는 단 하나.
권력자에게 투쟁하지 않고 많이 배운 자들은 권력의 주변에서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
다만, 배웠다고 투쟁의 노선을 걸으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는 속담의 사례가 된다.
것도 곧바로. 

그래서 세상을 살아본 이들은 한결같이 외친다.
공,부,해,라!!! 

근데,
공부란게 누구에게나 쉬운 거라야 말이지.
아이들은 공부머리 뛰어난 놈도 있지만,
육체적 재능이나,
손재주, 음악이나 미술 등,
다양한 재능만 가진 놈들도 많고,
이것 저것에 재능을 보이지 못하고 자라는 놈들도 많다. 

그러나, 나태주의 시처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모두 예쁜 법이다.
가까이서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면,
모두 사랑스런 법이다. 

시인은 아이들 가까이서
사랑 가득한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것이 교사의 사랑법이다. 

재미없는 학교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나오는 거 
내겐 턱걸이 하는 일...
어디다 턱을 걸어본 적 있어요?
그럼 알겠네요.
이게 내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거 (턱걸이) 

이렇게 겨우 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자존심'은 있음을 어른들은 무시한다. 

벽과 친구먹은 후
나는 자신감이 생겼지
집도 학교도 사회도
더 이상 나를 가둘 수 없지
난 나로부터 자유로워졌으니까 (야마카시) 

아이들은 '자신감'이 있어야 자랄 수 있다.
자신감의 싹을 자르지 말 일이다. 

상훈이는 송곳니
길고 뾰족한 아이...
상훈이는 덧니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
체육대회 날 뜻밖에도
상훈이가 왔다
릴레이 마지막 주자로
한 명 따라잡고 두 명 따라잡고
상훈이가 달린다
덧니가 달린다
오래간만에 덧니를 드러내고
우리 반 활짝 웃는다 (덧니가 달린다) 

이렇게 자신감 없는 아이들도,
자존심 뭉개진 아이들도
송곳니, 덧니 드러내고
활짝 웃고 싶은 법임을 따스한 시선을 가진 시인은 볼 줄 안다. 

밝은 눈과
밝은 마음을 가진 시인의 시를 만나게 되어 행복하다. 

교사라서 행복한 날도
가끔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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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2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시는군요.
'교사라서 행복한 날도 가끔은, 있는 법이다' 라는 구절에서 왜 제가 울컥하는거죠.

누군가를 안아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글샘 2011-05-24 09:41   좋아요 0 | URL
제가 뭘요. ㅋㅋ
마녀고양이님이 생각이 많으신 거죠. ^^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랑 부대끼는 일은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반짝이는 모습에 행복한 날도 있고 그렇습니다.
안아주기... 언제나 어렵죠. 고슴도치처럼... 제 새끼나 함함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