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교사 도전기 - 아이들이 꿈꾸는 희망 교육 Social Shift Series 6
웬디 콥 지음, 최유강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의 TFA 라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다.
열정으로 가득찬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게 고통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 마음은 불신과 반신반의로 가득찼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끓어 넘쳤다. 

도대체, 나는 어떤 교육의 현장에 서 있는 것일까? 

어떤 뉴스에서 '주민자치센터'(옛날엔 동사무소에서 하던 일이 상당히 전산화된 현재, 동사무소의 인원이 뭘하는지 나는 자세히 모른다.)의 공무원들이 지역의 소외된 청소년들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못된 내 속셈은, 글쎄... 였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아직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그들은 대부분 낮은 사회적 지위인 공돌이, 공순이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들의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돕기 위해 '야학'이란 임시학교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심훈의 상록수와 비슷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자격고사를 위한 수업과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나는 인연이 닿지 않아 야학에 손을 담근 적은 없었지만, 친구들 몇이 야학에 들락날락 하고 있어 사정을 대략은 안다.  

그 당시의 대학생들은 '뜨거운 피, 열혈'이 아직 살아있었던 모양인데,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기인한 문제들을 제 한 몸 던져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혁명적 혈기가 왕성했다. 
그러다... 내가 군대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던(군대를 안 가본 사람들은 신성한 군대라고 할는지 몰라도...) 그 무렵부터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하고, 공상적 사회주의 내지는 공산주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영웅이 없는 시대는 불행하지만, 영웅을 필요로 하는 시대는 더욱 불행하다고 했던 브레히트의 '불행 비교론'이 그 이후의 시대를 대변하는 것 같다.
공산주의라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별'로 삼아 영웅 삼아 살았던 시대가 오히려 행복했던 시대였는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로 영웅이 없어졌고, 세계화란 이름의 신제국주의가 지구를 들먹거렸으며, 이제 미국마저 흔들거리는 지구는 영웅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시대가 변한 것인지, 작년에 전국이 촛불 집회로 들썩거릴 때에도 대학은 조용했다.
물론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했지만, 그들은 개인의 자격이었고, 총학 깃발이 등장해도 그들은 소수였다. 그들의 열혈...은 싸늘한 이성의 갑옷 아래 '토익과 스펙'을 위한 노동에 집중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사범대나 교육대를 가는 사람은 군대를 면제해 주는 대신에, 여학생이라면 발령을 내준다는 보장으로, 3년 정도의 인턴 기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해 주는 건 어떨는지...
사회적 대체 복무가 정말 필요한 곳이 학교라고 말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분단으로 떡고물을 만지는 이들은 '여호와의 증인'이란 이단에 대한 처벌로 감옥을 주장하지만, 그것은 가장 잘못된 방식의 대처다.
그들을 학교로 보내준다면, 학교에는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사회 변혁을 꿈꾸던 전교조의 판단은 '시대적 늪' 속에서 해체되어 버린 지 오래다.
신규 교사로 열혈이던 전교조 교사들은 이제 이미 더이상 피가 뜨겁지 않은 기성 세대가 되어버렸다. 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은, 교사의 질이 아니다. 교사의 뜨거운 피다. 

신규 교사가 없는 학교,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젊은 오빠, 언니같은 교사가 없는 학교는 불행하다. 

이명박 정부의 웃기는 작태로 우리 학교에도 젊은 인턴 교사가 한 분 오셨다.
전문상담 교사인데... 아주 의욕적이셔서, 4개월이지만 내가 힘을 받는다.
학교엔 이런 분들이 교육의 주축을 맡아야 한다.
너무 늙었다.
학생 수는 급격히 줄었는데, 교사 수는 그대로이니... 늙어갈 수밖에... 

비전 선언문에 나온 말,
언젠가, 모든 아이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란 사회적 기업을 대한민국에 만들기는 쉽다. 

다만, 그것은 사회적 기업의 분위기로는 어려울 것이고, 군대에서 유휴인력을 3년 정도 대체 복무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지는 않을 것 아닌가... 싶다. 

꾸준함, 헌신, 성실함, 융통성, 의사소통능력, 열정, 민감, 자립심, 적극성, 타인과 함께하는 능력, 자기평가 능력, 주도적 능력, 지적 능력... 이런 것을 나 스스로 나에게 요구하기엔 난 너무도 늙었고, 낡았다. 

학교엔 좀더 열혈...로 끓는 피가 필요하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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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9-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동감하면서도 그게 참....
요즘 젊은이들 중에 학교에 와서 열혈로 끓을 이들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고요. 많지는 않지만 신규교사들을 보면 이건 뭐 세대차이랄까? 하여튼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구요. 근데 다른건 괜찮은데 열정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는게 더 슬퍼요. 좀 실수하고 우왕좌왕하고 해도 속상하다고 울고불고할 열정이 보였으면 좋겠는데 이건 선배교사들보다 더 아이들과 거리를 확 긋는 이들이 많으니....

글샘 2009-09-28 11:33   좋아요 0 | URL
그게... 정말, 시험에 합격할 정도 되려면 완전 독종이라야 한다더라구요. ㅠㅜ 그래서 정말 공부만 잘하는 교사 말고... 덜렁이들도 학교에 들어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냐 2009-09-2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 중에서...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간 이들은요?? 그리고 비슷한이야기를 저도 선배들에게 들었음에도 불구, 정말 다른것 같아요. 요즘 청춘들 말임다. 그나저나 글샘님 제안은 상당히 솔깃함다. 혹자는 넘쳐나는 대학의 비정규직 강사 일부를 중고교로 끌어들이면 어떻냐는 얘기도 하던걸요.

BRINY 2009-09-2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에도 과학실 보조 인턴교사가 왔다는데 전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네요. 1층 과학실에만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학교에도 전문 상당교사가 왔으면....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 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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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전에 저장해두었던 영화를 보았다. 

책으로 읽을 때의 감동과는 또다른 두근거림을 영화에선 볼 수 있었고,
영화로는 읽을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책에서는 만날 수 있었다. 

빈민가 아이들의 삶은 갱스터들의 삶과 중복되고, 부모들의 많은 수가 알콜 중독이거나, 경제적 파산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피부색은 주로 검은 색이었고, 그들의 관심사는 그날그날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나타는 백인 선생님의 의욕은 그들에게 가소롭게 보였지만,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과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나서는,
가장 골치아프던 학급의 학생들이 그 학교에서 준거집단이 되어버린다. 

폭력에 저항하는 마인드를 갖게 되고,
나치의 폭력과 갱단의 폭력을 관조할 수 있는 시선을 기르며,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공부하면서,
멀리서 자기들을 위해 증언하기 위해 달려와준 이들의 존재에 감동을 받아 삶의 길에 환한 가로등을 켜게 된다. 

학교에서는 물론 교사의 노력에 부합하는 격려를 제공하지 않는다.
경력도 없는 새파란 교사가 의욕 하나로 아이들과 온몸으로 부딪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봤자 곧 지쳐 떨어질 걸... 하고 기다렸겠지만,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서 교육의 질이 변화했음을 시인하기도 한다. 

자, 교사란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억압의 틀을 제공하는 '제도권의 사신'일까,
아이들의 마음 속에 희망의 불꽃을 피워올리는 '천사'일까.
이도저도 아닌 밥벌이의 직업일 따름인가. 

교사들이 '초임때 가장 좋은 교육을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지나놓고 보면, 발령받아 처음 10년간은 아이들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것 같다. 학급 문집도 만들고, 학급 잔치도 하고 했던 것 같다.
한 10년이 지나면서 온갖 일더미에 휩쓸려 다니면서는 아이들과 면대면의 활동보다는 서류상으로 교육활동을 하는 짓을 일삼았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학교를 하거나 부서의 기획을 맡으면 온갖 공문 처리의 달인이 되고, 교무기획이라도 할 때면, 수업을 제쳐두고 공문서 처리에 눈썹을 휘날릴 때도 숱한 것이 내 삶이었다. 

생활지도부를 맡을 때는 아이들과 끝도없는 힘겨루기가 온몸을 녹초강산으로 만든다.
아이들의 잔잔한 비행과 위반에 휘슬을 불며 뛰어다니는 심판 노릇을 하다 보면, 이런 건 교칙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들이 숱하게 많다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 들곤 한다. 

발령받은 지 20년 하고도 반이 지난 시점에서(이제 퇴직이 20년도 안 남았다.)
가르친다는 일은 무엇인지를 깊이 돌아보는 계기를 이 책은 주었다. 

아이들과 수업 내용으로 만나고 싶은 욕구를 언제나 충족시킬 수 있을 건지...
아니면 영원히 준비가 가득한 수업을 맛보지 못하고 끝나버릴 것인지... 

갈수록 '교육'적이지 못한 공간으로 변해가는 학교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마음아프지만, 전교조가 인간화 교육으로 저항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더욱 질곡의 늪은 깊어만 가는 것 같다. 

부장으로서 상담 인턴 선생님이 학생들을 상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주는 정도...
학생부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지나치도록 억압적이지 않게 생활지도하자고 선생님들과 의논하는 정도... 

아이들과 전인격적인 만남을 통하여 생각을 일깨우고 삶의 방향을 더듬어나갈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이런 책을 만나는 것으로 만이라도 경험해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게 나의 한계가 아닐까... 하기도 하면서,
회의와 출장과 시험 감독, 가기 싫은 회식, 학교 평가 등으로 내 시간은 없는 오늘...
틈틈이 수업을 하는 나는... 과연 교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한다.  

흐린 아침...
빗방울 허공에 가득해도,
제 그릇에 따라 물방울 담길 뿐.
아이들 학교에 가득하지만,
내 좁은 그릇에 모인 아이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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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9-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음 들려 글을 남기게 되네요~

한때 노암 촘스키의 책과 함께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영화 "위험한 아이들", "코러스" 도 생각이 나는데요. 그 책들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공교육제도라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연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 보곤 했습니다.

그 물음끝에 미친 결론은 흔한 말인 "수업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 였는데요. 이 말은 꼭 "수업" 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네요..


글샘 2009-09-28 11:3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 써클님...
교사의 질...을 이야기하면, 문제가 많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죠.
그렇지만... 교사의 질은, 결국 학교 행정의 질이 과도하게 높이 평가되기때문에 수업의 질이 뚝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이 학교보다 나은 건, 교무연구학생정보부 같은 건 직원이 하구요. 수업에만 열중하도록 하는데, 인원도 훨 적고 평등원칙 같은 건 필요없지요.
학교에 바라는 건, 애들이랑 잘 놀고 수업 대충 따라 하고, 그런 거라야 하는데, 우리나라 학교엔 지나치게 공문도 많고, 할 일도 많아요. 투입은... 전무하면서 말입니다. ㅠㅜ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이혁규 지음 / 우리교육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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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사를 평가하겠다고 하면서... 수업을 평가하겠다는 말을 떠드는 넘들이 있다.
수업을 평가한다는 것은... 학생들처럼 '주관적' 평가를 내릴 수도 있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수업의 형식이나 내용 등을, 자신의 관점에 따라서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그것을 점수화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더군다나, 신규 교사를 뽑을 때, 실기 점수를 높인다는 것은 탁상공론 행정의 대표작으로 길이길이 교육사에 남을 만한 헛소리다. 

20년이 넘도록 매주 20시간이 넘는 수업을 해온 나로서도 수업은 어렵다.
수업을 하는 일은 일상이지만, 수업 연구를 하는 일은 쌩노가다다.
일단 남에게 보여주는 수업으로서 부담을 안고 있고,
진도 중심의 평소 수업과는 다르게, 특정한 주제를 정하여 한 시간동안 수업의 진행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들도 그 날은 좀 협조를 해주기도 하지만, 수업자나 관찰자나 낯간지럽기는 마찬가지다. 

각 시도교육청마다 수업연구대회라는 것이 있어서, 제법 경력이 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 연구를 하고 연수의 기회로 삼는다. 그렇지만, 그 수업들을 둘러보고 나면... 한결같이 쇼맨십으로 가득한 보여주기 수업이기 쉽다. 안타깝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일 것인데, 결과가 '점수'로 나오는 한국의 제도에서 '내용'보다는 '결과인 점수'에 치중된 수업이 되기 쉽다.
수업을 시작하고, 몇 가지 활동을 전개하며 그 활동 내용의 결과로 마무리를 짓는 형식에는 수업 연구자들이 만족시키기 쉽지만,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인가, 공적 인간을 기르는 공교육으로서 제자리를 잡을 것인가...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과수업에서 시사적 계기수업까지 수업의 형식과 내용을 곰곰 따져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강요하지 않으면서 많이 느끼게 하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 좋은 수업이라고 한 이도 있었다. 

주입식 교육이 나쁘다는 말은 많지만, 입시 교육 시키지 말자는 말은 많지만, 사교육이 과도하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중요한 것을 주입하는 교육은 결코 나쁘지 않을 수 있고, 학습법을 학습시키는 요소일 수 있으며,
입시교육 아닌 교육이 또 어디 있는지, 좋은 입시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함을 지적하지 못하면서 떠들고 있고,
사교육이 결국 <공교육>의 실패에서 귀인하는 것임을, 공교육은 <공적 인간>을 기르는 일이어야 하며, <사적 영달>을 추구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욕망의 결과임을 알면서 모르는 체 하는 학자들이 교육계엔 가득하다. 

치료자로서의 교사... 친절한 교사... 얼마나 필요한 교사인지.
좋은 수업 관찰자는 ... 수많은 초점이 존재함을 아는 사람. 또 하나의 초점을 선택할 경우 그 초점의 안과 밖을 동시에 조명할 수 있는 사람. 동시에 자신이 선택한 초점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란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으면서도... 자신의 수업에 지나치게 배타적인 현실을 만나면... 교육 문제는 갈 길이 멀기만 하다.(32쪽) 

125쪽의 '기린'은... 아프리카의 목이 길어서 키큰 동물... 기린이 아니고, 전설 속의 동물... 기린임을 고려한다면... 조금 이상한 멘트같다.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 좋은 수업 관찰자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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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야누슈 코르착 지음, 노영희 옮김 / 양철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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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슈 코르착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아이들이란 존재에 대한 '영성'을 느끼게 된다. 

어린이들의 투사로 일컬어지는 그는 유대인으로 폴란드에서 고아들의 아버지로 가스실로 아이들과 함께 걸어간 사람이다. 

문학적이고 시적인 구절들로 이뤄진 그의 글들은 아동 교육의 철학이 절절하다.
아이들은 무시당하던 20세기 초반에, 아이들도 어른들과 동등한 인격이며, 아이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 사람이다.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자란 어린이들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아끼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는 내일의 희망이라고 하지만,
단순한 내일의 희망만은 아니다. 이들은 지금, 여기 이미 존재한다. 

지금의 모습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존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진정한 휴머니스트란 아이들의 심장과 영혼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초중학생들의 여름 방학이 없어진다.
초등학생들의 보충학습이 많아진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시험을 치르지 않을 자유를 주었다는 이유로 교사를 처벌하는 나라에서,
아이로 자라는 일은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아이에게 고통을 주는 일일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이들을 안 낳게 된 이유를... 교육 정책의 실패가 아닌 부재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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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멋진날 2009-07-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은 길지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글샘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고 존중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진짜 학교 끝나고 학원이니 과외니 자기 시간이 없는 아이들이 참 안타까워요.

글샘 2009-07-20 12:55   좋아요 0 | URL
아이들 살리랬더니, 학원만 죽이고 있지요. 학원 문닫는다고 아이들이 공차는 날이 올까요?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조너선 코졸 지음, 김명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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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코졸은 초임 교사 프란체스카에게 <교육>에 관한 화두를 여러 모로 설명한다.
초임 교사.
그들은 의욕으로 가득하지만, 온갖 모순이 가득한 교실에서 '홀로' 좌절하기 쉽다.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미국의 학교는 한국의 학교에 비하자면 훨씬 더 극과 극으로 분리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비 리그를 지향하는 값비싼 사립학교도 있는가 하면, 가난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유색인으로 가득한 학교도 있을 것이다. 

초임 교사라 해도 부유한 지역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근무한다면, 수업 활동에 충실히 따르는 학생들과 학교에 비교적 협조적이고 교사의 활동을 이해해주는 학부모들을 만나기 쉬워서 그저 수업 지도에만 신경을 쓰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처럼 거칠고 분노조절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경우, 교사는 처음부터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십상이다. 

우리 학교에도 올해 신규 교사 두 명이 왔는데, 일반계 고교의 남학생들과 신경전 벌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올핸 담임도 아니어서 홀가분한데도 교과 수업의 부담만도 장난이 아니란다.
거기다 내년부터 담임이라도 맡게 되면... 휴~ 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리라. 

학급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한 구절을 읽어줄 때 일순간 스치는 교사의 눈빛과 목소리의 억양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거의 모든 수업의 커리큘럼은 수업 계획안이나 특정한 책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교사의 눈빛이나 여러 다른 방식으로 전달되는 의심 또는 묵종 같은 교사의 생각이나 태도입니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주어진 사실에 대한 교사의 비판적 지성이나 유보적 태도, 또는 이런 태도나 능력의 부재가 드러나는 것이지요...(98)... 보이지 않는 교육... 아이들이 직감적으로 느끼는 교사의 모습이다. 

교사 연수란 대부분 지루한 것도 비슷한 모양이다.
전문성 고양을 위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대부분의 지역과 전국적 회합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직접 이해하는 교사가 강연자로 나오는 경우는 좀처럼 없습니다.(106) 

유년기는 국가 경제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국가에선 그 반대지요.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이 중요한 투쟁은 어린이 교육의 방법과 경향뿐 아니라 목표에도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교사로서 경제 위주의 덧없는 사회 풍조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교단에 서기 전에 어느 편에 설 것인지 미리 마음을 정해야 합니다.(122)
아, 마음을 정하면, 바로 자를 칼날을 갈아대는 이들과... 공존이 가능한 것인지... 

유치원과정에서 시험이 치러집니다... 교장은 이 시험의 목적을 아이들로 하여금 앞으로 치를 시험에 준비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이 아이들은 시험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게 다반사... 수많은 아이들은 아직 크레용이나 연필 쥐는 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런 시험에 공포감을 느낍니다. ...(126) 

순종적이고 따분하고 생기없는 듯 보이는 사람은 절대 채용하지 않습니다. 성인에게 지루해 보인다면 학급의 아이들에게도 지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열정적이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라면, 아이들과 언어를 사랑하고 좋은 책과 시 읽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감동받은 것들에 대해 신나게 말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분별있어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견실함을 믿을 수 있겠지요.(129) 저는 이런 사람을 발견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환영합니다! 당신의 열정과 재미있는 성격, 아름다움을 향한 사랑, 당신이 받은 좋은 교육의 학문적 혜택을 갖고 당신의 재능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학교로 오십시오." 

아, 시험, 시험... 아이들에게 붙이는 더러운 계급딱지, 시험... 이 책에서도 시험의 추악한 속모습이 드러난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아이들 생활과 직접 연관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나 학교, 학급에 <성공> 또는 <실패>의 딱지를 붙이는 데 이용되지요.(137)
이런 시험을 반대한다면, 역시, 퇴출인가. 
교사는 이런 미친 짓에 반대할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고부담 시험은 기껏해야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고약한 게임일 뿐이며, 학생들의 지성과 인격, 그리고 잠재력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시험 성적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만들어낸 성적표의 숫자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143)
아, 성적 공장... 여긴 한국의 학교가 아닌지... 

직업 학교...(한국의 실업계... 아, 실업자가 더러운 말이라 전문계로 상표를 바꿈. ㅋㅋ)
이런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때로  평등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더라도(적어도 그 학교의 이름이나 홍보 팸플릿에서) 솔직히 말해 이들 학교 대부분은 대학에 못 갈 것 같거나 우리 사회에 문화적 공헌을 못 할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경제적 계급과 인종에 적당한 '좀더 현실적인 목표'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181)
아, 난 이렇게 정확한 묘사를 보지 못했다.
교육청 홈피에 가면 <꿈의 도전, 전문계 고교..>이런 배너가 있다. 꿈은... 무슨... 똥이다. 

선생님의 아이들이 하는 사소한 거짓말은 비록 그로 인해 학급의 누군가가 잠깐 눈물바람을 할 때도 있지만, 도심의 수많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마음 깊숙이 상처를 내고, 고의에서든 실수에서든 장차 그들이 활약하게 될 세계를 이해할 능력을 말살하고 그들의 미래를 찌그러뜨리는 그런 몹쓸 거짓말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습니다.(185)
아, 정말 조선일보의 거짓말보다 나쁜 말을 하는 아이들은 교실에 하나도 없다. 

뉴욕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제가 참관하던 학생들이 저더러 함께 구내 식당에 내려가 점심을 먹자고 하더군요. 제가 이런 제안에 응할 때면 교장들은 깜짝... "이런, 안돼요! 교장실에 맛있는 점심을 주문해 놓았어요." 그래도 학생 하나가 "제발요!"하자, 교장은 제가 학생들과 지하의 구내 식당으로 가는 것을 마지못해 허락했지요...(189) 겉다르고 속다른 교육, 퉷! 

신뢰할만한 판단력을 지닌 매리언 라이트 에델만(흑인 여성 변호사)는 최근에 나타난 역행을 전환하여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나라에 또 한번의 시민적 격변이 필요하다고... 선출된 지도자들이 윤리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에 항거할 도덕적 굳건함이 없다면 나라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정열적인 운동가들이 대규모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교사들과 그 외의 아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너무나 방어적 태도에 머물러 있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의 세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드높아져 거의 모든 신념을 거리낌없이 무시할 때면 우리는 의기소침해져 거국적 운동을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204)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경험없는 교사거나 거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직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사가 아이들 교육에 전념할 때 재빨리 알아차립니다.(217)
아이들과 부모들은 교사의 진심을 알게 마련이다. 

이슈들은 거대하지만, 아이들의 일상은 자잘한 일들로 가득... 열정과 낙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에 스며있는 다정함 덕분...(228)
그래. 교직의 유일한 낙이 이런 것이다. 자잘하고 소소한 다정함...
그러나, 거대한 이슈들만 생각한다면... 휴~~ 정말 어렵다. 

특히 갓 교직에 들어선 선생님들은... 이 사실을 꼭 알아야 해요.
처음부터 뛰어난 교사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나약하고 실수투성이임을 느낄 때가 있었음을...
이런 불안의 시기를 누구나 겪게 된다는 것을...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 사실을 알아야, 일이 잘못되었을 때 너무 자책하는 대신,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한 행동을 잠시 다시 생각해본 뒤에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260) 

아, 이 마지막 구절을 내가 만나는 젊은 교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한국에서 나온 책은 아니지만, 교실의 상황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자라는 아이들의 삶은 다르지만 또 비슷하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권하는 일도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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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5-18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 선물할데가 있어서 필요했는데.... ㅎㅎ 감사합니다.

글샘 2009-05-20 16:16   좋아요 1 | URL
교사는... 정말 맨바닥에서 시작하잖아요.
신규일수록 멘토가 옆에서 도와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는 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