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할라 -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앤디 멀리건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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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베할라에도 인간은 산다.
필리핀의 한 도시에서 일어난 부정부패와 그를 둘러싼 활극이야기다. 

꼬마들은 경쾌하고 약삭빠르며 미래에 대하여 낙관적이다.
밀려드는 공포를 이겨낼만큼 충분히 현실에 좌절하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 추악한 어른들은 돈이 없으면 아무 힘도 없는 약한 존재일 뿐인 것이다. 

이 이야기를 힘차게 이끌어내는 것은 시점의 변화다.
지갑을 줍게 되는 라파엘의 관점, 그 친구 가르도의 관점,
범죄지능 최고단수인 래트의 관점을 넘나들면서 사건은 동력을 얻게 된다. 

물론 이야기가 비약이 심하긴 하다.
아이들 앞엔 언제나 홍해가 갈라지듯 해결책이 손들고 나서고,
위험따위는 사소하게 치부해도 좋을 정도로 부패는 멍청하다.
현실 속의 부패는 치밀하고 성실하기 그지없는데도 말이다.   

이 나라에선 어리석어도 값을 치르고 가난해도 값을 치러요.(135)  

가난뱅이들의 공통점인 모양이다.
어리석고 가난함의 대가로 인생이라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상원의원 자판타는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재물을 긁어 모아 지하 금고에 모으지만,
그의 더러운 돈을 훔쳐내려는 하인으로 가장한 호세 안젤리코에게 털리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타락한 현실과,
긍정적 에너지의 대립이 밀도있게 스릴러를 꾸며가는 이야기 속에서,
어린 아이들의 삶의 지혜도 깊은 신뢰감을 가지게 한다.
지혜는 책에서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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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양장)
김려령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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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자전적 소설이다.
아이들의 동화로만 취급하기엔 어른의 상처까지 어루만진다. 

주인공 오명랑 작가는 생계적 사유로 책읽어 주기 과외를 시도한다.
모이는 고객은 단 세 명.
남매와 작가지망생 여학생 한 명. 

건널목 아저씨와 이웃들 이야기를 읽어주는데,
중간 부분부터 엄마가 태클거는 대목을 거치면서,
왠지 자전적 소설일 것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상처투성이인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어른들은 어린 아이들의 고난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일도 흐뭇하고,
작가 오명랑이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는 일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완득이에서 기도발을 내세우는 대목이 웃기듯,
이 책에선 제자의 어머니에게 뒤통수를 부탁하는 대목이 웃긴다.
김려령의 롱런을 위하여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징검다리였을 듯 싶다.
이 책이 작가에게는 큰 마음의 감기약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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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생활 지침서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4
캐롤린 매클러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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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난했던 부모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가난과 결핍 호르몬이
자기 새끼들에게 과다한 영양분을 주입하도록 명령받았다.
그 결과 자식 세대는 유전자에서 가난과 결핍이란 감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영양분과 풍족한 지질, 단백질, 탄수화물을 보충받았다.
그 결과, 자식 세대의 많은 아이들은 온몸에 다량의 지방질을 저장하고 있게 되었으며,
피부색이 환하고 밝은 반면 지나치게 비축된 지방질은 뱃살과 허벅지살로 저장되어 성인병마저 유발하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모 지상주의 세상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뚱뚱한 외모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마이너스가 된다고 판단하여,
다이어트 열풍에 편승한 나머지 지방질이 부족할 지경이 되어도 계속 굶게 되는 정신병마저 앓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버지니아 양도 뚱보다.
그래서 남들 앞에서 나서지 말아야 하고, 성적으로 관심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생활지침서로 적어 두고 있다. 
더군다나 버지니아에게는 잘 생기고 완벽한 오빠까지 있어서 대조적 비극을 맛봐야 한다. 

그러던 어느날 오빠가 사고를 저지르고 가족에겐 어두운 그림자가 덮친다.
그렇지만 버지니아에게는 밝은 햇살이 비추일 것이기에 그 그림자는 슬프지만은 않다. 

어떻게 버지니아가 성장하고 있는지 이 소설을 읽는 일은
희극을 읽는 즐거움을 모두 준다. 

버지니아가 열심히 운동을 하고 살을 빼서 이쁘게 되었답니다...
이런 것보다 더욱 건강한 버지니아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운동도 필수적이며,
과도한 지방질의 비축은 정신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겠다. 

뚱뚱한 사람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이 책의 주제는 당연하다.
당연한 것을 사람들은 삐딱하게 본다.
오히려 그 삐딱한 놈들이 권력을 잡는 게 세상의 문제다.

그렇지만, 뚱뚱한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나처럼 혈압이 가족력으로 높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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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주스 가게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49
유하순.강미.신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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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는 중인 청소년들도 나름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나름 친구를 사귀고 그들만의 교류를 하면서, 성인들의 질서, 규칙에 저항도 한다. 

그런데, 그들 역시 금세 성인이 되고 나면 그 질서와 규칙에 동화되고 마는 바...
과연 청소년들의 삶의 양태와 성인들의 사고 방식 사이엔 화성과 금성 만큼의 차이가 있기나 한 걸까? 

텐텐텐 클럽에서처럼 열 살 차이가 나는 누나와 같은 새엄마는 어떨까? 

불량한 주스 가게의 엄마처럼 평생 여행을 가지 않던 엄마가
수술 들어간다고 아들에게 가게를 맡기고 여행 가방을 들고 떠나는 모습은 또 어떤가. 

과연 세상을 바라보는 사각 프레임은 누구의 것일까?
우리 눈은 세상을 결코 사각형만으로 바라보진 않을 터인데 말이다. 

그리고, 극장의 스크린이 가로로 누워있어서 모든 프레임이 가로여야 하는 것처럼,
도대체 세상의 질서들은 누가 그렇다고 규정지어 둔 것일는지... 

프레임에 나오는 어른들의 욕심 때문이 아닌지... 

똑, 부러지는 재미를 주기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던져주는 소설집이다.
청소년들이 읽고 토론하기도 좋은 주제가 많고,
어른들도 청소년들과 읽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주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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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 시속 370㎞ - 제9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72
이송현 지음 / 사계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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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막장 드라마의 공식은 조금 특이하다. 

이적지 먹히던,
이쁜 여자 주인공 죽이기,
격에 맞지 않는 상대의 짝짓기,
그리고 출생의 비밀 밝히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는 처음회부터 부부가 싸우기 시작한다.
뭐, 대부분 시청자가 여성이라 그런지,
애정남 최효종 말대로 한번 맛본 인기는 잊을 수 없어 그런지,
남편이 바람피우면 무조건 죽일 놈이고 금세 이혼한다.
이혼녀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혼녀 주변에 '구세주'가 나타난다.
구세주는 기본적으로 총각이고 외모는 물론 경제력 역시 빵빵하다.
구세주는 웬일인지 그때까지 진행되던 혼담의 조금 싸가지 없는 미녀를 뻥, 차버리고 이혼녀를 선택한다.
뭐, 회차를 늘이기 위해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인들은 점점 개판이 된다.
이혼녀의 전남편은 심각하게 반성하는 바보가 되지만 찬밥 신세가 되기 십상이고,
구세주의 전여친은 누가봐도 악녀 티가 딱 나는 바보다. 

이런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런 게 먹힐까 싶다가도,
그래,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짜증내는 게 이런 것이고,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제재가 특이하다.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아버지는 매잡이다.
그 아들인 주인공은 무작정 스피드를 사랑해 주시는 요즘 청소년 되시겠다. 

그런데,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엄마가 고생해서 돈을 번다.
스피드를 즐기다 사고를 친 아들은 돈이 필요해서 아버지를 이용해 매잡이 계승의 길에 들어선다.
그러다 뻔할 뻔자로 매와 교감이 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어쩌면 뻔할지 모르는 착한 소설이지만,
독자가 바라는 것은 청소년의 방황보다는 청소년을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소설일는지도 모르겠다.
완득이의 담임이 겉으로는 험한 표현을 하지만 속마음으로 가득찬 애정을 보여주었듯이 말이다. 

세상이 불신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책도 괜찮겠다.
좋은 대학을 꼭 가야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만 인간적으로 살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세상에,
청춘은 매처럼 빠른 속도로 세상을 따라잡는 청소년이 필요하기도 함을 이 책은 넌지시 보여준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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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2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매잡이가 소재로 등장했네요.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독특한 소재가 사용되었군요, 님덕분에 맛볼 수 있어요

글샘 2011-10-25 18:15   좋아요 0 | URL
네, 좀 뻔한 스토리지만 소재는 신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