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앓는 아이들
문경보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어느 날, 문득 아내가 말했다.
"만약에 먹고 나서 곧 잠들고 한 30분 있다가 고요하게 심장이 멎는 약이 개발된다면 엄청 팔릴거야. 그치?"하고...
그때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무서웠다.
세상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걸 먹고 세상을 버릴까... 아니, 인류는 그 약으로 인해 멸망하는 것이 당연한 걸까?

2.
더운 여름날, 퇴근 후 끈적거리는 바람은 어둠이 내린 아스팔트 위에서도 미적지근하게 남아있다. 한 달 전, 도로를 가득 메우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기껏해야 이백 명 정도의 사람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로 위에 앉아서 촛불을 켠다.
바로 옆에서는 촛불을 들고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모습과 소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즐거운 표정의 젊은이들이 싱싱하게 지나간다.
투명 인간이 되어버린 듯한 내 모습에 섬뜩하다.

3.
책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여자가 있었다. 고등학교때, 책이라곤 펼칠 줄도 모르고 맨날 화장과 앞머리 세우기에 전념하던 친구는 시집가서 애도 기르고 번쩍거리는 집에서 잘 살고 있는데, 학창시절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면서 정신적 성숙을 자랑하던 주인공은, 풀카운트로 가득찬 나이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고민하고 있던 그 여자.

4.
문경보 선생의 글을 읽는 일은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다.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답도 없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곱씹는 것이 인생일진대, 교사가 학생과 교감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바보같이 아이들 속에서 뒹굴고, 울고... 이러는 바보 문경보 선생의 글 속에는 따스한 인정이 살아 있다.
그 속에는 아직 살아야 할 이유라는 게, 같이 살아가야 할 힘이라는 게 느껴진다.

5.
여름방학식을 한 것이 7월 19일. 보충수업을 마치는 것이 8월 19일.
오늘부터 기나긴 4박 5일의 여름방학으로 들어간다. ㅠㅜ
방학...은 공부를 놓아버리는 기간인데... 스님들도 '안거'하는 기간인데...
아이들은 이미 공부를 놓아버린 표정들인데도 억지로 학교에 불려 나온다.
방학인데도 지각을 하고, 결석을 한다. 방학과 결석? 뭥미...
아이들도 지쳤고, 나도 지쳤다. 다음 주면 개학이다. 다람쥐가 쳇바퀴 돈다.
오늘 마지막 날인데 아직 여섯 명이 안 왔다. 이 괘씸한 놈들...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 이게 요놈들 나름의 저항이고 살 길 찾기다... 라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하루도 결석 않은 넘이 징헌 넘들이다.

6.
삶은 고행이다.
그래서 삶에 대해 터득하신, 삶은 곧 없음이고 비움임을 깨우치신 부처님, 예수님을 높이 산다.
어린 아이들이라도 삶은 힘들다.
고등학생이면 이미 청춘이다. 사춘기는 훌쩍 넘긴 아이들이다.
나보다 키도 마음도 더 큰 아이들... 가끔 덩치만 웃자란 아이들로 속도 썩는다.
교사는 어차피 바보가 되어야 한다.
바보가 되어서, 성기고 낡은 체가 되어야 아이들 숨통이 열린다.

7.
성기고 낡은 사이로 공기도 통하고 인정도 통하는 것을 일컬어 '소통 疏通'이라 한다.
아이들이 내게 쉽게 흘러드는 좀더 성긴 교사가 될 필요가 있다.
작은 것에는 꼼꼼하고, 큰 데서는 성글고 드문드문한...
아이들의 찬란한 1%를 놓치지 않고 발견해 주는 데는 눈빛을 빛내는 교사가 되리라.

8.
곧 2학기 수시 모집이 시작된다.
아이들도 긴장하고 언제 면담을 시작하나...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대학을 찾아보고 의논하는 일... 쉽지 않다.
아이들의 청춘을 빛낼 수 있는 곳을 찾음에 부지런해져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ade 2008-08-1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기고 낡은 사이로 공기도 통하고 인정도 통하는 것을 일컬어 '소통 疏通'이라 한다." 이 문장 참 좋아요! 그런 소통이라면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푸근하고 넉넉할까요 ^^

순오기 2008-08-19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눈부신 청춘이 책상머리에서 시들어 가고 있지요.ㅜㅜ
 
서른일곱 명의 애인
김은형 지음 / 나라말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김은형 선생님과 교과교육 세미나를 하던 것이 전교조가 창립되기도 전이던 89년 봄이었다.
그때는 한 열 분 정도의 국어과 선생님들이 저녁나절에 만나서 지도안도 짜 보고, 이런 저런 읽기 자료들도 교환하고 하던 시절이었는데, 김은형 선생님은 사람들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참 잘 하셨던 것 같다.

김은형 선생님을 보고 있노라면, 에너자이저 배터리라도 직렬 연결로 수십 개 연달린 것 같다.
목청도 힘차시고, 말씀의 내용도 조리가 서서 질서 정연하여 감동을 준다.
재작년인가 일꾼 연수에서 한번 뵌 적이 있는데, 훨씬 원숙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의 글모음을 진작부터 읽어 봐야지... 하던 차에 도서관에서 만난 책.

선생님의 글은 꾸밈이 없다.
그야말로 교실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사의 자잘한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적고, 솔직한 느낌과 소신 담긴 평설들을 쏟아 놓으신다.
그래서 선생님의 글에선 큰 감동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이런 글들에서 선생님이 얼마나 학교와 학생을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라는 자리를 사랑하는지를 흠뻑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이 한 십여 년 만에 연락이 오면, 저, 선생님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는데요... 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선생님들은 정말 많은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많은 선생님들은 그렇다.
물론, 아이들 이름 같은 거야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교사들도 숱하리라만, 우리 학년 어떤 샘은 시험 감독 들어가서 아이들 얼굴 보면서 이름을 외우신단다.(모의고사 감독은 그냥 앉아서 책이나 읽는 시간이기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그 많은 아이들과의 추억담들을 책으로 펼친다면, 어느 교사인들 책 몇 권 쉽게 낼 수 없으랴마는, 김은형 선생님의 이야기들에선 <사랑과 인내>와 <올바른 길>에 대한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좋다.

교장 선생님께도 곡진한 편지를 쓸 줄 아는 선생님.
학부모들과도 힘을 합쳐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시는 선생님.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수업 시간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별로 기억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씩 활동하게 되는 학급 행사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많은 기억거리를 찾는다.
무엇보다도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클럽 활동 같은, 예를 들면 연극반같은 것이라도 경험한다면 아이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거기서 하게 된다.

나도 연극반을 한 두어 해 지도한 적이 있지만, 그때 정말 아이들과 혼연일체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 배웠던 기억이 난다.

아, 나도 내년엔 연극반 지도 교사가 되어(그러려면 3학년을 안 해야 한다.ㅠㅜ) 아이들 데리고 연극제도 가고 하고 싶다.
또 상담실에 나이드신 분이 차지하고 앉아서 편히 쉴 곳을 찾는 분들이 가지 못하게 말리는 한이 있더라도, 모교의 후배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상담 교사 역할도 해 보고 싶다.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업무는 도서관 담당 업무였는데,
20년간 해마다 그렇게 지원했건만, 내겐 그 업무가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학교에는 사서 교사가 배정되어 있어 그 업무는 불가능하다.
독서 활동 동아리 활동 같은 걸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연극부처럼 꼴통들이 모여서 뭔가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

김은형 선생님같은 분들의 글을 읽으면 힘이 불끈불끈 난다.
늘 에너지 넘치는 사람 곁에 있으면 더불어 힘이 나는 법이지.
나도 그런 선생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들리며 피는 꽃 - 2005년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권장도서
문경보 지음, 윤루시아 그림 / 샨티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작팰 때 아래 받치는 나무나 그루터기를 모탕이라고 한단다.
그래. 선생이란 그런 존재지.
아이들을 얼마나 이끌지도 못하고, 그저, 아이들이 쩍쩍 벌어지려고 할 때, 밑받침이 되어 주는 존재.

며칠 전, 문경보 선생의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더 먼저 쓰여진 책이건만, 읽다가 몇 번 눈물이 핑 돌았다.

돌이켜보면, 나를 스쳐갔던 아이들이라고 아프지 않았겠느냐마는...
나는 참으로 냉혹한 선생이었고, 쌀쌀한 선생이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글로 적어둘 만큼 이야깃거리가 별로 생각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지 않아도 문경보 선생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나와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던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 불현듯 기억에 떠올랐던 아이들, 내게 참 많이도 맞았던 녀석들. 기합도 많이 주었고, 같이 야영했던 재미도 쏠쏠했더랬는데... 하고.

나이트를 전전하며 결국 학교를 떠나는 아이 뒷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것도 더러운 것도 모두 품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파도치고 있는 바다처럼 모든 것을 품어야 하는 자리가 바로 선생의 자리인데... 나는 또 하나의 보석을 학교 밖으로 내몰아버린 속 좁은 교사가 되었음을...

집을 나간 가난한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주인집 할머니의 정정한 음성을 그는 듣는다.

문 선생님, 이제 아이들을 품는 법을 배웠구만요. 그래요, 그놈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사랑입니다. 감싸주구려. 끊임없이 감싸 안아주구려. 그럼 돌아옵니다. 돌아오구말구요.

아, 아이들이 뛰쳐나갈 때 아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간절하게 다시 돌아올 것을 믿어주고, 위로와 사랑을 가득 주지 못한 내가 아쉽기도 하다.

문 선생님을 읽는 일은 잊어버린 제자들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못다 준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추억의 행로였다.
문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4-2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걸 모탕이라고 하는군요. 뛰쳐나가는 아이를 막을수는 없지만 돌아오게 할 수는 있다는 것, 이것이 희망이군요. 좋은 깨달음을 주고 마음을 울리는 책이 될 것 같군요.

글샘 2008-05-01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님... 그게요... 아이들은 우리를 믿거든요. 누가 무슨 욕을 하든...
아름다운 이야기... 그 세계를 느끼는 책입니다.
 
너는 나의 하늘이야 - 바보 선생님 문경보가 전하는 우리 아이들의 교실 풍경
문경보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작년 스승의 날에 쉬었다는데, 올해는 단기방학이 낀 관계로 쉬는 날로 잡지 않아서 그날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의논이 분분했다. 결국 문화회관의 음악회 관람을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인데, 어쩌다가 스승의 날 아이들이 편지 한 쪽 써들고 오는 날이 부패의 날처럼 되어버린 건지... 안타깝다.

하긴, 내가 근무했던 학교들은 그닥 잘 사는 동네가 아니었지만, 별난 학부모가 많은 동네라면 충분히 과도한 선물로 속을 썩일만도 한 날임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날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게 하는 일은 아무래도 기분 나쁘다.

아무래도, 이런 책 한권쯤 선물받는 스승의 날을 나는 맞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나와 나이가 같다.
그렇지만,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모양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나와는 비교도 안 되니 말이다.

스스로 바보 선생님이라 일컫는 그는 진정 바보인 모양이다.
나처럼 꾀바르게 아이들과 적당한 거리감과 긴장감을 늦출 줄 모르고 아이들과 바싹 밀착하여 함께 울고 마음 썩이니 그는 정말 바보다.
적어도 교사라면 아이들에게 냉정하게 찬바람도 일으킬 줄 알고, 아이들 힘든 가정사엔 한눈 감고 대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몰인정한 말이 어느 새 내 몸에도 체득되어 있었는데... 바보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가슴이 더워온다.

아이들은 우리의 하늘이다.
아이들이 없다면 교사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하늘을 펼쳐 주므로 교사는 훨훨 날갯짓도 할 수 있고, 미래를 위한 무지개도 펼쳐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교학상장"이란 말이 있다.
경력이 깊어갈수록 이 말의 진실에 새록새록 감동을 받곤 한다.
처음엔 그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서로 자란다는 뜻으로만 새겼는데,
요즘엔 알겠다.
교사란 부족하기 짝이 없는 존재임을...
인간을 지도할 수 있는 인간은 애초에 없음을...
그래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고 했을 것임을...
선생님은 이름이 선생님이지, 그 사람이, 인격이 선생님이 아님을...

가르치는 이나 배우는 이나 모두 자라는 처지라는 말로 들린다.
모두 성장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교사도 잘못할 수 있고, 아이도 잘못할 수 있다.
문제는 성장하느냐, 아니냐에 있다.

아이들을 하늘로 보고, 하느님으로 보고, 진리로 보시는 바보 선생님과
아이들을 밥줄로 보고, 어린애들로 보고, 무식한 놈으로 보는 헛똑똑이 나와
누가 더 잘 성장할는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내가 진짜 바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8-04-2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경보 선생님 계신 학교로 교생 실습을 다녀왔는데, 그때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선생님을 좀 더 가까이 만나뵐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어요. 그 다음 해에 이 책을 읽었거든요.

글샘 2008-04-23 13:52   좋아요 0 | URL
아, 그 학교로 실습을 다녀오셨군요. ^^
참 다정다감하신 분 같더라구요.

소나무집 2008-04-2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낯익어서 저자 소개를 보니 대학 선배로군요.
대광고 교사인 건 알았는데 이런 책을 썼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스승의날 그냥 넘기기가 좀 그래서 책선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괜찮을까요?
혹시 "당신도 이렇게 잘 좀 해보시죠!"
이런 말로 들릴까 봐 걱정스러워서요.
일단 제가 먼저 읽어 보아야겠네요.

글샘 2008-04-23 18:43   좋아요 0 | URL
아, 돈봉투나 고가의 선물을 기다리는 선생님이라면 이런 책 드리는 게 실례죠. ^^ 읽어보신다면 사드리고 싶을 걸요~

순오기 2008-04-2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는 스승의 날에 아이가 선생님께 감사 표현하도록 했어요. 대부분 책선물이었는데...몇년전부터 아무것도 보내지 말라는 통신문이 날라오니 책선물도 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학기나 학년이 끝날때 책선물을 했지요. 사람은 누구나 감사표현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 저도 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늘 고맙습니다!! 꾸벅~~~

글샘 2008-04-23 22:3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책선물이라면 좋아라 할텐데요...
요즘 아이들의 선물 목록에 책이란 게 있을는지요. ㅠㅜ
이책 좀 작위적이기도 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답니다. ^^
꼭 읽어 보고, 따님께도 밑줄 쫙- 그어서 읽어 보라 주세요.
이런 선생님이 되라고!!!

순오기 2008-04-24 08:47   좋아요 0 | URL
옙~ 우리 딸을 위해서도 꼭!! ^^

글샘 2008-04-24 11:15   좋아요 0 | URL
저때문에 순오기님 댁에 사신 책이 꽤 되죠? ㅎㅎㅎ
알라딘에서 상줘야 되는 거 아닌가???ㅋㅋ

순오기 2008-04-28 13: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떻게 아셨어요?ㅎㅎㅎ 글샘님 리뷰가 제 지적허영에 불을 붙이거든요.
사들이고 못 읽은 책이 많아서 요즘은 지름신 붙잡아 두고 있어요.
5월엔 선물할 사람이 많아서, 등급은 내려올 생각도 없고...^^
 
학교개조론 - 유명 학원 강사 출신 현직 교사의 명쾌한 교육 해법
이기정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학교를 개조해야 한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 개조의 단초는 관리자의 개조에 있다.
관리자는 학교를 개조할 수 있는 첫단추인 셈이다.

교사 평가를 하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학교 현장에서 관리자가 되려는 희한한 넘들은 교사 평가를 가장 두려워 할 것이다.

교사의 평가는 당연히 수업 평가여야 한다. 아이들은 수업 잘 되는 교사, 척 보면 안다.

그리고, 교사는 수업만 열심히 하도록 교과위주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 정말 옳다.

나는 주로 연구부나 교무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저자의 말대로 업무 능력이 탁월하여 관리자가 될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대신에 그만큼 수업에 쏟아야 할 노력을 빼앗기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올해처럼 연구학교 업무라도 맡으면 1년 내내 아이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람이 되고 만다.
어지간한 출장은 안 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제발 수업만 열심히 하고 싶다.
그리고, 수업만으로 부족하여 보충수업을 하는데... 돈을 받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수업이 부족하여 보충을 한다면 당연히 국가에서 지불을 해야 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사기다.
수업을 더 해야 한다는데, 왜 아이들이 돈을 내고 배워야 하는 것인지.

학원비와 과외비가 턱도없이 비싼 것을 생각하여,
학교에서 떠맡게 되는 이런 일들이 교육의 질을 확 떨어뜨려 놓는다.

저자의 생각에서 나와 다른 것이 있다.
수업 안 되는 교사는 업무를 시키자고 했는데...
사실 그들은 수업보다 쉬운 업무 능력조차도 탁월하게 떨어지는 사람들이기 쉽다.
그들은 그냥 내보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교장에겐 그럴 힘이 없다.

학교에서 수업 위주로 교사들이 살아 가고,
아이들과 수업으로 만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학교에선 수업 이외의 일들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너무도 많아 교사는 늘상 피곤하다.

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운 저자는 당연히 전교조 조합원이다.
그래서 조합원 아닌 자들이 전교조 험담하기로 일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애정어린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다.

전교조 죽이기가 아닌 전교조 살리는 수술의 메스를...
온 국민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학교를 싸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전교조의 구태를 벗어낼 일이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혁해야 할 것들을 저자는 콕 집어 따갑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오늘도 나는 실패하는 수업을 하러 교실로 들어간다.
수능 대비란 명목으로 문제나 풀고 있는 수업은 성공한 수업일 리가 결코 없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교실에서 우린 실패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쓰러진 풀들이 일어나고, 결국 웃을 때까지 우리는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희망의 씨앗이라 생각해야겠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만큼 푸르른 아이들의 웃음은 차가운 날에도 교실을 환하게 밝히고 있으니...

내가 발령받던 20년 전에 비해 심화되기만 한 경쟁의 고리를
내가 퇴직할 20년 뒤까지 그대로 고착시켜서는 안되겠기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04-14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 말고 대안도 명쾌할까요? 문제는 항상 너무 명쾌한데 출구가 안보이는게 이놈의 대한민국의 교육이니말입니다.

글샘 2008-04-15 08:56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요. ^^
저는 문제도 명쾌하게 풀어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생각해요.
수업 시간에 실패했던 경험들을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한 책도 잘 없었구요.
이분들은 그래도 전교조 내에서 공론장을 만들어 풀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인데...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실질적인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순오기 2008-04-1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교사들의 노력만으로 개선되지 않는 학교... 울고 싶어라!

글샘 2008-04-15 08:57   좋아요 0 | URL
그건 대한민국의 모순이어서 울고 싶어도 마냥 울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같애요. ^^
개선은 필요한데... 쉽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