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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ㅣ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1985년에 일본에서 나온 유명한 소설이다.
1968년, 일본은 전공투의 회오리에 휩쓸리고 결국 전공투는 해산하지만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후예를 기약하는 것이었다.
전공투를 이끌던 세대들,
그러니까 일본의 68년 주도세력이 사회의 주축이 된 1980년대,
과연 그때의 순수했던 정신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런 의문을 아이들의 반란이라는 형식의 소설로 풀고 있다.
스토리 라인은 아주 간단하다.
한 중학교 학급의 남학생이 몽땅 어떤 폐공장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어른들의 치부를 드러내며 1주일간 생활하는데,
친구의 유괴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고위층 인사들의 추잡한 뒷거래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들은 버림받은 노인(전쟁세대)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빚쟁이 유괴범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기도 한다.
결국 어른들은 패배하고, 그들은 아름답게 승리한다.
일본의 68혁명 세대가 보여주었던 순수함이 온데간데 없이
기성세대의 오염된 세계 속으로 녹아들면서,
더욱 심화된 사회의 문제에 무기력하였던 모습에 대한 반성이라고 읽으면 되는 소설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소설은 청소년들에게 읽히기보다는 어른들에게 읽히고 싶다.
청소년들이 이렇게 완벽하게 자신들의 '해방구'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데,
소설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카타르시스도 크겠지만
자신은 그럴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1980년대,
광주에서 촉발된 부조리에 대한 저항은 치열했다.
그러나 소위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30대였던 1990년대 후반의 386이라 불리던 세력은,
정치권의 구도 변화를 이끌어 오기도 했고,
그리하여 최초로 민간인 대통령인 김대중, 노무현을 만들기도 했지만,
자기 자식만은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일념에는
일제 강점기의 무지한 농사꾼 부모보다 더욱 모진 역할을 맡게 된다
입시 구조는 더욱 공고화되었으며,
사회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었다.
물론 그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세계화의 시대. 강대국이 물리력을 행사하던 고강도 정책에서,
경제적 제재와 환경문제 등을 통한 우회적 침탈이 강해지는 시대를 만난 탓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촛불 집회에도 그렇게 열심히 나올 수밖에 없었던 386 세대들에게 이 소설은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그때, 너희가 가지고 있던 순수함은
과연 세상에 얼마만큼의 빛이 되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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