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개역개정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체르노빌... 1986년 4월 26일,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그 다음 날인 27일 나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잤고,
28일 월요일 강제로 전방에 입소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경찰서에서 강원도까지 스쿨버스로 이동하는 일이 없었다면,
신림동 사거리에서 불붙은 몸으로 떨어지는 두 사람을 보았을 것이니... 

체르노빌 바이러스는 아직도 4월 26일을 기억하게 한다.
체르노빌 사태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철의 장막 쏘련이 무너진 이후다.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란 위성 국가들이 독립을 하게 되면서,
체르노빌에서 죽어간 아이들,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당시 얼마나 강압적인 권력자의 횡포에 의해서 여적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통계조차 나오지 않는 사건. 

우크라이나, 키예프, 드네프르 강...
이런 낭만적인 이름들은 지리 시간에 배웠던 밀밭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거기서 일어났던 원자력 발전소 폭발의 두려움은 널리 알려져있지 않다. 

이 소설에서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책임감 강한 아버지 안드레이와,
사랑하는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는 어머니 타냐,
강한 이반과 이네사의 경험을 통해서,
핵발전소의 폭발이 유발한 비참함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두렵도록 고발하고 있다. 

이 책을 지은 히로세 다카시는 올 3월 폭발을 일으킨 일본 원자로를 두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무섭다.  

원자력은 순수한 에너지의 보고이며,
화력으로는 모자라는 전력을 원자력으로 메워야 한다는 말은,
군수산업에서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보이며,
독점 자본의 이익을 가장 잘 지켜주는 원자력의 외장을 포장하는 말에 불과함을 히로세는 알리려 한다. 

존경해 마지않는,
꼬락서니만 봐도 구역질이 우엑, 나는 어떤 특정한 각하께서,
원자력 강국을 만들겠다는 말을 지껄이고 다니신다는데,
뭐, 다 좋다.
녹색도 좋고 성장도 좋다. 

그런 좋은 원자력 발전소, 한강 가에 하나 짓자.
안전하니까 좋잖아. 

서울이 전기도 제일 많이 쓰는데,
까짓거 한 서너 개 지어도 좋다. 경기도까지 커버해야 할 테니 말이다. 

왜 원자력 발전소는 월성, 고리, 영광... 이런 깡촌에다 짓는 건데...
서울에 세 개, 부산에 두 개, 광역시별로 하나씩 짓자고... 이 참에. 

요즘 한국에 <갑상선 부전증>이 급격히 늘었다.
주변에 사람들 <갑상선 항진>이니, <갑상선 암>이니 하면서 치료를 많이 받고들 있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부작용이 체르노빌의 영향일 수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뭐, 갑상선 정도에 쪼끔 피해주는 훌륭한 원자력 발전소,
한강 르네상스에 한 세 개 넣어 주자.
나경원 씨, 마티즈 렌트해서 선거유세하지 말고,
쌈빡하게 서울에 원자력 발전소 세 개 정도, 어때? ㅎㅎㅎ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10-07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7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빠와 함께 수호천사가 되다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플로랑스 티나르 지음, 박선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제일 두려워하는 소재는,
죽음이 아닐까? 

죽다... 라는 상태의 변화를 일본어로는 '없게 되다'라는 '나크 나루'란 동사를 쓰는데,
나는 죽음에 대하여 가장 심오한 동사가 일본어 동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누'란 말도 있지만, 한국어의 '돌아 가시다'와 같은 미묘한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 가시다'나 '타계하시다'는 모두 이 세상 말고 다른 어떤 세상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일본어의 '없게 되다'는 뜻은 죽음을 무로 돌리는 사고 방식이 담겨 있기도 하다. 

나는 아무래도 내세에 가서 심판을 받고(그것이 종교가 가진 겁주는 힘이다.)
불교는 천상계, 인간계, 축생계, 아수라계, 아귀계, 지옥의 6도 윤회를,
기독교는 천국, 지옥, 연옥의 3 세계를 만들어서 거기로 다시 간다는 사고를 믿을 수 없다. 

없게 되고, 그 다음엔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삶과는 무관한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업보를 그대로 끌어안고 삶을 유전한다면,
젠장,
모든 존재는 나쁜 업을 계속 지어서 쌓고 쌓고
벌점이 쌓여서 퇴학 처분에 이르는 학생처럼 좌절스럽지 않은가 말이다.
상점 한 방으로 그걸 모두 무화시키는 일도 좀 웃기고 말이다. 

이 소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상상력을 통해 재미나게 표현하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속도'에 무감각한 현대인은 불과 1m 왼편이나 오른편에 죽음을 두고 다닌다.
죽고 싶으면 언제든지 1m만 왼쪽, 오른쪽으로 걸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시간에 쫓겨 살던 아빠와 딸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으로써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적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사람들의 수호 천사가 되어, 세상 일이 아름답게 돌아갈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다. 

무언가 일이 잘 되어 돌아가는 것은 독자를 즐겁게 한다.
그렇지만, 귀신들의 장난에 따라 삶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역시 웃기는 노릇이긴 마찬가지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죽음에 대하여 지나치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거나,
주변 사람의 죽음때문에 지나치게 죄책감에 휩싸여 좌절하는 사람에게
죽음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책 여백에 낙서를 해서 책을 좌르륵 넘기면 동영상처럼 보이게 하는 놀이가 있었다.
이 책의 여백엔 천사가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로 오르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한다.
편집자의 의도가 재미있다.
역시 죽음에 대해서, 수호 천사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핀 선생 죽이기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0
로이스 던칸 지음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웃자고 시작한 책을 죽자고 읽게 된다.
이 책은 너무 뻔하게 시작한다.
장난 좀 치자고 시작했는데, 그만 사고가 뻥, 커지고 만다. 

그 뒤부터는 너무 뻔할 것 같은데,
그래서 대충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질 못하다. 

마크, 수잔, 벳시, 데이비드, 제프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듯 쓰고 있는 이 소설은,
아니, 마크의 속만은 들여다볼 수 없는 이 소설은,
인간의 심연에 대한 깊은 사색의 단서를 제공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인간의 마음은 어떨 때 줏대도 없이 쉬이 흔들리는지를... 

특히 청소년기, 반항의 일종이기도 하고,
또래 집단과의 어울림의 일종이기도 한 데서 시작되는
갖가지 사건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한다. 

정말 농담처럼 시작된 그리핀 선생 죽이기가,
죽도록 무서운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
청소년들의 범죄가 그렇게 시시하게 시작하는 것이었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사회적 부적응자, 사이코패스 내지는 소시오패스의 존재를
아이들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을,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함을 제시하는 책. 

재미있게 권할 수 있지만,
무겁게 내려놓게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아이들 곁에서 같이 가르치고 배운 것이 꽤 오래 되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20년 남짓 한국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89년에 발령받아 가르쳤던 아이들은, 어찌 보면 애어른들 이었다.
시대가 하수상하니 담배피우는 아이들 지도하다가 고발도 당해보고,
자동차 와이퍼가 부러지는 테러도 당해보고,
요즘엔 상담할 시간도 없이 학교를 안 나오다가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하는 아이들도 드물지 않게 만난다. 

자기 주장이 강해진 것이라 생각하면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너무 오냐오냐 길러서 자기밖에 모르는 멍충이로 만드는 세상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그냥, 컬링. 

제목이 뭐 이래?
컬링이란 시시한 스포츠(?)에 대한 시시한 이야기다.
보통 스포츠 정신이라고 하면, 치열한 육체와 정신의 투쟁을 떠올리게 되고, 그것이 불변의 공식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컬링에 입문하게 된 아이들은,
야구부에서 도태된 아이들과, 어쩌다 컬링 동아리에 들었다가 해체를 맞게된 아이들.
그리고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그냥, 인간이라서 들어오게 된 '으라차'까지... 

동계 올림픽을 유치는 해 놓았는데,
이건 뭐, 86,88 아시안 게임, 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처럼 흥미로운 게임도 아니고,
온갖 처음 듣는 스포츠들로 가득하고 한국은 선수도 없는 종목들로 가득한 올림픽을 어떡할지 고민일 듯 싶은데,
이 소설이 적고 있듯,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면, 한편으로 다행이다. 

동계 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요즘엔 김연아 덕에 피겨 정도가 관람종목이다. 
영화 덕에 스키점프도 조금 재미가 있지만, 컬링이란 종목은 아무리 봐도,
스포츠라고 하기엔 20% 이상 부족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나름의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종목이며,
스피리트! 는 훌륭한 종목이고,
팀워크와 인간의 평정심을 시험케 하는 훌륭한 종목일 수 있음도 이 소설에선 끼워넣고 있어 양념맛이 좋다. 

청소년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늘 불안하지만, 또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것을 이해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집단에 대하여 피해를 입는 주인공들이 안쓰럽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우정과 결의를 다지면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든든하다. 

강산처럼 덩치도 있고, 멸치처럼 촐싹거리지만 늘 곁에 있어주는 친구도 있고,
좌절하는 꿈나무 여동생도 있는 청소년 소설. 

과연 왜 공부하고 왜 대학을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소설은 답을 던진다. 

그냥, 하는 거라고.
인생은 늘 정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만은 아니라고.
그냥, 하다보면, 거기서 목표도 생기고, 삶의 의미도 배울 수 있는 거라고... 

이 책을 읽노라면, 아이들의 간단 명료하면서 시크한 말투가 그대로 느껴져서 즐겁다.
주제도 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인기있을 법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을 담은 잔소리 통조림 1218 보물창고 4
마크 젤먼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이란 게 뭐 대단한 건 줄 알고, 철학 개론,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들입다 읽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철학이란 건 금속 공학보다 별게 아니었다.
아니, 철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들을 대상으로 따지는 논리적 언술활동이기때문에
명확하게 안다 모른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대학을 들어간 이래 책을 읽어오면서,
인간의 존재와 삶의 방식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많이 갖게 되었다.
그런 일련의 사고의 경험, 사고 방식의 형성이 일종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철학 서적들은 '인식론'부터 시작해서 '실천론' 이니 뭐니 늘어놓거나,
주관과 객관, 이론과 실천이니 본질과 형식이니를 둘러대곤 하는데,
이 책은 아이들이 노상 듣게 되는 잔소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예를 들자면, 깨끗한 속옷을 입어라!는 잔소리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보이는 부분만큼이나 좋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투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
잔소리 속에는 부모의 애정이 담겨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부모의 잔소리를 아이의 성장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훌륭해 보인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잔소리 대신,
이 책을 책상에 슬그머니 놓아 줄 일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9-1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
예전에 철학에 대한 개요라도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책을 좀 읽었는데
제가 실리적인 부분이 강해서 그런지, 읽을 때 머리로는 오는데 가슴으로 느껴지질 않아서
읽고나면 까먹는거예요. ^^ 그런데 심리는
좀더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곳에다 인문이 접합되어서 그런지 팍팍 와닿고....

새로운 관점으로 부모의 잔소리를 아이 성장에 활용하는 시도라는 말씀에 끌립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글샘 2011-09-17 21:59   좋아요 0 | URL
철학 서적이란 게, 뭐 개념만 늘어놓고, 이 개념하고 저 개념은 이렇게 다른 거 아닌가 하고 논쟁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책들을 읽는 일은 두뇌 회전시키기엔 좋은 방법이 아닌 거 같더라구요. ^^
심리학은 사회 과학 중에서도 가장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야니깐 가깝죠.

그렇지만, 그 심리학으로 뭘 할건지는 역시 철학적 접근이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인간을 이렇게 저렇게 분류하는 기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철학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래저래 나눠서 차별화 정책을 펼치려는 교육철학을 가질 수도 있으니 말예요.

이 책은 철학을 실생활에서 설명하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