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이다 1 - 빨간 수염 사나이 하멜 일공일삼 85
김남중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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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던 사람들의 공과 과가 엇갈린다.

지리적인 발견과 물질의 유통, 문화의 상대적 이해 등은 공으로 돌릴 수 있지만,

제국주의적 약탈과 침략, 멸종에 가까운 몰살,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 그리고 세계 대전 등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렇지만, 잘못을 보고 그 공을 무시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인간이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주는 이로움 역시 인간에게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동화는 하멜 표류기를 근간으로 한다.

제주도에 표류되었다가 조선에서 십여 년 살던 홀란드(네덜란드) 사람들이 탈출하여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하멜 표류기를 출간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상상의 나래가 물결친다.

 

세계 속으로 고려인들이 뻗어나갔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고, 자칫 침략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스페인 포르투갈인은 무역만큼이나 기독교를 전파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신교를 믿는 홀란드인들은 선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상인 기질이 강한 홀란드인에게는 종교보다도 무역이 먼저였다.(1권, 161)

 

네덜란드인 하멜이 제주에 표류한 이유다.

그들은 일본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하여 일본이 '난학'을 꽃피우고,

유럽 문화에 대한 번역에 몰두하게 하는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인들은 조선의 소년 해풍이를 이용하여 세계 항해술을 익히려 한다.

그런 열정을 이 소설에선 읽어낼 수 있다.

근대시기 일본 사람들의 갈증이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를...

 

우선은 경험 많은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

항해사가 되면 지도와 해도를 구할 수 있지.

최대한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지도와 해도를 모두 사들여라.(2권, 98)

 

항해와 바다와 배에 대해

홀란드의 모든 기술을 배워 오너라. 나는 네가 부럽구나.(2권, 136)

 

이 소설에서 해풍이가 그런 기술을 배울지는 결판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하멜의 범선에 오르기까지 겪는 고난과 그의 냉철한 판단은

이 소설을 읽는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기에 가치가 있다.

 

살다 보면 이때다 싶은 순간이 온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때, 그때 목숨을 거는 거야.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2권, 187)

 

조선이 쇄국으로 문의 빗장을 닫아 걸면서,

일본국, 청과 러시아를 이용하여 줄타기를 하려들 때,

이미 세계는 한물결로 넘실대는 대양의 기운을 호흡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 갑갑함이 안타깝지만,

지나간 역사는 미래를 읽는 해도가 되기도 한다.

 

컴퍼스로 해도에 표시를 해가며 항해를 할 때,

늘 컴퍼스(나침반)의 자침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를 유념하며 살아야 한다.

 

이 땅이 숨막히게 답답한 공간이라면,

고개를 돌려 숨통 틔는 곳을 찾는 시선을 익힐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런 가능성을 열어주는 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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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0-17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글샘님, 벌써 읽고 리뷰까지.... @@
오늘은 제법 추울거라는 예보가 있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가을 되시기를.... ^^
 
5학년 5반 아이들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31
윤숙희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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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이 시가 어느 유명 드라마의 배우 입에서 나와 유행했던 모양이다.

왕따 당하던 아이가 전학을 가는데,

좀 껄렁한 아이가 뒤돌아서서 읊기엔 다소 닭살스러운 멘트긴 했다만,

암튼 그런 구절이 흘러나와서 애들이 이 시를 읊고 다녀 반갑긴 했다.

 

어린 아이들은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모두 귀엽다.

귀여움이 생존 전략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성장기'부터 아프기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

한국 사회를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라고 판단한 부모들이,

적어도 제 자식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가만히 서서 내려가지 않도록 채찍질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한 걸음이라도 더 뛰어올라 가도록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부모와는 아랑곳없이,

아이들은 자기 속도로 자라면서 부모가 바라는 속도에 맞추지 못해 앓고들 있다.

 

오래 보아주는,

자세히 보아주는 어른의 눈이 절실하다.

 

이 책은 초딩 5학년 아이들 일곱명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린다.

 

당연히 그 아이들은 모두 이쁘다. 정말 사랑스럽다.

그런데, 모두... 아프다.

 

이름은 천재지만 전혀 똑똑하지 않은 요리사 천재,

아토피로 벌개진 몸때문에 자신감이 뚝떨어진 수정이,

망해버린 집때문에 자신감 상실한 똑똑한 모범생 준석이.

뚱뚱해도 자신감 만땅인 가수 지망생 장미.

삐뚤어진 스쿠터 도둑 태경이.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한 공부벌레 미래.

조금 다를 뿐인데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는 주의력 결핍 한영이...

 

누구 하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관심을 기울이고 찬찬히 이야기를 나눠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해맑고 이쁘기만 한 아이들이다.

 

이런 책은 아이들이 읽어도 도움이 되겠지만,

자기 아이의 재능은 생각도 않고 공부에 몰입시키는 부모,

다른 사람과 똑같은 피아노, 태권도, 공부 학원에 아이를 밀어넣는 무책임한 부모,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못해 늘 안타까운 부모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다 이쁘고 사랑스럽다.

다만,

그들을 관심을 주고 찬찬히 보았을 때 그렇다.

 

자기 아이에게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사랑스런 점이 보이지 않을 때,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 불만족'을 읽어볼 일이다.

자세히 보면, 오체는 불만족이지만 인생은 만족일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세상엔 가득하다.

 

나태주 선생님의 풀꽃,을 나즈막히 읊조리면서..

아이들을 바라볼 일이다.

아이들이 풀꽃처럼 한들거리며 다가설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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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까봐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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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사는 소녀.

부족한 걸 모르는 소녀에게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었다.

어느날,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보고

소녀는 심장을 빈 병에 넣어 둔다.

 

병에 담긴 심장. 소녀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불편하지만, 안전... 했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꼬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바닷가에서 호기심 천국을 누비는 꼬마를 만난 여자는

심장을 유리병에서 꺼내고 싶었다.

하지만...

심장은 꺼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그 꼬마를 만났다.

꼬마는 심장을 유리병에서 꺼내는 방법을 알았다.

그리고... 꼬마는 꺼냈다.

마음이 돌아오고... 병은 비었다.

 

 

참 이쁜 그림책이다.

부모의 부재도 느끼지 못할 만큼, 할아버지의 사랑은 깊었다.

그런 소녀에게 할아버지의 빈 의자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소녀는 심장을 유리병에 넣는 극단의 방법을 쓴다.

편했다. 그렇지만... 그 심장이 펄떡거리고 다시 뛰길 원했을 때,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칠 것 같았다.

그 꼬마가 쓴 '마법'은 아마도 '사랑' 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마음이 아플까봐... 심장을 꺼내 따로 보관한다는 신선한 창의력이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이고,

마법처럼 병은 비었다... 고 이야기하는 그 '결락된 이야기'를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우게 하는 동화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라면,

심장을 병 속에 넣어 둔 것처럼 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뜨거운 제 심장을 한번 되짚어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이제 성인이 된 소녀에게 따스한 편지를 한 통 쓰고 싶다...

 

 

소녀, 보렴.

 

많이 아팠구나?

그리고... 많이 무서웠구나? 마음이 아플까봐...

그래서, 심장을 유리병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래서, 한 동안, 불편하지만 편안한 마음이었는데...

그 심장이 간직하고 있던 선천적인 뜨거움을 느끼고 싶었지?

 

그래. 소녀야.

심장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어서, 그래서 참 다행이야.

그런데... 그 심장을 꺼내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참 많이도 궁리했잖아?

여간해선 심장이 꺼내지지 않고 말야.

 

비밀을 알려줄게.

그 심장을 꺼낼 수 있는 비밀을...

바로 마법이야.

모든 자물쇠에는 그 자물쇠에만 꼭 들어맞는 하나의 열쇠가 있는 법이야.

그 열쇠.

마법처럼 철커덩! 소리를 내며 풀리게 하는 마법의 열쇠를 찾는 일... 그게 비밀이란다.

 

그 열쇠는 어디 있냐면 말야~

세상 어디에나 있고, 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거란다.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꼬마를 만나렴.

꼬마는 마법처럼, 그 심장을 쉽게 꺼낼 수 있단다.

그리고, 마침내 빈 병만 남게 될 수 있는 거야.

 

그 꼬마가 어디 있냐구?

바닷가에 있어. ^^

네가 진심으로 네 마음을 꺼내고 싶다면,

바닷가에 가서 그 꼬마를 만나 봐.

꼬마를 어떻게 알아보냐구?

그게 바로 마법이야. 알았지?

 

있잖아.

마법의 열쇠를 찾는 법.

심장을 꺼내는 법.

어쩜, 할아버지 없이 의자에 앉아 묵묵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법은...

누가 가르쳐 줄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단다.

 

자기가 놓여있는 자리에서,

마음이 아플까봐,

유리병에 심장을 넣어두는 사람은... 늘 반만 행복하고, 반은 불편해.

근데 말야.

할아버지 없이도 의자에 앉아 묵묵히 책을 읽으면서,

심장의 팔뜨닥거리는 소릴 듣고 있는 일은,

그렇게 마음을 내는 일은...

또 살만하기도 하다구.

 

네가 호기심 천국으로 돌아와서 난 참 기뻐.

세상은 반쯤 불편하고 반쯤 재밌는 덴지도 몰라.

네 심장의 다사로운 온기를 되찾아준 건...

꼬마가 아니야.

원래 네 심장이 그렇게 다사로웠던 거라구.

목도리를 두르고 있음 따스하잖아?

근데, 목도리가 따사로운 게 아닌 것처럼 말야.

 

네 심장의 따스함이 나도 참 좋아.

다행이야.

이렇게 할아버지 의자로 돌아올 수 있어서...

 

이제 알겠지?

마음이 아플까봐... 심장을 어디 넣어 두진 말자구.

네 심장은 말야...

거기 그렇게 있을 때... 젤 이쁘니깐.

 

안녕~

 

                              바닷가에서 만났던 꼬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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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01-04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리뷰 보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리뷰와 맞춤법 교실 부탁 드려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글샘 2013-01-04 20:23   좋아요 0 | URL
좋은 리뷰~ 라고 하시니.. ㅋ~
잘 읽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
 
똥낭구 엄마
이기인 지음, 최민지 그림 / 동쪽나라(=한민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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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나'

주인공 아이의 이름은 '단유'다.

홑 단 單에 있을 有 일까?

단유는 버려진 아이다.

단유를 누가 용문사에 내려 두었는지를 본 것은 용문사 은행나무 뿐이다.

 

열매를 맺어 열매를 지키기 위해 똥냄새를 풍기는 '똥낭구'

그 똥낭구는 다시 작은 묘목들로 자라나는 법.

 

세상은 '혼자인 나'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곳이다.

단유를 길러 주신 맷돌 할머니는 말씀 대신 눈을 찡긋 *~^ 하시는 분이시다.

그런 '혼자인 나'들이 인연 따라 모이기도 하고, 갈등도 겪는 곳에 세상이다.

 

혼자임을 외로워하며 아파하면 한없이 외롭지만,

라면 하나 나눌 수 있는 친구 한결이를 가진 단유는 외롭지만은 않다.

 

하늘은 화선지에 잘못 떨어뜨린 먹물처럼 천천히 검게 번지고 있었어요.

아니 친구와 싸워서 멍든 눈두덩처럼 검푸른 빛들이 파르르 파르르 풀리는 모습이었어요.(58)

 

이런 표현은 주인공의 마음과 잘 맞아떨어지는 멋진 표현들이어서 적어 두고 싶다.

순 우리말도 예쁘게 쓰고 있어 말맛이 자냥스럽게 들리기도 한다.(자냥스럽다 : 재잘거리는 소리가 듣기에 똑똑하다)

 

이 동화는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탓만 하며 살 것은 아님을 들려주고 싶을 때,

세상은 모두 연관되어 흘러가는 강물같은 것임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강물들도 두물머리에서 만나 인연을 맺으면 '한 강'이 되기도 함을 보여주고 싶을 때,

권해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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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 학고재 그림책 2
정현주 글.그림, 목우스님 한자도움 / 학고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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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그림이 가득하지만,

그 그림들은... 보통 붓으로 종이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

천에 수를 놓아 만든 예술 작품인 그림책이다.

 

한땀 한땀 수를 놓은 그 마음은,

어쩌면 노자의 한 자 한 자에 담긴 텅 빔의 진리,

쓰임 없는 쓰임의 역설을 보여주기 좋은 매체인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이 비어있을 때 사랑도 담을 수 있고,

호기심도 솟아나, 마음이 재미있어지는걸.

 

모든 일의 비롯됨은 여유에서 시작된다.

내가 고민으로 가득차 있을 때,

어떤 마음도 내 안에 한 발 들일 수 없다.

 

그릇의 쓸모도 비어있는 것이고,

집, 방의 쓸모도 빈 공간이 있는 곳이다.

 

노자의 어려운 이야기를 어린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다면~

아니, 어쩌면 아이들은 이해할 것도 없이 순수함으로 직입할 지도 모른다.

 

참 아름답고 이쁜 책이다.

꼭 끌어안고 날마다 쓸어안아 보고 싶을 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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