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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더할 나위 없는 '절망'을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붓는 언어의 마술사,
역설의 달인 만해 한용운 스님의 시, <님의 침묵>을 보자.
우선 한 번 읽어 보렴.

1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2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3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4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5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6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7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읍니다
8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9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0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너무 길어서 내가 10행을 번호를 붙였어.
향가 같은 거 배울 때, 4구체, 8구체 이런 말 들어 봤니?
우리나라 노래의 전통 형식이 4줄이야. 한시와 유사하단 말은 전에 했지.
그런 걸 4/4/2로 쓰는 일이 많아. 축구의 442 전법처럼...

우선 수비수로 도입부의 4행까지,
수비수는 뭐 축구에서 얼굴도 잘 안 나오지.
늘 골 넣는 사람만 인정하는 더러운 게임 ㅋㅋ
4행까진, 어려울 거 없어. 그냥, 우리 헤어졌어요~~ 이런 거. 전부 '갔습니다'로 끝나잖아.

그 다음 4줄. 8행까지가 박지성의 미드필더 자리야.
수비도 하고, 공격도 이뤄지는 그야말로 축구의 최강자들이 접전을 벌이는 곳.
5행에서 '역설'이 나온단다.
역설, 기억 나?
두 가지 상황이 서로 모순이 되는, 하나가 일어나면, 다른 하나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이 함께 놓인... 모순 관계.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이런 상황 이해가 가니?
그이의 목소리만 들으면 세상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귀먹고 마는 사랑의 경지.
지독한 사랑에 빠진 거야.  

근데, 일상 언어로는 '향기로운 말소리에 귀가 뜨이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걸 역설이라고 그래.
(한글 맞춤법에는 '님'이 아니라 '임'인데. 고전이라서 그냥 님으로 적을게.) 

6행에서 이별로 놀란 마음이 나와. 슬픔. 대놓고 슬퍼요~
그치만 7행에서 반전이 돼.  
이별을 쓸데없이 '울음, 슬픔'으로만 만들면 제 스스로 사랑을 깨뜨리는 결과가 됨을 이 화자는 알아.
그래서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견디며 희망의 정수를 만들지.
회자정리 거자필반(만난 이는 이별하고, 떠난 이는 돌아온다)...
이런 윤회의 진리를 믿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 두 줄. 이 부분은 최전방 공격수야.
독일의 클로제나 아르헨의 메시의 자리.
폼도 죽여주지. 앞의 4,4에서 패스해준 볼을 골로 연결시키고,
골을 넣고 세레머니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축구 선수의 꽃.
이 시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화려한 꽃에 해당하는 부분이야.
두 줄이지만, 짧고 굵게! 강하게! 가는 겁니다.

한국의 시들은 향가, 고려가요, 시조의 전통을 이어오면서 계속 저 4/4/2 전법을 구사하고 있는데,
마지막 부분의 2행 앞부분에 감탄사를 넣는 경우가 많아.  

여기 또 나오지. 역설.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안 보냈다...
함께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더 간절한 화자의 마음이 느껴지니?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님의 부재, 님이 가서 현실에 없는 상황을 '님의 침묵'이라고 이름붙인 거야.
그렇지만, 님이 현실에 없다고 화자는 "굿바이, 세상에 반은 남자!" 이렇게 쿨하게 변하지 않고,
님이 없지만, 사랑의 노래를 불러.
그 사랑의 노래는 님의 부재를 둘러싼 화자의 마음을 계속 감싸고 있고...
마치 향 연기가 번져서 방 안이 향 냄새로 가득하듯... 

아빠는 저 마지막 구절에 참 애착이 간단다. 
축구로 몰아붙이자면, 완벽한 드리블에 완벽한 슛으로 '골~~~'을 얻은 거 같은 느낌이랄까.
님의 침묵과,
스스로 이기기 힘든 사랑의 노래와,
그리고 님의 부재를 휩싸고 도는 나의 사랑 노래...
어쩌면, 종교적으로 승화된 느낌까지 나지 않니? 
그 사랑은 얼마나 깊고 큰 사랑일는지.

만해 한용운의 일생으로 보아, 님을 조국, 또는 부처 등으로 해석하지만, 그저 사랑하는 님으로 봐도 멋진 시인 거 같아. 

자, <반어, 역설 끝내기> 특강! 대 공개~~ 

우선, 반어부터 연습하자꾸나. 반어는 무조건 반대로 말하면 돼. 

잔칫집에 너무 음식이 먹을 게 없어. 뭐라고 말할까?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터지려 하네요... 이럼 되겠지?
시험을 완전히 망쳤어. 반어로 뭐라고 할까? 완전 잘 쳐서 120점 나오겠다. 잘쳤다고 하면 되겠지.
너무 못생겼으면, 엄청 잘 났다~
지각했으면, 참 일찍 왔다~ 

시험, exercise!! 

현진건의 소설 중에 "인력거꾼" 김첨지가 나오는 소설이 있어.
유난히 영업이 잘 되는 날인데, 날씨가 궂어서 눈도 오고 하지.
집에 아픈 아내가 있는데, 술을 한 잔 하고 집에 설렁탕을 사가지고 들어갔어.
근데 그날 아내가 죽어서  아기만 울고 있는 거야. 이 날을 뭐라고 제목 붙였지? 

>> 접힌 부분 펼치기 >>

이런 게 '반어'야. 

다음은 '역설'을 연습해 볼게. 역설은 모순된 두 가지를 늘어 놓으면 돼. 

민우는 학생이다. (                                   )
(      )에 뭐를 넣으면 역설이 될까? 

>> 접힌 부분 펼치기 >>

근데, 왜 이런 표현을 하지?
강조하기 위해서야.
앞에서는 민우는 그냥 신분이 학생일 뿐이란 이야기고,
뒤의 학생이 아니란 것은 '일반 학생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이거나,
'일반 학생에 훨씬 못 미치는 사람'이란 걸 강조하는 거야.  

이런 거지.
민우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냥 학생이 아니었다. 그는 완전 깡패 두목이었다.
민우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예사 학생이 아니었다. 그는 바둑의 고수로 소문이 났다. 

아빠는 선생님이셨다. (                              )  

여기 들어갈 말은 '보통 직업으로서의 선생님'을 뛰어넘는 훌륭한 점이 있거나,
희한한 점이 있는 경우에 '그러나 아빠는 선생님이 아니셨다.'를 넣으면 되겠지. 

강우식의 '어머니의 물감상자'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단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딱 보니 알겠지? 역설.
이 뒤에 무슨 말이 나올 거 같아? 어머니가 꼴통이었다? 그건 아니잖아.
어머니는 여느 물감 장수와는 다른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이래야지 강조지.
그 뒤는 이래.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꽃물을,
연초록 잎새들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꽃물을,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꽃물을 꿈을 나눠주듯이 물감봉지에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장사를 하다보면 콧물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아니 계십니다.
물감상자 속의 물감들이 놓아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여느 물감 장수는 물감 팔아서 먹고 사는 데 목적이 있을 뿐이지만,
어머니는 무엇에 관심이 있었을까? 

사람들의 마음이지.
싱그럽고 포근한 사랑의 마음.
그래서 어머니의 물감 상자를 통해 화자가 느끼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로 가슴을 물들이라"는 어머니의 정신이지.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화자는 역설을 쓴 거란다. 
평범한 말로 주제를 표현하는 것보다 '역설'을 써서 '강조'하려는 의도지.

이제, 역설법 마무리.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 승무) 

'곱다'는 '기쁘다'와 가까운 감정인데, '서럽다'와는 모순되지.
얼굴이 고운데 왜 서럽냐. 그치? 못생겨야 서럽지.
여승이 참 고운 거야. 그러니깐 그걸 본 사람이 맘이 아프대.
야, 너같이 이쁜 애가, 어쩌다 이렇게 비구니(여승)가 된 거냐~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유치환, 깃발) 

 '소리없다'는 '침묵'과 어울리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 사랑을 표현하지 못할 때 쓰던 말이었단다.
이미 결혼했던 화자는 과부인 상대에게 '들끓는 마음'을 '소리'로 표현할 수 없었지.
그래서 그 마음을 역설적으로 쓴 구절이야.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 처럼 (윤동주, 십자가)

윤동주가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어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움을 쓴 시야.
'괴로웠던 예수'가 '행복한' 이유는 이해가 가니?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어야 하니 괴로웁지만,
예수는 죽어서 인류를 구원했잖아. 그게 '괴로운 행복함'으로 표현된 거지.

날과 밤으로 흐르고 흐르는 남강은 가지 않습니다. (한용운,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시간이 흐르면 남강은 당연히 흘러가지. 근데 왜 가지 않는다고 했을까?
제목에 힌트가 있지.
논개의 '애국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표현이겠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 지금은 가야할 때 (이형기, 낙화)

이별을 축복이라고 했어. 헐~ 그럼, 사랑하지 말고 맨날 이별해야 되게~ 그치. 
나무에서 꽃이 떨어져야 씨앗이 영글어 열매를 맺듯이,
사랑하는 사람도 이별을 통하여 '영혼의 성숙'을 이룰 수 있다는 구절이야.

제일 어려운 역설 하나만 하고 오늘 수업 끝!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4연으로 된 시는 기승전결!
앞의 두 부분은 '마음의 풍경', 뒤의 두 부분은 '화자의 감정' 선경, 후정. 
강철과 무지개는 반대잖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강철, 실제로 있지도 않은 허상 무지개...
저항시인 이육사의 절정은 '일제 강점기의 절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나타낸 시란다.
아, 일제 강점기는 제발 좀 끝났으면 좋겠는데... 끝이야 나겠지.
어차피 폭력으로 강점한 것은 망할 수밖에 없으니... 무지개 같은 거야.
그런데, 그 일본 놈들이 얼마나 강한지... 더럽게 강한 거야. 그게 '강철로 된 무지개'란다.  

이육사 나온 김에 절정을 다 한번 보자.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1연에서, 일제 강점기의 채찍질의 고통으로 북쪽 한계까지 갔어.
2연에서, 높은 고원까지 올라갔는데, 칼날처럼 좁은 곳이야.
3연, 이제 생각한단다. 발 디딜 곳도 없구나.
4연, 좌절하지. 일제는 엄청 센 놈이구나. 망하긴 망하겠지만, 쉽게는 안 망하겠구만~~ 

아빠가 인쇄해 준 걸 매일 2번 정도 읽어 보면 문학에 대해서 좀 가까워 질 거라고 생각해. 

다음 시간에는 1930년대 김영랑의 시로 만나자.    

잘자, 아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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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1-0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면서 간만에 학창 시절의 국어 수업이 떠올렸습니다.
사실 저도 예전에 장래희망이 국어 선생님인것도 있었고요.
하지만, 글샘님의 수업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에 축구 선수들을 언급해서 내용은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의 수상 네루가 자신의 딸을 위해서 편지 형식의 <세계사 편력>을 썼다면,
글샘님이 쓰신 글들은 아들분을 위한 <국문학 편력>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샘 2010-11-04 10:40   좋아요 0 | URL
어젠 몸이 피곤해 하루 잤습니다.
역시, 지나친 음주는... 감사합니다.(술집 주인 말씀)예요. ㅎㅎ
오늘 시간날 때 김영랑을 쓰죠.

양철나무꾼 2010-11-0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저런 뜻이란 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졸았나 보네.

아빠가,"잘자,아들,사랑해~"라고 한단 말이죠.
저희집에선 엄마가 하는데요~^^

글샘 2010-11-04 10:41   좋아요 0 | URL
새겨보지 않으면 쉬이 넘어가는 게 언어죠. ^^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안 졸았어도, 밑줄 쫙 하느라고 기억에 남지 않았을 듯 싶네요. ^^
이제 사랑해~ 이런 말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아서요. ㅎㅎ

반딧불이 2010-11-0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시들은 향가, 고려가요, 시조의 전통을 이어오면서'를 '신라 향가, 고려가요, 조선시조' 이렇게 각각 불러주면 각 시대와 장르가 더 잘 정리되는 않을까요?

글샘 2010-11-04 15:48   좋아요 0 | URL
그러기 어려운 게요... 향가는 고려시대에도 많이 만들어 졌거든요.
고려가요는... 고려와 조선이 단절된 국가였기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고려때 노래가 급조된 국가 조선의 궁중음악으로 쓰이다가 훈민정음으로 창제되었구요.
시조도 고려말 사대부들이 부르기 시작했던 거여서 이름붙이기 좀 어렵죠.
 

시간 참 잘 간다.
벌써 11월이야.
이제 올해 달력도 두 장 남았구나.
민우도 이제는 마음을 단단히 먹겠다고 약속했는데, 요즘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구나.
또 아빠의 수업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오늘은 짧게 할게.
월요일 표정을 생각하면 ㅋㅋ 길게 하면 지치겠지? 

어젠 김소월과 <반어>에 대해서 설명을 했지.
반어가 뭔지 기억나니?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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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진달래 꽃>과 <먼 훗날>에서 반어가 들어있었어.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도 그렇고. 

오늘의 시인은,
독립운동가이고,
꼿꼿한 스님인 분이란다. 누굴까? 호는 만해인데...  



<사랑하는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라... 사랑하고 기리는 것은 다 님이래>

바로 한용운 스님이야.  '임의 침묵'이란 시로 유명한...  

스님의 <복종>이란 시를 우선 읽어 보자.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이런 걸 '통념'이라고 그래.
자유를 사랑하는 것이 통념이지. 복종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자습하는 것보다, 집에 가라고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이 바로 '자유'에 대한 사랑이잖아.
그런데, 이 사람은 통념을 뒤집어서 생각하는 데 '달인'이야. 

한용운 스님은 스님이면서 모든 시가 '연애시' 같은 분위기란다.
사실 연애시집으로서 가장 뛰어난 시집은 '임의 침묵'이야.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하고 있어.
도 닦는 스님 같지 않지? ㅋ
복종이 달콤하고 행복한 거래. 정말 좋아하는 거지.
그런데, 사랑하는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라고 하면... 그건 안 된다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면, 당신을 따를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은 한계가 있어서,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기 어려우니깐...  

  

<스님이 님의 침묵이란 시집을 쓴 백담사란 절이야. 독재자 전두환이 도망가 있기도 했던...
스님의 호가 만해인데, 전두환 호는 일해였어. 10000배나 차이나지? ^^>

스님의 시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연인'으로 보면 <사랑 노래>가 되겠고,
'일제 강점기에 잃어버린 조국'으로 보면 <애국 노래>가 되겠고,
'스님으로서 탐구해야할 진리의 대상'으로 보면 <종교적 노래>가 되겠지. 

여기서 표현 방법 하나만 공부하고 넘어가자. 어제는 반어 했으니 오늘은 <역설>로. 

역설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한 문장 안에서 '모순되는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하는 논리적 모순을 뜻해.
사랑하는 사람이랑은 '함께 살고 싶어요.' 이렇게 말해야 하잖아.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겠다... 이런 건 모순인 상황이지. 이런 걸 역설이라고 해. 

<복종>이란 시에서는 어떤 역설이 있을까?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유를 좋아한다. 나도 사람이다. 그럼 어떤 결론이 와야 하지?
당연히 <나도 자유를 좋아한다.>가 나와야 논리적이지.
그런데, 화자는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라고 말하니깐, 한 문장 안에서 모순이 발생하지.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유를 좋아하고, 난 사람인데, 나는 자유 말고 복종을 좋아한다. 

그 모순이 근데 알고 보면,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면 더 감동적인 거지. 

한 문장 안에서 모순되는 두 가지 주장이 보일 때, 그걸 역설이라고 정리해 둬. 

그 예를 두어 가지만 들고 오늘은 끝!  

 

<사람들이 무슨 소원들을 빌면서 돌탑을 쌓았어. 계곡도 아주 시원하고 맑아 보이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정지용, 유리창 1) 

'찬란'은 '빛남, 아름다움, 즐거움, 기쁨, 좋은 일' 이런 말과 어울린다면,
'슬픔'은 '어두움, 어수선함, 괴로움, 불행함, 나쁜 일' 이런 말과 어울리는,
즉, 상반된 주장을 담은 표현이라고 볼 수 있잖아. 그러니깐, 역설법! 
그렇지만, 찬란한 슬픔은, 지금 당장은 모란이 져서 슬프지만, 내년에 네가 필 때를 기다리는 일은 얼마나 큰 찬란한 즐거움인지... 그러니까 역설법을 활용해서 강조하는 표현이 되고,

'외로운'도 '쓸쓸함, 슬픔, 괴로움, 아들을 잃어버린 고통, 유리창이 주는 단절'에서 오는 것이고,
'황홀한'은 '반가움, 기쁨, 즐거움, 아들을 떠올린 고마움, 유리창이 주는 만남의 계기'에서 오는 것이니,
또 상반된 주장을 담은 표현이지. 이것도 역설법.
여기서도,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을 만남의 계기를 통하여 황홀한 경험으로 번지게 되니깐,
역설법을 통해서 아들을 생각하는 절실함을 강조하는 표현인 거야. 

내일 또 한용운 스님의 '임의 침묵'을 보면서 역설을 더 공부하자꾸나.
11월 계획 잘 세워서 실천하기 바란다.
D, V, P  잊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책상에 적어 놓고,
얼마나 하고 싶은지 매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라는 말~ 나쁜 말은 아니지? 

오늘은 꼭, 민우의 소감을 이야기해 줘~
날씨가 추우니깐, 감기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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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1-0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어와 역설, 쉬운 설명과 예로 잘 이해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샘 2010-11-04 10:41   좋아요 0 | URL
ㅎㅎ 쉬운 수업이 가장 성공한 수업이죠. ^^ 젤 좋은 칭찬이네요.

부산의 준영맘입니다 2010-11-1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운 용어 설명 역시나 편안하게 와 닿습니다.
차근 차근 읽어가며 공부하는 재미 솔솔 ^^

글샘 2010-11-21 21:10   좋아요 0 | URL
쉽다고 하시니 제가 다행입니다. ㅎㅎ

주히님 2012-04-1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년동안 몰랐던 역설이랑 반어를 알게됬어요 너무 감사해요~
 

민우야.
아쉬운 일요일 밤이다.
  

이런 그림 보면, 요즘 세상엔 참 아이디어가 중요하구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별 것 아니지만, '이웃집 토토로'의 '메이'를 인형으로 만든 캐릭터라는데,
저런 인형을 만들어서 돈을 벌기도 한대.
아이디어가 신선하지 않니?

도둑들에게도 배울 게 있다고 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집중력, 남들이 일하기 싫어하는 시간에 일하기, 파트너와 호흡 맞추기 등 우스개 소리가 있었지.
아빠도 아침잠이 많은 스타일인데,
일어날 때 이런 생각을 한단다.
도둑처럼 가치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일을 하러 벌떡 일어날텐데,
가치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되겠구나... 하고. 

어젠 김춘수의 <꽃>을 읽었지.
서로 별 의미없던 존재로 만났지만,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이름을 불러주길 간절히 바랐던 시.
민우도 너의 빛깔과 향기를 찾는 행운아가 되길 바란다. 

오늘은 한국 서정시에서 가장 유명한 김소월의 시를 몇 편 볼게. 

우선, 김소월을 <민요시인>이라고 하는데, 그 대표작을 보자꾸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는 금모랫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엄마야 누나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고 발병난다(아리랑) 

두 노래를 딱 붙여서 적으니깐 어때? 신기할 정도지 않냐?
운율이란 것은 저렇게 신비한 역할을 한단다.
첨 듣는 노래라도 익숙하게 들리게 만들지. 민요의 3음보를 잘 살려서 쓴 노래야. 

1학년때 배운 시 <진달래 꽃>도 3음보의 노래임은 같아.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진달래꽃) 

이 노래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7.5조라고도 하는데, 요즘엔 자존심 내세워서 3음보라 부른단다.
주제는 '이별의 슬픔을 내세우지 않음'이 되겠지.
한문으로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퍼도 슬퍼하지 않겠다는 <의지>
슬픈 <속마음>과 슬퍼하지 않는 <표현>이 반대라고 해서 '반어'라고 불러. 

'반어'란 건 이처럼 '속마음'을 강조해서 표현하기 위해 반대로 '표현'하는 방법이란다.
지각한 학생에게 '참 일찍도 왔구만!' 이렇게 비꼬는 식이지.
옛날에 god란 가수들이 <거짓말>이란 노랠 했는데,
<잘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제발 내 걱정은 말고 떠나가 /제발 가지마~~> 

이런 구절이 있었단다. 앞부분은 표현이고, 뒷부분은 속마음이겠지. 이런 걸 반어라고 한단다. 

오늘은 반어가 드러난 시를 몇 편 보자꾸나. 

먼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시면 / “무척 그리다 잊었노라” 
그래도 나무라시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잊고 / 먼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먼 훗날, 김소월>

먼훗날 당신이 나를 찾아오신다는 시츄에이션은, 지금은 임이 내 곁에 없는 거야.
그런 당신이 와서 날 나무란대. 뻔뻔한 임이구만. ㅎㅎ
그러면 대답한다는 화자의 말이 참 애절하게 슬프다.

당신을 잊었어요. 근데 그냥 쉽게는 아니구요.
무척이나 그리워하다가 잊었어요.
도저히 당신의 부재를 인정할 수가 없어서 잊으려 잊으려 노력했어요.
그러나 사실은... (서럽게 우는 대목 ㅠㅜ)
저는 오늘도 당신을 잊을 수 없고, 어제도 당신을 잊을 수 없었어요.
다만, 먼훗날 그때가 되면... 잊게 될 날이 올까요? (대성 통곡의 분위기) 

아, 사랑했던 여인이 이렇게 펑펑 우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하겠다.  
'나는 당신을 잊었습니다.'하고 말하는 화자를 보자꾸나. 정말 잊었을까?
사실은... 잊을 수 없었던 거잖아. 그런데 잊었다고 표현했으니까, 이 경우도 <반어>가 되겠지?  

다음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를 보자꾸나. 역시 '반어'가 나오는 시란다.

  <I>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II>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이 시는 여느 시와 다르게, 연과 행의 구분이 없어.
특이하게, 연으로 보이는 앞에다가, 논문에나 붙일 법한 로마자로 1부, 2부 같이 구별해 두었구나. 
이렇게 연과 행의 구별이 없이 자유롭게 쓴 시를 자유시 중에서도 특별히 산문시라고 부르기도 해. 

시를 볼 땐 제목을 먼저 보는 게 좋아. 제목에서 시의 핵심이 드러나거든. 이 시의 제목은 '즐거운 편지'다.  
영화 '편지'에서도 낭송된 시인데, 시를 읽고 나니 분위기가 정말 즐거운가? 좀 아니지?
화자는 '그대'와 함께 있지 않아.
수능 용어로 '임의 부재'라고 하지.
쳇, 쉬운말 냅두고... 
앞에 나왔던 <먼 훗날>도 마찬가지로 '임의 부재'구만...
속마음은 즐겁지 않은데, 아니 고통스러운데, 제목은 즐겁다고 했으니깐,
표현 방법은?
반어법.
영어로 아이러니(irony)라고...

근데, 문장이 길어서 좀 이해를 가로막지?
화자가 의도한 바가 그런 거야.
자기 속마음을 바로 들키기는 싫은 거.
속마음을 덜컥 들키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러니깐 반대로 말하기, 반어를 쓰는 거야.

문장을 잘라서, 다시 보면...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나의 사랑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울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조금 감이 오니?
임과 떨어져 있는 화자는 아직도 임을 그리워하지만, 자기의 사랑은 사소한 일이라고 말하지.
그렇지만 먼~~~~~~~~ 훗날 그대가 고통받는 일을 당할 때까지 당신을 사랑할 만큼 사소한 것이래.
말로는 사소하다고 하고 있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지?
이것도 반어법.
난 널 이~~따~~~~만큼 사랑해! 이런 속마음표현. 얼만큼 사랑한다고? 사소하다고...
뭔, 사소한 사랑이 먼 훗날 그대가 고통속을 헤매일 때까지 생각하냐?
두번 사소했다간 까무라 치겠네~ 

2부는 1부의 부연 설명, 더 늘어놓는 설명에 지나지 않아.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내가 아직도 곁에 없는 임을 사랑하는 것은,
내 마음 속, 당신에 대한 기다림이 남아있기 때문이래.
곁에 없는 임, 이별한 임, 떠나간 임, 또는 사별한 임일지라도,
나는 당신을 쉽사리 잊을 수 없는 거지.
그래서 나는 당신을 기다리기로 했던 거야. 난 너를 영원히 기다릴거요~ 

그렇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니?
나의 기다림도 언젠가는 희미해지고, 연해지고, 약해지고, 결국은 스르르 사라져 버리고 말겠지.
그렇지만, 그 때까지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소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정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당신을 기다리려고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걸, 그것이 나의 사랑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이러는 중에 눈이 내려. 눈이 내리고 그치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세월이 가고... 내 사랑이 스러지는 날이 올는지 모르지만,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내 사랑도 그칠 것을 믿>는다는 말이 더 마음 아프지 않냐?

이런 부드럽고 상냥한, 사려깊고 임에 대한 배려로 가득한 화자의 마음을 표현한 건지도 모르겠구나.
원래, '죽도록 너만 사랑해',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다음날이면, '내가 널 잘못 봤어, 우리 그만 헤어져!'
이렇게 말하기도 쉽다는 세태를 에둘러 표현한 건지도 모른단다. 

민우도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사랑해' 이런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니야. ^^
나는 당신을 영원히... 변치 않고... 사랑하겠습니다.
이런 뻔뻔하면서도 뭔가 좀 믿을 수 없는 상투적인 멘트보다는, 
이렇게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사람에게 깊이 다가가는 법일지도 몰라. 

<즐거운 편지> 화자의 마음을 쉬운 줄글로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지.

나의 사랑은 사소해요. 
지금 당신은 나를 보고있지 않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리겠어요.
언젠가, 또 당신을 잊을지도 몰라요. 오랜 시간이 흐르면...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나는 내가 할수 있는 한의 모든 힘을 모아서... 당신을 기다리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에요. 

황동규의 시를 다시 읽어 보면, 좀 쉽게 키포인트가 들어올 거야. 
<사소함> 그리고 <기다림의 자세>가.  

오늘은 김소월의 아리랑과 음수율이 같은 민요시 <엄마야 누나야>로 시작해서,
예전에 배운 <진달래 꽃>의 반어를 거쳐, 같은 작가의 반어를 넣은 <멋 훗날>까지 읽었고,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까지 이야기를 했다. 

아빠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시의 화자, 곧 '서정적 자아', '시적 화자'가 어떤 처지였는지,
왜 그런 표현들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구나.
아빠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꼭 시를 한두 번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문학을 통해서,
세상을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문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거야.
문학은 '인간의 언어로 된 예술'이니만큼 인간 삶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는 분야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단다. 

가끔 민우의 생각을 답장으로 보내주면 좋겠다.
설명이 너무 어려운지,
아니면 너무 복잡하거나 재미 없는지...
이번 한 주도 즐겁게 살자~ 반어 아닌, 진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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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1-0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름다운 문학 수업이에요. 이 밤이 행복해집니다!

글샘 2010-11-01 00:30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 좋은 말이네요. 행복해 진다는말두요.
덕분에... '문학'도 좋은 말이 되었음 합니다.

글샘 2010-11-0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작 블로그에 글을 올리니깐, 몇 사람이 이 글을 봤는지 조회수가 뜹니다.
전에 올리던 내용이랑 오늘은 좀 겹치게 되었는데요.
1920년대 중요한 작가 김소월, 한용운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1930년대의 김영랑, 임화 정도 하고, 1940년대의 윤동주, 이육사,
1950년대의 박인환, 서정주, 유치환, 1960년대의 김수영, 신동엽,
1980년대의 신경림, 황지우, 고은 정도 떠오르네요.

창작 블로그의 글은 콘텐츠 보호를 위해 인쇄도, 드래그도 안 되는 모양입니다.
글쓴 저도 안 됩니다. 수정 모드에서나 카피가 될 뿐이네요.
매일 아들에게 이 글을 메일로 보내고, 인쇄해서 주려고 합니다.
혹시 자녀분에게 이 글을 메일로 보내고 싶으시거나, 인쇄하여 주고 싶으시다면, 메일 주소를 아래 남겨 주시면, 아들에게 보낼 때, 함께 보내드리겠습니다.

날이 찹니다.
벌써 올해 달력, 두 장 남았네요. 모두들 건강 주의하시길...

양철나무꾼 2010-11-0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둑들에게 배울점 세가지...고개를 주억이게 되는 걸요~

이제,매일밤 문학수업을 들을 수 있는 건가요?
그렇지 않아도 전 낮보다는 밤을 즐기는 야행성이었는데 말이죠.
매일 밤 시간이 기다려지겠는걸요~^^

글샘 2010-11-01 00:39   좋아요 0 | URL
그걸 배우라는 게 아니라, 무엇에서든 배울 점이 있단 얘기죠.
매일 간단하게라도 한 편씩 올려서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편안한 밤 시간에 보시길...^^

반딧불이 2010-11-0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늘 반어와 역설을 헛갈려하는 듯해요. 무식한 저도 헛갈리기는 마찬가지구요. 질문이라 생각하시고 커리큘럼에 넣어주셔요.

글샘 2010-11-01 23:02   좋아요 0 | URL
오늘 '한용운' 시인의 '역설 폭탄' 구상하고 있습니다. ^^

반어와 역설은 비교적 쉬운데, 반어적, 역설적... 이러면... 구분이 안 되니깐, 어려울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시간 되면... ^^

부산의 준영맘입니다 2010-11-1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
편안한 문학수업입니다.
쉬운 말로 개념 정리를 해주시니 더 쏙쏙 들어오네요.

멀리 떠나있는 아들에게도 보내고 싶은 글입니다.
아직은 열어볼 상황이 아니지만 보내주신다면... 일러두겠습니다.
supertot1@naver.com 입니다

글샘 2010-11-21 21:10   좋아요 0 | URL
제가 꼬박꼬박 보내드리긴 어려울 거 같구요.
아래 <우리학교>란 카페에 가시면 <글샘의 샘터>에 글들이 포스팅되어 있습니다.
복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http://cafe.daum.net/ohmyschool
 

매일 한 시간 정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쓸 생각입니다.  

내년 수능때까지니깐, 370회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간단하게 읽기엔 시가 좋으니깐,
시를 15회 정도 하고,
그 다음에 소설을 3회, 수필이나 희곡을 2회...
이 정도로 해서 20일 마다 한번씩 시로 돌아오는 형식을 갖출까 합니다. 

수준은 고등학생 정도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데,
수업에서 쉽게 설명한다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독자의 수준에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아들의 수준도 모르는 아빠가... ^^ 

최대한 어렵지 않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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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민우에게... 

아빠야. 
매일 같이 등교/출근하면서도 고딩 되고 나니깐, 이야기할 시간이 적구나.  

이제 올해 수능이 19일 남았고, 내년 수능이 11월 10일이니 꼬박 1년 남은 셈이다.
원래 공부란 게 앞을 보면 얼마 안 남아서 걱정, 뒤를 보면 해 놓은 게 없어서 걱정... 그런 거란다.
인생도 매사 그럴 거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걱정, 과거에 대한 죄책감에 걱정... 

그렇지만, 인생을 즐겁게 사는 길은,
현재에 충실한 것이겠지.
now - here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한 걸음 내딛는 일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정답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no - where 것이겠지. 

영어로 기회라는 단어가 있지. CHANCE.
기회를 잡고 싶으면, 거기서 한 글자를 바꾸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CHANGE
곧 변화가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지. 

이제 고3이 되는 변화의 시점에서 아빠가 도와줄 것이라고는 글쎄...
매일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민우에게 문학 수업을 해볼까 해.
시, 소설, 수필, 희곡, 시나리오나 고전 등... 
생각나는대로 시험에 날 법한 것도 좋고,
아빠의 생각을 들려주고 싶은 것도 좋고... 

그래서 민우가 등교할 때 읽을 수 있게 매일 인쇄해서 줄게.
이제 곧 어른이 될 민우의 마지막 한 해를 위해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그렇게 해볼까 하고 있는 거란다.
간혹 아빠가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정말 바빠서 빼먹을 수도 있겠지만,
민우의 대학 입학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쓸게.
남들은 절에서 백일 기도를 한다고도 하고 하지만,
종교보다 사람을 더 믿는 아빠로서는 이글이 곧 기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빠와 엄마는 민우가 무엇이 되든 민우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이 딸에게 준 책 제목이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이란다.  

지금까지 공부를 덜 했던 걸 후회하지 말기 바래.
공부를 덜 했기 때문에 얻은 것이 더 많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다만, 고3을 좀더 충실하게 보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란다.
민우가 어떤 대학을 가든, 우리는 민우의 삶을 응원할 것이고,
설령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해도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말이야. 

오늘은 간단한 시 하나만 소개 하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수업을 할게.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있다.
우선 한번 읽어 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전문)

 <석류꽃>

유명한 시라서 읽어본 적이 있을 거야.
이 시는 4연으로 되어있지.
중국에서 전래한 '한시'는 보통 4행으로 되어있으면 절구(기승전결의 4행)
8행으로 되어있으면 율시(수련 2행, 함련 2행, 경련 2행, 미련 2행, 수함경미의 8행)
12행 이상을 배율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인 형식이 기승전결이나 수함경미의 4부분으로 이뤄져 있어.
소설에서처럼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구성이라 볼 수 있지.
또 동양에선 <선경 후정>이라고 해서 앞부분에선 이야기를 끌어들이려고 '자연이나 사물의 정경'을
                                                   뒷부분에서 화자의 '감정, 서정'을 드러내는 일이 흔하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이 시도 앞의 두 연은 주제가 드러나 있지 않다.
그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것은 하나의 '존재'에 불과했단 이야기지.(발단 - 일어날 기 起)
2연에서도 그 '존재'의 이름을 불러 줬더니 '의미있는 꽃'이 되었다는, 뭐 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전개 - 이을 승 承) 

그런데, 3연에 가면, <후정 後情> 즉, 서정적 자아(시적 화자)의 감정이 드러나지. 이런 것을 시의 '주제'라고 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 없는 존재잖아. 서로 기대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지.
그래서,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겠지.
주제를 말로 표현한다면 무엇 정도가 될까?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람" 이런 정도면 되겠지?(절정 - 구를 전 轉)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마무리하는 부분이지.
1,2연에서 '너'를 인정해 주자 '너'는 '꽃'이 되었고,
3연에서 '나'를 인정해 주길 바라고,
4연에선 '우리'가 되는 거잖아. 드디어...
마지막엔, 사족(뱀발)처럼 꼭 붙일 필요까진 없는 말을 한 줄 넣었지.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고.(결말 - 맺을 결 結) 

첫 시간에 아빠가 이 시를 들고 나온 건,
민우와 아빠가 부모로 만난 것이 18년이 되었는데,
글쎄, 서로 각자 바쁘게 산다고 '진면목'을 모르고 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이 시에서 처음엔 단순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인 꽃이
이름을 불러주고, '자신의 빛깔과 향기'를 알아주는 이를 만났을 때,
비로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된다고 했기 때문에 이 시를 들고 온 거란다. 

민우란 아기가 우리에게 올 때는 '이름도 없는 단순한 3.3킬로그램, 50센티미터'의 아기일 뿐이었는데,
이름을 붙여주고 민우에게 알맞는 빛깔과 향기를 갖도록 '사회'와 만날 수 있을 때,
민우와 엄마 아빠의 관계, 그리고 민우와 사회의 관계가 <의미있는 것>이 될 거라는 이야기지.
'눈짓'은 모르는 사람끼리는 나누지 않는 것이니 말이야. 

이 시에서 꼭 기억해야 할 구절은 몇 연에 있을까? 주제연에 있겠지? 3연.
바로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이 이 시의 주제라고 생각해.
민우란 존재에 알맞은 빛깔과 향기를 네 인생을 통해 얻어 나가길 바란다.
그래서 필요하면 대학도 가고, 공부도 하고 하는 것이겠지.  

첫 날이니 DVP에 대해서 잠시만 이야기할게.
D는 욕망이야. desire.
민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해 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것을 잃는 한이 있어도 이뤄보고 싶다'는 감정을 10점이라 하면 몇 점이나 될까? 

V는 vision, 즉 목표에 대한 신념이지.
'그 목표를 이룰 것에 대하여 한 점의 의심도 없다'가 10점이라면 민우는 몇 점이나 될까?

P는 plan, 구체적인 계획을 뜻해.
실행하면 반드시 이뤄질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면 10점일 때, 민우의 점수는? 

이 세 가지 점수를 곱한 데서 10을 나눈 점수가 몇 점이나 될까?
그 점수가 60점에서 65점 사이라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있음'이고,
65점 이상이라면 '가능성 높음'이 되는 거야.
근데... 60점 이하라면?
절실하게 원하는지, 목표에 대한 신념이 있는지, 계획이 구체적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지?

힘든 고3 시절을 재미있게 보내길 아빠가 응원할게. 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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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0-3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먹지 않고 읽으면서 아드님과 글샘님을 응원하겠습니다.

글샘 2010-10-31 18:40   좋아요 0 | URL
좀 빼먹으셔도 됩니다. ^^ 응원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10-10-3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어떤 결과를 얻든 고3 생활을 평생 잊지 못하겠군요.
아빠에게 받은 편지를 모아둔다면
누구도 갖지 못할 큰 재산을 얻는 셈이기도 할 테구요.
두 분 다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글샘 2010-10-31 18:40   좋아요 0 | URL
글쎄요. 아들이 재산으로 생각할는지는 생각지 않고, 제 맘이 편하려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낮에나온반달 2010-10-3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좋은 아빠이고 싶습니다"에 담긴 글샘님의 마음을 찬찬히 생각해 봐야겠다 했는데....이거군요.
마음만이 아니라 이런 행동이군요.
울컥, 백만 번 하고 갑니다.

글샘 2010-10-31 18:41   좋아요 0 | URL
대학 가면 손 밖에 나갈 거니까 말입니다. 마음만 그렇지... 행동으론 나쁜 아빠입니다. ^^

세실 2010-10-3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멋진 수업이었습니다. 짝짝짝!
보림이랑 함께 공부하겠습니다.
D.V.P 좋은데요. 저도 목표를 위해 2011년도에 작은 계획(?) 세웠답니다.
3일에 발표인데...꼭 되었으면 좋겠어요. 합격기 빠샤 빠샤!!!

그나저나 결혼 일찍 하셨네용~~~~~~~

저도 민우군을 응원할께요~~ 화이팅!

글샘 2010-10-31 18:42   좋아요 0 | URL
보림양이랑 읽기엔 좀 어려운 말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고딩용 언어는 개념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어떤 계획일까요... ^^ 잘 되겠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제 친구중엔 고3 아들도 있어요. ㅎㅎㅎ

비로그인 2010-11-02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샘님 댓글달아 드리다가 맨날 눈팅만 하고 그냥 간 것이 좀 걸려서 흔적 남겨요~

"글샘" 님의 닉네임이 참 멋지고, 대단해 보인다는 생각도 드네요!! 앞으로도 잘 챙겨 보겠습니다아 ㅎ

글샘 2010-11-02 10:37   좋아요 0 | URL
소심하시군요. ㅎㅎ 바람결에 왔다 가면 어때서...

매일 쓰기가 쉽진 않을 것 같지만, 뭐, 수업이야 매일 하는 거니까요. 힘을 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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