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통과의례 - 199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4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wring은 비틀다, 란다.

 

'문제아'란 소설로 이미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다.

천진난만한 문제아 징코프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둘기 5천 마리를 풀어주면서 사격하는 것을 마을 축제로 여기는 마을,

'링어'란 축제에서 총에 맞아 푸드덕거리며 죽어가는 비둘기들의

모가지를 비틀어 죽이는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열 살 짜리 소년 파머는 생일빵과 축제를 맘에 들어하지 않지만 문제의식도 없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비둘기 한 마리가 나타나고,

그 비둘기에게 '니퍼(무는 놈)'란 이름을 붙여주면서,

현실에 대하여 문제 의식을 갖게 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등장하던 명문은 불후의 진리다.

비둘기를 통하여 사격 축제의 문제점을 느끼게 되고,

폭력적 생일빵도 거부하는 소년 파머.

 

순수한 그의 마음은 이웃집 도로시란 여자아이와 소통하면서 의지를 강하게 한다.

'관습이나 전통'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의지가 집단 의지에 꺾이는,

그런 부조리함을 결연히 거부하는 파머의 일화를 통하여,

삶에서 만나게 되는 부조리함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인간은 외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고독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부조리함을 느끼지만,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는 편을 택하며 속 편안해 하는 존재다.

 

파머가 힘겨워할 때, 수영을 배우는데,

누워서 물에 뜨는 연습을 할 때, 도로시를 떠올린다.

 

파머는 도로시에게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냥 편안히 내버려 두면 도로시가 자신을 붙잡아 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파머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눈물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127)

 

힘들어할 때, 인생에서 부력으로 작용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을 믿는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그때 흘리는 눈물은 인생의 지복이다.

 

"아무 것도 안 할거야.

생일 의식도, 링어도, 스너츠도 안 해."

 

이렇게 강한 거부의식.

여기서 삶의 제 2막은 시작된다.

2막의 시작에 필요한 것은 작은 용기지만,

그 용기로 인해, 이후의 삶은, 이전의 삶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것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용기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이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2-04-0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때 인생에서 부력으로 작용하는 존재가 있다는것을 믿는다는것...하아....


이 아이의 용기가 정녕 부럽군요.
철이든 다는 것은 비겁해진다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님을 요새들어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 같이 철없는 주진우 기자를 글샘도 이뻐라~ 하시는거겠지만요 ^^
조금이라도 더 이렇게 철없이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당사자들은 쉽지 않은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래도 세상은 조금더 나아지겠죠?

글샘 2012-04-05 12:56   좋아요 0 | URL
비겁하게 철들면... 부끄럽죠. ^^
저도 부럽더라구요. 저 아이가 부력으로 작용하는 존재가 있다고 믿어서...
그렇네요. 소년 주진우도 마찬가지구요.

2012-04-06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콤쌉싸름한 첫사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5
엘렌 위트링거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의 원제는 'hard love'다.

밥 프랑케의 노래는 이렇다.

 

내 어린 시절, 어제 일처럼 생생해. 엄마와 아빠는 최선을 다했어. 나를 제 길로 인도하려고,

하지만 힘든 시간과 술이 쉬운 사랑을 날려버렸어. 내가 아는 사랑은 힘든 사랑뿐이야.

 

힘든 사랑이었어, 하루의 시간 시간이, 크리스마스에서 내 생일까지는 수백 만 년,

그 사이에 가득 찬 공포로 내 기쁨은 눈물졌어. 아빠의 집에는 사랑이 있었어, 하지만 힘든 사랑이었어.

 

네게 내게 보여준 부드러운 호의를 기억해. 내가 즈끼는 모든 사랑을 난 점잔 빼며 숨기려 했는데,

웃음의 노래는 사실 모두 눈물의 노래였어. 쉬운 주말이 아니었어. 힘든 사랑이었어...

 

그러니 말할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널 사랑해.

그리고 말할게. 넌 매일매일 내 인생을 바꿔 주었어.

내 자신을 받아들이게 해 줬어. 잊지 않고 말할게.

사랑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힘든 사랑이라고 해도.

 

그래 힘든 사랑이야. 하지만 그래도 사랑이야.

그저 그런 환상은 아니지만 게임도 아니야.

기적이라 이름 붙여도 좋은 것은 이것뿐.

우리의 인생을 치료해주는 사랑은 힘든 사랑이니까.(257)

 

영어 위키백과에서 찾은 '하드 러브'는 이렇게 해설되어있다.

 

Hard Love is an award-winning young adult novel written by author Ellen Wittlinger. It was published in 1999.

 

'하드 러브'는 1999년 출판되었고, 엘렌 위트링거가 써서 '프린츠 상'을 수상한 <영-어덜트 소설>이다.

 

여기서 '영-어덜트' 소설이란 장르가 특이하다.

이 소설이 단순한 청소년용 로맨스가 아니라는 이야기인지,  그동네선 '영-어덜드 나블'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이 소설은 <어른이 읽어도 될 만한> 사랑에 대하여 생각해 볼 꼭지들이 많은 소설이다.

 

1인 잡지를 발행하는 존과 우연히 마주치는 마리솔.(마리솔은 무자비한 태양이란 뜻이란다.)

마리솔은, <지루해하는 사람들은 내적 자원이 없다고 했어> 이런 말을 할 줄 아는 괴짜 영재다.

레즈비언이란 정체성을 드러내놓고 살면서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한 재원이다.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심리적 불안감과 증오를 키워가던 존에게 마리솔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첫사랑이되, 이뤄지기 힘든 사랑이었다.

마음이 통하지만, 자꾸 덜커덕거리는 장애물이 등장하는 사랑.

 

'후회가 없다'는 것은,

과거를 바꾸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앞으로 펼쳐질 일이 무엇이든 그것을 기대한다는 것이다.(108)

 

또다른 1인 잡지 기사를 쓰는 다이애나의 글에서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 글이 '영-어덜트' 소설이 되는 것은,

쌉쌀 달콤한 첫사랑이 아이들의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문장들은 가끔, 어른들에게도 '넌 어떻게 생각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서 그런 듯 하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한데,

마리솔은 늘 지오에게 진실만을 말해달라고, 스스로에게도 거짓말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지오는 자기 이름부터 감추고,

'난 감정 결핍이다. 내 기억으로는 쭉 그래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감정에 호소해도 나는 끄떡없다.

어쩌면 나는 감정이 전혀 없는 것 같기도 하다.(10)'

이런 벽 뒤에 숨어버리는 아이였다.

 

지오를 보면서, 나도 그런 구석이 있음을 느낀다.

뭐, 누구나 그런 구석을 가지고 있겠지만, 다소간 그 벽이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대학시절, 날 유난히 좋아하던 선배가 나더러 '크레믈린'이라고 했던 적이 있다.

또 다른 친구는 나를 '밀폐용기나 통조림'처럼 뚜껑을 따본 적 없는 존재라고도 했다.

난 나의 감정을 드러내 말하는 데 극단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쓴 리뷰들을 보면, '나'에 대해서는 지극히 객관적인 이야기만 등장한다.

그게 나임을 부정할 순 없게 만드는 게 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얻게되는 성찰이랄까...

 

지오가 마리솔을 통해 벽 뒤에서 나오게 되지만,

마리솔은 자신의 정체성을 '레즈비언'이란 틀 안에 가둔,

또다른 지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는 이런 '지오'와 '마리솔'들이 얼마든지 가득하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힘들지만,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계속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 그런 측면일 것이다.

어딘가에서 자신을 인정해주는,

나의 결핍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를 열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게 되기를 끝없이 갈망하는 것이,

이뤄질 수 없는 인간 욕망의 한 구석인지도 모르겠다.

 

여느 청춘 소설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뉴욕으로 떠나려던 마리솔이 감동적으로 달려와서 존의 품에 안기고 대미를 장식하겠지만,

이 소설의 마지막에선 그런 신파를 연출하지 않는다.

존은 남고, 마리솔은 떠난다.

 

그것이 하드-러브다.

힘든 사랑은 이뤄지지 못해도 인생의 한 페이지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인간의 정체성을 이뤄주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옮긴이의 말처럼,

"인간은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도,사람은 성장해야 할 몫이 있고 그에 따른 고통의 몫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마지막,

지오의 모습처럼 오늘을 의미있는 날로 만들고

다가올 일에 대해 준비하기로 결심할 필요는 누구에게나 있다."

는 작가의 메시지가 제법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2-04-01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새로 번역되어 나왔군요. 제가 읽은 번역본은 번역본 제목도 '하드 러브' 여서 무슨 뜻인가 찾아보고, 저 역시 저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았지요.
이 책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별로 알려진 것 같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더 많이 알려지는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글샘 2012-04-01 13:18   좋아요 0 | URL
그저 그런 청소년 첫사랑 이야긴줄 알았는데, 뜻밖에 철학적이더라구요. ㅎㅎ

영-어덜트 노벨이 맞아요. ^^
젊은이-성인용, 러브 스토리...
 
두근두근 첫사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2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젠 전체가 부분을 합친 것 이상이라는 아빠 말을 이해할 수 있어요."

 

줄리는 이사간 동네의 브라이스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지만, 브라이스와는 자꾸 엉뚱한 측면에서 충돌하게 되어 사이가 엇갈린다.

 

동네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오른 줄리는 그 나무가 잘리게된 위기를 맞아 저항하게 되고,

그 사진이 실린 신문을 보던 브라이스는 줄리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이 있단다..."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는 줄리의 특별한 면을 그렇게 표현했다.

 

이 소설의 원 제목인 'flip'은 '뒤집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뒤집어 보면, 이런 진실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은 얼마나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고 어리석은 것에 얽매여 살고 있는지...

이런 푸념이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작가의 눈일 수 있겠다.

 

브라이스와 줄리의 시점으로 뒤집히는 각 챕터를 읽으면서,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관점도 다양하게 변주된다.

사람을 보는 시점을 하나로 보는 것에 비하여,

다양하게 변주된 관점에서 보는 일,

그것이 바로 '플립'의 장점이자

무지갯빛 인생을 이해하게 하는 삶의 지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안해, 스이카 놀 청소년문학 4
하야시 미키 지음, 김은희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 학교폭력에 연루된 중학생이 자살하자 일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교육과학기술부께서는 엄청 많은 일을 하셨는데,

젠장, 장장 80페이지가 넘는 '학교폭력 대책 매뉴얼'을 공문으로 하달하시었다.

새로 학생부장을 맡아야 하는 나는 그 매뉴엘을 2쪽, 양면인쇄해서 던져두고 욕지기가 난다.

 

그 공문 표지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수요일날 술 먹지 말고 집에 가서 가족과 대화 해라.

ㅍㅎㅎㅎ

그럼 수요일은 학원 못열게 할 자신 있니?

수요일은 아이들 야자 안 시켜도 부모들이 교장실로 전화 안하겠니?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자면, 대응책이 저질 코미디 류라서 하품도 안 나온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다양하다.

불안정한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인한 가정의 파괴.(영화 집으로에서도 가정 파괴로 할머니와 살게된 아이의 갈등이 그려진다.)

학부모의 고학력화에 따른 학교 경시 풍조.

경기 악화로 인한 실업자 양산과 취업 악화.

그로 인한 부모의 과도한 개인학습 강화와 학교 행사의 축소.

교사들에 대한 업무 과중으로 인한 상담 시간 전무.

 

이런 모든 것들이 한국 사회의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

아직도 일본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한국 아이들은 착하지만,

교실에서 조금 특이한 학생들에 대한 집단 놀림은 일상적이다.

 

집단 놀림을 아이가 웃어 넘기거나, 짜샤, 까불지 마~ 하고 넘어가면 다행인데,

그 수준이 심각해지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대응하기 힘든 수준으로 급속히 진행된다.

 

한 아이에 대한 여러 아이의 폭력.

이것은 처음엔 대부분 장난으로 시작된다.

이지메 대상 학생 역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삶 자체가 지루한 아이들에게 그 장난은 심각한 놀이가 되고,

결국 피해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하게 된다.

 

이 책은 열네 살 아이가 쓴 책이다.

자기가 겪은 이지메의 경험을 살려서 주인공 스이카의 죽음을 통하여 학교폭력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이지메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만,

교사가 아이들의 갈등 사이에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뚜껑이 뻥, 하고 터질 수 있는 존재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높은 것이다.

 

학교에는 '교사의 지도'로 교화되는 학생도 있으나,

중장기적 '상담'이 필요한 학생도 있고,

간혹 '특수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이나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학교에는 '상담 교사'가 없는 현실이다.

상담 교사 배치에는 돈이 많이 들기때문에,

그리고 간호학회처럼 힘센 압력단체가 없기때문에,

학교에 상담 전문 교사는 거의 없다.

 

상담 전문 교사와 수업 도우미 등의 '인 풋'이 없이 '아웃 풋'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동족방뇨, 언 발에 오줌 누기고,

하석상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의 미봉책이며 고식지계, 임시방편일 뿐이다.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에게, 이런 책들을 읽히는 걸로 벌을 대신할 수 있겠다.

마침 필요한 좋은 책을 만났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극곰 2012-02-29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폭력 대책 매뉴얼'이란 단어만 듣고도 콧웃음을 쳤었습니다.
저런 걸 메뉴얼을 만들어서되는 일일까?싶기도하고
일터지니 뚝딱뚝딱 만들어 내놓은 것이 얼마나 심도깊은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담고 있으랴 싶기도 하구요.
복사해서 던져두고 욕지기 날만 하십니다요.

글샘 2012-03-01 20:18   좋아요 0 | URL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수요일날 술먹지 말고 가정에 가면 해결이 될까요? ㅎㅎ
 
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도둑이다.

이렇게 강한 시작인 것 치고는,

첫 소설, 완득이의 초강력울트라빅히트에 비하면 시시하다는 느낌이 든 소설이다.

이 소설이 시시하단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완득이에 비하면 그렇다는 느낌.

 

김려령이란 이름을 '똥주'에게 보내는 '완득'이의 처절한 욕-기도와 함께 기억했다면,

영화의 성공은 소설의 리얼리티를 한풀 꺾이게 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모양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독특하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학생은 아니지만, '개성적' 인물로는 손색이 없다.

스스로 타고난 도둑이라 생각하는 주인공과 얽혀드는 친구들 이야기.

 

친구들이 스스럼없이 사귀어지는 과정이 아름다우면서도, 왠지 작위적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이 과연 그렇게 쉽게 사귀어질 수 있을지...

각자 가진 생채기에 꽂힌 '가시'들을 헤저으면서,

가까이 갈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고슴도치처럼 아픈데도...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들의 고백을 듣게 만든다.

가시는 고백의 시간 뒤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고백은 가시를 녹이는 효과를 발휘했다.

 

완득이가 완성도도 높고, 사회성도 뛰어난 반면,

이 책은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어 보인다.

소재도 무겁지 않으면서 삶의 고민을 담고 있고,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빗겨난 일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병아리 부화처럼 열정적인 사건을 안겨주는 부분에서 나는 김려령의 인간 사랑을 느낀다.

 

요즘 '디베이트'란 사건에 필이 꽂혀서 아이들을 새로이 보려고 하고 있다.

희망이 없는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정치판에서는 날마다 학교를 무슨 범죄자 집단 보듯 학교 폭력을 떠벌이고만 있는데,

나는 디베이트란 토론 방식에서 희망을 찾아보고자 한다.

 

어차피 길이 보이지 않을 땐, 어떤 길 하나를 찾아서 꿋꿋하게 가는 것도 하나의 길이리라.

여러 사람이 자꾸 가면, 거기 길이 생기는 법이기도 하니 말이다.

 

청소년들을 믿어주는 소설을 쓰기.

그게 김려령의 길 만들기인지도 모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2-02-1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김려령작가의 신작인가보군요.
완득이로 넘 강하게 자리잡아 저도 이책을 시시하게 읽을 수도 있겠다는 겁(?)을 조금 먹고 있지만 그래도 읽어봐야겠어요.^^
잘 지내시죠?

님의 문학수업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말입니다.
첫회부터 몇 회를 찾아 읽으면서 제가 공부하고 있네요.감동 그자체네요.^^

글샘 2012-02-14 23:17   좋아요 0 | URL
시시하기보단 발랄하죠. 완득이처럼 강한 임팩트는 없습니다만...

문학 수업은... 맘에 드는 작가부터 읽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