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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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 바로 그 이유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민주정부의 철학적 빈곤과 준비 부족 또한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6)

 

이제 그런 반성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용마 기자의 유언과 같은 책이다.

쌍둥이 아이들에게 남겨줄 이야기...

나보다 2년 후배이니 살아온 세월은 비슷하였을 것이고...

 

유독 호남 사람들이 비난당하는 현상은

호남 사람들이 그만큼 밑바닥층을 형성하며

어렵고 독하게 살았다는 반증(40)

 

전라도 또는 '라도'라는 말로 호남을 비난하는 것은

영남권 세력이 계속 집권하여

차별로 이권을 챙겼기 때문이다.

 

김영란 법이 시행된 뒤의 결과를 보면

당초 우려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신문 기사를 무조건 사실이라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신문사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부끄러운 일.(57)

 

문화방송 기자였던 이용마.

방송의 그림자를 잘 그리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이후 현대사를 아예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91)

 

아니다, '한국 근.현대사'라는 과목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 만든 교육과정에 있었고, 2007년까지 가르쳤다.

다만, 이명박이가 2009년  없앴을 뿐이다. 죽일놈이다.

 

기업들은 똑똑한 사람을 원한다고 사면서도

'조직의 지시를 잘 따르는' 똑똑한 사람이 필요.(128)

 

참 부끄러운 현대사의 기록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견딘 시대는 그랬다.

 

한국 전쟁을 통해 친미파들이 득세하고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경제성장까지 이루자,

미국을 신의 나라로 간주하고

자기나라 국민들은 개나 돼지처럼 통치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일상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온 배경.(131)

 

쓰레기 수구의 배경을 잘 짚은 대목이다.

80년대 해방전후사를 공부한 보람이 있다.

 

기자도 피곤한 직업이다.

경제부로 옮기면 경제 공부를 해야하고,

문화부로 옮기면 또 인맥을 찾아 넓혀야 하고..

 

김재철 사회부장은 절대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00씨 어제 리포트 좋더라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부장으로서 필요한 능력을 통해 인정받을 일이 없으니

후배들에게 단순한 인상비평을 하며 점수를 따는 것.

당연히 선배들에게도 잘했다.

물론 콘텐츠는 없었다.

이런 처세술 덕분에... 보도제작국장, 계열사 사장, 본사 사장까지...(153)

 

김재철이도 이제 곧 무상급식 하게 생겼다.

세상이 이렇다. 능력보다는 처세가 앞선다. 치사하고 더럽다.

 

거기서 타협하지 않는 이용마 같은 사람은 갈등 속에서 살아야 한다.

결국 시한부 판정을 받는 병을 얻는다. 슬프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으로 몰입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옳다.

 

일본인은 외국어를 못한다.

일반인들이 굳이 외국어를 못해도 전혀 불편이 없도록 만든 것.

따라서 번역, 통역을 할 사람들,

외교업무 관계자 등은 처음부터 몰입교육으로 전념한다.

일반인들은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311)

 

서울대 박사가 거의 미국 박사라는 연구가 있다.

유학하면 유럽인데, 한국의 기형적 구조가 영어 몰입에 대한 신화를 만든 것.

성조기 들고 나올 만 하다.

 

선진국이 되는 최고의 조건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신뢰가 쌓이고 사회가 제대로 굴러간다.(332)

 

국정원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청와대가 그것을 조장하고 지시하고,

권력은 국민위에 군림만 하고 물대포로 사람을 죽일 때, 기본이 없는 것이다.

 

온갖 시사 프로는 없애고, 신경민 앵커를 자르고... 기본을 지키지 않은 나라다.

 

2017.3.11

박근혜 탄핵 뒤 촛불집회에서 이용마가 말했다.

"사회적 적폐의 청산은 무엇보다

검찰과 언론을 바로 세우는 데거 출발해야 한다."고.

 

그의 유언은 그리하여 이것이다.

촛불을 끄지 말고 언제까지나 두눈 뜨고 지켜보아야 한다고.

지금도 수구세력은 정부의 헛발질을 간절히 기다리고

권토중래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용마 기자의 건승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을 독립운동 하는 마음으로 다들 사서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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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2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7-11-02 18:26   좋아요 1 | URL
돌,마,고...가 정상화 될 것입니다.

오늘 고영주가 짤렸습니다. 역사적인 한 발자국입니다.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
김주현 지음 / 책세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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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가꾸기가 점점 과도화되고 있다.

화장을 넘어 서서,

다이어트가 극도로 뻗치더니,

이제 성형 수술, 심지어 양악 수술도 일상이 되었다.

화장과 다이어트가 어린 나이로 점점 약진한다.

 

이 책에서는 서양의 외모 가꾸기와 페미니즘에 대한 논문들을 참고하여

가득 실어 놓았다.

 

페미니즘 자체가 은폐된 것들을 노출시키고 밝혀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미는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한국에서의 외모 가꾸기는 서양의 예술이나 문화와는 또다른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파리에도 없다는 온갖 화장품 가게나 명품점이 즐비한 백화점이라든지,

오리엔탈리즘이 반영된 서양식 화장, 다이어트, 성형에 대한 극단적 선택.

한국식 드라마의 가부장적 시선과,

한국 노래 가사 속의 여성의 외모에 대한 시선 등

독자들이 재미있어할 내용들이 충분히 많을 터인데도,

근거는 서양 사람들의 논문으로 가득한 것이 불만이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에게 아름다워야 한다는 미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

동시에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향한 경멸은 미적 압력과 한쌍이 되어 일상을 지배.(11)

 

이런 것이 문제 의식인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초반까지도 여성 참정권론자들을 처형하고 정신 병원에 수감한 이론적 근거는?

정신의 부재였다.

여성들의 사유 능력과 판단력을 신뢰할 수 없으며

여성들이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도록 맡길 수 없었다.(82)

 

여성들이 고통스러운 학습이나 힘든 숙고에 몰두한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무르익을 매력과 미덕을 놓치게 될 것.

심오한 철학이나 물리학으로 가득 찬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자는

턱수염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생각하느라 심각한 표정을 짓게 되면,

그녀의 성적 매력을 파괴한다.(칸트)

 

중국의 부녀들은 문자를 알고 있어

혹 정사에 참여하여 나라를 그르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 동방의 부녀들이 문자를 알지 못하므로

정사 참여는 없을 것이다.

비록 부인이 정사 참여 않더라도

군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면 나라를 그르치게 될 것이니 역시 염려할 일이다.(세종)

 

칸트가 인간 이성의 선구자고

세종이 성군이라는 것 역시

남성 본위의 시선에 불과한 것이다.

 

약함, 수동성, 의타적 성향의 여성 이미지는

근대에 이르러 점점더 강화된다.

여성 교훈서는 영리함이나 지식을 보이지 말라고 경고했고,

충격 앞에서 쓰러지는 연약함은 사랑스럽게 보인다.(91)

 

예술에서도 여성의 육체는 아름다움을 빌미로 관음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여성들은 거울을 깨끗이 닦고 거울 속을 노려보아야 한다.

가부장제의 추악함은 그 자체가 오브제로서 여성 정체성에 결합해있지만,

여성들은 빠져나오기 위해 분리가 필요하다.(329)

 

그런데 또 외모 꾸미기를 이상한 쪽으로 갖다 붙인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여성에 머물지 말고

외모 꾸미기를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329)

 

물론 이 외모 꾸미기는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내가 알던 교육부 연구사가 영국 문화원장으로 가서 만난 일이 있다.

영국에서 제일 좋은 것은 화장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인종 차별도 심한 나라지만,

어느 정도 지위가 있으니 그렇게 느끼기도 했으리라만,

한국 사회의 외모 꾸미기에 대하여

심각하게 논의했으면 했는데,

외국 논문과 책에서 주워모은 논리들이어서 별로 재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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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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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쁜' 페미니스트일까?

'소문자 페미니스트'라고도 쓰는데,

 

보통 페미니즘 운동은 큰 지지기반을 갖거나

목소리가 크고 선동적인 유명 인사들과 엮이고,

그래서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리더들이 우리를 실망시켰다며

페미니즘에 본질적 문제가 있다고 결론내린다.

페미니즘과 <전문가적 페미니스트>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13)

 

서문의 변명처럼 '나쁜'의 함의는 단점과 모순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주류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이 아닌 비전문가의 이야기라는 제한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꼴 페미'나 '메갈'은 인신공격처럼 들리기도 한다.

 

과거에 내가 사람들 앞에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절대 아니라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그때 느꼈던 두려움들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결국 내가 외면받을거란 두려움이었고,

내가 여기저기 들쑤시며 문제나 일으키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란 두려움이며,

이런 나를 이 사회나 친구들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15)

 

록산 게이는 그런 두려움을 떨치고 이 글을 쓴다.

이 책의 한계는 주로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소재로 하고,

팝이나 힙합 노래 가사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이해가 난감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너무 많아 아쉽다.

뭐, 그런 거야 '소문자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한국 드라마를 십분만 보면 적용이 될 것이니, 별 문제 아닐 듯.

 

아내가 잘 보는 '무궁화~'란 드라마를 보면,

무궁화는 가난한 집에서 아이 딸린 과부인 '순경' 초년생인 반면,

그 상대는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찰이거나,

아버지가 대기업 회장인 덜렁이 재벌 2세거나 한 것을 보면 참 우습다.

 

텍사스 주의 클리블랜드에서 열한 살 소녀가 18명의 남자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을 때,

뉴욕 타임즈가 <악의적 폭행이 소도시를 뒤흔들다>로 기사를 썼다.

이 사건은 열한 살 어린이의 육체가 갈가리 찢긴 사건이지,

이 마을이 갈갈이 찢긴, 그녀를 강간한 남자들의 인생이 산산조각난 이야기가 아니다.(31)

 

범죄자 박근혜와 그 일당이 나라를 뒤흔드는 국기문란범죄를 저지를 때,

약한 한 여자라는 둥, 이런 변호는 죄인과 여성이라는 잘못된 줄긋기를 한 예이다.

그를 비난하는 '미스 박'이나 '배드 걸' 역시 그가 죄인이란 것과 여성이라는 것을 구별하지 못한 것이고.

역사가 여성의 지위를 그렇게 낮게 만들었다.

누구의 죄도 아니지만, 작은 페미니스트들이 더 늘어나야, 조금이라도 바로잡아질 것이다.

 

변화하려면 의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만 있으면 변한다. 간단하다.(49)

 

시작은 널리 알리는 것이다.

책을 펴내는 것도 좋고, 나처럼 리뷰라도 쓰고 글로라도 알려야 한다.

차츰 변하는 것이지, 저절로 변해지지는 않는다.

 

독자가 책을 펼쳤더니, 이럴 수가, 책의 여자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들어~!

책에서는 인생을 찾아야 해요.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찾아야 합니다.

이 사람이 내 친구가 될 가능성이 있나?가 아니라,

이 사람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가? 입니다.(87)

 

작품 속의 문제적 남성(호밀밭의 홀든 콜 필드 같은)에 비해 문제적 여성을 대하는 독자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렇게 젠더를 상정하노라면

실은 이 둘이 같은 태양계 안에 있으며

생각보다 가까운 행성이란 사실을 잊게 된다.

많은 책들이 젠더에 관해 생산적 논의를 하지 못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여성, 남성을 분리하여 바라보고

젠더 문제를 조금 더 신중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127)

 

남녀를 차이를 중심으로 기술하면 그리 된다.

그리고 인간의 학문, 사회, 생활은 분리하고 차별한 경험이 쌓여 왔다.

 

젠더는 하나의 수행이자 불안정한 정체성에 불과하며

주체가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형태가 계속 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적인 행동 양식을 통해 외부 공간에서 제도화되는 정체성.(189)

 

남자는 인생에서 세 번 울어야 하고, 여자가 다리를 쩍 벌리고 앉으면 안 된다는 식의 말들.

시간이 흐르며 반복되다 보니 제도화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젠더라는 것.

 

폰 노이만(헝가리 출신 미국 수학자)가 말했다.

수학이 얼마나 단순 명쾌한지 모르는 사람들은

인생이 얼마나 복잡 미묘한지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다.

수학에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인종과 문화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그 복잡함을 축소할 방도는 없다.(280)

 

이런 지점이 '나쁜' 페미니스트일 수밖에 없는 속내를 포함한다.

 

호주작가 '수'의 페미니스트 정의 : 개똥 같은 취급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 여성일 뿐(355)

 

단순하지만, 시니컬한 통찰이 들어있다.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지만, 작가는 계속 페미니스트이고자 한다.

맺음말에 나오는 그의 의지.

 

어쩌면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운동에 중요한 이슈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의견을 낸다.

나는 여성 혐오,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제도적 남녀차별,

임금불평등, 날씬한 몸매 숭상, 생식의 자유에 가하는 반복적인 공격,

 여성 대상 폭력 등에 대해 아주 강한 의견을 갖고 있다.(374)

 

우리 모두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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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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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 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52)

 

아마도, 가장 쉽고 명확한 정의 아닐까 싶다.

정의란 용어의 사용 범위를 제한해 주는 것인데,

'오늘날 젠더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정의를 했다.

여기엔 남녀 대립이나 동성애 등 논쟁이 될만한 요소를 제거한 것이기도 한데,

혐오 이미지가 붙어있는 페미니즘에 필요한 노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목격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

만일 남자 아이만 계속해서 반장이 되면,

결국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반장은 남자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만일 남자들만 계속해서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차츰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됩니다. (16)

 

한나라당 - 새누리당 - 자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그렇다.

세뇌와 반복은 정상을 전복시킨다.

'혼이 비정상'이라는 말을 썼던 어떤 시대는,

그래서 비정상이 '자연스럽다'고 여겼던 것이다.

 

우리는 진화했습니다.

그러나 젠더에 대한 우리의 생각들은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습니다.(21)

 

페미니즘은 이 진화에 대한 열망이고,

진화에 대한 당위이다. 젠더에 대한 생각이 충분히 더 진화해야 한다는 당위를 깔면,

페미니즘에 위협을 덜 느낄 수 있다.

 

어떤 남자들은 페미니즘이란 개념에 위협을 느낍니다.

내 생각에 그런 반응은 남자아이들이 자라면서 받았던 교육,

즉 그들은 남자니까 당연히 우위를 차지해야 하며

만일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의 자존감이 훼손될 거라는 가르침이 야기한 불안감 탓입니다.(44)

 

페미니스트가 되찾고자 하는 파이는 남성의 몫이 아니다.

젠더에 대한 이해를 더 하게 되면,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도 더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여성의 파이가 커지면 누군가는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일반 남성이라기보다는, 지금 권력 구조에서 최상위층에 서있는

권력자들이 될 것이다.

 

인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들과 그것을 나누려는 자들의 투쟁이다.

그 투쟁에서 권력자들은 그것을 못 가진 자들끼리 다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다.

억눌린 소수자, 그 이름의 비유가 페미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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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개정판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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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래된 책이다. 

그래서 가부장제의 질곡이었던 호주제나 유리천장 같은 용어 훨씬 이전 책이지만,

'여성'이 우리 사회의 '소수자'임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로서는 불편함이 여전할 것이고,

그만큼 정희진의 15년 전 저작이 아직도 유효함은 안타깝기도 하다.


이 책은 일관성이 없다.

페미니즘은 원래 일관성이 없는 운동이다.

처음 시작은 사회 고위층 여성들의 참정권 수준이었을지 모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매맞는 여성, 성판매 여성 등 수도 헤아릴 수 없는 관점에서 

마치 잠자리 홑눈으로 모자이크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일관성을 부여할 수는 없는 상황일 게다.


아직도 연속극의 가부장은 뭔 대기업 회장이런 넘이고,

그 재산에 연연하는 첩도 등장하고, 

이혼녀라도 얼굴이 예쁘면 멋진 젊은 남자가 꼬이고... 이런 식인 수준이다.


이 책은 다양하다.

요즘에서야 이야기되는 위안부 '할머니' 같은 용어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왜 장기수는 '선생님'인데 위안부는 '할머니'인지...)

헤아리기도 힘든 많은 부분을 다루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된다.

그런데 그 15년이 지난 지금도, 

김여사, 김치녀, 된장녀...등 여혐은 심각해 지고 있고, 여적여 같은 말도 횡행한다.

꼴페미라는 둥, 메갈리안이라는 둥, 또 한편에서는 찌질한 한남충의 세계를 욕하기도 한다.

여성이라도 페미니즘의 구도에 적극 동참하는 사람은 적은 것이 현실인게다.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 <소수자>는 권력에서 먼 거리에 놓인 약자다.

한국에는 흑인은 없지만, 현대판 심청이로 팔려오는 동남아 며느리들이 있고,

열악한 현장에서 한국인들이 하지 않는 일을 싼값에 해치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일부 영화에서는 그들을 비하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은 약자에 대한 공부라 생각하면 어떨까?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고, 누구라도 어떤 측면에서는 소수자가 될 수 있으므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부로 생각하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


세상 지식이 모두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여성주의에 무지한 것을 당당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아직도 아는 것 자체로 비난받는 경우도 흔하다.

지식이 특정한 사회의 가체 체계에 따라 위계화 되어있음을 보여준다.(머리말)


세상에는 미친놈이 더 많다. 권력을 가진 만큼 미친짓을 할 기회가 많았을 게다.

그 나쁜 놈들이 박근혜를 이용해 사익을 취할 때, 박근혜를 <미스 박>이나 <배드 걸>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물론 박을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가 여성이어서 죄인인 것은 아니다. 

그의 죄를 욕하지 않고 그의 여성성을 조롱한 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조윤선이나 정미홍같은 골빈 여자들도 있지만,

여성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다한 사람들도 있다.

추미애나 박영선 같은 캐릭터는 한명숙처럼 듬직한 멋이 좀 없어 아쉽긴 하다만...


여성주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편안할 수는 더욱이 없다.

여성주의뿐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갖게 하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12, 머리말)


이 책의 머리말이 참 좋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대립은 서로를 소멸시킬 뿐이다.(14)


그래서 페미니즘은 충분히 더 문제가 되어야 한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사유하지 않음. 이것이 바로 폭력이다.(36)


니들도 군대 가라, 김치녀 증말 싫다, 김여사 좀 걸어 다녀라...

짜증이 그냥 묻어나지만, 이런 것에서 폭력을 읽어내는 것이 공부다.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성차별적 언어들이 개선되고 있다.

남성은 인과관계, 의사전달 위주의 말하기를 하지만,

여성은 맥락적, 공감적 말하기에 능하다.

여성이 비논리적, 사적이라 비하되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여성적 방식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민주주의에 훨씬 가깝다.(76)


폐경, 처녀막, 미혼 등 남성 중심의 언어를

완경, 질주름, 비혼 등 사유의 변화로 많이 바꿔 나가야 한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하기만 했다.

문제는 세계를 바꾸는 일이다.(마르크스, 80)


페미니즘은 철학이어서는 안 된다.

생활에서 차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개선되도록 살아내야 한다.


위례별 초등학교라는 곳에서 페미니스트 교사 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교육을 했던 모양인데, 학부모 단체, 종교 단체 등에서 항의를 해서 교사 모임 자체를 해산햇다는 뉴스를 접한다.

무서운 세상이다.

사상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다.


물론 조금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성소수자 문제나 동성애 등 시기상조인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정식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은 

권력을 가진 교회의 망상에 다름아닌듯 싶어 씁쓸했다.


여성들의 의식 변화는 급격한데

여전히 무례하고 폭력적인 남성이 많다.(88)


성추행 논란으로 징계를 받는 남교사가 많다.

아마 70년대 교사들이라면 한 학교에서 10% 이상은 옷 벗엇어야 할 것이다.

폭력교사까지 치면 절반 이상 될 것이다.


세계 통계에서 한국 여성의 평등 지수가 최하위인 것은,

그만큼 한국 여성의 인권과 의식 상승이 세계 최고라는 방증일 것이고,

불평등이 커진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 사회가 변화에 둔감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흑인에게 피부색이 뭐냐고 묻지 않듯이,
세상은 누구의 허락을 받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윤리'라는 그 말의 뜻처럼(倫 의 의미는 '무리'다' 인륜이란 다수자의 횡포일 수 있다.)
시선은 편파적이다.

누군가 찬성하지 않아도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동성애자 역시 누군가의 동의와 허락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110)

미운 오리 새끼는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자괴감에 빠졌을까.
이미 20년도 전에 우리반 1,2등 하는 녀석이 일기에 썼다.
자기는 감옥을 가야 한다고... 여호와의 증인이어서, 어떤 일도 하기 힘들다고...
페미니즘은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고, 횡포의 시선에 대한 깨달음이어야 한다.
공부하는 것이라야지, 그저 싸움의 도구로 전락하면 안 된다.

여성 운동은 사회 안에서 여성이 지위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시각으로 사회, 역사, 정치를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문제는 기존의 공적 영역 중심의 협소한 개념을 바꾸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125)

성폭력을 저지른 명문대생은 법관이 너그럽게 봐준다.
앞날이 창창한 남자 아이라서 그렇단다.
성폭력의 피해자 여자 아이의 앞날에는 관심이 없다.

법 운용이나 일상 생활에서 모두 피해 여성의 입장이 아니라
남성의 경험과 이해에 의해 구성된다.
남녀 모두에게 여성의 주장은 지나치게 에민하고 과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남성의 주장은 자연스럽고 객관적인 것으로 수용된다.(156)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이 사회가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알게 된다.
페미니즘을 만나면 화가 나는 사람은, 그만큼 사회에서 불공평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군대다. 너도 군대 가봐~는 논리는 그 사회가 '죽어 버려도' 총 쏜 사람을 찾지 말아달라고 말해야 하는
슬픈 사회기 때문이다.

양성평등이 누구 중심의 평등인가는 언제나 논쟁거리다.
정의로서 평등한 인권은 같아짐이라기보다는
공정함(fairness)을 추구하는 것이다.
양성평등한 인권은 남성과 여성이 같아지는 것이 아니다.(178)

남성만큼 배우고, 남성만큼 능력을 보여줘도,
독박 육아에 시달리고, 유리천장에 제한을 받는다.
온갖 청소, 빨래, 설거지에 아이 공부 지도까지 관리해야 한다. 현실은 결코 페어하지 않다.

남성이 생산한 지식은
여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다.(214)

법률을 만든 자도 남성이고, 
일터의 구조를 만든 자도 남성이다.

한국 사회의 소수자는 참 광범위하다.
노동자 계급이 스스로를 배반하는 의식을 가진 나라다.
교육 인프라가 이렇게 많지만,
거기서는 민주주의와 페미니즘 대신, 
가장 남성적인 경쟁과 전투를 세뇌시켜 사회화한다.

결국 성공한 여성이라고 해도, 집에서 밥을 잘 해야 한다고 엉너리를 쳐야하는 것이다.
심상정 대선 후보처럼 역할을 나눠도 세상 뒤집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멋진 일이다.

세상은 흐르고 바뀌게 되어있다.
거꾸로 노를 젓다가 두손 두발 들지 말고,
시류에 따라 공부할 일이다.

세상에는 페미니스트 교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억압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가르침과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 교사를 적극 지지하고, 나 역시 페미니즘 확산에 노력하며 살려 한다.
이 책은 참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부분부분 여러 번 읽어야 할 고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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