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조너선 코졸 지음, 김명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조너선 코졸은 초임 교사 프란체스카에게 <교육>에 관한 화두를 여러 모로 설명한다.
초임 교사.
그들은 의욕으로 가득하지만, 온갖 모순이 가득한 교실에서 '홀로' 좌절하기 쉽다.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미국의 학교는 한국의 학교에 비하자면 훨씬 더 극과 극으로 분리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비 리그를 지향하는 값비싼 사립학교도 있는가 하면, 가난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유색인으로 가득한 학교도 있을 것이다.
초임 교사라 해도 부유한 지역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근무한다면, 수업 활동에 충실히 따르는 학생들과 학교에 비교적 협조적이고 교사의 활동을 이해해주는 학부모들을 만나기 쉬워서 그저 수업 지도에만 신경을 쓰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처럼 거칠고 분노조절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경우, 교사는 처음부터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십상이다.
우리 학교에도 올해 신규 교사 두 명이 왔는데, 일반계 고교의 남학생들과 신경전 벌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올핸 담임도 아니어서 홀가분한데도 교과 수업의 부담만도 장난이 아니란다.
거기다 내년부터 담임이라도 맡게 되면... 휴~ 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리라.
학급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한 구절을 읽어줄 때 일순간 스치는 교사의 눈빛과 목소리의 억양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거의 모든 수업의 커리큘럼은 수업 계획안이나 특정한 책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교사의 눈빛이나 여러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는 의심 또는 묵종 같은 교사의 생각이나 태도입니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주어진 사실에 대한 교사의 비판적 지성이나 유보적 태도, 또는 이런 태도나 능력의 부재가 드러나는 것이지요...(98)... 보이지 않는 교육... 아이들이 직감적으로 느끼는 교사의 모습이다.
교사 연수란 대부분 지루한 것도 비슷한 모양이다.
전문성 고양을 위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대부분의 지역과 전국적 회합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직접 이해하는 교사가 강연자로 나오는 경우는 좀처럼 없습니다.(106)
유년기는 국가 경제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국가에선 그 반대지요.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이 중요한 투쟁은 어린이 교육의 방법과 경향뿐 아니라 목표에도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교사로서 경제 위주의 덧없는 사회 풍조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교단에 서기 전에 어느 편에 설 것인지 미리 마음을 정해야 합니다.(122)
아, 마음을 정하면, 바로 자를 칼날을 갈아대는 이들과... 공존이 가능한 것인지...
유치원과정에서 시험이 치러집니다... 교장은 이 시험의 목적을 아이들로 하여금 앞으로 치를 시험에 준비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이 아이들은 시험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게 다반사... 수많은 아이들은 아직 크레용이나 연필 쥐는 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런 시험에 공포감을 느낍니다. ...(126)
순종적이고 따분하고 생기없는 듯 보이는 사람은 절대 채용하지 않습니다. 성인에게 지루해 보인다면 학급의 아이들에게도 지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열정적이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라면, 아이들과 언어를 사랑하고 좋은 책과 시 읽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감동받은 것들에 대해 신나게 말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분별있어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견실함을 믿을 수 있겠지요.(129) 저는 이런 사람을 발견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환영합니다! 당신의 열정과 재미있는 성격, 아름다움을 향한 사랑, 당신이 받은 좋은 교육의 학문적 혜택을 갖고 당신의 재능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학교로 오십시오."
아, 시험, 시험... 아이들에게 붙이는 더러운 계급딱지, 시험... 이 책에서도 시험의 추악한 속모습이 드러난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아이들 생활과 직접 연관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나 학교, 학급에 <성공> 또는 <실패>의 딱지를 붙이는 데 이용되지요.(137)
이런 시험을 반대한다면, 역시, 퇴출인가.
교사는 이런 미친 짓에 반대할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고부담 시험은 기껏해야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고약한 게임일 뿐이며, 학생들의 지성과 인격, 그리고 잠재력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시험 성적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만들어낸 성적표의 숫자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143)
아, 성적 공장... 여긴 한국의 학교가 아닌지...
직업 학교...(한국의 실업계... 아, 실업자가 더러운 말이라 전문계로 상표를 바꿈. ㅋㅋ)
이런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때로 평등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더라도(적어도 그 학교의 이름이나 홍보 팸플릿에서) 솔직히 말해 이들 학교 대부분은 대학에 못 갈 것 같거나 우리 사회에 문화적 공헌을 못 할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경제적 계급과 인종에 적당한 '좀더 현실적인 목표'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181)
아, 난 이렇게 정확한 묘사를 보지 못했다.
교육청 홈피에 가면 <꿈의 도전, 전문계 고교..>이런 배너가 있다. 꿈은... 무슨... 똥이다.
선생님의 아이들이 하는 사소한 거짓말은 비록 그로 인해 학급의 누군가가 잠깐 눈물바람을 할 때도 있지만, 도심의 수많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마음 깊숙이 상처를 내고, 고의에서든 실수에서든 장차 그들이 활약하게 될 세계를 이해할 능력을 말살하고 그들의 미래를 찌그러뜨리는 그런 몹쓸 거짓말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습니다.(185)
아, 정말 조선일보의 거짓말보다 나쁜 말을 하는 아이들은 교실에 하나도 없다.
뉴욕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제가 참관하던 학생들이 저더러 함께 구내 식당에 내려가 점심을 먹자고 하더군요. 제가 이런 제안에 응할 때면 교장들은 깜짝... "이런, 안돼요! 교장실에 맛있는 점심을 주문해 놓았어요." 그래도 학생 하나가 "제발요!"하자, 교장은 제가 학생들과 지하의 구내 식당으로 가는 것을 마지못해 허락했지요...(189) 겉다르고 속다른 교육, 퉷!
신뢰할만한 판단력을 지닌 매리언 라이트 에델만(흑인 여성 변호사)는 최근에 나타난 역행을 전환하여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나라에 또 한번의 시민적 격변이 필요하다고... 선출된 지도자들이 윤리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에 항거할 도덕적 굳건함이 없다면 나라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정열적인 운동가들이 대규모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교사들과 그 외의 아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너무나 방어적 태도에 머물러 있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의 세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드높아져 거의 모든 신념을 거리낌없이 무시할 때면 우리는 의기소침해져 거국적 운동을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204)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경험없는 교사거나 거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직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사가 아이들 교육에 전념할 때 재빨리 알아차립니다.(217)
아이들과 부모들은 교사의 진심을 알게 마련이다.
이슈들은 거대하지만, 아이들의 일상은 자잘한 일들로 가득... 열정과 낙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에 스며있는 다정함 덕분...(228)
그래. 교직의 유일한 낙이 이런 것이다. 자잘하고 소소한 다정함...
그러나, 거대한 이슈들만 생각한다면... 휴~~ 정말 어렵다.
특히 갓 교직에 들어선 선생님들은... 이 사실을 꼭 알아야 해요.
처음부터 뛰어난 교사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나약하고 실수투성이임을 느낄 때가 있었음을...
이런 불안의 시기를 누구나 겪게 된다는 것을...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 사실을 알아야, 일이 잘못되었을 때 너무 자책하는 대신,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한 행동을 잠시 다시 생각해본 뒤에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260)
아, 이 마지막 구절을 내가 만나는 젊은 교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한국에서 나온 책은 아니지만, 교실의 상황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자라는 아이들의 삶은 다르지만 또 비슷하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권하는 일도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