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 주니어 클래식 3
사계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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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씨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고딩들 읽으라고 쓴 거다. 주니어 클래식이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 책을 읽을 여유, 또는 머리가 있는 고딩이 얼마나 될는지... 

나는 아직 논어를 한 번도 읽지 않았다. 

맹자, 대학, 중용, 노자 등은 원문으로도 공부했고, 장자 같은 책도 여러 차례 읽었지만, 논어를 읽지 않은 것은... 대학 시절 원문 공부를 하다가 집어던진 여파도 큰 것 같다. 
그리고, 노자나 장자가 세상 편하게 사는 법을 쉽게 가르쳐 주는 반면, 공자님 말씀은 갑갑하고 답답한 것이란 선입견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단 생각을 한다. 

이제, 나도 나이가 먹었나 보다.
공자님 말씀에 눈길을 돌리려 하는 걸 보면... ㅎㅎ 

是知其不可而爲之者... 이것이 이 책에서 읽은 구절 중, 공자를 가장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안되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뚜벅뚜벅 행하는 사람. 

인간은 공부하는 존재로 논어는 시작한다.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다... 이게 인간의 천명이다.
그 공부는... 자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극기 克己하고 복례 復禮하여야 제대로 된 공부다. 

극기는 자기만을 위하지 말란 얘기고, 복례란 예로 돌아가란 거다.
복례란 자연의 본바탕인 다양성과 관계성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실체라는 생각을 넘어 '관계'라는 각성에 이르면 <인 仁>이 된다.
이것이 '논어'의 핵심이란다. 

논어, 라는 말 자체가, 공자님 말씀만이 아닌, 공자님과 제자들을 통하여 본 진리의 말씀이란 뜻이다. 논하고 말한다. 무엇에 대하여? 바로 진리에 대하여, 그리고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하여... 

제 자신을 알라는 말씀이 바로 제가 하기 싫어하는 것은 남도 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바로 자기만을 위한 공부는 공부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공자는 정자정야라... 정치는 바른 것이다. 이렇게 칼부림을 부정하고 말부림의 정치를 이야기하거늘, 오늘도 차가운 가자 지구에선 이스라엘의 선거판을 위한 폭격이 쉼없이 쏟아지고 있다.
아, 멀리 이스라엘까지 갈 것도 없이, 자기 가진 것 더 늘리겠다는 벌레같은 것들이 이 땅에서도 존만한 정권잡았다고 굼지럭거리고 있으니...  

자공이 물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 왈, 경제를 풍족히 하고, 안보를 튼튼히 하며,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
자공 문왈,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셋 가운데 무엇을 버릴까요?
공자 왈, 안보를 버려야지.
자공 문왈, 부득이 또 버리면요?
공자 왈, 경제를 버려야지. 예로부터 죽음은 다 있지만, 백성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성립되지 않거든. 

아, 국익을 위한다면서 백성을 버리고,
경제를 버리고는 있는데, 자기들 가진 것 챙기려는 데는 혈안이 되어있다면...
공동체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공자님 말씀에 미네르바도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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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1-1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놓고는 아직 안읽은 책이네요.
제게 있어 올 겨울의 화두는 아무래도 건강관련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 정권의 표지가 경제이니, 경제를 버리기보단 서민들의 삶을 버리겠지요.ㅠㅠ

글샘 2009-01-12 18:16   좋아요 0 | URL
배병삼 선생의 논어1,2를 도서관에서 빌려다만 놓고 읽을 염을 못내고 있습니다. ^^ 건강... 국가에서 버리는 백성이라면... 정말 아파서는 안될 것 같애요. ㅠㅜ

바람돌이 2009-01-13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제쯤 되면 고전이 눈에 들어올까요? 아직도 안땡기니... ㅠ.ㅠ

글샘 2009-01-13 13:09   좋아요 0 | URL
애기가 좀 커야하지 않을까요? ㅎㅎ 해아가 중학교 갈 때쯤~

파란여우 2009-01-1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이 탐내실만한(탐 안내면 안되는데...) 서평단 도서가 이번에도 또 제게 왔네요.
이름하야, [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 철학의 끌림]입니다.
왜 이딴 소리를 하느냐고요?
거야 당연히 약 오르라는...===333

(근데 저는 왜 장난질치고 싶음 글샘님 서재 오는지 알다가도 모르겄슈)

글샘 2009-01-15 02:47   좋아요 0 | URL
우띠... =3=3=3
안 그래도, 서평단 발송자한테 불만이 있던 참인데...
첨에, 저는 '해부학 그림 가득한 뇌'를 받았을 때, 여우님은 미술책을 받았구요.
그담엔... 탐욕은... 침만 흘렸구요.
이번에도 마음이 무거운 정신대 강덕경 할머니 책을 보내주더니,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라니... ㅠㅜ

근데, 왜 장난질치고 싶음 제 서재로 오는 건지, A4 3장 내외 분량으로 적어 와 보셈~ 칫!! 여긴 눈도 안 오는구만...
 
고전 산문 산책 - 조선의 문장을 만나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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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산문 산책이란 제목으로 조선 후기의 소품문들을 묶었다.
소품문이란 다양한 종류의 글이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이 묘지명이고, 집을 지은 연유를 적은 기 記,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전 傳, 절절하고 간결한 편지글 척독 등이 실려있다.

스물 세 명의 면면을 보면 조선 후기의 학자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박지원, 박제가 같은 유명한 사람부터 조희룡처럼 처음 듣는 이들의 글들도 실려 있다.

정조의 문체 반정 이후, 조선 후기 사회에서는 소품문이 불온시되어왔던 모양인데, 그런 연유로 이런 글들을 널리 모아둔 책들이 부족했던 것인데, 이번에 안대회가 묶은 이 책에는 작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글에 대한 해설, 마지막에 원문까지 곁들여 멋진 책이 탄생하였다.

맨날 공자님 말씀을 뇌까리고, 주희의 성리대전을 반복하여 풀이하는 것과, 과거에 급제하기 위한 문학적 소양만이 조선의 문학으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소품문들을 이렇게 모아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아, 공부하지 않은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날과 한가지로 공일이다. 그대는 모름지기 눈앞에 환하게 빛나는 이 하루를 공일로 만들지 말고, 당일로 만들라! (72) 이용휴의 일갈이다. 시원하다.

발해의 역사를 눈감아버린 고려를 비판하며 그 역사를 찾아나선 유득공도 멋지다.

많은 선비들이 출세하지 못하면서도 불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일으켜 공부에 힘쓰는 모습들은 처절하면서도 아름답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 산문의 설명이기에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한자 풀이 몇 개를 발견해서 덧붙여 둔다.

166쪽. 迂는 '멀 우'인데, 우활하다...고 하여 어리석다는 뜻으로 쓴다. 오활이라고 쓴 것은 오류다.
171쪽에서도 오라고 쓰고 있다.
406쪽에서는 우활하다고 바로 쓰고 있다.

345. 지자요수의 한자를 知와 智로 뒤섞어 쓰고 있다. 이것도 못마땅하다.

442에서는 뇌락불기(돌무더기 뢰 磊 얼룩소 락 犖 不 굴레 기 羈 - 천성이 우뚝하여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라고 쓰고 있고, 397에서는 뇌락(우리 뢰牢 떨어질 락落)이라고 쓰고 있다. 앞의 것은 돌무더기와 얼룩소가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이상한 뜻이고, 뒤의 것도 우리에 떨어진 것은 뭔가 어색하다. 대동운부군옥에서는 磊落이라고 적고 있다. 돌무더기가 떨어져 있는 것처럼 얽매이지 않는다는 풀이인 듯 하다.

 

531. 김신선이 服食法을 썼다고 하면서 풀이에 도가의 호흡법의 하나라고 한다. 한자를 腹式으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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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전방위적 지식인 정약용의 치학治學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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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에 이 책을 사 두고는, 바쁘게 사느라고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잘 모셔 두었는데,
며칠 전, 집에서 읽을 책이 없어 우연히 꺼내들었다가 한달음에 읽게 되었다.
잘쓴 책은 읽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이 책이 그랬다.
화장실에서도, 졸면서도 침대 위에서 읽다가 자곤 했다.

어제 우연찮은 기회에 수원엘 가게 되었다. 시간이 몇 시간 되어 수원 화성을 천천히 구경할 여유가 있었는데...
화성성역의궤 등에 대한 기록을 읽다가 가서 그런지,
정조 동상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자기들의 정치적 앞길에 장애물이 될 인물을 제거하는 것은 정치의 생리라 하겠지만,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노론의 총수가 바로 사도세자의 죽음을 기록한 문학 작품 '한중록'의 작가 혜경궁 홍씨(사도세자의 부인)의 아비되는 인물이었음을 생각하면 기가 막힘을 넘어 인간에 대한 기대가 싸그리 무너지고, 정치란 것은 정말 힘있을 때 나쁜 넘 제거해야하는 군주론처럼 달려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조의 급서 이후(독살설이 강하게 제기될 정도로) 조선은 무너진다. 순헌철(이름도 참 고철스럽다.)의 3대 60 여년간, 세도정치로 그야말로 3정의 문란과 민란 등이 죽끓듯 했던 시절이었다. 결국 나라는 왜넘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말지만...

수원에 화성 행궁까지 짓고 정치의 새바람을 일으키려던 군주는 사라지고,
그 아래서 입안의 혀처럼 움직였던 천재 정약용은 불우한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렇지만 그의 에너지는 막혀만 있던 것이 아니었고, 18년간 수백 권의 책으로 결과를 맺는다.
그야말로 문제적 인물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요리사 경력만큼이나 생뚱맞은 자료들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법학, 의학, 물리학, 한학, 문학, 어학, 경학... 등 수도셀 수 없이 많은 자료들을 생산해 냈다.

그 생산의 원동력이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를 궁구한 책이 이 책,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이다.
지식 경영이란 말이 좀 '장사꾼'티가 나서 맘에 안들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두기도 힘든 판국에 다산 선생은 그 지식을 자유자재로 부려 쓰고 있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훌륭한 논문을 저렇게 대량생산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기함할 노릇이다. 그 비밀을 정민 선생은 치밀하고도 친근한 말투로 풀어 주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대학원 석사과정쯤 되는 수준의 사람들에게 <논문 작성법> 대신 읽어 보라고 하면 완전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
나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공부하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되도 않는 <논문> 작성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머리털이 다 빠질 뻔한 황당한 졸업을 한 사람이다. 박사과정은 언감생심, 쳐다보기도 싫은 것은 바로 그 '논문' 때문이다. 왜 논문 쓰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그건, 바로 논문을 쓰는 법을 지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논문을 쓰려면, 계속 대화하고 상담할 집단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대학원에 그게 있을리가 없다.

50가지 항목으로 분류한 것들은 minbs0518이란 분이 http://blog.aladin.co.kr/706161185/1571300에 쓰신 글이 좋다.
나도 베껴쓰려다가 누가 적어둔 것이 있을지 몰라~ 하면서 뒤져보니, 역시 적으신 분이 있다. ^^

다산 선생의 공부법을 요약하면,
독서하고,
그러다가 마음에 맞는 구절을 만나면 초록하고,
그 초록들이 적절하게 쌓이면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정리하는데 이때 분류를 잘 해야 한다.
점차 분류 항목들이 많아지게 될 것이고, 자료들이 늘 것인데,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게 된 것들을 글로 쓰면 된다.
글을 쓸 때는 문학적으로 쓸 수도 있는데, 암튼 '궁리'를 골똘히 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정보를 장악해야 한다.
자료에 끌려다니지 말고, 자료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465) 옳고 또 옳다.

이런 지식활용법을 다산 선생의 용어로 쓰자면...
문목을 세워 촉류방통하고 휘분류취하여 반복참정하고 잠심완색해서 종핵파즐하여야 한다고 한다.
글쓸 순서를 세운 다음,
(글쓸 내용들을)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고,
(자료를)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으고,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며,
(자기 의견이 제대론지)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아,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라는 뜻이다.
히야, 교수들은 뭐하나 몰라~

자산어보로 알려진 정약전의 책을 현산어보란 용어로 쓴 것은 마음에 안 든다.
玆는 '이 자'로 쓰이는데, '검을 자'로도 쓰인다. 물론 '검을 현'으로도 쓰인다.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여 어떤 이는 검은색(흑)은 검을 현으로 쓰고, 검붉은 색을 '자'로 쓴다고도 하고, 검을 자로는 잘 안쓰인다는 의견도 있단다.
내 의견은... 자산어보는 고유명사이기때문에 그 시절부터 자산어보로 알려졌을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한다. 고증하는 것도 좋지만, 고유명사를 읽는 것까지 자전을 들먹이면서 바꾸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속음을 허용하듯이 자전에는 현산어보가 더 가깝다손 치더라도 자산어보로 굳어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하긴, 뭐 정약전이 살아오지 않는한 답은 없는 노릇이다.

향낭(529)각시를 바퀴벌레로 풀이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2월 1일 각 가정에서는 대청소를 한다. 집 안팎을 깨끗이 쓸고 닦으며 거미줄을 털고 외양간 같은 가축우리도 거름을 치운다. 2월 초면 노래기라는 벌레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초목의 썩은 부분에서 더욱 심하게 나오고 방에까지 기어 들어오므로 이것을 막기 위하여 부적을 만들어 붙인다.
백지에 ‘향낭각시(香娘閣氏) 속거천리(速去千里)’라고 써서 기둥이나 벽 · 서까래 같은 곳에 거꾸로 붙인다. 노래기에게 빨리 천리만큼 먼 곳에 가라고 명령하는 것이니 이 주문 부적을 붙이면 노래기가 없어지는 것으로 믿고 있다. (서울600년사, > 민속 > 세시풍속 > 춘절 > 향낭각시)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이 책을 한참 재미붙여 새벽 두세 시까지 읽고 있는데, 그만 26장과 27장이 통째로 낙장이 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아, 그 아쉬움이란...
마침 그 장들은 강구실용과 채적명리여서 화성 건축과 관련된 자료들이 주로 실린 것들같이 보여 전체 이해에는 지장이 없으나, 이 책은 책꽂이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두고두고 곱씹어 맛을 보아야 할 책이기 때문에 알라딘에 교환 신청을 해 두었다.

좋아하게 되면 알게 되고, 보이는 것이 전과 다르다더니,
정약용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읽으면, 여지없이 정약용의 인간됨이 툭툭 튀어나온다.
고맙게 곱씹어야 할 책을 만난 것은 올 가을 독서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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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1-1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든지 경영어쩌고 하는 말이 들어가면 딱 읽기 싫어지는데...
자꾸 이 책 좋다하니까 살짝 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좋아하는 작가중에 정민선생이 들어있기도 한데 말입니다. ^^
얼마전에 제가 좋아하는 이주헌씨도 <미술 창의력발전소-리더를 위한>이란 책을 냈더라구요. 이주헌씨 책은 어린이용 말고는 다 사서 모으는 저도 저 리더를 위한이란 말이 들어가니 딱 제껴지더라구요. ㅠ.ㅠ

글샘 2008-11-12 20:15   좋아요 0 | URL
요 책은 공부하는 사람이 무조건 읽어줘야 하는 책 같습니다.
 
철학 정원 - 김용석의 고전으로 철학하기
김용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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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딱딱하다. 오죽하면 금속공학이라 할까. ^^
철학에는 '나'부터 나오고, '너'또는 '세계'가 따라오며,
그 관계까지 들먹거릴라치면 차라리 금속공학으로 도망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김용석의 철학 정원에는 '수다'가 있다.
그의 수다는 수다스럽지 않다. 수다의 가벼움만 취하고 경망스러움은 버린다는 뜻이다.
김용석의 글에는 '인용'이 최소화된 절제를 맛볼 수 있어 좋다.
어떤 인용이든, 특히 그것이 외국의 것일 때는 번역의 불편함에서 오는 오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많은 용어들이 오해받고 있는 데 대하여, 주를 붙여 가면서 설명을 한다.

이 책엔 금속공학류의 딱딱한 철학은 없다.
말랑말랑한 인절미처럼 부드럽게 철학을 넣어 두었는데,
그 형식이 바로 동화, 영화, 문학 등을 통한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와 관계맺고있는 것을 따질 때,
가장 가까운 것이 만화나 동화(어린 시절에 맨날 보던)일 것이고,
그 다음이 영화, 그리고 책 같은 것이다.

서양 고전이 나오면서는 좀 딱딱한 부분도 생기려 하지만, 김용석은 최대한 말랑말랑한 채 전달하려고 애쓴다. 정원에서 쇳조각으로 뭘 하겠는가. 정원에선 사과처럼 매력적인 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번역도 어색한 남의 글을 마구 인용하는 불성실한 학자의 책이 아니라,
한 글자씩 자기 생각을 집어 쓰는 김용석의 책이기 때문이다.

그의 정원에서 어린 왕자도 만나고(그의 길들인다는 프랑스어 아프리부아제로 번역이 어려운 단어란다. 사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다... 이런 뜻이 내포된 말이란다.),
몽테뉴도 만난다.
몽테뉴의 수상록에 나온다는 말.
우리는 항상 다른 곳을 사유한다... 참 그럴 듯하단 생각을 했다.
우리는 항상 다른 곳을 꿈꾸고, 다양한 통로를 생각하는 존재라는...
그래서 읽고, 쓰고... 꿈꾼다. 언젠가, 진리와 만날까???

볼테르가 꿈꾼 깡디드의 엘도라도는 유용함과 즐거움이 충족되는 곳이었다.
말하는 삶과 일하는 삶의 합치된 곳, 이론과 실천을 함께 하는 곳.
그의 풍자의 대상은 놀고먹는 권력자들이다.
말로 빼앗지 말고, 일로 베풀라... 성직자연 하면서 세금 안 내는 넘들, 정치가들... 깡디드에게 한방 맞아야겠다.

<그대들이 자유가 보장되는 정치체제를 원한다면 그대들의 정치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핵심이다.
그가 군주론으로 받는 오해를 불식시키려 김용석은 오래 변호한다.
그의 옳은 이야기를 곡해하지 않으며 전달하기 위해서...
이 구절을 읽으면서 국가보안법을 없애지 못한 이 의식 수준을 개탄한다.

맥루한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오늘날 우리는 훈육보다 발견을 훨씬 더 중요시하는 새로운 교육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 학교는 아직도 소통하지 못하고 훈육에 목매고 있다.
아이들을 잡아두고, 꼼짝하지 못하게 하고...
사회를 지식기반사회라고 하면서,
그 지식이 변화하는 양태를 읽지 못하고,
그 지식을 암기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인간들이 아직도 훈육으로 몰아간다.
모르지. 국제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발견하는 기쁨을 주려고 하는지도...
무지몽매한 가난한 아이들은 훈육하고...

철학의 꼭지들을 한겨레신문에 기고하면서 생각했던 것을 많이 손봐서 낸 책이다.
역시 김용석 답다.
신문에 낸 글들을 그냥 책으로 만들면, 참 읽을 거 없게 되기 쉬운데...

영산대처럼 허섭한 대학에 있다고 교수가 허섭한 건 아니다.
제발 이 나라도 정신차리고 실력있는 교수 아래 인재들이 모였으면 좋겠다.
서울대 허섭한 교수 밑에 인재들 모아놔 봤자 <진리탐구>는 커녕
<성형수술> <주식투자> <고시준비> <토익 공부> <다이어트> 밖에 더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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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1
데이비드 덴비 지음, 김번.문병훈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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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옛날 책 중,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보통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만한 통념도 없다.
사실은 '고전'이라고 강제적으로 누군가가 '분류'했을 따름인 책들이 그것이고,
특히 미국이라는 '억지적 발생'을 가진 땅에서 '고전'으로 분류한 책들은 다분히 <배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제신문을 넘기다가 우연히 '고전 논술'을 강의하는 페이지를 읽었다.
읽기 힘든 고전들을 요약도 잘 했고, 설명도 잘 되어 있어서 니코마코스 윤리학부터 프로이트, 장자, 짜라투스트라, 근사록, 플라톤, 제국, 사회계약론, 깡디드(연재중)까지 재미있게 프린트해서 읽었고 서양 고전에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도서관에서 이 책이 나를 불렀다.

동양 고전을 공부하기엔 신영복 선생의 '강의'가 개론서로 제격이듯이, 서양 고전을 공부하기에 적합한 책이 아닐까... 그 목록을 보고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1권을 읽고 보니 이 책은 '고전'에 대한 콜럼비아 대학의 강의를 마흔 여덟 먹은 영화평론가가 청강하고 그 감상을 적은 <인상 비평>에 불과했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에는 못미치지만, 서양 고전에 대한 맛뵈기로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읽어나갔다. 고전의 해설을 자기 목소리로 하지 않고 수업 전개에 따라 설명하는 것도 그럴 듯 하고, 또 직업인으로서 청강이란 독특한 형식으로 수업을 들은 그에 대해서도 존경의 염을 표하면서 읽었다. 아무리 프리랜서같은 직업이라지만 그렇게 열심히 읽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는 기말시험까지 치렀다. ㅎㅎㅎ

그야말로 유쾌한 책읽기의 표본이다. 좋아서 읽는 것만큼 바람직한 독서는 없다.

특히 영화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미디어와 연관지어 읽는 시선도 예사롭지 않았다.
학생들의 샐러드 볼인 교실에서 <정전>의 제시는 늘 <배제>의 시선과 부딪치게 되어서,
편견과 정당성의 좌충우돌이 수시로 일어났고,
심지어 오늘은 2008년 10월 28일 이란 것도 '하나의 시선'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옳다. 서력을 쓸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객관적인 시각이란 없지만, 진지한 독법은 있다.

이 한마디가 정전에 대한 변명이다.

선악과-라는 단어가 포함한 <이항 분류>가 우열과 저열을 가르는 시작이 되었고, 이원성의 시작은 악마로부터의 선물이라는 성경의 비유처럼, 주요문화와 고전이라는 편파성은 사실은 커리큘럼상의 <선택>일 뿐임을 끝없이 제기하는 이 책의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레이트 북스'다.

늙은 학생이 되어 "마흔 여덟의 나이에 나는 책을 읽느라 늘상 허덕이는 낭패감을 즐김"으로써 청강생의 생활을 누린다. 아, 나는 그의 낭패감이 왜그리도 부럽던지... 나는 로또를 가끔 사는데, 로또가 한 100억쯤 걸린다면, 영국이나 프랑스같이 좀 자유스런 나라로 훌러덩 날아가서 대학 도서관에 파묻혀 공부를 죽도록 하고 싶다. (절대로 미국이나 일본으론 안 간다.)

정전을 제대로 교육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은 이 책을 통하여 끊임없이 질기게 제기된다. 어떤 이의 답은 "아니오."다. 그것도 단호하게. 특히 미국처럼 다인종 다민족 국가로의 이행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교실에선 진지하게 그런 질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절대적 자유에 대한 포기를 이야기하는 홉스가 근대국가를 옹호했다면,
재산의 불평등이 자연상태를 떠난 인간의 불가피한 일면이라고 로크는 자본주의를 옹호하여 근대로 넘어간다는 강의를 들으면서 방학에 들어간다.

자, 과연 데이비드 덴비의 2학기에 나도 같이 강의를 들을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나도 잠시 방학을 갖고 싶으므로.
그렇지만, 고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곤 있지만 선뜻 손대기 어렵다는 사람에겐 한번 권해줄 만 하다.

쾌활한 표정의 샤피로 교수가 모두를 위해 과자나 오렌지 주스를 내놓고는 문제지를 나눠주었다.

이것이 그들의 시험 풍경이다. 과자를 내놓고 치는 시험... 유쾌하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나"는 행위의 축적물이라고 했다.
탁월함은 사건(천성)이 아닌 습성, 곧 행위의 축적물이라는 것이다.
고전의 축적을 읽는 일은 그래서 탁월함으로 가는 습성을 익히는 학습기술이 될 것이다.

사족, 이 책을 읽고있는 중에 시사 in이 배달되어왔다.
거기 CEO 인문학 강좌가 한국에도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인문학이 최고경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기사는 좀 신선했지만,
그 강좌의 가격이 1,200만원(120만원이 아니다.ㅠㅜ)임을 보고는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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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2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보다는 한 수 아래? 그럼 도전해 볼까요~
마흔 여덟의 청강생 부럽네요~~
나도 우리 애들을 유학보낸다면 미국이나 일본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어요.^^

글샘 2008-10-29 09:12   좋아요 0 | URL
제가 한 수 아래라고 한 건... 공부 수준을 얘기한 거구요.
하긴, 강의는 전문적 강의지만, 이 책은 감상문적 수준이라 쉽기도 하지요.

marine 2009-02-24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호메로스와 테레비> 라는 오래 전에 출판된 걸 다시 출간한 책 맞죠? 멋모르고 덤볐다가 대충 읽고 말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저자의 이력이 특이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