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유시민 / 돌베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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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그것이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만이 구성원 모두에서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복과 자아 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기때문에 존귀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내가 신입생이던 시절, 감옥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었던 유시민이 있었다.

그래서 세상이 이만큼 좋아진 것이다.

 

조국까지도 없고,

슬픔과 노여움으로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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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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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번역이 어색하다.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열정적인 정치학으로서...

Feminism is for everything; passionate politics

 

페미니즘은 인간 해방의 이론이다

 

여성은 늘 남성들에게 억압받는 존재로 작용해왔다.

여성 노예들은 늘 임신 상태로 노예를 재생산했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 후진국 땅에서도 '가임 여성 지도'라는 해괴망측한 발상이 공공연히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때는 낙태 금지가 법제화되어

사생아를 버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직 학교에서는 '성기 교육'에 머무른 후진국에서...

 

이 책에는 페미니즘의 다양한 측면에 모두 짧은 이야기들을 펼친다.

어렵지 않고 길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아주 쉽고 당연한 것들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평균적으로 힘이 세다.

남자의 정자는 이기적 유전자가 성욕을 무한 발산시킨다.

이런저런 이유로 늘 성폭력이 벌어진다.

사회가 할 일은 범죄를 처벌하고 공론화하는 것이다.

예방과 교육에 힘쏟는 것이 국가의 할 일이다.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으면 안 된다거나,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식, 심지어 아직도 순결 교육이라는 무지 몽매가 계몽 사상을 전파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아마 가장 남녀평등이 이루어진 학교를 제공하는 나라중의 하나일 것인 한국에서

여성 평등 지수는 늘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가 휴가와 육아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교 단체 역시 2천년 전의 성경을 무기로,

강의하는 것은 남자의 일이고, 여성들은 온순하게 복종하는 질서를 사회화한다.

 

페미니즘은 남성들의, 기득권자들의 '기능론'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갈등론'의 칼날이다.

 

평등과 존중이라는 원칙,

동반자 관계를 실현하고 오래 지속하려면 상호 만족과 성장이 필수라는

믿음의 원칙 위에 세운 동료애적 관계의 가치를 알리는데 힘쓸 것.(195)

 

페미니즘과 동성애, 교회 등은 관계없어 보이지만,

밀접한 억압과 해방의 지점에서 격렬한 갈등이 있다.

 

당연히 페미니즘은 강해져야 하고,

정부는 후손을 교육해야 하고,

교회, 가부장제적 가족제도, 남성 중심의 회식 문화,

남성 중심의 과도한 업무 시간 등은 장기적으로 해소되어야 할 문제이다.

 

문제는 여자가 아니라,

문제는 인간이다.

 

남자보다 덜 해방된 여자의 해방이 목표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고루 연대해서 싸워야 삶은 발전한다.

그래서 페미니즘 교육은 인간 교육의 필수 항목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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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만한 당신 - 함께 있어 든든했던,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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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서울은 뜨거웠다. 아니 전국이 뜨거웠다.

이듬해 올림픽을 준비한답시고 서머타임까지 적용되어

9시까지 도심은 훤했고, 서울 도심을 휩쓰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이제 30년이 지난 2017년.

당시의 청춘들은 머리가 희끗해 진 나이가 되었지만,

다시 광장에서 썩은 정부를 도려냈다.

거기 가만한 당신들이 있었다.

참 고마웠다.

 

인간은 죽는다. 세상은 영원하지 않고 변한다.

이것만이 유일의 진리다.

 

역사가의 임무는 독일 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쓸만한 버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대화에 끊임없이 개입함으로써

보다 긍정적인 국민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328)

 

도종환을 문체부에 앉히려 하니, 역사관 논쟁이 불거진다.

참 한심한 세력들이다. 이병도를 비롯한 친일 사학자들이 시작한 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까지 뉴라이트까지 썩어빠진 것들이다.

긍정적인 국민적 정체성에 강조점을 두면 좋겠다.

 

닌텐도 사장은

내 명함에 적힌 직함은 사장이지만

머릿속에서 나는 게임 개발자고,

마음만은 언제나 게이머의 마음.(303)

 

사장이 되면 다 잊어서는 변화가 없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정치인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그게 과학자들의 책임이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청중들을 찾아야 한다.(290)

 

고리 원전을 드디어 닫는다 한다.

핵발전소를 해체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결코 싸지 않은 비용이다.

그리고... 판도라는 언제나 가능태다.

요즘 한국에서 살면서 좋은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다.

우리 386 세대는 죽을 때까지 촛불을 들 각오로 살아야한다.

 

한때 나도 사람들이 생각하듯 세상이 점점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세상은 이상이 아니라 권력과 돈에 의해 움직인다.

세상을 나아지게 하려면

맞설만한 이유가 있는 한 끝까지 맞서는 도리밖에 없다.(122)

 

이유가 있는 한, 끝까지 맞서는 도리밖에 없단다.

 

풀러렌. 축구공.

탄소원자 60개.(273)

 

재미있는 단어를 배웠다. 풀러렌.

 

넌 이 쇼의 주인공이 아냐.

작가는 이 작품에 3년 6개월을 매달렸고 출판사는 큰돈을 걸었어.

그러니 넌 물러서.(262)

 

겸손해야하는 표지디자이너의 마음이다.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는 40세되던 해부터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습작을 썼다.(251)

 

P.D. 제임스라는 추리작가의 이야기다.

70이 넘은 나이에

나는 죽기 전에 열 가지의 악기를 배우겠다, 고 마음먹은 사람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저런 용기가 없었다.

한번 써보고도 싶다.

 

미국 독서시장의 미래는 독자와 작가에게 달려있다.

아마존이 아니고,

도서전의 패널리스트가 아니라는 얘기다.

난 책을 읽지 않는 것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244)

 

솔직한 말이다.

한국 영화 시장을 보면 안다.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면(요즘말로 취,저)

대중은 따라온다.

나영석이 영악한 면이 그런 거다.

 

과식이란 정서적으로 풀어야 할 정서적 문제.

먹는 게 삶의 보상일 수도 삶의 하이라이트일 수도 없다.

삶의 보상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187)

 

진 나이데치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고민거리를 두고 식욕을 잃는 사람과

고민을 잊기 위해 뭐든 먹어야 하는 사람.

전자는 민간인, 그들에게 음식은 그냥 음식일 뿐이어서 우리가 벌이는 전쟁에 가담할 필요가 없다.

후자는 비만. 그는 몸무게 감시자들을 조직했다.(179)

 

전반 40년을 비만녀로, 후반 51년을 전 비만녀로 살았던 진.

그는 마흔 이후 한 번도 64 킬로그램을 넘긴 적 없다 한다.

 

모든 과정은 증류 DISTILLING

극한까지 증류한 뒤남는 최소한의 것들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표현될 때 기쁘다.(173)

 

캐리커쳐는 증류다.

이런 일이 많다.

핵심을 증류하는 것.

 

주거복지는 사회복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긴 시간과 많은 예산이 들고

민사적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얽혀 묘안을 찾기도

잡음없이 추진하기도 힘든 분야로 꼽힌다.

제한적 예산으로 양과 질을 절충하며 나아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미국의 주거복지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도 그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처럼 심한 양극화 사회에서 평균이란 사실 무시해도 좋은 숫자다.(113)

 

문재인 정부가 한달간 참 잘 해왔다.

중요한 것은 주거 복지와 교육 정책을 손대는 것인데,

이런 것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

당장 뭘 하는 것보다 더 장기적으로 가면, 국민이 더 장기적으로 믿어주지 않을까 싶다.

 

재판에서 피해자는 "그런 일을 겪은 뒤 사는 게 어떤 건지 아느냐."

고 따졌단다.

벨덕은 "죄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게 어떤 건지는 아느냐"고 반박했다.(118)

 

흑인이나 약자에 대한 변호는 이렇게 어렴다.

 

1968년 징병사무소에서 징병관 눈앞에서 징병 서류를 몽땅 들고 나와

주차장에서 불태운 뒤 선언문을 낭독했다.

우리는 국가의 범죄행위를 마주하고도 침묵과 비겁함으로 일관하는

미국의 가톨릭과 여타 기독교 기관, 유대교회를 눈앞에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관료적 종교기구들이 인종차별적이며

이 전쟁의 공범이며,

가난한 자들에게 냉담하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49)

 

68 혁명은 그렇게 흘러가 지금도 각인되어있다.

 

인류가 유전자의 충동을 극복할 수 있고

또 그래왔다는 사실과

유구한 폭력의 사슬을 귾기 위해 각성해야 한다.

다행히 문화의 진화 속도가 생물학의 진화보다 빠르다는 사실이

이 위험한 세계의 희망이다.

그러나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의 분쟁지역의 고문, 살육, 강간 보고를 볼 때

그 희망은 불안한 희망이다.(17)

 

야만의 과거를 반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가만한 죽음들을 이렇게 읽어야 하는 것이다.

 

'함께' 라는 단어를 보면 존 버거가 떠오른다.

"연대가 중요한 것은 지옥이지 천국이 아니에요. 그렇지 않나요?"(서문)

 

아, 다시 존 버거를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곳은 지옥에 가깝다.

헬조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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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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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판사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법원에 갈 일이 없어 실감하진 못하지만,

이 책에서 미스 함무라비 외엔 여성 법관도, 검사나 변호사도 등장하지 않아 좀 유감.

 

반면 성추행 피해자나 남편 살해범이된 주폭의 피해자였던 아내,

여성은 주로 이렇게 그려지고 있다.

마지막 부분의 참여 재판에서도,

대학원생인 여성이나 찔찔 자는 여성에 비해

주체적으로 나서는 할아버지같은 면에서,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피고인 박근혜를 대통령님이라 부르는 어수룩한 변호사가 있다더라만,

피고를 피고라 부르지 못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 했는데,

법원 안에서는 판사고, 검사고 변호사이지

개인적인 선후배나 안면있는 사이임이 드러나서는 공정성에 저해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긍을 했다.

저울든 심판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정의도 한정된 자원.

 

세상이 너무 바쁘다.

판사도 너무 바쁘고 의사도 너무 바쁘고 교사도 너무 바쁘다.

그 사이에 일은 있는데 '사람'은 어디 갔나?

판사에게 경제성의 논리는 재판받는 사람에겐 불성실, 불공정, 불합리로 비칠 수 있다.

판사나 의사나 교사 입장이라면 한정된 자원에 대해 힘겨움을 토론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은 언론에 나오는 거창한, 튀는 사건들.

하지만 대다수의 일하는 이들은 화려하지 않고 튀지 않는 일들을 묵묵히 반복하고 있다.(85)

 

이것이 저자의 집필 의도이리라.

그건 어느 분야든 그럴 것이다.

판사들이 서류 보퉁이를 들고 다닌다는 고충,

젊은 여성들은 그걸 캐리어에 넣더라는 깨달음.

 

판사는 신이 아니야.

결과적으로 결론이 틀렸다 해도,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최선을 다했고

잘못을 범하지 않았으면 되는 거야.(327)

 

그렇지만 후배에게 크게 도움주는 위로는 못 된다.

힘들 때, 어떤 위로도 도움되지 않는다.

다만 곁에서 무릎을 빌려주는 후배 정도가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판사는 무력감을 느끼며 정답이 없는 안갯속을 헤쳐나간다.

판사는 도로,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일 뿐이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기능한다.

그 법을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386)

 

거짓말이다.

어느 국민도 휠체어탄 이건희가, 김승연이, 정몽구가, 그리고 탑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정하게 심판받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면,

나머지 4999만인 앞에는 불평등하다는 농담도 있듯,

법은 너무도 권력의 편을 드는 개가 되어왔다.

 

검찰을 섹검, 떡검으로 부르듯, 조롱당해도 반성해야 한다.

물론, 많은 사람은 평범하게 살겠지만...

지금은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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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 개혁군주 정조의 78가지 질문
정조 지음, 신창호 옮김 / 판미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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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좋은 질문>을 담고 있다.

작품을 읽고 나서 <좋은 질문>을 가진 작가임을 알게 되면 그 작품이 사랑스럽다.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노라면,

시란 어떤 것이며, 어떤 힘을 가진 것인지,

시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뜨게 하는지를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마리오가 "시는 어떻게 쓰는 거냐?"고 물어도 가르쳐줄 수 없었다.

 

난 내가 쓴 글 이외의 말로... 그 시를 설명하지 못하네.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말아.”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 뿐이야.”

 

그렇지만 네루다가 떠나가고 마리오는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스스로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기록하는 눈을 가진 '시인'이 된다.

 

정조의 죽음은 급작스러웠다.

그래서 아무리 정사에서 그의 '병사'를 주장하지만(왜 개새끼들은 병사를 그리 좋아할까?)

그의 사후 순.헌.철종의 3대 60년간,

개새끼들이 나라를 아작낸(최순실이 생각난다) 세도정치가 조선을 완전히 바닥내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 노무현이 다 이루지 못하고 남긴 <진보의 미래> 같은 메모들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노무현의 '감성'에 눈물흘릴 뿐만 아니라,

문재인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정치의 성공>과 연관지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정조의 '규장각'은 기존의 권력을 가진 노론들과 맞설만한 인재들을 선발하여 정예부대를 만든 곳이다.

정치를 시키기 전에 젊은 학자들을 가려뽑아 '초계문신'을 만들어 두고,

열심히 토의하고 정견을 발표하게 한다. 그런 발표문이 <책> 또는 <대책>이다.

임금이 <책>을 쓰도록 <물음>을 던지는 것, 곧 논술문의 논제가 <책문>인 셈이다.

 

바른 정치를 위한 고민은 참 많다.

가난을 이겨내야 하고, 국방을 챙겨야 한다.

그런데 어디나 권력을 쥐고 있는 자유당, 국물당같은 존재들이 있는 법.

그들을 확 해체하고 정치를 하면 될 듯 하지만, 임금조차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권력과 부를 오래 가진 자들은 자기들의 방어 시스템이 있어서 쾌도난마의 해법은 없다.

갈등 속에서 바른 정책을 견지해나가야 하는데, 그 일이 참 어렵다.

 

우주 자연의 '기수'에만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인간세상의 이해득실 문제인 '인사'를 잘 처리(21)

 

인사가 만사라 하였다. 결국 일은 인물이 하는 것이다.

올바른 정치의 첫꼭지가 <인사>다.

청문회 시즌인데, 자유당과 국물당이 발목을 잡아보려 안간힘이다. 가증스럽다.

 

고위공직자 사이에 편당을 만드는 풍조가 없어지고

정치에 관심있는 학자들도 편벽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27)

 

중용을 이야기한다.

곧고 바른 중용의 정치.

자기편에 치우친 편당과 같이 가야하는 길은 참 고되다.

 

국가에 언로가 있는 것은 사람에게 혈맥이 있는 것과 같다.

혈맥이 통하면 편하고 통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열어서 확장하면 번화가의 큰길처럼 탄탄하고,

막히고 닫힌지 오래도면 꼬불꼬불 굽은 작은 길처럼 어려워진다.(38)

 

세상을 격려하고 사회 분위기를 바로잡는 데는 언론보다 좋은 것은 없다.(150)

 

언론은 그만큼 중요하다.

황교활이가(한번 짤린 총리가 다시 모가지가 붙은 징그런 넘) 대선 직전에 대통령이 임명할 언론위원을 선임했다.

참 교활한 자식이다. 어제 청와대에서 그 위원을 전보시킨 모양이다. 잘한 일이다. 훌륭하다.

 

잠언의 '箴 바늘잠'은 침술에 쓰이는 바늘에서 차용하여 비유한 것으로,

질병을 치료하여 병을 막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쓰임이 아주 절실하고 중요하다.

잠언이 귀중한 이유는 잘못을 치유하고 허물을 깨우쳐 주는 데 있다.(67)

 

좋은 말은 사람을 낫게 한다.

요즘 하찮은 '대통령 기념사'를 읽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다.

연례행사로 대통령이 하는 기념사를 여러 번 읽고 눈물을 흘릴 때는,

그 쓰임이 치유와 깨우침에 잘 쓰이고 있어서다. 좋은 일이다.

 

군주의 올바른 왕도는 오직 '의'를 취하기 때문에 황금에 비유되고,

그릇된 패도는 오직 '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무쇠에 비유된다.(74)

 

촛불 국민을 바라보고 간다는 것은 '의'에 해당한다.

대기업이나 자유당과 연정을 하는 것에는 '리'에 치우칠 수 있다.

구속된 박씨는 '리'에 치우친 인간이다.

 

우리나라는 의외로 아주 협소하다.

온 나라를 통틀어 현명한 인재를 선발하려 해도 인재가 많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데 이 좁은 땅에서 또 서얼을 제거한다면

인재의 절반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120)

 

이 책을 청와대에서 열독했으면 좋겠다.

고민정의 말처럼 문자 중독보다 중요한 것은 중요한 책을 읽고 논하는 것이다.

 

현실을 두려워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언행이 당당하지 못한 것을 고식이라 한다.

고식의 상황에서는 지금당장 별 탈이 없고 편안할 수 있다.

이런 자세 때문에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교육도 발전되지 않는다.(131)

 

장관이란 여자가 드라마나 권해주는 것이 고식이다.

말도 안 되는 지시를 깨알같이 받아적는 공무원들이 고식이다.

임종석처럼 권력 앞에서 웃기도 하고 직언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

 

밤낮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어떻게 해서라도 시대정신을 만회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은 마음과 어긋나고, 정치는 의도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다스리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망망하여 끝도 없어 보인다.

인자한 하늘은 위에서 경고하고 일반 백성은 아래에서 원망하고 한탄한다.

나라가 정말 걱정스럽다.

그러면서 태연한 척 조심하는 척하며 구차하게 하루라도 무사하기를 바라고 있다.(183)

 

이렇게 어려운 자리다.

드라마나 쳐다봐서는 안 되는 자리다.

 

모두가 나라의 정치를 거스르지 않고 따라오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공적이건 사적이건 현재의 정책을 수준 높은 문장과 품위있는 저술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232)

 

인간의 길을 담고 있는 문장이 가장 좋다.

그 이하라 할지라도 반드시 내면에 학식이 쌓여야 외부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그럴 때 자연스러움을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스럽게 되고

기이함을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이해진다.(240)

 

품위있는 문장은 품위있는 철학에서 나온다.

이전 권력자가 '대박'이라든가 '우주가 도와준다' 같은 천박한 말을 지껄인 데는

그 천박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다시 들으면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그가 너무 앞선 생각을 말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기 이미 앞서 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논어에 쓰인 말은 가까우나 뜻은 멀다.

말은 끝이 있지만 뜻은 무궁하다.

끝이 있는 것은 훈고에서 찾고 무궁한 것은 정신으로 이해해야 한다.(301)

 

고전을 읽는 일은 큰 공부다.

정치가는 읽고 읽어야 한다.

 

답답한 가슴 속앓이에 약은 효험이 없었는데

이 남령초만은 나에게 힘을 주었다.

화기로 한담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스레 없어졌고,

연기의 진책이 폐장을 맑게 하여 밤잠을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362)

 

담배를 참 맛있게 피우시던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

얼마나 답답하고 가슴 막히셨을까...

 

지금 한 달 맞은 대통령도 얼마나 힘들까.

그나마 세상이 좀 진정되니 이런 책이 읽힌다.

 

고마운 일이다.

장르 소설에나 코를 박고 있던 지난 몇 년이 참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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