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 그들의 14가지 특성에 대한 탐구
토드 휘태커 지음, 송형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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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훌륭한 교사의 14가지 특성에 대한 탐구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은,
교사가 교실에서 만나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처리하는 것이 훌륭한 일인지에 대하여 생각하는,
원론적인 책이다. 

칭찬하라.
희망을 읽어라.
배려하라.
뭐,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안다.
교사들은 비비틀린 꽈배기처럼 비꼬기 명수이며,
절망 속을 허덕이는 아이들이 너무 밉고,
피곤이 찌들어 아이들을 배려하기엔 너무 먼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핑계도 대 본다. 

하지만, 교사들이 만나고 다루는 사람은 '아이들'이다.
그들은 늘 칭찬받을 일을 하고, 미래가 열려 있으며 가치있는 인간들인 것이다.  

   
 

교사는 아주 놀라운 직업이다.
교직은 도전적이고 역동적이며 많은 열정을 필요로 해 때론 진이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매우 보람있는 직업이다.
교사의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학생은 물론 동료도 지역 사회의 모든 사람이 교사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게 바로 우리 교사들이다.(197)

 
   

물론 교사일은 일반인들이 아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저 수업 달랑 하고, 퇴근 시간 되면 칼퇴근해버리면 되는 직장이 아니다.
틈틈이 연구를 해야하고, 온갖 업무를 진행해야 하면,
짬나면 회의도 하고, 아이들을 다루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한국처럼 특수한 학교에서는 온갖 서류 뒤치닥거리가 장난 아니다.
거기다 이것저것 더덕더덕 붙은 교육과정은 교사를 파김치가 되게 만든다. 

그래서 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나길 원하는 것이다.
신기루는 있지만 오아시스는 없다. 

<사람>을 교육의 중심으로 놓고,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에게 높은 기대치를, 자신에겐 더 높은 기대치를 갖는다.
교실 안의 최대 변수는 <교사>이다.
모두를 존경하고, 배려한다.
사소한 소란은 무시할 줄 안다.
우수한 학생을 항상 염두에 둔다.
노력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결정은 피한다.
학력평가를 총체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쉽지만 중요한 것들은 수시로 읽어야 한다.
이 책은 피곤에 찌든 교사들이 마약처럼 한번씩 읽어야 하는 그런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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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벽 3 - 변화의 물결
이시카와 다쓰조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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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의 깃발, 교직원 노조 세워...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만만세... 

이런 음악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던 시대도 있었는데,
외딴 카페에 모여 앉아 교원노조의 분회를 만들고, 또 한 달 만에 해직의 위협을 받던 시대,
텔레비전에선 맨날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수업 시간 아이들은 왜 교사가 노동자냐는 물음을 하던 날들... 

1956년 전후의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교사 해고의 위기와 교사들의 대응에 관한 르포성 소설인 이 책을 이십 여 년만에 읽으면서, 다시 이십 여년 전의 슬픈 학교의 실루엣이 떠올라 내 마음은 한동안 방황하곤 했다. 

신규 교사이던 나에게 노조가입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단지 가입만으로 해직의 위기에 닥치는 현실은 참으로 비통한 것이었다.
그리고 쉬쉬하며 가입을 꺼리는 교사들은 아직도 '전교조의 정치적 강성'을 핑계로 돌리며 참여를 회피한다.
툭하면 빨갱이 내지는 불평분자로 취급하는 안티 세력으로서의 전교조 교사는 가입해있는 것 자체가 힘든 싸움이다. 

어쩌면 50년 전의 일본 노조는 교장도 회원이고, 교사 대부분이 회원이던 분위기여서 문제제기가 비교적 덜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노조는 군사 독재 정권의 이간질과 학교장의 전횡이라는 질곡에 부딪기 위해 온갖 수모를 다 겪으며 좌절에 좌절을 겪어온 누더기만의 역사를 안고 있어 슬프다. 

오자키 선생의 아이에 대한 애정.
교사는 노동자지만, 또한 교사는 성직일 수밖에 없음을 뇌이는 사와다 선생.
세상의 평가는 모두 엉터리이며, 자신이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나를 아프게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드럽고 매끄럽게 처세하며 적당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고,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것을 능사로 여기는 이치조 다로 선생이 어쩌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아닌가 싶어 뜨끔하기도 하다.
치열하게 살고, 아이들의 문제에 깊이 관여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모습보다는,
매끄러운 학급 운영과 아이들의 형식적 성장에 적당히 관여하는 모습이 바로 나의 자화상이 아닌가 하는 반성. 

교단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격려하고 가정과 연계하여 개선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이 교사이어야 하거늘...
일구덩이에 스스로 뛰어들어 빠져나오지 못함을 애써 힘들다며 떠벌이는 멍청이로 사는 것 같아 부끄럽다. 

참교육 실천 대회처럼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하여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보충수업에 매몰되어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라는 교사가 되어버린 것에 몹시 자괴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의 잘못도 있지만 '우리' 학교의 모순도 크다.
나 하나의 저항으로 쉽게 바꾸기 힘든 것들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 학생의 능력차를 학급관리 차원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 경험학습이 유리한가, 계통학습이 유리한가.
- 진학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 가난한 아이들을 차별하는 것을 어떻게 없앨까.
- 여교사의 육아와 가사 노동을 학교의 교육 활동과 어떻게 양립시킬까.
- 상품과 열등감의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이런 문제들을 두고 교육연구회에서 토론하는 일본의 교사들은 아름답다.
한국에도 분명, 이런 과제를 두고 방학에 모이기도 하지만,
기실 참석해 보면 늘 그 얼굴이 그 얼굴, 이십 년이 넘도록 인물이 더 들어오지 않는 한계가 크다. 

이십 삼 년째 같은 직업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
그리고 평생 이 길을 갈 사람에게,
간혹,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내가 걸어온 발자국이 얼마나 삐뚤어져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만들고,
또한 저 먼 곳의 미루나무가 되어 내 발자국이 삐뚤어지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푯대가 필요한 법이다.
이 책은 그런 스승이 되어 주었다.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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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1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나 적용은 둘째치고, 토론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라도 되면 참 감사하겠습니다~~
이제와서는 선생님도 사람이고, 생계가 매인 가장이자 직장인이며, 윗분들의 눈치를 봐야되는 조직속의 사람인걸 알지만, 그래도 어린시절을 약각만 더듬어 주셔서~ 살다보면 억지가 통할때도 있고ㅋ 진정한 정답은 하나지만 사람마다 상황마다 정답이 달라질수도 있다는, 다른 선택의 여지도 꽤 있다고 말해주시는 그런? 분이 계셨으면 하는 사소한 바램이 있습니다.
작금의 카이스트 사태를 보니 너무 외줄타기 분위기라 안타깝습니다~

글샘 2011-04-20 08:43   좋아요 0 | URL
그래요. 사람마다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다르죠. 정답은 없는 거고 말입니다.
정답만 찾던 아이들에게 카이스트의 카오스는 무서운 블랙홀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인간의 벽 2 - 고독한 사람들
이시카와 다쓰조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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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인간과 인간이 바로 만나서 ...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질 때, 감동같은 걸 느끼잖아요. 그런 감동에 묶이는 거죠. 

 
   

내가 대학다닐 때 알바 두 개 해서 버는 월급이 50만원이었다.
그러다 발령을 받고 초봉으로 받은 월급은 479,500원.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일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마력은 지금도 여전하다.
교사 아닌 누구도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수업 시간, 그 고단한 속에 있는 것이다.
뭐, 그 479,500원 안에 보너스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3,4만원을 몇달 뒤에 빼앗아갔지만 말이다. 

   
  교육연구를 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단 한 푼의 수입과도 연결되지 않는 순수한 봉사 노동이었다.
일교조라는 집단은 이름도 없이 고생하고 봉사하는 교사들이 지탱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 가장 무서운 힘이다.
전교조를 박살내지 못해 늘 아등바등 애쓰는 정권도 그 순수한 힘 앞에서 늘 힘겨워하는 것이다.
교사의 노동조합을 마치 정치 권력인 양 여기는 것은, 그 내부의 순수함을 몰라 그렇다.
그렇지만, 한국의 조합은 또한 정치적인 힘에서 전혀 벗어날 수도 없다.
그 역학관계는 늘 유동적인 것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교사들의 조합운동을 고운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하며,
정부의 탄압하며,
어쩜 그렇게 1950년대의 일본과 1990년대의 한국이 꼭같아 보이는지,
아니, 일교조는 그나마 90% 가까운 가입률을 보였지만,
전교조는 정부의 탄압 성공에 힘입어 늘 2,30%를 오락가락하는 낮은 가입률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아사이 요시오라는 아이가 단돈 1,2엔을 아끼려고 비바람을 뚫고 찻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한다.
아, 이런 날 교사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오자키 선생은 아사이의 가족 중 누구도 아사이를 돌봐줄 이가 없음을 알고 스스로 교육탑에 아이를 묻는다.
의부와 살게 된 아이의 슬픔과 답답함. 

내가 담임하던 아이 중에 성이 전씨였다 임씨로 바뀐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내 반에서 늘 임씨였으나, 누나는 전씨였다.
그 아이가 공고에 합격하였으나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 통장에서 27만원을 찾아 등록을 하러 보냈는데...
그날 하필이면 방학식이어서 잊고 있었는데,
결국 그 아이는 등록을 하지 않았고,
그 아이를 어느 회사에 취직까지 시켜주려 했건만, 녀석은 자장면 집 배달부로 들어갔단 후문을 들었다. 

교사로 살다보면, 이런 일은 숱하게 겪는다.
마음 아프고, 남의 일로 신경쓰다 잠을 설치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지만, 언젠가, 녀석이 나의 27만원을 들고 찾아올 것을 믿는다.
그런 것이 교사로 사는 사람의 자존심이다. 

   
 

교사는 사회에서 고독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지요.
교사의 기쁨은 학생이 아니면 안 돼요. 

 
   

사와다 선생은 장애인 아이를 놀린 아이들을 체벌한 사건으로 곤란을 겪는다.
그렇지만, 교육의 이름으로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사회적 문제를 만드는 것 사이엔 종잇장 하나 거리도 없지만, 
교육의 이름으로 바른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마음 속에 남는 것은 평생을 사는 힘이 될 것이요,
교육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처벌의 결과는
어른이 되어서도 매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저항하는 어른들의 모습만을 남길 것이다. 

현대 한국의 교실에서 강압적 폭력적 체벌이 거의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체벌에 대한 저항이 그토록 강한 것은,
지난 시절, 일제 강점기와 군사 독재 시절에 넘쳐났던 그 폭력에 대한 저항이라고 나는 읽는다. 

교실에서 아이들 손바닥을 때리고, 종아리를 때리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그런 방법을 도무지 알지 못한다.
한두 명 손바닥을 맞는 걸 보면서 '허생원'이 파는 것은 '드팀전'도 아니고 '메밀꽃'도 아닌 '옷감'임을 알게 된다면,
한두 명의 손바닥이 잠시 발개지는 것이 과연 죄악인지 살펴볼 일이다. 

   
 

그들은 아직도 이런 사고방식에 젖어 있었다.
같은 노동자라는 말을 쓰고는 있지만
일반 공장노동자와 교사의 구별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단순 노동자가 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공장 노동자는 파업으로 몇 달 씩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교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학생들은 살아 있다.
교육은 쉴 틈이 없다. 

 
   

교원노조 활동을 하면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이런 점이다.
쉴 틈 없이 교육활동을 하면서 인습과 고집을 이겨나가는 일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내가 처음 시작한 학교에 비하면,
교장의 돈과 관련한 비리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학부모회에 의존하는 구조도 거의 사라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노동 강도가 지나치게 강화된 면을 막지 못한 것은 가장 큰 잘못이다.
그러나, 어쩌랴.
노동운동은 언제나 문제점을 대증처방으로 막을 수밖에 없음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역사는 늘 선구자적 교사들이 이런저런 사유로 파면당하고 그들이 구제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하여 겨우 발전이 이뤄지는 것을 보아온 나로서는 그 전철을 밟는 일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여김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데... 

오십 년 전의 소설을 읽으면서,
현재의 문제로 여기는 일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교육처럼 관습적인 활동 속에서는,
수백 년 전의 교사가 느꼈던 갈등이 지금 반복된대고,
나는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읽으며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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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벽 1 - 거대한 슬픔
이시카와 다쓰조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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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민중 운동의 한 획을 그은 교육운동이 활발하던 그 시기,
아직도 학교의 주역을 맡고 있는 80년대 초반 학번들이 밑줄 그어가며 읽던 소설, 인간의 벽.
나도 해직된 교사들을 생각하며 군생활을 보내던 시절에 이 소설을 읽으며 교실로 돌아오면 정말 아이들을 끝없이 사랑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밤들이 있었다. 

이번에 양철북에서 새로 인간의 벽1,2,3권으로 탄생한 신간을 읽다 보면,
20년도 더 전에 이 책을 읽던 가슴벅참과 슬픔으로 가득하여지는 마음은 여전하다.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단 핑계만 가득하던 내 머릿속 어딘가엔
아직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 초반의 일본.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하고 지독한 가난과 부정부패 덩어리의 정치 체제로 시작된 현대 일본의 교사는,
식민지와 전쟁을 겪고 지독한 가난과 부정부패 덩어리의 모순된 정치로 시작된 현대 한국의 교사와 출발점이 같았다.
한국의 모든 학교 제도가 일본의 그것을 본딴 것이었고,
서양의 학교 제도가 동양으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학교를 본따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치 모자지간처럼 꼭 닮은 일본과 한국의 교육은 그래서,
지금도 아이들을 모질게 몰아치지만, 효율성은 제로인 국가 교육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일본보다 더욱 학교를 지겹게 생각하는 아이들로 가득한 한국. 

교사와 부모들이 가져야 할 마음의 본자리가 어디이며,
마치 담쟁이 덩굴처럼 손에 손을 잡고 넘어야 할 벽이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뜨거운 책을 다시 읽으며 나는 감동했다. 

이런 저런 일로 책을 자꾸 놓게 될 때마다 아쉬움에 노란 책갈피를 갈무려두던 일은,
23년째 하고 있는 나의 이 일이,
누군가는 간절히 합격하고 싶어 몇 년을 눈물을 삼키며 공부하는 그 일임을,
그리고 나의 사소한 한 가지 결정이, 몇십 가정에서는 이런저런 논란이 되는 사업이 되기도 하는 것임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이 소설의 두 맥락은 교육과 교사운동이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학생에 대한 교사의 관점, 가정과 교실을 어떻게 연관짓고 구별지을 것인가,
학생은 과연 야단쳐야 하는 존재인가, 그저 감싸 안아주는 것만 필요한 존재인가... 이런 관점을 보여주는 부분과,
교육 운동의 문제점과 현황, 방향성을 밝히는 일이 왜 중요한지, 그것에 대한 견해 차이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지만,
그 견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여야 할 것이며, 교사 운동의 관료화에 대한 경계는 또 어떻게 이겨내야 할 것인지 하는 부분으로 나눠가며 읽어야 한다. 

5학년 부장인 세련된 교사는 학생을 잘 다스릴 줄 알고, 학부모와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할 줄 안다.
냉철하면서도 지적으로 일을 잘 처리한다. 그러나...
B반의 사와다 후미코는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부부가 돈을 벌기때문에 해고 위기에 처한 교사다.
아이들의 가난에 마음아파하면서, 자신도 해직의 위기에 서서 떨고 있다.
C 반의 사와다 선생은 작은 소리로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교사다.

무뚝뚝한 말투 속에 자상한 애정이 넘쳐난다. 아이들은 애정에 민감하다.
누군가 자신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아주 기뻐한다....
한 마디뿐인 선생의 짦은 말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154) 

이런 사랑스런 구절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이 책을 조심조심 읽으면서, 놓칠 수 없는 구절들을 만나고 느끼는 일은 독서의 즐거움 중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반성의 시간을 운영하면서 와다 고스케가 영화 포스터의 키스 사진 등을 가방에 가득 넣고 다니는 것을 조용히 처리하는 시노다 후미코는 따뜻하면서 현명한 교사다. 그러나 가정의 어머니가 그 <성장을 일그러뜨린 바깥의 억압>임을 이 소설에서는 강조한다.  

그 어머니 와다 스미에는 PTA에는 열심이지만 정작 자기 아이한테는 관심이 없다. 그 여자에게 PTA는 자신의 허영심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261)

아, 세상은 어느 곳이나 그렇고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 곳인지... 오랜만에 옛날옛적에 젖어들었던 감상을 오롯이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과 며칠동안은 연애하는 기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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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 욕망하는 아이들과 이성적인 부모, 그들의 서로를 향한 이해의 창
송재희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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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학부모와 교사가 소통하려면, 인간의 신체를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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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1-2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뜻 이해가 안가는 건... 제 무식함 때문일까요??
학생과 부모와 교사가 소통하려면... 인간의 신체가 아니라 정신세계를 먼저 알아야하지 않을까요??

글샘 2011-01-25 15:26   좋아요 0 | URL
ㅎㅎ 책가방님...
정신 세계가 다르지 않나요? 애들과 어른이...
그건... 몸이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자녀 교육에, 또는 요즘 아이들 이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기를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